전생(前生) 프롤로그 수 천 년의 긴 시간을 거슬러...난 ...너무나 운명적으로..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건 말야....내 친구녀석의 발명품 실험에 억지로 끌려가게 되어서....벌어진 일이었어.. 전생체험이라나 뭐라나.....아하하.. 웃기는 자식이었지.. 나는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캡슐 속에 들어가 누웠다구.. 그런데 말야.....문득 이상한 냄새가 느껴지는 거야.. 쇠 냄새 같은..비릿한 것 말야.. 실눈을 떠봤지.. 하..!! 뭐였는지 알아? 시체가 산을 이루는 전쟁터였어....어찌나 시체가 많은지.. 흐르는 강물이 끈적한 죽처럼 변해버릴 지경이었지... 그런데..정말 이상했어... 이런 전쟁이 어디서 발발한거지? 뉴스에선 이런 끔찍한 전쟁소식은 없었잖아? 너무 현실감이 없으니까 공포는커녕 웃음만 나더라구.... 흠...이 사람들 입고 있는 옷 좀 봐.. 꼭 사극에서 보던 옷 같아...뱀 비늘 같은 갑옷에... 창...방패..울긋불긋한 것이....정말 혹시.. 사극 찍는 곳인가? .....하지만....그렇다고 보기에...이곳은 너무 메말라 보여....... 문득...고개를 들었어. 인기척이 느껴졌던 거지.... 거대한 흑마를 탄 남자.... 피에 절은 투구와 갑옷을 걸친...적어도 190은 되어 보이는 장신에 커다란 체구... 그 남자의 매서운 눈동자가 날 향하고 있었어.... 금방이라도 그 거대한 창을 들어 나를 찌를 것만 같았지... 그 기운에 압도되어 굳어져 있는데 누군가의 부름이 들려왔어.. "소문장군님-!!" 뭐? 소문....장군...???? 여기서 나의 체험은 끝이 나버렸어..... 난 내 친구에게 무척 히스테리를 부렸지... 무슨 전생체험이 이따위냐구.... 우린 당분간 그 실험을 중지하기로 했어...왜냐면 기말고사가 눈앞이었거든..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던 중.... 난 우연히 눈길을 끄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어.... -소설 연개소문- 상당히 낡은 책이었지... 원래 위인전기엔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나였지만...이상하게 끌리는 감정으로 그걸 열어보게 되었어... 이봐..내가 서있던 그 전쟁터가 어디였는지....알아? 아하하하!! 그곳은 몇 천 년전 당나라와 고구려의 피 튀기는 싸움이 있던 곳 이었다구!! 믿어져? 그리고 그 장군...... 그 사람은...바로..연개소문이었던 거야... 막리지의 아들로 태어나 반역의 죄를 쓰고 멸문 당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고 그 천재적인 두뇌로 전장에서 뛰어난 전략을 세워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허..보면 볼수록 정말 뛰어난 천재였어....... 어떻게 이런 지략들을 세울까...... 나태해져 버린 임금과 온건파의 대신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이 대막리지가 되어 십 수 년간 위세를 떨친....연개소문 장군...... 우린 그에 대해 이 정도만 알고 있지..안시성 싸움의 대승..정도라고 말야.. 하지만..그는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었어... 난 ....다시 한번 그 고구려로 가보고 싶어졌다구.......... 그를 만나러...말이지.... 1화 "와아아아아~!!!!!!!!!" "슛이다~!!!!" "골을 넣어!!!!!" 시끄러운 응원과 땀의 열기가 뒤섞여 그라운드를 뒤흔든다.... 두 고등학교의 열띤 축구시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달리고 있다. 내 몫에 따른 마지막 골을 넣기 위해 말이다.... 이 골만 성공시키면 수당을 받아 갈 수 있으니깐.... "여기야. 오늘도 고마웠어." 주장녀석이 흰 봉투를 내민다. 후훗...역시 두툼한걸?? "뭘. 부탁할일 있으면 언제든 호출하라구.." 씽긋이 웃어주고 돈을 챙겨 축구부실을 빠져나온다. 흠.. 돈을 받고 뛰어주는 경기도 꽤나 수입이 짭짤해.. 솔직히 지넘들도 이겨서 좋구 난 돈받아서 좋구...... 나의 이 뛰어난 운동신경을 하나의 부서에서남 썩힌 다는것은 아까운 일이니까.. 돈 만주면 어디든 가지....배구, 농구, 탁구, 테니스, 야구....등등...... 참..이런 소리를 지껄일 때가 아니지..... 오널도 그 전생체험 들어가는 날이지.... 서둘러야겠군.... "야! 왜이리 늦어!!!" "아아..신경질 내지마. 나두 최대한 뛰어온거라구." 덩치도 크다란게 맨날 계집애처럼 신경질이야....자식이..... "좋아..뭐 어쨌든 들어가 누워." 여전히 어두운 체육창고....이 놈의 캡슐에 눕는건 아무리 시간이 가도 익숙해 질 것 같지 않군...꼭 냉동보존에 들어가는 시체가 되는 기분이라... 흠....서서히 눈이 감기는데.... "꺄아아아아~!!!!!" ......고막을 가르는군............ 난 무의식적으로 그 비명제조기를 걷어차버렸다. 젠장..볼 거 다 보면서.....왜 비명은 지르고 난리야? 옷이나 내놓으시지..... 아무래도 여자니까.....겉옷만......얻어야겠군....저쪽으로 치워놓자 못 보게.. 알몸으로 오니까 곤란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잖아...... 솔직히 여기 벌써 한 네 번 정도 왔는데...금세 끊기구 그래서 연개소문을 보지도 못하구.. 다섯번째인가? 이젠 좀 익숙해져서 놀라지도 않아....... 근데 올때마다 시간대가 다 틀려서 그것만은 적응하기가 힘들어. 촤아악~!! 시원하게 수풀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웬 사내하나가 불쑥 튀어나온다... 헉스....봤을라나??? 그나저나 이 남자.....연개소문이랑 디게 비슷한걸..... 키도 190에 육박하구...야수같은 이미지에 저 탄탄한 근육질.............그리고 중요한건 처음봤을 때와 똑같은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두 눈동자..... "연개소문?" 무의식적으로 내뱉어 버린말......그는 흠칫 놀라더니 곧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묻는다. "괜찮아?" 대뜸 반말이군......그럼 나도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겠지... "괜찮아." 그는 내가 말을 놓자 내심 당황한 듯 하다. "헛.. 당돌한 처자로군?" "...........................뭐!?" 그 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대한의 건아에게 처자?? 헛소리 말아. 난 남자라구!!! 하고 소리쳐 주려는 찰나 갑자기 뒤쪽에서 두 명의 남자가 걸어나왔다. "이봐. 뭘그렇게 오래끌어? 어서 하구 넘기라구." 내가 뒤를 보려하자 그 넘이 자신의 넓은 어깨로 내 시야를 가로막는다. 왜..왜이래 이 넘? 분위기가 ....이상하다...... 어서하구 넘기라는건 뭐야? 그러자 그 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럴 수 없지 흑벌무. 이건 내 것이야." 그 음성은 아까완 달리 착 깔려있다. 잠깐...근데...내거??? "...........?!" 그들은 당황한듯 언성을 높였다. "뭐야? 무신 헛소리야? 미친거냐? 제길.....첫 번째를 늘 양보해 주니 이게 아주 간덩이가 부 었군.....?!" 흑벌무라고 불린 남자가 성급하게 걸어나온다. 그가 가까이 오자 모습을 정확하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새카만 피부에 빨간 머리.........약간 얽은 얼굴엔 분노가 서려있었다. "진정해 흑벌무. 소문이 저렇게 말한데는 뭔가 연유가 있을거야." 옆에 서있던 남자가 흑벌무를 말리며 달랜다. 그는 약간 통통한 이미지.........자.잠깐...뭐? 소문? 소문이라구? 연개소문?? 맞는거야? 상황정리가 필요해........지금.......흑벌무와 소문의 사이가 저런걸로 봐선.. 아직 초반부라 이건데.......그럼.....아직 연개소문은 자신의 출생을 모르자나?!! 헉...어떡해......근데 연개소문이라고 내가 말해버렸으니...이거 역사가 바뀌는거 아냐??? "연유는 무슨 연유!! 저 자식 내가 계속 참아왔더니 이제 분수를 몰라...제기랄!!" 소문은..(생긴 것이 꼭 야수 같군..저렇게 정돈되지 않은..모습.. 저것이 장군 연개소문의 청년 기라니..)분개해 하는 흑벌무를 조용히 주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흑벌무. 말이 지나치군." "하! 웃기지마! 지나친건 네놈이야! 저깟 계집하나 가지고 지금 나랑 싸우겠다는 거냐?!" 저깟 계집이라..........날 보고 한말같은데.....저.....저자식이!!! - - ++++ "얼마든지 상대해줄 순 있지." 도발적인 그의 말에 흑벌무는 지나치게 흥분했다. 그는 윗도리를 벗어제끼면서 걸어나왔다. 후.....이 작자도 근육이 엄청나잖아?? "저런 계집하나를 두고 나와 붙다니. 후회하게 될거다 소문 이자식.." "그건 두고봐야 할일이지." 둘은 천천히 서로를 노려보며 자세를 잡는다. .............이게 무슨 일이냐...... 갑자기 이 둘이......왜 싸우는거냐.............. .......설마..모든 발단이 나인 거야??? .........컥..그럴수가......... 설마 내가 역사마저 바꿔놓는건 아니겠지? 이 둘..정말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 이..이봐 병호....이 빌어먹을 자식아!!! 이젠 그만 날 꺼내줘!!! 2화 ===== *소문의 이름은 원래 개소문..이지만 여기서는 소문으로 칭하기로 하였습니다. ============ 지금 난 거의 넋이 나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저토록 치열한 싸움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마치 성난 호랑이 두마리가 뒤얽혀 서로의 기개를 마음껏 뿜어내고 있는 듯 하다... 둘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서로를 궁지에 몰아가고 또 몰린다. 그 매서운 주먹은 바위라도 부스러뜨릴듯 용맹함을 떨쳤고 그 발은 하늘을 갈라버릴 기세를 자랑했다. "아....." 평소 스포츠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그 기백에 눌려 몸이 굳어지는데 말하면 무엇하 겠는가...... "인간이 아냐..." "아니, 저들이 특출나서 그런게지." 어느새 내 뒤로........내가 아무리 넋을 빼놓고 있었다지만.....엉겁결에 뒤를 돌아보자 남루한 차림의 한 노인이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헉.. 누..누구세요?" 왜소하고 형편없어 보이는 노인의 차림새였지만 그 눈빛만은 연개소문을 능가할 만큼 부리부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놈들이 스승이지." "네?" 그럼...이사람 마휴..? 음..세살때 핏덩이로 버려진 연개소문을 주워 기른사람........ 연개소문에게 무예와 글을 가르쳤던 그 스승? 호오....이거 역사 속 인물들을 모조리 보니 새삼 놀라운걸? 이런 느낌의 사람들이었을 줄이 야...... "이 후레자식 놈들아!!!! 스승님이 왔는데도 싸움박질이냐~!?!" 휴가 냅다 버럭 소리를 지르자 엉켜 붙어 있던 소문과 흑벌무가 소스라치게 놀라 떨어진다. 후훗.....연개소문과 흑벌무도 스승의 앞에선 꼬리 감춘 개군..... "스..승님....저..저희가 싸운 것은..." 연개소문이 급히 변명하려 하자 스승은 한치의 대꾸도 용서치 않겠다는듯 불호령을 친다. "시끄럽다. 이놈들!! 수련에 힘쌓고 주색을 멀리해야 할것들이 여자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여?!!!!" 쩌렁쩌렁 퍼지는 그의 음성엔 강인한 힘이 실려있는 듯 소문과 흑벌무는 계속 어깨를 움찔 거렸다. 그리고.....흑벌무와 지보는 그 힘에 눌려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스승님 제발 진노를 푸시고 용서해 주십시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네놈들을 용서하라고? 갈데가 없어 쫓겨난 것들. 버려진 것들을 주워다 먹여주었더니.. 이 은혜도 모르는 것들!! 썩 사라져!!!! 할!!!!" 그의 기합성에 흑벌무와 지보가 나가떨어진다. 절벽아래로 구르더니 이윽고 그 모습이 모이지 않는다........ 헉...뭐야 저 스승은....하긴..이들이 쫓겨나는건 사실이었지만... 그 이유는 처녀를 강제로 범했기 때문이라고 읽었는데.......그게 나 때문이 됐잖아? 뭐가 이러냐.....내가 그 처녀가 된 건가? "스승님..." 연개소문은 매앞의 비둘기마냥 고개를 조아리고 스승의 벌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에잉....이제는 네놈도 꼴도 보기 싫다!! 이제껏 키워주었음 됐지 ...네놈도 나가거라!" "스..스승님!!" 연개소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스승에게 매달릴 태세를 취한다. 사실 그는 지금껏 산속에서만 살아 바깥에 나가본적이 없는 촌놈이나 다름없었다. 흑벌무와 지보는 그래도 달랐지만....... "네놈도 이젠 세상에 나갈때가 되었어............그리고..." 스승 마휴는 뒷말을 흐린다. 뭔가 뜻이 있는 것이다..... 그가 시킨 일에는 쓸데 없는 일이 없다.... 연개소문도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소문이 6살 때 마휴는 그에게 날짜를 짚어내는 법을 가르쳤다. 어린 소문은 그게 무엇이 중요할까 하여 며칠 게을리했다가 바로 스승에게 메다 꽂힌 적이 있다. 겨우 여섯 살이었는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문은 매일 날짜를 기록했고..지금은 일년 안의 날씨나 천기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글을 배우기 싫어하던 소문에게 억지로 글을 가르친 것도 그였다. 보통 무관은 문무를 동시에 갖추기가 어렵거덩..... 그토록 글을 싫어하는 소문을 두드려 패가며 가르쳤기에 후에 그가 그렇게 뛰어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흠....스승은 위대한 것이군.... 근데 왜 우리학교에 사이코 선생뿐이지? 젠장..마휴 같은 스승이 있었으면...좀 좋아? "예..스승님....알겠습니다. 세상을 배우러 떠나겠습니다...." 드디어 연개소문이 스승의 말을 따르기로 한 모양.......에헤헤헤헤.. 잘됐군..잘 된건가????? 마휴는 소문에게 검을 하나 내어준다. 아마도 저것은 소문의 가문을 가르쳐 주는..... 매개체인 검이겠지...이름이 뭐더라???? 갑자기 마휴가 나를 휙 돌아본다. "그리고 저 아이도 데리고 가거라." 억? 날??? 연개소문은 약간 놀라긴 했지만 곧 의미심장한 눈빛을 띄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마휴의 말은 하나도 쓸데없는 것이 없다구....그런데..난 왜??? 날 왜?! 3화 "매향.." 윽.... "그,그렇게 날 부르지맛!!" 아무리 버럭버럭 신경질을 쏟아내도 소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그래? 그것이 네 이름이라며?" 저..저넘이.... "어쨌든 난 그 이름이 싫다구!!! 부르지 말란 말이야!!" 그래...난 내이름이 싫다... 진매향.. 진.....매..향......이게 뭐냔 말이야~!!!! 마치 무슨 무협 소설에서 나오는 여인네의 이름처럼 ..... 닭살 돋는.........그 이름......대체 부모님은 왜 사내자식 이름을 이따위로.... 지어 놓은거냐...... "왜 이름을 싫어하지? 난 무척 잘 어울린다고 보는데 말야..." 이......이자식이...... "지금 니가 어디서 그딴 소리를 하고 있는지 파악 하는 거야?!" "침상위가 아닌가?" 컥.....뻔뻔스러움이 하늘을 찌른다..... 연개소문이란 넘이 본래는 이런넘이었단 말인가.............ㅜ.ㅜ 하긴...설에서도 그저 예쁜 여자만 보면.... 뭐 젊은이의 혈기라느니..이딴 소리로 그의 강간(?)을 묵인해 버렸지.. 그때는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벌써 사흘째다.. 대관절......사흘씩이나 불꺼진 밤마다 내 침상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뭐란 말 인가!? "젠장.... 안 그래도 좁구만......저리 안가?" 최대한 힘을 발휘하여 소문을 떼어낸다. 사실 내 팔뚝힘 정도야 (굵기만 비교해 봐도) 저넘에겐 상대가 안될 것을 뻔히 알지만.. 이렇게라도 날 보호하지 않으면 저 넘에게서 날 지키지 못할 것 같다...제길.. 그러고 보니..정말 이상한걸? 그렇게 빨리 끊기던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엔 왜 이렇게 오래 가는 거지.. 이러다 나 정말 고구려 사람되는 것 아냐? 게다가 연개소문이 이런 이상한 넘인지도 몰랐구 말야....- -;;; 정말 전장에서 그렇게 뛰어난 전략과 용맹을 떨친 장수맞아?? 이렇게 오래 안가면 그 쪽 날짜와도 연관되는거 아닐까..... 걱정인데....젠장..병호자식 조는거야 뭐하는 거야? 왜 날 안꺼내주지? "헉...." 잡다한 생각들을 싹 몰아내는 손이 느껴진다. 무심결에 너무 놀라 신음을 뱉어내고 말았다. "왜..너무 좋은 거냐?" 소문은 피식 웃으며 손을 빼낼 생각도 않고 난 사색이 되어버렸다. 지...지금..... "어딜 만진거야?!!! 야 이 자식아!!!!!" "정말 민감하군?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크윽.....얼굴이 확 달아오른다...이넘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가봐.... "시..시끄럿!! 저리 떨어져!!" 야구배트를 휘두르고 농구공을 패스하던 팔로는 이 야수 같은 넘의 힘을 이길 수가 없나보 다...뭔 힘이 장사 같냐? 이 시대 남자들은 다 이런가?? "가만 있어보라구." "젠...장!! 하지맛!! 네 스승이 이러라구 날 데리고 가라한건 아니잖아!!" 훗..마지막 말은 의미가 있었나 보다. 그넘의 손이 멈춘걸 보니..... 헉......하지만 녀석의 체중이 다시 나를 누른다.... ".....?!!" "상관없어. 이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뭐?? 이...이 변태...." 마악 큰 소리를 지르려는데 순간 소문이 내 입을 막는다. "...........?!!" 그의 손은 너무나 커서 내 얼굴마저 가려버릴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이 넘 왜 이래?? 갑자기 말이 없어지다니......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은데?? 일순 그가 어둠 속으로 팔을 내밀더니 무언가를 낚아챈다. "꺄앗!!" 억.. 웬 여자가 소문에게 팔을 붙들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 무슨 일이냐...이건.....??? "사..살려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리는 것으로 봐선 자객은 아닌가.....본데?? "어떻게 들어온 거냐." 소문의 목소리가 심각하다. 보통 나에게 말하던 억양과는 다른 낮은 저음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사..살려 주세요..절 살려주세요......" 여자가 다급하게 말하자 소문은 제대로 몸을 일으킨다. "넌 누구지?" "수..숨으려고..들어왔어요." "쫓기고 있나?" "네..." 쫓기고 있다구? 누가 저 여자를.... 그런데 왜 하필 이방으로 들어온 거지? 이것이 소설에서 말하는 우연...인가?? "왜 쫓기는 거지?" 만일 여인이 나쁜목적으로 숨어 들어온 거라면 용서치 않을 음성이었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마저도 느낄 만큼의 기운이 담겨있는 말투였다. "저..절...절.........." 여인은 끝내 참지 못하고 주저 앉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흠..." 소문은 대강 이해가 간다는 눈치였다. "뭔데..?" 내가 낮게 속삭이자 그는 살짝 귀뜸을 해준다. 아.....그렇구나.... "이 새끼!! 빨리 찾아내지 못해!?? 여기 있는 게 분명하단 말이다!!!!" 바깥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박살나는 굉음이 들려온다. "아이고..사..샅샅이 뒤졌는데도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습니다요.." "시끄러워 분명히 여기 있어!! 네가 빼돌린 것 아냐?!!" 그 성난 음성은 당장이라도 가게주인을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아닙니다요!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두 명의 남자다. 그들이 주인을 닦달하고 있는 동안 소문이 나지막하게 여인에게 물었다. "저들은 네 남편인가?" 여인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예요.." "하긴....남편일리가 없지......" "하나는 시커먼 얼굴에 붉은 수염이 난 사람이었구..또 하나는 약간..." "어떻게 해서 만났지?" 여인은 바들바들 떨며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이봐..좀 부드럽게 대해주라고....여자잖아..... "전...비령에 살고 있는데..아버지 심부름으로 이곳 주인을 만나러 왔어요....그런데 주인이 날 이 저물었다구 자고가라 그러길래...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저 두 남자가 술을 마시다가 강제 로 저를 옆에 앉히더니.....술시중을 들게 했어요...그러더니 만취되어 제 옷을 찢고...."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가냘프게 울음을 터뜨렸다. "당했어?" "아뇨..겨우....도망쳤어요." 소문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일이었군...... 하여튼 지금이나 예전이나 여자들이 고생이군........ 문득 남자들의 발소리가 이곳으로 다가온다. "이방에는 사내손님 두 놈이 잠을 자구 있다구 했지?" "예. 두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이 늙은이가 미쳤나!! 보라구!! 사내놈 신발하구 계집신발 세 켤레가 있구만!!" "어...라? 그..게...." "문을 열어봐!!" 유난히 목소리가 큰 사내가 호령을 한다. "예...예." 주인은 찍소리도 못하고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헉....어쩌지? 들키겠는걸? 이바..소문..어떻게 해보라구........ 순간 소문이 벌떡 일어섰다. 그 손에 두터운 밧줄이 쥐어져 있다. 뭘 하려는 거지? 4화 손에서 땀이 약간 배어나온다. 뭐..이 깟 일로 이렇게 흥분하는 거냐..난...... 문이 열리고 바깥에서 눈부신 빛이 쏘아져 들어와 잠시 내 시각을 마비시켰다. "우,우악!!" 뭐..무슨 소리야?....연개소문...당한 건가?? "크윽...!" 엇..연개소문은 아닌 모양인데? 목소리가 이렇게 걸걸하지 않거던.. 차라리 이건......혹?! "젠장..뭐 하는 놈이냐!!" 대강 빛이 익숙해지고....아..이제 보니 소문이 밧줄을 사내의 얼굴로 던졌던 거구나....그 굵은 밧줄에 얼굴을 빗맞은 모양이다.... 꽤나 아프겠는걸.... 키 큰 사내가 맞은 듯 그는 밧줄 한쪽을 잡고 연개소문과 팽팽히 마주보고 있다. "어떡하자는 거야!" 키 작은 사내가 키 큰 사내에게 묻는다. "줄다리기를 하자는 건가? 방에 있는 놈이?" 서로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난 저놈들이 누군지 .. 알 것같다........ 키 큰 사내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밧줄을 휙 잡아당긴다. "힘겨루기라면 자신있지. 넌 좀 비켜봐!" "흥! 네놈!! 인사치곤 무례하기 짝이없군! 오널 네놈 사람 잘못 만났다! 우선 힘이란 걸 어떻게 쓰는 것인지 가르쳐주지!!" 저넘....디게 객기부리네.... 넌 지게 되어있어 임마...원래 주인공을 이기는 건 없다구...글구 아직 초반부야.. "이쪽으로 끌려나오기만 하면 이 밧줄로 네놈을 묶어 구들장 아래에 처박아주마!!" "흐흐흐..." 키 작은 사내가 클클거리며 웃었다. "덤벼랏 에이잇!!" 커다란 기합을 뱉으며 그는 있는 힘껏 밧줄을 잡아 당겼다. 그는 연개소문이 굴러나올줄 알았겠지만 끄떡도 않자 당황하는 듯했다. 밧줄은 팽팽하게 놓여진 채 한치의 우열도 가릴 수가 없었다. "핫!!" 그리고 소문의 입에서 일갈성이 터지자 키 큰 사내의 허리가 휘청 하더니 이쪽으로 끌려들 어왔다. 키작은 사내는 어어..하더니 뒤따라 들어온다. 후훗..그러게 못이긴 다고 하지 않던...... "우욱!!" 힘에 못 이겨 딸려오던 키 큰 사내는 그만 밧줄을 놓치고 옆쪽 바람벽에 부닥치고 쓰러져 버렸다. 아마 기절한 것이리라...... 푸하하하하~~ 저게 조연의 비극이지~!!! 헛..기뻐할 일이 아닌지도.... 저런 무지막지한 힘이면.......내가 위험하잖아???? 소문은 밧줄을 들고 키 작은 사내에게 다가가며 쩌렁쩌렁 외쳤다. "네놈도 순순히 잡거라!!" 키 작은 사내는 어쩔까 망설이다가 다시 한번 연개소문의 호령이 터지자 대결에서 승산이 판단을 내리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몰라 뵈었소이다..." 키 작은....에이씨...집어치우고 지보는 들어오자마자 소문의 발아래 엎드린다. 행패가 사그라지자 가게주인이 눈치를 보다가 관솔불을 밝혀 안으로 들어왔다. "고맙습니다. 저런 불량스런 놈들을 혼쭐을 내주시다니....술상이라도 들일까요?" "좋소." 주인은 굽실거리며 도로 나갔고.... 지보는 여전히 일어서지 못하고 있고...키 큰 사내였던 흑벌무는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하다. 그리고 그 처녀도 아직 남아있고 말야.....왜 안나가고 저러고 있지??? 아하....연개소문에게 반했나?? 이거 잘 됬군...........잘 된거.....지? 이제 이 여잘 연결해 주면 난 이 넘의 마수에서 벗어나겠는걸??? 하하하..그렇겠지...뭐야!!? 글자사이에 이 무수한 점들은!!! 딱딱 끊자구!!! 젠장..... 뭐 어쨌든......난 흑벌무에게 다가가 그가 입은 겉옷을 벗겨내 여자에게 걸쳐 주었다. 거의 다 찢겨 나갔었거든..... 그녀는 눈치를 보다가 얼른 팔을 벌려 옷을 입었지. 그러자 흑벌무가 의식을 차리고 벌떡 일어서지 뭐야... "흑벌무.." 소문이 그의 이름을 부른다. 어라..알고 있었어? "소문!!" 소문은 미리 알고 있었는 듯 하지만 그는 전혀 뜻밖이었는지 터진 이마의 피를 닦으며 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떠날 때는 인사가 있어야지...그래도 몇 년간 한솥밥을 먹고살았는데 말이야.." 그는 소문의 말을 씹고는 일어섰다. 하긴...흑벌무는 자존심이 대단하다......좀 쓸데없는 것에서.....자만감이랄까.... 음..잠시 설명을 하자면....흑벌무는 지보라는 아까 저 사람과 요동성에서 관리를 지내다가 죄 를 짓고 비류산으로 숨어 들어왔을거다. 음....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스승 마휴는 전력을 알면서도 그 아래에 이들을 있게 했고... 흑벌무는 지금 생긴대로 검은 피부에 붉은 수염을 가졌고..키는 소문과 비슷하지..책에서 보 니까 기골이 장대하다던가??? 성격이 포악하구 힘이 장사..무예가 출중...딱 맞는 소리야.... 참..그리고 지보는 약간 통통하구 키가 작은(작대 봤자 나보다는 크다....)남자라구 했어..흑벌 무와는 달리 서글서글하고 도량이 넓다고 하던가..... 하지만 뭐..작가는 소문이 젤 똑똑하다고 해 놨더라구....... 가끔 흑벌무와 싸웠는데.....그가 한번이기면 소문이 지고....소문이 이기면 그가 지고.. 뭐 이랬다는데...별루 싸울 이유도 없는데 스승 마휴가 연개소문을 편애한다는 말도 안돼는 이유로 소문을 미워했다고 하더라구....그래도 내가 초반부니까 이렇게 열심히 읽었지.. 후반부는 대강이었어..........틀릴지도 모르겠군.... 참...속 좁은 남자 같으니라구.....흑벌무.... 저 넘 지금 졌다구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인걸? "자만 하지마라! 오늘은 내가 너무 취해서 진 것일 뿐이니 오늘 진 빚은 반드시 갚아주마. 지보 가자!!" 흑벌무는 지보의 어깨를 쳤다. "이봐.. 그렇게까지 갈 거 없잖아? 곧 술상 내온다는데 앉아서 한잔 하구 가지?" 지보가 그를 달래려 한다. 그는 언제나 이 두 사람의 조정자이다.... "응? 그러자구.." 흑벌무는 말없이 지보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웃기지마!! 이놈하구 우리하구 무슨 상관이 있다구 그래?!" 흑벌무의 어조에는 격렬한 증오가 서려있다. 정말 쪼잔한 놈일세....뭐 그런걸 가지고 사내답지 못하게 질투하고 난리지??? "두고봐라 소문!! 널 내 앞에 무릎 꿇리고 말겠다!!" 그는 나가던 도중 힐끔 날 쳐다본다. 엥.....뭐야.. 날 째리지 말라구..... 내가 뭘 어쨌다구.... "허어..참....." 연개소문의 탄식소리만 내 귓가에 들려올 뿐이다... 이렇게 난리를 치는데 대체 뒤에 가선 어떻게 ........친해지는 거야? 혹시....여전히 이렇게 되는 거 아냐??? 우선 내가 나타난 것만 해도 역사가 뒤틀린 셈인데 말야.... 나 계속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젠장......내 맘대로 되어야지 말이지..... 그나저나....그 흑벌무의 눈빛......마음에 거슬려........ 5화 소란이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았다. 아무래도 소문은 어제 흑벌무의 말이 맘에 걸리나보군.. "그딴 것 신경쓰지 말라구..." 한마디 건네 봤지만 녀석은 고개를 끄덕일 뿐 말이 없다. "참. 소문 아침 먹어야지?" 저 자식 왜 저리 꿀꿀해 하는 거야....젠장.. 아침이라도 먹여야겠군. "어..그러지." 훗...안먹곤 못 버티지..... 오옷..밥이다!! 쌀밥과 나물반찬!! 올만에 보는걸? 여기 와선 제대로 된 밥 자체를 못 먹어 봤으니까. 솔직히 이 숙소에 오기 전엔 계속 산을 내려오고 있었거든.. 참으로 반갑구나...밥아. 숫가락도 반갑구..젓가락도 반갑구나.... 식사를 대강 끝내고 나자 어젯밤의 그 여인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오호...연개소문에 대한 미련인가...? 좋겠다....저런 야수 같은 남자가 뭐가 좋다구 이곳 여인들은 저 난리지? 흠...말갈족 처녀라고 했던가.... "저...어젯밤엔 너무 경황도 없었고....미처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저것 봐라..저거...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군. "그런걸 가지고 고마워 할 것 업소. 내 입장에선 불한당들을 혼내준 것뿐이니.." 에게...말은 그렇게 해도 속은 아닌 것 같은데? 하긴....5년을 동거동락해 온 친구들인데 적으로 돌리니 맘이 편할리 없지... 걱정말라구 연개소문. "....?" 내가 피식 웃어주자 그는 어리둥절한 듯 날 쳐다본다. 이 설의 스토리는 내가 꽉 잡고 있으니 말야... "그, 그래도 뭔가 보답을 .." 허어...저 여자 정말 대담하군..... 뭐해 소문? 여자가 저렇게 대쉬하는데.... 어랏? 거기서 날 왜 보냐? "뭘?" 날더러 어쩌란 거냐? 짐짓 암 것도 모르는 눈치로 시치미를 떼자 그는 한숨을 푹 내쉰다. "알겠소.." 그래..그거야...어서 저 윗방으로 올라가라구~ 그런데 이 넘이 뒤에 꺼낸 말이 가관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좀 구경시켜주겠소?" 그녀와 난 동시에 입을 쩍 벌린다..... 야~!! 연개소문!! 넌 이런 남자가 아니었어!!! 여자가 대쉬하지 않아도 네가 먼저 덮치는 넘이었다구!!! 여자를 피하다니......연개소문이 아니야... (연개소문이 바람둥이인 것은 아닙니다...그저..이 시대 남자들의 평소모습이려니 하고..) "응?" 우리 둘이 어이없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그는 확신을 걸 듯 되묻는다. 여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쯧..불쌍해라....제 딴엔 용기를 냈을 텐데..... "아....네..." 저런 바보~!! 이런 좋은 기회를....발로 차버리다닛.... 병신..바보....멍충이~!!!!! ...........근데.....내가..왜 이렇게 난리냐..... 저 넘이야 여자를 차던 말던.........- -;;;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문이 저만치 나가면서 나에게 손짓한다. "이봐, 뭐해? 어서 나오라구. 이곳 구경이나 해봐야지 않겠어?" 구경은 너나해 이 자식아~!! 라고 쏘아 붙여주고 싶었지만....우선 의지할 데가 저놈밖엔 없다... "..기..기다려..." 구경은 뭔 구경...어린애들처럼...젠장....좋아서 들떠하기는... 이래보니...의외로 순진한 면이 있잖아? 하긴..산에서만 20여 년을 살았으니...뭐.. 호오....고구려사람들의 실생활이 눈에 한가득 들어오는걸? 저 색색깔의 예쁘장한 옷들 좀 봐.... 준마를 타고 위용을 뽐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길다란 장창을 들고 늠름한 몸매를 자랑하는 자도 있고.... 여느 아낙네들이 바구니를 들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 모두 사극 드라마 속에서 빠져 나온 사람들 같다... 다만 다른 점은 그것은 꾸민 분위기가 역력한데 이 모습은 정말 자연스럽다는 것.. 귀엽게 생긴 동자하나가 나를 올려다보며 지나간다. 하긴....짧게 커트 한 내 머리가 이상해 보이기도 하겠군... 그런데..이거 자꾸 사람들이 날 보는걸? "이봐...소문..왜 자꾸 사람들이 날 힐끔거리는 거야?" 살며시 소문에게 다가가 물어보자 소문은 무심하게 대꾸한다. "네 눈이 보라색이잖아." "뭐? 그럴 리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내..눈이 보라빛???? 왜???? 그러자 내 주위에 서 있던 아이가 웃으며 말을 한다. "무지 예쁘다...누나." 헉......이 따식아......내가 왜 누나냐~~!!!! 머리 짧은 것 안보여?!!!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확 하고 쏠렸다. 으..이런 개쪽이.... "소문! 이제 그만 돌아가!!" "응? 왜?" 이 자식이...정말 능청스러운거야 순진한 거야...... "아 몰라!! 어서 가자구!!" 내가 팔을 잡아끌자 소문은 어어..하면서 내게 이끌려 온다. 어휴...젠장 쪽팔려~!!!! 해가 떠있을 동안은 소문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눔으로서 모자랐던 고구려의 지식을 좀더 얻을 수가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이라 봐야.....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어 등불이 하나둘 켜질 무렵..... 난 바깥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봐..왜그래? 누가 오기라도 했어?" 내가 주위를 넘 살폈나....-_-; 소문이 의아한 듯 묻는다. "아..? 아니...그냥......" 왜 그 여자 안오지? 한번 차였다고 아예 가버린건가?? 안돼!!! 오늘밤이 무섭다구!! 거기다 이 자식..지금 술 한 잔 걸친 상태란 말이야!!! "매향.." 헉...녀석의 끈적거리는 음성이 귓가에서 들려온다. 제발 좀 평범하게 다가오라구!!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읍.." 기습적으로 소문의 입술이 내 입을 막는다. 으아아아악~!!! 남자랑 키스했다!!?? 이럴수가......이 자식 더럽게 잘하잖아?!!! "으으으읍!!!" 아무리 녀석의 가슴을 밀어봤자...그 두터운 가슴은 바위 마냥 꼼짝도 않는다. 녀석의 혀가 내 혀에 엉겨들고 능숙하게 리드해 나간다.... 욱... "응....소..소문.....숨..이.." 내가 아무리 뭐라 해도 녀석은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힘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떨어져!!!!!! "저....." 헉...구세주다..... 말갈족 처녀가 문밖에 서있다....나이스!!! 소문은 김빠진 듯 입술을 떼더니 퉁명스런 목소리로 묻는다. "뭐냐." "저....." 여인이 몹시도 망설이자 나는 이때다 하여 얼른 소문을 밀어제치고 문을 연다. "어서 들어와요!" "예? 아..." 뭘 빼고 그러냐...어차피 그럴(?)려고 왔으면서... 난 그녀를 소문의 품으로 밀어 넣어 주고는 벌떡 일어섰다. 훗..의기양양한 표정을 띠고... "둘이 잘해봐~ 난 이만..." "매향...!" 소문이 날 불렀지만 난 그대로 문을 닫았다. "남자랑 여자랑 한방에 몰아넣으면 결과는 뻔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주인장. 여기 가벼운 걸로 한잔만 주세요." 내가 이곳 술을 아나....대강 그렇게 말하면 주겠지..... 흠..... 이곳 술은 되게 향기도 좋네.... 소주나 맥주 같은 거 보다도 향도 진하고..맛도 있고.... 문득 어두워진 바깥을 내다보자 사람들은 집을 향하는지 제각기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엇!!!? "흑벌무?!" 이곳에 흑벌무가 웬일이지? 흠.....기웃기웃거리는 행세가 더 이상한걸? 소문을 노리고 온 건가? 나가볼까? "뭐 하는 거죠?" 존대말 쓰긴 싫지만..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그는 내 목소리가 들리자 흠칫 놀란 듯 나를 돌아본다. "넌..." "소문은 이층에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안 가는 게 좋을걸...앗!! 갑자기 흑벌무가 내 팔을 움켜잡는다...소문과는 다른 아주 거친 동작..... ".....?" "제 발로 걸어들어 오다니.....횡재했는걸?" 무..무슨 소리야? 횡재라니..........그럼 아까 기웃 대던게 소문을 노리던 거 아니었나? "아얏...아파..." 정말 무식한 손 힘이다...젠장....저 시커먼 얼굴이 눈앞에 있으니 완전 호러군.. "놔!!"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데 내가 예의를 갖춰야 할 필요는 없겠지..... "허어...계집이 건방지게...." 그는 볼을 씰룩대더니 내 뺨을 후려친다. 철썩!! ...............나..살아있나........ 눈앞이 아찔하다....뺨은 살이 떨어져 나갈 듯 후끈후끈대고.... "얌전히 따라와....." 헉....날 어디로 데려가려는거야? "이..이것 놔아!! 아프다구!! 놓으란 말야!!" 내가 질질 끌려간다. 주위사람들은 내가 소리를 지르자 한번 쳐다보았다가 흑벌무가 무시무시하게 째려보자 금세 시선을 돌린다. "건방진 계집..." "아냐...난!!" 흑......이...이게...... "쿨럭.....쿨럭...으윽.." 흑벌무의 주먹이 내 배를 힘껏 쳤다. 인정사정 없는 자식........우욱....모든 게 올라올 것 같아.... 몸에서 힘이 빠진다.... 내 저항이 줄어들자 그는 만족한 듯 날 들쳐업고 어디론가로 걸어갔다. 어..디로...가는거야........욱...젠장...... 6화 "아악!" 정말 사정없이 녀석은 날 내팽개친다. 어욱..아파. 흑벌무는 성급하게도 날 덮쳐 누른다. "망가뜨려 주지.. 소문의 것은 무엇이든 부숴주겠다." ....흑벌무...? 놈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정말....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듯 하다... "놔..놔!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흑벌무는 비릿한 웃음을 흘린다. 부우욱! 옷이 찢겨나가고 놈은 그 자락으로 내 손을 치켜들어 묶었다. "아..아팟!! 이봐!! 난 여자가 아냐! 뭐..뭘하려고!!" 여자가 아니라고 하면 날 놓아 줄 줄 알았다..그런데 웬걸? 더욱 대담한 눈길로 나의 나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허리로 그 녀석을 휘어잡았군....크흐흐흐..뭐든 하룻밤 놀이개정도로 가지고 놀기엔 딱이지..." 놈의 어투에선 조금의 농담끼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이다... 정말..... 갑자기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의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오싹 소름이 돋는다. 왜...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지? 난....전생체험을 하러........ "흑!!"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신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온다. 녀석이 내 목덜미를 강하게 물어뜯었던 것이다.... "아파..앗..." 녀석의 애무는 거칠기 짝이 없다. 마치 동물을 다루는 듯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더럽게 매너 없는 놈... 앗차..이게 아니라......... 지금..이녀석.... "아악!! 아파!! 흑벌무.....아팟!!"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그는 날 놔주지 않았다. 이녀석...그 동안 쌓여왔던 한을 나에게 모두 풀고 있는 건가..... 윽....너무나 거칠고.....능숙하다..... "허억..." 일순 너무 놀라서 난 숨을 들이마시고 말았다. 날 누르던 손이 어느새 내 다리사이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뭐..뭐하는거야? 아....하..하지맛!! 거길.......흑벌....앗!!"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녀석의 손은 무자비하게 파고 들어온다. 난....너무나 무력하고 이 놈에게 반항할 여력조차 없다. 싫다.. 전신이 저놈의 손길을 거부하지만 당할 수가..... 태어나 처음으로 힘 앞에 눌리게 되는 느낌은.. 공포에 가깝다... 제길......누가 도와줘......... "흐윽......" "울어도 아무도 오지 않아. 이제 기분 좋게 해주지.. 울지 말라구." 필요없어!! 날 풀어줘!!! 하지만 아무리 울고 반항을 해도 이 녀석이 날 놔줄리가 없다. 젠장....더럽게 무력하다. 제기랄....빌어먹을...... 지금 소문은 그 여자와 신나게 뒹굴고 있겠지...... 젠장.....젠장!! 젠장!! 제기랄!!!!!!! 왜 이렇게 화가 나는거야!!! 싫어........ 도와줘.................소문.......... 콰장장창~!!! 바깥에서 무척 시끄러운 소리가 날카롭게 전해진다. "뭐야.." 흑벌무는 내 몸을 유린하던 손을 잠시 멈추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뭔가 이상하다..... 그 소리는 점점 이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매향!!!" 소문의 목소리다...... 제길....왜 병신같이 눈물이 흐르는거야...... 왜 이렇게 안심되지? 왜......... 그가 날 찾고 있다는 것만으로......? "소문....." 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흑벌무는 흠칫해서 내 입을 막는다. "소문이라고?" 그러나 여지없이 방문이 떨어져 나가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더니 잠시 방안의 상황에 말문을 잃었다. 전라로 벗겨진 채 흑벌무의 아래에 깔려 있는 내 모습이 그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알 순 없지만 그가 엄청나게 분노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이..개자식!! 흑벌무!!" 그는 미친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흑벌무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흑벌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나가떨어졌고.....그는 쓰러진 흑벌무의 멱살을 잡아채 또 다시 주먹을 날릴 자세를 취했다. "이..이..더러운..." "소문......" 목소리가 떨렸다. 붉게 상기된.. 그의 얼굴.. 대체 얼마나...어떻게 날 찾으러 다닌 거야.... 이렇게...거짓말처럼.. 내 앞에 나타나다니.... 그는 내 부름에 흑벌무를 내 던지고 나에게 다가왔다. "괜찮으냐? 다친 데는 없고?" 그의 커다란 손이 다정스레 내 뺨의 눈물을 닦는다. 빨갛게 부어오른 뺨이 약간 따갑지만 참을 만했다. "바보야.....그 여자는 어쩌고 온 거야... 내가 기회를 주었건만....." 소문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여자보단 네가 더 중요하다." 윽...그런 닭살 돋는 소린 집어치워! 하고 쏘아붙여 주려다 멈춰버렸다. 그는 진심인 것이다.. 젠장......일어서야 겠는데.....다리에 힘이.... "엇?!" 소문이 나를 번쩍 안아든다...뭐..뭔 일이래니??? "야!! 소문!! 날 내려놔!! 창피하게!!" "널 보고 남자라고 생각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안심해." 헉.......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거야? 그런데? 뭐? 남자라고 생각할 사람이 없어??? 젠장.........화내기도 지친다...... 어차피 힘도 없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젠장......달아오르는군......낯뜨거워.... 사내녀석 품에 안겨서 가야하다니........ 참... "소문." "왜?" "혹시라도 나중에 흑벌무가 위기에 처하면 도와줘야 되." "뭐?" 그는 인상을 쓰며 날 쳐다본다. "토달지 마! 알았냐? 도와주라구!!" 내가 억지를 쓰는 것으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이유를 설명하냐....미래의 일인데.. 내가 우물쭈물거리자 소문은 후.....하고 웃더니 알았노라고 한다. "그러지.." "매향." "왜..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 잖아." "넌 정말 신비한 아이다." "뭐?!" 7화 "괘, 괜찮으세요?" 객점으로 돌아오자 그 말갈족 처녀가 놀라며 우리를 맞는다. 우씨....이젠 내려서고 시퍼... 여자 앞에서 이게 뭔 꼴이야. 다리에 힘만 들어왔어도.. "괜찮아." 거기다 이 녀석 왜이리 쌀쌀맞은거야? 하긴...원래 관심 없는 것에는 좀 쌀쌀맞은 넘이긴 하지만.... "네....." "그만 물러가 주겠소? 내 친구를 좀 돌봐줘야 되겠으니...." "네.." 처녀가 조용히 물러간다... 억......저런... 불쌍해.. 사모하는 남자에게 차이고 쫓겨나다니.....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잖아.... <--니 처지나 좀 알아라....... 소문은 날 안은 채로 조심스레 침상에 누인다. "이봐.. 왜 그랬어. 차라리 내가 나가있을...." 소문의 눈동자가 내 말을 막는다. 그렇게 심각한 눈빛 짓지 말라구.....꿀리잖아.... "말했지? 그 여자 보단 네가 훨씬 더 중요하다구." "어? .....응." 이 자식....정말 사람 주눅들게 하네.....풍겨나오는 기백 자체가 나랑은 차원이 다른 넘이야.. 소문이 천천히 자신의 가슴으로 나를 눌러온다. "그놈의 품에 안겨있는 널 보며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뭐? ...이봐..소문..." 그..그건 여자들한테나 인기 있을 말이잖아?!! 헉....이미 자세가 내게는 너무 불리하다.... 이 자세 뭐야? 놈은 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두 팔로 교묘하게 내 몸을 제압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이야." "응?" 소문의 눈동자가 빨려 들어갈 것처럼 부드러운 빛을 띤다. "네가 처음이란 말이다..이렇게 내 가슴을 달궈놓은 존재는...." 어느 샌가 내 귀로 다가온 그의 입술이 귓불을 살짝 깨문다. "윽?! 소..소문......!" 이..이 녀석이 왜이래!!? 소문의 눈동자가 다시 날 향한다. 그 속엔...지독한 소유욕이 담겨있다. 설마....저것이 날 향한 것....이란..말야...? "아웃...소문!!" 젠장..이게 내가 내지른 소리라니.......ㅜ.ㅜ 녀석의 애무가 대담해진다. 젠장..산 속에만 묻혀 살았던 넘이 왜 이렇게 능숙한거냐.... 겨우 귓불을 몇 번 물었을 뿐인데 난 벌써 흥분해 버린 듯 하다. 헉......내가..나도 미친건가??? "이렇게 민감하다니......이런 몸을 흑벌무에게도 보여줬단 말이지?" "뭐?!" 뭐라고 대꾸하려 하자 그 넘의 입이 내 입을 막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딥키스..웃........ 헉.....너무 능란해.....이건 ..... 정신이 아찔해져 온다...이런 키스하나에도 힘이 빠진다.... 이..이러니 그에게 안겼었던 여자들이...모두 그랬군..... 끈적하지만 너무나도 부드럽게 내 혀를 감싸고도는 그의 혀가 떨어져 나가자 뭔지 모를 아쉬움마저 느껴질 것 같다. 아쉬움.......나도 이제 끝인가 보다.. 그런데......내가 왜 이렇게 선선히 이 넘을 받아들이고 있는 건가... 난 남자다.......이 넘도 당근 남자다.. 넘이 내 가슴을 마음껏 문지르고 있을 때 난 그 생각을 하느라고 저항을 멈췄다. 정말....왜 받아들이고 있지? 미친 듯이 저항해야 하는 거 아냐? 이거....이상한 건가? 흑벌무 때는 그렇게 싫었는데.....이상하게도 소문은 ......... 그렇게.................싫지가... "앗!! 으...." 어느새 바지가 벗겨져 있고... 소문은 능숙하게 내 다리사이로 얼굴을 가까이 댄다. "................." 어? ..뭐 하는 거야? 창피하게스리....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야!!? "이건 그놈이 남긴 건가?" 소문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다. "뭐?" 이럴수가..... 내 다리 안쪽에 ......키....키......키스....마크가.... 남겨져 있다~!!!!!!!!!!!! 그 자식 언제!!!??? "너의 이곳까지 손을 댔더란 말이지....." "소문! 소문.....진정해..진정...앗! 앗....아아." 바로 그 자국.....그곳에 소문의 입술이 와 닿는다. 그리고 단단한 치열의 느낌이 따끔하게 느껴지더니 이윽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날 본다. "이젠..깨끗하군..." 우, 웃기고 있네!! 이 자식..... 금세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허..헛소리말고....이젠 그만..." 헛.....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지금.....지금....엇다가 손을.....?!! "소문!! 뭘 하는거야!! 지금....앗아아앗!!" 몸 속에서 강한 이물질의 느낌이 ......... 윽...못 견디겠어...... "빼.....제발.....아욱.......욱..."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올 것...같아.... 몸이 뜨겁게 흥분되고 정신이 몽롱해 진다.. "가만 있어봐...좋아질거라구." 녀석의 손길은 부드럽기 짝이 없다. 정말 다정스럽게 느껴지긴 한데.....그 손이 지금 어디 있냐가 문제잖앗!! "악!!" 이물질의 느낌이 더 커졌.......... 욱......뭔가....올라올 것 같아...... 소문은 날 천천히 얼랜다. "울지말고........조금만 참아...." 은근히 느껴지는 녀석의 넓고 탄탄한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녀석도 굉장히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갑자기 소문의 몸이 앞으로 기운다. "헉.....? 아악!! 아아악!! 아파!! 아....아...." 순간 방안은 온통 내 비명으로 가득 차올랐다. 아윽...!!!!!! 아파....아파.....너무... 우욱...아...... 일주일 앓은 변비도 이렇게 ....아프진 않았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 소문의 것은 내 몸을 천천히 휘젓는다. 눈물샘에 홍수라도 난 듯 눈물이 흘러 넘친다.....욱..젠..장... "소문!! 악!!! 아.....파.....아팟....아....악....하윽!!" 이 미칠 듯한 아픔을 달래기에 좋은 무엇이 없을까..... 크윽.....뭔가 단단한 것이 느껴진다. 난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을 붙잡고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큭..괜찮아...매향..자..천천히..힘을 빼고...긴장을 풀어....너무 조이잖아?" 헉....이건....힘을 뺀다는 것 자체가 안돼... 너무 아파서 마비 될 지경인데...너 같으면 그곳에서 힘 조절이 되겠냐? "좀 더 풀어줄걸 그랬나.....너무 굳어 있었던 것 같군...." "악....으.....소문.....소문......." "왜 그래?" 소문도 꽤나 힘이 드는지 이마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너 이 자식........이래놓고 딴 여자랑......자면...........죽음..이야....." 헉.....내가 무슨 소릴?!! 정신마저 나갔구나!! 젠장... 갑자기 몸 안 가득히 뜨거운 것이 확 하고 퍼진다. 그러면서 뭔가가 후련해진다. ..................이젠 아프지 않아........ 소문은 피식 웃으며 땀에 젖은 내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반쯤 감겨 가는 내 젖은 눈꺼풀에 키스를 해주었다. "일생 너 이외는 안지 않으마." 웅......헛소리..................집어치.......우.....라구............... 8화 이곳에 온 지도 보름은 지난 것 같다. 웅...답답해... 메일 왔나 확인도 해보고 싶고..... 이런 말하면 안 되겠지만 학교도 가고 싶다... 왜 여기서 안 나가지는 걸까? 그리고....가장 중요한 내 전생은 뭐야......대체....... "자꾸 붙지마!!" 그리고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들러 붙는거야.... 그것도 자세가 요상하다. 꼭 내 뒤에서 날 감싸안듯 끌어안는단 말야... 남자인 내가 남자인 이 넘과 이런 자세를 연출해야겠어?? "사랑하는데 좀 붙으면 어떤가.." 소문은 아무리 내가 떨쳐내려고 해도 악착같이 등에 붙어있다. "사랑은 뭔 사랑!! 어떻게 그런 소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자꾸 그렇게 앙탈을 하면 오늘밤도......." 헉........ "아..아라써...붙던가 말던가 맘대로 해...." 내가 금세 사색이 되자 녀석은 풋..하고 웃는다. 하지만 이 녀석의 손아귀에선 벗어날 길이 없다. 그날도 하고 나서 사흘간 움직이질 못했다..... "젠장.....젠장...." "뭘 그렇게 자꾸 픽픽거리는 거야?" "알 거 없어.." 틱틱거리던 난 그 녀석의 손을 뿌리쳐버렸다. 허..갑자기 몸이 왜이리 기우뚱거리지??? 어라? 아참 여기 말 위였지!! 으앗!! 몸이 급속히 아래로 떨어진다. 낙마하면 무지하게 아플 텐데....젠장..... 턱... 뭔가 강한 팔이 나를 휘어잡는다. "괜찮냐?" 눈을 떠보니 연개소문의 얼굴이 눈앞에 있다. "어..어.....괘..괜찮아." 문득 녀석의 팔로 눈길이 간다. 정말 알맞게 부푼 근육은 그가 여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것처럼 탄탄하고 멋진 사나이의 팔을 연출하고 있다. 허...이 팔에 안기다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린다..... 으아아아!! 이런 계집애 같은 상상을 하다니..... 어라......그런데....뭐야...이 할퀸 듯한 상처는.... "이건 뭐야?" 내가 가리키자 그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팔을 감춘다. "아니....별거 아냐." "아니긴 뭐가 아니냐.. 손톱으로 긁힌 상천데?" 설마..이자식 여잘 안았나? 아닌데..... 나하고 같이 다니는 보름 내내 나랑 같아 잤으니....<--오해는 말길.. .......!! 아..그렇구나...... 그날.....내가 아픔을 완화하기 위해 손톱을 박아 넣었던 기둥이...... 소문의 팔뚝이었군.......(무슨 팔뚝이 기둥 같냐..) .......................이거 찔리잖아....... 나도 저런 상처를 내놓고 나만 아프다고 욕을 퍼부었으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니 더 미안하군...... "저기......" "응?" 소문이 고개를 내민다. "아니......안 아팠어?" "뭐가?" "그거...... 팔에...." 젠장......그냥 물으면 대답이나 하지..... 그는 작은 콧바람을 낸다 웃고 있는 건가..... "매향, 고개 들어봐." 그가 내 가슴을 감싸안고 있던 팔을 올려 내 고개를 잡아 올린다. 헉...눈이 올라가니 바로 위에 소문의 얼굴이 버티고 있다. 젠장...앉은키도 무지하게 크잖아.....나보다 목 하나가 더 크다니.... 소문의 눈동자는 매섭지만 맑고 깨끗하다. 바로 앞에서 보니 확연히 느껴지는군..... "이까짓 상처야 아무 것도 아냐. 네가 더욱 아파했으니 말이다." "쳇....그래?" 괜히 걱정했네.... ".....목 아프니까 이만 손놔." "그러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휙 다가온다. "..읍?" 헉... 또.....이 녀석이..... 한번 키스를 시작하면 내가 버둥거리기 전 까진 놔주지 않는다. "읍..우웁!! 소...소무...운..으.." 내가 말 위에서 하도 난리를 치자 그는 할수 없이 날 놔준다. "푸하!!" 겨우 숨을 쉬게 되어 숨을 몰아쉬는데 소문이 뒤에서 한마디를 던진다. "이제 슬슬....쌓이는데...?" 뭐.............. "....뭐..뭘...?!" "오늘 여관으로.." "앗!! 소문 저기 좀 봐!! 다왔어!!" 순간적으로 난 말을 돌렸다. 또 안기라구?!! 수치심은 둘째치고 허리가 꺾일 뻔했는데 뭐??? 그날도 내가 의식만 잃지 않았으면 다 세어 놨을거라구!! 나쁜 넘.....기절했는데도 계속하다니.... 소문은 정말 다 왔다는 걸 알고 입맛을 다신다. 말을 놓쳤으니....아무래도 조심하자...... 조심이 살길이야.............내 허리......젠장......... 주위를 살피니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넓은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산성자다." 산성자라.......음....성의 이름인가 보다..... 굉장히 넓은 광장.... 연무장도 있고.....무술 연마하는 덴가? 근데 왜 이렇게 사람이 몰리지? 내가 소문을 올려다보자 소문은 짤막한 대답을 해준다. "아무래도 무슨 행사를 하나본데.....오늘..." 성의 문이 모두 열려있고......평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걸로 봐선.. 혹....이것이 무협영화에서 보던 무술대회 같은 건가? 아..맞다......그러고 보니......여기 군주.....인 가....뭐라는 인간하구..... 해구라는 장수 던가? 그 두 사람의 견제로 인해 더 치열했던 무술대회라고 읽은 것 같다... 음......주위를 둘러보니 우리가 젤 튄다. 다른 사람들 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소문이 있어선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눈길에 나한테로 쏠리는데......왜..앗차.. 내 눈이 보라색이랬지.......그래서 보는걸까? 하지만 뭐 어떡해.....앞머리가 긴 것도 아니고...... 눈을 가릴 수도 없다구... "이봐. 매향." "좀..그 이름으로 부르지 않음 안돼?" "그럼 뭐라고 부르지?" "뭐........진 대협이라던가......" 음....그러고 보니 할말이 없군......하지만 저 이름은 .....싫어.......!! "그냥 매향이 더 낫다. 너와 아주 잘 어울려....." "제발......그런 소리 좀 하지마......난 남자라구....매화향기라는 이름이 어디가 어울..흡.....!!" 억...이 자식이 또!! 이 사람 많은 데서.......... 놔!! 소문!!!! 으아아아!! 모두들 쳐다보잖아!!!!!! 내가 미친 듯 때리고 발로 걷어찬 다음에야 그는 날 놔주었다. "나..나쁜.....놈...." 난 씩씩거리며 얼굴이 시뻘개졌다. 하지만 사람들 모두 놀래서 눈이 화등잔만해진 이 상황에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세상에......지금도 아니고 고구려에서.....대 낮에 .....대낮에...... 남남이 키스를.........우어어어어~!!!!!!!! 난 이제 죽을래!!!!!! "정말 아름다운 처자군...." "저 사내....어디가서 저런 처자를 얻었지?" "몸매도 늘씬하고.....얼굴도 경국지색일세..." "그러게...몇 백 년만에 한번 나온다는 미인 서시 같구만...저 사내가 제 여자라고 자랑할만 한데...." .....이.....이봐 아자씨들.....지금 그거 나보고들 하는 소리야??!! 내가? 내가? 내가아아아??? 으아아아!! 안돼!! 이런 소리 듣고 나 살아야해?!! 난....건장한.......건장은 좀 찔리는군.....소문 이 넘탓에... 남잔데......이봐여....아자씨들..............나 남자예여............... "알았지? 넌 이제 내 아내야." "뭐..읍!!" 소문이 내 입을 막았다. 물론 손으로...... 말이 안 되자 몸짓으로 그 부당함을 호소하려 했지만 소문은 날 와락 끌어안아 그것조차 막았다. 그리고 그대로 날 번쩍 들어 휘적휘적 걸어갔다. "자.. 마누라 갑시다." "읍!! 으읍!! 우으으!!!" 뒤에 남은 사내들의 부러운 눈길.........이라니..... 난 남자야!!!!!!!!!!!! "내가 왜 네 아내야!!" 내가 히스테리를 부렸지만 소문은 태연하게 술을 따르며 대답했다. "나랑 하룻밤을 잤잖아?" "뭐....그건 니가...." "아아.. 됐어. 어차피 난 널 놔줄 생각도 없고 영원히 내 곁에 둘거니깐 내 아내나 다름없 어." "뭐시라고......" 소문아......그게 니 맘대로 될 것 같냐........ 난 언제 갈지 모르는 인물이다.... 내가 나가기만 해봐.......이 딴 곳으로 다신 오나........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마상 경기장이다. 물론 우린 군중으로 껴있지... 방금 이곳의 성주라는 가륵이 그 비만한 몸을 이끌고 축사를 읊었다. 으.....뭘 했길래 저렇게 비곗살이 넘치지?? "음....세력이 두개로군...." 소문이 나직히 말했다. "응? 세력?" "저쪽을 봐." 소문이 가리킨 대로 바라보자 군중의 환호와 함께 한 청년 장군이 등장한다. 아..저 사람이 해구라는 장군인가...... "지금 환호를 받은 저 사람이 해구라는 장군이야. 이번 무술대회는 저.." "음....성주 가륵측과 새로운 세력 해구측의 신경전이라 그거지?" 소문은 약간 놀란 듯 나를 쳐다본다. "그래.." "일개 장수인 사람이 성주보다 더한 환호를 받으니 성주인 가륵..저 비곗덩어리가 좋아할 리 가 없겠지.....당장이라도 밟아 뭉개고 싶겠지만 지금 나온 저 해구란 사람은 폭정을 행하는 가륵을 견제하고 백성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상승하고 있는 세력이란 말이야.....그러니 성주 도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고....결국 이런 대회를 미끼삼아 이기는 쪽이 다음 대회까지 세력 을 쥔다....뭐 이런 거 아냐?" 소문의 얼굴이 경악에 가깝다. "혹시.......너......." "응?" "백년 묵은 구미호냐?" 컥.....무..무신 헛소리야....... 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고 있자 소문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내 생각을 훑어 낸 것 같아.....넌. 정말 현명하구나..." "아......그래???" 당근이지 임마............그걸 모를리가 있냐.......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몹시 부끄럽군..... 어..마상경기가 시작되려나 보다. 음......가륵 측과 해구 측의 장수들이 나서서 싸우는가 본데...... 어.....저 여잔 뭐야? 아~!! 가화다~!! 연개소문의 인생에서 늘상 안 좋은 부분만을 건드리는 여자...... 저 여자의 결말이 어떻게 되더라??? 헉.....잠깐만....... 연개소문하구 저 여자하구 몇 번이나 정사를 하는데....... 그..그건 어떻게 되는거지....... "호오....미인...." 하긴 미녀긴 미녀다....... 너무나 교태로워 보여 난 별 감흥이 없지만....... 소문 이자식도 푹 빠져 있겠지? ..에...... 소문은 날 쳐다보고 있다. 마치........니가 더 낫다.......라는 듯한 미소로..... 난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다.... 빨개진 얼굴을 들킬 것만 같다....젠장... 왜 저렇게 웃는 거야??? 하지만.......왠지 한편으론 기쁜.......마음이......... 이해가지 않아!!!!!!! 아.....젠장!!!!! 9화 흠...가화가 마상경기에 필요한 공을 놓고 나가자 곧 선수들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참..가화는 성주 가륵의 딸이얌.. 말 위에 탄 장수들은 모두 갑옷에 투구를 써서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난 한가지 사실을 알고있지... 이건 소문도 모르는 비밀이지... "시작한다!!" 시합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고 곧 격한 모래먼지가 경기장에 인다. 휘유유~ 대단한걸? 흠...마상경기.....라곤 하지만 말 위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경기..... 상대방을 밀쳐서 말 위에서 떨어뜨리면 이기게 되는 거야. 물론 난 구경꾼의 입장이기 때문에 아무런 긴장도 되지 않았어. 정말 치열하다.. 저 거친 몸싸움이라니.... 쇠로 만든 갑옷이 갈라져 버릴 것만 같은 기백이 관중석까지도 전달되어 올 것 같아.. "멋진걸..."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소문이 한마디한다. "나도 출전해 볼까?" "무슨 소리야..이미 접수는 끝났잖아." 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군.." 그러면서 소문은 쓰게 웃는다. 왜 저러지? "아!!" 갑자기 사람들의 탄성이 터진다. 어라....가륵측의 장수들이 한 명만 빼고 모조리 떨어졌는걸? 이 사람들은 지금 입이 찢어져 있구만... 자신들을 악착같이 괴롭히던 가륵의 병사들이 지고 있으니..좋을만도 하겠지.. 하지만 이봐..섣불리 단정 짓지들 말라구.. 가륵 측은 한 명 그리고 해구 측은 세 명이 남았다. 이건 누가 봐도 해구 측이 유리하다. 관중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소문은 어떻게 생각할까? "소문 누가이길 것 같아?" 갑자기 뒤를 쳐다보며 내가 질문을 던지자 소문은 멀뚱히 나를 본다. 훗..너 잘 대답해.. 여기서 잘 못 대답하면 영원히 내 빈축을 살테니까.. "저.....하나 남은 병사." 어? .......알고 있군..... "어떻게 알았어?" 엇차!! 이런...이렇게 말하면 안되지... 내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려는데 소문이 내 뒤를 가리킨다. "이미 저 병사가 나머지 병사를 모두 쓰러뜨렸는걸?" "뭐?!" 헉..... 정말이잖아? 그 장수는 마지막 적마저 몰아내고 쇼맨쉽이라도 보여주듯 관중들 쪽으로 한번 돈다. 백성들이 모두 그 장수에게 함성을 보내고 있다. 바보들 아닐까....가륵 측의 장수라구.....이겨봤자....좋을 것도 없잖아.. 상당히 멋진 전투였는데!! 못봤다!! 으아아!! 젠장.......... "굉장해... 내 저렇게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은 흑벌무 외에는 보지 못했어.." 그래그래....감탄해라.....감탄해..... 어라? 그 장수가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얼굴이 점점 드러나자 소문은 깜짝 놀라고 만다. "흐..흑벌무..?!" 그래.....그는 흑벌무였다. 포악하고 사납긴 했지만 그 무예만큼은 소문과 견줄만한 사나이... 그가 우리를 발견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문은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와아아아아~~!!!!! 그가 계속 군중주위를 배회하자 사람들은 그의 멋진 경기모습에 아낌없는 환성을 보내주고 있었다....제길..난 책으로만 봤을 뿐인데.. 정말 멋있었나.....못 봐서 한이....아..이게 아니지.. 정말..... 이 사람들 멍청한 거 아닐까? 흑벌무는 해구쪽 장사가 아니야.... 정말 어리석은 것이 민중이라고 하더니....... 그렇게 가륵에게 고혈을 빨리고 있는 저주 없는 저주 다 퍼부었을텐데.. 아마도 이들이 이렇게 환호하는건 역전승이라는 짜릿함이 아니었을까.. 거의 다 져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흑벌무라는 장수가 그 불리한 상황 속에서 세 명을 모조리 물리치고 시원스레 이겨버렸다. 흠...가륵의 입이 찢어지고 있군... "기뻐 하지말라구.. 어차피 이 사람들은 당신을 성원하는 게 아냐.....가륵.." "응?" 소문이 묻는다. 어라..들었나.. "아냐. 암 것도." 그래...이 군중들은 가륵을 칭송하는게 아니라 한 인간의 성실한 분전태도와 멋진 승리에 대한 것을 칭송하고 있을 뿐이다. 어리석은 인간......... .....무어야...내가 왜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으...머리에 쥐나겠다. "소문! 시합도 끝났고 우리 그만 나가자." "그러지.." 객점으로 들어 온지 한참.... 소문은 뭔가 고민이 생긴 모양이다.(나에겐 다행이군...)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난 그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어쩌면 괴로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능력이라고 생각해야지....뭐... 아직 그는 청년기....마음이 많이 흔들릴 시기니까.. 나 같은 사람이 있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몰라... 쳇..... "이봐 소문, 들어간다." 방은 불이 켜져 있지 않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저쪽 침상에 누워있는 소문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눈에 들어온다. "자는 거야?" "........" 이렇게 일찍 잘리가 없는데..... "소문?"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소문이 나를 홱 잡아당겨 품에 안는다. "흡!!" 놀란 나는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 품에 안겨들어갔다. 헉... 방심했다. "소문!!...." "기회란 걸 잡은 거야...." 역정을 내려는데 귓가로 들려온 소문의 음성이 착잡하다. "응?" 우선 잠시만 이대로 있어볼까.... 날 끌어안은 팔이 가볍게 떨리고 있지만 않았어도 발로 걷어찼겠지만...... "난 다짐했다. 날 압도했던 광개토대왕의 비 앞에서.......난 다짐했어.. 그런데..지금 내 꼴이 우습군...기회란 쉽게 오지 않아." 지금 연개소문이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건지......난 알고있다. 조금 더 들어줘야겠지.. "흑벌무 같은 범인도....기회를 잡았어...가륵의 아래서 그렇게 떳떳이 빛나는 모습이라니.....하 지만 난............" 두려워서 떠는 것일까? 아니......그는 분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흥분 때문에 이리도 떨고 있는 것이다...... "흑벌무 같은 범인도.....기회를 잡았거늘.....!" "소문....." 팔을 뻗어 소문의 두꺼운 팔뚝을 만졌다. 내가 생각해도 꽤나 부드러운 스킨쉽이었을 것이다. "걱정 말라구, 인생에서 기회란 여러 번 오는 것이니까...범인들은 우연히 다가온 기회를 움 켜잡지......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기회가 오길 기다리는 거야......물론 오는 족족 다 잡아 챌 수 있다는 건 아니야. 열 번 중 한 두 번?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이 필요 해 오랜 수련과 자기 성찰을 통해서 그런 기회가 다가오게 만드는 거지..... 너도 날짜를 집어내는 연습을 통해 한해동안의 천기를 알 수 있잖아? 기다려봐.....그리고 노 력하면 언젠가 커다란 기회가 너에게도 올 거라구..이렇게 초조함에 떠는 모습은 정말 너답 지 않아." 문득 놀랐다.....내가 이런 소릴 다 하다니.... 뭐야...이 현자 같은 소리는........ 허나 소문은 놀라움과 경외감이 섞인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짜식이 챙피하게...뭘 그렇게 쳐다보냐? "절대로...." "응?!" 갑자기 날 안은 팔에 힘이 꽉 들어간다. 야!! 숨막혀!! "절대로 널 놓아주지 않을 것이야......... 매향... 난 절대로...." 소문의 음성이 떨리는 듯 하다.....착각인가? 하긴.....그의 가슴에 파묻힌 채론 알 수가 없지.... "내가 뭐 네 마누라냐? 놓아주지 않게..." 짜식이 저렇게 낯뜨거운 말을 서슴치 않게 한단 말이야..... "이제 그만 팔좀 풀지 그래?" "이대로 안고 잘 거다." "뭐야?!! 야!! 놔!!" 나의 저항은 정녕 헛된 것인가.....젠장.........ㅡ.ㅜ 이, 이대로 자야 된다구?!! 싫어!!!!!!! 10화 "흐..흐갸아아아악!!!!!!" 뻐억!! 이..이 자식이......또?!!!!! 저만치 나가떨어진 파렴치한 변태녀석은 강타당한 머리를 어루만지며 잠에서 깬다........ "뭐..뭐야..." 그 넘은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날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하냐...지금 나 도발하는 거냐?" "이 쐑!!!!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나 알아!!" 저..저것이........ "...내가 뭘? 왜 그렇게 홀라당 다 벗고 있는 건데?" ....어허.........통재....라..... 저..저놈의 자식이 지가 해놓고 잡아떼네..... "니가 벗겨.......었잖아아!!!!!" 내가 시뻘개져서 소리를 질렀지만 소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머리를 긁는다. "그래? 잘 모르겠는걸." "저......저.......저......" 내가 분함에 말을 더듬어 대자 소문은 씨익 웃으며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간다. "아침 안 먹어?" ...........................으...허........허....... 웃자.....웃어.....젠장......ㅜ,ㅜ 어젯밤에 저 넘을 죽여서라도 내가 떨어져 자야했어.. 혹시 자다가 뭔 일 당한 건 아니겠지.... 몸을 둘러봤지만 키스마크 같은 거나 허리가 뻐근하다는 반응은 오지 않는다.. 하긴 저 넘에게 안기면 뻐근? 거의 죽을 지경이 되는데 뭔 뻐근... "오늘도 구경 갈 거지?" 만두를 입에 쑤셔 넣으며 소문에게 물었다. "........" 그러자 소문은 내 먹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말이 없다. "뭘 보고만 있냐? 안 먹어?" "신기하군." 난 꾸역꾸역 씹던 만두를 삼키고 소문을 쳐다보았다. "........뭐가?" ".....넌 그렇게 아귀아귀 먹는데도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는구나.." ".......- -;;;" 지금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냐......소문아......;;; "정말 아름..." "됐어! 됐어!! 고만하라구!!! 그 뒷말 듣고 싶지 않아..." 어휴...... 그러나 소문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되려 묻는다. "아름답다는 소리가 싫으냐?" 당근이지!!!!! 넌 아름답다는 소리가 좋냐!!!! 내가 싸악 째리자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만두하나를 집어들었다. 첨부터 그렇게 먹을 것이지... 젠장.....소화 안 돼게.... 대강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오널 열리는 무술대회를 보기 위해 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발....... 부탁이예요......... .....제발..........................좀......그렇게 동물원 원숭이 바라보듯 쳐다 보지 좀 마요!!!!!!!!!! 난 시선에 익숙한 편이긴 하다. 내가 워낙 스포츠분야를 잘하고 좀 삐까하게 생긴 넘이다 보니.. 그런데 이건....완전 .......스토커 같은 집요한 시선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젠장... 대체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 길래 남자들까지..아니 거의 다 남자다.. 하여튼 침흘리며 보는 거냔 말이다........ㅜ.ㅡ 끊임없이 사람들이 시선이 쏟아지자 뭔가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 "에..?" 소문의 넓은 등이 눈앞에 서있다. 그가 가로막자 찌르듯 느껴지던 시선들이 한결 덜 와 닿는다. 흠...... "가자." 에..너 왜 음성이 굳었냐? ......뭐 화났나? "어서 따라와." 갑자기 소문이 내 팔을 낚아채 성큼성큼 걸어간다. "앗! 소문.." 내가 그를 불렀지만 그는 막무가내다. 문득 우리의 위로 그림자가 비친다 그림자?! 히히히힝!!!!!!! 말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리더니 한 남자가 낙마를 하여 떨어진다. "으아악!!" 그는 벌떡 일어섰지만 들고있던 깃대가 부러져 낭패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기가 부러졌다.." 지켜보던 군중들이 수군거렸고... "영기가....이놈이!!" 그 병사는 분통이 터지는지 부러진 깃대를 들고 소문을 후려쳤다. 헉........이건 행렬이다.. 아마도 해구 장군 측의 사람들이 오늘 무술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출정하던 도중 우리랑 맞닥뜨리게 된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쪽을 상징하는 깃대를 부러뜨린 것이다. 큰일이군.... 여러차례 얻어맞던 소문이 갑자기 팔을 뻗어 내려치던 병사의 팔목을 잡는다. 그리곤 소문의 발길이 턱에 닿자마자 저쪽으로 나가떨어진다. 정말...무지막지한 위력의 발차기다.... 그 병사가 넉다운되자 다른 병사들이 대 여섯 명 우리주위로 몰려들었고.. 다들 하나같이 체구가 크고 힘도 세 보이는 위인들이라 난 잠깐 긴장했다. "내 뒤에 가만있어." 소문은 그렇게 말하곤 순식간에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가만있으라니......꼭 짐짝 같다는 느낌이 들잖아.....젠장.. 하지만 난 어쩔 수 없지.. 뭘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빠른 몸놀림....그리고 하나하나 위력이 실린 그의 몸짓에 다섯 명의 병사들은 모두 길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그러자 또 다른 병사들이 분수를 모르고 달려든다. 못 이길텐데.... "멈춰라!!" 붉은 색의 갑옷을 입은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에 모두들 동작을 멈췄다. 아..금검이구나.. 금검은 해구 아래에 있는 장수로 제일인자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는 날래게 말에서 내리며 소문 앞에 나섰다.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왜 소란을 피우느냐!" "언제 사과할 틈을 주었소?" 금검의 질책에 소문은 태연하게 맞선다. 잘한다 소문! ...엉.. 응원할게 아니군.... 소문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기세를 보이자 금검은 화를 풀고 소문의 어깨를 툭 친다. "영기가 부러진 건 불길한 일이 아니라 당신같은 장수를 만나라는 길조였는지 모르겠소." 금검의 목소리에 가식이 없다. 소문은 그제야 경계심을 풀고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었다. "노상에서 이럴 게 아니라 군막에 가서 수인사나 합시다." "......." 소문이 잠시 나를 돌아본다. 얼레..난 뭐 하러 보는 거야? 맘대루 해.... 금검은 소문의 시선을 따라 멀뚱히 서있는 나에게로 시야를 돌리더니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부하에게 명령한다. "내 말을 데려와." 옆에 서 있던 군졸하나가 얼른 달려가 은안장이 반짝이는 말 한 필을 끌고 온다. 잘은 모르겠지만 영민한 준마인 듯 하다. 금검이란 장수의 말이니 우둔할리는 없겠지. "아름다운 아가씨를 걷게 할 수는 없지요. 제 말을 타시오." 어.......... 그거 나한테 한말....?! .......이보셔!! 금검아저씨!!!!!!!! 내가 어딜 봐서 여자야!!!!! 어우!! 젠장!! 여기 고구려 사람들 다 왜이래!!! 내가 발작을 하려하자 소문은 얼른 내 입을 막더니 말 위에 태운다. 그리고 자신도 그 뒤에 올라탄다. "부인, 가시지요." ............................................소문.............. 두고보자........ 안 그래도 시선 때문에 미치겠는데 말 위에 타니 돌겠군.... 허어....빨리 벗어나고파....... "..뭐라..구요.." 소문은 잠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해구와 금검은 아까부터 난리다. 소문이 흑벌무의 동문수학한 친구란 것을 알곤 스카웃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난 나 하나만의 영달과 출세를 위해서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오. 조국 고 구려의 영광을 되찾기 위함이오. 조국은 지금 곯지 않는 곳이 없고..위로는 조정대신들의 사 치와 허영..아래로는 나라 방방곡곡의 미관들이 사복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소이다. 그 틈에 서 백성들은 어육이 되어가고 있소. 망국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소. 기울어져 가는 내 집을 보고 어찌 가만 있으리오?" 그의 말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자신의 편이 되어 흑벌무를....정확히 말하자면 가륵을 물리쳐 달란 것이겠지. 흠...광개토 대왕과 장수왕의 시기가 고구려는 최대의 전성기였음이다. 그들이 쌓아놓은 그 많은 업적들은 근 이 백 년간 뛰어난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음으로 인해 모두 갉혀 먹히고 있다. 쇠하면 성하고 성하면 쇠하는 것이 불변의 법칙이니..고구려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겠지.. 최전성기 때 강성의 유산을 지금 위인들은 하릴없이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쯧.. 왜 이리도 한심한 걸까...... 그리고 난 왜 이런 말을 하는걸까...... 내가 역사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말을 지껄이 만큼 정통한 것도 아닌데...... "고구려는 근 이 백 년간 너무나도 위태롭게 평화를 지탱해 왔소이다. 이제 국력을 쌓고 병사를 확보한 이웃나라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오.... 가륵은 내가 딴뜻을 품고 모반을 일으킨다고 말하고 있지만...그것은 아니외다." 해구의 토로는 끝이 없다. 소문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뗐다. "무엇 때문에 날 시험하지도 않고 처음 대면에 그런 말을 들려주는지 ...모르겠소." 그래..당연히 궁금하지.... 해구 같은 유명한 사람이 무명의 소문을 데려다놓고 이렇게 일장 연설을 하는건지.. "겸손하지 마시오.. 이미 고명은 듣고 있었소이다." "고명이라고요?" "가륵이 당신을 찾고 있소이다." "가륵이.....날 왜?" "흑벌무의 동료란 것 때문이오. 지보란 장수가 당신같이 출중한 기량을 가진 용사를 천거했 기 때문이오." 소문은 약간 충격인 듯했다. 자신을 천거하다니...... 어느새 기회는 와있던 것이 아닌가..... "어쩌시겠소. 우리를 도와주시겠소?" 웬간 하면 도와주면 좋겠지만........... "생각해 볼 시간을 주시오." 소문의 대답에 그들은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소문..... "왜 망설이시오?" 놀란 금검이 묻는다. "너무 갑작스런 제의라 그렇소.." "하지만......당신은 내가 누구이고 이분이 누구신지 잘 알면서 이곳으로 오지 않았소." 금검은 이해할 수 없다 는듯 다그쳤다. "따라왔다구 해서 꼭 도와주어야 할 법도 없지 않소?" "그럼 ....왜 따라온거지요?" "무사의 예의요." "소문! 그럼 당신 가륵에게 가겠다는 것이오?" "그런 것은 아니오." "다시 한번 생각....." "좋은 충고와 호의는 잊지 않겠소이다. 돌아가서 좀더 생각해 보겠소. 무명의 필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오. 난 보잘것없는 소인에 불과하오이다. 자, 고마웠소." 인사를 끝낸 소문이 날 데리고 군막에서 나왔다. 금검이 뒤따라 나올듯 했지만 우리는 금세 군중속으로 섞여 들어가 그를 피했다. 그리고 곧바로 무술 경기장으로 향해 시합을 관전했다. 검술경기는 해구 측의 완승으로 끝났고... 권법 유술 경기라고 서로의 무술을 펼치는 경기는 흑벌무 혼자 장판을 휩쓸어 버렸다. 이른바 콜드게임이라고나 할까... 흑벌무의 권법솜씨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것은 소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판을 휩쓸 솜씨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또 한번 충격을 받은 듯했다. "소문." 내가 그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자 그는 괜찮다는 눈으로 날 돌아봐 주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날이 저물자 우리는 객점으로 돌아왔다. 일찍 식사도 끝냈고..뭔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 둘은 서로의 침상위에 앉아 있었다. "매향." 그 침묵을 깬 것은 소문이었다. 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지만 이미 어둑해진 방안에서 잘 보였을진 알수 없었다. "넌..알고 있느냐?" "..........." "내 마음을 말이야.... 마치 귀신 같이도 넌 내 속을 짚어내니.." 고개를 끄덕여야 할까....... 알곤 있다. 난 훤히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말이다. 쪼잔한 것에 얽매이는것이 싫다. 물론...해구의 말도 금검의 말도 옳다. 조국의 애향심이 없는것도 아냐. 나도 한순간 피가 끓어 올랐다. 하지만..........난 사나이다. 야심이 가득한 사나이라구....그 아래서 만족할 수가 없다. 난 권세도 재물도 명예도 모두 가지고 싶 은 야심에 차 있어..........." "서두르지 말어. 소문." "음....?" "서두르지 말라구. 기회는 올테니까...아니..기회가 오지 않는다구 서두를 건 없어. 천천히 기 다리라구..내가 어제도 말했지? 스승님의 말을 떠올려봐." 난 더이상 해줄 말이 없다. 이 말을 끝으로 연개소문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책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오늘 밤엔 소문이 내 침상으로 들어오지 않길 빌며....... ========== 징합니다요..-_-; 달라진 건 하나두 없고.. 그저 ...틀린 글자정도...수정했습니다요..^^;; - 마치..옛날의 토란 동을 보는 듯 하군요.. 뭔지.향수가..생기는 것이... 퍼 가는 것 허락해 드리겠습니다^^ - 여기까지가 이수님의 허락메세지입니당. ^^ 제가 젤루 조아하는 이수님의 설입니당. 잼있게 읽어주세여 ^^(좀 깁니다...) ---------------------------------------------------------------------------------- 44 전생 ...좀 편집해 본것...1부 1~10 R.조로 01/18 78 프롤로그부터..10편까지입니다.. 이 부분은..허락맡으신 분은..퍼가셔도 좋습니다. 진짜...양많습니다요..ㅜ,ㅜ 11화 오늘은 음....아마도 가륵 측 인간들하구 해 구측 인간들이 1대 1로 맞짱 뜨는 날일 것이다.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아 보이는 소문을 이끌고 난 광장으로 갔다. 흠..지금 광장 안에는 두 용장이 싸우고 있다. 흑벌무하고....해구측의 제 이인자라고 불리는 기자란 이란 남자다. 여러 가지 무술을 겨룬 결과 가장 뛰어난 두 사람이 남게 되어 맞붙었단 소린데.. 결승전까지 올라온 인물들은 가륵측의 위열, 흑벌무 해구측의 기자란, 금검이었다. 결승은 완전 무장을 하고 말 위에서 각자가 가장 자신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자유롭게 대적해서 승부를 가리는 것인가 보다.. 죽이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둘의 기세로 보아 우선 죽이고 나서 무마를 하겠다...라는 입장 같다. 저런.. 치사한 넘들.. 아까 흑벌무와 기자란의 숨막히는 열전이 있었지만 난 어차피 승부의 결과를 아는터라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허나..마지막에 그가 기자란의 팔을 잘라내는 장면에선 좀 섬뜩함을 느꼈다. 그가 이기자 가륵측에서는 승리의 군악이 터져나왔고.. 아마 보지 않아도 해구측에서는 소문을 놓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삼고 있으리라..... 그리고 금검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겠지.. 난 소문을 슬그머니 뒤돌아보았다. 내가 씽긋이 미소를 짓자 그는 어리둥절하다는 듯 날 주시한다. 후훗..좀만 기달려... 니 차례가 오니까..... 가륵측의 또 다른 장수 위열은 금검에게 한방에 나가떨어지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검과 흑벌무의 시합이 시작되었다. 흑벌무는 상당히 여유로운지 미소까지 띠고 있었고 ..그에 반해 금검은 초조한 듯 보였으나 그 역시 별다른 불안감은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흠...한자 좀 써볼까.... 아마도 용호상박이라고 했을까. 저 두 사람의 솜씨는 정말 비등비등하다. "아..정말 보기 드문 호적수다....." "그렇군...서량의 마초와 연인 장비의 싸움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오른다. 그만큼 두 사람은 아낌없이 자신의 기개를 보여주고 있다. 허나 소문과 내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왜냐구? 그와 난 알고 있으니까. 이미 흑벌무는 자신의 기량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금검은 여전히 천리마처럼 솟아나는 힘을 과시하고 있었지만 그는 달랐다. 금세라도 말에서 떨어질듯 비틀거렸고 힘에 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소문은 금검의 위용에 감탄하다가 흑벌무가 너무나 지쳤음을 깨닫고 순간 망설였다. 그대로 두면 금검의 창에 머리가 떨어져 나갈지도 몰랐다. 허나..흑벌무가 ...내게 저지른 일이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의 시선이 날 향한다. 어쩔 수 없군.... "소문. 내가 말했지? 위기가 닥치면 도와주라고..." 내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하자 소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륵측의 막사로 뛰어간다. 쳇... 도와줘야지..뭐....어쩌겠어. 곧이어 쟁을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마침 금검이 말에서 떨어진 흑벌무에게 창을 내려치려던 찰나였다. 휴...다행이군.. 젠장.. 다행이긴 뭐가 다행이야~!! 난 느릿한 걸음으로 소문의 막사로 걸어갔다. "호~ 이런 절세가인이...." 엥..이건 또 뭐냐..... 척 보기에도 나 뺀질이우..하는 듯한 남자가 넋을 잃은 눈동자로 날 쳐다보고 있다. 지금 상황이 전혀 이럴 상황이 아닌데...등장하는 이 넘은 뭐야..... "아리따운 낭자...부디 이 미천한 소인과 함께....." 퍼벅!! "끄윽..." 사내는 내 발차기 한번에 고꾸라져 버렸다. "재수 없는 놈....미천한 줄 알면..쳐박혀 있어." 내가 아무리 약하다 해도 너 같은 거 하나 못 당할까봐? 씨근씨근 거리며 막사에 도착하자 벼락같은 소리가 밖으로 터져나온다. "고소하고 통쾌하겠지? 흥! 웃기지 마라!! 네놈이 한 짓은 날 능멸한 것 밖엔 되지 않아!! 내가 고마워 할거라고 착각하면 커다란 착각이다!!!" 정말.....드럽게 융통성 없는 놈이로군... 저 흑벌무.... 정말 심통 단단히 꼬였는걸? "언젠가 네놈의 머리를 내 앞에 처박게 하고 말테니까!!" 웃기지마......흑벌무야... 난 조심스레 막사로 들어선다. 순간 군사들이 놀란 눈동자로 날 쳐다보았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소문에게 다가섰다. "저런 몸으론 내일 뛴다해도 이기지 못해..소문.." 지보의 말에 소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하지만 벌무의 성격을 네가 더 잘 알잖아? 그에겐 내가 대신 출정 하는 게 견딜 수 없는 모욕이자 수치일거라구." "그럼 죽도록 내버려 둘 거야?" "내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흑벌무에겐 새로운 기합이 들어가 있어. 이번엔 그렇게 쉽게 패하지 않을거야. 하고 싶은 데로 하도록 내버려둬." "그럴까...." 지보는 석연찮은 듯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내가 다가서자 놀라서 날 쳐다보았다. "허어.. 이 처자는?" 처자가 아니래두!! 아자씨!!!! "아하하... 이쪽은 진매향... 여자는 아니네." 소문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내 소개를 했다. 근데..왜 내 이름을 소개한 게 더 화가 나는 거야??? 지보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날 아래위로 훑었다. 뭐하시우 지금? "호오... 이렇게 놀라울 데가..이렇게 절정미색인데... 사내란 말인가?" 지보가 소문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안 믿다니......18년간 살아온 내 인생이 모두 부정되는 느낌 .. 당신이 알어?!! "속살을 확인해 본 결과 정확한 남성이네." 헉......소문....미쳤수? 여기서 그딴 소릴...... 지보는 여전히 기묘한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키득거렸다. "그래? 그 속살의 맛은 어떻던가?" "부드럽고 달콤한 밀떡 같더군..." 밀떡이라구........ 밀떡이라...웬지 분위기 확 깨는 소리 같은데.. 그 많은 미사여구를 놔두고.....밀.......떡이라니.... 어..어쨌든 지금은 밀떡이란 소리에 욱할 때가 아니라!! "대체 지금 뭔 소리들을 지껄이는 거야 이 변태드랏!!!!!!" 지금 우리는 소문을 반기는 가륵이 내준 방에 들어와 있다. 근데....이상하게도 비단금침..이 깔린 침상이 하나 뿐이라는 거다.. 왜 하나지? 왜 하나지??? 결론은......하나 크아아아아~!!!!!!!!!! 그 돼지같은 성주자식도 날 여자로 보았다는 거야!!!!!! "가렴주구..부패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로구나.." 문득 소문이 뱉어내듯 한마디를 했다. "응?" "이 방을 둘러봐.. 마치 내 존재는 여기있는 화려한 가구들 보다 못하게.. 초라하게 느껴지는구나.. 바깥의 백성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지..뻔히 눈에 들어온다는 거지...." 소문의 말대로 이 방은 정말 화려하기 그지없다. 사치스럽게 번쩍이는 침상과 가구....탁자.. 이곳에 소문과 내가 있으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엄청난 차이가 드러나 보였다. 참...... 원판에서는 보니까... 원래 이때 성주의 딸 가화가 등장해 소문을 유혹하던데.. 안 나타나네.... "매향아..." 헉..... 뒤에서 뭔가 커다란 것이 옴짤달싹도 못하게 몸을 감싸안는다. 이 자식의 공략은 꼭..뒤쪽이야...제기랄... "소..소문..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뭘 묻고 그러지? 어차피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소문의 손이 내 옷 속으로 들어온다. "악!! 이...이봐! 이..이러지 말라구!! 여긴...." "여기가 뭘 어쨌다는 거야? 응?" 소문의 목소리가 뜨겁게 젖어있다. 헉..... 끝까지 개겼는데...... 버텼는데.. 한번 눌리면 벗어나기란 ...아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는 편이 쉬울 지경이다. "하윽...소문...." 이 녀석은....정말 애무가 능숙해..... 젠장.....그 작은 손놀림만으로도 금세 내 몸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훗...그렇게 앙탈하지 않아도 되.." "젠장..앙탈....이라구? 그런......닭살..돋는....우앗!!" 소문이 날 번쩍 들어 안더니 침상에 데려다 눕힌다. 힘도 무식하게 센 놈.... 여기서 무슨 반항이 통하리..... 근데 정말 웃긴 것이 ..이 고구려의 침상은 두 명이 겨우 눕는 크기인데.. 여기서 일 잘 못 치르다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생각이 든 것이다..지금 이상황에!! 난 타락해 가는가보다!!!!! 우....젠장!!!! "벌써부터 잔뜩 긴장해서 어쩌냐." 소문은 내 윗옷을 풀러 벗겨가면서 천천히 혀로 핥아 내려갔다. "흐윽..... 소문..." 우웃..젠장...정말....미치겠다아... 미치겠다아.... 소문...너 내일 한탕 뛰어야 해...... 이러고도 네 체력지수는 문제 없다냐??? 나도 모르게 소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모양이다. 어쩔 수가 없잖아.... 공허하게 맴도는 손을 가눌 데가 없으니.... 소문이 슬쩍 고개를 들더니 피식 웃는다. 헉...드뎌 내가 미쳤나봐.... 그 웃음이 미치도록 매력적으로 보이니..... "여차하면 또 내 팔을 빌려주도록 하지.." 뭐야.... 하긴......첫 번 째 때..저 녀석의 팔을 무지막지하게 긁어놨지.. 녀석이 내 가슴을 깨문다. 으으..낯뜨거워라.....젠장..제대로 묘사를.....할 수가 없잖아...... "으읏.....하아...소문.....소문....아앗....하아악..." ..정신을..차릴 수가......... 소문의 애무는 그만큼 뜨겁고 격정적이다. 마치 오랫동안 굶주렸던 맹수처럼(굶주리긴 했지..) 탐욕스럽게도 나의 몸을 취한다. 그런데도 난 별반 거부반응이 없으니......장가가긴 틀려버린 것....? 제..제길..... 드뎌 소문이 내 아랫도리에 손을 갖다댄다. 이미 한껏 팽팽해져 있던 터라 마찰이 있자 움찔 하며 내 허리가 휜다. "아훗....." "후훗.. 정말 민감하고 ..정말 색스러워......매향.. 언제나 요조숙녀 마냥 새침하게 굴지만 말이야....이럴 땐 미치도록 색스럽구나....." "허...헛소리 말아!! 젠장!!" 소문의 장난스런 손놀림을 거부하기 위해 달려든 내 손을 그는 손쉽게 막아내고 금세 내 입술을 덮어 누른다. "음.....! 우..음...." 정말 의식이 아득해질 만큼 능란하다. 끊임없이 그의 혀는 나의 혀를 탐하고 빨아들이며 부드럽게 감겨온다. 너무나 맛있다는 듯 말이다........ "네 하얀 피부가 발갛게 익었단 말이야....매향....... 이렇게 비단결처럼 매끄러운..피부라니..... 그 어떤 여인도 너처럼 아름답지는...못할 것 같다....." 젠장..... 뭐라고 해도 좋으니......귓가에 대곤 하지마!! 소문은 계속 나를 감질나게 하고 있다. 뭔가 할 듯...말듯 하면서 천천히 나를 가지고 논다. 비러머글놈.......나쁜 넘........... 내 입으로 말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말하길......그걸.......................말하라구!!!!!!??? 절대로 말 못.....윽!!!! "아앗!! 소문....아파..웃....앗......" 갑자기 소문이 강공으로 날 몰아 부쳐 온다. 격렬한 파도에 휩싸이듯 정신없이 몰아쳐 내 정신을 빼놓는다. "말해봐...." 그러면서도 그는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다. 괴물......... 정력이 끝내준다고 해야 하나......제기랄...... 뭘 말하라구!!! 지쳐버린 내가 겨우 눈을 치켜 떠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그 매력적인 미소로 날 보고있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구.. 매향......말해봐......안아달라구...... ..이 나를 미치게 하는 네 목소 리를 ..........." 그의 음성도 흥분에 들떠있다. "싫어!! 절대로 말 안해!!" 당근이지....그 쪽...팔린걸....어떻게 말해!! 밑에 깔린 것도 벌써 남자로서의 역할을 내팽개친 거나 다름 없다구........ "흠......난 어떻게 해서라도 듣고 싶은데 말야..." 문득 저 녀석의 미소가 짓궂어 진 것 같다... 으 ....불길한 예감....... "소문....?!!" "기침하셨습니까?" 아득히....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자의 음성...... 뭐야..기침..? 그게 뭐야.....콜록콜록.....의 기침은..아니구.... "흐..아아아.....악......" 난 미쳤다... 미쳤다.....허리를 들다니...이건 자살행위.......어으윽... 너무나 아파서 이건 비명도 안나온다. 눈물을 찔끔 짜내고 나서야 난 겨우 현실을 직시했다. 옆을 바라보니 소문이 아직 잠들어 있다....... 이..나쁜 자식..... .......결국...............말하게 만들다니...... 그토록 악착같이 날 괴롭히다니.... 거의 날밤을 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괴로움에 견디다 못해........난....................................사나이의 마지막... 자존심을......내팽개쳐 버렸다....... 마지막.........자존심이었는데........ 이젠......정말 이 넘 부인되는 거야??? .......젠장....... 여긴 가상 세계라구....... 아냐......존재하던 세계이긴 하지만...... 제기랄.....몰라!!!! 아......눈앞이 아찔하다.....벌써 두 번 짼 데..... 이러다 ....정말 물드는 거(?) 아닐까.....?? "기침하셨습니까?" 시종인가 보다.. 젠장 남이사 기침을 하건 말건...... 최대한 조심스레 난 옆으로 돌아눕는데 성공했다. 그나마 엄청난 고통을 수반해야 했지만....서두.. 내 기척에 소문이 깬 듯하다. "음.... 매향..일어났나.." "그래..이 웬수야..." 이가 바득바득 갈린다. 그냥 박치기 한판으로 저 세상으로 보내버릴까... 집요한 것이 삼 천년 묵은 이무기보다 더한 놈...... "흐음.. 아리따운 부인께서 무엇에 이리도 퉁퉁 부으셨을꼬...." 녀석이 내 얼굴을 휙 잡아당기더니 키스했다.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다 너 때문 이자나!!!!!!!" 뻑!! "음....? 소문.... 그 눈에.. 멍은 뭔가?" 지보가 의아스럽다는 듯 묻자 소문은 실실거리며 얼버무린다. "아..아무 것도 아니네." 그는 상황을 유심히 보더니 씨익......미소를 짓는다. "흠.. 그래." 그러면서 지보는 소문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인다. "자고로 여자는 앙탈하는 맛을 느끼며 부드럽게 다뤄야하는 거지.." 다 들린다 이 사내놈들아~!!!!! -_-++ 그나저나 오래 서있기가 힘들군..... 제기랄....좀 적당히 하지.. 난 견디다 못해 바닥에 털푸덕 주저 앉아버렸다. 우리의 앞을 당당하게 지나가는 흑벌무..그는 어제의 치욕을 씻겠다는 듯 가륵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출정을 위해 나갔다. 쯧....저래도 안 될텐데...말이야.. "무례하기 짝이 없군요!" 뭐냐..이 날카로운 고음은..." 아..가화군..그런데 연개소문하구 왜 저러지? "난 이옷이 좋다구 했을 뿐입니다. 그런 비단옷은 걸치고 있으면 제 건강에 나쁘거든요." 소문이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가화는 분에 바들바들 떨었다. "뭐라구요?" "아. 생각해 보시지요. 비단옷을 입게 되면 부드러운 침상에 뒹굴며 술과 여자를 희롱하고 싶어지고 그러고 난 뒤에는 산삼과 녹용을 먹고싶어지고..그럴려면 재물과 권력이 늘 필요한 것을 알겠고..재물과 권세를 잡기 위해선 어떤 짓이든 하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훗...날카롭구만... 정확하게도 가륵의 폭정을 비꼬았다.... 에헤헤헤.. 저 가화란 여자의 얼굴빛이 울그락 푸르락 한다. 다행히 이곳에 사람이 없기에 망정이지.... 그런데 가화 저 여자 여긴 왜 온 거야? 어젯밤엔 오지도 않더니만..... 혹.....가륵이 꼬시라구 보낸 건가? "........" 가화는 견딜 수가 없었던지 씨근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곤 휙 하니 나가버렸다. 웃기는 여잘세.... 쳇.... 소문이 날 돌아본다. 나 잘했냐.....하는 듯한 미소다. 나도 모르게 응해 주려다가 흥! 하고 외면해 버렸다. "흑벌무의 시합 관전이나 하러가지." 이상해진 분위기를 달래려는 듯 지보가 웃으며 제의했고.... 우리 두 사람 다 그걸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흠.....그래. 이제 소문이 활약할 때가 오는군.... 아이구...허리야.... 괴물 같은 넘........ㅡ.ㅜ 12화 예상했던 데로.. 흑벌무는 밀리고 있었다. 어제 그토록 뛰고 부루스를 쳤던 금검은 말짱하니 몸도 가벼웠지만 흑벌무는 삼 천 리 길을 달려 온 말처럼 축축 늘어지는 게.. 꽤나 위태로워 보였다. 접전을 벌이던 흑벌무는 안으로 붙어 싸우기를 거듭하다 그것이 불리하다고 느꼈는지 밖으로 돌며 싸우기를 선택한 것 같다. 하지만 저것은.... "흑벌무의 몸으론 불리한 전법이군.." 소문이 중얼거린 대로.. 일명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자..전법이란 것인데. 저렇게 지친 몸으로 무슨..나비처럼 날아 쏘는거냐구.. "아앗!" 대관중이 놀라움에 비명을 지른다. 공격하려던 흑벌무가 되려 반격을 당해 말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소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승부는 이미 끝났던 것이다. 다행히도 흑벌무는 낙마하긴 했지만 중상을 입지는 않은 모양이다. 금검은 말을 휙 돌려 다시 흑벌무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찌를 듯 말듯 하며 주위를 배회했다. "금검!! 금검!!" 관중은 금검의 이름을 천둥소리처럼 합창하며 흥분에 떨었다. 흑벌무의 참패에서 가륵의 참패를 보는 것 마냥 통쾌했나 보다.. "죽여라! 죽여라!!" 마상경기에선 그렇게 갈채를 보내놓군.. 지금 와선 이러다니..정말 간사한 것이 군중이란 것이군... 흠...저만치 보니 가륵은 사색이 다 되어있다. 한편으론 고소한걸? 저 인간은 성주나 되면서도 진정한 군중심리를 모른다. 군중은 무지하고 아둔해 보이지만서도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언제나 항상 현명했다는 것..... 그때 달려오던 금검이 자신의 장창으로 흑벌무를 내려찍었다. 위기의 순간....... 챙!! 이때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어디서 날아 왔는지 모를 바위조각이 금검의 창목을 후려쳤다. "아아!!" 군중이 일제히 일어섰다. 흑벌무 목줄기게 깊숙히 박히려는 금검의 창을 갈겨 목숨을 살려낸 자가 누군지 알아보려는 것이겠지.. 난 두리번거릴 것도 없이 소문을 바라보았다. 너지? 소문. 소문은 힘차게 일어서더니 일성을 지르며 흑마에 올라탔다. "금검 내가 간다!!" 아마 사람들의 눈엔 웬 듣도 보도 못한 사내하나가 늑대처럼 울부짖으며 등장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웬놈이냐?! 저건.." 군중은 소문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처음 금검은 그 사내가 누군지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다 가까이 다가오자 비로소 소문인 것을 알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 "소문!" "이제야 알았느냐." "너였구나....이 비겁한 놈!!" "비겁..?" "너 같은 비겁자에게 우리의 포부를 털어놓았다니 ..한심하기 짝이없구나!! 그 젊은 나이에 그렇게 교활하게 처신하는 놈일 줄은...." "여러 소리 할 것 없다!" 다행히도 저 소린 내 귀에 들려온다. 이바..금검 아자씨... 어쩔수가 없다구.. 당신 같으면 친구가 죽을 위긴데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을 거야? 그리고 스토리 진행상 흑벌무가 죽으면 곤란해 지는 건 소문이라구.. 그 뒤에도 금검이 훌륭한 소리들을 내뱉으며 뭐라뭐라 소문을 설득했지만 소문이 응하지 않자 그는 자신의 장창을 들어 세웠다. "더러운 놈!! 너처럼 썩은 개를 두고 내 어찌 가만있겠느냐!! 네놈의 목부터 베어내어 귀감을 삼겠다!!" 금검은 잔뜩 화가 난 모양이었다. 소문도 그와의 대결을 피할 이유는 없었기에 창을 들었다. 그러는 와중 겨우 목숨을 건진 흑벌무는 ..경기장을 나가버리고...... 저런..... 그래도...불쌍하다.. 얼마나 자존심에 크나큰 타격을 받았을꼬..... 뭐..어쨌든 지금은 소문의 활약을 지켜봐야 할 때! 금검이 거세게 장창을 휘두르자 소문도 적절하게 이에 맞선다. 그런데...그는 이틀동안의 싸움의 피로가 누적되 있었던 터인지 소문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쏟아지는 소문의 예리한 창을 가까스로 막아내는 금검의 이마에 비오듯 땀이 흘렀다. 그는 기술로도 힘으로도 소문에게 비길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안장도 없이 흑마를 몰며 경기장을 누비는 소문의 모습은 눈부신 무지개 마냥 휘황찬란했다. 휘유~ 저렇게 멋지게 창을 쓰다니.......후훗.. 기쁜걸? ...그래.. 순수한..마음으로 기쁜거야.. 절대..그렇다..........절대.. 쯧..점점 새파랗게 질려 가는 금검이 불쌍하다. 숨돌림 틈이나 좀 주지.. "과연 출중하구나...기마술과 창술이 가히 신기에 가깝도다!!" 사람들은 끊임없는 감탄사를 토하며 두 사람의 분전을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더욱 예리해지고 민첩해 졌지만 그에 비해 금검은 더욱 지쳐버린 듯했다. 소문은 드디어 라스트라는 듯 마상에서 힘껏 몸을 솟구쳤다. 놀라 대응하기도 전에 금검은 장창을 놓치고 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앗!!" 흑벌무가 당하던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금검은 다친 데가 없었던지 다시 장창을 주워 벌떡 일어섰다. "금검!! 금검!!" 군중들이 안타깝게 부르짖었다. 재빨리 금검은 달려드는 소문의 창끝을 피하여 물러섰다. "금검!! 금검!!" 참..드럽게 부르짖네.... 하기사..안타깝겠지.. 그는 군중들의 응원에 보답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마지막 힘을 몰아 소문에게 대항해 보려했지만 .... 소문은 달려가던 말의 고삐를 꺾어 금검을 짓밟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아!!" 관중들은 눈을 감아버렸다. 아랑곳없이 소문의 장창이 번득하고 휘날린 순간 피하려던 금검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머리를 후려친 것이다. 그러더니 소문은 달리는 말에서 몸을 굽혀 금검의 몸에서 패검을 떼어내었다. 소문이 패검을 들고 광장을 한바퀴 돌았지만 관중들은 한사람도 환성을 보내주지 않았다. 잘난 승리가 아니어서이다. 쥔공은 언제나 당당하게 승리해야 하는데... 소문은 너무나도 비겁하게 승부도중에 끼어든 데다가 가륵 측의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겠지..... 소문의 눈길이 날 향한다. 어쩔 수 없지.... 잘했어.. 어쩔 수 없었다구 소문. 그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는지 말머리를 돌려 가륵쪽으로 걸어갔다. 소문은 최우수 용사로 뽑혀 가륵에게 직접 상을 받았다. 가륵의 입이 찢어질듯 하다. 넘 좋아하지 말라구 비곗살 아자씨.. 이제 또 몇 해 간은 해구가 자신의 자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라 여겨 저러는 거겠지..... 쯧..정말로 간사한 인간...... 소문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상금을 받게 되었다. 원래 같으면 흑벌무가 받게 되었을 상..... 순금으로 만들어진 갑옷과 투구...비단이랑..... 뭐..라더라 평양대회에 출전할 자격증....이 정도이다. 참...아이러니하지........ 계기를 마련한 것은 벌무인데 결과를 손에 쥔 것은 소문이니 말이다. 무술대회가 끝나구 한바탕 자축연이 벌어진다. 흠...지금 해구 쪽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이겠는걸. "소문.." 내가 작게 소문을 부르자 그리 밝지 못한 얼굴로 소문이 나를 돌아본다. 아..마침 지보가 오는걸. "지보!" 소문이 그를 구석지기로 끌고 간다. 음....아무래도 금검의 상태를 알아보라고 하는거지 싶군... 금검은 죽지 않았거든... 창끝으로 내려친 게 아니라 뒤쪽 막대기로 내려쳤으니.. 막대기라해도 소문녀석의 힘이 장난이 아니니...... 걱정되는 것이겠지. 뭐라뭐라 지껄이는 지보를 밀어 보내놓고 다시 소문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밤이 되자 축하연은 더욱 호화로워 졌다.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모두들 소문의 개선에 칭찬을 퍼부었다. 모여든 사람이 전부 간사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벼슬아치들인가 보다. 거대한 홀에는...홀이라고 해도 될까나.. 어쨌든 이곳엔 기름진 요리들이 가득하다. 수 십 명의 악사들이 풍악을 켜고...거의 알몸이 무희가 춤을 추고.. 황금술잔을 든 가륵은 좋아서 죽을려구 하는군... 어유.. 재수없는 목살..... 너무 요리들이 풍성하니 그다지 먹구 싶지도 않다. 하지만 소문은 많이 먹어야 될 것 같기두..하고.. "소문. 이것 좀 먹어." 난 대강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은 떠다가 소문 앞에 퍼다주었다. 소문은 지보를 기다리느라 초조해 보였지만 내가 음식을 퍼다주자 미소를 띠더니 입에 집어넣었다. "그래.. 먹어둬. 또 언제 이런 호화찬란한 음식을 먹겠어..." 내가 한탄하듯 말하자 소문은 의혹스런 눈초리로 날 쳐다본다. "무슨..소리지?" "응? 아... 아..그게.. 앗! 지보가 오는데?" 여전히 소문은 의혹의 낌새를 떨구지 못한 채 지보에게 달려가 전위사정을 들었다. 아마도 중태라고 할걸? 크크크크ㅡ..걱정 마...낼 되면 회복될 테니까.... 하지만 소문의 표정은 꽤나 굳어져있다. "그런데..흑벌무는 어디 있나?" "지방에 틀어박혀 술을 마시는 모양이지 뭐.." 지보도 씁쓰레한 표정이 되어 말을 던졌다. "그래? 연회장으로 끌고 나올 순 없어?" "내 힘으론 안돼. 그리고 그냥 냅둬... 아마 지금쯤 술독에 빠져 있을 테니까.." "알았어.." 소문은 단념하고 나를 데리고 연회장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국내성의 영웅 소문!!" 안은 소문을 치켜올리는 찬사로 떠들썩하다. 그런데 가륵이 날 쳐다보는 눈길이 쪼까 끈적거린다. 에비! 그 더듬는 눈길 안 치워?! 이 밋밋한 가슴을 보시지.... 이래두 내가 여자로 보이냐? 사실 이곳에서도 날 주시하는 눈길이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다 내가 가려내야지 어쩌겠는가..... 너무 잘나도 탈인 것을......................<--너무 이뻐도 탈이겠지.. "그러고 보니 소문 금검의 몸에서 무엇을 빼앗았나?" 가륵이 넌지시 묻는다. "예..패검이옵니다." 소문은 빼앗은 금검의 패검을 건네준다. 헉....스....잠깐.. 그거 건네주지마..........이미 건네줬군... 저건...그렇다..소문의 가문을 알려주는 패검과 똑같이 생긴 검..... 저것으로 인해 소문이 오늘밤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되는 거야... 쌍웅심연... 그래....원래 소문이 가지고 있던 칼에 새겨진 글자는 이것..... 쌍웅심연.... 난 잘은 모르지만...아무래도 소문의 집안은 ..그 뭐냐.. 옛날 고구려가 만들어지기 전에..왜..아..젠장...뭐라더라? 부족인가? 어쨌든 ...그런 게 있었는데.. 다섯개의 부족가운데 소문의 집안이 연나부..라는 뭐시기라고 했어. 연씨.....가..... 물에서 태어났다구 하던데...그래서 물을 숭상한다구...뭐라 그랬는데... 이젠 내 기억력이 한도를 내달리는군.... 어쨌든..오늘... 밤 소문은 알게 되겠군.. 지금도 난리 났다. 소문이 가지고 있던 검이 금검의 검과 같다구..... 소문의 눈동자가 매섭게 똑같이 생긴 검을 바라보고 있다. 시종들이 안내해준 방.... 어제의 방과 별반 다르진 않다. 하나 다른 거라면 소문이 아직껏 들어오지 않은 거 라구나 할까.... 드뎌....그 양책사라는 사람에게 자신의 출생비밀을 듣고 있겠군.. 아..양책사는 그.....뭐시냐.. 똑같이 생긴 두개의 검을 보구 놀란 가륵의 비서 같은 사람인데.... 그가 소문의 출생비화를 알려주는 역할일거야....아마도.. 흠......나 먼저 잘까.... 아냐...가문의 비밀을 알게된 소문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못 자겠다.. 문득 발소리가 들리더니 소문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아..아직 안잤나?" 소문은 멀뚱히 깨어있는 날 보더니 그렇게 묻는다. 짜식 충격이 컸나보군.... "응.. 오면 자려구.....근데 연개소문....." 헉스...너무나도 꾸며진 연출인 듯한 ....내 대사.... 하도 연개소문 연개소문하고 중얼댔더니 그만..망언을 내뱉어 버렸군!! "...뭐?!" "아....." 소문의 눈동자가 싸하게 얼어붙는다. "....어떻게..그걸...안..거지?" "응..? 아..그..게..웃!!" 순간 거친 그의 손이 내 목을 휘어 감는다. 난 그대로 침상으로 쓰러졌다. "웃..아파..." "대체 어떻게 알았느냔 말이다!! 그건 나조차도 몰랐었던 것....날 처음 만났을 때도 넌 그렇 게 날 불렀었다...그리고 한번씩 섬뜩할 만큼의 선견지명을 내 비추는 너에게 난 끊임없는 의문을 느껴야만 했지......."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내 가슴도 약간씩 얼어붙기 시작한다.. 그래서....그래서 대체 뭘 어쨌단 건데? 그래서 이 자식아!! "넌....대체 뭐지? 설마....부소쪽에서 보낸 첩자인 거냐? 날 죽이라고..사주한....?!" 끝내..내게 돌아온 것은 의심이란 말야? 어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그의 눈빛이 날 아프게 헤집는다. "이....빌어먹을.....자식아....날 못 믿어....?"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 짜내고 난 눈을 감아버렸다. 웬지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그를 바라보고 싶지 않아....... 13화 "야..뭐해. 정신이 드냐?" 눈을 뜨니 멍청한 병호의 얼굴이 보인다. 아..? 아....현세인가... 뭐야..? 돌아와..버렸잖아......... 소문의 격한 얼굴이 얼핏 떠오르는 듯했다. "흥... 이제 두 번 다시 돌아가나 봐라.." 그토록 자신을 위했더니 결국은 날 못 믿었단 말이지.... 제길..정말 눈물까지 흘렸잖아? "야. 내가 얼마동안 누워있었냐?" 거기서...거의 한 달 넘게 있었으니...헉... 혹시 여기도 그런 건..아니겠지....????? "2분밖에 안됐는데...디게 빨리도 일어났네." 뭐..뭐..뭐시라......2분.....?!!! 헉스.... 한 달이었는데.....이곳에선 겨우 2분이었단 말야???? 말도 안돼...... 대체..시간관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어쨌든 난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 흠.. 집에 들어와 가방을 내팽개치니 나의 두 동생이 달려나온다. "오빠!" 언제봐도 귀여운 내 동생들...후훗.. 11살인 현아와 9살인 지연이... 토끼같이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두 녀석은 언제나 오빠오빠하면서 내 뒤를 졸졸 따른다. 어우..귀여운 것들..... 내가 이것들 때문에 세상 살지.... "참. 오빠. 주인집 아줌마가 왔어." 응? 그 뚱땡이가...? "뭐래?" "응, 방세 낼 때 다됬다구..그러던데? 전기세도 달래." 쳇..여간하면 안 줄려구..독촉은.. 비러머글 뚱땡이.... "그래 알았어. 오빠가 가볼게." "응." 현아는 또 방그레 웃는다.... 훗.. 내 동생이지만 너무 귀엽단 말야.. 낸중에 저것들을 시커먼 사내놈들에게 뺏길 생각을 하니... 아까워 미치겠군.... 방안에 들어가 털썩 눕자 갑자기 모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소문의 모습이 머릿속에 한가득 떠오르는군... 젠장....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그녀석 얼굴인가... 흥..뭐 어때 이제 다시는 돌아가지도 않을텐데... 치졸하고 속좁은놈.... 지놈에게 줄거 안줄거까지 다 줬는데..... 결국은 날 못 믿었단 말이지....... 빌어먹을..... "오빠?" "아..응?" "왜그래?" 지연이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묻는다. "뭐가?" "표정이 무서워. 뭐 화나는 일 있었어?" "어? 내가 그랬냐? 아냐......화나는 일 없어.." .....어린것이 눈치도 빠르군.... 동생아...너는 아느냐.... 이미 이 오라버니는.......버진을 빼앗겼단다... 그것도 시커먼 비러머글 놈에게..... 제기랄.... 내 부모님은 이 년전에 돌아가셨다. 흠..그래서 난 지연이와 현아의 오라버니겸 가장으로 이 집의 살림을 책임지게 되었다. 처음은 무척이나 힘들었지.. 그때 겨우 고 1이었던 내가 동생들을 돌보고...집안의 살림까지 도맡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부수의 수입(돈 받고 경기 뛰어주는...)과 소년소녀가장이라는 명목아래 이제는 좀 편안하다. 저 주인집 뚱땡이만 아니면 말이다.. 그리고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건 이 작은 내 동생들이었고 말야.. 요것들 반짝거리는 눈동자만 보면 힘이 솟지 뭐냐... 내 말에 반항 한번 없이 해주면 해주는데로 먹고 입고 다니는 착하고 이쁜 내 동생들.... "참.. 지연아 너 도서관에서 빌린 책 갔다 줬어?" 현아가 방문을 열며 지연이에게 물었다. "아니.." "내일까지 갖다줘야해. 오늘 갖다주고 오자. 나 그 책 뒷 권 보고싶거든." 두 꼬마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주섬주섬 챙겨든다. 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두 블럭 거리라 금세 갔다 올 수있다. 그래서 참으로 다행히도.. 저 나이 때 읽어야 할 책들을 사는 돈을 아끼긴 했지만... "오빠 이것 다 읽은 거야?" 흠? 뭐지? 아.....연개소문.... 그러고 보니 앞 부분만 읽고 덮어놨었지... 갖다주라고 할까? ......... "아냐..이리 줘 봐. 오빠가 조금만 더 읽어보자." "어... 다 가져다 줘야지 다시 대출이 되는데." "그래?...." 그냥 가져다주라고 하면 될 거 왜 이리도 망설이는 거냐..난..... "그럼 오빠가 갖다줄게. 내일 반납하고 책 빌려올 테니까.. 무슨 책 읽고 싶다구?" "응...." 젠장....결국 이렇게 됬군... 지연이와 현아에게 저녁을 먹이고 재웠다. 난 스탠드 불을 켜놓고 그 읽다만 책을 펼쳤다. 쳇.......결코 ..궁금해서가 아냐.... 그냥....빌려온 거니....다 읽기나 해야... 흠...내가 어디까지 읽었더라.... 그래....이 부분까지..... 소문이 자신의 가문을 알게되어 금검을 찾아가 자신의 패검과 그의 패검을 꺼내놓고... 금검의 부친을 찾아가서 패검의 출처를....묻다가.. 그래...아라곡이라는 곳으로 가는군... 그곳의 도적 우두머리 노람이란 놈을 찾으러... 그리고..가륵은 책사 양환에게 소문의 출신을 듣게되고.. 남아있던 지보와 금검의 아비를 잡아들여...고문을 하게 되잖아... 에라....귀찮아..... 몇 장 넘어가 볼까..... [낭자는 누구요?] 헛..낭자? 또 여자등장인가..? 노람일당에게 잡힌....소문을 구해주는 여자....엇..저번의 말갈족 처녀라구?? [낭자낭자 하지 마시고 제 이름을 불러 주세요. 저는 소야예요.] 헉!!!!! 소야? 소야???? 이 여자가 소야라구?? 이..이럴수가... 전혀 몰랐어.... 이 여자가 소야..... 소야라구..... 소야는.....나중에 소문의 정실이되는.... 여인...소문과 정분을 쌓다가.....뭐 ..어쩌구 저쩌구인 것으로 읽었는데.... 이 여자가.....소야라니... 도적 두목..노람의 딸이라구? 급해진 난 황급히 뒷장을 넘겼다. [흑!] 여자는 마른침과 함께 긴장했던 숨을 넘기며 이미 말을 잃고 있다. 두 손으로 소문의 목을 껴안은 채 전신의 어느 한 부분도 떼어놓기 싫은 듯 강렬....하게 매 ...달렸다....... 수..숫늑대의 발욕.....?!!! ......소문...... 넌 결국.....이런 놈이었군.... 후훗.. 그래 그 여자랑 잘해봐라.... 잘먹고 잘살아라~!!! 제길.....난 책을 집어던져 버렸다. 어우...젠장...... 왜 ..화가 나는거야? 어차피 나랑 깨졌으니 이젠 저 여자랑 꿍짝꿍짝 잘 살겠다는데... 빌어먹을.....놔둬버리지...뭐.... 으윽..이놈의 시선.....자꾸만 돌아가지맛!!! 주인의 말을 따라랏!! 자자..그래...잠자면.....모든 것이 잊혀질 거야.... 자는거야..... 결국.....날밤을 새고야 말았다. 제기랄..오늘은 내가 저 책 갖다주고 말리라!!!! 시커멓게 기미가 나타난 내 눈가... 눈....? 하..다행이군...여기선 그 이상한 보라색 눈동자가 아니라 말이다.. 애들 먹게 아침이나 차려놓구 나가야겠다.. 어이구.....갑자기 삭신이 쑤셔 오는걸.. 세째시간까지 달콤하게 자고 있는데... 어떤 미친 넘이 날 흔든다... 우쒸....누구야..... "이봐 오늘 우리 농구시합 뛰는데 끼지 안을래?" 흠...이 자식은 머야... 꼭 뺀질뺀질하게 생겨가지구... 아....농구부 주장이군... "얼만데?" 난 기지개를 키며 흥정을 시작했다. 싼 가격이라면 뛰어줄 가치가 없겠지... 아냐..요새 전기세랑 수도세 내고 나면... 방세가 모자랄 지도.....모르겠는걸? "한탕 뛰는데 4만원 주마." 난 도로 엎드려 버렸다. "잘 가셔." "아..알았어....자식아 8만원 줄께." 8만이라.....흐음.... "젠장!! 10만이다!!" 오케이.....난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계약하자구." 후훗..솔직히 니 놈들도 이기면 좋잖아. 방과후... 난 주장을 따라 농구장으로 들어갔다. 호오...꽤나 실력있어 보이는 넘들이군...? 얼....저기 서있는 저 커다란 장대자식은 눈매가 심상치 않은데? 마스크도 꽤나 괜찮구 말이야... "이봐 잘하라구. 10만이 걸려 있어." 아라써..아라써..... -어느 한 부분도 떼어놓기 싫은 듯 강렬하게 매달렸다.- 헉..갑자기 이말이 왜 떠오르는 거야? -강렬하게 매달렸다.- 메아리 치지 말라구!!! -매달렸다- ........어우씨...... 그러고 보니....거기서 한달 가량 살고 오니...여기선.... 뭐? 2분?? 헉...그럼 설마....벌써 ... 이짓저짓(-_-;)..다한 거 아냐? 우라질~~!!!! 내가 왜이래!!! 지금은 시합에만 열중할 때인데...... 허.......어랏..? 갑자기 주장녀석의 말이 귓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머릿속에 펼쳐지는 건.. 그 소야란 여자와 소문의.......... "으아아아앗!!!! 젠장!!!!!!" "어? 이봐!! 어디가?!!" 주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날 불렀지만... 난 발이 이끄는 데로 달려갔다. "병호!!!" 체육창고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병호자식이 내가 요란하게 들어서자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어? 너 오늘은 안 한다고 안했냐?" "시끄러, 기계 켜! 들어가 봐야겠어!" 병호는 알딸딸한지 엉거주춤 기계를 작동시킨다. 난 캡슐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어후....열 받아....왜 이렇게 열 받는거냐..... "젠장....젠장!!" 내가 갔는데 그 짓(?)하고 있어봐라~!! 14화 "거기서라!!" 헛....눈뜨자마자 이게 뭔 소리냐.... 근데..뭔가 급박한 느낌이다... "제길..형님 어서 피합시다!!" 이건... "이쪽으로.." 헉..이쪽으로 다가온다. 나..아무 것도 안 입었는데... 파삭! 별안간 수풀을 헤쳐지며 검은 복장의 두 괴인이 등장한다. "헉!" 내가 흠칫해서 소리를 치려하자 그중 한남자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쉿! 조용히 해!" "뭐야... 이 넘은?" 둘 다 어두워서 날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보이지 않았다. 들킬까봐서인지 목소리도 매우 작게 내는 것 같구.. 윽..그나저나 정말 무식한 힘이로군.... 내가 조용히 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그는 막았던 입을 터준다. "넌 뭐지? 혹시 노람의 부하냐?" "아냐!" "헛....너?" 엥? 뭐야.... 날 아나? "매향이냐?" .......소문....?! 내가 대답이 없자 그는 갑자기 나를 와락 안는다. "매향! 대체...어떻게...." 뭐..뭐야.... 왜 끌어안고 난리야..이 자식아... 난 아직 감정 안풀렸어... "형님. 뭐하시우? 지금 그러고 있을때가 아니라구...달아나야지." 저쪽의 검은 그림자는 대체 정체가 뭐야?? 이놈은 소문인걸 알았는데.... 소문은 내 팔을 꽉 잡더니 날 이끌고 그 남자가 이끄는 데로 발을 옮겼다. 아얏...맨발에 ...뭔가가 날카로운 게 밟혔나 보다.. 산 속인데...뭐가 이렇게 .... "앗.." 윽. 이번엔 뾰족한 돌이다.. 내가 자꾸만 주춤대자 소문은 날 확 들어 안았다. "으악.. 이봐..뭘 하는거야?!" 내가 낮은 목소리로 항의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않고 계속 걷기만 했다. 어느 정도 수풀을 걷자 작은 강이 하나 나왔다. 모래가 깔린 강이다. 흠.... 산 속에 이런 곳도 있군.. 위험이 사라졌는지 그제야 소문은 날 내려놓는다. 그러더니 내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는 걸 알곤 놀래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준다. "이젠 됐수. 더이상 쫓아오지 않는 것 같수다." 길 안내를 하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왓!! 흐.. 흑벌무??? 너 언제 소문 앞에 무릎꿇었냐??? 헉...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군... 아..하긴.. 소문이 금검에게서 살려준 것에 감명해서.... 흑벌무가 소문의 동생이 되기로 했었더랬지... 하지만....흑벌무와 나 사이엔 무언의 벽이있다. 그는 날 보더니 잠시 껄끄러워 했다. "난..저쪽으로 가 있겠수다." 이러면서 휭하니 가버렸다. 흑벌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소문은 비로소 입을 연다. "대체....어디로 사라졌던 거지? 매향....." 쳇..... 내가 말해줘야 할 의무라도 있냐? "...그날 밤 ..내가 심했었다. 날 용서해라....." 에....엥? 갑자기 왜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시나?? 소문은 고개를 숙인 채 들지 못했다. "언제나 날 위하는 널 생각지 못하고 짧은 생각으로 널 의심해서... 상처를 주었다..... 날 용서해라...매향......." 흠...흠... "그날 밤....내 손안에서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넌 ...하늘 님이 내게 보내준 고귀한 선물인 것을..깨닫지 못하고......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아느냐...... 미치도록 뼈저리게 후회했었다. 널 놔주지 않겠다고 그토록 굳게 네 앞에서 약속했건만...... 넌...마치 흐르는 모래처럼....내 손안에서 빠져나가 버렸다.......매향....." ....이..이봐...소름이 끼칠것같아... 그만하라구...... 내 팔을 움켜잡은 소문의 팔이 떨리고 있다. 흑벌무에게 당했을 때 날 안아 올렸던 그때의 기분...인가....... ....이 이상야릇하게 느껴지는 기쁨은 뭐지....... 마치......다른 여자에게 뺏겼다고 생각한 남자를 되찾은 것 인양.... 웃기는 감상이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뭔가가 내 다리사이에서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앗!! 이 ..임마!!!" 정말....무지하게도 빠른 녀석... 어느새 날 눕혔다....... "난 아직 용서 안 했어!!" 그러나 소문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널 보니 참을 수가 없다." "뭘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야~!!! 안 놔?!" "이 사랑스러운 목소리도...눈빛도 ..몸도..여전하구나..." 그럼 그게 여전하지..어딜 가냐??? 억.....이거..너무 스피디하게 나가잖아?!! 이봐!! 벌써 그렇게 흥분하면 어떡해!!! 난....이럴려고 들어온 게..아닌데......ㅜ,ㅜ 한동안.....서늘한 강가의 바람에 대항하기라도 하듯 뜨거운 두 육체는 정열적으로 엉켜들었다.... 우씨..내가 이딴 말이나 써야 하다니...... "아흑.....소문...웃.....우읏." 이성을 마비시킬 듯한 열정적인 소문의 욕망에 그만 의식의 끈을 놓아버릴 것.........만 같다. 으..아찔해..................... "헉 헉..매향...매향.....매향........." 녀석은 무아지경에 빠져 끊임없이 내 이름을 읊조리고 내 몸을 탐한다. 뭐야.... 그 이름은 싫댔 잖아..... 젠장...... "윽...하아.....앗...." 휘유유.....겨우 오늘은 의식을 챙겼다... 소문이 정말 정력 껏 다했다면.... 내가 이렇게 두 눈 뜨고 있을 수 없을 테니까... "이제 그만 가봐야지 않겠수?" 정말 때맞춰서 흑벌무가 등장한다. "아..그래 지보가 위험할 것같아. 이미 가륵이 눈치를 깐 모양인데.." "뭐요? 그럼 어서 내려가야지." 헉....나 걸을 수 있을려나... 내가 그런 걱정을 하는 눈치이자 소문은 아까처럼 날 들어 안았다. "어차피 네 걸음으론 느려서 안돼." 저항하려는 내 말을 그는 묵살해 버렸다. 젠장.....그래 니가 얼마나 빨리 뛰나 보자... 으..아아아.. 무지하게...엄청나게 빠르닷... 나무들이 휙휙 뒤로 물러선다.. 헉..이거 인간의 속력 맞아??? 눈이 핑핑 돌려고 그런다... 그나저나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거야? 소야란 여자는 어떻게 된거구?? 소문의 얼굴이 너무나 심각하게 굳어져 있어 도무지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날 안은 채로 성 쪽으로 내 달렸다. 가륵이 사는 국내성의 성문 앞엔 두 명의 보초가 서있었다. "멈춰 어디서 오는 길이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맥성에서 오는 장사꾼들이오. 문 좀 열어주시오!!" 허..잠깐... 이건 뭔가 함정이 있는데? "소문 날 내려 줘.." "응? 넌 아직 걷기엔 무리가.." "함정일 가능성이 있다구.. 걸어야겠어..." 함정이라는 내 말에 소문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러면 더더욱 안돼. 아무소리 말고 안겨있어." "이..이바..." 쪼..쪽팔리게...어떻게 그러냐!! 성문이 금세 열린다. 폐문직전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열린다는것 자체가 함정같잖냐!! 역시나 함정이었던 것이다. 수 십 명의 군졸들이 무지하게도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 저 많은 군사들이..모두 소문과 흑벌무를 잡기 위한 것인가..??? 흐악.. 갑자기 몸이 부웅하고 난다. 소문이 날 안은 채로 잽싸게 몸을 날린 것인데... 그가 한번 움직이면 병졸 수명이 나가떨어진다. 하지만....둘이 상대하기엔 숫자가 꽤나 많다. "벌무!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지 못하면 비류산에서 만나자!" "알겠수!" 그렇게 말하곤 둘은 제각기 흩어졌다. 둘이 흩어지니까 병력도 양분된다. 나도 가벼운 무게가 아닐텐데.... 날 안고서 이렇게 날듯이 뛰다니...쫓아오던 군졸들이 하나둘 시야에서 사라진다. 허......멋지군....... 이 남자.. 소문은 달리다가 어느 객점으로 달려들었다. 객점 주인은 소문이 들어오는걸 보고 흠칫 놀라 달려왔다. "어이구 무슨 일이십니까?" 아..알고 보니...무술대회를 구경하다가 며칠 묵었던 그 객점..... "잠깐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제서야 소문이 날 내려놓는다. 욱...허리야...이거원......그래도 걸어야지 어쩌겠어.... "쫓기고 계시군요?" 객점주인은 나와 소문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추측했는지 물었다. "그렇소이다. 절대로 내가 여기 왔다고 내색하지 말고 가서 당신 옷이나 두 벌 꺼내 오시오." "옷이요?" "바꿔 입어야겠소." "이쪽 처자분은.." 이..씨...뭐라구??? 내가 눈을 치켜 뜨고 노려보자 주인은 찔끔한다. "아..괜찮으니 남자 옷을 가져다주시오." "예.." 주인은 얼른 가게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음.. 옷 느낌이 상당히 거칠하군... "결발 할 줄 아시오?" "예? 결발이요?" "상투를 틀어달란 말이요!" 객점주인은 그제서야 알아듣고 소문의 머리를 한데 묶어 올려 상투를 틀어주었다. "허어.. 그래 놓으니 다른 사람 같습니다요." 흠....내가 보기에도 그런걸.. 저 지저분한 장발이 없어지니까... 훨씬 낫군. 나도 그런 눈길을 보내주었다. "고맙소이다. 나중에 봅시다." 그렇게 말하고 소문은 벌떡 일어섰다. 우리 두 사람은 급하게 객점을 나섰다. 언제 또 군졸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므로...... 제길..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가륵이 연개소문을 잡으라고 군졸을 푼 건가? 그럼 이미 소문의 가문에 대한 건 알아차렸단 거고.... 우앗!! 이젠 내 발로 걸어 갈거야!! 야!! 소문~!!!!! 15화 이곳은...성주 가륵의 집이다.. 아니 집이라기엔 스케일이 작구..성이다. 성곽이 높게 둘러쳐져 있는...무슨 요새 같은 집이다. 우리는 지금 이런 곳에 침투를 계획중이다. 왜냐구? 지보가 성주 가륵에게 잡혀갔으니깐... 지금쯤..고문 좀 당했겠는걸... 아냐..별루 안 당하는 것 같기두..하구.. 허..근데 이집 진짜 삐까뻔쩍한 걸? 연못도 있구... 밤이라 잘은 안보이지만 아름다운 정원에...정원수에..... 백성들 고혈을 빨아서 이런데 돈을 쳐부었군... 나쁜....돼지....비계살덩어리.... 이쁘장하게 살찐 것도 아니고...비쩍 마른 백성들 그나마 없는 지방을 빼내서 지배에다 채운 넘..... 소문아 ...그 넘 어디로 도망치는지 내가 대충 아는데.. 같이 가서 죽여버릴까??? ..헛..내가 넘 흥분을 했군.. 어라..그나저나 어딜 가는거야? 허...빨간 연등이 달린 방 앞에... 웬지 분위기 상 여자방 같군.... 소문은 그 방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함부로 들어가도 되는 거야? 새근 새근... 무..엇이야...이 소린...... 으..........!! 저..저건.....가화다... 그것도 홀라당 벗고 자는데... 제..제기랄....미쳤나..왜 홀딱 벗고 자는 거야? 문득 소문을 올려다보았다. 이 자식 흥분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그러나....소문의 그 부분은...별루 반응이 없는 듯 하다... 기..기뻐해야 하나...슬퍼해야 하나.. 소문...너도 장가가긴 틀렸어...크크크큭... 소문은 천천히 가화에게 다가가 잠들어 있는 그녀의 입을 콱 틀어막았다. "읍!! 으읍!!!" 그녀는 숨이 막히자 발버둥을 치며 벌떡 일어났다. "조용히 해. 떠들면 이대로 목을 꺾어 버릴 테다." 소문은 살기어린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협박했다. 흠...잘한다. 가륵 딸인데 함부로 대해 버렷.. 사악한 것....니가 나중에 소문에게 얼마나 골칫덩이가 되는데.. 자꾸 옆으로 이야기가 새는군.. 하여튼 소문의 협박에 겁을 먹었는지 여자는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외간 남자들 앞에 나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황급히 눈치채고 이불을 끌어다 몸을 가린다. 안 가려도 상관없어 이 여자야. 나도 남자지만 너 같은 여잔 싫다. 다만..눈 둘 대가 없어 좀 황망하긴 하지만..... "지보는 어디있지?" 소문은 조심스레 가화의 입에서 손을 떼 주었다. "지보...그 사람은 지하감옥에..." 가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하감옥이라.....좋아. 미안하지만 잠시만 자고 있거라." 소문은 그녀의 목뒤를 내리쳤다. 가화가 풀썩하고 쓰러지자 그는 가화를 얌전히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가자. 매향." "응.. " 흠..저렇게 해놓으니 자는 것 같군..... 어쨌든 가자.. 소문과 나는 최대한 조용조용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감옥이 있는 곳은 소문이 아는 모양이었다. 그곳엔..아마 지보하구..금검의 아버지가 잡혀 있을 텐데.. 맞다..금검의 아버지......아마도 ..죽었을 거야..지독한 고문에 못이겨서.... 챙강~!!! 날카로운 소리.... 어라..뭐지? 소문이 낭패한 얼굴로 날 돌아본다. 헉......내가 딴 생각하다가.....이런.... 어쩌지? "침입자다!!!" 여기저기서 큰 함성이 들리더니 우리는 곧 수 십 명의 군졸에게 둘러 쌓였다. 발도 빠르시우...아자씨들........ 그나저나....어쩌지?? 그 소리한번에..이렇게 많은 인원이.... 나 때문에..일이 이렇게 되다니..... "연개소문이다! 죽여라!!" 군졸들이 무섭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소문은 날 보호하며 싸우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무리 일당백이라는 소문이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나라는 짐까지 보호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러나 정말 대단하다...제길...나도 이러고만 있을 순 없잖아.... "앗..." 한 놈이 내 팔을 낚아챘다. 흥!! 네놈이 날 어쩌겠다구! "놔! 이 자식아!!" 내 날려차기 한번에 그 병사는 날아가 버렸다. 소문이 그 바쁜 와중에도 날 보며 휘유~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바...소문 아자씨..나두 한 싸움한다구... 당신이 비정상인거야...... 헛..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점점 병사의 수가 많아진다. 우리 둘이 상대할 수 있는 병사의 수도 한정되어 있고... 결국 우리는 잡히고 말았다. 어떤 비겁한 놈이 소문의 발을 장대로 쳤던 것이다. 소문이 쓰러지자 난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고 우리는 당장 무릎 꿇려 묶였다. "연개소문을 잡았습니다!" 헉....저 산만한 비계덩어리....가륵이다.. 그는 태연한 얼굴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느끼한 넘.... "잘했다! 저놈은 감옥에 쳐넣고 계집은 데려와라!!" 이마에 혈관 하나가 툭 불거진다. 계집.......그거 나보고 한말이겠지? 이젠...계집하면 나보고 한말이라고 알아듣는 것 자체가 싫어!!!!!! 빌어먹을!!!!! 제 비곗덩어리의 면상을 시원하게 한방 갈겨줬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어쨌든....소문은 감옥으로 끌려가고..난 억센 병사들의 손에 잡혀 가륵의 방으로 들어갔다. 온갖 사치스런 물품이랑 가구가 가득한 방이군..... 그때 우리가 묵었었던 그 방의 한 세배쯤은 되는 것 같다.... 병사들은 묶인 날 놔두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부..불안하군....특히나.....저 중앙에 놓인.....침상이....... 제길...난 눈치가 너무 빨라!!!! "흐흐흐..겁먹지 말거라.." 난 겁먹진 않았어...그저 널 보는 게...역겨울 뿐이지..... 가륵이 그 비대한 몸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그는 살찐 손을 내밀어 내 턱을 잡아올렸다. "아직 사내의 맛을 못 본 모양이군...이 청초한 아름다움이라니 말이야..." 사내의 맛이라....이미......한 세 번 봤던가....아냐..네 번..이었나....?? 당신의 말은 완죤 착각이야..... 난 이미........... 어..어쨌든 당신 손!! 말투!! 다 역겨워!! "돼지씨 손 치워주시지!" 내가 그렇게 씹어 뱉자 단번에 그의 안색이 시퍼래진다. 크크크큭.. "발칙한 것..." 갑자기 가륵이 날 거세게 뒤로 쓰러뜨려 눕혔다. 우씨..머리야....박았잖아....... "네년이 나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곧 알게 해주지!" 으아악!! 가륵이 다가온다!! 싫어!!!! 저...기름기 흐르는....입술이!!!!!! 싫어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 "놔!! 이 빌어먹을 변태야! 으아아아아!! 놔아아아아!!" "성주 님!!" 순간 가륵이 멈칫한다. 어휴휴휴.. 누군지 몰라도 당신 자손 대대로 번창하셈....아니.....책사인 양환이자나... 재수 없는 아자씨 중 하나군.... 이 넘이 소문이 하고 약속했던 거 어겨서 결국 그 가문을 다 알게 된것이잖아.. 원래 말이지 가륵을 돌봐주는 윗 아자씨들이 부소무리거든? 근데 그 부소무리가 소문의 할 아버진지..아버진지...연태조라던가? 그 사람을 반역으로 몰아 멸문지화를 당했다구.. 그러니 지금 가륵이 소문을 잡으라고 명을 내린거야.... 나쁜넘.....생긴 것 만큼이나 비겁하고 치졸하고 비열한........ "뭐냐!!" 가륵이 신경질 적인 어조로 대꾸했다. 양환은 가륵의 심기를 건들어서인지 달달 떨며 보고했다. 힘 좀 내라..이 발육부진 같은 아자씨야... "아..저..그것이..모지황장군이....금검에게 ...." "뭐?" 가륵이 벌떡 일어섰다.. 우..저 남산만한 배에 눌렸다가 벗어나니 살 것 같군.... "모지황이가 당했단 말이냐? 내가 군사를 1천이나 주었거늘!!" 크크큭..분하지? 분하지? 금검이 그랬단다!! 이래서 그런 말이 존재하는 거야.... 권선징악......맞는..비유겠지....? 뭐..원 뜻이야 악을 벌하고 선을 권한다..그거겠지만 줄여서.. 악은 반드시 패한다.............어라..그러고 보니.... 여기선 정확한 악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가륵에게선 해구무리가 악일테고.. 해구에게선 가륵이 악일테니.... 내 눈엔...어쨌든 가륵! 니가 나쁜놈이야~!!!!!!!! "와아아아아!!!! 폭정을 일삼는 가륵을 죽여라!!!" 어디선가 함성이 울려온다. 가륵은 당황하여 밖으로 걸어나갔다. 아..줄이 풀렸다. 느슨하게 묶어놨었군..? "어..어떻게 된 건가...이건....해구 쪽 놈들은 300이 다라고 하지 않았느냐?!" 양책사 아자씨는 여전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소인도..잘.. 여기저기서 동시다발로 터져오르는 터라..아무래도 그 해구 놈이 무슨 술수를 부린 것이..." "에에잇!! 시끄러워!!! 비켜라 내가 나가겠다!! 말을 내와!!" 드뎌 저 비만 아자씨가 출정하려나.....쿠쿠..하지만 당신은 출정이고 나발이고 못할걸? "큰일났습니다!! 북문에서 흑벌무가!!" 좋았어!..흑벌무...등장이군....엄..그다지 좋아할....사항은 아니지만.. 어쨌든 흑벌무가 왔군.... "동문에서 해구의 무리가!!!" "급보입니다!! 성주 님!! 우리군사의 태반이 벌써 반란군에 가담했다고 하옵니다!!" "흑벌무가 벌써 우리군사를...!!" 급작스럽게 많이도 쏟아져 들어오네........후훗.. 정신 못 차리겠는걸? "이... 이놈!! 양환!! 네놈이 흑벌무랑 짠것이지?!" 갑자기 저 넘이 왜 지 충실한 개인 양환가지고 난리지.... 양환이 놀라 눈을 치켜 뜨는데 ..가륵이 허리춤에서 칼을 빼낸다........ 앗....서..설마.. "아..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살려주십시요!! 성주님!! 성주!!" 윽...양환의 목이 떨어져 나간다.... 토..토할 것 같아.... 저 가륵....드뎌 미쳤군...지 비서를 제손으로 목을쳤다... 갑자기 가륵이 날 본다.... 시뻘개진 눈으로 날보다니......젠장.....무..무섭잖아... "그래..네년이 연개소문의 계집이렷다? 네년을 잡아놔야겠다...." 헉...뭐라구? 내가 주춤거리는 사이 그는 내게 성큼 다가와 있다. 게다가 이곳엔 가륵의 장수들도 있어서...자력으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이라고 보아야 할 듯.... "이리와라....네년이 인질이 되는 거다!!" 가륵이 내 팔을 잡아채려는 찰나에 또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악독한 가륵을 죽여라!! 불을 질러!!" "성주님! 자택 내에 불이 붙었습니다!!" "뭐야?" 그가 잠시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때야!! 난 그래도 파워가 있는 발차기로 가륵의 안면을 힘껏!! 후려 찼다. "커억." 우..속시원하다.....소원성취했군~ 누구든 안면을 직격으로 당하면 뇌에 충격이 가기 마련이지...쿠쿠쿠.. 가륵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 난 창문을 부수고 뛰어내렸다. 나무로 창살을 댄 것인데.. 젠장....좀 아프군.... "잡아라!!" 군사들이 날 잡으러 쫓아온다. 내가 니들한테 잡히겠냐? 이래뵈도 육상부에서도 날 부르러 이따금 오는데.... 헉....내가 잘 못 생각했나 보다...뒤에서만 쫓아오는 게 아니라....앞에서도 옆에서도.. 군사가 가득하다... 이거...궁지에 몰렸잖아........ "어디서 계집이 설치느냐!! 얌전히 이리와!!" 대장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게 ...헛소리를 지껄였다. "뭐야?! 이 빌어...." 히히히잉!! 별안간 말의 울부짖음이 들리더니 저 앞쪽에서 바글거리는 군사무리를 뚫고 한 남자가 말을 타고 달려온다. 어랏..누구지? "으아아!! 막아!!!" 군졸들이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그 남자를 막진 못했다. 그 남자는 말을 몰며 나를 지나쳤다. 글구 난 그 내민 손을 잡고 말 위로 올랐다. 훗..내 운동신경도 이럴 땐 도움이 잘 되는군..... "고..고마워요." 흠...누구.....허.....억..흑벌무....!? 흑벌무는 날 자신의 앞에 태우고 말없이 전진했다. "........" "그렇게 바짝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저번은........내가 사과하지..." ....그 무대포인 흑벌무가.....사과를 하다니..... 그는 절대로 사과따윌 할 인물이 아닌데......받아줄까? "뭐..... 이미 잊었어요." 잊진 못했지만.....이렇게 말해주는 수밖에.... 흑벌무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흠..... 하지만 분위기는 훨 나아진 듯 하군... "근데 지금 어디로 달려가는 겁니까?" "소문형님을 구하러." "지하감옥으로 가는 거죠?" 순간 흑벌무가 날 힐끔 쳐다보았다. 음..? 왜....쳐다보지? "그렇다." 쳇......무뚝뚝하긴... 저렇긴 해도 그는 속이 따뜻한 남자다... 다만 성욕이 좀 강한 것이......문제지..... 이젠 가륵도 최대궁지에 몰렸구.... 자...이젠 어떻게 될라나........ 16화 지금 이곳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후우.. 곳곳에 병사들의 시체가 구르고 있고... 건물엔 불이 붙어 무섭게 타오르고 있다..... 여기는 그나마 병사들이 적은 곳이다. 아마..저쪽 동문 쪽 엔 금검과 해구 무리가 가륵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겠지.. 상황이 워낙 다급하다 보니 병사들은 우릴 보곤 덤빌 생각도 않는다. 이젠 가륵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인가... 참..사람마음 변하는 거 잠시잠깐이군..... 하긴..그 뚱땡이가 쌓아놓은 인덕이 있나 뭐가 있어.. 당연한 결과군..... 아..저곳이 지하감옥인가 보다.. 문이 단단히 잠겨 있긴 했지만 보초들은 없다. 하긴..이런 급한 상황에 누가 병신같이 감옥문이나 지키고 있겠어. 쾅! 흑벌무가 문을 냅다 걷어찼다. 단번에 문은 나가떨어졌고 우리들은 소문과 지보를 찾아 그곳으로 달려 들어갔다. "소문!" "나 여기 있다." 제일 구석의 옥에서 소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고문당했나? 그러나 내 걱정은 기우였다. 소문은 새끼손가락 하나 다친데 없이 빙그레 웃고 있었던 것이다. 꽁꽁 묶여 있는 게 좀 볼품없긴 했지만.... "창피하지도 않소 형님." 흑벌무가 다가가 오랏줄을 풀며 빈축을 주었지만 여전히 소문은 웃고 있었다. 그는 그 미소 그대로 내게 물었다. "상황은 해구쪽으로 기울고 있겠지?" "맞아. 결국은 해구가 이길거야." 요새 들어 난 점쟁이가 된 기분이다. 내가 예측을 툭툭 던져내도 이젠 소문은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이..소문.. 너 진짜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이라고 생각하냐.. 내참.. 그렇지만.....난 지금으로부터 이천년쯤 후인 한국에서 내 전생 한번 볼려고 왔어 하구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니...쯧.. "좋아. 나가자." 그가 일어서자 막 줄이 풀린 지보도 따라섰다. "어? 이사람은 뭐야?" 흑벌무는 문득 발에 걸린 것을 쳐다보다가 금검의 아버지라는걸 알았다. "헉.." 지보가 얼른 다가오더니 코 아래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이런..그 분을 잊고 있었군.. 돌아가시다니......" 후...어쩌겠어.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인걸.. 이젠 금검에게 전해주는 일만 남았군. 불바다가 된 저택을 가로질러 우리는 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 내달렸다. "소문! 무사했구려!" 금검이 마침 달려왔다. "아.금검...." "내 부친은 ...어디 계시오?" 그는 의아한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아버지를 찾았다. 모두들..말하기가 껄끄러운 듯 대답을 망설였다. "이미...." 차마 뒷말은 잇지 못하고 소문이 고개를 숙이자 금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돌아....가셨소?" "모진...고문을 견디다 못해서...." 금검의 안색에 이젠 분노까지 떠오르고 있다. 그것은 가륵에 대한 것인지......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표정을 짓던 그는 우리의 앞이란 걸 자각하고 얼굴을 굳혔다. "어디오.." "저와 같이 가시겠어요?" 숙연해져 버렸다. 내가 그에게 감옥의 방향을 가르쳐 주며 제의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혼자 가겠소.." 그러더니 말머리를 돌려 그곳으로 달려갔다. "....흠.. 우리는 해구에게로 가자구.. 이미 전세는 그에게로 기울었으니.." 분위기를 털어내려는 듯 지보가 우리들을 이끌었다. 처참한 폐허만을 남기고 싸움은 끝이 났다. 결국 가륵은 자신의 심복 몇 명과 딸만 데리고 도망쳤고.... 해구는 승리하게 되었다. 훗..웬지 난 쓴웃음이 났다. 지금 백성들..그러니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쟁에 참가했었던... 사람들은 모두 희열에 들떠있다. 그들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고.... 평화의 시대가 온 것이라고..... 그러나 난 그들에게 비웃음실린 동정을 던져주고 싶다. 많은 피해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수많은 가옥과 재물이 불타올랐다. 이 모든 피해를 감수하고 그들이 얻은 것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가륵의 집에서 나온 재물들을 나눠 갖는 것.... 그러나 그들은 그것만 가지고도 너무나 기뻐했다. 가륵의 폭정에서 벗어났다고 실실 쪼개고들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이다. 한 순간이라구.......바보 같은 민초들..... "이봐, 이제 대충 사건도 마무리 됐으니 자리를 뜨자구."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뼈대만 남은 가화의 방이다. 이젠 주인도 비싸보이던 가구들도 없고....그곳에 우리 네 사람만이 술자리를 벌이고 있다. "무슨 헷소리야 이 비러머글 놈아." 그의 말에 술을 들이붓던 흑벌무가 발끈했다. "이제 이곳은 우리에게 위험해. 이곳 사정이야 어떻든..우리는 몸을 피해야 한다구." "네놈은 하늘에서 떨어졌냐? 부모 없고 조상 없어? 우리들이 공으로 생겨난 건 줄아냐? 나라가 있어야 네가 있는 법이야. 우리 고구려라는 나라가 있어야 네가 인간으로 대접받고 살아. 알고나있냐?" 얼....오늘따라 흑벌무가 한 말발 하는 걸... "나두 알아. 멍청한 넘아. 하지만 생각해봐. 좁게 보지 말고 넓게 보라구. 이곳은 국내성일 뿐이야. 고구려에서 중요한 성은 200개가 넘 어. 그리고 주만 해도 몇 주 인줄 아냐? 자그마치 62주나 된다구. 그곳에 있는 군사는 군사도 아니냐? 막말로 해구가 난리친 건 우리딴에는 탐관오리를 벌한 거지만 조정의 입장에서 보라구! 졸개들 몇몇이 군중을 선동해 반란..민란을 일으킨 거에 다르지 않다구!! 그리고 이곳의 군사를 모두 다 합쳐봤자 5천밖에 안 된다구!! 그렇지만 고구려는 수군,기병,보졸, 그리고 비상시에 동원할 수 있는 수만해도 백만이 넘는단 말이다!! 그들이 군사를 이끌고 온다고 생각해봐. 이곳 병사들은 거의다 평범한 민중들이야. 그들이 잘 훈련된 군사 앞에서 당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냐? 게다가 숫적으로도 무지하게 열세인데!!" 지보는 따발총처럼 말을 쏘아낸다.. 그래...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도 저것이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있다. 이것은 하나의 반란에 지나지 않아. 조정은 군사를 1만정도 끌고 와 무참히 이곳을 짓밟고 새로운 군주를 보낼거라구.....그리고 그 성주는 당근히 부소무리가 보내는 거 아니겠냐구.. 그럼...어차피 또 똑같은 악순환의 연속이란 거지.... 그런데 ..그걸 모르고 .....지금 저 민중들이......저 난리란거다.. 참......저걸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다시 이쪽으로 돌아와서.... "그래서 뭘 어쩌잔 거야?" "으이구..이 석두야...생각 좀 해라.." "뭐? 그럼 넌 돼지 대가리냐!?" "시끄러~ 들어보라구. 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서 왕제 건무는 틀림없이 군사를 보낼거야. 그럼 해구나 금검은 충실한 명분이 있고.. 게다가 직위가 있잖아. 그러니까.....뭐 고초 쫌 겪으면 될거란 말이지.......하지만 우린 뭐냐." 그는 잠시 생각할 틈을 주겠다는듯 뜸을 들였다. 그 틈에 소문은 또 한잔을 들이켰다. "우린 아무것도 아냐. 천한 백성주제에 반란에 가담한 거나 다름이 없다구.. 극형에 처해질지도 모르고..지금 소문형님의 가문이 알려지는 것도 좋지 않다구." "허나...." 흑벌무는 소문을 바라본다. 아마도 그가 결론 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소문은 술잔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음... 둘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하지만 난 지보의 생각에 동의한다." "형님!!" 흑벌무의 반대 어린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그는 고개를 들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떠냐? 매향." "어?" 어라..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냐....흠....뭐라고 해주지.. 난 지금 Yes라고 해야할지..아님 No라고 대답해야 할지....잘 모르겠다. 도망치고 나서의 이들의 여정을 알고있기에.... 만약 내가 고개를 흔든다면.....그는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까.... 훗.....하지만 그 딴게 궁금해서 No를 말할 수는 없겠지? "나도 소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다. 뜨자구." 소문은 예의 그 웃음을 얼굴에 떠올린다. 역시...하는 듯한 ..... "좋아. 그럼 낼 아침까지 모이라구. 달아나는 거야." "어디로 갈라우?" "임강가." 순간....난 흠칫했다. 임강가라.....그곳은.... 그 말갈처녀 소야를 만난곳..그리고...내가 버진을 빼앗긴..... 하..하여튼 그 객점이 있는 곳이다. 임강가로...가다니....왜? "그 처녀가 기다리겠다고 했지?" 흑벌무의 물음에 내 심장이 또 한번 철렁한다. 젠장.. 웬 철렁.. "음." 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녀라.....그녀가 소야인거야.....? 그녀를 만나러.....? 소문.... 17화 과연......... 그녀는................... 말갈처녀 소야는....... 소문에게 어떤 인물이 될까.............. 음... 지금 국내성은 불안감과 긴장에 휩싸여있다. 우리 안 도망쳤냐구? 어..그게...좀더 두고보기로.. 어쨌든 불안에 쌓인 이유는..왕제건무가 보낸 이사도라는 장군이 5천의 군사를 이끌고 반란무리들을 토벌하러 보냈다는 것이다. 지금 금검하구 해구하구..난리다. 혈기왕성한 해구의 주장은...왕은 힘도 없고 나약하여 부소무리에게 둘러쌓인 채 휘둘리고 있으며 그 아래 대신들은 부정을 일삼고.. 대모달 을지문덕 장군만이 속앓이를 하고 있으니..어찌 우리들이 가만히 앉아서 그 꼴을 보겠느냐.. 결론은 부소무리를 처단하자....였다. 그러나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고 침착한 해구는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가륵이다. 가륵이 이렇게까지 숨통을 죄지 않았다면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건 그가 나빴지만..조정에선 그렇게 보지 않는다. 왜냐면..그 웬수 같은 부소가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에..왕제 건무 같은 사람이 있지만...우리는 반역무리가 되어 처단 당할지도 모른다. 사자를 보내어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그분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자.......뭐..한마디로..항복하자...였지. 그래서 그들은 건무에게 사신을 통해 서찰을 보냈다. 이사도 장군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난 뻔히 알고 있다. 이것은 해구장군 쪽에는 유리하게 돌아갈지 몰라도.. 소문의 입장에선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니다. "매향.. 넌..어떻게 될 거라고 보지?" 소문이 슬쩍 물어왔다. 음......말해 줄까..나 말까나....좀 기달려 봐라..이 성미 급한 아자씨야.. 금세 결과는 나올테니 말야.... 그리고 우리는 결국 도망치게 될거구... 내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사도 장군은 꽤나 머리 좋고 부소무리 쪽 사람이 아니었는지 해구의 생각을 받아들여왔고...이틀만 기다려 달라고 답신을 보내왔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여기 있을수가 없다. 만약 이들이 잡혀가게 된다면...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테구.. 소문의 가문이 지금 밝혀지게 된다면....곤란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구... 반역무리의 씨족이라고 처형될지도 모르니까....말이다. 결국 우리는 도망치기로 했다. 참..내가 아까부터 왕제 건무, 건무 해댔는데..건무가 누구냐면.. 음....대강 읊어볼께..이래뵈도 난 기억력이 무지 좋은편이야.. 음...음.. 맞아..평원제? 하여튼 그 사람 아들이고 지금 왕인 영양제의 아우야. 뭐..귀티가 흐르구..어린나이에 걸맞지 않게 위엄이 있다고 하던데 말야. 훗날에 수나라의 양제가 해로로 침범해 들어왔을 때 소문하고 같이 그를 물리친..뭐..하여튼 대단한 영웅이라고 했어. 음...영양제 다음으로....영류왕이 된다고 했던가.. 뭐.. 그의 프로필은 대강 이정도야. 아직은 그에 대헤 자세히 알 필요는 없겠지. 그래..머리 아프니까 넘어가구.. 어쨌든 이번엔 정말루 낼 새벽에 우리는 우선 임강가로 달아나기로 했지. 그래...낼 새벽이야....아니 ..잠깐..낼 새벽? 그럼 오늘밤엔 ..뭘하구? "으으..으악.....소문!!" 역시..이거였군.. 이놈아..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날 안을라구 하루를 미루냐....이휴... "매향..." 능숙하게 다가오는 소문의 손길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사나이의 힘찬 근육과 끝이 보이지 않는...정력까지..(이게 문제야 이게!!) 물론 가륵 같은 느끼한 아저씨와는 전혀 다르다. 나도 정말로..익숙해져 버린 걸까... 이젠 별로 저항도 없이 놈의 애무에 내 몸을 맡기고 있다. 흑.......젠장..어쩌다 이렇게 되버린 건지... "흠...딴 생각할 여유가 있나보군... 어떤 놈을 생각하고 있지? 응?" 갑자기 소문의 목소리가 싸늘해진다.. 아, 아냐..이넘아!! 넘겨짚지 말아!!!! 소프트로 나가던 넘이 갑자기 하드로 밀고 들어온다... 으윽..... "그게 아냐!! 아악!!! 아파아!!!!! 하윽..앗.....소문.....!!" 이럴 땐....누가 좀 안오나....으씨......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들뜬 열기가 가라앉고 드뎌 소문도 만족했는지 내 옆에 누웠다. 난 녹초가 되어 입을 열 힘도 없었지만 이것하난 물어보고 싶었다. "이바.....소오..문...." "음..?" 소문은 거의 잠이 들려나 보다..안돼 이 자식아 깨랏!!!!! 잠들면 안돼!!!! 난 소문의 가슴을 필사적으로 긁으며 그를 깨우는데 성공했다. 음하하하하.... 참.. 이런 것에 뿌듯해 할 때가 아니라.... "말이지....너 솔직하게 대답해." "뭔데?" 소문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대꾸했다. "임강가로 가면... 그 소야란 여자가 기다리고 있는......거야?" "응..?" 흐리멍텅하던 소문의 눈이 번쩍 떠진다. 헉.......불길해..이봐...하던 패턴대로 해.. "아니......그....저..... 그 여자가... 널 구해줬을 거 아냐..아라곡에서......그게...만나기로 했 어.........? 별....................이..일..은......없었.......고?" 헉스......저 무수한 점... 내..내가 왜 이런다냐..... 이딴 걸 묻는 내 심사는 대체 뭐야..... 이바.. 매향아...으씨.. 내 이름 정말 싫어..앗..이게 아니고..- -;; 너 왜 그러냐..정신 좀 차려라.. 이건 질투하는 마누라 말투자나!! "풋...큭큭.......크큭...우..우하하하하!!" 갑자기 소문이 킬킬거리다가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엥.....이 넘이 미쳤나? 소문아..뭐 잘 못 먹었..우엑.. 갑자기 소문이 그 넓은 가슴에다..(맨 가슴에...)내 얼굴을 확 끌어당긴다. 고로 안겼단 말이다!! "뭐..뭐야?!" 소문의 눈가에 물기마저 어려있다. 이 ..이 넘이..........?! "푸훗..정말.... 귀여워서 미치겠군...." "......뭐.........?!"<--어벙한 표정..아시져..? 소문은 내 볼을 한껏 잡아 늘였다. "우..우에아아..우아아!!!!" 으..으아아아!! 아프자나!!!!!!! "영 나에겐 관심 없이 굴더니.....뭐라구? 별일이 없었냔 말이냐? 앙큼한 것.....으하하..매향이 넌 정말 날 중독 시키는 달콤한 화주(花酎)와도 같은 녀석이로구나.......하지만 이렇게 달콤한 것이라면 매일이라도 먹고싶은데 말이다! 미치도록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으허........... 아.........아.............아........앙.........크........음.......하......안...........것................................. 앙....큼..............??? "메야?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이 아자씨야!! 남자보고 그딴 소릴 지껄여? 죽어볼래??? 앙??" 내가 미친 듯 난동을 부렸지만....(그래봤자 소문의 품이군....비러머글..) 소문은 나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우씨 안 놓냐? 안 놔? 정말 죽는 수가 있......" 흡....이 자식은......키스하면 다 풀리는 줄 알아??? "우우우웁!!!! 아읍!!!" 소문은 집요하게도 내 입술을 놔주지 않는다. 헉..헉.....나 숨..숨막혀!!! 소문!!!! 숨!!!!! 주..죽겠...!!! "파앗!! 하악..하악!!! 헉.."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이 되어서야 소문은 입술을 떼어냈다. 우씨...숨이 차서 암말도 못하겠네.... 헥헥 거리는 날 물끄러미 보더니 소문은 내 귓가에다 자그맣게 속삭였다. "그런 것을 걱정 한거냐? 내 약속했지 않아.. 일생 너 이외엔 아무도 안지 않겠다고....난 말 이다.... 네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이렇게 빨갛게 달아오른 너도..내게 죽느니 사느니 욕을 퍼부을 때도....나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모습도... 사랑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런데.... 다른 여자를 안는다고?" 나직하게 속삭이는 말인데....순간...내 호흡을 멈춰놓는다. .......뭐야........정말......진심인거냐.......소문.....?! 내가 눈이 동그래져서 올려다보자 소문은 보름 달빛과도 같은 온후한 미소를 지었다. 허......이 남자가 이런 미소를.....짓다니... 두근............... 어.......라.....? ..두..........근.......? 두근? 이 소리.... 이 의성어..... 심장 뛰는 소리 대역 맞지.....? 허억!!!!!! 정녕...내 심장에서 난 소리던가 말인가....... 이 놈 웃는 얼굴을 보고......두근.......이라니..... 현아야....지연아..... 이 오라비... 드뎌 정말로....진실로..장가는 다갔구나.... 흑...이제 이 넘에게 꼼짝없이 잡혔는가 보다...ㅜ,ㅜ "응? 왜 그러지?" 소문의 얼굴이 확 하고 다가온다. 우..... 다가오지맛!!! 갑자기 도로 빨개지는 ....내 원망스러운 얼굴.... 소문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흠.... 아직 팔팔하군.. 한번 더 안아도 되겠는걸..." "................." "... 정말 한번 더 안아도....되느냐?" "아.. 아니..시..시러..." 으악!!! 매향!!!! 사나이 매향!!!!! 힘내라!!! 왜 기죽는 거냐!!! 굳센 사나이....사나....... ㅜ,ㅜ 이젠 나도 몰라!!!!! 이런 난잡한 생각을 하느라구..난 소문이 사악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지 못했다.. Don't!!! "허리는 괜찮아?" 지보를 죽이고 싶다. 왜 저 딴 질문을 하는 걸까...보면 모르냐 짜식아!!! 거의 절뚝절뚝 수준인데... "안아줄까?" "됐네.." 소문이 호의 어린 손길을 내밀었지만 난 딱 잘라 거절했다. 에구...내 불쌍한 허리.... 여자 만나 신나게 흔들 허리인데.... 이게 뭔.... "정말 괜찮으냐?" 윽...또 소문이 휙 다가온다. "그래!! 그래!! 괜찮아!! 얼굴 좀 디밀지마!!" 난 있는 힘껏 소문의 낯짝을 밀어냈다. 소문은 의아스러워 하면서도 밀려나긴 한다. 윽..어제 나 풀가동을 넘어서서....거의 오버수준이었어.... "이봐!! 이것 좀 보라구!!!" 저어기서 흑벌무가 달려온다. 그의 손에 종이조각이 들려있다. 아...현상수배서군.... 응..뭔 소리냐구? 이들은 수배범이 되었어. 속된말로 튀었잖아. 그러니까....이사도가 명을 내린 거지...잡아오면 대가를 주겠다고... "소문형님하고 나하고 지보..그리고 매향까지..네 사람이 다 수배 됬는 걸?" 헉.....무엇이라? 나까지? 난 왜?!! 이바들......큰 착각들이셔!! 난 이곳사람자체가 아니라구!! 호적도 없고.....주민등록증도 없어!! "흠.. 곤란하게 되었군.... 이젠 사람 많은 곳으론 못 가겠는 걸...." 이렇게 되어 우리는 외진 곳을 골라 임강가로 도착했다. 그곳에 다다르자 역시나 소야...그 여자가 달려나왔다. 무척이나 반가워 하다가 날 보고는 인상이 좀 굳어졌다. 뭐야..... 나도 그다지 당신이 좋진 않다구..... 젠장..이쁜 여잔데..왜 내가 질투까지 받아야 하는 거야..... 객점의 주인은 가륵의 끄나풀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보와 흑벌무는 주인을 감금시키고.. 우리는 객점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야는 아라곡에서 소문이 가륵의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을때.. 구해준 여자다. 그리고 약속을 했다. 보름날 임강가에서 만나자고.... 그래서 그 약속을 위해 만나는 중이다. 근데.....원판에선 소야랑....몸을 섞고 그 정을 잊지 못해 만나게 되고.. 결국 사랑하게 된다...뭐 그런 구조던데.. 소문의 말투로 보아 그런 건 아닌 것 같구.... 대체 저 여자랑은 왜 만나는 거지.... 왜 만나는 거야..?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우....머리 아프당....... 에라..뭐가 어떻게 되겠지..그래 뭔가 어떻게 될 거야.. 내가 마무리지어야 된다는 둥..헛소리만은 안 해주면 좋겠어.... 제발....이 빌어먹을 스토리...... 우리는 거기서 하룻밤을 잤다. 소문도....오늘밤은 그냥 끌어안고 잘 뿐....더이상 나에게 터치는 없었다. 당근이지!!! 니가 오널 또 날 건들면 짐승이지!! 니가 인간이야?!! 근데.....소야는 뭘 할까..... 그 여자....원랜 소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데.. 이거 참....미안하기도 하고... "소문 님과 무슨 사이신가요?" "에..?" 이것은 그녀가 내게 물어온 것이다...아주 당돌하게 느껴지는 어투다.. 잠시 소문이 바깥을 살핀다고 나간 사이...그녀가 들어 온 것이다. 마침 일어나서 주섬주섬 겉옷을 주워 입던 내게..이 무슨 ....벼락같은 질문이란 말인가.. "어제도 소문 님과 한방을 쓰셨죠? 대체 무슨 사이시죠?" 난 식은땀이 날려고 했다. 소야 이 여자가 원래 이런 여자가 아닌데... 착하고 순하고...하지만 사랑 앞에선 물불 안 가린다 이건가? "아.... 우린...... " "소문 님에게서 떨어져 주셨으면 해요." 어라..듣고 있으니 화나네.....이보쇼..아가씨.... 뭔데 참견이야? 내가 소문이랑 붙어있던 지지리 쇼를 하건 댁이 무슨 상관이야.....? 내가 그런 눈초리로 쏘아보자 소야는 발끈해서 한마디를 더 던졌다. "당신 정말 더러워요!!" .............................콰콰콰콰.....앙.... 지금 내 심정? 바로 윗줄의 콰 라는 글자....네 글자다.. 더.......러.........워......... 눈앞에 하얗게...변한다.. "어떻게 더럽게 남자끼리......당신이 꼬드긴거죠? 남창.." "닥쳐!!!" 내가 벼락같이 소리를 치자 그녀는 깜짝 놀라 말을 멈췄다. 난 ....지금 분노로 제정신이 아니다. "지금...날 보고 더럽다고? 웃기지마 이 여자야!!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막말로 니가 소문의 부인이라도 되? 애인이라도 되? 가만히 듣자듣자 하니까 할말 안 할말 가리지 않고 다하는데... 으씨..... 더럽게 열받네.... 뭐야 이거? 알고보니 착하긴 커녕 여우아냐? 더럽긴 뭐가 더러워? 그런 넌 얼마나 깨끗하게 살아왔는데?" 소야의 얼굴이 마구마구 일그러지고 있다. 아니 울려고 하는 것 같군.. 난 한층 더 열이 받았다. 울면 다야?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라구? 웃기고 있네.. 난 더욱 몰아부치기 위해 그녀를 벽 쪽으로 몰아세웠다. "당..신....어떻게 그런 말을......" "당신이 한말이나 생각하시지? 나 이미지 팍팍 깨지고 있으니까 말야.." "비겁해요!! 지금 힘으로 날 때릴 생각인가요? 그리고 소문 님이 당신 같은 사람을 진정으 로 사랑 할 줄 알아요? 언젠가는 버릴거라구요!! 그리고 당신도 거짓감정이면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도....!!" "진심이야!!!!!!" 헉스....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내..내가 뭐라고 지껄인거야? 진심이라구........ 했...지.......? "거..거짓말..........." "그게 정말인가?" 동시에 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는 소야......그리고 저 하나는............ "소......소문.........?! 너..너...... 언제부터..." 흐억...나 아까보다 더 놀랬다. 순간....들리는가.....내 얼굴 익는 소리....푸시이......익.. 으아아아아!!!!! 내가 미쳤지....어떻게 이런 망발을!!!!!! "아냐!! 아냐앗!!!!" 급하게 부정했지만 소문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소야가..소야가 앞에 있어..소문아..... "드디어 네 진심을 말했군. 후훗..아침에 나가길 잘했는걸..?" 메..메야......너 그럼 계획적으로 나갔었냐....? 내 눈에 핏발이 선다. 내가....저 여자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너 알고나 있어?? 내가 부리리 노려보자 소문은 별안간 날 놔주더니 소야에게로 걸어간다. "이봐..소야." "네.." 소야는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다. 하긴...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지 본성 다 드러냈으니.. 소문은 소야의 세배는 될 듯한 팔뚝을 들어 소야의 머리위쪽 벽에다 턱하고 올려놓았다. "나도 진심으로 매향을 사랑한다. 한치의 거짓도 없지. 이래도 더러운가?" 소야의 얼굴이 확하고 붉어진다. 뉘우쳤는지 어쨌는지..모르지만....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되어 우리들은 비류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갈 데도 마땅찮고 함부로 돌아댕기다간 수배범으로 걸릴 확률이 높아서였다. 스승 마휴의 얼굴도 함보고 말이야. "뭐? 같이 안간다구?" 지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네.. 저는... 여기서...인사를 드리렵니다...." 그녀는 다소곳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하곤 뒤돌아서서 걸어가버렸다. 흠...... 충격을 받은 건가.... 하긴..이해하지..못한 거겠지....... "자, 그럼 우리는 비류산으로 가자구." 소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나보다. 혹....이녀석 사실은 되게 무정한 놈이 아닐까.... 허나.... 내 허리를 꽉 끌어안는 놈의 커다란 손을 느끼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지 나에게만 그렇지 않은거다.... 참내..... 이거...기뻐해야 하는 것..맞지? 어쨌든..비류산으로.....출동~... 18화 소야와 헤어진지..며칠쯤 된 것일까.. 마침내 우리들은 광개토대왕 비를 거쳐서 비류산에 도달했다. 물론 그 비 앞에서 우리가 숙연해진 건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스승님!" 옛날 자신들의 거처였던 동굴 앞에서 소문이 소리쳐 스승을 불렀다. "소문, 흑벌무, 지보가 돌아왔습니다~!! 스승님.....?!" 그러나 불러도 대답은 없고....그저 동굴 안에선 소문의 목소리만 메아리 칠뿐이었다. "뭐지....어딜 가신건가?" "들어가 보자구." 우리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오랫동안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 메마르게 비어있었다. "흠..? 이것 좀 봐." 지보가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든다. "가죽조각아냐?" "그래...뭔가 쓰여있는데.....국인장해여 이여재략 하왕불가 의속도지....라구?" "스승님의 수적이야..." 세 사람은 스승이 남긴 가죽쪼가리를 들여다보며 제각각 한마디씩 했다. "어라.....이거 어디서 많이 본 문장인데...?" 흑벌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훗....돌대가리.. 같이 배워놓고도 네놈은 이것도 모르냐?" "무엇이야? 이 돼지 대가리가!!!!" "아아..시끄러워... 지보 해석을 해봐라." "흠..이건 동명성왕의 이야기야. 부여 임금에게는 아들 일곱이 있었는데 그 아들들이 알에서 깨어난 주몽을 항상 미워하고 장차 왕위를 빼앗기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주몽을 죽이 려고 했지. 그때 주몽의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바로 이것이다. 나랏사람이 장차 너를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너는 재략이 뛰어나서 어디를 간들 못살겠니. 어서 그 대책을 세워라......." 지보는 부연설명까지 곁들여가며 유창하게 해석해 냈다. 흠...나두 알곤 있지..하지만 저렇게까진 해석 못하지.. 후후...저 마휴란 스승....다시 한번 말하지만...정말 현명하고 슬기로운 스승이라 말야.. 소문을 위하지 않는 척 하면서도 사실은 디게도 위해주고 있잖아.... "그럼 ..스승님은 이 글만을 남겨놓고 어딜 가셨단 말인가?" "아냐.... 아마도 여기어디 계신지도 몰라. 좀더 찾아봄세." 지보의 말에 따라 세 남자는 열심히 스승의 그림자를 찾았지만 땀으로 목욕을 했을 뿐.....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에이....저 빌어먹을 놈 때문에 괜히 땀으로 목간만 했네 그려!" 흑벌무가 빈정댔다. "아무래도 스승님은 정말로 떠나신 것 같군.. 아마도 내가 돌아올 것 까지도 생각을 하셨음 에 틀림없어..." 소문이 중얼거렸다. 흠.....맞는 소리야.. 위대한 스승아래 위대한 제자라는데....소문도 그런 것 같다. "그럼..이제 어쩌우?" "글쎄다... 우선은 이곳에서 벗어나자꾸나." "좋소.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립시다." "누구냐?" 헉스....들켰다!! 순간 숨을 죽였지만..... 그 관군은 이미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젠장...어두워지길 기다린 보람이 없잖아..... "헛!! 네놈들은?!" 그 관군은 관솔불을 들이 대 보더니 금세 우리의 정체를 눈치챘다. 이 어두움 속에서도 알아보다니...저놈 올빼미아냐..?? "이바!! 수배범을 발견했..!!" 그 넘이 말을 맺기도 전에 흑벌무의 발이 날아갔다. 그는 고꾸라져 버렸지만 이미 상황은 크게 벌어져 있었다. "뭐야?! 이봐!! 저쪽으로 가봐!! 수배범이 나타났다!!" 삽시간에 조용하던 주위가 소란스러워진다. "이런 낭패군..." 이대로 있다간 금세 군졸들에게 포위되어 버릴지경이다. "형님!! 먼저 가시우!! 내가 뒤를 맡겠소!" "나도!" 지보와 흑벌무가 벌떡 일어섰다. 소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팔을 붙잡았다. "좋아 빨리 따라오라구!!" 우리는 한 군졸녀석이 타고있던 말을 갈취해 타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흑...급박한 상황이군... 젠장....뭐가 이렇게도 안 풀리냐... 우리의 뒤쪽으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그리고 둔탁한 소음이 울린다. "도망친다 쫓아!!!!" 그러나 뛰어난 기마술을 지닌 소문을 쫓아올 수 있는 기병은 없었다. 쫓아올라손 치더라도 흑벌무와 지보가 놔두지 않았다. "크억!!" 숨이 턱 막혀오는 듯한 비명이 울려터졌다.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소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매향..괜찮으냐?" "아......응.." 이런..내가 뭐하는 짓이야...계집애처럼... 용기를 내야지.... 하지만 심장이 미친 듯 뛴다. 후...이번에 잡히면 어찌될지.... 허나 군졸들의 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그에 비례해 나의 두근거림도 잦아 들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빼어 뒤를 쳐다보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헛...어떻게..." 흑벌무와 지보는 거의 말의 달림과 똑같은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맞다. 뭐...... 범걸이라던가... 축지법의 일종..이라던데... 헛....정말 말과 나란히 달리잖아.....신기하군.. "젠장. 큰일났수!" 지보가 화난 목소리로 소문을 불렀다. "왜그래?" "벌무 이놈이 사람을 죽였수!" "뭐? 대체...." 흑벌무는 전혀 죄책감 없이 대꾸한다. "아 그놈도 날 죽이겠다고 덤비는데 내가 어떻게 살려줍니까?" "으이구...이 웬수 같은 놈아...얌전히나 죽이면 내가 뭐래? 목을 비틀고 배를 터뜨려 놓 구......" 뭐..야? 배를...터뜨려? .....저 사람 조심해야겠군.... 대체 뭘 했기에 맨몸으로 .....저런 괴물 같은 짓을 한다지... "사람을......몇이나 죽였기에..." "모르겠수다. 아마도 십 수 명은 될거요." 소문은 천천히 말을 달래 세웠다. "흐음.. 이것 큰일이군....안 그래도 우리는 수배범인데....이젠 살인죄까지 ..이대로 고구려에 머물다가 잡히기라고 하면 참수당하겠는데..." "그럼 어쩌우?" 소문이 날 힐끔 쳐다본다. 저 자식은 꼭 날 한번씩 쳐다본단 말이야..꼭 지가 낸 답을 채점해 달라는 아이처럼.. "중원으로 간다." "뭐시라....중원?" 중원....그러니까..쉽게 말해 중국.... 음....수나라로 가기로 했단 소리당... 이제부터 이들에게 펼쳐질 고생문이 훤히 보이는군.... 앗..글고보니....나도 같이 .....겪는거 아냐? 억..싫은데... 나가고 싶어............하..하지만 사나이 체면에 발뺌할 수도 없고.. 젠장....어쩔 수 없지...같이 가자....쳇쳇쳇.. "하지만....어떻게 그곳으로....." "지금은 여기 있어봤자 우리에겐 해만 될 뿐이야. 그리고 영원히 중원에서 살자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 잠적해 있다가 돌아오잔 이야기야." 소문은 침착하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좋소. 육로는 심사가 까다로워 통과하기가 힘드니 우리 해로로 갑시다." "해로라.." 난 고개를 끄덕였다. 흠....스토리대로 잘 진행 중이군.. 근데 말이지...난 자세한 건 잘 모르겠거든.. 굵직굵직한 건 아는데.... 세세한 것까진 잘 모르겠어..... 그러니 무조건 날 보진 말어....소문아.. 나두 모르는 게 있단당.... "그런데 배는 어디서 나구?" 흑벌무가 멍하게 한마디했다. 으이구...이 빙신..... 우리 셋은 예기치도 않게 입을 모아야 했다. "당근히 훔쳐야지!!" 좋다..아직 어둡다. 배를 탈취하기엔 딱 좋은 시기다... 클클클.. 우리는 창해바다로 향했다. 그곳엔 수나라와 해상무역을 하는 배가 많은 터라 좋은 배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제일 좋은 건 이곳에서 가까웠다. "흠....저 배가 좋겠어." 소문이 작게 속삭이며 한 배를 가리켰다. 큰 돛이 두개나 달린 커다란 상선이었다. 우리는 우선 작은 통나무배로 접근을 시도했다. 노를 저어가서 소리나지 않게 배에 갖다대고 그 위로 살며시 기어올라갔다. 배 위엔 작은 등불이 켜져 있었고.. "형님은 저리로 가서 선장 놈을 족치슈. 우리는 쫄따구들을 보고 올테니.." "좋아. 찢어지자." 난 소문을 따라갔다. 우리가 향한 곳은 흑벌무의 말대로 선장실이다.. 살며시 귀를 기울이자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난다. 흠...신음소리 같은걸..... 어랏..설마.... 갑자기 소문이 벌떡 일어선다. 이바....소문 뭘 려고? 뻐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짝이 나가떨어졌다. 그가 한발로 걷어 차버린 것이다. 헉스........역시나..내가 예상했던 광경이 방안에 자리잡고 있다. 비릿한 냄새가 풍겨 나오는 선실엔 배불뚝이 변태 같은 선장 놈이 자기 아래에 두 명의 여자를 깔고 있었다. 우엑...재수 없는 놈.... "뭐..뭐냐?" 그놈은 한창 천국을 맛보던 중 방해를 받아 알딸딸한 모양이었다. 소문은 그에게 다가가 면상을 후려친다. "억!!" 우씨.. 저 남산만한 몸이 굴러가니 속이 메슥거리는군... 것도 나체로.... 그 아래에 깔려 있던 두 여자는 두려움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다. 난 그녀들에게 다가가 이불로 몸을 가려주었다. "살려주시오! 살려만 주시오..." 한 대 맞고 나더니 놈의 말투가 존칭어로 바뀌었다. 매가 약이구만... 더러운 놈.... "형님 이것 좀 보시오!" 별안간 지보의 음성이 들리더니 마치 굴비처럼 주렁주렁 엮인 남자들이 십 수명 들어온다. "뭐냐?" "수나라까지 갈 뱃놈들이오. 이놈들이 있어야 배를 조종할 것 아니겠수?" "흠..그렇군...." "어라..이건 또 뭐냐?" 이것은 흑벌무의 음성인데.....좀..뭔가가.. "시파....계집아냐? 웬 계집이지?" 그의 눈이 크게 벌어진다. 더불어 입도... 하여튼...이 아자씨..여자만 보면.... "저 선장이..." 내가 휙 손짓해주자 헤벌레 해 있던 그의 눈이 분노로 벌개진다. "뭣이야? 이놈이....." 그는 울컥했는지 냅다 선장의 머리를 퍽하고 걷어 차버렸다. "크윽.." 선장은 픽하구 쓰러지더니....일어서지 않는다..... 헉.....이바.....죽었나봐..... "형님!! 이 계집들 고구려 어부들의 딸일 겁니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이 가난한 어민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그 딸년들을 산것이란 말입니다. 젠장..." 흠.... 저런 사실로 흥분해 선장을 죽인거군.. 난또 여자둘을 동시에 차지하다니...하고 죽인 건 줄로... 미안하다..흑벌무... 너의 진심을 오해해서...... 하지만....죽이진 좀 말지.... 욱..속이 메스꺼워.... "아마도 이 선장은 수나라 사람이었나 보군...." 그렇게 중얼거림으로써..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끝이났다. 배가 출항했다. 출항이라 하니 웃기지만... 뭐...잡은 뱃사람들을 데리고 수나라로 떠나는 것이다. 흠.....중원 땅이라.... 난 어두운 바다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곳에 가게되면....소문의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물론 나도 ..... "매향..뭐하고 있지?" "아.....소문." 어느 샌가 소문이 내 뒤로 다가와 있다. "그냥..이제 중원이라는 넓은 곳으로 가게 되니깐.." 잠시 소문이 의아한 눈으로 날 본다. 뭐시냐..그 시선은..... "허..너도 긴장 하는거냐? 아님 설레이는 것이냐?" 뭐? 지금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하하.. 난 말이다..넌 어떤 일이 있어도 침착하고 태연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네가 긴장할 줄은 몰랐는걸..." 이..놈이 날 인간으로 안 보는 건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이젠 스토리도 잘 안떠오르는데.. 긴장해야지.....안 긴장하냐? 내가 꼬나보자 소문은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그렇군....정말 긴장했단 말이지?" 쳇..비꼬는 거야 뭐야? "아 그래..나 겁먹었수다.... 긴장했고.....바보가 됬수다..됐냐?" 내가 빈정빈정거리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내 이마의 머리칼을 젖혀 키스 해온다. "뭐야...치워~!" "화가 난 것이냐? 내가 웃어서?" "쳇!" 소문이 입가에서 웃음을 지운다. 난 소문의 손을 떨쳐내고 갑판의 가장자리쪽으로 기대섰다. "화내지 말아라....매향. 언제나 냉정한 줄 알았던 니가 그랬다니 기쁜 것일 뿐이다. 내가 지 켜주고 싶었는데..항상 넌 완벽해서 말야....... 하지만 이런 면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이젠 내 가 더욱 열심히 너를 지켜주어야 되지 않겠느냐? 조금이라도 널 겁먹게 하고 싶진 않으니 말야..." 쳇......말은 청산유수구만.... 됐어요 아자씨!! 으씨...빨리 중원이라 가라..... 쳇쳇쳇쳇..... "왜 대답이 없어... 정말로 화가 난 것이야?" "아 몰라!! 아자씨야!!!!" 19화 배를 탄지 하루가 흘렀다. 흑벌무, 소문, 지보는 돌아가며 뱃사공들을 감시했다. 내가 신경 쓸 부분은 혹시라도 흑벌무가 여자들을 강간할까봐.....그것을 막는 것이었다. 이틀째 밤...... 침상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는데 소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교대야?" "음.." "아..일어서줄게. 한잠 자. 반나절 내내 한번도 쉬지 못했지?" 내가 그렇게 말하며 침상에서 비켜주려 했지만 소문의 두꺼운 팔에 가로막혀 일어서지 못했다. "소문.....?" 허..거뤼..설마..또....? 나..아직 허리가 낫지도.....제발 참아주라.. 내가 이런 눈으로 올려다보자 소문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또 큭큭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널 안으려는 게 아니야. 그저 내 옆에서 같이 있었으면 해서 말이다." "으..그래..?" 젠장.. 첨부터 그렇다고 말로하지.. 괜시리 쪽팔리게.. 난 소문이 침대에 눕도록 비켜주고 그 옆에 앉았다. "왜그래. 마음이 심란하냐?" 내가 묻자 소문은 잠시 놀란 듯 쳐다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중원은 과연 어떤 곳일지..궁금하기도 하고.. 어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말 이다.... 하지만.." "하지만 뭐?" 소문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네가 있어주니 평정이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또..또 그놈의 미소닷..... 젠장....자자..얼굴아 침착해라.. 내가 반응한다는 걸 알면 저 자식이 날 죽일지도 몰라.... 게다가 아무리 해도 저 녀석은 복상사란 말을 모를 만큼 정력이 세단 말이다~!! "쳇. 입에 발린 소리하긴." 그러나 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지는 이유는 뭘까.. 어..어랏..뭔가 분위기가 미묘하닷..... 허.. 이 넘..왜 이렇게 쳐다보는 거야..? 뭔가..뭔가..일어나려는데..... "형님!!!!!!!" 흑벌무의 등장이었다. 그것도 거의 문을 뽀사버릴 듯 험악한 기세였다. "이런 눈치 없는....!" 허거......소문과 내가 동시에 내뱉은 말.... 순간 우리 셋은 모두 어벙해져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으아..내가 ...또 실언을...... 하..하지만..분위기가 정말..기묘했다구!! 그..이상한 시선들은 뭐냐..... 젠장..말을 말아야지.... 흠.. "아, 그래 무슨 일이지?"(-_-;; 이미 쪽 다깠다뉴..) "앗 맞다. 해적들이라는데?" "해적?" 웬 해적? 이런 시대 때도 해적이 있었나? "보통의 고구려 상선이나 수나라의 상선은 영기가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 배에는 영기 같은 것도 없고......왜놈들의 노략선이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도망치 려 해도 뒤쪽에서도..배가...." 뱃사람 하나가 설명을 덧 붙였다. 왜놈들이 이런 바다에서 해적질을 하는군.. "어쩌지?" 지보와 흑벌무가 소문을 돌아보며 묻는다. "우선 항복하는 체 해라. 저놈들을 배로 끌어들이고 해치우는거다." 훗...소문답구만.. 좋아, 좋아.. 결국 우리는 선선히 배를 내주었고 왜놈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우리배로 뛰어들었다. 크큭..난 속으로 웃고 말았다. 정말 쫌씨들 같이 생겼다... 우헤헤..거의 다 벗고 아랫도리 하나만 입은 쬐끄만 체구의 그들은 정말 조잡하게도 생겨먹었고 길다란 검 하나씩을 든 채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음..일본의 장도인가.. 젠장.. 만화에서 본 일본검객 사무라이의 이미지가 박살나는 순간이군.... "으키키..이놈들을 싸그리 묶어라!" 놈들은 일본말로 지껄여 댔다. 뱃사람들을 묶던 그들은 소문과 지보, 흑벌무를 보고 약간 긴장하는 듯 했다. 왜냐면..덩치가 무지하게 크거덩.... "네놈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냐?" 소문은 묶인채로 왜놈의 두령에게 물었다. 두령은 킬킬거리더니만 갑자기 내게 다가왔다. "원하는 것? 재물과 계집이다." 그러면서 내 팔을 콱 움켜잡는다.. ........순간 거기있는 모든(왜놈들 빼구) 사람들의 입이 일그러진다. 어..저기..이보셔 왜놈 아자씨.. 저 사람들 웃겨서 넘어갈라는 거 안 보이우?(잠깐..거기 고개 끄덕거리는 넘은 뭐얏!!) 난 이래뵈도 있을 거 다 있는 남정네인데.... 참 내.. 내가 그렇게 여자처럼 생겼어? 내가?<--(--)(__) .....크으윽.... 제기랄... 이 놈이고 저놈이고 다 변태야!! 여자가 아니라구!!! "크크큭..고구려 계집인 모양인데.. " 내가 팔을 빼낼려고 무던히 힘을 주었건만 이 왜적 아자씨도 완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봐..이 정도로 힘주면 남자란 걸 좀 알아라.......빙신.... 오히려 더욱 꽉 잡는 게 아닌가.... "큭..아파.."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순간 소문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득였다. 응..? "계집은 묶을까요?" 쫄병 쯤에 속하는지 한 놈이 걸어나와 밧줄을 펼쳐든다. 헉..저런 걸로 묶겠다구? 시..싫다.... 허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두령 놈이 고개를 흔든다. "계집은 묶어놓으면 나무토막이 된다. 그냥 놔둬야 산 바닷고기처럼 감칠맛이 있고 꿈틀대 며 빠져나가려는 싱싱한 재미가 있지..클클클.." 쫘아아악..... 피부에 닭살 돋는 소리다.... 그래 너 잘났다. 그렇게 여잘 많이 안아봤냐? "켈켈켈~" 부하들도 변태처럼 따라웃는다. 왜 나쁜 놈들은 꼭 저렇게 기분 나쁘게 웃는거지? 하긴....괜히 나쁜 놈이겠냐... 두령은 배의 모든 재물을 긁어모아놓고 묶인 뱃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쳤다. "잘 들어라!! 우리는 원래 턴 배는 불사지르지. 허나 죽고싶지 않다면 우리의 부하가 되어도 좋다! 지원할 놈은 나와라!!" 허나..주위는 조용했다. 흠...배신자가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이거지?" 그러면서 두령은 느끼한 시선으로 날 보았다. 마치 마요네즈와 돼지기름을 섞어놓은 듯한 뉘끼함.... 우엑.... "흐흐흐흐.." 놈은 변태같은 웃음을 흘리더니 갑자기 내 윗도리를 잡아 북하고 찢었다. "으앗!!" 이건 그 두령놈과 내가 동시에 지른..... 난 찢겨나간 상의를 추스르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저 두령아자씨..아마도 여자의 통통한 가슴이 드러나길 바랐나 본데 헛물켜셨어!! "이..이거 사내 놈아냐?" 흥! 이제 알았냐? 푸하하하하하!! 속았지? 그런데......무언가가 이상하다. 저놈의 눈빛이 더욱 느끼하게 변한 것이다. "이렇게 예쁘장한 사내라니....크크큭..이거 비싼 값으로 팔리겠는걸?" 헉....뭐시라? 날 판다구? 엇다가? 그놈이 다시 내게 손을 뻗는다. 이번은 정말 위협적이다. 저 손에 잡힌다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한참을 기다려도 손은 다가오지 않고... 퍼벅!! "크악!!" 이란 소리만 들렸다. 움찔해서 고개를 들자 소문이 멋진 포즈로 내 앞에 서있다. 그 커다란 주먹으로 두령을 날린 것인가...??? 어..어쨌든 그 두목 놈은 저쪽으로 날아가 위력적으로 처박혔다. 그리고 소문의 넓은 등이 내 앞에 자리잡고 섰다. 언제 밧줄을 푼거지? 헉....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수많은 왜적들이 흑벌무와 지보의 손아래 굴복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왜놈들은 당황해서 도망치려했지만.. 이때 명타이밍으로 흑벌무의 살기 어린 보이스가 BGM으로 깔렸다. "한 놈이라도 살려 보낼 줄 알아?" 잠시 후..모조리 붙잡힌 왜적들이 모두 살려달라고 빌고 있다. 훗훗훗..속 시원하다..헛..저놈은 아까 날 묶을까 라고 물었던 놈.. 내가 다가가자 놈은 내게 매달릴 듯한 태세로 살려달라고 빈다. "에라잇! 죽어!!" 허나 난 가차없이 발차기를 날렸고 정통으로 얻어맞은 그 놈은 맥없이 바다로 떨어지고 말 았다. 크크크크..푸하하하!! 속시원하다!! "아악..살려..!!" 고막을 가르는 비명소리에 문득 고개를 돌리니 흑벌무가 사로잡힌 왜적들의 목을 쳐 바다로 내 던지고 있다. 욱.....그의 검이 번쩍일 때 마다 공포에 울부짖던 왜적들의 목은 힘없이 떨어졌다. 갑판이 피로 물들고 ..욱....피비린내가 가득하다. "흑벌무..꼭 죽일 건 없었잖아?" 소문이 말했지만 그는 씨근거리며 화를 토해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은 죽어도 싸다구! 살려둬봤자 백해무익한 놈들이야! 더러운 것들..." 누가 그를 말리겠는가....윽..하지만 저 핏물만은..좀 씻어내야겠다. 머리가 어지러워 질려구 그런다... 아마..뒤에 소문이 왜적들의 배에서 훔친 재물들을 끌어내 와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난 머리가 아파져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후에야 그가 날따라 선실로 들어왔다. "왜그래? 어디가 아픈가?" "아.. 아니.. 참 뭐했어?" "음..그 왜놈들 배 안에 고구려 여자와 백제..신라의 여자..들이 있더라구.. 그래서 몇 명의 사공들에게 패물을 쥐어주고 그 여자들에게 고국까지 데려다 주라고 했어." 오......정말? 갑자기 소문이 기특해진다. 기특이라고 하면 뭐할진 몰라도..어떻게 그렇게 좋은 생각을 했냐.. "참..그리고 그 두목 놈의 부인도 둘 있던데 말야.." "그 둘은.." "흑벌무와 지보가 데리고 갔어." "무어?" 난 벌떡 일어섰다. 데..데려갔다면..그냥 둘이 끌어안고 자는 건 아닐테고.... 분..명히..... "소문!" 난 소문을 있는 힘껏 노려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 않고 나를 끌어다 침상 위에 눕혔다. "엇!! 놔!!" "자꾸 이렇게 앙탈하면 그대로 안는다." 순간 나의 반항이 탁 멈췄다. 내가 조용해지자 소문은 내 위에서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자식 이제보니 속삭이는걸 되게도 좋아하는군... 꼭 이렇게 붙어서..이런 자세로 속삭이는걸 말이다..... "미안하다. 빨리 구해주고 싶었지만 .." 응? 무슨 ....소리야? 아...아까 그 두목?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다만 여자로 착각 당한 게 억울할 뿐이야. 네가 죄책감 느낄 이유 같은 거 없어. 난 당근히 이런 생각중이지만 소문은 그렇지 않은가 본데....? "아 괜찮아. 난 남자구 이런 일 좀 당한다구 닳는 것도 아니구~" 헤실헤실거리며 내가 소문을 올려다보자 소문도 작게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내 것이 다른 놈의 손에서 희롱당하는 건 못 견디겠군." "에?" 어..이씨...또 얼굴 빨개질 소리를....서슴없이 내뱉다니.. 너 자제 좀 못하냐? "이 바보가..!" 소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말을 막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키스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번 것은 입술만 부딪히는 가벼운 것이었다. 내가 어벙해져서 그를 쳐다보자 이번에야말로 그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해주지." "........." 이러더니 그 넘이 정말 날 꽉 끌어안고 옆자리에 철푸덕 누워버린다. "이러고 자자." "뭐??" 우....또 이러고 자야 된다구? 니 놈은 편할지 몰라도 난 괴롭다구!! 싫어.... 헛..난 깨달았다. 내 반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걸.. 옛날 같으면 팔을 물어뜯고 때리고 난리났을 텐데... 이젠...정말 여자처럼 심통 부리는 것으로 끝이라니..... ㅜ,ㅜ 하지만.....반항한다고 해봤자.. 이 넘이 놔줄리 만무하고..계속 반항하면 마음이 바뀌어... ..그..짓을 할지도 모르니.. 그냥 있자. 밤아 얼른 가라..... 젠장...오늘 잠 안 올 것 같다.... 웅..그러고 보니..이번에도 꽤나 오래 있는 거 같은데... 그곳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꼬..? 20화 우두둑.. 문득 잘자던..내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지하게도 묵직한 무언가가 아작나는 소리..... 난 잠이 쏟아지는 눈꺼풀을 들어 바깥으로 나갔다. 아니...나가려고 했다. 순간 배가 ..이럴수가..배가 거의 70도 각도로 기우는게 아닌가.. "으..아아아아!!" 난 비명을 지르며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아니 벽으로 굴렀다. 우당탕탕~!! 우씨....눈물난다. 어깨와 허리를 유난히도 세게 부딛혔나 본데.. 어우..욱씬거려... 젠장... 이게 대체 뭔 일이라니? 난 간신히 일어서서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바깥은 .....거의 악몽이었다. 사 오 미터가 넘는 해일들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고..정신을 차릴 수 없는 빗줄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배가 또 크게 기우뚱거린다. "아.." 내가 뭔가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이미 내 몸이 떨어지고 있다. 허나 그것은 다행히도 누군가의 강한 팔이 날 잡음으로 인해서 저지되었다. "소문!! 대체..무슨 일이야?" "태풍이라는군. 돛대가 하나 부러졌어." "뭐?" 세상에....돛대가 부러졌다는데...난 잠만 자고 있었던 것인가.... 나 예상외로 둔한가봐..... 헉..이게 아니구.. 그나저나 이런 거센 태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는 거야? 난 소문을 바라보았지만 그도 잘 알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콰쾅!! 순간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고막을 아프게하는 천둥소리가 하나 남은 돛대를 내려쳤다. "마지막 돛대가 부러졌어!!" "배에 구멍이 뚫렸다!!" 헉...뭐야.. 이 상황... 소문은 우왕좌왕대는 사람들 앞에 서서 명령을 내렸다. "이 배에 설치된 배 없소? 작은 배 말이오!!" 그러자 선원중 한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이 내온 것은 한 열 명 정도가 탈 수있는 작은 뗏목..같이 생긴 배였다. 사람들이 파도에 많이 휩쓸려가서 우리는 모두 그 배 위에 탈수는 있었다. 조심스레 배를 내리고 젤 먼저 뱃사람들이 내려갔다. 그리고 흑벌무, 지보, 소문의 순으로 내려갔고 난 소문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내려섰다. 이미 우리들은 파도와 비에 흠뻑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해일이다!!" 한사람이 소리쳐서 우리는 모두 고개를 들었다. 순간 눈앞으로 3미터쯤 되는 해일이 그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욱....이 작은 배로 저걸 견뎌낼 수 있을까? 절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뗏목을 꽉 움켜잡았지만 해일의 힘은 엄청났다. "크으윽...." 버티다 못해 놓칠 것만 같았다. 소문의 팔이 없었다면 바닷물에 휩쓸려 갔을 것이다. "지보는? 지보는 어딨는거야?" 갑자기 흑벌무가 빗속을 뚫고 자신의 우렁찬 목소리를 울렸다. "엇!! 저기 있다!!" 그는 파도에 휩쓸려 간 것인지 저 멀리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저대로 두면 죽을 것이 분명했다. "젠장! 내가 가겠어!!" 흑벌무는 뗏목의 기둥에 밧줄을 매고 그 끝은 자신의 허리에 묶어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 "멈춰!! 넌 헤엄칠 줄 모르잖나!" 급하게 소문이 말렸다. "뭐 어쩌란 말이야! 저 녀석을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잖아!!" "제가 가지요!" 한 사람이 흑벌무에게서 밧줄을 뺏어 자신이 바닷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뜨고 살펴보고 싶었지만 빗줄기의 거셈에 난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칠흑같이 어두워 주위가 보이지도 않았다. 순간..누군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으아아!! 또 해일이!!!!" 뭐..? 음.... 목마르다.... 속도..좋지 않고.... "우욱!!" 난 삼켰던 바닷물을 모조리 토해냈다. 그렇게 한참을 게워내고 나니 더이상 나올 것도 없었다. 그제서야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봐도....소문과..지보..흑벌무의 모습은 없었다. 나만 따로 떨어진건가......? "어....여기..가 어디야?" 아무도 없는 해안가..... 아니 아무도 없는 게 아니구.... 저 멀리에.. 천막 몇 개가 쳐져 있고..사람들이 있다... 가서 물어볼까...? 난 소금과 모래에 잔뜩 절은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라..뭔가 이상한 옷을 입고 있다. 고구려에서 보던 것과는 달라...... "저..저....어..." 내가 말을 걸자 그들은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날 쳐다보았다. "저..여기가 어디죠?" 그런데...이 넘들..왜 대답은 안하고 지들끼리 숙덕거리는거야? 어라..그러더니 두 남자가 일어선다. 뭐..뭐야.... 대답이나 해주지 않고서...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대단히 위험스럽다고 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들려오는 듯했다. "아..." 난 몸을 돌려 이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재빠르게 다가와 날 붙잡았다. "놔!!" 그들의 손놀림은 무척이나 거칠었다. 그대로 날 쓰러뜨려 모래바닥에 눕힌 이 ...자식들의 눈빛이....심상치 않다. 심상치가............ "크크크..이거 오랫만의 대어인걸..고구려 계집인가?" 한 놈이 키득거리며 날 내려다보았다. "갖다 팔면 금 40냥은 톡톡히 받겠지?" 이들...혹시 이..인신매매단....? "크크..깨끗한 채로 팔기는 아까우니....우선 맛부터 볼까?" 놈들의 시선이 오싹하게 날 휘감는다. 헉..난....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 놈의 손이 내 가슴으로 기어들어왔다. "헉..어딜!!" 엥? 내가 왜 당황하지? 난 남자잖아.... 절대 안전.......아니다..그 해적두령 놈...그놈의 눈빛 같이들 되면 ..되면....어쩐.. "이거 사내놈이야!!" 그래..놀랐겠지...후훗..무지하게 놀랐을 거다.. 그 해적두목은 드문 케이스임에 틀림없..... 근데.....근데...... 왜 저 목소리가 기쁜 것으로 들린 걸까....... 아..아니겠지........? "사내라.... 이렇게 계집같이 생긴 사내놈은 처음 보는군.....엔간한 계집 뺨칠 낯짝인걸..너거 들 알고 있냐? 계집의 거기하고 사내놈의 거기가 맛이 다르다는 걸 말이다.." 내 위에 올라타고 있던 남자가 킬킬거리며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린다. 그리고 난 파랗게 질렸다. 그 남자의 말에 모두들 시선이 놀람과 경악에서 흥미로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크큭..움직이지 못하게 꽉 붙들어." 그놈은 사악하게 웃더니 내 옷을 잡아 찢었다. "으악!! 놔!!! 놓으란 말야!!!" 난 비명을 지르며 몸을 틀었지만 이 힘센 놈들의 손아귀를 당해낼 수가 없다!! 놈들은 내 사지를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정말..꼼짝도 할 수가 없다.......... 이건...소문에게 안길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공포였다. 이들은 단지 날 노리개로 가지고 놀려는....심사였다. 싫다..죽어도 싫다!!!!!! 놔아~!!!!!!! "놔!! 이 미친놈들아!! 놔아!!!!!" 놈의 혀가 끈적하게 내 몸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지저분한 손길이 내 몸을 마구 유린했다. "으히히..이거 봐 반응이 오잖아?" "크큭.....정말 그런걸...." 나와 그 사내를 둘러싼 남자들은 모두 즐겁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다. 그저 한순간의 장난거리...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미친놈들!! 이 변태새끼들아!!! 놔!! 놓으라구!!!" 정말로 난 발광을 했다. 죽도록 싫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비틀고 반항을 해봤자 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윽..젠장...더럽게 무력하다.... 너희 같은 놈들에게 장난감이 될려고....난 여기온 게 아니라구!! -널 지켜주겠다... 빌어먹을 소문자식아!! 지켜주긴 뭘 지켜?!! 널 만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놔아아아!!!! 흡....!" 그 넘이 주먹을 내 배에다 꽂아 넣었다. "더럽게 시끄럽군.....닥치고 가만있어!" 그 한방에 힘이 빠져나간다. 가뜩이나 폭풍우에 시달렸고...아무 것도 먹지 못했기에 기운 소진이 너무 심했다.. 눈물이 흐르는 걸까.... 뺨이 뜨겁다.. 성급히 옷이 벗겨져 내리고...........전혀..준비되지 않은 내 몸에..날카로운 것이 강제로 박혀들 어왔다........ "악.......흐아악!!" 순간 형용 못할 고통이 몸전체에 전율을 가져다 주었다.. "크큭....이거 기가막히게 조이는데....?" 놈은 거칠게 흔들며 내 고통 따윈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흑...!! 아파!! 아아악!!!!" 분명히...그곳이 찢어진 것이다...살이 뭉개지고 으스러지는 느낌이 확연하게 전해져...난 온몸이 흠칫흠칫 떨렸다. 몸에......아무런 힘도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런.... "야 빨랑 교대해!" 다른 놈이 옆에서 바지춤을 풀고 있다. 으....빌어먹을.... 돌려가며 하려는 건가......? 시파...... 차라리 .....죽어.....버릴까.................. "뭘 하는건가?" "핫.. 두목님!!" 순간....분위기가 싸늘해진다.......뭔가가 나타난 건가.......... 의식이 흐릿하다..... "강간만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우...머리가 핑핑 울린다. 이젠....더이상...........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기력도.... 몸이.....공중으로 뜨는......느낌........? 아...이젠......모르겠다......... 시파...........흑..... 21화 따스한 감촉...... 무언가가 내 뺨을 어루만진다. 거친 느낌으로 보아서..여자는 아닌 듯 한데.... 설마..... "소문......?" 가만히 눈을 뜨자 웬 남정네 하나가 날 내려다보고 있다. "허..억..?" 난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서 따라온 고통이 내 전신을 짜릿하게 물들였다. "웃..." "누워있어." 약간은 소문과 비슷한 저음의 음성이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난 그의 부축을 받아 다시 자리에 누웠다. 쓰러질 때와 마찬가지로 몸엔 아무런 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름이 뭐지?" "...당신은..?" 컥..목소리가 갔다. 그때 너무 소리를 질러대서 인가.... 쉬어버린 목소리가 그래도 당당한 음색을 띠고 물어오자 그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난 슈란이다. 이곳의 우두머리지. 넌?" 음....이곳이 어떤 곳 이길래... 사람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그 짓거리야.... 내가 그런 적대감 가득한 시선으로 노려보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건은 내가 사과하도록 하지.. 내 부하들이..모두 굶주려 있는 관계로.. 내 실수였다." 그의 어투에 진심이 어려있다. 하지만 속은 풀리지 않는다. 저질러 놓고 사과하면 다야.... 젠장... "난 내 이름을 말했다. 아무리 화가 났다해도 자신을 소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슈란이라고 했나..? 목소리 깔면 누가 무서워 할 줄 아냐... "진..........매향.." "매향....매향이라......." 놈은 자꾸만 내 이름을 되뇌였다. 시파..뭐 아름답다는지 ...헛소리하면 죽여버릴 거다... 놈이 문득 내게 손을 뻗었다. "앗.." 내가 흠칫 놀라 그 손을 피하자 그는 약간 무안한 듯 다시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난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했다. "충격이 컸나보군.. 먹을 걸 내올테니까 좀더 누워 있도록 해." 이렇게 말하곤 일어서더니 천막을 걷고 밖으로 나갔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난 이불 아래로 감추어 두었던 손을 꺼낼 수 있었다. 끊임없이 떨려오는 손.... 빌어먹을... ... 너무나 창피스런 일이지만.... 그것은 공포였다.. 소리쳐도, 소리쳐도....도와주기는커녕...모두 웃음을 흘리며 나를 내려다보는 것...... 몸은 꼼짝도 하지 않고...... 시파... 여자들만이 겪게될지도 모를 일을......막상 내가 겪게 되다니... 힘에 의한 굴복은 치욕과 함께 강한 공포를 가져다준다.... 윽......빌어..먹을.. 문득 내 시야에 소문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쁜 놈.. 날 찾고나 있는 건지... 내가 이런 일 당한 줄이나 아는 거야.. 하긴...안다면 여태껏 날 찾아오지 않았을 리가 없지... 말로만 지킨다느니 뭐니... 다시 네놈을 만나게 되면 꼭 한방 먹여주고야 말겠어!! 우........읍...흑..... 정말......용서하지 않을거라구..... 병신같이 눈물은 .....또 왜 흐르는 거야!!! 순간 다시 천막이 들리는 소리가 난다. 난 얼른 볼을 적신 눈물을 닦아냈다. "식사를 가져왔다." 아까..그 넘이다.. 그 넘이 가져 온 건 멀건 죽 같은 스프에 마른 밀가루 떡.. "먹고 싶지 않아." "조금이라도 먹어. 안 먹다가 죽으면 시체처리를 해야하니까." 부울끈....... 꼭 저딴식으로 말해야 하는 건가.....저 놈은.. "이리 내놔!!" 난 발끈해서 그것을 뺏어들었고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놈은 구경하듯 내가 마지막 한 조각까지 입에 넣는걸 지켜보았다. 쳇....체하겠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냐? "다 먹었어! 이젠 됐지? 절대로 시체처리 따위 할 일은 없을 거야!!" 조금도 예의를 지켜주고 싶은 상대가 아니다. "깨끗하군. 더 쉬도록 해." 그렇게만 말하고 놈은 나가버렸다. 쳇!! 재수 없는 놈!!! 무뚝뚝한 표정하곤... 문득 날 내려다보니..옷이 바뀌어 있다. 소문과 있을 때 입었던 옷과는 다른....헐렁한 새 옷이다.. 누군가..갈아 입힌 건가..? 슈란이 스쳐간다. 어제..의식을 잃을 때도 누가...날 안아든 듯한.....느낌.. 혹시나....정말..저 넘이 해 준 건가..? 흥! 그럴리가 없지... 더 쉬라는데 아주 푹 쉬어주지! 이 몸만 회복되면 이런 곳 따윈 떠나주겠어!! 덜커덩..덜커덩... 음....어라..아..ㅅ? 왜 이렇게 흔들거리지....? 히이잉~!! 게다가 말울음 소리도...들리고..... 뭐냐.. "깼나..?" 내가 눈을 뜨자 슈란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내 눈앞에 있다. 머야..이건... "여긴..어디야?" "마차 안이다." "마차.....?" 난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무신 소리래냐... 마차라니.... 헉......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자는 새에..뭐가 어떻게 된거지?" 난 그놈의 멱살이라도 낚아챌 듯 벌떡 일어섰다. "이젠 기운도 나는 모양이지. 정말 깊게도 자더니 말야." "............" 대체..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 넘의 정체는 대체 뭐지...... 그는 어깨를 덮고 있는 길고 더부룩한 검은머리를 한데 모아 질끈 묶어 얼굴을 드러냈다. 꽤나 미남형의 마스크다. 감정 없어 보이는 얼굴만 빼면 어째 소문과 닮아 보이기도 하고... 건장한 체구에 흑벌무와 비슷해 보이는 어두운 색의 피부..날카롭게 빛나는 갈색 눈동자 아 래엔 기술적으로 길게 이어진 상처가 나있다. 정말 남자라는.....느낌이 풀풀 풍기는 놈이다... 젠장..나도 태울까... 이 넘의 허여멀건한 피부는 제대로 타지도 않고...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내가 뭘 뚫어지게 봤다는 거야?" 난 당돌하게 되받아쳤다. 나이상으로 봐도 나보다 6살 정도는 더 많아 보였지만 내가 존대를 쓸 이유는 없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마차가 선다. "두목 님. 이곳에서 점심요기라도 하고 감이 어떤지요?" 마차 밖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슈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도록 해. 내 식사는 이곳으로 가져와라." "예." 넘의 시선이 다시 내게 향한다. 지는 뭘 쳐다보냐고 해놓고 주제에 왜 날 쳐다보는 거야?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있는 이상 두 번 다시 널 건드릴 놈은 없어니까." "...........무슨..소리야. 당신..정체는 뭐지? 이곳은....뭐하는 집단이야?" 경계를 풀라구? 절대로 그럴 순 없지. "..알고 싶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그렇다면 소문은 대체 누구냐?" "뭐?" 헉..저 자식이 어떻게 소문을 아는 거지? 혹시..아는 사이? 아냐..물음으로 봐서 그런 것 같지는... "잠들어 있는 내내 그 녀석을 찾던데..족히 서른 번은 부른 것 같았다." 헉...정..말....이냐? 이..이런 낯뜨거운 일이!!! 그럴리가~~!! 이 자식 뻥치는거 아냐? 그리고 내 프라이버시를 왜 묻는 거냐!!! 남이사 애인이건 친구 건 남편이건..헉...아니..아니구... 난 잠시동안 고민해야 했다. 말을 해줘야 할까..하지만 내가 대답치 않으면 저 넘도 대답해 줄 것 같지 않구.. "애인이냐?" "머?!! 그런 건 아냐!!!!!.......아.." 완고하게 부정해 버렸다... 나 이래도 되냐....... 하지만..지금 소문도 곁에 없는데.....그런 수치스런 소릴 어떻게 이 넘에게 해주냐.. 소문이라면..해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뭐지?" ..정말 집요한 넘이다.... "왜..그런걸 물어보지?" 놈이 시선을 들어 날 쳐다본다. 흥! 쫄 줄 알구!! "......." 넘이 대답을 못하는군.....크캬캬캬캬.. 한 수 더 떠봐? "흥..너 나한테 관심이라도 있냐? 그딴 건 왜...." "관심있다." ........지금 뭐라고요?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저렇게 감정 없는 얼굴로 그런 소릴 하다니... -_-;; 틀림없이 미친 내 귓바퀴가 헛소리를 주워담은 것일 거다.... 내 고막이 찢어진 것인지도..... 내가 찢어질듯이 눈을 치켜뜨고 그 넘을 째리자 천연덕스럽게도 한마디 더한다. "너무나 흥미롭지." 허거...억... 나... 인기가 넘 많은 거 아냐? 대체..내가 뭘 어쨌길래 너 나한테 관심이란 거 만들었냐? 난 독기어린 눈으로 널 째린 것 밖에 없다구!!! "말해라. 소문은 누구지?" 이젠 아주 명령조일세... 시파...말해야될 의무라도 있냐? "그냥.. 아는 사람이다. 깊이 알려고 하지맛!" 난 딱 잘라 버렸다. 놈의 시선에 미심쩍은 기운이 가득했지만 난 철면피를 가장하고 원 질문을 던졌다. "이젠 네가 말해! 내가 질문했던 거 모두!!" 그때 마차의 문이 열리고 식사가 들어온다. 잠들기 전에 먹었던 거랑 별반 다를바 없는 메뉴다. 우엑..맨날 저딴 것만 먹고 사나? 아니....잠깐..근데 이런 것만 먹는데..이 넘 덩치는 왜 이리 큰거야? 놈이 힐끔 날 쳐다봤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밀가루 떡을 떼어먹으며 넘은 말을 꺼냈다. "이곳은 수나라의 매매상이다. 고구려와 말갈 백제..신라쪽에서 잡아온 여자들을 파는 상인 들이지. 난 이곳의 우두머리고." .......한마디로.....노예매매상이란 건가....? 이 사람들 전부다.....? "여자를....팔아....?" "그래. 미색을 갖춘 여자는 비싼 값에 좀 떨어지는 여자는 그에 걸맞는 값으로 내팔지. 그것 이 우리의 일이다." 난 경악을 해 마차의 벽에 붙어버렸다. 이 넘들이.......이 비러머글 집단이....노예상인이라고??? "그럼..너도 수나라 인인거야?" "그렇게 알고 있다." ........... 그렇다면 그런거지..그렇게 알고 있다는 뭐지? "난 천애 고아라 정확한 국적이 없다." 음......그렇군... "그럼....슈란이란 이름은 누가 지어준 건데?" "날 길러준 노친네가 지어준 거지." 본 이름도 모르는군.... 흠.. 약간 무안해 지는걸..? ".........그..그런데...여기 상인들....잡아온 여자들을 마음대로 폭행하고..강간하는 게 다분한거 야?" 난 화제를 돌렸다. 이것 역시 최악의 화제였지만....내가 이 넘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 "대강 그런 편이지. 노예일 뿐이니까." "뭐야?!!" 난 자리에서 몸을 솟구쳤다. 슈란은 갑자기 일어선 나를 무심하게 쳐다본다. "말이지, 평범하게 살고 있던 널 누가 잡아다가 노예라고 부려먹고 강간..아니 이건 좀 그렇 고..하여튼 돈으로 사고 팔고 그러면 넌 좋겠냐?" 정신머리부터가 이상하게 박혀있는 놈이잖아!! "뭐..?" 그제야 놈은 약간 당황했는지 이제까지의 포커페이스를 깨고 어리둥절한 얼굴을 만들었다. "아 생각을 해보란 말야!! 너란 한 인간을 강제로 잡아와 맘에 안 들면 패구 밥도 안주고 죽을 때까지 혹사시킨다고 하면 좋겠냔말이다!!" 난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게..이것과 ...무슨 상관이지...?" 허어..이 자식이 동문서답하네...이 자식 특긴가? "저 여자들과 똑같은 심정이 되보라구! 그녀들도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거란 말야! 근데 강 제적인 힘에 끌려 이곳에서 노예가 되었어! 원하지 않는데 강간당해야 하고..돈으로 사고 팔 려야 하잖아." 숨이 찬다..젠장... 내가 식식거리며 설명했지만 녀석은 다시 무감동의 표정으로 되돌아와 버렸다. "그런 건 모른다. 하지만 난 그녀들을 상품으로 생각할 뿐이야." 뭐..이런 자식이 다 있지? 난 재빨리 다가가 마차의 문을 활짝 열었다. 문을 열자 수 십 대의 마차가 이것을 중심으로 늘어서 있고 많은 남자들이 점심을 먹고 있 었다. "뭘 하는 거지?" 그가 물었지만 난 무시하곤 열심히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저기 있군!! 내 눈이 포착한 곳... 그곳엔 나무로 된 감옥이 있고 그 안에 거의 벗겨져 속옷정도만 걸쳐진 여인들이 더러운 모습으로 갇혀있었다. 그 비참한 몰골이라니... 약한 여자들인데.... "저기를 봐. 여자들을 방치해 둔 거지?" "그래." "나도 저렇게 해." ".....무슨..소리지?" 놈의 포커페이스가 또 흔들렸다. "날 죽이거나 버리지 않고 데려온 이유는 나도 노예로 팔려고 데려온 거 아냐? 그럼 저 여 자들과 똑같이 대우하라고!! 네 놈 부하들에게 밤마다 날 내주고 혹사시키란 말이다!!" 거의 악이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하의 수준조차도 대해주지 않는 이 넘들의 처사에 분이 치솟았다. 그저 상품으로만 생각하다니..... 또 숨이 차오른다. 아..젠장.. "넌 아직 몸이 안 좋아." 그렇게 말하며 슈란은 마차의 문을 닫으려 한다. 어라? 닫게 놔 둘 줄 알아? 내가 팔을 뻗어 그것을 막으려 하자 슈란의 억센 팔이 날 뿌리친다. "윽!!" 우당탕... 웃쓰....머리야... 또 박았군... 젠장....역시 힘에서 밀려......어랏... 이건 또 뭐야.. "내 위에서 물러나." 난 어조에 한껏 분을 실어 토해냈다. 놈이 내 팔을 잡은 채 날 깔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배짱이지?" "뭐?" 이 넘이 무슨 헛소리를 자꾸 하는 거야?!! 무거워 죽겠구만!!! "무슨 배짱으로 널 저 감옥 안으로 보내라고 큰소리 치는 거냐!! 내가 널 보낼 것 같으냐?" 헉....뭐야.....갑자기 왜이래? 설마......관심있다더니....그게 정말인가......? "....왜 난 안 보낸다는 거야?" "넌 내 옆에 평생 둘거다. 절대로 팔지 않아." ......내 귀가 정녕 진실을 들은 것일까...... 헉.....소문아...나 어떡하니........ 빨리 와서 ..나 좀 찾아가라... 이 넘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너랑 똑같다구.... 22화 "싫어!!! 싫다잖아!!!" 난 지금 질질 끌려가고 있다. 이 무식하게도 힘센 놈.... 뭐? 침실로 끌려가냐구? ................그런 게 아냐!! ......좋아 설명을 해주지. 난...아까 탈출을 시도했거든..... 이곳이 신물나게 싫어서..도망쳤다가 슈란의 손에 붙들린거다...... 그 넘은 날 마차 안에다 내팽개치더니 목소리를 쫙 깔았다. "한번만 더 도망치면 족쇄를 채워놓겠다." 웃기고 있네. 그런다고 도망 안 갈 것 같아? 그리고...지금..난 이곳에 서있다. 이곳이 어디냐구? 노예 경매장..... 거창할 건 없구...........그저 천막하나 치고 무대하나 세우고... 사람을 끌어모은 것일 뿐이다... 여자들을 마치 물건처럼 파는....경매인 것이다..... 난 그게 꼴도 보기 싫었다. 그래서 마차 안에 쿡 박혀 있는데 슈란 이 넘이..날 끌어내는 것 아니냐. "대체...날 이곳에 서있으라고 한 이유가 뭐냔 말이야..." 난 잔뜩 부어오른 손목을 쳐다보며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분노를 삭히느라 애썼다. 날 괴롭히려고 그러는 건가...... 아..아니면 맘이 바뀌어서 나도 팔아먹으려는 건가? 난.....남잔데..누가 사간다고.... 그런데....뭔가..좀 이상하군..... 왜들.....경매무대에서 시선들이....내게로 오는 거지???? "저건 어느나라 노예인가?!!!" "얼마지?!!" "나에게 팔게!!!" 지금..... 현실이란 것은 나의 생각은 완죤 착각이었음을... 너무나도 잔인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이 미치이이이이인 너어어어어엄들아아아아아~!!!!!!! 나는 XY염색체의 완연한 남자다~!!!!!!!!! 자..이제 상황파악이 되는가? 이 미쳐 돌아가는 현장이 말이다. 정작 팔려고 나온 노예엔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고.. 모두들........왜..내게 난리냐고!! 뭐? 날 산다고?!! 우욱.. 여기 놈들의 얼굴엔 모두 개기름이 줄줄 흐른다. 게다가 눈빛들도 모두 정상이 아닌 것이....보고 있으니 오싹하고 소름이 돋는다. "자..자.. 손님들 진정해 주십시요. 이 아이는 파는 노예가 아닙니다." "그럼 왜 내보낸 거냐!!" 사람들은 팔지 않는단 소리에 갑자기 더욱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이 사람들...정말 진짜인가? 난..남잔데...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전부 제정신들 인거야? 사람을 사고파는걸 아주 당연하게들 생각하는데... 이거 슬슬 열받는 걸..... 이 짜식들이... "그저 잡다한 일을 시키기 위한 아이니..양해들 하시고.." 난 세워둔 무대 뒤로 돌아가 숨었다. 날 쳐다보는 인간들의 시선이 거의 짐승의 수준을 달리고 있어서였다. 내가 사라지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분위기가 다시 경매의 정상적인 가도로 돌아왔다. "여길 보십시요!! 싱싱하기 그지없는 고구려 계집입니다. 자태에도 품위가 흐르고 몸매도 아주 실한 것이 외 로운 밤의 노리개론 손색이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아직 남자의 맛을 모르는 처녀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길들일지는 사시는 분의 솜씨에 달린 것이랍니다!! 이 새침한 표정을 보시라 구요~!!" 상인은 잔뜩 바람을 잡으며 쇠사슬에 칭칭 묶인 여자의 고개를 잡아 치켜들었다. 사실 그다지 반항 어린 표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처녀란 것도 거짓말이다..... 여기 여자들.......잡혀오는 그날.. 윤간을 당한다. 절대 처녀는 없다. 모두 저 상인 넘의 상술인 것이다. 근데 여기 놈들은 그 말을 믿나..? 상인이 극찬을 하는 여자는 정말로 피부도 뽀얗고 꽤나 예쁘게 생긴 여자다. 그리고 그다지 당하진 않았는지 아직 눈빛이 살아있다. .....뭐? 여기 얼마나 있었기에 그런걸 다 아냐구? 사실...... 그 ....넘이 날 마차에서 깔아뭉갠 이후로..한 열흘쯤 지났다고 할까... 난 기회를 봐서 탈출하려고 수시로 도망을 쳤지만... 금세 붙잡히고 말았어. 제기랄...... 빌어먹을....별 이상한 놈 다 만나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나저나 그 슈란이란 놈의 집념도 정말 무시무시하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조용한 성격인줄 알았는데....속에는 내가 알수없는 무언가가 감춰진 지독하게도 시린 카리스마의 눈빛을 지닌....놈이다.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으면 오싹하고 한기가 덮쳐온다. "그래! 값은 얼마지?" "넷!! 금 이십오냥입니다~!!" 저 빌어먹을 상인 놈은 신이난 모양이다. 무대 아래에 숨어 올려다보니......저런.... 여자의 발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무거운 족쇄를 끌고 다닐려니..저렇군..... 매매가 시작되자 여자는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을 받으며 마치 도마위의 생선처럼 놀려먹히고 있다.......... 그래도 저 여잔 나은 편이다...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은 겨우 치부만 가린 채로 창피를 당하고 있다. 그 얼굴은 제대로 먹지 못해 볼이 쑥 들어가 있고..그녀들의 손목과 발목에도 상채기가 많이 나있다..... 가녀린 여자들에게..저런 천벌 받을 짓을 하다니..... 더러운 놈들...... 절대로 정 같은 게 붙을 인간들이 아냐..... "왜 여기있지?" 흑...듣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음성... 이건 슈란이다.... 이 자식...언제 내 뒤로 다가온 거야? 내가 흠칫하며 뒤로 돌자 내 키보다 30Cm는 더 큰 장신의 사내가 날 내려다보고 있다. "그럼 저 밖에 나가 서 있으라구?!! 흥! 나도 팔 생각인가 보지?" "....넌 팔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럼!! 왜 날 이리로 끌고 온 거야?!! 저 여자들의 비참한 몰골을 보라구!?" 울분이 치솟는다. 솔직히 난 남이 어떻게 살던 말던 상관없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이런 것을 관망만 할 정도로 썩은 인간은 아니다... 짐승의 짓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곳이 싫다...... ".....그런 것도 아냐.." ".....?!" 잠시지만 난 어벙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대체 이유가 뭐야?!!!! 놈은 말이 없다. 지금...대체 나더러 니 생각을 추리하란거야 뭐야?!!! "이봐. 그 계집은 팔지 않는가?" ............어떤 넘이야.... 난 이마에 혈관 서너 개가 돋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척 보니까 몸에 주렁주렁 단 게 많은 걸로 봐서 부자라는 인종 같은데... 살찐 턱살하고..흐리멍텅하게 변태 같은 눈빛....난 저런 부르주아가 젤 싫어!! 대체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온 거지? "이 시파.." 내 입에서 욕이 나올려는 순간 그 넘이 내 앞을 막아선다. ...뭐냐..... "팔지 않아." "뭐?" 슈란의 입에서 반말이 튀어나오자 그 돼지아자씨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게 치켜 떤 눈이냐....꼭 죽 잡아 찢어진 게....뜬지도 감은지도 모르겠다. "팔지 않는다고 했다." 슈란은 정확하게 한마디 한마디 끊어서 다시 말했다. 그 돼지아자씨는 자신을 무시하는 슈란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듯 했다. "뭐야! 이 시건방진 놈!! 겨우 노예 매매상이나 하며 연명하는 주제에!! 네놈들은 우리 같은 손님들이 없으면 굶어죽는 신세라구!!" 우~~ 아저씨...그건 유세야~~ 정말 치사한 게 인간의 마음이라니깐... 이 인간처럼 말이야....... "........" 슈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그 돼지는 아주 제 세상을 만난 듯 삿대질까지 해가며 멱 따는 소리를 질러댔다. "정말 분수를 모르는 놈들이군!! 어디서 네깟 놈이 내 앞에서 눈깔을 치켜 뜨는 것이냐!! 거 랭뱅이 같은 놈들이!! 네놈들이 인간취급이나 받는줄 알아? 천민주제에......." 그 돼지 아자씨가 손을 뻗어 슈란의 뺨을 후려쳤다. 난 잠시 카오스에 빠졌다. 과연 좋아하면 헤실거려야 할 상황인지 그 반대인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순간 무언가가 내 팔목을 잡고 휙 당긴다. 어라랏..뭐냐? 헉...이 피둥피둥 살찐 손은 ....그 돼지....... 아자씨는 나를 제 품에 당겨다가 확 끌어안는다................. "내가 곱게 팔라면 팔 것이지!! 어디서 뻗대는 것이야....엥?" 퍽!!! 떡을 치는 소리라고 착각했다.... 하지만......그건 그 돼지아자씨의 턱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그리고 날 제압하던 돼지의 팔이 풀렸다... 이빨이 잔뜩 부서졌는지 입에서 피가 콸콸 흘러내린다.....우..속시원해.. 그 아자씨는 충격을 견디다 못해 뒤로 나자빠져 일어서질 못한다... ...............그리고 슈란은 거기다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안 판다고 하지 않았나." 디..디게도 위압적인 녀석이군.... 이런 기백을 가진 넘이 왜 이런 장사 따위나 하고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던 난 핫! 하고 놀랐다. 내가 왜 이 딴 놈 생각이나 하는 거야?!! 녀석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그 눈이 ...왠지 모르게 약간...슬픈 빛을 띠고 있다. 뭐...지? 설마.. 내 눈의 착각이겠지. 내가 더 유심히 보기도 전에 그 넘은 돌아서 버렸다. "앗!! 이봐!! 말해줘야 할거 아냐!! 대체 왜 날 ....." "치렌!! 모두 챙겨라!! 이곳을 떠난다!!" 내말을 자르며 그가 명령을 내렸다. 이곳을 떠나? 왜..............아..설마.... 저..돼지아자씨 땜에...? 대자로 뻗어 일어날 생각이 없는 저 아자씨... 혹시..뭐 벼슬아치거나..이러면...... 천민이 벼슬아치를 때렸다....... 것도 주먹으로 .....반말도 했다........ 대..대죄인거 아냐? 슈란 저 넘이 미쳤나..?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기절할 만큼 심하게 패다니...... .......어라.. 잠깐....화가 났다구? 헛..화가 나서.....맞아.. 저 돼지아자씨를 친 이유는......화가 나서였다..... 원인은.....나란 말인가.....? .....내가 ....? 내가 저 아자씨 품에 안겼었기 때문에......? .........이런....젠장..... 니 넘이 아무리 그래봤자..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냐? 니가 발악해 봤자!!! 소문.......... 제기랄.......네놈이 싫어.....밉고.....생각할 때마다 분이 치밀어..... 왜....날 붙잡지 않아서....이따위 고생을 하게 하는 거야.... 매 회마다 널 원망한다.... 대체..언제쯤 되어서야...너의 그 징그러운 얼굴을 보게 되는 거야.... 젠장......................젠장.........!!! 슬프고 화나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난 괜히 슈란의 등을 째려보았다. .................저..넓은 등............. ...........그 등이..소문을 닮았다. 그냥..웬지........ 변태 앞에서 나를 가려주던....그 넓은 등.....그것이 소문과 닮았었다..... 하지만.... 지금은....젠장..나도 모르겠다. "햐...정말 좋았겠는데?" "두말하면 잔소리지." 어라..이게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지? 저..뒤쪽 천막인 것 같은데..? 조용히 다가가 살짝 천막사이로 눈을 갖다대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자 순간 내 심장이 미칠 듯이 박동했다. 저..저 ...저놈은.... 날................. 가지고 놀았던......그 찢어 죽일.....원수 같은....놈이다........ 그놈은 살기 어린 내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지 연신 킬킬거리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크큭..그 사내놈 정말 죽여줬었다구... 생긴 것도 여리여리 한 것이 계집보다 훨 낫고 말야.. 그때 슈란 넘만 나오지 않았어도....좀더 즐길 수 있었는데....고 반항하는 모습이 더할 수 없 이 색기스러웠는데 말야...." .....손이 또다시 떨려온다. 할 수만 있다면...저 자식을 ....저 자식을........... "클클...사내놈이 그런 재미가 있는줄은 몰랐는걸..낄낄.. 슈란 넘도 뭐 점잖떠는 척 하면서 그 놈을 제 곁에 두는 걸로 봐선 그 취미가 있는 모양이야?" 혐오스럽다......더러운 놈들..... 찢어발길 놈들..... 이 넘들에 비하면...차라리 슈란이 낫다....... "클클클..그럴지도 모르지....참..근데..오늘 확인해 봤어?" "어? 걱정마. 슈란 녀석은 꿈에도 모를테니까 말이다." 무..슨 소리들을 하는.....거지? 슈란이 모른다고....? 그는 이곳의 우두머리가 아닌가....... "킬킬..잘됐어. 슈란이 없는 오늘밤이 기회라구." 뭐? 슈란이 없다구?!! 무슨 소리야??? "그래..절대 오늘 밤안에 슈란이 돌아오지 않을거라구..그때 그 넘이 손도 못대게 놔둔 그 처 녀들 맛이나 보자구. 큭큭.." ....대체..이들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걸까..... 슈란이 어딜 간다는거지? 그리고.....처녀들이라니.......... 대체.....무슨 ......아..아니다...... 이건 기회야.... 그 넘이 없다면.....탈출은 성공할 수 있을거야.. 난 십중팔구는 그놈에게 붙들렸으니...... 도망칠 수가 있다.......... 23화 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누운 자세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특기라고 할건 ..내겐 무지 많지만...(^^;;;)그 중하나가 잠잘 때 몸부림 한번 안친다는 것.. 어찌 그리 조용히 자냐고..수학여행 갔을 때 친구들이 감탄했다고들..하지.. 후후후후후훗.... 슈란은 일찍 잠든(척)하는 내 모습을 잠시 살피더니 슬쩍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마차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발소리가 멀어진다. 난 그 넘이 일보러 간 것일 수도 있으므로 한참을 더 누워 있었다. -오늘 밤안으로 돌아오지 않을거라구. 그래...오늘 밤 안이다.. 이 정도면 ....후후후후훗.. 이 곳에서 아주 멀리 달아날 수 있을 거다.... 슈란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도....그 어딘가로 간 모양이다. 난 이때다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다행히도 마차의 문은 잠기지 않았다. 이게 잠겨 있었다면 부순다고 큰 소리를 내야 했을테니 말이다..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고 난 신발을 신으며 밖으로 나갔다. 이미 모두들 잠에 빠져들었는지 십 수대의 마차는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에 갇혀 있는 여자들을 감시하는 넘들은 깨있거든.. 물론 이 마차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놓여있긴 하지만.. 발소리하나도 무진장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슈란은 없는 것이 확실해... 대체 그 자식은 어딜 간 걸까....? 흠..뭐 이런걸 궁금해 할 필요도 없겠지. 그 넘이 여자를 만나러 갔든..뭐 ..뭘하러 갔든.. 난 도망치기만 하면 된단 말야.. 요행인지..이곳은 산의 기슭부분이다. 산 쪽으로 도망쳐야겠군..그래야 쫓아오지 못 할테니 말야.. 헛..발소리다.. 난 서둘러 길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대여섯쯤 되는 사내놈들이 슈란의 마차로 다가온다. 뭐지? 왜....그들은 거친 기세로 마차의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설마..슈란을 습격하는 건가? 반란인거야? 내 눈에 아까 그 두 놈이 들어온다. 아...아냐..저 빌어먹을....저 인간..은 슈란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 "제기랄!! 없어!! 도망친거야!!" 그들은 급하게 뛰쳐나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아냐...슈란을 죽이려는 게..... 저들은 날 찾는 거다... 날....... 날 잡아 어쩔건지는....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분명히.... "제기랄!! 멀리는 못 갔을 거야!! 샅샅이 뒤져!!" 날 맨 먼저 강간했었던 놈이 발악을 한다. 저 새끼..... 미친..... 이 곳에 계속 머무르다간 붙잡힐게 뻔하다.... 게다가 오늘밤엔 슈란도 없다.... 잡히면................... 안돼..... 도망쳐야 한다. .......그..그같은 일은.....한번으로 족해....두 번 다신....... 나도 모르게 두 발이 달리고 있다. 그래...죽어도 그런 수치스런 일은 당하고 싶지 않다... 절대로 싫어!!! "악!!" 뭔가가 발에 걸렸다. 난 큰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으로 뒹굴었다. 그런데....내 비명이...... "저기다!! 저기 있어!! 잡아라!!!!" 재빠른 발소리들이 들려온다. ..이대로 있으면 잡힌다..... "우웃...." 제기랄...발목이...... 알게 뭐냐.... 하지만 지금은 발하나 나가는 것 보다..... 저 빌어먹을 인간들에게 붙잡히는 것이 더 싫다! "저쪽이야!! 도망치고 있어!!" "잡아!!" 정신없이 소리들이 몰아쳐서 다가온다. 금세라도 내 뒷덜미를 낚아챌 것만 같고... 그 검은 손들이 날 덮쳐 누르는 듯한 공포가...내 다리로 하여금 더욱 속력을 내게 했다. 나나 저들이나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도망쳐야 한다. 죽는 한이 있어도 도망쳐야 한다..... "몰아가!! 제까짓 게 도망쳐 봤자지!!" 이 목소리....내가 죽더라도 기억할거다.... 내 사지가 찢어져죽는다 해도 기억할거다.... 개...자식... 산은 생각보다 험했다.. 지금도 뭔가 날카로운 것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천천히 다니면 괜찮을 것들이 속도를 내서 부딛히자 모두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날 얽어맨다... 마음이 급해서일까..팔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으앗!!" 순간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팔이 내 팔을 움켜잡았다. "놔!!" 난 필사적으로 그걸 때리고 걷어차서 내 팔에서 떨어지게 하는데 성공했다. 제기랄...숨이 차오른다..... 평평한 대로라면 얼마든지 뛰어도 지치지 않겠지만... 이곳은 산속이다.. 칠흑같이 어두운데다가 제대로 된 길도 없고 바위같은 것들이 울쑥 불쑥 튀어나와 디디는 곳을 예상할수 없게 만든다...... "젠..장..." 비참하게 쫓겨 달아나는 토끼같다.....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여우떼에게서 말이다...... 이젠 발목에도 감각이 사라져 간다. "헉..헉..헉.." 난 끊임없이 뛰었다. 절대로 붙잡히긴 싫어...... 안 그랬는가....차라리 죽겠다고...... 젠장..힘없는 내가 한심스레 느껴졌다. 차라리..내가 소문처럼만 생겼어도 이런 곤욕은 치르지 않는건데 말이다.... 어.....어라...이거 길이 ..이상하다......헉.... 설마.... "......!!" 난 순간 멈춰서고 말았다. 무저갱의 입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처럼....새까만 어둠이 내 시야 아래로 펼쳐지고 있었다. "저..절벽..." 더이상 갈곳이 없었다. 젠장...이건 너무 뻔한 패턴이잖아!! 어디서 누가 나좀 안 구해주나....후....이런 환상은 버린지 오래지만 말이다.... 시파....만약 이곳에서 죽게 되면 어쩌지? 현세로 돌아가나? 아니면.......내 육체도 죽는 건가?? 으아..그런걸 하나도 안 물어봤어.....이거 보험은 들어있는 거야???? 병호!! 이 웬수 같은 자식!!!!!!! 죽어!!!! "헤헤헤헷..이젠 더 이상 갈 데가 없나 토끼씨?" 어둠 속에서 날 추격해오던 사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더티한 것들...." 난 한마디 던졌다. 그들은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욕인 줄은 아는 듯 했다. "뭐야? 이 건방진 게..... 살살 다뤄줄려고 했더니 말야~!!" 빌어먹을....... 난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 "슈란이 날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사실 이것이 내 마지막 히든카드다....이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마치 대답이라도 준비해 놨는지 그 찢어죽일 놈이 나서서 비죽거린다. "헤헤..그런 건 걱정 안해도 돼.. 슈란에겐 네가 도망쳤다고 할거니깐 말이다.....큭큭.." 오호라...날 윤간하고 죽이겠단 말씀인데... 댁들도 꽤나 머리가 돌아가는 모양이군.... 정 그렇게 나온다면...나도 생각이 있지...... 그놈이 내게 다가온다. 놈은 내 팔을 나꿔채며 징그럽게 웃어제꼈다. "클클클.....어딜 도망갈려구.. 내가 극락을 보여줄텐데 말야...그걸 걷어 차.." "이봐." 난 미소를 지으며 그놈을 주시했다. 급한 상황일텐데 내가 미소지으니 이상하냐? "마지막으로 내 부탁하나 들어주겠어? 이제 난 도망칠 수가 없으니 말야.." 난 함박 미소를 지으며 놈에게 부탁했다. 놈은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선심 쓰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 ..이름이 뭐지?" 내 부탁이..아니 질문이 너무나 황당스러웠는지 거기 놈들은 모두 낄낄거리고 웃는다. 그래...얼마든지 웃어라...... "크크크크~ 나? 나의 이름말이냐? 내 이름은 리파다. 리파~ 잘 기억해두라구~ 크하하..억...!!" 순간.....타이밍은 지금이었다. 놈이 날 완전히 제압했다고 믿게 만든 순간... 난 있는 힘을 모두 끌어 모아 놈의 안면에다 정확하게 주먹을 날렸다. "큭...네놈이....." "리파라.....죽는 한이 있어도 기억하마...." 난 미소를 지우며 놈을 살짝 밀었다. 덕분에 내 팔을 잡았던 손이 느슨해지고....난 그 반동으로 뒤로 몸을 날렸다. 휘유....이거 까마득한 절벽인걸? 날아볼까.................. "뛰어내렸어!!!" 위에서 날 내려다보는 놈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콩알만 해지더니... 정신마저도 아득해 진다.... 흠.....죽나......... 뭔가......맛있는.....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흠....천국에 도달한 건가.... 아냐....난 그리 이쁘게 산것도 아니구... 이곳에서 죽었다고 천국 갈리가 있을리도.....없고.. 게다가 확실하게 몸이 너무 아프다... 그렇다면...... 난 살아있군..... 정말.......드럽게 끈질긴...생명력인걸? 하긴....여기서 죽는 것도 웃기지만 말이다... "끙...." 힘에 겨운 신음을 뱉어내자 이어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온다. "정신이 들었나 보군?" 음....눈앞이 가물가물한다. "이것 좀 먹어보겠나...." 노인은 나에게 미음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슈란이 준 것보단.....더 따뜻해 보인다..... 여긴...어디지? 난 미음그릇을 받아들며 주위를 살폈다. 흙과 나무로 세워져 거의 쓰러져 가는 작은 오두막 한 채.... 낡은 식기와 초라한 가구 ..아마도 자개농이었지 싶다..형체를 알아볼 순 없지만.. 그런 것들이 정리되어 가지런히 놓여있고...좀..누더기 같은 이부자리 위에..내가 누워있다.. 이 안에서 미음을 끓인 것인가..? 구수한 냄새와 함께 집안에 따스한 공기가 가득하다.. "고..고맙습니다.. 그런데...." "여긴 내 집이야.....청년은 저 앞의 강가에 쓰러져 있는 걸 내가 데려왔지. 몸이 만신창이던 데....무슨 일이지?" 노인은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며 전위사정을 일러주었다. 여기 온 이후로 가장 인간다운 캐릭터를 본 기분이다... "아...전...." 하지만......말해 줘야할까.... 선뜻 내키진 않는다..... "젊은이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좋네. 아, 그 미음 식기 전에 들게나..허허허.. 난 처음에 웬 아가씨가 쓰러져 있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말야....." 노인의 친근한 말투가 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발목이 심하게 부어서 내가 우선 치료를 좀 했네." 웅...정말이군....덜 아픈 것 같아... "정말 고맙습니다.....저..성함이...." "치텐이라고 부르게..그냥 노인장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 "아..예." 난 미음을 떴다. 입안으로 들어가자 따스하게 속으로 퍼져들었다. "맛있는데요.." 메마른 미소지만 난 성의껏 미소를 지었고 (음...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뭐라 한다지.)치텐할 아버지는 껄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내가 요리솜씨 하나는 이 근방에서 제일이지!" 흠...칭찬을 좋아하는 할아버진가.... "이 근방에 누가 산다고 이 근방제일이란 겁니까." 그때 문(처럼 생긴..)틀에 매달린 천을 걷으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챙그랑.... 난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치텐 할아버지가 뭐라고 대꾸를 한 것 같았지만...이미 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슈......란.......... 어...어..어떻게 그가............ 그는 그 거대한 장신을 자랑이라도 하듯 낮은 천장에 부딛히지 않기 위해 잔뜩 몸을 움츠린 채로 들어와 앉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릇을 떨어뜨린 것도 몰랐다... 성급히 주우려 했지만 치텐할아버지가 대신 주워주었다. 눈만 껌뻑거리면서 그를 보자 드뎌 슈란이 날 쳐다보았다. "자는 척을 한 거였군.." 윽...정곡을........ 난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때 할아버지가 일어서며 슈란에게 쏘아붙인다. "난 나가서 뭔가 더 먹을 만한걸 구해오마. 네놈. 아픈 사람에게 무심하게 대하지 말거라!" "잔소리꾼 노친네.." "뭐여? 이놈이...." 치텐할아버지가 나가고...우리 둘만 남자....분위기가 무지하게 어색해졌다. 하지만 처음처럼 공포스러움이라던가....하는 것 보단.....그냥..... 마치 싸우고 나서 마주않은 남녀처럼..... 그런 ....분위기란 것이다..... "이곳은 날 키워준 할아범의 집이다." 아항...그렇군... 그럼...슈란이 간다던 곳이 이곳이었나....? "가끔...이곳에 오는 거야?" "매달에 한번정도는..."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쫓겼나?" "......그래. 당신의 짐승 같던 부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날 쫓더군....그리고 뭐라더라? 처녀로 내버려둔 여자들도 건드린다고 하던데?" 난 비아냥거리듯 말을 던져주었다. 쯧..... 이런 일을 하고 평생을 살 위인이 아닌 것 같은데.... 슈란 당신 말야.... "그 놈들이 내 말을 어기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거야 바보." "뭐?" 으이구....똑똑하게 생겨먹어 가지고고...하는 짓은 ..... "그놈들은 널 우두머리로 생각지 않아. 특히 그 리판지 뭔지 하는 놈. 널 아주 경시하던데?" 난 들은 대로 ..본대로 말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다들은 슈란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계속 그 일을 할거야?" 슈란의 깊은 눈동자가 나에게로 향했다. 쯧..나한테서 답을 구하진 말아..... "내가 보기엔 넌 그런 일이나 하며 썩어갈 인물이 아냐..뭐...널 추켜세우는 건 아니고.." 그래 절대로 추켜세우는 것 따윈아냐....그냥 내가 그렇게 느낀 거지.. "뭔가가 있다구.....너에게서도 평범한 빛이 나진 않아. 소문처럼.." 난 급히 입을 막았다. 헉스....이런 일생일대의 실수를 또 저지르다뉘~!!! 얌전히 내 말을 듣던 슈란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소문....?!" "아..아니.....내 말은......그게 아뉘라....이를테면....아얏!!" 욱..별이 번쩍한다...바닥에 머리를 찍었나 보다.. 불쌍한 내 머리.....가륵 때도 찍혔었는데..... 놈이 날 덮쳐 눌렀군....... 젠장....무거워.....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뜨자 내 얼굴 앞에 슈란의 얼굴이 와있다. 숨결마저도 느껴질만치....가까이....... "소문은....누구지? 보통사람이 아닌 듯 한데.....대체......누구야.." 또.....톤이 쫙 깔린다... 젠장... "그가 누구든 네게 대답해야 할 이유는 없어!!" 내가 눈을 똑바고 뜨고 대들자 놈은 망설임 없이 내 상의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헉..무슨 짓이야!!" 그 더듬는 손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내가 손을 뻗었지만 그건 녀석의 커다란 손에 의해 막혀 버렸다. "윽.....이..이봐!!" 헉..진짜..이놈이 어딜 만지는......것...... 겨..견딜 수가........... "시..싫어......." 따악!!!! 순간...작렬하는 소리..... 슈란의 손짓이 멈춘다..... "이 우라질 놈이!! 환자에게 무슨 짓이야!!!!" 얼......할아버지....나의 구세주!! 눈물나도록 감사해염!! "젠장.... 짜증나는 할아범....방해하지마!!" 헉....저것이 슈란의 본 모습?? 그는 왈칵 성질을 내며 할아버지에게 대든다... "허어!! 키워주고 먹여줬더니 이놈이 이제 시퍼렇게 눈 치켜 뜨고 덤비네? 그래 이놈아 이 젠 네놈이 더 세단 말이지? 죽여봐라!! 죽여봐!!" 할아버지........멋대가리 없어요...... 저건 완전 배째라 포즈...... 머리를 디밀며 패라고 도발하는 할아버지를 차마 때리지 못하고 손만 부들부들 떨어대는 슈 란....큭......이거 웬지...우스운걸? "큭..아핫..아하하.." 난 그만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별안간 내가 깔깔대고 웃어제끼자 두 사람은 싸움을 멈추고 날 본다. 그러나 난 참지 않고 계속 웃어버렸다. 실례란 걸 알지만...웃음은 멎지 않았다....... 24화 음....역시 치텐할아버지가 요리해 주는 건 뭐든지 맛있군... 발목을 삔 나 때문인지 원래 이틀 전에 돌아가야 했던 슈란은 고집스럽게도 가지 않고 나와함께 남아있다. "이바..안가면 네 자리가 위험할지도 몰라. 당신 네 부하들 그리 충성심이 강한 것 같지도 않던데 말야.." 난 노루고기가 담긴 수프를 마시며 충고했다. 쯧.. 넌 인덕이 별루 없나 보다. 아냐.. 원래 그 인간들이 인덕을 따질 인간들이 아니라.. 욕망에 눈이먼 넘들이었어.. 그런걸 부하라고 델구 다니다니...너두 참... 음....부하가 아니라 동료정도인가? 게중에서 어떻게 슈란이 우두머리가 되었지? 힘이 젤 셌나? 보아하니 머리는 보통........무지하게 현명해서 지도자가 된 건 아닌 것 같단 말이야.....추측컨데..말이지..^^; 내가 이런저런 말을 던져줘도 그 넘은 아주 무참하게 날 씹고 있었다. 쳇쳇..걱정해서 말해주니까...저 자슥이.... 쳇..내가 뭐 할라고 저런 넘을 걱정하냐? 나도 웃기군. 흠...내가 자꾸 저 넘에게 신경쓰는 이유는 소문과 닮았기 때문이어서 일거야... 그래 별 이유 없어. 쳇..그나저나 씹히니 기분이 나쁘군.. "노루고기가 먹을 만 하느냐?" 그때 치텐할아버지가 천막을 들추며 물었다. "네 아주 맛있어요." 난 빙그레 웃으며 올려다보았고 할아버지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고것 참 보면 볼수록 이쁜 녀석일세..내가 옷 갈아 입히다가 본 것만 아니면 처녀로 오인하 고 살았을지도 몰랐겠는걸?" ......할아버쥐... 그..그런 말은 그다지 달갑진 않군요..... 에헤헤헤..... - -;;; "참..농담두..." 난 머쓱해 져서 수프를 입에 떠 넣었다. "그래. 발목이나 한번 보자꾸나." "네.." 할아버지는 내 발목에 감긴 천을 풀고 으깨서 발라놓았던 약초들을 떼어냈다. 호오...약초의 효과는 대단했던 것인지 퉁퉁 부었었던 발목은 어느새 부기가 가라앉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흠..이제 험하게만 걷지 않으면 되겠는걸.." "아..정말요? 걸어도 되나요?" 욱쓰..허리얌.... 거의 삼일간을 걷지 못했더니 허리뼈가 우두둑 아려 오는 게.... 미치겠더라구.. "음. 어디한번 서보거라." 기쁘당.. 난 그릇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자 별 무리 없이 설 수가 있었다. "왓!! 진짜다... 걸을 수 있네!!" 이런 것일까. 어제까지 걸을 수 없었던 사람이 두 발로 땅위를 걷는다는 것.... 비약이 지나칠 진 몰라도..나의 기분은 그 정도만큼이나 들떠 있었다. "이젠 가야겠지." 그때 슈란이 찬물을 끼얹는다. "돌아간...다구?" 기쁜 걸음으로 걷던 나는 멈칫 다리가 굳어져 버렸다. 그 소굴로 또 걸어 들어간다구? 그 미친 변태들이 우글우글 거리는......그곳으로? "미쳤어? 내가 가면 그들은 날 죽일 거야!! 내가 죽은 줄 알텐데...너도 가만두지 않을지도 몰라!!" 난 발목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놈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아챘다. "상관없어." 뭐....뭐야? 내가 죽건 말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야 뭐야?!! 이 빌어먹을 자식이!! "난 가지 않겠어!! 이 망할 자식아! 절대로 안 갈거라구!!" 놈의 멱살을 놔주고 나는 돌아섰다. 정말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이 자식을 조금이라도 좋게 본 게 내 잘못이지!! 슈란은 암 말이 없다. 오히려 다행한 일이로군. 저놈하고 그곳으로 돌아갈 바엔....차라리 내가 죽지.. 난 강가에 나와 쭈그리고 앉았다. 물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정말 여자애같다.... 원래 내 얼굴보다 훨씬 개조된 것 같군.. 나도 미남소리 듣는 얼굴인데..이건 미녀소리 듣는 얼굴이군.... 할아버지의 집은 강가 근방에 위치해서 조금만 걸으면 금세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강에서 내가 떨어진 절벽은 어디쯤일까.... 쳇..... 그 밧맙 없는 넘... 너 혼자 어디 잘 돌아가 봐라..내가 갈 줄 알아? 내 딴엔 그래도 지 걱정해 주었더니 뭐야? 상관없어?<--젤 열받는 단어는 이것이었음.. 나쁜 놈!!!!! "나쁜 놈이라고 욕하고 있는 겐가?" 아..치텐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내 곁에 와 털푸덕 주저앉았다. "그 놈 너무 미워하진 말아." "네?" 어라..무슨..소리신가요? 할아버지는 눈을 들어 날 보았다. "이 할아범 아래서 홀로 외로이 자라 남의 심정 같은 건 잘 모르지. 어울려 보지 못한 게야. 제 또래들과. 그래서 어쩔 땐 아주 독단적인 놈이야. 하지만 그렇게 큰 것이 어디 그놈 잘못 이겠나..다 이 세상 탓이지...." 네.....? 세상..탓이라니...요... ...무슨..소리지? 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래뵈도 저놈이 얼마나 매향이 너를 생각하는지... 강가에 쓰러졌을 때 처음 발견한 것도 사실은 저놈이었어. 헐레벌떡 들쳐업고 와서는 날 얼마나 들볶는지....내 태어나 그 넘이 그 렇게 호들갑 떠는 건 첨 본 것 같네..." "에...." 할아버지는 주름진 눈가에 미소를 실었다. "그 놈 마음이야 내가 들어가 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절대로 너를 상처주지 않을 놈이야. 말이 서툰 놈이라...." 음..이거 .감동하겠는 걸.... 늘 티격태격 싸우더니....이 할아버지 그래도 슈란을 굉장히 아끼고 있잖아... "네...." "제길....가 줄께!!" 슈란이 날 올려본다. 그놈이 앉아있고 내가 서있었기에 펼쳐질 광경이다. 난 얼굴에 화를 잔뜩 실은 채 마지못해 허락해 준다고 티를 팍팍냈다. "쳇..네놈이 배신을 당하건 말건 내 알바가 아냐!! 그 대신!!!!!" 난 절대로 그대신 에 강조를 했다. 그 부분에서 슈란의 눈빛이 약간 어리둥절.....하다는 듯 변했다. "내가 다치지 않게 보호할 것!! 고로 니 넘도 죽어선 안돼!!" 난 도로 고개를 휙 버렸다. 슈란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난 모른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놈의 목소리가 약간 떠 있었단 것은 확실하다.. "그러지." 쳇...... 과연 거기 가서 내가 살아남을 수나 있을런지.......알 수가 없군.. 25화 "그래 이 넘아. 이젠 가보거라. .......돌아오지 않겠구나..?" 슈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무슨 소리들이신 가요..? 안 돌아오다뇨? 매달 온다면서요.....?? 할아버지와 슈란은 날 힐끔 보더니 다시 지들끼리 이야기를 이어간다. 할아버지는 작은 목소리로 뭐라뭐라 그러더니 천에 돌돌 말린 무언가를 하나 슈란에게 건네준다. 슈란은 그것을 받아 품속에 고이 넣고 말야.. 뭔가 ..길쭉한 걸로 보아서....검 같은 것 같은데.... 뭐지? 이바들...대체 어젯밤에 나 몰래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들???? 할아버지는 말없이 우리들을 배웅했다. 할아버지.......왜 그렇게 슬픈 눈빛이죠? 슈란은 어차피..담달에도 올텐데... ..잘 모르겠다. 원래 떠나보낼 땐 이런 건가? 안녕히계세요....혹시라도 인연있으면 담에 뵙구요...... 이런...... 왜이렇게 손에 땀이 새어나오지??? 웃...젠장.. 닦아도 닦아도.. 이런 땀이 흘러나오는 건 건강에 짱 안 좋은 데 말야.. 쳇.... 난 내 앞에서 무뚝뚝하게 걸어가는 슈란의 넓은 등을 바라보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정말 남자다운 놈이다. 등짝도 넓고 힘두 세구... 내가 초라해 지는구려... 훗!! 이런 것에 굴할 내가 아니다!! 난 나만의 장기가......음..있겠..지?? 어어..보인다.. 마차의 무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 조용한 걸로 봐선....... 흠..정말 불안할 정도로..고요하군.. 대체..뭐지..? "슈란.." 마차의 무리 속으로 들어서는 슈란의 등을 난 쿡 찔러보았다. 그러자 슈란은 느릿..돌아본다. 어유....이 자식은 눈치가 있는 거야 없는....우악? 순간 슈란이 내 머리를 콱 찍어누른다. 난 힘에 눌려 쪼그리고 앉아버렸다. 뭐..뭐냐..??? 그리고 이어지는 귀아픈 쇳소리들... "죽여!!" 흠.....그랬었던 것이었군.... 슈란이 날 데리고 돌아올줄 이들은 몰랐었던 거야.. 그런데 죽은줄 알았던 내가 슈란과 나타나니..당황했겠지..지들딴엔 엄청 머리굴려봤을거야..(그 짧은 시간에..?) 하지만 나오는 결론은...결국 반역이겠지. 슈란을 죽이고 지들이 우두머리가 되자..뭐 이런 거 아니겠어? 흠..슈란이 되게도 무서운건가? 반역을 도모할 정도라니 말야..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하여튼 내 머리위론 지금 목숨을 건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엇....이게 뭐야. 피잖아? "야!! 제대로 싸워! 피 떨어지잖아!!" 난 그렇게 빽소리를 지르곤 다시 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 흠...주위 한 번 살펴볼까..? 헉.... 이..이렇게 사람들이 많았나? 이 많은 놈들 다 어디 숨어 있다가 나온 거야? 수 십 명이 넘는 남자들이 제각각 손에 무기를 든 슈란에게 덤벼들고 있다. 그들의 각오는 죽기 아니면 살기인 모양이다. 대체..왜 저렇게 발악들을 하는 거지? 날 건드렸다는 건가??? 설마....그것 때문에 이렇게 눈에 핏대를 세우고 덤빌리가..... 근데..정말 슈란도 대단한걸? 이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데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아...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거의 손이 보이지가 않는군... 절대로 내게 손이 닿게 하지 않아... 설마..그 할아버지...무슨 정파나 사파의 무술의 달인이었던 걸까? 그래서 뭐..망해버린 정파나 사파의 후손인 슈란을 비밀리에 키워오고 있었던..뭐 그런...삼류영화 시나리오 같은... 헉...... 슈란이 내 몸을 낚아챘다. 내 몸을 한 팔로 들어올려 몸을 날렸단 말이다...그리곤 좀 높은 언덕에 가볍게 착지했다. 휘유~ 멋져~ 저 아래 내가 쪼그려 앉아있던 곳에 선혈이 낭자하다...우... 떨어진 팔도 있고..... 흠....대충 보니 슈란이 우세를 점한 듯 한데.... 싸우던 남자들은 모두 사기를 잃었나 보다. 와...슈란 너 엄청 강하구나.. 이거 소문하고 붙여 놓으면 누가이길까?? "모두 꿇어." 슈란이 낮게 명령하자 그래도 죽긴 싫은지 모두들 검을 내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리파 나와." 난 담담한 시선으로 슈란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리파. 두번 말하게 하지 마라." 톤이 한층 더 깔렸다. 이젠..거의 호러 수준이야..... 마차 뒤에서 잔뜩 쫄아 버린 얼굴로 리파가 엉거주춤 기어나온다. 그의 손에는 검이 아니라 보따리가 쥐어져 있다. 저런..비겁한 놈...주동해 놓고 보따리 챙겨 달아날 생각이나 하다니.... "내 앞으로 와라." "예?" "내. 앞. 으. 로. 와. 라." 더이상 놈은 대꾸를 하지 못하고 설설 기면서 이쪽으로 다가온다. 난 그놈의 면상을 발로 짓이겨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이겨냈다. 하는 짓 하나하나가 더러운 놈......... 그는 슈란의 앞에 거의 고개를 쳐 박는다. "네가 반란을 주동했느냐?" ".........." 그는 달달 떨기만 할뿐 아무런 대답도 없다. 이바 떨지마.....날 대할 때의 그 기세는 어디 간거야? 잠시 놀러갔어? 앙? 이 치졸한 놈아.... 시파.....짜증나..... 난 저런 놈이 젤 싫어. 강한자 앞에선 설설기고 약한자 앞에선 날뛰는.... 제일 비겁하고 더러운 놈..... 슈란이 검을 슥 세운다. 그러자 제풀에 놀란 리파가 대답했다. "예!! 제가 했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요!! 제발!!" 큭....니놈은 살기를 바래? 내 목숨은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해놓구....... 난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웬지 기분이 상쾌했다. 나를 얕잡아보고 가지고 놀던 상대가 내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빌고 있다니.. 이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는 거 아닌가? 슈란은 아마 이 녀석을 본보기로 죽이겠지. 그리고 기강을 바로잡을지도 모르겠군... "좋아. 난 여기서 떠나겠다." 허나...그 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포함한 모두를 경악시키고도 남을 만한... ".....슈란........ 제..정신이야?" 난 떨어지지 않으려는 입을 억지로 벌려서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슈란 왈.. "네가 그만두라고 했잖아." "......................$%^^$%&$#%^#$!!!!!!!!!!!!!!!" 나 ..쓰러지고 싶다........할아버지가 말했던 건 혹시....이런 것이었나? 야..이 빌어먹을 개자아아아아식아아아아아~~!!!!!!!!!!!!!!! 그걸 이제 지킬 건 뭐냐!! 넌 밸도 없고 자존심도 없냐!!!!!!! 난 슈란을 잘근잘근 씹어서 갈아주고 싶어졌다. 이거 ..혹시 바보 아닐까??? 왜 ..왜!! 지금 와서 그러는 거야!!!! 내가 말문이 막혀 있자 또 슈란 왈.... "그 대신 저놈은 니 맘대로 해." 라면서 리파를 가리킨다.... 그제야 난 씨익 웃었다. 아주 싸늘하게 살기를 담아.....리파에게..... 아주 잘했어. 슈란..이제껏 했던 욕은 모두 취소다.... 녀석의 겁먹은 눈동자가 날 향한다...살려달라는 의도를 가득 담아....... 좋아..살려는 주지....................... 후훗...... "크으으아아아아아악!!!!!!" 정말 마음에 드는 비명소리야......후훗... 내가 어떤 짓을 했는지는 내 이미지상 말하지 않겠어...후훗.. 단지 차라리 죽여줘!! 라고 여러 번 소리치는 걸로 봐선... 음....대강들 예상하라굼... 그넘의 처리가 끝나자 난 속시원한 표정으로 돌아왔고 슈란이 내게 물었다. "같이 가자." "......응?" "낙양으로." "낙양?" "그래 낙양은 번화한 도시다. 널 먹여 살릴수 있지." "......." 화를 낼까 한대 걷어찰까.... 우선은 참도록하구.... "이봐 슈란. 너 정말 이곳을 버리고 한치의 미련도 없어? 이젠 편하게 먹고 살수도 없잖아." 슈란이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았다. 굉장히 음울할 것으로 예상했던 눈동자는 의외로 맑고 순수하다. 이런 타락한 곳에서 있었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맑은 눈동자를 지녔을까....? "난 너만 있으면 된다." .....방금......뭐라고.....? 순간........정말 일순간.... 이 자식 얼굴에.....소문이 겹쳐졌다. "아...." 난 너무나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왜 그래?" 난 한참..말문이 막혀 있다가 놈의 머리카락을 꽉 잡아챘다. "야!! 너 그거 어디서 줏어들은 대사야!! 그건 니 것이 아냐!! 네가 할말이 아니라구!!" "...........난 진심인데.." 슈란이 놀란듯 약간 말꼬리를 흐린다. ...이..이럴수가... 어떻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사를..이넘이 한단 말인가.... 정녕 귀신이 곡할노릇.... 참..독자들은 알진 모르지만 그넘은 툭하면 이런 닭살스런 대사들을 툭툭 거리낌없이 내뱉었 다구!!! "낙양으로 가겠지? 난 널위해 모든걸 버렸다." ....임마...내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왜 내 탓이야.....ㅜ,ㅜ 그저..널 위해서 충고한거라구.... 젠장....어차피 갈데도 없으니 낙양인지 뭔지...가보자... 아냐..잠깐만......낙양? 낙양이라......어디선가 들어본듯해.... 앗..맞다. 소문일행도 그곳으로 올거야!! 그...뭐냐 무슨 운하라던가? 그걸 거쳐서........원래대로라면 잃어버린 여자 소야를 찾으러 한방 읍내 색주가로 간다고 했어.....(잠깐..그럼 그 소야의 대역이.. ..혹..나인가...?!!) 그래..우선 낙양으로..아냐..그 운하가 있는데로 가야해!!! "슈란..천리장강으로 가자.." 난 슈란을 보지도 않은채로 말했다. "뭐?!" 난 희열에 들뜬 눈빛으로 그놈에게 매달렸다. "천리장강!! 양제가 판 운하말야!! 그리고 가자구!!" 소문을 만난다... 그래...드뎌 그 자식을 만나 사타구니를 한대 갈겨줄수가 있게됬다.... 소문....기다려랏!!!!!!!!!!!! 26화 "야!! 슈란 빨리 와!!" 벌써 말을 타고 몇 시간을 달렸을까.. 처음엔 서툴렀지만 말 타는 것도 오랜 시간 타고 있자 아주 능숙해 졌다. 후후훗.. 역시 난 스포츠에 뛰어난 재능이 있음이야... 그런데.....저 넘 슈란은 똑같이 말 타고 있으면서 왜 저리 느릿느릿 따라오는 거야? 어우..짜증나.... 내가 인상을 팍 쓰며 기다려 주자 그제서야 슈란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우쓰..빨리 안 오고 뭐해?" "유난히 들떠 있군." "응?!" 헉스..이넘..예리해... 아냐..내가 너무 티냈나?? "흠...뭐..그럴수도 있지. 난 중원에 첨 와보는걸..거기다가 장강인지 뭔지도 처음 보러가는 거 고...어? 야 임마 내말을 끝까지 들어!!!!!" 저..저 자슥이...!!! 날 무시하고 앞서 가버리다뉫!!! ...쳇..그건 그렇고. 슬쩍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해가 머리꼭대기에 와있다. 고로 점심때라 이건가.... "슈란!!" 저만치 앞서가던 슈란이 빙글 고개를 돌린다. "나 배고파." 객점에 들러 대강 점심을 때우고...말도 피곤할 테니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흠...날씨도 쾌청하구.... 어라...? 후후후.. 이거 정말 우스운걸... 이 객점엔 꼭 무협영화에서 보던 그런거 있잖아.. 검차고...갓쓰고..뭐..분위기 풀풀 풍기는 검객들.... 클클클..그런 사람들도 있고....얍삽해 보이는 남자..미녀..우락부락한 사내의 무리.. 정말....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들 같은걸? 난 문득 킥킥거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 남자가 나를 돌아봤다. 그 시선이 아주 날카로웠던 것으로 보아.. 기분이 나빴음에....엥? 그런데 왜 갑자기 호의적으로 바뀌는걸까.... 흠...스토리를 세워봐? 저 넘은 내가 절보고 웃는 줄 알았을 것이고 날 한대 패주기 위해 돌아봤던 거지...근데 날.........여자로 착각...한 거겠지...그래서 당장에 호의로.. 이..이....망할....세워놓고 보니...저 넘도....결국은... 난 갑자기 파릿한 시선으로 놈을 째렸다. 쳐다보지맛 변태!!! 내가 무시무시하게 노려보자 놈은 뻘쭘해서인지 금세 시선을 돌렸다. 난 술인지 뭔지...내 잔에 따라진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우씨......짜증나... 갑자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날 슈란이 의아스럽게 보고 있을 뿐.. "젠장..슈란, 이제 나가자!" "음..지금?" "그래. 지금 당장!!" 난 그를 재촉해서 얼른 일어섰고 마굿간으로 다가갔다. 매인 고삐를 풀고 나서려는데.....뭔가 시커먼 그림자가 우릴 막아섰다. "이보셔 아가씨." 이..무리는 아까 객점의 우락부락들이군... 근데 아가씨라니...니들 오널 한번 죽어볼텨? 대체..내가 어딜봐서 ..아가씨지? 난 머리도 짧고 키도 큰편에다가 음..더.더이상 없나? 이렇게 생각하며 난 내 머리칼에다 손을 갖다댔다. 헉...머리카락이...좀 길었군... 여기서 오래있다보니...머리카락도 자라는구나.. "공자님께서 좀 모시라는데...." 이 것들은 처음부터 시비조다. 내가 싫다고 거부하면 힘으로라도 끌고 가겠다는 태도... 그 넘들의 손이 가리키는 데로 시선을 옮겨보자...웬 느끼한 인간 말종 하나가 나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 지 딴엔 무슨 뇌살적인 미소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우엑.....이우 형씨!!! "흠..우린 지금 갈길이 바쁩니다." 최대한 남자티를....(??)티라니.... 티가 아니고 남자인걸 알리기 위해 목소리까지 억지로 굵게 냈다. 난 변성기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아직까진 카랑카랑 하거던.... 그러나 자식들은 막무가내다. 이보셔들... 그렇게 크다란 덩치 해 가지고 지금 뭘 하겠다는 거야? 욱...육체파....정말 싫다... "낭자께서 가주시지 않으면 저희가 곤란하지요.." 그러면서 그들은 늬끼한 웃음을 흘린다. 자...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한다....?! 난 슬쩍 슈란을 돌아보았다. 슈란에게 떠넘겨 버려? 그의 검술이랑 체력은 저번에 보았으니...대강 알겠고... 후후훗...이럴 땐 연기를.... "슈란...무서워..이들이 날 끌고 가려고 해.." 난 겁먹은 얼굴로 슈란의 뒤로 숨어버렸다. 순간 슈란은 천만볼트의 전기에 감전된 인간 마냥 뻣뻣이 굳어버린다. 훗..내 연기가 넘 완벽했던 것이.... 커커커커커~!! 뭐? 가증스럽다굼? 설마...모두들 내 팬이잖아......(떠나는 팬들...- -;;;) 헉....정신 차리고..어쨌든 내가 너무나 완벽했던 탓인지.. 우락부락들은 인상을 드럽게 찡그리며 슈란에게 다가섰다. 난 일부러 슈란의 옷깃을 꽉 잡은 채 고개를 수그렸구 말이다.. 훗....엉..내가 넘 사악한가.. 어쩌겠어..내가 이 놈들을 힘으로 상대하리?? "이바 형씨..보아하니 그 아가씨와 그렇고 그런 사이 같은데..잠시만 이야기하면 되니 비켜주 시지?" 흠..바보라도 안 속겠다. 이 무식탱이 아자씨들아.. 허나..행여라도 슈란이 그러죠 이러면서 날 내놓을까봐 옷을 더욱 꽉 잡았다. 이 넘은 워낙이나 행동이 무분별한 놈이라...불안하단 말야... 다행히도 슈란은 내 뜻을 알아들었는지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단지.... "매향은 남자다." 헉스...이바..그걸 밝혀버리면 어떡해!! 아냐....잠깐만....밝히지 말아야 할 이유는 뭐지? 헉....나 이상해 졌어!! 젠장..옷이라도 벗어버렷?! 순간 우락부락들의 눈빛이 이상해진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심스런 눈초리다. 이바..이바..왜 갈등하고 난리야..의심할 바도 없는 남자...... "헛소리마라! 남장하고 있는 것쯤 우리도 알고 있지. 클..네놈이 내놓기가 싫은 모양인데..우 리모두와 대결해 보겠다는 것이냐?" 컥...남장.... 정말 남잔데.....그건 오해들.. 씁..연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자식들이 보자보자 하니깐.... 이젠 나의 염색체까지 조작하네?? "이봐앗!!!" 내가 울컥해서 나서려고 하자 슈란이 팔을 들어 날 막는다. 엥..지금 뭐하냐 너.... "가만있어." 음..네가 다 해결을 하겠단 말이지....? 슈란은 천천히 검을 빼낸다. 이 검은 길이가 길고 쭉 뻗은 게.. 그때 할아버지가 준건 아닌가 보다. "클클클..네놈이 덩치를 믿고 까부는가 본데....한 수 가르쳐 주지...." 곧 우락부락들도 무기를 꺼낸다. 커다란 도다...날이 한쪽 면만 있는 거 말야.. 도(刀)..검(劍)....봉(蜂).....다 나오는걸? 그러나 슈란은 조금도 물러서는 기세가 없다. 솔직히 내가 봐도 이 엑스트라급 자식들 보다 슈란이 훨씬 더 기세가 센 것 같다. 그런데..말이지......지금 이런 말 할 때는 아니지만 말야.....슈란은 이상하게도 천박한 느낌이 나지 않아. 그렇다고 귀티가 흐른다는 것도 아니지만...... 참..이상하군..고아로 자라났을 텐데 말야..혹시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가 정말인 거 아냐???(그...중원 사파의 마지막 자손^^;) 곧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진다. 저 우락..들도 영 무차별은 아니었는지 짐짓 눈치를 살피고 있다. 흠...근데 말야.. 가끔 생각하는데...정말 이 놈은 나한테 반했다고 느끼거든.. 근데..왜 나한테 반한 걸까? 이렇게 바보처럼 보일 만큼 무뚝뚝하게 행동하면서도 나한테 하는 말을 들어보면 소문 뺨 쳐... 솔직히 말해서 과격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굉장히 열혈적이다. 내가 원한 건 어떤 방식으로라도 들어주고 날 위해서 자신의 직업까지도 버렸다.... 그리고 내가 죽을까봐 안달복달했다고..(이건 보지 않았으니..잘은 모르지만..) 하고..대체 나 의 무엇이 슈란으로 하여금 그토록 날 좋아하게 만든 것일까... 나도 영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야.. 흠..지금 슈란이 한 우락이의 팔을 잘라냈다. 피 튀는군... 그래서 말이지... 난....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솔직히 걱정이 된다구... 난 소문을 만나러 가는데..... 슈란이 과연 날 이해해 줄까..? 그는 날 위해서 모든 걸 버리고 따라와 줬는데... 소문을 만나게 되면 슈란은 어쩌지...? 그는 이해해 줄까.. 그래..어쩌면 이해해 줄지도 몰라.. 내가 잘 설득하면 알아듣겠지.. 내가 말했던 건 무엇이든 들어줬으니까 말야..(단지 그것이 너무나 극단적이라서..-_-;;) .....이해해 주겠지.....? "어..슈란 벌써 끝났어? 금 가자." 우락부락이들은 모두 땅에 쓰러져 있고 나에게 니끼한 미소를 보이던 공잔지 뭔지는 새파랗게 질려 있다. 훗...꼴 좋다. 난 말에 올라타고 허리를 걷어찼다. "이랴!!" 이윽고 말은 큰 울음소리를 내며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바 슈란! 장강은 언제나 나오는 거야?!" "오늘밤 꼬박 달려 내일쯤.." "억..정말이야?! 내일이라구!! 올나잇으로 달리자구!" 흠...땅거미가 지고 있다. 오늘 밤새서 달리는 게 정말 가능할지는 나도 몰라....... 뭐..피곤하면 좀 쉬는 거지... 에헤헤헤... 나의 의지는 좋았지만 말이 그 기대에 따라주지 못했다. 지쳐버린 말을 세우고 우리는 쉬어가기로 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슈란은 객점에서 사온 음식을 내놓았다. 난 말없이 불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었다. 불꽃들이 일렁이는 모습이 희안하게도 아름다웠다. 화력을 자랑하며 더 높이 타오르려는 그 불꽃의 움직임이 왠지 모르게 소문과 닮았다고 느꼈다. 쳇...이러고 있으니 뭐든지 그놈과 연관시키는군 난. 슈란한테 말이나 붙여볼까.. "슈란. 혹시 장강에 가봤어?" "아니." 쳇..정말 눈치 없는 놈이군. 좀 부드럽게 스마트하게 대화를 이끌 줄 모르냐 너? 하긴..내가 왜 이 놈에게 그걸 바라는 건지... "말야....난 빨리 그곳으로 가고 싶어. 어서 한시라도 빨리 그곳으로 가고 싶다구.." 이것은 나의 진심이다. 그래...가고 싶다. 어서 가서......그를 만나고 싶다... 한시라도 빨리......만나고 싶다. 비렁뱅이 같은 차림새는 아닐런지..... 가서 꼭 한대 억세게 걷어 차주려 했는데 너무 몰골이 말이 아니라던지...그러면 어쩐다? 별 쓸데없는 걱정일까.....큭.. "매향." 문득 슈란의 목소리가 가깝게 느껴진 것 같다. 헉...어느새 이렇게 다가 온거지? 놈은 내게 바싹 붙어있다. "으..응? 왜.." 난 약간 뒤로 물러섰다. 왜..왜 이렇게 다가오는 거야...너 춥냐? "널 보니 안고 싶어져서." 컥... 진정..이 녀석은 제대로 된 녀석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어떻게 .. 이런 소릴 눈 하나 깜짝 않고 하냐? 소문은 얼굴에 철면피를 깔았다 쳐!! 이 놈은 이런걸 몰라도 넘 모르는거 아냐?!! "......난..그럴 마음이 없는데..." 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더욱 뒤로 비켜나려고 했다. "불빛에 어른 거리는 네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너도..그런말 할줄 아는구나.. - -;;; "아..저 슈란...이러지 말고.." 놈이 내 오른손을 잡는다. 잡혔다. 안된다..놔랏... 힘을 주어 빼낼려고 했지만 어느새 왼쪽 손까지 점령당했다. "슈란!! 싫어!!! 놓아 줘.." 반항해야 할때다. 이대로 있다가 당하긴 싫어!! "불길을 바라보는 네 눈 속에 다른 놈이 있어....그 놈이 소문이란 놈인가?" 진......짜....... 이너엄....예리하다.... 내 정곡을 마구마구 찌른다. "무..무슨 소리야.." "유난히 들떠 있었는데....그놈을 만나기라도 하는건가?" 놈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이봐...넌 그냥 쳐다만 봐도 카리스마가 철철 흐르는데...그렇게 매섭게 노리지 말라구.. "이것놔!! 아파 슈란!!" 손목을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큰 힘이 전해진다. 놈은 힘으로 날 제압해 바닥에 눕혔다. 이젠....일어나긴 글렀다고 봐야 되나? 안돼!!!!! 놈은 고개를 숙이더니 내 귓가로 다가온다. "널 줄 줄 알아?" "슈란...." "내꺼야...절대로....주지 않아....." 어쩌면...오싹할 만치의 집념...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걸까....? 정말로 진심이다.... 슈란.....너...... "오늘밤 널 안아 내것으로 만들겠어..." 뭐? "시..싫어 슈란!! 놔!" 안돼....... 나는 비명까지 지르며 그를 떨쳐내려 했지만.......슈란은 나의 의사를 무시한체 강제로 내 옷 을 벗겨내렸다. "이러지 마아!! 제발 놔줘!!!! 슈란!!!" 정말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이넘의 힘이 너무 세다...빌어먹을...... 두팔을 아무리 비틀어 봐도 놈의 손에서 빠져나오는건 불가능했다. 놈의 입술이 내 목에 닿았다.. 오싹..............하다.... "헉.....싫어....." 두렵다..... 두렵다..... 이건.....아냐.... 당할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 난다.... 복수를 했지만 그 공포만은 내 몸안에 기억되 있는건가....? 몸이 절로 덜덜 떨린다..... 미친듯 거부반응이 일어..... "놔!! 흑.....윽..슈..슈란......제..제발..." 내 목소리가 거의 애원조로 변해가고 있다. 미칠것만 같다.... 금세라도 내 의식은 한계에 부딛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너무나 혼란스럽다....확실한 건 내가 원하지 않는 이 행위가 무섭다는 것......수치스러웠지만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슈란은 전혀 날 놔주지 않았다. "슈.......란...." 난 이를 악물었다.. "클클...뭘 하시는 건가?! 그림 좋구만...." 불법으로 난입해 든 목소리.. 순간적으로 슈란의 몸이 떨어져 나간다. 누..누구..? 흐릿해진 눈으로 애써 쳐다보니 낮에 ..그 공자..라는 남자가 자신의 패거리를 잔뜩 몰고 나타난 것이다... "호오...정말 쌈빡한 계집인걸? 그런데 이바 형씨..여자가 싫다는데 강제로 하는 건 짐승이나 마찬가지라구...." 제일 인상 드러운 넘 하나가 실실 쪼개며 다가온다. "꺼져." 슈란의 음성에 감정이 없다. 이건...그때...리파를 부를 때의 ....그 음성이다. "허어? 꺼져? 이 넘이 지 명을 재촉하는...컥!!" 내 얼굴에 핏물이 튀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그 놈의 목이 떨어져 내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슈란의 검 이.....그의 목을.... 너무나 경악해서 난 말을 잃었다. 그 놈도 자신이 왜 죽는지 모르는 얼굴로 눈의 빛이 꺼졌다. "이..이놈!! 아우를 죽여!?" 패거리들도 당혹스런 얼굴반 분노반으로 검을 빼어든다. 한기가 끼치는 기운이 슈란의 몸에서 피어난다. 이게...살기라는 건가....? 나조차도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기운... "꺼지라고 했지..." ============= 프로필...^^;; 진매향..... 우습게도 전생체험을 하다가 고구려로 가게된다. 거기서 만나게된 장군 연개소문.... 진매향 18세 남 178cm,57kg 절대 전형적인 수타입은 아님.. 꽤나 고집스럽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이해득실이 확실함. 어쩌면..적응력이 무지하게 뛰어난건지도.. 연개소문 17세 (헉..이 넘이 연하였나??<--쓰면서도 당근 연상이지 이러고 있었음..- -;;) 허나 나이는 언제 쉽게 바뀔지 모름...금세 29세가 될지...모름.. 196cm,73kg 절대 전형적인 공타입이다. 현명하고 명석하며 냉철하고 냉정하며 속이 깊다. (뭐..뭐냐..) 허나 활화산 같은 뜨거운 정열을 가졌으며 매향외에는 자신의 속을 절대로 드러내 주지 않는다. 흠..느끼하다는 평도 많음.. 그나..절대로 느끼한 인간이 아님.....- -;;; 슈란 이름 외에는 제대로 밝혀진 게 없음...하지만 189cm 71kg 절대루 엑스트라 아님...조연도 아님....주연급이라고 쳐줘야 됨.. 성격은 무뚝뚝하면서도 가끔씩 상상치 못한 일을 행해 주위를 (특히 매향)놀라게 함.... 잘 웃지도 않고 그다지 말도 없음.. 고아로 버려져 치텐이란 노인이 주워다 길렀음. 흑벌무<--주 조연급, 엑스트라는 아님. 23세(역시 나이는 확실치 않다) 192cm,72kg 성격급하고 다혈질임 글구..성욕이 엄청남..여자라면 피하고 볼일.. 그러나 한번 마음이 굳어지면 절대 배신하지 않는 의리파. 자신의 생김새에 꽤나 컴플렉스가 있다. 지보<--역시 주 조연급, 엑스트라..아님. 24세(나이는....확실치 않다.) 184cm,64kg 침착하고 꾀가 많은 인물 성질급한 흑벌무를 언제나 제지하는 역이다.. 그 역시 명석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느긋한 인물.... 을지문덕<--조연급, 그리 자주 등장치는 않음.... 41세(나이를 확정치 말아달라....) 187cm69kg 을지문덕의 성격은 고구려만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 사상 최대의 장군으로 불릴 정도로 용맹하구....뛰어난 전략을 꾸밀 줄알고..... 자신보다도 언제나 나라와 임금을 걱정하는 착한...유일하게도 착한 캐러임... 연개소문의 좋은 친구 겸 스승.. (지금..이 시점에서 ..이렇다는 겁니다..^^) 27화 웃쓰.... 선혈이 난무하는 혈육전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저 놈들이 끼어 들어 준 덕분에 난 슈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놈들의 숫자가 훨씬 우세하지만 결코 난 슈란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하지만..오히려 그게 걱정이군... 이겨도 져도 걱정이야... 슈란 저넘 이기면 분명히 계속 할테구..지게되면 저 놈들이 내게 덤빌게 아닌가? 뜨읏..이럴 땐 누굴 응원하지? 아니다..차라리 휙 도망가버려? 음.. .........제길..그러려고 해도..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공포를 또다시 ..내 몸에 불러일으켜 주었다는 거..잘 알아.. 제기랄!! 하지만 몸이..움직이지 않는 걸.... ...................저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부터 도망칠..용기가 나지 않아......... 슈란은 정말로 놈들의 공격을 깨끗하게 막아내고 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다가오려는 것은 두 토막 내버렸으며 절대적으로 내 앞을 사수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얍삽한 놈이었다면 진작에 차버리고 도망쳤을 텐데.. 너무나도 어리고(물론 머리가..- -;;) 강직한 놈이라서...그러지도 못하고.. 젠장..매향 너 마음이 무지하게 약해졌군. 냉정하고 이해득실 확실하기로 유명한..카리스마 진이었는데 말야.... "비..빌어먹을!!" 슈란을 만만히 보고 덤빈 놈들은 예상외로 그의 무예가 너무나 뛰어나자 심히 당황하는 듯 했다. 클....개겨도 자리를 보고 개겼어야지 아자씨들.. 난 뒤로 물러섰다. 너무 앞쪽에 서 있다가 검침이라도 맞으면 나만 손해 아닌가? 게다가 저 놈들은 모두 슈란의 앞쪽에 있으니 뒤로 물러나도 괜찮겠지.. "제길 모두 한꺼번에 공격하자!!" 지금까진 한꺼번에 안 하셨수? 참 뻔뻔스러우시군.. 그들은 무슨 이상한 진을 형성하며 슈란에게 덤벼들었다. 카캉!! 크크큭!! 카각!! 바람이 일만큼의 강한 검풍이 일더니 순간 슈란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검광을 쏟아냈다. "아앗!!" 오해들 마시길..이건 내가 지른 비명이얌... 뭔가가 순간 내 몸을 뒤로 확 잡아당긴 것이다. 그리고 내 목에 닿는....나 예리한 것은.... "동작을 멈춰!!" 슈란이 멈칫하더니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거기엔 내가 웬 썩을 놈에게 잡혀있는 꼴사나운 광경이 펼쳐져 있다. 음..난 인질이 된 건가? 어쨌든 날 붙잡은 그 넘은 슈란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검을 버려!!" 이바..정말루 검을 버릴 건 아니지? 슈란은 나와 날 잡고 있는 넘을 번갈아 쏘아본다. 제길..그래 미안하게 됐다. 쓸모도 없는 게 인질까지 되어서 말야!! 그렇게 노려볼 건 없잖아?<--이바..그게 원래 그놈의 눈빛이얌.. 챙강... 헉스..저녀석.....정말로...검을 버렸다. 그가 검을 내 던지자 곁에 서있던 다른 패거리가 달려들어 그를 포박한다. 그리고..내 목에 대어진 단검이 느슨해진다. 훗..이때다. 난 순간적으로 내 목을 감싼 놈의 팔을 휘어잡고 반대로 꺾어버렸다. 우두둑... 훗...멋진 소리.....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우..아아아악!!" 나에 의해 팔이 부러져 버린 그 놈은 역시나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그가 난리를 쳐대자 슈란을 묶는데만 정신을 팔던 인간들이 그제야 이쪽을 쳐다본다. "슈란!! 뭐하는 거야!! 꼴사납게 묶여 있을 거야?" 인질의 입장에서 풀려났기에..(안 그럼 내가 무슨 낯짝으로..) 난 기세등등하게 슈란에게 소리쳤다. 음..물론 거의 벗겨진 옷 때문에 그리 멋져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얌... 내가 자유스러워 진걸 확인하자 슈란은 자신을 눌러 제압하고 있던 손들을 모두 떨어낸다. 뭐..이런 거 있잖아. 음!! 하고 힘 한번 주니까 몸에 칭칭 감겨있던 굵은 밧줄이 투투툭하고 끊겨 나가는 거 말야..꼭 그런 거 같애.. "으악!!" 주위사람들이 모두 슈란에게서 물러났다. 정말 괴력의 힘이군...물론 소문에겐..못 미치는 듯.. 아냐......저 정도면 비등비등하다 아닌가? 흠....그렇다고 둘을 갖다 놓구 대결을 시킬 수도 없구 말야.. 난 그가 풀려나는 것을 보며 말로 달려갔다. 그리고 훌쩍 말 위에 올라 그 옆구리를 걷어찼다. "이랴!!" 그리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내 달렸다. 슈란? 따라오겠지 뭐. 한참을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까보다 더 많은 피를 몸에 바르고 있는 슈란이 보였다. 어두운 밤이긴 했지만 환한 달빛아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 비탈진 길이었긴 하지만 우리는 전혀 멈추지 않고 그대로 계속 말을 달렸다. 그도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난 그에게 당하지 않게 되었군...다행이야.. 이제 이 길을 곧바로 달리면...소문이 있는 장강이 나온다... 푸르릉..푸르릉... 날이 부옇게 새 올 때까지 계속 달려 지친 말에게 물을 먹이면서 난 주위를 살폈다. 아직 너무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흠..그런데 슈란 장강은 어디야?" "여기." "뭐!!!??" 난 놀라서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게 장강이야? 억..글쿤..... 어쩐지 갑자기 이런데 이렇게 커다란 강이 나타난 게 이상하다고 했지. 무지하게 큰데??? 이게..수양제 영제거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장강이란 말인가? 음...아마도..4년간(4년이던가?2년이던가?) 수십 만 명의 인원을 동원했다고 하던가... 저쪽..어디냐..잘은 모르지만 북쪽의 청 장 년층을 모두 징용해다가 강제징집을 시켰다던데..열명 가운데 한 명꼴로 고역에 시달리다가 죽었다고 .. 그렇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다.. 물론 양제의 생각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뭐..이런 큰 운하를 파 놓으면 전쟁 때 군량을 전달하는 수로도 될 것이고 남부지방의 기름진 곡식들을 퍼 나르는데 이용도 되겠지만.. 이렇게 백성들의 피와 생명을 짜내어가며 이런 운하를 만들다니... 불쌍한 건 백성들이군.... 하긴..십 수 만명이 희생되었다는 의미는 그만큼 왕권이 강하다는 소리도 되니까. 하지만..이거 너무 독재 아냐??? 쳇..어쨌거나 왕은 재수 없어... "이봐!! 거기서 뭘 하는 거지?" 내가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뒤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림새로 보아하니 수나라의 보병인가? "아..말에 물을 먹이고 있었습니다만.." 슈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자 그는 발끈해서 더욱 난리를 치려다가 내가 나서자 입을 다물었다. 그래 젠장 여자로 보던 남자로 보던 니 멋대로 생각해라.. 어차피 내 옷 벗겨 볼 것도 아닌데....젠장.... "금지였더라도 한번만 봐주세요. 물만 먹이고 떠나겠습니다." 난 일부러 뽀샤시 웃으며 말했다. 근데 밤새도록 먼지를 뒤집어써서 뽀샤시가 될라나.....? 허나 나의 뽀샤시 미소는 먹힌 듯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약간 상기된 채로.. "좋..다. 그렇지만 어서 떠나도록 해." "네." 병사가 떠나고 말도 대강 목을 축인 듯 해서 난 멀뚱히 서 있는 슈란을 돌아보았다. "아침 먹으러 가." 아직은 조금 껄끄럽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에게 말했다. 슈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객점에 들어가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있는데.. 날이 밝아오면 올수록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이 장강의 주위로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지?" 슈란도 모르겠다는 눈치여서 난 지나가는 사람을 하나 붙들고 물었다. "저...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곧 천자 님의 배가 지나간다우." 농부로 보이는 그 남자는 혀를 끌끌차며 내게 말해주었다. "천자의 ..배?" "엥..모르셨수?" 그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우릴 보았고 난 또다시 방긋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예. 이곳에 여행을 온 터라서.." "흠..그렇소? 이 놈의 운하를 판다고 근 2년간을 죽도록 노역을 시키더니 완공되니 이젠 축하식인지 뭔지를 한다고 만조백관을 이끌고 배를 타고 이 운하를 돈다지 뭐요?" "그..그래요?" "그래서 지금 모두들 일손을 놓고 천자를 맞으러 강으로 나가는 거요." "왜..?" "왜긴 왜야. 안 나가면 훗날 곤욕을 치루니까 그렇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들은 진심으로 축하해서 모인 게 아니라......강제로 모여 가짜 축하를 하기 위한 것이군...? "그래서..배가 몇 척이나 온데요?" "글쎄...황룡적항누선이라고...뭐 웬만한 동산만한 크기라던데..1만 2천척의 배를 만들었다고 하던걸?" "예..? 동산만한 배요? 1만척이나....?" 믿을 수가 없군....그 배를 만든다고 또 얼마나 고혈을 짜내었을까... "그럼..그 배는 누가 다....만들죠?" "그야 포로지." "포로?" "포로를 몰라? 전쟁포로들 말야.." "포로라면....어느 나라 포로가 가장 많은가요?" "음..아마도 고구려포로가 젤로 많고..돌궐 쪽....흉노 쪽..정도일걸..?" 고구려라.....이 대목에서 소문이 분개해했을거야.. 아마도 말이지.... 양제는 이제 막 아비 문제던가? 하여튼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지 얼마 안되어서 우선 왕권부터 굳건히 하는데 온 힘을 쏟았을거라구.. 북방민족들을 하나둘 제압해 가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는 거지. 하지만 그의 목표는 고구려라 이거야. 자기들보다 훨씬 약하면서 공물도 안 바치고 자꾸 반항하는 고구려가 얄밉겠지. 하지만 지금 양제에겐 고구려는 벅찬 상대거든...하지만 언젠가는 고구려를 자신의 발 앞에 꿇리고 말겠다는 그 의지 때문인지.. 고구려 포로는 무지하게도 얄밉겠지. 그래서 더욱 혹독하게 일을 시키는 건지도 모르겠네.. 흠..책에서 읽은 건 이 정도였구.. 정말 양제란 놈..나쁜 넘이군... 쳇..역시 재수 없어. 시간이 흐르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한다. 문득 내 눈도 바빠졌다. 이 많은 인파 속에 어떻게 소문을 찾아야 할지 몰라서이다. 그는 분명 이 무리 속에 있다. 그래..그는 분명히 이곳에 있다. 어딘가에서 양제의 배를 보기 위해 이곳 천리장강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난....한시라도 빨리 그를 찾아야 했다. 이곳의 일이 끝나버리면 그는 낙양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우우우우..."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 멀리서 배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부복하라!!" 그리고 기병들이 달려오며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음...엎드리란 소린가.. 천자의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간 당장 목 날아가지.... 쳇..보지도 못하게 하면서 뭐할러 자랑이람? 역시 왕재수.... 음..그건 그렇고 아마도 소문은 좋은데 자리를 잡았을 거야..양제를 보기 위해서.. 배가 점점 다가온다. 띠파....더럽게 배도 많네. 슈란과 난 고개를 숙인 채로 기다렸다. 하지만 이대로 쳐박고 있을 순 없다. 절대루...그래서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아주 살며시..... 소문....어딨는거냐.... 제길..내 시야에 잡혀 줘!!! 난 이래뵈도 눈이 무척 좋다구... 이쪽에서 저쪽까지 백 오십 미터는 넘어 보이는데 난 저쪽사람의 얼굴까지 너끈히 눈에 들어온단 말이다...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찡그려서 소문을 찾았다. 그와 비슷한 사람이라도 눈에 들어오길 바랬지만.....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헉.....!!" 그다..... 그....소문........ 저기있다!! 저쪽....저 건너편에!!! 그의 모습...그리고 지보와 흑벌무!! 젠장! 저쪽에 있는데!!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데!! 순간 양제의 배가 지나면서 소문의 모습이 가려졌다. "앗!!!" 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웅성웅성.... 헉...이걸 어쩌지....?! 소리를 지른 것 까진 좋았는데...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버린 것이다.. 그때 슈란이 나에게 달려들어 몸을 뒹굴었다. "윽!!" 내가 있던 자리에 십 수개의 창이 꽂혔다. "무례한 놈!! 감히 고개를 쳐들다니!! 죽음으로 보상해라!!" 저쪽에선 이런 소리를 지껄이며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고.... 슈란은 말없이 날 안고 달려나갔다. "안돼..슈란 날 내려 줘!!" 난 그를 밀어내다가 미친 듯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더럽게도 큰 양제의 배가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소문이.....저 배 뒤에 있는데.... 있는데..그가!! "내려 줘!! 소문이 저쪽에 있단 말야!! 날 내려놔!!! 소문이!!!! 그가!! 저쪽에 있다구!!!!!" 두 시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배들이 모두 지나가고 부복자세로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한 무렵에서야 슈란은 내 입을 풀어주었다. "젠장....." 눈물이 흐르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분했다. 그..빌어먹을 자식이 ....내 눈앞에 있었는데.... 그 강 건너편에 ......고개를 든 채로 있었는데....... 정말..어처구니없게도...만나지 못했다. 제기랄...분해.......... 난 달려나가 소문이 있던 장소를 찾았다. 예상했었지만......그는 없었다. 그 자리엔......이미 아무도 없었다. "빌어......먹을...................젠장.." 슈란이 내 뒤로 다가왔다. "너 때문이야!!!" 어.....어라.라.....?! 내 손이 슈란을 내려치고 있다. "이자식아!! 너 때문이라구!! 네가 날 강제로 끌고 가지만 않았어도!!!!!" 난 미친 사람 마냥.. 슈란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자제가 되지 않는다..... 이 넘은 날 구해줄려고 그런 것일 뿐인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되는데....이성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쏟아지는 눈물과 분노를 풀 길이 없다..... "이 빌어먹을!!!! 그가....그가....저쪽에 있었는데.........네가!!!!" 퍽! 퍼억!! 시파!!! 날 말리란 말이다!! 더이상 널 때리지 못하게 내 손을 낚아채란 말이다!! 어제는 그토록 적극적이더니!! 왜 가만있냐 이 병신!!!!!! 날 말리란 말야!!!!! 수십 번을 후려치니 주먹에 감각이 없어진다..... 하지만 난 계속 쳐야만 했다. 눈앞에서.....그를 놓쳤다는 허무함을 풀어낼 길이...이겨낼 기운이 없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빌어먹을 만큼 나쁜 자식......... 나쁜 자식........ 나쁜 자식.......... 제기랄......이건 대체....누구에게....... 지껄이는 소리야......... "으흐흐흑....." 창피해서 미칠지경이다.....하지만 이놈의 눈물은 그치지를 않는다. 만날수 있었는데.... 그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그 숨결을 느껴볼수 있었는데..... 미치도록 아쉽고 안타까운..... 그래서 난 더욱 슈란에게 욕을 퍼부어댔다..... "이...나쁜.........놈......" 밤을 새며 온 데다가 울기까지 해서인지...정말로 기운이 없다... 시파.....난 이제 때리다가 아예 그 가슴에 내 손을 기대었다. "그가...그렇게 좋은가?" "........." 슈란이 입을 열어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힘이 .... "나..같은 건.... 필요 없는 건가?" 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뭐?" 슈란의 얼굴이 잔뜩 굳어져 있다. 마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거부당해 울 것만 같은 아이의 얼굴 같아... "난 필요 없냐고 물었다...." 말꼬리가 흔들렸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표가 얼굴에 확 드러난다.... ............내가.............. 이기적이었어.......... 그래.....내가 지독히도 이기적이었던 거야...... 이 상처받은 눈만 봐도....알 수 있어... ......하지만...날더러 뭘 어쩌라구... 그래서 내게 마음주지 말라고 했잖아... 날 좋아하지 말라고 했잖아... 왜 날 좋아하느냐고 물어도 봤잖아... 제길...허락도 없이 좋아한 건 네 탓 이라구... 이 바보야.... 난 팔을 들어 녀석의 목을 감쌌다. 이 녀석이 울면.....너무나 흉할 것 같아서........ 무뚝뚝하고 독점욕강하고 제멋대로인 데다가 상처받는 것까지.. 이 녀석......덩치만 컸지..아직 어린 녀석이다.... 나보다도 훨씬 어려......순진하고.... 치텐할아버지.....나 어쩌죠? 소문.......... 제기랄.... 이건 정말 어쩌지를 못하겠군.... 어젯밤에 했던 그 느끼했던 대사들보다... 훨씬 더 강한 필이 꽂히는 녀석의 물음이..정말로 날 찔리게 한다. 이 녀석을 버릴 수 없게 한다... 나....정말 어쩌지? 이 녀석..버릴 수가 없어... 이렇게 날 좋아하는데...... 28화 "야!! 대체 왜 안 간다는 거야!!" 난 지금 이 무거운 놈을 일으키기에 여념이 없다. 생긴 건 서른 살쯤 된 아자씨 같은 (물론 과장을 덧붙여서..) 놈이 이렇게 생고집을 피우니 정말 할말이 없다. "슈란!!" 어우띠...... 정말 이 자식 꿈쩍도 안 한다. 내가 아무리 강제로 끌고가려 해도 내 힘으론 끄덕도 하지 않는다. 빌어먹을..... 내버리고 갈려고 수십 번 마음먹었다가도.. 그 눈빛이 떠올라 도저히 그러지 못하고.. 날더러 어쩌라고!!! "왜 낙양으로 안 가겠다는 거야?" 슈란은 묵묵부답이다. 니가 말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아냐? 소문 때문이지.. 내가 소문을 만나러 가는걸 알기 때문에.... 못 만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휴..어쩌리.. 이 넘아..그렇다고 너랑 이대로 살수도 없다구 난... 소문을 만나야 한다구.. 어쩌면 내 전생이 그인지도 모르잖아. 계속 생각해 봤는데..솔직히 젤 먼저 본 것도 그였고..그가 내 전생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 거야.. 글구...가장 큰 이유는...... 음....이건 넘어가구...... -_-;;; 히휴휴휴휴.. 이 꿈쩍도 않는 곰 같은 자식을 어찌하여 일으키지? 이넘과 실랑이하느라 반나절을 보내버리고 난 무지 초조하다. 벌써 소문은 낙양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그럼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원 스토리는 소야가 색주가에 잡혀가서 그걸 구출하기 위해 소문일행은 한방인가 뭔가로 향하고..거기서 엉망이 된 소야를 보고 분노를 일으킨 소문이 살인하구..뭐 그렇게 되는데 말야.. 참..어찌 될라고 이야기가 이렇게 틀어지는지.. 여하튼 스토리가 바뀌었으니까..낙양 이후엔 그가 어디로 갈지 난 몰라.. 그러니까..어서 쫓아가야 한다구.. 한시라도 빨리..... 바깥을 내다보자 어느새 어스름이 깔리고 있다. 벌써 또 저녁인가.. 난 초조해 죽겠구만 이 놈은 객점의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이바 슈란..가자..응?" 난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슈란을 바라보았다. 고집스런 그의 갈색 눈동자가 날 주시했다. "네가 무슨 걱정하는 진 나도 알아. 하지만 우선 난 소문을 만나야해..네 문제도 어떻게 해 줄께..응?" 어린아이는 달래는 게 최고.. 하지만 이 자슥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나보다도 더 커다란 덩치에 나이는 나보다 적은 넘이라니.. 허나 나에게선 찾아 볼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는 녀석이다. 이러니 그 험한 처녀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거겠지.. 난 슈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슈란....제발.." 내 손위에 슈란의 손이 또 얹혔다. 그러더니 휙하고 날 잡아당긴다..?! "앗?!" 헉..이런 기습에 또 넘어갔다. 슈란은 앉은 채로 날 끌어안았다. 쪼그려 앉아있던 난 그대로 끌려 답삭안기고 말았다. 정말..답삭..답삭안겼다. 놈의 어깨너비는 내 어깨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어깨였나 보다..ㅜ,ㅜ "슈란.." 그러나 이번엔 저항치 않았다. 슈란의 팔은 날 끌어안기만 했을 뿐 어떤 다른 행동도 없었기에.. "그놈에게 널 주지 않을 거다." "......슈란.." 겨우 입을 열어놓고 겨우 그따위 소리냐.....에휴.. "절대로..." 그래도...이 놈이 밉지가 않은 것은 생색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날 위해서 제 모든 걸 버렸지만 말야...... 직업도..가족 같은 할아버지도.... 그런데..그걸 가지고 날 위협하지는 않는다. 아니다..잠깐만..저번에 한번 했었나?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낙양으로 가자." 달래놓고 볼일인가.. 하지만 내 어투에 슈란은 약간 화가 난 듯하다. "뭐야. 뭘 알았다는 거야." 엥.. 너 지금 투정부리냐? 헉스..니 덩치로 투정은 끔찍이다..슈란... 정말 이넘 ....어조는 어른인데..말은 아이라뉘... 이런....모순이.... "아 젠장..낙양으로 가자니깐!! 글구 내가 물건이냐?!! 주고말고 하게!! 안비켜?!" 녀석의 체중이 서서히 날 눌러온다. 디럽게 무겁구만... 하지만 이게 다 지방이 아니라 뭉쳐진 근육들이라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다. 젠장.. 내가 히스테리를 부렸지만 놈은 꼼짝도 않는다. 이..이거 뭐야..설마 어젯밤의 후속을 찍자는 거냐? 단지 그윽한(?)시선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다.. "정말......예쁘다." "음..?!" 난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이넘이 지금 뭔소리래? "구름을 타고 내려온 선녀 같다. 나완 달라..피부도 새하얗고 ..약해.." 이바..이바...난 지금 너의 찬사를 듣고 싶은 게 아냐.... "헛소리 말고 내 위에서 비켜..다리가 저리다구...." "정말..예뻐...매향......." 녀석의 얼굴이 아래로 내려온다. 녀석이 내쉬는 호흡이 코앞에서 느껴져..... 난 순간 바짝 긴장했다. "가지고 싶어.. 그 소문이란 놈도 널 이렇게 안은 적이 있나?" 그래..아주 많지... 언제나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내게서 맨 날 이 자세를 획득하는 신기한 놈이니까 말야... 하지만 이런 말을 해줬다간 이 넘을 더 도발하는 꼴이겠지? 쓸데없는 말하지 말자.. 지금은 이 가까이 디밀어진 슈란의 얼굴을 치우는 게 급선무.. "젠장..몰라 비키라고 그랬지..?" 난 일부러 고개를 돌려 회피했다. 더이상 가까이 있다간 언제 저놈의 입술이... 그러자 슈란은 손으로 내 턱을 잡아 자신쪽으로 돌렸다. "나보다..그놈이 더 좋아?" ..........지금 ......그걸........질문....이라고 하냐... 대체 이 넘의 두뇌는 어떻게 생겨먹었 길래 이런 질문만 갖다던지는 거야?!!! "대답해." 야야...날더러 어쩌란 말이야....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 안 하냐? 자세도 니가 무쟈게 유리하잖아!!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무명천으로 만들어진 흰 커텐의 휘날림과 동시에 은은한 달빛이 쏟아졌다. 보름달인가......정말 달도 밝다.. .....제..제길... 딴 생각을 해보려해도 언제나 원점은 여기군... 슈란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내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것 같다. 뭐..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정말 유치찬란한 질문이나 하구 이 자식!! 어휴.....제길.... 대답하지 않으면 밤새도록이라도 이 녀석은 날 깔아뭉개고 있을 것 같다. "난.....둘다 좋아.." 으허허헉....이런 닭이 될것같은 소리를..... 이런 말이 심통 난 어린아이에게 통할라나......<--슈란에게 한 말인가.....- -;; "이바..정말이야...." 슈란의 눈은 의혹+의심+불신을 각각 33%씩 가지고 있다. 나머지 1%는 뭐냐고? .....그..글쎄....단지..나누기가 안되어서..... "눈을 피하지 말고 말해. 빨리 말하지 않으면 이대로...." "그..그만!!!!" 난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대로.......그 뒷말은 듣기 싫다....절대로..... "난........난.......그냥...제기랄.....이딴 것 묻지마!! 어떻게 대답하란 거야!!" 깔려있던 내가 벌컥 화를 내자 슈란의 눈동자에 당황의 파문이 일었다. "제길!! 정말이란 말야!! 난 너두 좋고 소문도 좋아!! 어떻게 그걸 선택하냐!! 이 바보같은 자 식아!! 넌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에서 선택이 가능하디???" 헉...예를 잘 못 들었군.....이 자식은 부모가 없지... 글구...엄마가 더 좋다는 애들도 있을 수 있고....에라..대충 넘어가자.. 슈란은 내 실수를 정확히 짚어낸다. "난 부모가 없어." "............-_-++ ...그..그렇담 치텐할아버지가 좋냐 내가 좋냐란 질문.." "당연히 니가 더 좋아." 뜨으벌...... 이 정신연령 어린 아이를 붙잡고 내가 인간관계의 오묘함을 논하리...인간의 감정이란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단다 하고 설명을 늘어놓으리?? "너 정말 나쁜 넘이군...널 이제껏 키워준 치텐할아버지보다 내가 더 좋다구? 에라이 이 불 효자식아." 난 깔린 채로 비아냥거렸다. 그러자 역시나 슈란은 또 동요했다. 클클클....어린 넘..어제의 그 물음으로 인해 이 녀석은 내게서 어린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 에 박혀버린 것 같다....절대 어려 보이지 않는데... 근데 ..언제까지 이런 자세로 말해야 하는 거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아따...이자슥아.... 어째 그게 말이 되냐... 이런 넘에겐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이제껏 내 말했더니.....결국은 지가 좋냐 소문이 좋냐를 어서 밝히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이럴수가...... "그......놈이 더 좋은거냐?" 헉....그런 상처받은 눈 하지마!! 제..제기랄..... "........음.......음...그.....앗..너 뭐하냐?!" 갑자기 이 넘이 내 윗도리단추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이미 두 번째 단추까지 풀러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슈란!!" "그 대답. 나로 바뀌게 해주지." 이바..이바 그런 건 싫어.... "흣....슈란......" 놈은 내 손을 결박하지 않고 있다. 그저 내 몸을 탐하기에만 정신이 없는 듯 하다. 난 손이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밀어 낼 수가 없었다. 금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제기랄....무지하게 민감하구만.... 소문녀석.....대강 좀 하지..... 이런 작은 애무하나에도 몸이 끓어오르잖아.... 녀석은 성급하게도 내 목을 빨아당기더니 쇄골을 타고 가슴으로 내려갔다. "웃...아흣...슈....라안.." 난 슈란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 녀석은 철인의 인간인양 꼼짝도 않았다. 띠..띠파..... 이러면 안되는데...기분이 좋아지려 한다.. 이건 다 소문 탓이야!!! 그 자식!!!! 허..........어라...? 근데 이상하군... 어젯밤에는 그토록 무섭더니... 지금은 하나도 무섭지 않아... 손도 떨리지 않고 공포스럽지도 않고... 왜...왜 그러지? 핫!! 이럴 때가 아니다!! 이 녀석!! "어..어디까지 손을 대는 거야 임마!! 하지마!! 앗!! 싫다 그랬지!!!! 아..앗....야 이자시익.....우 웃....." 녀석은 정말로 빠르다. 바지를 묶어놓은 끈을 풀어헤치더니 자신의 물건을 드러내놓는다. 헉스.....이건....소문거랑....삐까삐까하잖아.. "으악....싫어!! 야!! 제발....놔아아아!!!" 그걸 보고 갑자기 심해진 내 저항....허리가 남아 날 리가 없어... 어린넘이 왠 물건이 그리도 큰것이냐!!!! 에.....어린넘? 그렇구나........ 알았어..... 난...어제까지만 해도 슈란이 스무 살은 넘은 아자씨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넘은 어려... 나보다도 어려... 그게 날 안심하게 만든걸까....? 그리고 달빛아래에서 보니 소문과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이 손길은 그의 것이 아니다..... "아흑!!!!!" 순간 내 생각의 고리를 끊은 터치는 내 다리사이에서였다. 이젠 심각하다... 그저 키스나 애무만이 아닌....관계... 절대로 ....싫다...이것에서만큼은 두렵다... 이 손길은 소문의 것이 아냐....날 달아오르게 하는 키스도 그의 것이 아냐.. 그것은 싫다.....싫어.....누구라도...싫어....... 그가.....아니.......면....... "슈란!! 제발! 제발..참아!! 싫어!!!!" 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허나 슈란은 이미 멈출생각이 없는듯 서슴없이 기세를 몰아갔다. "슈란!! 악....슈란!!! 제발!!!!! 놔줘!!" 녀석이 내 다리를 벌린다.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 힘에는 역부족이다... "싫어!! 싫어!!! 이 나쁜 놈아!!! 싫다고 그랬잖아!!!" 절대로 내어줄 수 없다....절대로... 인정하는건...싫지만....소문...... 소문......그가 아니면......이런건...............싫어... 내 저항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슈란은 그대로 뜨거워진 자신을 몰아넣었다. "우욱.....으크윽....." 그 형용할 수 없는 고통....견딜 수 없는 이물질의 감각... 전신에 오싹함이 스쳐지나간다...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이 병신.....바보같은 넘....너무 물러터졌어... 딱 잘라서 처음부터 거절하는건데.. 열정에 들뜬 녀석의 눈을 바라보았다. 흥분과 쾌락에 가득찬 슈란의 눈은 낮에 보았던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녀석은 테크닉보단 자신의 욕망을 푸는것에 더 중점을 두는가 보다.. 그래서 내 고통은 그다지 배려해 주고 있지 않았다. 자꾸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앗...학.....윽.으..." 또한번 허리가 튕겨졌다. "헉..헉..허억...." 녀석의 들뜬 호흡.... 달빛에 섞여 들어간 두사람의 나신이 땀방울을 떨궈내고 있다. 한 녀석은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 무한한 쾌락의 도가니로, 또.....병신같이 당한 또 한녀석은 자책에 빠져있는 채로...... 그렇게 뜨거운 열기가 오랫도록 지속되었다. 당했다...... 강제로 강간 당했다의 의미와는 약간 다른.. 방심하다가 당했다... 난....지금 뭘로 고민하는걸까? 이상하다....일을 치르고 나서 내가 말짱한 정신이었던 적은 없었는데.. 오늘밤..이제 새벽인가? 몸은 녹초가 다 되어 늘어졌지만 정신만은 또렷핟. 제길..... 당한거라고...힘으로 이겨낼수 없었다고 아무리 말해봐도 마음속의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는다... 이 바보같은 넘.... 바보같은 매향... 어쩌자고 이런 일을.... 책임지지..못할 이런................일을......... 곁에는 슈란이 잠들어있다. 녀석은 욕구를 해소해서인지 지친얼굴이지만 만족스럽게 곤히 자고있다. 이런 관계가 되었으니 이넘은 순진하게도 정말 결혼한것처럼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관계가 된거라고 생각할것이다... 내가 저를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라고...강제로 했다 하더라도 곧 자신을 사랑하게 될것이라고 믿게 되겠지.... 하지만....슈란...... 노예로 잡혀온 여자들을 건드려 보았겠지? 그 여자들이 어디 네게 진정 사랑을 보여주더냐? 강제로 안았다고 해서 말야... 오히려 그 반대지..... 자신이 그리던 사람을 더욱 미치도록 그리워 하는..그 심정... 아이러니 하게도....그렇다구... 순진하게 믿을텐데... 어쩌면 좋지.... 난....아마도.. 소문이..그리워서....잠이 오지 않는것 같다.. 얼마나 너에게 상처를 주게 될지.. 그러게 날 좋아하지 말랬잖아.... 제길...이젠 어쩌라고.... 29화 결국..난 그넘을 끌고 낙양으로 발을 옮겼다. 장강을 타고 역행해 올라가면 나온다고 해서 우리 두 사람은 노를 저어 낙양으로 올라갔다. 낙양은 정말 큰 성이었다. 이제껏 봤던 시골 촌동네 수준이 아니라 단층과 이층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번화한 거리이다. 성민들도 와글와글 들끓고 말야.. 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소문의 모습이 보일까 해서였다. 분명 어제 보았으니..그도 이곳에 지금쯤 ..아니 조금 일찍 도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자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제길...너무 많고 넓고 복잡하니 뭐하나 찾는 것도 이리 힘들군... 음...기억을 떠올려봐.. 대체 여기 와서 소문이 뭘 하지? 소문이..대체 뭘 할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슈란을 올려다보자 넘은 가만히 날 쳐다보고 있다. 좀더 친근하게 다가올 줄 알았는데...의외로 터치가 없단 말야.. 하지만...뭔가 만족스럽단 저 득의양양한 표정이 내키지 않아..쳇. 음...좋아. 우선 소문은..객점으로 가서 요기를 한다.. 요기를 하고...뭔가 일거리를 찾다가..그래..노예시장에 가게 돼.. 여기서 난 또 슈란을 바라보았다. 혹..슈란의 마차부대가 이곳에 있는 건 아니겠지.... 음.그래 ..그다음은 고구려여자가 ..팔린걸 그들이 분개개해서 그여자를 따라가게 되고. 누군가를 만나는데...남양..이란 곳으로 간다.. 그래..남양..이곳에서 남양..으로. 음...근데 뭔가 좀 얽기섥기 된듯한데? 지금 내가 맞게 생각하고 있는거겠지? 에라..아니래두 상관없다. 아냐..아니면 곤란한데...그를 추적하려면.... 잠깐만....왜 내가 이 안달복달이야? 그넘은 날 찾고나 있는걸까? 정말로 날 찾는거야? 이거 나만 우왕좌왕하며 쫓아가고 있는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쇼하는 거 아닌가.... 그 넘이 벌써 날 잊은 거라면.... 뭐..말이야 얼마든지 설탕발림을 할 수도 있으니까.. 난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만약 만났을 때 다른 여자를 껴안고 있다면 내 그놈을 죽여버릴 거야. 아...혼란스럽다.. 제길..내가 그놈의 이동경로를 아니까 뒤쫓아가야지 뭐 어쩌겠어.. "슈란. 이 근처에서 노예시장이 있는지 좀 알아보자." 슈란은 별 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이 한동안 낙양거리를 뒤지자 시끌벅적한 노예시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고로 미인이란 속병이 없어야 합니다!! 알겠소? 겉만 그럴듯 해봐야 빛 좋은 개살구지 안 그렇소?" 단이 하나 세워져 있고 수많은 인파가 몰린 노예시장에 상인이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고 있 다. "서시!! 달기!! 조비연!! 모두 저리가라 하소!! 그녀들은 모두 어찌나 몸이 가볍고 속병이 있 던지 ..그런 여자가 진정한 미인이라 할 수 있겠소?" 저 넘이 지금 무신 헛소리를 지껄이는거야? 얼핏 들으니 말이 될 듯도 한데..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짜증나..근데 이곳에 노예상인들이 많나봐..저 넘들은 또 뭐냐...쳇쳇쳇.. 어쨌든 이곳 어딘가에 소문과 그 일행이 있을 텐데.. 젠장..인간들이 드럽게도 많군..게다가 키도 비슷비슷해서 찾기가 힘들어. 엉..글고 보니 소문은 보통 다른 사람보다 머리하난 더 큰데 말야.. 여기는 워낙 큰 넘들이 많아서 잘 알 수가 없군.. "슈란 날 좀 들어줄래?" 난 챙피스런 부탁이긴 했지만 슈란에게 제의했고 슈란은 날 번쩍 들어올려 주었다. 참..이넘 갑자기 여유가 넘치네.. 이젠 완전히 내가 니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단순하구만...인간의 심리란 그런 게 아니란다... 우선 들어올려 졌으니 소문을 찾아볼까.. "그거 참 사람 애간장만 태우지 말고 여자를 꺼내보시오!!" 한 남자가 낄낄거리며 외쳤다. 그러자 장사치는 피식 웃으며 단 아래의 자기 동료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한 여자가 단위로 끌려나왔다. "호오..." 그녀는 나조차도 휘파람을 불만큼 미인이었다. 나의 미인관념은 뭐..쫙쫙 빠지고 얼굴이 이쁘다..그게 다가 아니라.. 뭔가 순박한 맛이있고..조금은 통통한 여인이라서..... 근데..이 여인은 그런걸 다 갖추면서도 굉장한 미녀였다. 문제는 그녀가 거의 알몸이란 것이다. 발과 손에 족쇄가 채워진 채 끌려나온 여인.. 흠....저 여자가 고구려 여잔가..? 이름이....뭐래더라.. ..잘은 모르겠구... 여자를 놓고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곧 흥정이 벌어진다. 흥정을 하건말건 난 여전히 눈을 크게 떠서 소문을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모두 비스무리하게 생겨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거 월리를 찾아라도 아니고...젠장.. 우선은 저 여자를 쫓아가야겠다. "슈란... 저 여자를 사는 사람을 쫓아가자." 결국 여자는 어느 점잖게 생긴 남자에게 팔렸다. 준수하게 생긴 이십대의 남자였는데 귀족집 자제인 듯했다. 그래..저 사내가 이정이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소문은 저 여자를 구하기 위해 저 남자의 집에 침입하지. 왜냐구? 그녀는 고구려 여자였거든.....그래서 구출하려고지... 고구려 여자가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것에서 흑벌무가 무진장 화를 냈거든... 어쨌든 그 남자는 산 여자를 수레에 싣고 출발했다. 빠르지는 않았기에 손쉽게 쫓아갈수 있었다. 물론 모습은 드러낼 수 없었지만...저 남자의 수레를 어디선가 소문도 쫓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약간 안타까웠다. 제길....소문 너는....... 어디에 있는 거야...... 모습 좀 드러내라 바보야.. 그 넘의 수레는 되게도 오래갔다. 허나 드디어 성곽을 벗어나고도 한참을 가더니 수레는 한 웅장한 저택 앞에서 멈춰 선다. 사내는 그 여자를 수레에서 내리게 하더니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흠..난 저 사내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소문이 관련되어 있기에 저 집으로 침입해야되.. 분명히 오늘 밤이다...소문은 오늘밤에 이 집으로 들어올거야.. 꼭 만나고 말겠다.. 꼭.... 객주점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하고 우리둘은 그곳으로 향했다. 술을 시켜놓고 자리에 앉은 난 곧 나온 술로 목을 가볍게 축였다. 이번엔 결코 놓치지 않을거야.. 그넘을 만나면 꼭 한 대 갈겨주고 말 거야. 날 찾지도 않은 넘.... 찾았다고 해도..그 적극성이 없다... 고구려 여자나 구출해 주려고 이런데 오고 ...내가 어딨는지나 알아보기 위해 더 신경 쓸 일 이지... 난 안중에도 없다 이거야? 쳇.....나쁜 넘....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 거지?" 슈란도 술을 들이키며 내게 물었다. "아냐.. 그런데..슈란." 슈란이 눈을 들어 날 향했다. "나..지금 소문을 만나러...가는 거야." 한순간 술잔을 들고 있던 그 손이 멈칫했지만 녀석은 태연하게 두번째 잔을 들이켰다. "이바.. 상관없어..? 내가 소문을 만나도..." 어라..이녀석 반응 없네.. 설마...어젯밤에 안은 걸로 날 포기했다는....그런. "넌 이미 내꺼야." 망언을 할 리가 없지.....-_-;;; 제기랄... "얌마 슈란!" 난 발끈해서 잔을 탁하고 내려놓았다. "그런 헛소리하지 말랬지? 글구 왜 내가 니거야?" "이미 내 품에 안겼잖아?" 이...이녀석..정말 내가 예상하던 그대로 생각하고 있었군.. 이런..단순무식에 유치찬란아!!!! "소문에게는 몇 번이나 안긴 줄 아냐?!!" ...................................... 지금....모두 내게 돌을 던져도 용서한다..... 난..이 탁자 위에 머리를 수십 번 처박고 죽고싶은 심정이다... 내가.....내가....미친 소리했다아아아아!!!!! 슈란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뭐..?!" "아..아냐..아니라구...하하하하.." 날 비지땀을 흘리며 내 말을 수습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에 수습이란 것조차 우스웠다. 슈란의 눈초리가 내 전신을 쫘악 훑어내린다. 뜨벌..내가 미쳤지.......미쳤지..... 왜 그딴 소릴...해 가지구... 슈란의 손이 휙 하고 다가온다. 웃...난 움찔하며 놈의 손을 피했다. 넘도 흠칫 하더니 손을 거두었다. "아......" 나쁜 뜻(뭐..덮치..겠다..거나..그런거..)으로 내게 손을 내민 것이 아니었나? 넘의 얼굴에 무안함이 떠오른다..글고 보니 첨 만났을 때도 난 넘의 손을 피했다. "...내가 무서워?" 이 짜슥아...내가 어린애냐...널 무서워하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그저....그래..그냥...그저.. 정말 분위기 어색하군... 제길.... "널..무섭게 하려는 게 아니다..단지..불안해." 응?! 슈란...지금 뭐라고 했지? 슈란이 눈을 내리깔았다..... "넌..자꾸만 날 벗어나려고 한다.. 널 안게 되어서 널 가지게 된건 줄 알았는데..이상하게도.. 불안은 커져만 가.....정말...이런 건 처음이야..." 잔을 쥐고 있는 녀석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슈란.... 낮에 짓고 있던 만족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나 같은 게......그리도 좋냐? 대체..나의 뭐가 그리 좋은 거야... 나말야.. 성질 드럽고 쫀쫀한데다가 온순하고 고운 면이라곤 하나도 없다고... 이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난 측은해 진다. 미안하다....그리고 보듬어 주고싶다. 비록 사내녀석이지만 말이다... 설마...좋아하게 된 것일까? 이 무대포인 녀석을.... 설마....?! 어색했던 낮 시간을 흘려보내고 밤을 맞았다. 초생달이 뜬지라 밤길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훗...침입하기 딱좋은 걸? 슈란과 난 저택의 담으로 접근했다. 누군가 있을지도 모르니 최대한 주의를 살피고 담 위로 고개만 살짝 내밀었다. 30화 흠....이걸 보고 주지육림이라고 한다던가..? 저택 안은 가륵의 정원과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고 호화로웠다. 무릉도원 같은 정원의 가운데 연못가에 십 수명의 사내들이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글구....악공들이 탄주하는 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무희들이 춤을 추고.... 그 보다 더 많은 여자들이 남자들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상당히 야한 옷을 걸치고..아니 거의 벗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은은한 달빛과 등불에 반사되는 무희들의 춤사위는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한마디로 여기를 표현하자면 극락? 물론 남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엇..아까 그 여자다." 건장한 남자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난 낮게 소리쳤다. 그녀의 눈빛에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 건장한 사내는 여인을 힐끗 쳐다보더니 팔을 잡고 일으켜 어디론가로 데려갔다. 일 치르려는 건가? 그럼 이제 행동개시군.. 난 날렵하게 담을 넘어 들어가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내 행동이 워낙 재빨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슈란을 부르려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슈란도 내 뒤로 다가와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방으로 우리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음...근데 ..이거 뭐가 좀 이상한데? 이쯤이면 소문도 나타날 때잖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또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데 슈란이 손을 뻗어 날 저지시켰다. "누가 와." 그 말에 얼른 방 뒤로 몸을 숨겨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조금 후 ..정말 발소리가 들려왔다. 헉...신통한 자식. 어떻게 눈치 챈 걸까? 음....근데 발소리가 좀 이상한걸? 마치 우리처럼 몰래 접근하려는 것 마냥 조용조용하고 바짝 곤두서있는 걸음걸이이다. 저렇게 조심스레 다가오는 걸로 봐선 결코 좋은 목적은 아닌가 보다. 찌익.. 창호지 뚫는 소리가 나고..(창호지 맞나..어쨌든 종이..) 뭔가 조용한 몸짓들이 이어지는 듯 보인다... 설마.. 설마..지금 이 모퉁이 뒤에 있는 사람이.....소문?! 이 작은 모퉁이 하나만 돌면 그가 나온다고? 허...이거 너무 쉽잖아? 망설일 것 없지.....그럼. "누구냣!!"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곧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젠장!! 피했어!!" 낭패한 어조가 들렸다. 글구 재빠른 발걸음이 날 불안하게 했다. 헉...설마 또 소문을 놓치게 되는거야?? 안돼!! "네놈 감히 그 여자를 건드리려 하다니!!" 이건....틀림없는 흑벌무의 음성이다. 그렇다면 소문도 있다는 뜻인데...왜 그의 음성은 들려오 지 않는 걸까...설마.......없는 건가...?? 난 급한 마음에 나서려 했다. 슈란이 막아서지만 않았어도. "네놈들은 웬놈들인데 이곳에 침입해 난동을 피우는 게냐!!" 방해를 받은 남자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듣기 싫다!! 나와 겨뤄보겠느냐?!" "무례하기 짝이 없군! 에에잇!!" 기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허공에 몸이 솟구친다.. 그리고 날카로운 파공음과 기합소리가 간간히 이어진다... 대체 무슨 일이지? 누가 싸우고 있지??? 흑벌무인가? 아니면......소문? "왓!!"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당했어....! 슈란만 아니었다면 날 벌써 몇 번이나 뛰쳐나갔을지도 모른다.. 제길...날 놓아줘.....왜 이렇게 잡고 있는 거냐... 하지만 나도 함부로 그의 손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네놈이 가진 무예가 그것뿐이냐 방효태!!" 아..이것은 흑벌무다.. 그가 건장한 사내..방효태..라던가? 그를 도발하는 건가보다... 그럼 소문은 싸우고 있는게 아닌가? "그만하면 제법이군. 내 이제껏 산야를 방랑하며 내 적수가 될자를 보지 못했거늘..오냐 내 오늘 승부가 날 때까지 겨뤄보도록 하자!!" 맹공이 이어진다... 난 나가고 싶다... 소문을 보고싶다...그리고 나가려면 이 기회뿐.... 그때..... "멈춰라!!" 우렁찬 소리가 이 정원을 가득히 채우더니만......잘 모르겠지만..한 남자가 등장한 것 같다.. 누구지? "네놈들은 누구길래 이곳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는 게냐!! 모두 저놈들을 잡아라!!" "어억!! 우욱...!!" "아니 이런..." 엥..무슨 일이야? 소문이 잡힌 거야? 뭐야..대체.... "물러나라.." 그 목소리가 당황함을 깔고는 명령을 내린다. "난 이 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 방효태의 흥분한 음성.... "더 희생자가 나기 전에 물러나라잖는가!!" 그러나 그 목소리가 기세를 눌러버린다. "이봐." 흠......이건....?! "허락 없이 월담한 건 우리의 잘못인걸 안다만 그에 대한 응답은 너무 졸렬하다. 이정. 우리 는 그대의 이름을 모른다. 그대와 함께 있는 자들도 모두 초면이다. 하지만 그렇게 졸렬한 응답으로 계속 나온다면 우리도 똑같은 대답을 보내 줄 수밖에 없다. 비록 우리의 숫자는 적다만 너희들과 승부를 결하는 일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다. 네가 무예를 닦은 무사라 면 무사의 예를 알리라. 한가지를 제의토록 하지.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정식으로 대결 하자. 가장 자신있는 사람 셋을 뽑아서 우리와 승부를 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음성.... 이 차분한.... 논리 정연한 이 목소리....... 소문이다....... 그다... "그거야말로 좋은 생각이군." "그렇다면 낼 아침이 될 때까지 우린 방효태가 묵던 방에서 쉬겠다 술과 고기를 보내주기 바란다." 일은....잘 무마가 된 모양이다.. 이정도 소문의 의견을 수락했는지....곧 조용해졌다. "매향..?!" "응..?" 어랏..이거 참..주책맞게..... 난 눈물을 슥 닦아냈다. 젠장... 저 넘의 목소리 한번 들은 거 가지고 울기까지 하다니..... 설마 나도 엄청난 순정파인 거 아닐까? 빌어....머글.. 우선...소문을 봐야겠다. 내가 들어온 그 음성이 정말 그가 맞는지.. 정말 소문이 맞는지....난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다... "네놈들은 누구냐!!" 순간 벽력같은 소리가 터져나와 날 놀래켰다. 헉...들켰나?! 뒤에서 한 남자가 잔뜩 경계한 얼굴로 우릴 노려보고 있다. "침입자다!!" 헉....스 이거 뭐이리 꼬이냐? 조용해졌던 정원이 또다시 시끌벅적해 질려고 한다. 아무래도 상황이 불리한걸? 헉..갑자기 슈란이 날 들어 안는다.. 이바..나도 두 다리 있어....이러지 않아도... "무슨 일이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세 사람의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 순간 난 말을 잊었다. 소문........ 그리고 그도 날 보더니 굳어져 버렸다. 저게 소문이라구....? 훨씬 더 성숙해져 버린듯한 모습이다....거뭇거뭇한 수염이 자리잡은 그 각진 얼굴에 말로 표현못할 놀라움이 자리잡고 있다..... "매........향....?!" "소문.." 이런...멋대가리 없는 만남이라니.... 하긴..놀래켜 주긴 했지만 말야.... 아하하하......저 사람이 소문이라구? 그나저나..난 변한 게 하나도 없을 텐데.. 왜 저렇게 놀란 거지? 전혀 예상 못했던 만남이라서 인가.............? 아하하...........나도 콩깍지가 씌인 건지....지금 이 순간은 소문밖에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다.. 주위에 뭔가 아주 시끄러운 듯 싶지만...내 귓가엔 웅웅거리는 소리로만 들려올 뿐이다.. 난 그에게 다가가려했다. 그런데...뭔가가 날 꽉잡고 놔주지 않았다. 이게 뭐야? 날 놓아줘!!!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칭칭 감긴 칡덩굴처럼 그것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기랄...소문이 저기 있어.... 놓아달란 말이야!! 앗..... 강인한 팔이 내 손을 확 끌어당긴다.. 이 느낌 무척이나 익숙하다...그리고 난 나를 옭아맨 무언가로부터 벗어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을수 있었다..... "매향...너 ..어떻게.....대체....어떻게...." 헛.....이거 봐...소문의 음성이 떨리고 있잖아? 아하하하...이거 오랜만인 걸? 그가 목소리를 떨다니... 이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같은데? 천하의 연개소문이 목소리를 떨만큼 놀라다니 말야..... "어떻게....여기서....?!" 납득할 수가 없나보다..이바..소문... 설마.....너 날 유령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하하하...자꾸 웃음만 나온다... 그를 놓칠 땐 정말 목구멍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외쳐댔었지만.. 지금 만나니 모두 웃음으로 변해버린다... 응..볼이 뜨거워... 뭐지? 눈물이라면 아까 멈췄었는데? 제길...정말 눈물이잖아... 정말..드럽게 기쁘긴 한가보다.....쳇.. 소문이 내 턱을 살짝 올렸다. 난 눈물로 젖어버린 눈에 미소를 머금었다. "저 하늘에서 내려다 봤다 왜?" 순간 넘의 눈이 크게 떠진다. "난 선인이잖아?" 그가 나를 따라 웃는다... "그래..넌 선인...날 위해서 하늘에서 보내준 선인이지?" 음....틀렸어...... 난 고개를 저었다. "아냐 바보야. 내가 널 위해 온 거지. 하늘따위가 날 보내준 게 아니라구....이 나쁜 넘아.." 소문이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 주었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한대 갈겨주겠다고 결심한 것도....미뤄두기로 했다.. 지금은 이렇게 있는 것만도.....행복하다...... 쳇...정말로 나 코 꿴거야?? "저 사람은.......누구지?" 무시무시하게도 살기를 방출하고 있는 인물...누구겠는가... 슈란이다... 헉. 이제 올 것이 온 건가...? "그는..슈란이야.. 너와 헤어진 직후에 만나서..날 도와준...." "네가 소문이군..." 슈란이 내 말을 잘라먹고 지말을 툭 던졌다. 처음 만난 사람이 대뜸 반말로 지껄이자 소문도 호기가 들었는지 맞대응했다. "그래. 내가 소문이다. 매향을 돌봐줬다고?" 소문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있다. 윽.. 이자슥아 이거 놓아랏... 사내들끼리 무슨 손을 잡고 난리냣.....(아까는 끌어안았으면서..) 그걸 바라보는 슈란의 눈매가 사납다... 슈란...? "난 매향을 안았다." 헉..... 31 음.... 지금 여기의 온도는 시베리아 벌판보다 더 춥다..그나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 어버렸다. 타닥타닥.. 등불 심지가 타들어가는 소리만 날 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뭐..라고?" 오랜...오랜 ...침묵을 깨고 소문이 입을 열었다. ....난 이런 분위기가 싫어....뭔가가 터질 것만 같아...불..안해.. "안았다고..그를 이 팔 안에 안았단 말이다." 여전히 슈란.....눈을 똑바로 치켜뜬채 소문을 쳐다본다. 그런데..내 착각일까..불빛에 어른거리는 두사람의 얼굴이 꽤나 비슷해 보인다. 저넘의 카리스마부터해서 말야.... 지금...슈란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과연 소문이 어떤 표정으로 날 보고 있을지....그것을 바라보기가 너무나 두려워서.. 제기랄.....두렵다니......하지만.. 정말 목이 돌아가지 않는다.. "헛..이넘이 뭔 소릴 하는거야?" 지보가 분위기를 녹여보려는듯 한마디를 던지자 또 슈란은 지보를 노려보았다. "헛소리? 진실이다." 슈란..... 너..정말 그렇게도 내가 좋냐? 그런...극단적인 말까지 하면서.... 소문은..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지하게 화낸다거나...그러는 거면 어떡하지.....?! 제..기랄......내가 왜 이딴 걸 겁내고 있지.......... 하지만..그가 화를 낸다면......... ...저 얼굴에..분노를 띄운다면........... "훗..." 엉..? 이거 웃음...소리? 난 굳어져 있던 목을 돌려 소문에게로 향했다. 그는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이럴수가... 야..너 화난 거 아냐? 성질내야 하는 거 아냐? 이거....기분이 이상한걸...?! 왜 화내지 않는 거...지? 그가 웃자 슈란도 지보도 흑벌무도...그리고 나도 당황해버렸다. 순간 소문이 내 팔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당겼다. 헛...?! "네놈..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군.. 안았단 말이냐? 매향일? 몇 번이나 안았지?" 슈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 "한 열번 안아봤느냐? 스무번? 설마....헤어진진 두어 달이 되거늘...매일매일?!" "소문!!" 난 견디다 못해 화를 냈다. 하지만 소문은 내 입을 틀어막으며 말을 이어갔다. "보아하니...한번 안아본 모양인데.....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이 녀석이 네 것이 됬을 거 란 자만심이냐? 꼬마....." 소문의 어조는 비아냥이 가득하다... 제기랄.....소문!! 대체 무슨 심보인거냐?!! 슈란은 아직 어려!!(덩치는 날 능가하지만..) "......." 슈란은 입을 다문 채 소문의 말을 듣고만 있다. 포커페이스를 가장하고 있지만 내심 무척 당혹해 하고 있을 텐데..저 녀석....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잖아.....! "어설프게 매향을 취하곤 지금 내 앞에서 자랑하는 거냐? 네깟 녀석이? 큭...하룻강아지 꼬 마의 욕심인 게냐? 똑똑히 들어둬..내가 매향을 몇 번이나 안았는지... 이녀석은 몸도 마음도 모두..전부다 내 소유란 걸 말이다...!" 철썩!! 어디서...그런 힘이 난 건지는.. ..모른다. 난 소문의 뺨을 후려쳐 버렸다. "이바!! 너무하잖아!! 차라리 너 답게 화를 내!! 그런 말로 비꼬다니 소문답지 않아!!" 소문이 눈을 들어 날 향한다. 그의 눈동자가 차갑다......? 제길...나도 알아...이러면 슈란의 편을 드는 거랑 같다는 걸... 하지만.... 정말.....이건 소문답지 않다구...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고였다. 그 미소가 너무나 많은걸 말하고 있다. 난 ...그걸 접하고 동시에...깨달았다. '소문....' 배신인거다.. 그에게는....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배신이었던 거다.... 날 믿었겠지... 난...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저 눈동자에..저 웃음에... 이토록 그가...... 어쩔수가 없었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힘으로 당할수가 없었다고 말하면...그가 믿을까? 난 ...소문이 내곁을 스쳐지나 갈때에도 ....그 답을 내지 못했다.. 누구도 원망할수 없는.....내 과오다.... 내 잘못이야..... 침묵의 밤이 흘렀다. 새벽이 와도...소문은 들어오지 않았다. 난 어정쩡하게 앉아서 그를 기다렸다. 왜....이러고 있지......? 그를 찾으러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뭐가 두렵지? 힐끔 슈란을 쳐다보았다. 슈란은 눈을 감고 있었다. 자는걸까.. 하지만...난 그에게 아무런 힐책을 던지지 못한다... 원인은 나인 것이다... 내가 딱 자르지 못해서... 이런 일이..... "너무 신경쓰지마." 흑벌무였다. "응?!" "화가 났을 거라고. 제 여자가 남에게 안겼다는데 화 안낼 남자가 세상에 어딨나? 그런데다 가 네가 저녀석 편을 드니까....그도 참을 수가 없었던 거지.. 좀 기다려 봐." 음....흑벌무.....당신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그래도....작은 위안은 되는군.... 훗...나두 우습지 ..이젠 '제 여자'라고 해도 별 반응이 없으니 말야.... 빠직..... 나뭇가지 밟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위로 그림자가 드리워 진다. "소문...?!" 그가 내 앞에 서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날 향한 게 아니라....슈란을 향하고 있다. 슈란의 눈도 어느 샌가 뜨여져 있고말이야... 뭐...뭘 하려고? "나와라 애송이. 아직 아침 대결까진 시간이 있다. 그동안 널 상대해 주지." 상대라구....?! 이바...뭔 소릴 하는 거야? "대결을 피한다면 다신 그 눈 속에 매향을 품지 마라." 그의 어조가 싸늘하기 짝이 없다. 쓰읍...그러니까....날 두고 니들 둘이 싸워서...이긴 넘이 날 갖는다..... 이런 시나리오란 말야? 내가 무슨 물건이야..하고 화를 내야하겠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 뭔가.....죄인인 것 같고.... 마음이 찔려서....뭐라 말릴 수가 없다... "좋아." 슈란도 선뜻 일어섰다. 그 와중에도 소문은 날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 화가 나 있는 건가.....?! 두 사람은 마당으로 나가 선다. 그러곤 매서운 눈동자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소..문..." 난 대체 어떡해야 하는거야.....? 응? 누구 아는 사람.....말 좀 해보라구...... 젠장..이거 저번에 말했던 데로 되버렸잖아? 말이 씨가 된다더니...... 이바!! 제발 그만두라구!!!! 32화 그만두라는 나의 간절한 소망은 들리지 않는지.. 저 두 넘은 서로를 매섭게 쏘아보고만 있다.. 제기랄.... 난..정말 어쩌지? 저걸 멈출 방법은 없는 거야? 소문이 슈란을 보며 씨익 웃는다. "언제까지 그렇게 도사리고만 있을 거지? 덤벼라." 그 말에 발끈한건지 슈란이 먼저 출수한다..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이다.. 제대로 한번 잡히면 뼈가 부러져 버릴지도 모를 만큼.. 하지만 소문도 만만치 않다.. 그런 날쌘 공격을 물 흐르듯 피해버리고 있다. "앗...." 한번씩 조마조마해진 내가 신음성을 내질렀다. 슈란이 날리는 일장은 바람가르는 소리가 들려 올만큼 위력적이었다. 소문은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피해나갔다. "흠... 그걸 쓸 생각인 건가?" 그것...? 난 지보를 쳐다보았다. "소문의 손에 한번 잡히면 저녀석 병신이 되어 버릴거다." "무슨..?!" "소문이 쓰는 무술은 스승님게서 전수받은 거야...강함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조화시킨 무공 이야. 보통 땐 그것만 발해도 위력적인 무공이지만 정작 그가 마음을 먹고 쓰면... 인간의 몸 에 중추를 노리지. 그곳에 타격을 주게되면 반병신이나 아님...불구가 되겠지..." 뭐시라..? 반병신..불구? 이 아자씨가 지금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말하고 있네!! 그럼 말려야 할 것 아냐!! 수십 합을 펼쳤는데도 두 사람 다 지친 기색이 없다... 그래 니들 왕 체력들이다....제기랄... 엇...순간 소문이 날 쳐다본 것 같은데...? 아..아닌가..? "제법이군." 잠시 뒤로 물러서 휴식을 취한 두 사람.... 소문이 슈란을 칭찬하는 투로 말을 건넸다. "왜 ..공격하지 않는거지?" 그러나 슈란은 여전히 살기를 뿜으며 소문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필사로 공격을 펼쳤지만 그걸 여유롭게 피해버리는 소문에게 화가 난 걸까? "넌 아직 어려. 네 그 실력은 대단하다만.....나와 대적할 수준은 못된다." 소문은...왜 저렇게 말하는 거지? 슈란에게..물러서라고 충고하는 건가....? 응....? "시끄러워." 또 다시 두 사람이 엉켜든다. 인간들의 대결이 아닌 것 같다.... 저 둘의 모습은..... 어쩌면 소문이 좀더 우세할 진 모르겠지만 파워나 기백면에서 결코 슈란이 밀리는 것 같진 않았다. 두 사람이 싸우는 곳 주위에 나뭇잎이 날릴 정도였으니.... 한번한번 내지르는 공격이 매의 발톱과도 같이 날렵하고 매서웠으며 받아치는 것 또한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강철같은 방패를 연상케 한다. 매와 호랑이의 싸움... 하지만 승부가 나지 않는 대결이란 무의미하다.. 아무리 슈란이 공격을 퍼부어도 소문은 대응해 주지 않았다. 소문......? "제기랄!! 공격해!! 왜 공격하지 않는 거야!!" 흥분이 극도에 달했는지 슈란이 외쳤다. 그러자 더욱 거칠어지는 공격 ..슈란...........무너지기 시작..하는 ........건가..? 그토록 강하던 슈란이.....내 앞에선 누구도 당할 자 없이 당당하던 슈란이.. 소문 앞에선 너무나 약해 보인다... 슈란은 내게 그런 모습이 보여주기 싫을 것이다.. 자신이 진다니....어쩌면 상상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슈란은 강하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한다.... 늘 무뚝뚝해서 차분할 것 같지만......그 속에 들어있는 인내심이 소문에 비해 한참 모자란 것 이다.... "슈란...." 소문..... 너무한다고 생각지 않아? 그냥 한방 날리고 끝내!! 그렇게 처절하게 깨닫게 하지말란 말야!!! 슈란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헛동작이 많이 나오고 숨결도 아까에 비해 거칠어졌다. 순간 소문의 눈이 번득였다. 설마....지금 공격을....?! "그만해!!!!!!" 난 슈란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하게 흔들리는 기의 충격이 느껴졌지만 난 억지로 견뎌내며 소문을 노려보았다. 녀석은 일장을 날리려다가 내가 막아서자 멈칫했다. "그만해!! 그정도로 가지고 놀았음 됬어!!" "비켜 매향.." 소문의 음성에서 짙은 살기가 느껴진다... 정말....너 이러기냐? 나마저 죽이려는 거야? 내가 아무리 네넘에게 배신을 때렸다고 해도.... "제길!....대신 날 때리란 말야!!" "뭐?!" 소문은 내가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예상 못한 모양이다.. 표정에 놀라움이 고스란히 떠있다. "어차피 모두 내 탓이잖아?!! 날 치란 말이다!!" 제기랄... 나도 이런말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날더러 어쩌란말야... 분명히 내 말에 둘중하나는 상처받을게 뻔한데....하지만 슈란이 더 많은 상처를 받았잖아..... 소문의 팔이 내려간다.... 소문.....?! "우습군...날더러 ..널 때리라구?" 그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다.... 제길.... 대체...뭐가 처음부터 이렇게 꼬여버렸지? 그냥 처음으로 되돌아 갈순 없는건가..... 젠장!!! "널 때리란 말이냐...이 손으로 ....널?" "소문...." "꺼져..." 뭐....?! "꺼져!! 꺼지라구!!" 뭔가.....몸에서 진기가 쫘악 빠져 나가버리는 듯....기운이 없다... 뭐야.....? 지금...그거....나보고 한소리야? 나에게...한 소리야...? 소문은 날 외면한 채 돌아보지 않는다... 이...빌어먹을....자식아....그게 진심이야?!! "형님!!" 흑벌무가 나서려 했지만 내가 저지시켰다. "알았어.." 난 슈란에게로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그는 아무말없이 내 팔을 붙잡고 일어선다. 슈란은 조금 지친 것일 뿐이다.. 아하하... 이게 뭐야..? 어제의 그 눈물날 것 같던 재회는 뭐고.... 닭살 돋게 속삭였던 대사는 뭐였지? 겨우 이런 거였어?..... 응? 응? 소문..... 대문을 나서는 그 순간에도 소문의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내 어깨엔 슈란의 체중만이 느껴질 뿐.... 어라....갑자기 앞도 뿌옇잖아... 젠장..... 왜 이렇게 눈이 시큰거리는 거야... 빌어먹을..... 그래....꺼져 주면 될거 아냐!!!! 두번다시 널 만나면 내 인간이 아니다!!!!! 33화 "빠드득....." 이게 뭔 소리냐굼.. 내 이빨 가는 소리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치솟는다.... -꺼져!! 꺼지라구? 꺼지라구? 우워워워워어어어어어~!!!!!! 북받쳐 올라오는 열기에 난 물잔을 들어 원샷했다. "젠장!!" 이런 난리를 치는 날 보고도 슈란은 아무런 말이 없다. 하긴...저 녀석 맘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다. 져본적이 없었을 녀석일텐데...소문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졌으니 말이다. 그 충격..이루말로 할 수 없겠지... 하지만...지금은 나도 열받았어... 첨엔 내가 잘 못한거긴 했지만 이젠 그넘이 두손두발 싹싹 빌며 들어온데도 용서할 맘따윈 없다구!! 제엔장!! "여기 물한잔 더줘요!" 난 터질것만 같은 분노를 삭히느라 거리를 배회했다. 아무하고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 약간은 한적하다 싶은 골목길을 발로 틱틱거리며 걸었다. ......응..? 어디선가 흥겨운 소리가 울리는데.... ....여긴 이정의 집이잖아? 어느새 이리로 온거지? 하긴..이 사람 집이 너무 넓어서 이 동네의 오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걸...뭐.. 맞아... 소문은 이제 이정의 친구들 셋과 대결하게 되는데.. 셋 다 모두 이기게 되는 거였지? 글구..이정한테서 자기 아래서 사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게된다.. 음...그의 탁월한 기량이라면 여기서 사는 게 더 좋을 지도 몰라.. 벼슬자리 얻어서 출세하면 장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소설 상에선 그래도 고구려로 돌아가겠다고 했었지만...여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걸? "이봐 아가씨." 음...그 녀석..그래도 조국애는 불타오른단 말야...하긴 야심이 불타는 남자니깐... 엇..제길!! 내가 왜 이딴 생각을 하고 있냐!! 이젠 저 넘이 어떻게 되던 말던!! "아가씨!! 내말 안 들려?!" 어......? 지금 나 부른거야? 난 아가씨가 아니라서 가만 있었던 것 뿐이라구... 그렇게 열내지마. 아자씨들아.. "네?" 내가 뒤늦게서야 대답하자 그들의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가 고인다. "혼자유?" 그럼 혼자지 니눈엔 내 옆에 혼령이라도 보이냐? "그런데요?" "오! 혼자라니....외로운 아가씨를 위해 우리가 좀 놀아드리려고 하는데?" 뜹..... 이것들이 어디서 시비야... 니들 아이큐 한자리지? 이런 말로 꼬시면 어떤 처녀가 예! 하고 냉큼 따라오디? "난 바쁜 몸이야. 시비걸지 말고 사라져." 내 어투가 딱딱해지자 그들의 얼굴도 덩달아 굳어진다. "어허..이거 왜이리 튕기시나. 잘 모시겠다는데.. 보아하니 고구려 아가씬 듯 한데..말야.." 그들 중 우락부락한 놈 하나가 내 팔을 움켜잡는다. 어쭈? 잡았어? 정말 이것들이..... "그럼 시승 해 보시겠습니까?" 그때 이정의 집에서 대문이 열리더니 웬 남자들이 나온다. 어..이정이 말을 끌고 나오는데..? 게다가..저건.....소문......?! "뭘 넋놓고 보시나. 이리오라구!" 이젠 아예 강제로 잡아끄네.... 제기랄 이거 안 놓냐? "뭐 하시는 겁니까?" 내가 손을 뿌리치려 하는 찰나 웬 바른 목소리 하나가 동작을 멈추게 했다. 그는..이정이다. 그의 시선이 돌아가자 소문도 무심결에 이쪽을 본다. 헉....눈..마주쳤다. "제길..너 다음에 보자." 그들은 이정의 모습에 움찔거리더니 내 팔을 놔주곤 사라져버렸다. 그래..다음에 보자~ 잘가.. 병쉰들... "낭자..괜찮으시오?" 이정은 내게 다가와 안위를 물었다. 나 긁힌 데도 없소....하지만...... 어느새 소문이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쳇....그래 ..쳐다보기도 싫다 이거지? "괜찮아요. 이만... 아..그리고 전 낭자가 아닙니다." 이정이 뭐라고 한 것 같았지만 씹어버린 채 난 뒤로 돌아서서 달렸다. 나쁜 넘.... 눈을 피해버리다니... 죽어 버렷!! 산책이고 뭐고 기분이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이곳을 어서 뜨고 싶군..... "슈란. 다른 지방으로 가자." 슈란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난 머물던 객점을 나섰다. 다시는 이 동네에 발붙이지 않으리라!! 그리고 소문 너도!! 동네를 벗어나자 곧장 숲이 우거져 있었다. 숲속이라서인지 꽤나 어둡고 해도 금방 져버린 듯 했다. 캄캄해지자 전진이 불가능해진 우리는 노숙을 위해 모닥불을 피우기로 했다. "난 저쪽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올께." 그렇게 말을 던져 놓고 난 아래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휴우..꽤나 가파른걸...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고 말야.... 바스락... 응? "슈란..읍!!!!" 뭔가가...내 입을 틀어막는다. 순간 내가 몸을 틀며 반항했지만 그것은 내 사지를 제압해 어디론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뭐야!! 대체....누구.. "읍!! 으으읍!!! 웁!!" "기절시켜버려." 낮은 음성.... 뭐라고.......지금...... 뒤에서 둔탁한 충격이 온다.. 윽.... 저항하던 몸에서 일시에 힘이 빠져나간다.. 그리고....시야도...흐릿해..지는 게.... 으음..... 34화 우욱....머리.. 아파..... 헉..아침이잖아? 여긴 어디야? 난 너무나 놀란 나머지 몸을 벌떡 일으키다가 천장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웃쓰....가뜩이나 머리가 아프구만.. 이 철창..뭐지? 철창..낮은 천장... 어라..어디서 본듯한... 본듯한... 헉...이거 노예감옥?!!! 이게 뭐야!! 내가 왜 여기에..?!! "깨어났나 보군?" 갱장히 얄미운 음성이 내 귓가를 자극한다. 언 넘의 쉐이야? 아....어제..그 우락부락씨? 대머리가 반들반들 하시군....글구..그 뒤를 따르는 이번엔 빈약체질 아자씨들.. 딱 보니..뭔가 문관쪽으로 생긴 듯 한데... "머야?" 대뜸 내가 반말로 쏘자 그 넘은 눈살을 찌푸리며 철창을 툭툭 친다. "꽤나 팔팔한걸? 잡혀온 주제에 말이다.." 잡아 왔다라...팔팔하다라...내가 생선이냐 이자식아!! "..날 왜 잡아 온거지? 그리고....여기다 가둔 이유는 뭐야?" 난 그 발을 꼬나보며 질문을 던졌다. "건방진 계집... 네가 지금 그렇게 여유로울 때가 아닐텐데 말이다.." 클클클....계집? 너도 내 미모(욱..)에 속았나 보구나... "이바...뭔가 대단한 착각이 있나본데..나 여자 아냐." "뭐?!" 그래..그거야. 내가 바란 표정.. 그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 난 이것에 만족치 못하고 상의의 저고리를 풀어내렸다. 피부가 좀..하얀..(실은 무지 하얀..)편이긴 하지만 절벽아니냐구...흘.. "보라구. 이게 여자 가슴인가?" 그들은 잠시동안 낭패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근데..잠깐만..나 쓸모 없어졌다고 죽이는거 아냐? 엇..그것만은 별로 원치 않는 대답인데 말야.. 어쨌든 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쑥떡거리기 시작했다. 음..날 여잔지 남잔지도 구분못한 그 안돼는 머리갖고 고민하지 말구 그냥 날 풀어주면 되지 않겠어? "흐흐흐...그렇군..." 순간 그 대머리가 아주..아주 기분나쁜 미소를 짓더니 나에게로 뉘끼한 눈길을 던진다. 욱....밥맛이야... "네놈처럼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들을 팔데도 있지......흐흐흐..네놈은 기다리기만 하면 돼." 헉...그거 너무나 불안한 말이다..... 설마.. 남색..뭐..이런...거 말인가...? 벼..변태..아저씨들...?! 그 ..손에 또 농락당하라구!!? 난 미친듯 철창에 들러붙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자식아!! 그런 건 싫어!! 날 풀어 줘!! 이 나쁘고 더럽고 변태 같은 죽일 놈아!! 풀 어달란 말야!!! 이 대머리!!" 그러나 그넘은 유유자적히.........웃어버리며..가다가.. 대머리란 단어에서 멈칫했다. 뭐야....컴플렉스...야? "이..여우새끼 같은 놈이..."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있다. 마치 스팀다리미인양..머리꼭대기까지 뻘개진 모습이 우습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아 웃을 수도 없고... "....취소하지."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하지만 그넘은 나의 취소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날 죽일 듯 노려보다가 철창을 거세게 걷어찼다. "이 새낀 취적루에다가 넘겨!!" 취적루....?! 그게 머냐.. 식식대며 녀석이 빠져나가자 곧 주위는 조용해진다. 음....철창 안엔 나뿐인가.. 그런데...마치 철창이 여러 개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느낌이...? "저...잡혀오신 건가요..?!" 응..뭐지..? 여자 목소린데...가냘프기 짝이없다.. "누구..?" "당신옆의 감옥에 있어요.." "설마...그럼 당신도 납치되어..왔어요?" "네..." 이런...이것들 노예매매상들이 확실하군... "언제..." "저번달에요.." 목소리만 들어봐도 몹시나 지쳐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제기랄...저번 달이라...그 동안 이 여인이 어떤 일을 당했을지 ...내 눈에 훤하다. "아.. 제이름은 매향이예요. 당신 이름은 뭐죠..?" "순남..." 순남이라....수나라쪽 여인은 아닌가..? "고구려..사람?" "네.. 변방 쪽에서 살던 평범한 농사꾼의 딸이었죠..." 변방이라...늘 전쟁의 불씨가 끊이진 않는 곳에 사는 여인이라니.. 대강 시나리오가 세워지는군... 약탈을 위한 수나라군이 침입... 그때 여인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잡혀오게 되고...그리고 그 뒤는..........원치 않는.. "저어..몸은 괜찮아요?" "네...." "많이.....당했..나요?" 내 목소리마저 떨린다. "......." "........미안..해요..혹시..사랑하는 사람..있었어요?" "네..약혼자..있었어요." "그 사람은....?" "..죽었어요..수나라 병사들에게.." 제기랄..더욱 기분이 더러워지는군.. "당신은..?" 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없나요..?" "모..모르겠어요." 난 피식 웃어버렸다. 하긴....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다. 그 넘의 차갑던 시선이 떠오르자 모르겠다는 대답도 어쩌면 NO로 바뀌어 버릴것만 같군.. "있군요.." 뭔가...웃음이 실려있는 듯 하다. "어...아녜요!! 그런 넘을 누가!! 냉정하고 차갑고 싸가지 없고 무식하고 느끼하고!! 음...뭐 더 없나?" "사랑하니까..그렇게 많은걸 보여주는 거죠.." 음...이거 뭔가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군.. 순남이란 이 여자...얼마나..괴로울까.. 제길...내가 죄인같구만.... "그 사람 이야기 해줄래요?" 소문의 이야기를....? 음.. 참..이거 갈등때리누만... 얄미워 죽겠는데.. 허나 얘기 안 해줄 수도 없고..... "좋아요...뭐...." "하하하.." 벌써 다섯 번째의 웃음이다. 기분 좋은데..? 순남이 다섯 번째로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가냘프지만 아까 처럼 공허하진 않다.. "정말 웃을 일이 아니라구요! 그래서 말이죠..." 덜커덩! 바깥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우리 둘 다 깜짝 놀라 긴장한다.. "왔다.." 그녀의 말이 메마른 긴장감을 더욱 부추긴다. 오다니.....뭐가.... "어디 보자...오라..오늘밤은 네년하고 놀아볼까?" "꺄아아!!" 저쪽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 설마 매매상들이랑 일꾼들이 여자를 ..... 몇몇의 발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한껏 술에 취한 역겨운 그 얼굴이 내 철창으로 불쑥 다가왔다. "이년 봐라.. 눈동자가 도도한걸? 이년 오늘 들어온 년이냐? 넘어가게 이쁜데.." 어이..입가에 흐른 침이나 닦고 지껄이시지.. 난 그 넘을 눈이 찢어져라 노려보았다. 그 넘이 철창을 열려하자 다른 누군가가 그걸 말렸다. "이봐 냅 둬. 그건 취적루에 넘길 놈이라구." "엥..? 정말이냐? 취적루에? 젠장...더럽게도 이쁜 자식이구만..쳇쳇.." "대신 이 계집이나 가지고 놀라구." "아악..." 헉...이건 순남의 비명... "이히히..탱글탱글 한걸? 어쩔 수 없지 이년이라고 데리고 놀 수밖에..." "꺄앗..." 저..개자식들.... 철창을 움켜쥔 내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 뭐라고 외치려는 찰나 그녀가 나를 돌아본다. 아름다운....얼굴..하지만.. 이미 체념한 눈빛.... 당신만 다칠 거예요.. 그녀의 눈에 내게 말하고 있다.... "클클클..이리 와." 그녀가 끌려나가고 다시 문이 닫힌다.... 난 눈을 부릅뜬 채.....그 모습을 끝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제기랄.......젠장.....젠장.....젠장..젠장....제기랄!!!!!!!!!!! 이.............더러운....... 덜커덩.... 어렴풋하게 문소리가 들려온다. 잠이 들었었나... 얼핏 눈을 뜨자 여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순남이는..? 그녀는...? 여자들이 모두 들어오고...그런데도..순남은 들어오지 않는다. "이바..이바!!" 난 다급한 나머지 나가려는 남자하나를 불렀고 그는 힐끔 나를 돌아보았다. "여기 옆에 있던 여자는? 그녀는..왜 돌아오지 않아?" "어젯밤에 팔렸다." "뭐?!" 팔렸어....? 그녀가....? "호..혹시 어디로....팔려갔는 진 몰라?" "그걸 내가 어찌 알아! 머냐 네놈 그새 그년이랑 뒹굴기라도 했냐? 킥킥.." 그 넘의 희롱은 더이상 내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그녀가...팔려갔구나.... 그럼 실컷 당한 후에 팔리진 않았겠지...누가..그녀를 사갔을까... 제발..좋은 사람이기를... 제발.... "야! 너 나와!!" 무언가가 거친 동작으로 날 일으켜 세운다. "클클..네놈도 안됐군...취적루에 팔리다니.." 이런 소리도 들리고 말야... "취적루가...어떤 데길래...?" 갑자기 바깥으로 나오니 적응이 안되는군.... 웃...눈부셔... "그건 가보면 알 것이다." 난 이들에게 이끌려 어디론가로 계속 끌려갔다. 꽤나 화려한 방.... 그곳에 대머리와 웬 비곗살덩어리 아자씨 하나가 마주보고 앉아있다. 가륵을 닮았다.....라고 순간 떠올릴만큼 비대했다... "오..저 아입니까? 정말 남자라구요?" 비곗살은 날 보고 호오..라고 연신 감탄성을 내뱉었다. 대머리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윗옷을 확 잡아 찢는다. "이정도면 만족하시겠습니까? 이런 물건은 잘 없는 법이죠." 이..쉐이들이...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금 백오십냥 정도는..." 뜨읍...이거 도마위에 놓인 생선같군..... 비참해라.... "백오십냥이라..." "비싸다고 생각하신다면...뭐..다른 곳을 알아볼 수도.." "아니! 언제 비싸다고 했습니까.. 좋습니다. 그 가격으로 낙찰을 하시지요." 헉..나 금 백오십냥에 팔렸어... 무지 비싼 돈이겠지...? 그게 내 값어치냐....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비곗살은 값을 치르더니 황홀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이런...경국지색이라니.. 이제 우리 취적루에도 별이 떠오르는가 봅니다..어디보자..아이야." 그넘은 뚱뚱한 손을 들어 내 턱을 젖혔다. ...재수 만땅.... "행색은 누추하다만 그것이 더 너의 미모를 발하는구나.." 헉..! 지금...엇다가 손을 대는 거야!? 이..능글능글한 노인네가!! "퉷!!" 그래...난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 멋지잖아? 미워죽겠는 상대얼굴에다 멋지게 침을 뱉아주는거야... 물론 조준이 잘 되야 되겠지만... 훗..하지만..누군가 돕기라도 한 건지...조준이 백퍼센트인걸?.. 그 비곗살의 얼굴이 마구마구 구겨지기 시작한 걸로 보면 말야......후후후후후. "이...쳐죽일..." 아까까진 이뻐서 경국뭐라고 추켜세우더니 이젠 아예 잡아먹겠수다? 퍼억!! 순간 대머리의 주먹이 내 배를 후려갈겼다. "욱....윽.." 숨이 칵 막혀오더니....정신마저도 아찔해졌다. 이....자시...익..... 역시..감정이 있었음이야... "이정도로 팔팔한 맛이 없다면 길들이는 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데려가셔서 마음대로 교 육시키시죠." 띠발..... 허윽....그 넘의 주먹한방에 쓰러질건 또 뭐야.. 내장이 파열된거나 아닌지...걱정이군.... "흠..흠..좋습니다. 데려가자!" 또다시 몸이 번쩍 들린다. 그리곤 어디론가로....운반되기 시작한다... 이 돼지 놈은...새디임에 틀림이 없다... 저 채찍은 뭐란 말이더냐... 이 철수갑은 뭐란 말이더냐...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 음흉함이 흘러 넘치는 눈빛은..... 새디란 것에 결정타를 때리기에 충분했다. "귀여운 것..내 얼굴에 더러운 것을 뱉었겠다?" 말이 모순이야 비계.. 내가 귀엽다면 내 침도 귀여워야지...그건 왜 더럽다는 것이냐? "클..고귀한 비곗살에 묻히기엔 아까운 것이었나봐...하하하!!" 내 말에 그 넘은 더더욱 흥분한다. 넘의 볼치가 부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이거..넘 웃긴걸? 찍어다 팔까? 엽기 홈페이지에 말야.... 철썩!! 순간 나의 웃음이 딱 멈췄다. 그리고 내 가슴에 시뻘건 줄이 섰다. 비계아자씨는 성난 멧돼지처럼 이성을 잃고 씩씩대고 있다. "내 오늘 네놈을 죽여주마." 쯥.. 난 남의 신경 긁는데 소질 있나봐... "으으윽...." ...벌써 몇 번째의 채찍질인지............. 이제껏 용케도 정신을 잃지 않는 내가 기특..아냐 기특하긴 개뿔이... 빨리 기절하고 싶다...! 이미 내 가슴엔 더이상 그어질 자국이 없다. 너무 많은 매질에 살갗이 물러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다. 쓰라리다.....아니..이젠 감각도..거의 없나...? 그냥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돼지녀석...내 얼굴만은 건드리지 않는군.... 죽인다더니....결국 이대로라도 팔아먹겠단 거야? 클....금 백오십냥을 주었으니....죽이기도 아깝단 말이로군..? "허억..허억." 그 넘도 지쳤는지 잠시 채찍질을 멈춘다. 뜨거운 공기가 이 안에 가득하다... "네놈..맛을 단단히 보았느냐?" 맛? 무슨 맛? 난 늘어져 버린 몸을 일으켜 세우려 애쓰며 놈을 올려다보았다. "지랄.....웃기고 있네. 왜? 죽여..보..시지?" "뭐..야?!" "얼마..든지....때려봐...기회만 있으면....도망치고 말테니..까...말..야..헤헤.." 헉..헉..말할려니 무척이나 힘들군... 그냥..저 넘의 살기어린 눈동자에 맞서서 노려보는 게 ..최고다... "그토록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다..이거지..." 갑자기 놈의 눈빛이 이상해진다. "도망을 치시겠다..?" "........" 이제껏....떠오르지 않았던 불안이 갑자기 나를 급습한다.. 뭐..뭐냐.....?! 놈은 피에 절은 채찍을 던지더니 단단해 보이는 몽둥이를 주워든다. "절대로 도망칠 수 없도록 그 두 다리를 망가뜨려 주지." 뭐....?! 미쳤군!!! 농담이 아니다.... 정말 내게 다가온다.. "무슨..미친....그..그만둬!!" 난 정말로 당황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에 힘을 주며 수갑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밖에 두 놈만 들어와라!"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사내 둘이 들어온다. 그들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입에다 재갈을 물리고 두 다리를 잡는다. ..아..안돼!!!! 그만둬!! 그만둬!!! 싫어!!!!! "으읍!!! 으으으!!! 으윽!!" 내가 미친 듯이 벗어나려고 발버둥쳐봤지만 소용이 없다... 안돼..... 안돼.............제발....... 놓아줘!!!! "클클클..처음부터 그렇게 빌 것이지..하지만 이젠 늦었다." 잔인한 미소와 함께....그것은..........내..다리에..........거센..가속력이 붙어..내려오고 있었다... "...........으으으아아아아악!!!!!!!!" 35화 "대강 싸매 줘! 절름발이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이런....목소리가 들린 것.....같다... "흑....아흑..큭....악.." 지옥 같은 통증이 내 전신을 휘감는다. 무감각해지기는커녕 더욱 몸을 울려온다... 뭔가가 내 다리를 만지고 있다는 기분은 어렴풋이 든다.. "흐아악!!"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해!!" 뭐야..대체....내가 발작하고 있는 건가..? 그나저나....이 빌어먹을 고통........고통..... 아파......제길.....미치도록...아프다..... 너무나.......... 내....다리가....망가진 건가......?! 시파...정말....별 미친 짓 다 당해보는군... "비켜!!" 문 앞의 수비병들이 가랑잎처럼 나가떨어진다..... "침입자를 잡아!!" 소란스러운 정원.... 잔잔한 분위기였던 이정의 저택이 무례한 침입자의 난동으로 금세 시끌벅적해진다. 결국 이정이 소란을 견디다 못해 바깥으로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냐?!" "...예..이자가 대인을 뵙겠다고 막무가내로...." 이정은 식식거리는 침입자의 눈을 주시했다. 다급한.....뭔가 걱정하고 있는......눈?! "네 이름이 무엇이지? 그리고 이 무례를 범한 이유는 무엇이냐?" "어허..죽다가 살아났구만..." 음....? 무..무슨.... 눈앞에....아른아른한 빛이 들어온다.. 그리고 흐릿한 사람의 형체.... 뭔가 말을 꺼내보려 해도 입이 바싹 말라서 쉰 소리만 흘러나온다. "물을 먹여주게." 차가운 음료의 기운이 입안으로 퍼져들고...난 큰 한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대체 얼마나 심한 짓을 당했기에 이지경이 됐단 말인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고.... 글쎄요..아마 여기는 변태새디 샵인가 보죠................ 아직도 시야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임을 가르쳐 주는 것은 잔인하게도 느껴지는 두 다리의 통증.. "이레동안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네. 다리는 그런데로 나았을 것이야..다행히 뼈가 완전히 부 러진 것도 아니었고.." 그래요....그거 이제껏 들은 말 중에 젤로 기쁜 소리네요.. 제기랄....힘이 없어서 그런지...생각하기도 힘들다.. "발가락을 움직여 보겠나?" 난 그의 말대로 발가락을 움직였다. "신경도 살아있으니 걱정할 것 없군. 이대로 꾸준히 치료를 받는다면 금세 완치될 걸세." 그건 더욱 반가운 말이군요.... 대체 당신은....누구시죠? 이젠 선명해진 내 시야속에 늙으수레한 할아버지가 보이고 있다. 의원인가? 내가 누워있는곳 은 중국영화에서나 보던 커텐이 깔린 침실이고....내 곁엔 그 노인말고도 두 명의 여자가 더 서있다. 두 여자다 예쁘긴 한데... "심하게 허기가 지지?" "...그...렇...군요." "미음을 가져오게." 음...혹시 나..그 사악한 비계씨의 마수에서 풀려나 온정 넘치는 할아버지 손에 넘어가게 된 것.... "그넘이 깨어 났다구?!" 순간 들려오는 저주스러운 비계의 음성..아닌가보다.... 내 앞에 따스한 죽 그릇이 놓임과 동시에 그 비계씨가 모습을 드러낸다. "흠.....조금만 더 앓았다면 널 내쳐버렸을 것이다." 그래? 내치지 왜. 그래도 금 백 오십 냥이 아까우셨나 보군? 난 그 와중에서도 픽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토록 당해 놓고도 도발적인 눈빛만은 죽지 않았구나. 놈." 그래? 고마워. 칭찬이지? "이제 대강 나았는가?" 의원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심하게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걸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하지만?" "완치가 될려면 보름정도는 더 치료를 받아야 하고...너무 무리한다면 붙은 뼈가 다시 벌어 져 병신이 될 수도...." "아. 그 정도야 상관없지. 어차피 달아날 수 없게 하려면 말이다." 빌어먹을 자식..... 지금 그게 인간이 할 소리냐? 그는 죽일 듯이 노려보는 (힘이 없어서 이것도 겨우 하는 거다..)날 힐끔 쳐다보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부채로 내 턱을 주어 올린다. "정말 맘에 안 들어...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이모든 것은 모두다 네 넘을 위한 것이었 단 말이다!" 내..생전 태어나 이렇게 지랄 같은 모순은 첨 들어보겠네... 다리 빠사뜨려 놓고..때려패서 죽을뻔하게 한 게 날 위한 거야? 당신 아마도 후생이 정치가나..뭐 그런 거 될 확률이 높구만? "여기 오시는 분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애교가 필수인 것을..네놈은 너무나 표독스러워서 그 런 것이 없단 말이다...아무리 미색을 갖춰도 앙큼한 맛이 있어야지. 클..하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던 듯 하군.." 오호~ 그래 모순이 아니라...역설이시라는 건가? 그런 심오한 뜻이 계셔서 날 이 꼴로 만드셨군... 이번엔 내가 널 위해줄까? "얼굴하나만은 경국지색을 뺨치니 살려두는 것이다. 오만방자한 것..." 그게 아니겠지...돈이 아까워서잖아... 클..어쨌든 고마워서 눈물나는걸? 스트립쇼라도 시킬 거야? 이 다리로 한번 흔들어 볼까? 완전 엽기겠는 걸? 아하하!! 재수 없는......돼지. 난 그를 최대한 더럽고 아니꼽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런 내 눈빛을 반이나 알아들었는지 ..그는 부채로 내 얼굴을 탁 쳤다. "치장시켜라!" 그렇게 말하곤 밖으로 휭하니 나가버린다. 그가 나가자 두 명의 여인이 내게 다가온다. 저 돼지의 말을 따르기 위함이겠지... 제기랄.... 이 넘의 다리가 말썽이라..도망칠 수도 없고... 정말 꼼짝없이......당하게 생겼군.... 36화 "으... 제발 좀 그만해!!" 숨이 막힐 듯한 분칠에 난 드뎌 화를 토해내고 말았다. 그 고함에 내 얼굴에다 그림을 그리고 있던 여자는 깜짝 놀라 잠시 손을 멈춘다. "왕야의 명령이다. 계속해라." 그러나 왕 카리스마를 풍기는 여인이 짤막하게 말하자 그녀는 다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만하라구!! 대체 언제까지 찍어바르는 거야? 얼굴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단 말야.." "........" 이것들이..내 말을 씹네.... 쯔읍...제길.. 속..상하군.. 지금..내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거야? 몇 시간전에 목욕을 시키더니.....그것도 향료욕조에 담갔다. 아주 담가버렸어.... 그래서 잠수를 시키더니.. 끄집어내더군...그리고 전신에 다시 향료를 바르고...온몸의 털을 밀어버렸어!! 여기서 내가 얼마나 발광했는지...제길...ㅜ,ㅜ 손톱과 발톱을 다듬고.. 빨간..뭔가를 칠하고..(지금의 매니큐어가 아닐까?) 얼굴에다 뭔가를 그려대고 있다. 잔뜩 분을 갖다 바르고..눈썹도 밀어버리고... 하여튼.. 여자들..이 짓을 맨날하고 살았던 거야? 귀찮아서..어떻게 이러고 살았을까? 억!! 저건 뭐야?!! 저 시커멓고..길다란..끔찍한 건... 그..그걸 왜 내 머리에다 얹는 거야!! "무..무거워.." 정말..엄청났다. 무게가..엄청났다.. 난 순간 목이 휙 하고 꺾이는걸 느꼈다. 그녀들은 그걸 내 머리에 얹더니..이리저리 비녀랑 장식품들을 갖다 꽂기 시작했다. 우어어어어~~! 이게 대체 무슨 광대 짓거리냐!! 그런 우스꽝스럽고 귀신같은걸 얹어서 뭘 어쩌자는 거냐구!! 마지막으로 화려한 옷이..나타났다. 헉...정말..호화롭다. 저..호화찬란한 꽃자수에..눈이 부시도록 가득 박힌 보석.. 입기만해도 상당히 거추장스러울 듯...저런 옷은 옷값만 해도.. 엄청나겠는걸? 그 돼지 이런 일 해서 많이도 빌어 처먹었나 보군... 그녀들은 오랜 시간이 걸려 내게 옷을 입혔다. 대체...내 몰골이 얼마나 끔찍할지..우우..보기도 싫다.... 분 떡칠에 입에는 시뻘건 립스틱을 바른데다가..귀신같은 가발에...이런 치렁치렁한 옷이라 니......난..거의 광대일거야.....ㅜ,ㅜ "왕야를 모셔오너라." 역시나 짤막하게..그 여인은 명령했고..시비인 듯한 여자아이가 달려나갔다. 근데....여기 남창..뭐 그런 가게 맞아? 있는 건 온통 여자니... 남자는 누구야 대체? "저...여기 남자는 없나요?" 어라라? 왜 이 여자들..얼굴이 굳어지지? 그러더니..도저히 말로 형용 못할 표정들을 띤다. "......저희들은 남자입니다만.." 잠시..3초간 기절... 뭐?!!!!!!!! 뭐어어어어?!!?!?!?!? 당신네들이?!!! 당신네들이?!?!? 이런...엿같은 일이!! 일그러지는 내 얼굴을 본 그들이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설마...설마......정마...알?" 난 순간 벽으로 들러붙어 그녀들을 조심스레 훑어보았다. 이럴 수가....수염자국도 없고..목소리들도 다들 가냘프잖아!! 거기다..그 뭐시냐..목젖도 없는데? 게다가..이게 남자 손이라니!! 인정 못해!! 그들 중 한 여인이 내 손을 잡더니 휙 당겨 자기 가슴에 밀착시킨다... 무..무슨..... 헉......나..납작...하다.... 마른..남성의 가슴...?! OH.....MY GOD!!!!!!!!!!! 절대 부정하고싶다..... 이럴 수가..이럴 수가아.......ㅜ,ㅜ 당신네들....이럴 수가 있어? 이..신의 실패작들아!!(너두 그 방면에선 저 여자들 뺨쳐...) "치장이 끝났다고? 어디 볼까?" 허걱..그 비곗살덩어리가 들어온다. 제기랄.... 개쪽이군.... 날 뚫어지게 보지 말란 말이다!! 날 휙 쳐다보던 놈의 입이 헤..하고 벌어진다. 바보 같구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호..혹시.. 하늘 님의 선녀이냐?" 헉스...두두두두두...닭살 돋는 소리다!! 그 넘의 눈에 넋이 나갔다. 뭐야... 내가..어떤 모습인데...저런 미친소리를 끼얹는 거야?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욱..다리야.. 제기랄..난 거울을 보고야 말테다.... 일어서서 두어걸음 내딛자 오른편에 전신거울이 보인다. 비록 뚜렷하진 않지만.... "어.......?!" 저...여자 ....누구..? 정말..이쁘다... "아얏!!"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내밀다가 거울에 부딛히고야 난 정신이 들었다. 헉.....나 지금 뭔 짓거리 했지? 이건...나.......잖아?!!!!!!! 믿을수 없어!!! 내가..내가...내가..?!! 이런......엄청난...엄청난....미녀가 되다니.. 나마저도..내 모습에 홀릴듯하다....귀신 같을 거라고 예상했던 가발은 너무나 아름답게 틀어 올려져 있고...진짜 내 머리카락인 듯하다...(비싼거였나 보다..) 솔직히..다른 여자라고 치고 말한다면... 청순과 요염이 섞여있다고나 할까?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엔 감히 범접 못할 도도함이 자리 잡고 있다.(으에에에엑..ㅡ.ㅜ) 한번 눈웃음치면 수 백명의 남자들이 뻑 갈 것 같은... 이런...이런.......이런게 나라니!!!!!!! 세상 여자들아....미안해......ㅜ.ㅜ... 이런 게..날줄은 몰랐어..... 제기랄... 솔직히 말해!! 이 여자 나 아니지?!! 나 아니지??!! 납득못해!! "클클클..이런 대어..아니 황금잉어를 낚다니...정말..난 운이 좋단 말야.." 황홀함을 달리던 그 넘의 목소리가 원상태로 돌아와 있다. 쳇..언제는 죽일거 라더니.. "흘겨보는 그 눈마저 미치도록 사랑스럽구나..클.." ".........-ㅠ-...." 그 넘은 미처 제정신을 수습하지 못하던 날 잡아 확 끌어당겼다. "아얏!! 다리!!" 욱씬거려오는 다리를 호소해 보았지만 그 넘의 손길엔 조금의 애정도 없다. 있으면 그게 더 웃기지.... "이리 나오너라!! 이제부터 취적루는 서열3위가 아니라 1위다!!" 헉....정말..이게 아닌데..... 욱쓰..다리 아파...이 쉐이....좀 천천히 가지 못해?!?! 37화 허억..여긴 뭐냐.. 무도회장? 아냐..무대..? 뭔가..왁작지글..하다.. 그리고..여기 개미떼 마냥..모인 인간들 뭐야? 꼬라지 보아하니 모두 한 세도한다는 인간들 같은데.. 입고있는 차림만 봐도 호화스러움이 질질 흐른다. 그 휘황찬란함이 오히려 빛 바래 보이는군.. 뭔가 신선한 것 없나... "오오오오.." 내가 무대위로 끌려 나오자 넓은 홀 가득히 메우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내가 그렇게 이쁜건가? 하긴..내가 봐도..홀릴 지경 이었다만..- -;; 정말..날 보고 침흘리는 저 아자씨들..(그러고보니 다 남자아냐?) 전부다 질 나쁜 변태들임에 분명해!! "바로 어제 들어온 싱싱한 아이입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입죠. 부모 잃고 집 잃고 아사직전이었던 이 아이를 데려온 것이 접니다. 그랬더니 아 이 녀석이 은혜를 갚 겠답시고...............(중략).....그리하여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어린것이 애교도 많고 귀여 운데다가 미색까지 겸비하였으니...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그 비계살덩어리가 날 툭 치더니 좔좔 읊기 시작한다. 이바..이바.. 순 뻥이 99.99 퍼센트잖아!! 어디서 그런 사기성 농후한 헛소릴 지껄여?! 난 눈을 치켜 뜨고 그 넘을 노려보았다. 글구...뭐? 내가 애교가 많아? 귀여워? 우에에엑! 글구!!! 넌 큰 거짓말을 한 거야!! 내가 아무 것도 몰라? 빠삭하다......헉...아냐..아니구.. 내가 빠삭한 것이 아니라.... 음..말을 말아야지.. 거기..그런 이상한 눈빛하지마....웃지도 말구!!! 내 얼굴이 수십 번도 더 울그락 푸르락하며 변했지만 홀 안의 등불이 은은히 흔들리기 때문 에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밤 이 아이에게 진정한 천국의 의미를 보여주실 분 계십니까?" 그래..그게 본론이었던 것이었어........ 천국이고 뭐고...개소리 하지만...결국은 날 강간한다는 것 아니겠어? "내가 삼십 냥을 부르지!!" "삼십 오 냥!!" 홀 안의 아자씨들은 날 홀린 듯 쳐다보고 있다가 경매하잔 소리에 금세 손을 치켜든다. "사십 냥!!" 아...착각들 말자.. 사십 냥이란 건..엽전 사십 냥이 아니라...금 사십 냥인 것이다... 그 비싼 금액을..나랑 하룻밤 자는데.......쓰겠다구? 실성한 것들 아냐? 제기랄...이런 것들이 많으니 순남이 같은 불쌍한 여자들이 끊이지 않고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거라구!! 순간 난 눈이 뒤집혔나 보다. 주인 비계의 부채를 확 빼앗아 들고 난 탁자에 다리를 척하고 올렸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눈이 내 다리로 향한다. 기분이 드럽구만... "흥!! 모두들 날 안고 싶은 모양이지?" 주위가 고요해졌다. 저 비곗살 시퍼래졌겠군. 킥킥킥.. "이바..배불뚝이 아자씨들.. 난 말야 아주 귀한 몸이라구..이 뚱보아자씨가 읊은 내 연력은 사 실이 아냐.. 당신들의 모든 재산을 다 준대도 나 같은 사람하고 한번이나 잘 수 있을줄 알아? 금 사십 냥? 그따위 푼돈으로 날 사겠다구? 집어치워!! 내 테크닉을 맛보고 싶은 사람 목숨을 걸어 보라구!! 거기 아저씬 침 좀 닦구!!" 정말...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처럼....넓디넓은 홀 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클..내가 미쳤구만... 내가 귀해? 내 테크닉? 그게 뭔데 돌려차기? 그것도 좋군... 난 마지막으로 부채에 짤막한 키스를 선사했다. 자....모두들 발광해봐..클...특히 너 주인...지금 거의 정신이 나갔겠지? 겨우 몸파는 주제에 이런 소리를 지껄였으니..... 근데 이 양반네들...모두 죽었나? 왜 아무런 소리가 없는 거야? "우......오....." 내 앞에 앉아 있던 중년의 아자씨가 신음성을 토해낸다. 뭡니까...맛 가셨습니까? "금 사천 냥을 내겠다!!" 헉..... 뭐야? 사천 냥?!!!! 난 놀라 자빠질 뻔 했다. 이..게 뭔 일이래니....? 난 그저 비곗살의 턱살 떨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야.. "난 육천 냥!!" 허거..이바.. 그 돈이면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몇 채나 지을 수 있는... "육천 오백 냥!!!" 고요했던 만큼이나 이 안은 광란의 도가니로 끓어가고 있다. 으아..뭐가 이러냐... 난 이런걸 바랬던 게 아냐.... .... "일만냥..." 저쪽에서 낮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 하나가 흘러나온다. 그 금액이 나오자 모두들 경쟁을 멈추고 침묵한다. 어쩔 수 없지...일만냥이라니.....그것도 금으로 쳐서... "이..일....만...." 주인돼지의 눈이 뒤집어지고 있다. 일만냥이라....금 일만냥.... 그 돈.... 정말......까마득하다.... 그런 천문학적인 액수 부른 놈....낯짝이나 한 번 봐야겠다!! "누..누구십니까? 일...일...일만..냥을 부르신 분?" 이 비계..돈에 눈이 까뒤집혔군... "나요." 알맞게 어두운 홀의 가장자리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온다.... 설마....소문....? "고..공자의 존함은..?" "수." 수..? 물 수(水)? 뭐 어쨌든..소문은 아니다....소문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걸...뭐. 더군다나..슈란도 아니지... 수라니..이름이 수..외자 한자 뿐인가? "수공자님...좋습니다...이 아이를 오늘밤 양도해 드리지요." 일만냥이면..4대가 배부르게 놀고먹고 살텐데... 엔간하면...나 포기하지 그래? 수..라는 그 남자는 씨익 웃음을 흘린다. 뭔가...의미심장한 미소.. 음..어딘지 귀티도 나는 것이....어느 왕세도가의 귀한 종손인가? 하지만...제멋대로 일만냥이나 쓰다니....그 가문 오늘 안으로 파산하겠군.. 앗차..이런 생각을 할게 아닌데.... 그럼...나 오늘 이 넘에게.....안......안...겨야...된단 소리잖아? "이 아이와 놀 방은 어디지?" 그는 손을 뻗어 내 팔을 움켜잡는다. 그 손이 어쩐지 크게 느껴진다. 웬지 여자(남자를?!)를 잘 다뤄본 낌새가 팍팍 나는 듯..한데? "예! 이리로 오십시요!!" 주인돼지의 머리가 거의 땅에 닿을 듯 하다.. 나..정말...금 일만냥에...팔린 거 맞아? 일만냥이라.... 차라리..날 주지...ㅜ,ㅜ 시파..글구..왜 이렇게 아프게 잡는 거야...좀 놔랏.. "헉..?!" 예상도 못했는데.. 그는 날 자신의 품에 확 끌어안는다. "아리따운 꾸냥....내게서 벗어나려고 해봤자 소용없어." "제길.." "음.. 뭐라고?" 이 자식의 얼굴을 밟아주고 싶다. 정말루 너 느끼하다!! 그거 알고나 있냐? 물론 생기기야 미끈하게 생겼다.. 귀티도 나고..뭐...글치..근데.... 정말...막 자란 티가 나는 놈이다. 분명히 집에서 도련님 도련님 하면서 떠받들며 키웠을거야.. 그렇지 임마? "이 방이옵니다." 준비된 방은..아마도 이곳에서 젤로 호화찬란한 방임에 틀림없을 거다... 정말로 삐까뻔쩍하구만.... "그래? 그럼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그만 나가보시오." "아이고..예예!!" 그는 연신 굽신거리더니 얼른 꼬리를 감추었다. 더럽고 비열한 놈... 그저 높은 사람에게 굽실거리는 저 꼴이라니... 어..어라라? 주인이 나간 문을 꼬나보던 내 몸이 확하고 기울어지더니......부드러운 뭔가가 내 얼굴에 와 닿는다.... 그리고..내 위에서 날 내려다보는 수인지 먼지...하는....넘... "앗..자..잠깐...!! 이바!!" 그 넘이 내 옷고름을 풀기 시작한다. 헉..이거 진짜다.... 이대로 당하긴 싫어....난 돈도 한푼 못 받는데....ㅜ,ㅜ<--지금 그게 문제냐? "야!! 싫다 그랬잖아!!" 급해진 난 존대고 뭐고(언제는 존대했냐?) 다 내버리고 필사의 저항을 폈다. "귀엽게도 앙탈하긴..하긴..이런 맛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밤을 보내나.." 어우.....다 게워내고 싶어...!! 그 넘은 아주 능글능글한 미소를 줄줄 흘리면서 내 저항을 가볍게 물리친다. "그..그러면 안돼!! 싫다니깐?!! 야!!! 아파아!!" 내 필사의 저항을..앙탈이라고? 나 여기 와서 왜이리 약해졌니.. 제기랄..다리를 움직이고 싶어도 부러진 다린데....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놔!!! 놓으라구!!! 이 변태!!!" 두 손이 제압 당하자 이젠 아무런 반박의 길이 없다. 이래선 안 되는데... 이래선 안된다... 난....두 번 다신 당하기 싫다... 당하는 건......너무나 끔찍하다.... 무력으로 굴복당하는 건...정말....비참하단말이다........ 내 의지완 상관없는 강제행사는 내 자아의 가치를 의심하게 한다... 그래서..이런 건............... 이런 건.... "이 개자식아!!! 우욱...." 놈의 손가락이 내 가슴을 살짝 훑어내린다... "마치 야생의 들개 같군... 이렇게 거친 모습을 보여주다니..하지만..무척이나 민감해..큭..하긴 아까의 뇌쇄적으로 도발적인 모습도 미치도록 유혹스러웠지..내 기필코 널 안고 말리라." 그 치렁거리던 옷이 모두 내려갔다. 놈은 끈중 하나로 내 두손을 치켜올려 묶었다. "일만냥의 돈이 아깝지 않은 미색이야.....이렇게 색기가 도는 희디흰 피부라니...정말로 아름 답구나.." 고만 지껄이고 입닥쳐!!! 그딴 더러운 소리로 날 희롱하지 말란 말이다!!! 날 놓아달란 말이다!! "하......윽....?! 아....." 너무나도 짜릿하다... 정말..느끼고 싶지 않다.. 알고 싶지도 않은데.... 이 빌어먹을 몸이.....말을 듣지 않는다.... "개.......자시.....익.....더러운....윽...!!" 놈은 손가락으로만 날 뒤흔들어 놓는다... 키스도 애무도 없었는데... 부드러운...그 어떤 접촉도 없었는데.... 정말로......아찔해져 온다... "윽....으윽....하앗....그..그만해...." "정말 재밌어.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결국 내가 안는 계집들과 너도 똑같아..싫다고 하면 서도 몸은 너무나 열렬히 날 원하잖아?" .........모욕...... 이것은....사랑하는 사람에겐...심장을 갈가리 찢어내는...처참한..모욕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달아올라가던 나의 몸이.........거짓말처럼 싸악 식는다... 희열에 들떠가던 눈동자가 이성을 찾고 있다.. 잊어가려던 기억이 떠오르고...머리가 말끔해진다. "뭐야.... 왜 저항을 멈추지?" 난 또렷히 놈을 주시했다. 깔려있다거나..묶여 있다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이 넘의 말은 철저하게 틀렸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려주고 싶다.... "왜 달콤한 음성으로 날 욕하지 않아? 이 촉촉한 눈동자로 애원하듯 날 올려다보란 말이 다...." "유치한 놈." "뭐야?" 웃고 있던 수의 얼굴이 한껏 이지러진다. "너 몇 살이야?" ".....?!" 놈의 눈동자에 당황이 떠오른다. "정말..유치찬란한 어린아이군....대체 내게서 뭘 원하는 거야?"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훗...이미 넌 내 페이스로 말려들었다. 눈동자가 흔들린 그 시점부터 말야.... "그래...모두 오냐오냐하던? 네 주위의 여자들도 네 응석을 받아주던? 점점 오만해졌지? 무슨 사고를 쳐도 아무도 널 꾸짖지 않았지? 그래서 여러 여자들을 겁탈 했지? 그녀들이 울어도 저항해도 안았지? 그러면서 옛날 여자들을 떠올린 거야? 겉으론 울 고 있어도 사실은 널 원할 거란 착각이 니 머리에 착륙하는데 얼마나 걸렸지?" "이.....이..." "아하하하!! 너 정말 어리구나? 그리 말하면 여자들이 좋아하디? 뭐? 아리따운 꾸냥? 어디 서 주워 들었냐?" 난 맘껏 그를 조롱했다. 넌 좀 알아야 돼.. 이 철없는 도련님아...... 충격 좀 먹어 보시지? "이..건방진..." 그가 주먹을 치켜든다. 제길.... 소문의 얼굴이 휙하니 떠오르는군.. 냉정한 넘.... 혹시 말야...나야말로 투정을 부렸던 게 아닐까... 아무리 소문이라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안겼다는 걸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을 거야... 근데.....거기서 내가 슈란을 옹호했으니.... 그가 화를 냈을 건 뻔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건 슈란만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난..어쩌면 그에게 무슨 짓을 해도 좋을거 라고 생각한 걸까? 쳇...그렇다면... 내 죄가 크군... 그 싸늘한 얼굴도 결국은 내가 만들었단 말야...? 정말 씁쓰레해 진다.... 소문...... 정말.....이젠...나 보고싶지 않아? 응...? 이젠.....나 ....꼴도 보기 싫은 거야....................? "이봐!! 멈춰!!" "잡아!!" 소란스러운 소리... 웬지....익숙한..패턴인걸.... 콰지직!!! "웬놈이냐!!" 날 때릴려고 포즈잡던 수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지만 난 가만히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간 ...눈물이 흐를것만 같았다...... 그래서......가만히..... "매향!!!!" 이 목소리가....들려오기 전까지...가만히...... "이..빌어먹을 자식!!" "으악!!" 거친 둔탁음...수의 무게가 내 몸 위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난 벌떡 일으켜졌다. "괜찮으냐? 매향!!! 제기랄...이런 꼴이 되다니!!!!" 성을 내서 이성을 잃은 그의 모습이 내 눈에 또렷이..아니 조금은 흐릿하게 들어온다. 흐릿하게....이 바보 같은 넘아.... 정말......왔냐.. 그냥 나 내버려두지... 사실은..내가 나쁜 넘이었거든.... "소문...." "어디..많이 다친 거냐? 다리는 왜이래!!!" "소문...." 볼이 뜨겁다.... 뭔가가....흘러내리고 있나보다... 아무에게도 보이기 싫었다. 그래서 그대로 소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미안....해...." "............" "미......안...." 음...? 뭔가 따듯한 것이 입 속으로 들어온다.. 이건...키스.... 하지만 가볍고 부드러운 키스다.. "천하의 매향이 그런 소릴하다니...언제나 당당한 모습이 아름다운 네가 말야." 그가 씨익 웃는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미소... "욱....너 여전히 느끼한 거...아냐?" "그래? 뭐..상관없지...." 그는 날 들어안더니 지보를 부른다. "매향을 부탁해." "어디로 가시려구?" "이곳을 모조리 불질러 버리겠어. 흑벌무 따라와라. 이곳에서 어서 피해!" 그러면서 소문과 흑벌무가 밖으로 달려나가 버린다. "이런..심하게 다쳤는걸? 다리는 왜 이랬어?" 지보는 날 안은 채로 걸어가며 물었다. "돼지가 부러뜨렸어." "돼지?" "이곳 주인...드러운 새디야." "새디?" "몰라도 되." 음...그런데..이상한 걸? "그런데..나 여기 있는거 어찌 알았어?" 지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가보면 알아." "응..?" 무슨 소리지? 음...뭐..어쨌든.. 좋아....헉..좋아가 아냐!! "앗..슈란은?!" "글쎄...그 녀석 ...어디론가로 가버렸어." "뭐?!" "나도 잘은 몰라. 어디론가로 가버렸다는 것 외엔.." "그래...." 슈란.... 마음이 무겁다... 어디로...가버린 거지...? 나쁜 자식....말 한마디 없이 가버리다니.. 낸중에 만나게 되면 사정없이 패 줄테다..... "어서 가자. 이곳은 곧 불바다가 될 테니 말야." 지보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난....알 수가 없었다.. 오늘 일이 나에게 어떤 결과가 되어 다가올지 .말이다...단지...지금은...알 수가... 38화 지보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웬 낡은 농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희미한 등잔불이 우릴 맞는다. 그리고..흐릿하게 보이는 사람의 실루엣.. 어.....설마.... 설마.....설마? "순남?!" 내 눈이 미치지 않았다면..그녀는 틀림없는 순남이다.. 헉...이럴 수가... "정말...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서렸다.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나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 떠올랐다. "지보..어떻게 된 거야?" 지보는 그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그건 순남에게서 들으라구. 난 다시 나가봐야 되니깐 말야." "어..어딜 가?" 그는 날 의자에 내려놓더니 밖으로 나가려했다. "소문형님에게루 가봐야지. 또 뭔 짓을 하고 있을지.." "무..슨 짓이라니...."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순남이 내 옷자락을 붙든다. 흠...이 비싼 옷....대강 걸치고 왔더니... 뭐..돌려주지 않아도 되겠지? 내가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지보는 얼른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래요..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녀의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배여든다. "제가 팔린 사람은 상당히 난폭한 사람이었어요..늘 얻어맞았었는데... 어느날 소문님께서 절 보시곤 구해주셨죠...아니...솔직히 흑벌무님이...더 도움을 주셨지만요.." 음...알겠다.. 그 도움이란 건 보나마나 피떡으로 만들었단 소릴거야... "저는 그분들께 너무나 큰 은혜를 입어서...어찌할 줄을 몰랐어요..그런데..우연히도 듣게 된 것이었어요..그분의 이름과 당신의 이름을.." "아..그렇군요.." "그래서 전 제가 아는 모든 걸 그분들께 말씀드렸어요. 소문 님은 당신을 찾으러 그곳으로 갔지만 이미 팔렸다고 하더라구요...더이상 알아 볼 재간도 없고...잠시 막막해 졌죠. 그래서 제가 나선거예요." "나서다뇨?" "......"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혹시..미인계..같은....거였나? 뭐..알았다..이 부분은 대강하고 건너뛰자.. "...그..그래서..내가 있는 곳을 알았나요?" "네.. 북해의 한방 색주가에 있다고..." 음..그렇게 된 거로군... "매향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예요."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내게 뜻밖의 말이 던져졌다. 난 눈을 휘둥그레 뜨곤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그녀를 봤을 때 느낀..황폐한 눈이 아니라...생기를 찾은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부드 러운 웃음이 담긴.. "소문 님이 당신을 얼마나 걱정했는지....내색은 않으셨지만 색주가를 뒤지며 다니는 그분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이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절실히도 느껴졌어요..." .....그런 말 하면서 순남이 행복해 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얼토당토않은 소릴....그럴리가.. 그 녀석은..정말 차가운 놈이라고요." "어머..아니예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먼거리를 눈썹 휘날리게 달려올리가 없잖아 요..이건 여자의 직감이랍니다.....^^" 그..그렇습니까..? 괜시리 낯이 빨개지는 걸.. 이 여자의 웃음은 굉장히 따뜻해 보인다. 마치 어릴 적에 본 어머니의 웃음처럼... "저기...순남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예?" 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음......소문이 날 사랑한다는 거..." 그녀는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역시...나쁘게 생각하는 것...?! "소문 님만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사랑하는 거죠. 그리고 그런 건 아무렇지 도 않아요. 매향은 이렇게나 이쁜걸요. 나마저도 눈이 돌아갈 지경인걸요?" 윽....그..그렇습니까. 취적루의 돼지가 나보고 이쁘다고 할때는 역겹기 짝이 없더니 순남이 말하는건 아무렇지도 않군...혹시....나 면역된거 아닐까? 으.. 우리 두사람은 등불의 심지가 다 탈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새벽이 가까워 와도...소문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한데...? 왜..돌아오지 않는..거죠?" "글쎄요.." 그녀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가봐야겠어요..." "앗..안돼요. 다리도 성치 않은 사람이 어딜.." "이까짓 것쯤....흐윽!!" 벌떡 일어서려다가 비참하게 주저 앉고 말았다. 고통이 여간한게 아니었다. "거봐요. 그리고 그런 옷을 입고 어딜 나가겠다는 거예요. 있어요. 내가 알아보고 올 테니.." 그녀는 날 앉혀 주곤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음..그런데 여긴 어디지? 정신없이 떠들다 보니..여기가 어딘지도 몰랐네. 상당히 낡은 나무집이잖아...억..거미줄이 한 두개가 아니군.. 밤새도록 저 거미 중에 하나도 안 내려 오다니...니들 모두 살았구나.. 내 성격상 니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을.... "크..큰일 났어요!!" 순남이 문을 부술 듯이 거칠게 열고 들어온다. 그녀의 얼굴에 깊은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무슨 일이예요?" "색주가가.....잿더미가 됐어요....그리고..소문 님과 흑벌무 님..지보 님이 모두..관청으로 끌려 가셨어요..." "에......에?" 이게..뭔 소리래냐...? 난 아픈 다리를 이끌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이곳은 언덕이었나 보다..음 이 아래에 색주가가... 색주가..? 어디 있냐? 온통 잿더민 걸? 헉........설마....설마... 이게 그 휘황찬란했던 색주가라고? 말...도...안.....돼!!!! 아직까지도 화재진압이 안됐는지 시커면 연기와 불길이 간간히 치솟고 있고.. 죽어 널브러진 사람들... 난 내 옷이(뭐...원래 내 옷도 아니었으니까) 더러워지건 말건 상관치 않고 색주가를 누볐다. 다리가 욱신거려 왔지만 이 놀라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세..상에....이게 모두..소문이 한 짓이라구?" "끄응..." "어이구.." 잿더미가 되어 내려앉아 버린...집... 그 아래에 깔린 사람들... 우리가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울 때 여긴 무슨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룬 건가? "그럼...소문은 잡혀갔어요? 관청으로?" 그가 그렇게 쉽게 잡힐 사람이 아닌데... 일당백이라고 칭하는 사람을 어찌.....? "군사 1천명이 그들을 에워쌌대요... 잡힌 여자포로들 모두 풀어주고...불을 지르고..군졸들을 죽이고.." 허억.. 1천명이라고? 그들 셋 잡는데 무슨 1천.... "........" 어찌해야 할거나.... 이일을.... 이넘의 쉑!!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이런 대형사고를 쳐?!! 죽어!!!!! "어..어쩌죠.." 그녀가 날 바라본다. 음..이럴땐 남자인 내가 의지가 되야돼..(외모상으론 완벽한 여잔데..) 제기랄.....이럴때의 결론은.......! "관청으로 갑시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가보고 해결해!!" 내가 힘차게..아니..조심스럽게 발을 내딪자 그녀는 황급히 날 부축했다. ㅜ,ㅜ 고마워요..하마터면 자빠질뻔 했어.. "제발 만나게 해 달란 말입니다!!" 난 관청지기를 붙잡고 호소에 호소를 거듭했다. "안돼!! 그 놈들은 중죄인이야!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어서 사라지지 못해?!" 이 문지기넘들.... 디게 뻗대네...문지기 주제에 웬 거드름이 이렇게 심해? 열 받네..... "이....시파...." 헉..엉겹결에 욕이 나오려 했다. 그 넘들은 씨근대려는 날 보더니 인상을 확 쓴다. ..현명하다면.....이러면 안되겠지.. "제발 좀....부탁드릴터이니...." 지금은 다리도 고장이고...나의 무기라곤 얼굴뿐이구만.. 난 최대한으로 노력해서 미소를 지었다. 세상태어나 이보다 더 멋지게 웃을 순 없어!! 내가 걸친 옷 때문에...이 넘들 날 여자로 보고 있으니깐... 내 웃음에 그들의 입이 헤..하고 벌어진다. 닭살이 쭉....돋지만 참자... "허..흠..! 안된다고 하지 않아.." 그러면서 말꼬리는 왜 흐리냐? 뭘 바라는 거야? 이 짜증나는 넘들아.. "이걸 드릴게요." 난 내 옷에 달린 보석들을 한 웅큼 떼어서 그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급히 주위를 살핀다. "허..이..러면 곤란한데...." 놀라는 척..못이기는 척 하더니....냉큼 받아 챙긴다.. 뜨벌....빼긴 왜 빼? 다 받아먹을 거.. "좋아..내 한번만 만나게 해주지. 넌 그 녀석과 무슨 관계지?" 갑자기 순남이 내 귀를 당기더니 귓속말을 한다. "가족이 아니면 안돼요. 가족이라고 하세요." 가족? 좋아...그럼.... "부인이예요." "부인이라고? 흠....복터진 놈일세..." 어라...? 지금 내가.......뭐라고? 설마....부...........인.........이라고 한 건..아니겠지? 으아아아아!!!! 안돼!!!!! 이바!! 문지기 난 부인이 아냐!! 말 헛 나왔어!! 이제사 문지기를 잡으려 해도...그 넘은 이미 들어가 버렸다.. 안돼.... 안돼......... 부인할거야!!! 절대로 나 부인이 아니라구!!(.....두개의 뜻이 다릅니당....^^;;) 순남도 눈을 살짝 치켜뜨더니 킥킥거린다. "잘했어요." 잘하다니..내가 무슨 일기쓰고 칭찬받는 초등학교 1학년생인 줄 아남..... ㅜ,ㅜ 허허허허.....허탈하구만... 결국..이런 거였어.. 결국 이런거였어... 모두들 날 세뇌시켜가고 있던 거였어..... "됐다. 들어가 봐라..." 들어갔던 문지기가 조심스레 나오더니 말한다. "어서 들어가 봐." 멍해져 있는 날 순남이 끌어당긴다. 문지기의 안내를 받아 몰래 감옥으로 숨어든 우리 두사람... "소문...." 철창사이로 족쇄를 차고 앉아있는 소문의 모습이 보인다. 흑벌무와 지보도 같이 있군.. 칠칠맞게 도망하나도 잘 못 가서 붙잡히고 ....어휴.. 날 보더니 소문은 지친 기색으로도 벌떡 일어선다. "매향? 내 부인이라더니?" 무어? 너 다른 부인 있었냐? 왜 그런 반응이야? "뭐야..떫어?" 난 괜시리 틱틱거렸다. 뭔가..미안하기도 하고.... 음....쑥쓰럽기도 하고.. 제대로 얼굴을 못 보겠구만... "..이리 와봐..매향.." "왜.." 난 여전히 퉁명스러운 어조로 소문 쪽으로 다가갔다. "윽?" 소문이 내 얼굴을 잡더니 휙 들어올린다. 내 눈에 그의 기쁜 얼굴이 한가득 들어온다. "내 부인이라고 했단 말이지....네가.." 그게 그렇게도 기쁘디? 정말 ..의외로 작은 거에 기뻐하는 군..? 물론 생각지 못하고 튀어나온 말이긴 하지만... 이렇게 기뻐하다니......왠지 억울해 한 감정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도 같다. "흠..그래 그랬다. 왜?" "기쁘구나... 이젠 너도 날 완전히 받아들인 것이겠지?" "뭐? 흡!!" 역시.......방심해선 안돼는 것이었다... 이 넘의 키스는 언제 덮쳐올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었다. "으읍!! 웃.....야..소....문...음..으..."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고 이게 지금!!!! 난 주먹을 불끈 움켜 쥐었다. 그리곤 소문의 얼굴에다 박을 생각으로 날려버렸다. 하지만 소문은 턱하고 손쉽게 막아내더니 더욱 깊은 키스를 시도했다. "아응....으....숨.....이...우음.." 점점 정신이 아득해져 온다... 이 넘 .....정말 키스 넘...열렬해... 뭔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몰아부쳐 온다고나 할까... 주위의 눈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억지로 밀어내던 손놀림도 이젠 소문의 어깨에 얹혀져 저항을 멈추고 있다.. 이젠...이 넘을 받아들이는 건가.... 정말..낯뜨거운 소리지만... 이젠..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그래... 응해주고 싶은 마음이....들....긴 드는데..... 콰릭!! "으윽!!" 드뎌 넘의 입술이 떨어졌다. 넘은 옆구리를 틀어쥐고 있다. 흠..이쯤이면 내가 어디를 사정없이 공격했는지...모두들 알겠지.. "하악....허억.. 대체 언제까지 하는 거야!! 숨 넘어 갈 뻔했잖아?" 난 눈을 부라리며 소문을 쏘아보았고.. 소문은 그래도 마냥 좋다는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넘의 날카롭던 눈매도 많이 부드러워 진것같다... 음..혹시 날 대할 때만 그런가? 잘..모르겠어.... "자 이제 그만해!! 면회시간 끝이야!!" 그때 문지기가 나지막한 소리로 외쳤다. 제길.....끝이라고? 그렇게 패물들을 많이 줬는데!! 저..빌어먹을 자식... 제길..이대로 그냥 헤어지면 또...못 만나잖아?! 그럴순 없지!! 문득....퍼뜩 뭔가가 머릿속을 스쳤다. "소문 잘 들어!! 넌 등주라는 곳으로 가게 될 거야!! 어딘진 잘 모르지만 거기서 포로로 일 하게 될 거라구!! 내가 거기로 갈게!!" "어서 나오라구!!" 이넘이 이젠 날 막 밀어젖힌다. 알았어 인마 밀지맛!! "알았지? 등주야!! 거기에서....!!" 문이 닫혀 버렸다... 이런....빌어먹을....젤 마지막 말을 못했는데.... 뭐..괜찮겠지.... 어차피...그곳으로 올테니까... "자, 이제 물러가봐!! 네 남편은 아마도 내일 쯤이면 형장에서 참수될거다! 그때 와서 시체 를 주워가든지..." "으흐흐..아니면 나와 함께 새살림 차려보는건 어때?" 다른 한넘의 문지기가 징그러운 시선으로 나와 순남을 훑는다. 거기에 뭐라고 응답해줘야 잘 해줬다고 칭찬들을까? "너.. 일만냥 있어?" "뭐?!" 그넘의 눈이 튀어나올듯 커진다. 훗..행색을 보니 일만냥은 커녕 금 한냥도 없을 듯한데......ㅋㅋㅋㅋ 벙해진 두 사람을 뒤로 돌리고 우리 둘은 관청을 벗어났다. "매향....멋졌어요...." 순남의 황홀한 목소리... 이여자가 원래 이랬던가..? "예..?" "그렇게 격렬한 키스라니...역시 소문님은 당신을 깊이 사랑하고 계신거예요.." "......^^;; 예..." 별로 부정하고 싶진 않군.. 허.....근데.. 이제 문제군...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나가지? 등주란 곳으론..어떻게 간다냐..... 음..고민이야.... "참..! 순남!" 그녀가 고개를 돌린다. "혹시...슈란이라는 이름...못 들었어요? 소문들한테서.." "슈란? 글쎄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그래... 제길.....너 어디로 가버렸냐...슈란... 휴.......... 39화 "클클클..이쁘장한 계집들이구만..." 이 세상엔 정의로운 놈들보다 나쁜 넘들이 더 많아... 그래서 참..미치겠구만.. 지금 우리 앞에서 희번득하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넘들은 물론..나쁜 쪽에 속하겠지.. 노예상인들은 아닌 것 같고.. 그저..몸을 탐하는 건가.. 한..대여섯 놈 정도 되는 듯 한데... 후....어쩐다... 내 옆에서 잔뜩 겁먹어 떨고 있는 순남을 보니 뭔가..해야 될 것만 같은데. 이 도깨비 같은 놈들에게 내가 뭘 하리.. "이리 와라! 어디한번 놀아보자!!" 한 넘이 순남의 팔을 당긴다. 난 ....말야..아주 남자다운 옷을 입고 있다구....그런데 왜? 왜? 날 여자로 보냐? 앙? "꺄앗.." 그녀가 끌려가려 한다. 훗..어쩔 수 없다..고전적인 수법을 쓰자.. "앗!!!! 관군이다!!!" 내가 손가락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자 놈들은 정말..단순함 티내듯 확실히 고개를 돌리며..어디? 하고 말까지 붙인다. "어디긴 어디냐..여기지." "커헉.." 내 앞에 선 놈의 사타구니를 힘껏 걷어 차주고 난 순남의 팔을 낚아채 달렸다. 삼십육계가 최고다.. 다리는 어떻냐고? ........ -_-;;; 다리....뭐...그게.. 아하하하..붙었나봐..... 뭐? 거의 부러진게 어떻게 벌써 다 나았냐고? 나도 몰라!! 묻지말아주게.... 이것을..작가의 농간이라고 하는 것이라네... "계집들이 도망간다!! 잡아!!" 뒤늦게서야 그들은 분개해하며 우리를 뒤쫓아오기 시작했다. 얼마든지 뒤쫓아 와봐라. 이 미련 굼탱이들아...클.. 잠시도 늦추지 않고 험난한 산 속을 내달리자 추격의 고리도 느슨해져 오는 듯 했다. "헉..헉..매..향..좀 쉬었다가 가요.." 난 괜찮은데...순남이 지친 모양이군...하긴 그녀는 평범한 여자니까. "그래요. 뭐 ..더이상 쫓아오지도 않는 것 같은데 앉아요." 그녀는 바위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얕은 숨을 몰아쉬었다. 날도 어둑어둑해 졌고...산에서 자야 될라나? 소문들과 헤어진지 이레째.. 난 순남과 함께 등주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 산을 넘는 중이었다. 이 산 이름이 뭔진 모르지만..이곳을 넘으면 등주가 나온다고 했다. "어이..거기를 가실려우? 엔간하면..가지말지..연약한 처자들이 가서 버틸만한 곳이 아니라 구." 낮에 물어봤을 때 혀를 차며 갈켜주던 농사꾼의 말이 머리에 떠오른다. 여자들이 버틸만한 곳이 아니라니... 어떤 데길래... 음....음.... 에잇..제길!!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돌같은 머리는 생각이 나지 않아!! 그 등주란 데는 알겠는데... 왜 그 세부사항은 떠오르지 않지? 미치겠군.... 계속 이렇게 헷갈리면 곤란한데... 우선은..등주로 가는것만 신경쓰자.. 그래. "마른 나뭇가지좀 모아다 줄래요? 오늘은 여기서 자야 될 것 같으니.." 난 순남에게 웃으며 부탁했다. 그녀는 생긋이 받아주며 그러고마 했다. 만약 아까 그 산도적 같은 놈들이 다시 습격해 오면 어쩌지? 힘으론 도저히 상대가 될 인간들이 아닌데..불을 피우지 말아야 될래나.. 아냐..산 속은 넘 위험해... 어떤 짐승이 있는지도 모르니까..피우는 게 낫겠지. "이 정도면 되나요?" 그녀가 한아름 나뭇가지를 들고 온다. 헉..난 뭘했지? "아..고마워요.. 제가 불 피울게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또 오면 어쩌죠?" 그녀도 그 산도적들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마저 불안한 인상을 줄 수는 없는 노릇.... "괜찮아요. 내가 있으니깐.." 음...문제는 그녀에게 내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워 보이느냐 인데..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눈초리에 불신감이 서려있지 않다.... 불이나 피워볼까.. 저번에 슈란에게서 배워서 손쉽게 불을 피울순 있었다. 모닥불이 타오르자 곧 주위에 그런데로 온기가 돈다. 등짝은 서늘하지만.... "참..이것 먹어요." 난 허리춤에서 주머니를 끌러 먹을것을 꺼낸다. 그 옷을 팔아치우고 받은 돈으로 산것이다. 마른 과자랑...물.. 그리고 육포.. 맛은 없지만...배고픔을 달래기엔 충분하다. 그리고 옷이 워낙 비싸서인지...이걸 사고도 돈은 충분히 남아있었다. 딱딱한 육포를 어거지로 씹으며 잠시 주위는 조용해졌다. 모닥불을 두고 앉자 말이 필요 없어진 탓이다. 그냥...가만히 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생각들이 머리를 채워온다. 등주에 가면 소문을 만날 수 있을까...슈란은 어디로 갔을까... 이런 생각들이 차례로 머리를 스치다가 문득 난 본질적인 이야기에서 생각이 멈췄다. '내가..이 세계에 온 지도.. 어느새 반년이 훨씬 넘어가는데....(설정 상..^^:;; 현 세계의 시간까 지 그렇다는 것은 아녜요..)난..뭘 하고 있는 걸까...?' 정말...내가 이 고구려에 온 이유는 바로 나의 전생을 찾으러 ...인 것이다. 엄연히 말하자면 소문과 만나기 위함도 아니었고...슈란을 찾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내 전생을 찾기 위함...인데.. 이런 죽을 고생하는데.... 대체 나의 전생은 언제쯤 되어야 볼 수 있을까...? 난....왜 이렇게 이상한 일들을 겪고 살고 있는 건지... 헛웃음이 나왔다. 모두 내가 자초한 일인 것이다. 애시당초 완강하게 그 넘의 실험에 동참하지만 않았어도 소문을 만날 일도...이런 일들을 겪 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결국은...나의 선택이었단 말이야... 하지만....후회는 없다. 그래..어떤 일을 당하게 되더라도..이제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난.....고구려의 사람이 아냐... 돌아가야 할 집도 있고.....동생들도 있어... 만약.......다시는 이곳으로 올 수 없게 된다면.....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돌아가게 되어서....기계가 오류라도 일어나서.....두번 다시..이곳으로 올 수 없게 되면.... 순간 오한이 쫙 끼쳤다. 그리고....가슴이 욱씬거리며 아파 왔다. 소문을 못 만나게......된다......? 한..번도..생각해 보지 않은 사실.... 마치 당연한 듯...지내왔는데... 그래도 이 세상에 그가 있다는 걸 알곤 안심했는데... 돌아가게 되면.....그가 없다... 그 냉혹한 현실엔.............소문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가슴이 무척이나 떨렸다. 제길....이거 뭐냐... 왜 가슴이..... 이렇게 ................무너질듯이.....흔들리는 거지...? 나...여태껏 그자식 없어도 잘 살아 왔다구.. 그런 인간 없어도...꿋꿋이 내 동생들 보호하며..돈벌며.. 살아왔다..... 맞아...이제까진...그것이 내 현실이었어... 하지만.....이젠.... 아냐.... 그녀석이 있어. 부드러운 시선으로 날 주시하는... 녀석이......내 가슴에 있다.. 부정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돌아가게 되면........ "매향...?!" 순남의 부름에 난 생각하다 말고 놀라서 고개를 든다. "예?" "뭘.....그리 골똘하게 생각해요? 표정이 엄청 심각하던데.."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아뇨.. 아녜요. 아무 것도...." 난 어색하게 웃지 않으려 노력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과자 좀 더 드시겠어요?" "응.. 조금만." 음....분위기가 이상해져 버렸군.... 뭐..하지만..정말로 오싹한 상상이었어.. 여기로 못 돌아오다니.. 훗..나도 넘 예민해진 건가? 그럴리가 없지... 오늘밤만 지나면....내일 등주로 향하게 될 거다... 그만 자야 될 것 같은데... 바스락... 나뭇잎 스치는 소리에 난 일순 바짝 긴장해서 동작을 멈췄다. 뭐지? 그 넘들이 쫓아 온 건가? 그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곧 한남자가 불쑥 고개를 내민다. "저..실례합니다.." "에.....당신은......이정?" 정말...이정이다. 그를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무슨 일이지? 나도 놀랬지만...그도 날 보고 좀 놀랐는가 보다. ".....실은 소문의 서찰을 받고 등주로 가는 길입니다." 그가 하얀 종이를 내민다. 그것을 펼치자.. 하얀 백지위에.. 한자들이 무성히 적혀있다. 음...... 우습게도 해석이 되는 구만.. 난 한문이란 과목을 젤 싫어했는데...이상하게도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서찰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것.... 그리고 맨 마지막 줄을 읽고 매향은 저도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매향을 부탁하오... 이자식.... 뭘..이런 말을 써 보낸거야... 참....쓸데없는 소릴... "감옥에선 이미 어디론가로 끌려가고 없더군요..그래서 수소문해 본 결과 등주로 갔다고 밝 혀져서 가는 길입니다." 그는 내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썼다.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럼...오늘은 자고 내일 등주로..가요." "그렇게 하시지요." 그런데 이정은 정말 스스럼이 없다. 마치 순남처럼.... 내가 남자란걸 알텐데... 소문과 평범이상의 사이란것도 알터인데... 아무렇지도 않아하다니.... 이 곳 사람들은 이런 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걸까? 에이..모르겠다.. 눈이나 붙이자... 40화 새우잠으로 밤을 대강 보내고 산으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다시 발을 놀렸다. 가끔씩 다리가 욱씬거려 왔지만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이마에서 솟아나는 땀을 훔치면서 간신히 고개를 넘자 비로소 등주의 모습이 눈 안에 들어왔다. "이..게 ..등주..?"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바다.... 해변가...였고..그곳에서 개미떼처럼 빼곡히 모여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노역자들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런데.... 모두들...발에 족쇄를 차고 한 줄로 굴비 두름처럼 엮여져서 동시에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그들은 하나같이 비쩍 말라서 금방이라도 쓰러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채찍을 든 간수들이 그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가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만 있으면 가차없이 채찍을 휘둘러 댔다. 설마......소문도 이런 곳에....? "이런...너무..잔혹해요.." 순남의 떨리는 음성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 아래쪽에 한사람이 쓰러져있는데 간수가 그 몸 위에 무수한 매질을 가하고 있었다... 모두 엮여져 있으므로 한사람이 쓰러지면 다 같이 쓰러진다.. 그래...생각이 난다... 특히나..고구려 죄인에 대해서 가혹했어... 이렇게 죄수들을 연결해 놓음은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기 위함.. 일을 볼 때도 엉거주춤하게 서서 봐야 되며..잘 때도 먹을 때도 한시도 앉지 못한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난 한순간 오싹했다. "소문...." 그는 틀림없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저 배 아래서 일하고 있을 게 뻔하다... 거대한 배 ....물위에 떠 있기 때문에 노예들도 물 속에서 일해야 한다.. 다리는 바닷물에 절어 퉁퉁 붓고..결국은 구더기가 파먹어 썩어 들어간다... 소문도.....그도..그렇게 되는 건가.....? "매향..?" 이정이 날 살짝 흔든다. 그 덕에 혼란에 빠져있던 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걱정 말아요..내가 소문을 데리고 올 테니까." 그는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장담한다. "........" "당신이 왔었다고도 말해주겠소." 난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 노역장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이 끔찍한 현장 앞에 난 한없이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이레동안....설마..소문이 가혹한 노역에 지쳐서..설마..죽은..건 아니겠지? 당장 이정을 따라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의 건강한 모습을...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자신은..그곳으로 가서 기다릴 수 밖에.. 그가 그곳으로 오기를... 이곳은 태산(泰山)...... 그는 이곳으로 올것이다.... 그래..이곳으로 올거야..... "매향...." 그녀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이런...내가 약한 모습을 보였구나... 참..맞아 순남은 흑벌무의 부인이 되지.... 그녀도 흑벌무가 걱정이 될텐데..내가 추태를 부렸군.... 하지만....이 가늘게 떨려오는 손만은... 어떻게 해도 멈춰지지 않는다.. 그 참혹한 노예들의 얼굴을 봐서일까... 그의 모습은....어떻게 변해 있을까.... 죽은...........것은..........? 어스름이 깔리는 것도 잠깐... 어느새 칠흑같은 밤이 주위를 덮었다. 난 바위위에 걸터앉아 그대로 시간을 죽였다..... 어주 절실하게..그가 살아있기를 빌며..... 이 가슴의 두근거림이 멎기를..... "누가와요!" 그때 순남이 다급한 목소리로 작게 외쳤다. 누가 온다는 거지? 굉장히 빠른 발걸음이다... 인간의 속도가 아닌 듯...하다..... 하지만...다가오는 인형의 모습은 사람이다.... 저 사람......? 아니......세 명이다...... 한 명이 아니라..세 명.... 그들은 여기까지 달려오더니 우리 두 사람을 발견하곤 걸음을 멈춘다. "웬 여인들이...?" 그러면서 제일 덩치가 큰 남자가 이리로 다가온다... 정말...이건 연출일거야.... 그가 다가오자 그 동안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보름달이......얼굴을 드러내 이곳을 환히 비춘 다.... 얼굴에 잔뜩 멍이 들고.....행색은 초라하지만.... 그는.....틀림없는 소문이다.... "매향...?!" 난 나오려는 눈물을 삼키고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완전 거지꼴인걸? 소문... 내가 온다고 그랬지? 응?" "하....... 넌...정말." 그도 나를 따라 웃는다.. 처음으로 내가 그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그 멍든 뺨을 어루만져주며 난 계속 물었다. "심하게 맞았잖아.. 탈출하기 위해서 그랬지? 이정에게 신세 지지 않았지? 그리고 ..날 보러 이곳으로 온 거 ........맞지....? 젠장....얼굴이 자꾸 일그러진다...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쓸데없는 생각이나 한 게 바보같아지잖아... "그래. 네 말을 믿었다. 그래서..본능이 가르쳐 주는 데로 ..이곳으로...달렸다. 넌..정말....나에 겐..과분할만한 ....상대다.." 그런 소린 집어치워! 뭐가 과분해!? 니가 얼마나 뛰어난 장수가 되는데! 그때가 되면 난 네 발끝에도 못 미칠거라구...... 조금도......과분하지 않아.... "정말...이제야 만났구나..이제야 같이 있을 수 있게 됐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우? 날 새겠네..." 그때 상당히 뻘쭘하게 지보가 끼어든다. 아..맞다.. 지금은 탈옥 중이었지.. 어서 도망쳐야 하는군.... "범걸이로 가자!"(뭐..일종의 축지법...) 소문이 날 번쩍 들어 안으며 그렇게 소리쳤다. "엇? 야!! 갑자기 왜이래 안 놔?" 난 놀란 나머지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소문은 날 더욱 꽉 끌어안으며 낮게 속삭였다. "어서 가야해. 그래야 널 안아볼 수 있지 않겠어?" 그런...흑심이..네 뒤엔 있었구나...이 넘아.. 간만에 분위기 잡았더니....꼭 이딴 소리를 해서 다 깨먹어라. 응?? 퍽!! "욱...." 증말..성질도 급한 넘이다.. 세상에 숙소부터 찾는 넘이 어딨냐... "엇!! 이바 소문!! 잠깐만!! 헉....멈춰!!" 넘은 날 침상에 내려놓더니 한 한달열흘 굶은 짐승마냥 성급하게 내 옷을 풀러내리기 시작 한다. "멈추라고!! 소문..야 임마!!" 난 소문의 얼굴을 마구 쥐어박으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애썼다. "웃.." 그때 멍든 곳에 맞았는지 소문이 고개를 숙인다. "어? 내가 잘못 쳤어? 맞은거야? 소문....괜찮..으읍!?" 헉...이 자식 고단수다... 내가 방심한 틈에 내 모든 것을 점령했다. 슈란아...이 넘이 이런 넘이란다...ㅜ.ㅜ "절대로 아프게 하진 않으마..... 매향....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애원하듯 소문이 날 내려다본다.... 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 잡아놓고 애원하는 건 또 뭐야? 그리고..뭐? 아프지 않게 해? 가증스럽구나... 음..하긴..얼마나 참았을꼬.. 이 혈기 왕성한 젊은 나이에.....(나도..혈기왕성한 나인데..???) "안고싶다....안 되느냐?" 안된다고 해도 너 나 안을 거잖아......쳇.. 난...잠시 딴 짓을 했다. 너도 어디한번 애 타봐라... "매향..." "......." "매향....." ".........." "매향.............." "크윽...그만하지 못해? 닭살이 돋잖아!! 제기랄....니 멋대로 해!!" "흐음..그럼 사양 않고." 넘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더니 날 탐하기 시작했다. 흑...왠지 내가 손해본 기분이야.. "............읏.." 소문의 애무는 너무나 부드럽다... 그의 입술과 혀는 나의 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정말.....느끼는 부분만 골라서 건드리는 데에 당할 수가 있나... "웃...읍...." 난 창피스러운 교성을 탄압하기 위해 최대한 소리를 죽였다. 그러자 소문이 고개를 들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춰온다. "음.....하아....응...." 예전보단...훨씬 부드럽고...감미로운 키스..... 저항할 수 없는 농밀한 감각이 내 전신을 짜릿하게 휘감아 온다. 가느다란 은사를 남기며 소문이 저음으로 속삭인다. "참지 마.. 내 앞에서 부끄러워 할 것 없잖아?" 그래..이미 몸주고 마음주고 다 줘버렸다.. 하지만 자존심이 남았는데 어떡하냐?!! 키스가 끝나도 내가 입을 꽉 다물고 있자 소문은 약간 심술궂은 눈으로 날 보더니만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다리사이를 건드렸다. 엄청나게 놀란 난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헉!! 야!!" "그렇게..솔직하게 반응하란 말야.." 소문의 눈동자가 온유하게 가늘어 진다. 그는 자세를 숙여 날 꼭 안는다. 탄탄하고 떡 벌어진 사나이의 몸이 느껴진다...따스한 체온 이 동반되어서 말야.... "부끄러워하지도 말고...자존심 같은 거 생각하지도 말아. 이건 사랑의 행위니까...조금도 부 끄러워 할 것도...자존심이 망가졌다고 생각할 것도 없어.....매향..널 너무나도 사랑한다....내 이 몸..내 자존심..너에게만은. 모두 줘도...아깝지 않아.....넌?" 난 대답을 망설였다.. 결코...그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결코......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기뻐서....... 미치도록 기뻐서.......... 대답은 이것이면 되겠지..... 소문을 밀어내던 내 손이 그의 넓은 어깨...목 뒤로 살며시 감겨들었다. 더 이상의 말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만큼...정확한 대답은 없다.... 말이란 것은 그 행동으로 부족함에서 나오는 보조일 뿐인 것을.... 진정으로 이 한마디면 족한 것이다... 온 몸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사랑한다..... 그것이면 수십 가지의 미사여구가 필요 없다.. "매향..............널 사랑한다..........널 사랑한다.......널 사랑한다......" "응.............음.....아...하악..................소...........문......." 얇디 얇은 천 뒤로...뜨거운 숨결에 뒤섞여 조용히....밤은..젖어들어가고 있었다. "형님. 아무래도 배를 탈취해서 돌아간다는 건 어려울 것 같소." 희미하게...지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음........뭐지? 얇게 쳐진 커튼 뒤로 세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고 있다.. 헉....나 홀딱 벗고 있네... 다..행히도 이 넘의 커튼이...날 가려주었군... "왜?"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매향과 순남 때문에.....저래뵈도 매향의 다리는 완쾌된 게 아니오. 무 리하게 된다면.." "그래서......버리고 가자는 건가?" 소문의 음성에 한가닥 냉기가 머물렀다. 음....나도 대강은 알고 있었어.. 멀쩡하게 걷곤 있지만...유난히 밤이 되면 다리가 쑤시다는거.... "아.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차라리 육로가 나을 듯 해서 말이오." 소문은 생각에 잠긴듯했다. 아..자고 일어나서..머리가 좀 멍하긴 하지만... 이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갈켜주지. 길구나..이야기가.. 짧게 축약하자면... 고구려의 왕 영양제를 꼬시던 부소가 추방되었어. 부소는 온건파의 무리거덩? 그래서 수나라와의 뭐..평화조약을 맺고 공물을 바치자고 주장했 었어. 그리고 을지문덕은 그 반대였구. 근데 왕이 부소의 말을 듣고 있으니까 을지문덕의 말은 언제나 통과되었지. 문제가 터진거지. 말갈이라던가? 거기로 간 고구려 사신을 수나라의 양제가 창피주면서 전 쟁야기가 발발한거야. 부소도 알곤 있었겠지. 이대로 계속 평화만 주장해선 안된다는걸..그렇지만 개혁을 일으켜 보려고 해도 지 주위에 온갖 부패에 물든 무능한 자들밖에 없으니 불안해도 어쩌겠어? 그냥 무식하게 계속 주장하는 수밖에... 그러다가 아까 세 줄위의 문제가 생겨나서 왕제 건무와 을지문덕이 이제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을 올린 덕분에 그는 축출되었지... 그리고 을지문덕은 승(承)이 되었구..부소땜시 언제나 핍박받던 건무도 상가(相加)의 자리에 올랐어. 상가라는 건 막리지의 다음 서열이야. 지금의 국무총리..영의정쯤으로 생각들 하면 쉽지? 그렇게 부소가 쫓겨났기에....소문이 돌아갈 생각을 한 거지. 설마.....연씨가문을 모함하고 반역죄로 숙청 시킨게 부소란 거 모르는 사람 없겠지? 그래서 소문이 핏덩이로 버려져 마휴의 손에서 크게 된 거라구.. 음...내가 제대로 쓰질 않았나 보군... 뭐..그런 거야.. 그래서...이젠..고구려로 돌아갈 궁리를 하는 거지... "육로? 그게 더 힘들지 않겠나? 만리장성을 넘어야 하는데?" "그걸 피해갈 수도 있수. 우회하면 되거든.." 여기서부턴....계속 지리가 나오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음..그게 좋겠군..그럼 벌무 지보의 말대로 할까?" "그럽시다 장사꾼으로 변복하고 떠납시다." "좋아. 그럼 두 사람을 데리고 떠나자." 두 사람이 나가자 소문은 이리로 다가와 천을 걷는다. "일어났군. 매향..아픈가?" "뭐...그런 데로 참을 만해. 고구려로 돌아가는 거지?" "그래. 이젠 돌아가는 거야. 조국! 고구려로 돌아가는거라구. 가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간 다...이 땅에서의 수모...언젠간 꼭 복수를 하고야 말겠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고야 말겠 어....꼭....돌아오고야 만다...." 거기서 말을 끊고 그는 날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널 꼭 행복하게 해주겠다...이런 일만 겪게 하고..." 음..내 다리를 말하는 거야? 뭐 상관없어..... 지금은...기쁘기만 한걸.... "자. 떠나자." 결연한 빛으로.....어둠 속에서...연개소문은 그 포부를 부르짖었다. 전쟁이란 빌어먹을 건 말이지.. 승리를 하건 패하건 비참한 거야..승자와 패자에게 남는건 무수한 시체와 굶주림..그리고 막대한 세금 수많은 고아와 과부........다리와 팔을 잃은 병신들만이 남게 되지.... 정말 비참한 그 전쟁을.....저놈의 수나라 양제넘이 계획하고 있다는 거지. 이름하야......고구려 정복.. 그는 자신만만해 있어.. 그들의 군사는 2백만일 넘는데다가 왜...그 천리장강 때문에 군량물의 보급도 원활하거든..그리고 주변나라들도 모두 지들 속국으로 만들었거든? 그런데 눈깔시러운 쬐끄만 나라 고구려가 지들 말을 드럽게 안 듣잖아.... 양제로선 정말 걸리는 일이 아니겠어..? 모든 나라..신라 백제..돌궐..등..자신에게 허리를 굽히는데 이넘의 고구려란 나라하나가 뻗대고 있으니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어? 원래 아비 문제가 정복군을 일으켰다가 대패한 후 제우에 오른 양제가 제위 8년이 되는 지금껏 품은 생각은 고구려 정벌뿐이었어. 그래서 고구려란 발칙한 나라 하나를 무릎꿇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그들은 전쟁을 일으켰지.... 고구려 조정에선 난리가 났지.. 강경과 온건파들이 서로 싸우는 거야... 온건은 쫓겨난 부소의 추종자들이야.. 그리고 강경은 왕제 건무..을지문덕 노장 강이식 장군.. 이런 사람들이고..이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한다고 할 수 있지.. 그넘의 온건파 넘들은 모조리 쓸어버려야 햇!! 지금 고구려의 왕 영락제는 원래는 건실한 왕이었어..하지만 부소란 나쁜넘의 감언이설에 꼬드겨져..주색을 밝히고 나라를 엉망으로 돌보았지... 그러다가 부소가 쫓겨나고 정신을 차리게 된거야. 결국 강경파의 주장이 받아들여 졌고... 1백 13만 대군으로 쳐들어오는 수군에 고구려는 맞서게 된거였지. 그래서...시작된게 고수전쟁.... "매향!!" 저쪽에서 수졸의 갑옷을 입은 소문이 달려온다. 아항..지금이 점심시간이군... 난 취사병이다. 내가 군사가 되겠다니까 소문부터 시작해 모두들 날 비웃는...바람에... 오기로라도 군사가 되겠다고 땡깡을 피워서 취사병을 맡게 되었지. 근데...정말 짜증나는건...난 의료병이 아닌데 왜 모두들 조금만 아프면 내게 오는거야? 그리고 언제나 내 주위는 시커먼 사내놈들로 둘러 쌓여있어 피곤하기 짝이없다. 어제만 해도 어떤 미친넘이 내게 고백을 해왔다.. 물론 난 정중한 태도................로 거절해 주었지만.. 뭐..별거 아냐..다리사이를 힘껏 걷어차 주는 걸로 끝이었어.. 그정도로 마무리를 짓는데.....유난히도 소문 저녀석이 내게 자주 온단 말야.. 너 그렇게 나한테 신경써도 되냐? 지금 수군의 수졸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왜?" 난 퉁명스레 대꾸했다. "괜찮아?" 그럼...괜찮지 내가 그새 죽기라도 할까봐? 참..싱거운 넘일세.. "배급받고 싶음 뒤에가서 줄서." "밥같은거 보다 네가 더 걱정이다." "무슨 헛소리야?" 난 내앞에 선 병사에게 밥을 퍼주며 물었다. "넌...너무 위험해. 이 냄새나는 넘들속에서 놔두기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 주걱을 휘둘렀다. "너 당장 뒤로 안가?!!" 영 마땅치 않다는듯 그는 나의 주걱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으휴...내 참....언제 수군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저넘 하는 말이라니... 참...우리가 왜 수군이 되어 있냐고? 그건 소문의 생각이었어. 우린 두달쯤 걸려 고구려로 돌아왔구..전쟁이 터졌다는 사실을 알았어..(원래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때 소문이 건무의 아래로 들어가자구 했거든... 대원수는 을지문덕 장군님은 압록강 유역과 수도인 평양성을 지키고 있고..(그분의 살수대첩.....정말.....멋졌다..) 왕제 건무는 패수유역과 황해일대를 지키기로 된거지..왜냐면 수군의 침입로가 그곳이 제일 적당했으니까말야. "적함이다!" 열세번째 병사에게 밥을 퍼주던 나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과연...장관이었다.... 검은 까마귀 떼가 나는듯 수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낸 수군의 함대는 곧 점점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학진이다!!" 조금도 빈틈이 없어보이는 공격대형.... 그리고 숫자도 굉장히...많다...언뜻봐도 수백척은 될듯하다.... "원문진을 펼치고 각 전함은 공격위치로!!" 건무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들 식판을 내던지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다.. 그가 탄 총수 전함을 가운데 두고 모든 대소함들이 타원형의 진을 구축하고 그에 대항했다. 물론 난 소문이 오른 배에 같이 올랐다. 이 생생한 현장을 놓치기엔 너무 아까워 내 목숨 같은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살수대첩을 눈으로 본 나였기에....... 승리했을때의 그 짜릿함은 이루 말로 할수 없었다. "과연 무시무시하군..." 겁이 나는지 적함 떼를 바라본 지보가 부르르 몸서리르 치며 말한다. "몇척이나 될까? 5백..척은 넘겠는걸?" "전투준비!" 총수전함에서 명령이 하달되어 온다... 드뎌 전투란 말인가.... 문득 소문이 날 쳐다본다... 그는 정말로 날 말렸었다. 내가 견뎌낼 수 없을거라고....이런 비참한 참상을 견뎌내지 못할거라고...죽을 지도 모른다고 그는 필사적으로 날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난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난 죽더라도 싸워보고 싶었다... 언제나 글로만 읽던 삼국지...전쟁 스토리들을 직접 겪어보고 싶은 마음.... 15만 대군이 내 앞에서 죽어갔다. 마치 영화처럼.....너무나 쉽게...... 정말...한편의 영화같았고....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다. 하긴 을지문덕은 정말 위대하니깐..... 그땐..정말 ....휴우.. 앗차...소문이..... "난 괜찮아." "전군은 물러서지 말고 영광된 전사를 각오하라!!" 비장한 건무의 명이었다.... 전열을 정비한채 양군 총수의 전함이 앞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대장들끼리 뭔가 할말이 있으신가 본데.... 참...적장은 내호아라는 인간일거다. 수군의 수졸의 지휘를 맡고 있지.. 둘은 뭐라뭐라 지껄이더니 곧 치열한 공격이 시작된다.. 아무래도 우리쪽이 말싸움에서 이겼나 보다.. 음.그건 중요치 않고.... "전군 공격!!" 건무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양군의 접전은 곧 불이 붙었다. 황해.....그 드넓은 바다가 소용돌이치면서 미친듯 춤을 추고 있었다. 하늘엔 비가오듯 화살들이 날아다니고 군사들의 아우성이 바다위를 떠돌고 있다. "위험해!!" 순간 소문이 날 안고 뒹군다.. 내가 있던 자리에 다섯발의 활이 꽂혔다. 난 섬뜩해 짐을 느꼈다. "괜찮아? 이 바보야 ..그렇게 멍하니 서있음 나 죽여 달라는거냐?" 소문의 질책이 들려온다... 아..맞다..서술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나도 싸워야지... "윽...!!" 그는 나에게로 덤벼드는 수군을 막느라고 혼자 여러명을 상대해야 했다. 헛..이거 짐이 되고 있군... 괜찮다고 해놓고...뭔 쪽이람... 난 재빠른 몸놀림으로 소문의 품에서 나와 한 병사의 안면을 걷어찼다. "날 내버려 두고 네 할일이나 하란 말야!!" 소문은 여전히 못 미덥다는 눈... 제기랄....지금 내옆에서 고구려수졸하나가 피를 뿜으며 거꾸러진다.. 더이상 저녀석과 붙어있을 순 없다... 나로인해 저녀석마저 위험해 질순 없지. 난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내손에 쥐어진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꼭 움켜잡았다. 나에게 덤벼드는 놈에겐 모두 일격을 먹여주고 계속 헤치고 나갔다. 지금..난 소문에게서 달아나는 거다... 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그리고 나도 남자다.. 그의 보호만을 받으며 살긴 싫었다. "이 놈!!" 갑자기 거대한 덩치의 수군하나가 몸으로 부닥쳐 온다. 피..피할수가.... "크윽!!" 이 아수라장 속에서 난 저멀리 나가떨어져 기둥에 몸을 부딪히고 말았다. "우우욱..." 정말..드럽게 아프다...이거 허리 부러진거 아냐? 난 씨근거리며 날 밀어친 그넘을 올려다 보았다. 나보다 오십센치는 더 커보이는 그 넘은 킬킬대면서 내게 다가왔다. 난 벗겨진 투구를 집으려 했지만 그넘의 발이 그것을 밟아버렸다. "크크크크..이건 계집이냐 사내냐. 벗겨보면 재밌겠군?" 이넘아 전쟁중에 그게 할말이냐 이 썩을 놈... 난 분이 있는데로 치받아 벌떡 일어섰다. 다행히 칼은 놓치지 않아 내 손에 얌전히 쥐어져 있었다. "이야아!!" 난 무작정 달려 들었다. 하지만 넘은 상당히 싸움에 익숙한 넘인지 날 쉽게 피하곤 배에다 일격을 가했다. "쿨럭...." 윽...정신이 아찔했다.. 신 위액이 조금 올라왔다...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대자 곧 연달은 공격이 이어졌다. "크악!!" 가뜩이나 숨쉬기 힘든 배에 넘의 발이 꽂힌 것이다.... 으윽...내장이 파열될 것 같아.... 난 널부러져서 일어서질 못했다.. 정신이 흐려져 왔다... 빌어먹을 여기서 죽는거냐..... "뭐야..이거 가지고 놀 재미도 없구만. 쓸모없는 넘...고구려엔 네넘같은 넘들 뿐이냐? 뭐..을지문덕이고..모두 쓰레기같은 나부랭이인가 보군?" 순간 가물가물해져 오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에 불똥이 튀는듯 했다. 이 더러운 자식......뭐라구? 지금....갈아마셔도 시원찮은 네 혓바닥이 누굴 우롱한거야? 난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내며 그넘을 씹어죽일듯 노려보았다. "클클클..정말 도발적으로 노려보는구만...이젠 네놈을 가지고 노는것도 싫증나니 단숨에 숨을 끊어주마." 녀석이 검을 뽑더니 내게 다가온다.... 헉............빠르다.... 뭔가...휙 한다고 생각했더니 어느새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내 오른팔에서 팍 하고 선혈이 내뿜어졌다. "욱.." "클..꽤나 괜찮은 몸놀림이구나. 나의 검을 피하다니...하지만 이젠 마지막이다." 순간의 반사신경으로 그다지 깊게 베인것 같진 않았지만....정말 위험했다.. 이 자식...말만 능글거리는게 아니라...진짜 실력이 있다... 제기랄.....이 빌어먹을 자식의 혓바닥을 뽑아놓아야 성질이 풀리겠는데...이대로 가다간 오히려 내가 개죽음 당할 판이다... "크어억.." 내 앞으로 고구려 병사 한나가 고꾸라진다...그의 머리에 수군의 화살이 꽂혀 있다.. 이..병사..내가 아까 마지막으로 밥을 퍼줬던.... 제길.....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 이젠 내가 죽건 말건 아무렇지도 않아... 이런게 전쟁이다.... 눈으로만 보던 전쟁이 아니라 실전이라는게 정말 뼈저리게 느껴진다... 하지만....이상하다.... 왜...이렇게 강렬한 희열이 내몸을 휘어감는 것일까? 곧..죽게 될게 뻔한데..... 난 조금도 겁나지 않는다.... 팔에서 계속 피가 흐르지만 그것이 더 날 들뜨게 했다. "와아아아!!" 갑자기 함성이 터진다. 난 시야를 들어 그쪽을 향했다. 아....소문이다....그리고 지보와 흑벌무..... 그들 셋이 수군의 전함을 빼앗고 있다... 수군은.....아마도 새로운 운제인지 뭔지하는 신무기로 고구려군을 짓밟고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이 세사람일 활약함으로써 다행히 승리하게 된다는......것.... 그들은 겨우 세명인데도 백명이 넘는 수군을 모조리 바다로 떨어뜨리곤 배를 탈취하는데 성공했다...그리고 단숨에 상황을 역전시키고 있다. 그는 열심히 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꼴사납게 나도 여기서 죽을 순 없지..... 난 눈을 부릅떠 놈을 노려보았다. 흐릿했던 시계가 한결 밟아지는 느낌이다... "마지막 발악이냐?" 그 넘은 비죽이 웃으며 날 조롱한다.. 네놈이 날 비웃건 말건.....난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것도 좋겠지...하지만 죽는건 네놈!!" 아까와 똑같은 검법....이번에 노리는건 내 심장이다.... 나의 몸이 허물어진다.... 하지만 쓰러지는건 아니다.... 부드럽게 그의 검을 흘려버리고 힘을 모아 난 내 검을 그의 몸에다 박아 넣었다. 뼈와 내장을 가르는 느낌이.....너무나 부드럽다... "컥..." 그 거대한 몸이 기우뚱하고 기운다.. 그리고..내손에 따뜻한 액체가 흐른다.... 피...... 뜨겁다고 느껴질 만큼............... "너..........." 그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경악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난 그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한마디 쏘아주었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병신." 그리고 네가 모욕한 장군께도 용서를 빌라구. 난 마지막 고통을 주기 위해 놈의 가슴에 발에 대고 검을 뽑았다. 분수같이 피가 튄다......난 그 피를 모조리 뒤집어 쓴채 즐기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넘의 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이땐....내 안에 뭔가가 툭..하고 끊어진 것 같다.... 난 지긋이 웃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내 눈엔 개미만해 보이는 수군들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고구려군의 승리였다..... 어디선가....징소리가 들려온다.. ..승리의 징소리...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이미 내몸은 피로 목욕을 한듯 벌겋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내 앞에 공포로 벌벌 떨고 있는 수군 병사가 서있다.... 음......... 맞아... 이 넘을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껏..내가 몇명이나 죽였지....? 나도 모르겠다....그저 눈에 뜨이는 데로 베었는데.... 내가 ..잠시 미친걸까..... 손이 떨리고 있다.. 처음으로....살생을 했다...... 그것도....몇명이나 죽였는지도 모른다.... 난 ..검을 떨어 뜨렸다.... 그리고 돌아서 버렸다... 징소리는 이겼다는 소리와 동시에 돌아오라는 소리... "매향...?!" 소문이 믿을수 없다는 투로 날 부른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날 보곤 그도 놀란 듯 했다. "다..다친거냐?" 글쎄....유감스럽게도 내가 다친곳은 입속하고 오른팔뿐이야 소문.... "아니..." 이상하게도 소문 앞에 서니까..안심이 된다.. 내가 수백명을 죽였건 수천명을 죽였건....그의 앞에 서니 모든 건 눈녹듯 사라지고 그저 편안해 진다... 그도 ..그럴까? "매향...?!" 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사람을 죽였어." "음..?" "사람을 죽였어......수군을.....몇명을 죽였는지도 몰라...." 점차....목소리가 떨리는군..제기랄.... 내가 왜이러지....? "매향..." "죽였어......내가..너무 시건방졌어......죽을뻔했고..어쩔수 없었어....어쩔수 없었어...." 그대로 그 어깨에 난 얼굴을 묻었다. 이젠..어깨까지 떨리고 있다.. 아까 그 덩치를 죽일땐 아무렇지도 않던 것이 지금와선 견딜수 없는 죄책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괜찮다...매향..그들은 적이야. 죽이지 않았다면 네가 죽었을 거야. 넌 조금도 죄책감을 느낄것 없다.. 그 넘들이 널 죽였다면 난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그놈을 발기발기 찢어버렸을 테니말이다....적을 죽인것 뿐이야..알겠어?" "응.." 그의 커다란 손이 무척이나 부드럽다.. 전장에선 용맹한 호랑이와 같이 기세를 뿜으면서..이렇게 나에겐 다정하다... 서서히......떨림도 멎어오고.....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 아까 활약한 사람 네명 있나?" 그때 막사가 걷히며 부장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고개를 내민다... 음..소문하고 지보..흑벌무인건 알겠는데.....네 명이라구? ...............나란 말인가..... 헉........왜..? 내가 한게 뭐있다구? "적의 장수를 쓰러뜨렸으니 그 공이 크다. 그리고 수많은 수군병사의 목을 베었다." 건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헉스..그럼..그 덩치가 적의 장수라고? 저..정말로? 어쩐지...보통 병사같진 않더니만.... 그럼...나도 공로잔가? 허..이것참..우스운 일이군... 피로 떡칠을 했더니..공로자가 되다니.... "음..연개소문이라고....?" 건무는 신음소리를 삼키더니 뒷짐을 진다.. "그동안 어디 있었나?" "......" "국내성에서 잠적한 뒤 어디에 숨어 있었지?" 음..그 사건이군...금검 해구와 함께 국내성에서 가륵의 무리를 징벌한...글구 우린 도망쳤으니 말야.......^^;; "중원에서 방랑했습니다." "중원? 거기서 뭘했지?" "듣고 보고 방랑했습니다." "돌아온지도 이제 두어달이 되어갑니다." 지보가 불쑥 나서며 묻지도 않은 질문을 했다. "운제(수군의 신무기) 대함도 천리 대운하에서 본것입니다. 수의 양제가 순행하면서 내보인 것이지요. 소문형님이 새 병기를 자세히 기록해 두라고 하셨기에..우리는 그 병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고 작동법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정도면 칭찬이 날아와도 댓번 날아와야 할텐데....불안하리만큼 건무는 조용하다.. 그러더니 곧 밖에 서 있는 부장을 불렀다. "이 세 놈을 잡아 가둬라." 손가락으로 연개소문, 흑벌무, 지보를 가리킨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모든 장수들이 깜짝 놀란다. "왜..그러십니까? 이자들이 없었다면 싸움에서 졌을 것입니다. 그런데..하옥하라 하시니.." 건무의 옆에 섰던 장수가 나선다. 그러나 건무는 아무런 말도 없다. "수상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다른 부장이 끼어들자 건무는 소문을 쏘아보며 입을 연다. "이자들은 국내성 민란때 선봉으로 나섰던 무뢰배들로 수배되었던 죄인들이다. 그동안 잠적해 있다가 전란에 나타난 것이다." 곧 세사람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건무씨..대체 무슨 변덕이야? 쳇...어차피................ 좌중이 조용해지자 그는 다시 명령을 내렸다. "이들을 가둬라." 군교 세사람이 달려들어 끌어내갔다. 헌데..난 ..왜? 나도 ..수배되었던 걸로 아는데.......내가 그런 눈으로 건무를 바라보자 건무는 작게 헛기침을 한다. "그래도..여인을 습기찬 감옥에 보낼순 없으니.." 흠......그러시다..이건가...? 뭐..여기서 내가 남자다..하고 까발리면 나도 하옥이겠지? 어쩐다....속일까....말까.....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난 다른 방으로 끌려가 가둬졌다. 그래도 보통방이다.... 감옥은 아니고......좀 초라한....그리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근다.. 쳇....죽어라고 뛰어줬더니 잡아가두고...... 아마 지보와 소문 흑벌무도 그런 말을 투덜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만 기달려 보라구......헤헤헤헤.. ========================================================================================= 드뎌..2부 시작.....^^ 매향이도 활약해야 겠져? 작성자 : 이수 (raicen@hanmail.net) 추천: 19, 조회: 594, 줄수: 286, 분류: Etc. 전생 2부- 2 "나와라!" 음.....깜빡 잠이 들었었나..보다. 군졸 둘이 다가오더니 날 끌어낸다. 건무가 풀어주기로 했나 보다..어차피 풀어줄거면서.. 그의 집무실로 가니 이미 소문과 지보, 흑벌무는 풀려나와 서있다. 소문이 내게 안위를 묻는듯한 눈빛을 주었다. 난 괜찮아.. 응..눈이 좀 피곤한 것이..... 제대로 못잤나.. 하긴....밤새도록..가슴이 떨려서.. 정말..살생은 처음이어서.. 이 두손이 그토록 흥건히 피로 적셔졌다고 생각하니..정말 믿을수가 없었다. "내 너희들의 죄를 물어 책하려 했으나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 그건 너희들의 전공을 가상히 여겨 전쟁이 끝나면 죄를 묻겠다. 허나 훌륭한 공을 세운다면 벌대신 상을 내릴것이다." "고맙습니다." 소문은 고개를 숙인다. 뭐..잘된 일이지..그에게도 건무에게도..말야. 구속이 되고 그는 사실 겁이 났을거야. 아마도 건무가 자신의 신분을 아는 것이 아니었을까..하고 말야. 하지만 저 건무는 모르는듯 하지? 그는 우리에게 손수 술잔을 내려주었다. "원래 고향은 어디지?" 그가 물었다. "국내성 근처의 비류산 밑입니다." 갑자기 물어서인지 소문은 어쩔 줄 몰라하다가 급히 대답했다. 짜식..뭘 당황하냐? "네 무용이 대단하던데..원래 무예를 익혔던가?" "아닙니다." "보통 솜씨는 아니던데? 네 사람 다?" 흐..그 네사람 속에 나도 속해 있다니..정말 우스운걸.. "보셨습니까? 저희들은 따로 무예를 익힌건 없구 그저 출신이 모두 사냥꾼입니다." "오..그런가.." 지보가 빙긋이 웃으며 나서자 그는 새삼 놀란듯 하다. "내일부터, 아니..오늘 밤 부터 세 사람은 선창에 들어가 일을 하라." "선창..예요? 무슨 ..일을?" "지보라고 했지?" "예? 예." "적의 운제구조를 잘 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와 똑같은 운제를 제작토록 하라. 당장 싸움에 사용되지 않더라도 두고두고 쓰면 되니까 말이다." 대원수 건무가 연개소문을 바라보았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그보다..급한 일이..있습니다. 운제를 만드는데는 여기 네 사람 중 하나만 참여해도 해 낼 수 있습니다." 소문의 말에 건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머지 세사람은 뭘 하겠다는 건가?"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저희들은 모두 의형제들입니다. 운제 제작은 제 아우인 지보에게 맡기십시요." "흐음. 싸우겠다? 가상하구나..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라. 운제 제작은 지보가 맡고 나머지 세사람은..." "외람되오나........" 또 소문이 끼어든다.. 야 너 그러다 숙청되면 어쩔라구 그러냐? "또 뭐지?" 음..일순 소문의 눈이 날 향한듯 한데? "매향을 보호해 주십시요." "매향..?" 소문의 눈동자가 정말로 날 가리키고 있다....헉.... 뭐야 너!! 왜 날...!! "아..그래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변복을 하고 전장에 뛰어들다니..." 건무는 날 보더니 서슴없이 가녀린 여인이란 말을 뱉어낸다. 내가 거울로 봐서 할말은 없지만.... 나 지금 무지 더러워....씻지도 않은 데다가 머리도 엉클어 졌구.. 그런데도 여자로 보인단 말이냐!! ㅜ,ㅜ 정말..짜증난다... "저....전..여자가.." "알겠다. 내 친히 보호해 주마." 헉.....내 말을 짤라 먹으면 어떡해 건무!!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날 쳐다본다......안돼.. "저..저도 나가서 싸우게 해 주십시요!!" "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다. 어제 건무가 소문을 감옥에 집어 넣으라고 할때마냥.. "제발..부탁드립니다. 저도 싸우게 해 주십시요.." 난 그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부탁했다. 소문은 왜 쓸데없는 짓 하고 난리야!! "허나..여인..." "여인이면 어떻고 사내면 어떻다는 것입니까? 저도 충분히 싸울수 있습니다!!" 난 의지를 굳힌 눈으로 건무를 올려다 보았다. 건무도..꽤나 잘생겼구만.... 소문 만치 떡 벌어진건 아니지만.... "......좋다.. 그대도 나가거라." 드뎌..허락이 떨어진다.. 소문이 부리부리 날 쏘아보고 있지만 헹이다!! 약한 모습은 어제 보인걸로 끝이야... 이제 더이상 그런걸로 떨지 않을거야....어젯밤을 새가며 떨었던 걸로 끝이라구.. 이런 약한 모습으론....더이상 네 옆에 있을수가 없다.. 그래서 난 더 강해져야 해... 그의 힘이 되기 위해서...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거야?!" 나오자 마자 소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제길!! 너야말로 쓸데없는 짓 말아!! 내가 언제 보호해 달라디? 나도 싸울수 있다구!!" 오히려 내가 맞받아 치자 그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날 보곤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나중에 이야기 하자..난 다시 들어가 봐야겠어." 그러더니 건무의 집무실로 다시 들어간다. 쳇..... 대체 뭐야.. 어제 떤건....처음으로 사람을 죽여서.... 나도 주체할수가 없어서였다구... 하지만..... 이젠 견딜수 있어... ........정작..내가 견딜수 없는건.... 한심할만큼 약해진 내가 너의 보호만 받는 거란 말이다... 점점 대단해져 가는 너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는거......정말 미치겠단 말이야!! 아마도..그는 지금 건무에게 자신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만약 내가 같이 있었다면 그 이야기를 들려 주었겠지만....난 들을 수 없다.. 아마도 수군의 보급로를 차단하자....그쪽으로 응원군을 보내라..뭐 그런 내용인것 같은데..을지문덕님과 마찬가지로 소문의 뛰어난 전략이 빛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걸 계기로 소문은 건무의 마음에 들게 된다... "흑벌무!!" 전장중에 전공을 세운 사람을 표창하기 위한 시상식이 열렸다. 이름이 불린 흑벌무가 당당히 나가 시상대에 선다. 그는 수탐격선 해라장으로 특진했다. 소함정의 대장이 된거란 뜻일거다 아마도..그리고 소문이 불려나간다. "목숨을 돌보지 않고 적의 운제대함을 탈취하여 혁혁한 공로를 세운 연개소문을 수탐격선 선대장으로 특진시킨다!!" 와아아아아!!!! 전군에 함성이 인다.. 내 눈에 비치는 소문의 모습이 눈부시다.. 이제 그는 밝은 빛으로 향한다.. 어두운 음지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이 생활을 소문이 얼마나 기다렸을까..언제나 협문밖에서만 맴돌던 그가 이젠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간 것이다.........자신의 뜻을 펼칠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소문.. 난 건무에게 부탁하여 상이 필요없다고 말하였다. 솔직히 내가 상받아 무엇하겠는가..실수로라도 역사에 내가 기록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깐.....그냥 숨겨두는게 낫겠지.... "푸하~!!" 개운하게 세수를 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은걸... 날씨도 맑은것이 구름한점 없다. 지금이 수군과 패수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폭풍전야의 상황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후...머리가 상당히 길었는걸.... 이젠 어깨까지 내려오네... 우습군... 내 원래 몸뚱인 하나도 변한게 없을텐데..여기선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말야.. 마치..진짜 내가 고구려 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젠 내 전생에 그다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이쪽으로 떨어진 걸 보아 아마도 이곳에 내 전생이 있는건 분명할거고...초조해 하지 않아도 언젠가..알 수 있게 되겠지.. 지금은 소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련다. "그렇게 하니 한결 더 아름다워 보이는군." 어느새 다가왔는지 소문이 내 뒤에 서있다. 훗..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이넘이 나타나는 건 언제나 신출귀몰 하니깐... "그래? 분도 칠해볼까?" 이런 농담을 내가 하다니....참..나도..많이 변했군... 근데.. 이넘 왜이리 심각한거야? 내가 농을 던지면 지도 언제나처럼 느끼한 말로 답해줘야 할거 아냐? "매향.." "웃.....야 왜그래?!" 놈이 내 손목을 잡는다. 그리곤 빠른 동작으로 내 허리를 안았다. "난....너무 걱정이 든다." "응? 뭐가?" "넌..너무 위험해보여서." "또 그런 헛소리야? 누가 날 덮친다고.." "그런게 아니다" 소문의 음성에 힘이 실려 있다. 정말 진심인가.....? "정말 넌 위태롭다...언제나 몸을 함부로 던지고 자신의 목숨따윈 생각지 않아.. 어제도 피를 뒤집어 쓴채 내 앞에 나타난 너를 보고 심장이 파열되는지 알았다...홀연히 사라지더니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고..내 명을 줄일참이냐 너는?" 소문....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내 너를 꼭 지켜주리라 했던 걸 기억하느냐?" 기억이 날 듯하구만... 쳇..지켜주기는 뭘.. 내가 파릿하고 쏘아보자 그는 고개를 떨군다. "난 말만 번지르르한 놈이었어..결국 지금도 네가 단신으로 전장에 나서는 걸 볼 수밖에 없다니.... 난 이제 한 무리를 다스리는 지휘관이라 너만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다.." 알았어..알았다구. 조심하라는 거지? "꼭....네 생명을 지켜라.....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라...그것이 나도 사는 길이니까.." 가슴이.....찡해 온다.. 그 누구도...내게 이렇게 말해 온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한 사람의 마음을 깊게 받아본다는거........처음있는 일이다. 소문은 나를 사랑한다.... 정말 절실히 사랑하고 있다고 전해져 온다... 나는...........? 그 대답은 들을 가치도 없겠지.... 난 내가 지을수 있는 최대한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 난 절대로 죽지 않아. 너나 조심하라구 소문............" 말꼬리가 흐려지고 말았다... 왜 ..나오지 않는걸까.. 그 '말'이.. 그는 원하고 있을텐데..... 뭔가 어색한....듯한 분위기가 흐려는 찰나... 징소리가 들린다... 이건 출병을 알리는 징소리다.. 또다시 출격한다.... 수군과의 전투를 위해서 말이다.... ========================================================================================== 음....오널은...짧게.. ^^ 시간이 넘 늦어서 늘상 열시에 집에 들어가니깐요.. 할머니에게 죽어라고 혼나요..^^;; 집에 개인컴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성자 : 이수 (raicen@hanmail.net) 추천: 20, 조회: 1005, 줄수: 296, 분류: Etc. 전생 2부- 3 며칠동안 계속 소규모 전투만 벌어지고 있다. 짜증이 날 지경이다.. 제길..몰아칠려면 한번이 몰아쳐 싸우던가.. 왜이리 버벅대는 거야? 그리고 저넘의 수군 자식들은 왜 공격하지도 않고 움츠리고만 있는거냐구! 이러다가 고구려군만 더 죽잖아!! 오늘도 출전했다가 수군넘 다섯정도를 죽이고 돌아왔다. 어느때는 무심히 인간을 베고 있는 내가 섬찟하기도 하지만.... 이건 숭고한 행위다... 수나라쪽에는 악랄한 행위겠지만 고구려쪽에서 보면 난 영웅이 되는 걸테니까... 소문은 지금 뭔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듯 하다. 그의 머리에서 전략이 구상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이럴땐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러더니 어느샌가 벌떡 일어서 나에게로 다가온다. 엉...? 나에게? "매향, 같이 가자." "응? 어딜?" 설마 여자아이들 처럼 화장실 가는데 같이 가잔 건 아닐테구... 소문과 내가 간곳은 건무의 집무실 앞이었다. 보초병에게 뭐라고 속삭이자 금세 들어갈수 있게 되었다. 너 ...저번의 그 전략으로 건무의 신임을 톡톡히 샀나 보구나? "웬일인가?" 건무는 서류를 들여다 보다 말고 소문과 날 향한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좌우를 둘러본 건무가 측근을 물리쳤다. "뭐지?" "이렇게 소모전을 거듭하실 필요가 없을 듯 해서입니다." "소모전?" 건무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말이 건방지긴 했다.. 하지만 우스운게 윗분들은 말야...지들 하는 일은 다 깊은 생각이 있어서이다..니들같은 아랫것들이 뭘 알겠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내 생각엔 오히려 쓸데없는 계획만 잔뜩 세워놓고 정작 실적은 아무것도 없는게 더 많은 것같아. 건무도 그런것 같구 말야...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하는거지?" 그는 불쾌한 얼굴로 소리쳤거든.. "죄송합니다만..이런 방법이 아니어도 내호아(적장)의 함대를 패수안으로 끌어들일수 있을듯 해서......외람되고 주제 넘은줄 알지만...." 헉..... 정말이야 소문? 내호아..그 수군의 얄미운 적장자식을 유인할수 있다구? 음...말야.. 아마도 역사가 이렇게 흐르고 있을거야. 저쪽 을지문덕 쪽에서는 지금 요하로 쏟아져 오는 수군을 막느라고 애를 쓰고 있지. 고구려의 선봉인 강이식 장군이 쌍수하란 곳에서 대승한 뒤로 계속 졌거든.. 그게 왜냐면..아마도 을지문덕의 명이 있었음이야. 싸우면서 물러나 주되 먹을 것과 말먹이는 남기지 마라.. 이런 명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거지. 허나 요하지방서 부턴 비켜줄수가 없거든 거기가 뚫리면 수도인 평양성, 요동성, 안시성 등이 위험하거든.. 그래서 요동성주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막고 있는거지. 강이식 장군도 거기 있고 말야. 그곳 성주는..아마도 ......이..뭐시기란 인간하굼...그래..금검이 있다. 금검 알지? 그..왜 가륵무리를 징벌할때 해구의 부하였던 남자. 그 남자가 아마도...아마도................뭐더라.. 양만춘.....인가? 그런 이름으로 개명해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지. 음...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수양제의 오른팔인가 하는 단문진이란 넘의 목을 벨거야 그는 ..나중에 안시성의 성주가 되. 음...맞아.. 훗..역시 난 기억력이 짱이야.. 그래서 열받은 양제는 총공격을 퍼부었지만 요동성을 점령할수 없었어. 괜히 용성이란 작은 성에다가 화풀이를 해서 그곳 고구려 사람들을 학살한거지 .. 그러자 이번엔 ..이 뭐시기란 성주가 잔뜩 열받아서 양제를 약올려서 유인한뒤 수군을 1만이나 죽이는 쾌거를 이룩하게 될거야.. 글구..그뒤론 성문을 꼭닫고 더이상은 나오지 않고 있지. 그렇게 되니 수의 수(水)군 내호아도 함부로 움직일수가 없는거야. 그는 육군과 합동공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깐....... 우선 기다려 보는거지.. 빙쉬같은 자식....지들은 병력이 20만이나 되면서 겨우 3만을 겁내서 못쳐들어오고 말야..하긴 고구려 수군은 방심할 수 없는 강적이지.... 함부로 쳐들어오다간 역으로 지들이 당할 수도 있으니깐말야.. "뭐라구?!" 건무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좋겠지..자신들이 며칠간 머리짜매고 고민한 전략보다 훨 더 좋은게 있다니 저럴수 밖에....... "................누구에게 들었지?" 아마도 소모전이란걸 어떻게 알았느냔 질문인것같다.. 이보셔...나두 알겠는데 그걸 소문이 모를리가 없잖아!! "미루어 짐작했습니다." "짐작?!" 그는 우뚝히 서 있는 연개소문의 곁으로 다가온다. 클클..아무래도 이상하겠지.... 생각하기에 소문은 수수께끼같은 넘일테니까 말야... 뭔가 트집도 잡고 싶겠지만 소문 저녀석에서 트집을 잡기란.............짚단 속에서 바늘 찾는게 나을거다....^^ 한편......은..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는 굉장히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남자다. 계산도 빠르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물론 난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번에 건무가 운제의 도면을 보여달라고 했을때도 세부적인건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표면적인것....천리장강이 어디있고....운제의 설계도면 정도만 보여주고 실상 중요한건 저 깊이 감춰두었던 것이다.... 아직 난 연개소문을 다 읽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생각이 뭔지.......지금은 알수가 없다.. 뭔가...답답한 기분도 든다. 이제 난 그에게 그다지 도움이 못 될것같다.... 다시 돌아가서 책이라도 읽지 않는한..... 그래서 전쟁에서 더욱 열심히 뛰고 있는거지만..... "그래..잘 알아맞췄다. 소모전이란걸 말이다." 건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곤 물었다. "묘안.....네게 계획이 있다고? 그걸 말해보아라." "성공할지 자신은 없습니다만 방법은 있습니다." 그는 자신있게 입을 연다. "어서 얘기해 보라." 건무가 재촉한다. 한동안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날 흘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 "위장을 해야 합니다......내호아를 속이는 길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내호아의 함대가 눈치챌만큼의 인원을 우회시켜 요동반도가 있는 장산도 쪽으로 이동을 시키는 겁니다. 그들을 보급로를 친다고 소문을 내서 말입니다." "뭐라구? 안 그래도 우리 인원은 3만 5천 뿐인데...자살행위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걸 노리는 거죠. 내호아는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많은 인원이 빠진다면 패수 안으로 일제히 쳐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인작전이 고작 자살행위인가?" 건무는 어처구니 없다는듯 언성을 높인다... 끝까지 들어보라고.... 그는 당신곁에 있는 능력없는 장수들관 다르니까.... "결코 자살행위는 아닙니다. 우리 수군 병력 절반을 빼돌리는 대신 그보다 먼저 장산도에 있는 부원수에게 미리 연락하여 이쪽으로 출발을 시키는 것입니다. (음..저번에 소문이 건무의 방으로 들어갔을때 장산도쪽으로 인원을 보내 그곳을 사수하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거든요..^^) 그곳의 병력은 내호아쪽이 모르게 서해안의 해안지방을 거슬러 내려와 우리함대와 합류케 합니다. 그 수군이 지척까지 왔다는 걸 알게 되면 적군이 눈치채도록 우리 수군을 이동시키는 거죠. 그럼 병력은 예전과 같게 되고 내호아는 속아서 공격을 개시할 것입니다. 이때 거짓 패하면 그들은 계속 밀고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으음......과연!" 내가 들어도 놀라운 계획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뛰어난 계산이 아닌가? 저번엔 장산도로 군사를 보내 그곳으로 올 수군의 보급로를 끊으라고 하더니 이젠 그곳 인원을 이용하여 새로운 전략을 짜내다니..... 그곳으로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면 계획할수도 없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그래..원래 연개소문이란 남자는 이런 남자인 것이다.. 느끼한 대사를 내뱉고 팔불출 같은 남자로 보이는 건 내 앞에서일 뿐... 그는...이렇게 대단한 남자이다... 전략을 말한건 그인데 ..왜 이리도 내가 기쁜걸까? 그가 너무나도 빛나 보인다.... 허거...이러다 나 장님 되는거...... 제길..그래 안다.. - -;; 썰렁했다...... 어쨌든 건무는 좋아죽을려고 하는 것같다... 하긴...그는 젊으니까 이렇게 소문의 의견을 채택해 주는거지..거드름만 피우는 재수없는 녀석이 대장이었다면 그의 말을 들어나 주었겠어? 내가 맞다!! 하고 버티다가 갱판쳤겠지. 그도 아량이 넓은 사람이야... 자신보다 훨씬 아래의 사람이 한 말도 이렇게 잘 받아들여 주니깐... 실력제란 말야.. 문득 독서삼품과가 생각나는데... 음...그게 ..아마도 실력제였을....에이..이거랑 별상관 없다.. 그냥 국사시간에 이 문제를 틀려서 기억에 남는가 보다. 연개소문의 구상엔 빈틈이 없다.. 건무는 곧 친서를 내리고 부장을 장산도에 주둔하고 있는 부원수에게 급히 떠나보냈다. 이제 됬다.. 저 지겨운 수군 넘들을 몰살시킬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 계획이 실행된지 삼일도 못되어 장산도 쪽의 군사가 이쪽으로 왔다는 기별이 전해졌다. 곧 건무는 1만 5천의 군사를 이끌고 일부러 눈에 띄게 이동을 감행했다. 아마도 내호아 자식...혹할거다... 어서 밀고 들어오라구!! 이 지루한 전쟁의 끝을 보자. 오늘밤..장산도에서 도착한 군사들을 집결시키고 대열을 정비했다. 아마도 내일쯤 내호아는 공격을 단행할 것이다... 그리고 소문이 제시한 전략은 지휘관들만이 알고 있을뿐....병사들은 알지 못했다. 물론 날 제외하고 말이다... 건무의 한바탕 연설이 있고나서 우리는 정해진 막사로 돌아왔다. 난 자리에 앉으며 괜히 신나서 혼자 떠들어 댔다. "내일새벽 드디어 전쟁의 시작인데.....수군이 네 생각대로 잘 속아 줘야 할텐데 말야. 그렇지 소무.......웁...?!" 헉...언제 내 허리에 이넘의 손이 감겼단 말이냐!! 그리고....내 입안을 휘젓는 건..... "음......응......" 낼이면 전쟁치를텐데..지금 이러고 싶냐!! 정말로!! 난 발버둥을 쳤지만 소문의 두터운 팔은 날 놔주지 않았다. "소..........음...응..으음....웅..." 정말 숨을 쉴틈도 없이 혀를 감아온다... 욱... 이녀석이.............. 뭔가....매달리는 듯한 키스다... 웬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든다.... 난...평소때처럼 전력으로 저항할수가 없었다... 웬지.....말이다.. "으응..........하아..앗.." 키스에서 끝날줄 알았더니...허리에 감겨 있던 그의 손이 바지 속으로 들어온다. "거기서 스톱!! 안돼!!!!" 난 소문의 손을 잡고 그와 대치했다. 오늘 하면 난 내일 죽음이다.. 내가 그의 손을 멈추자 소문은 날 확 끌어안는다. "소문....?!" "벌써.....오랫동안 참았어................널 안고 싶다.." 귓가를 간지럽히며 소문의 음성이 속삭인다.... .................. 하지만.............하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허락하냐.....?! 너랑 오늘 일치르다가 낼 힘 못써서 나 죽으면 책임질텨? "소문....." 내가 약하게 밀어봤지만 그는 떨어질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지 마라 소문!! 이건 평소의 네가 아니다......ㅜ,ㅜ 제..제기랄... 안는건 안돼.... 절대로 안돼..... 이 난관을 어찌 극복하리....? 난 소문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옛날엔 이짓도 무지하게 닭살이 돋는 거였는데... 이젠 그럭저럭....뭐.... 경험이란건 무서운 것인가..... 그의 잘생긴 얼굴이 내 시야 한가득 들어온다... 짙은 눈썹....광대뼈가 나와서 뚜렷한 이목구비......날카로운 눈매...... 남자다운 입술.... 이게.........이것이 날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이다... 그리고.......아마도 나도.... 쳇....... 닭살이야..... "오늘 하루만 서비스다." 난 그렇게 말하고 그의 얼굴에 확 다가갔다. 처음으로 내가 시도하는 키스.... 온몸에 닭살이 쭈루룩 돋고 진저리가 쳐질것 같더니...그렇지도 않다.. 그냥.....뭐랄......까.... "응......." 소문도 처음엔 놀란듯 하더니....곧 부드럽게 응해온다... 눈이 저절로 감긴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다 키스의 감미로움을 음미했다.... 이젠 소문이 아니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를 받아들고 있는 내 자신이 두렵지도 않다.. 훗..... 누구누구는 보면서 닭살이라고 하겠지만.. 어쩔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이것으로 소문이 안는걸 포기해 주면 좋겠는데.......말야... 드뎌 얼빵한 내호아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우리 수군은 계속 져주면서 그들을 패수안으로 끌어들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용맹하게 대적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지면 이상하게 생각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밤부터 새벽동안 계속 쫓기다가 패수의 강구인 해성 앞바다까지 그들을 끌어들일수 있었다. 해가 밝아오르자 피비린내나는 전투가 언제 있었냐는듯 맑은 태양이 떠올랐다. 지금쯤 내호안지 뭔지는 아주 자신만만해 있을 것이다.. 쯧..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이 될터인데... 난 지금 소문의 옆에 서있다. 이젠 정말 위험하다고 그가 날 자신 옆에서 떼어 놓지를 않기에... 어쩔수 없이... 잠시의 쉴틈도 주지 않은채 다시 내호아의 대군이 밀려든다. 불덩이가 날고 곳곳이 피를 뿜으며 시체은 고구려군이 압도적으로 많다. 제기랄...... 좀..희생이 크구만.... 우리가 펼치고 있는 귀형진이란것은 중앙에 허점이 있었다. 내호아는 그것을 알고 그곳만을 공격해 손쉽게 고구려군의 방어벽을 무너뜨렸다. 여기서 평양성은 1백여리.. 그것을 알기에 내호아는 저리도 성급한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어떤일을 하매 성급함은 그것을 그르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숨돌릴 틈도 없는 추격전이었다. 이렇게 계속 도망만 치자 고구려군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제기랄..좀 힘좀 써볼만 하면 퇴각이라니..." "내참..더러워서..이게 어찌된 형판이냐? 언제부터 이런 겁쟁이 군대가 됬누?" 입달린 병사라면 모두 불평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역전의 용사인 소문은 입을 꾹 다문채 징을 치고만 있다. 이래서 머리나쁘면 고생이라니까... 좀 생각을 해라!! 내호아나 이넘들이나!! 얼마나 도망쳤을까...곳곳에 우리가 만들어둔 방책이 설치되어있다. 곧 내호아의 수군은 그 방책에 걸려 잠시 주춤거릴수 밖에 없었다. "문을 닫아라!" 건무는 수군이 쫓아오기전에 어서 문을 닫으라는 명을 내렸다. 그들이 그쪽에서 주춤거리는 동안 우리편은 이곳에서 전열을 정비했다.. 잘됐다...평양성이 보이는군... 이제 저녀석들 정말 앞뒤 가리지 않고 쫓아오겠군. 클.. "여기까지 패하고 도망친것은 적의 병력을 내륙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전군을 싸우다 군호가 내려지면 왕성안으로 서서히 후퇴하라! 마지막결전은 성안에서 육전으로 결하리라!!" 건무의 이런 명이 하달되자 그제야 불평을 쏟아내던 병사들이 의심을 풀고 함성을 높인다...참 단순한 것들....... 결국 고구려의 상관들은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는게 드러나는군... 정말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심 하나만은 죽인다니까..... "매향.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라..지금부턴 대 혼란이다." 소문이 다짐하듯 말한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어린애야? 어련히 하려구." 그런 그에게 난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검집에 꽂힌 검을 잡은 손에서 힘을 풀지는 않았다. 무릇 물에서 놀던 넘은 육지에서 잘 적응을 못하는 법이다. 수의 수군도 물에서는 익숙하겠지만 땅에서는 익숙치 못할게 뻔한일..그런 그들은 텅비어 있는 평양성 안으로 끌어들여 싸운다는 작전은 실로 기가막힌 것이다. 왜 건무가 왕성내의 백성들을 30여리 밖으로 피난을 시켰는지 그제서야 우리 수군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방책을 다 제거했는지 또다시 수군이 몰아닥쳐 오고 있다. 하지만 병력은 절반인 10만정도로 절반은 패수의 입구에 남아있다.. 그정도 인원만으로 충분히 우릴 해치울 수 있다고 내호아는 섣불리 결론을 내린것이다.. 고구려군은 전력을 다해 맞서는척 하다가 드뎌 배를 버리고 평양성의 우문쪽으로 들어갔다. 또 하나 다른문인 석표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저것들이 순순히 따라와야 할 터인데.... 마지막 전략은...이것이다. 우리군이 쫓겨들어가는것을 즐겁게 뒤쫓아 오던 수군은 완전히 몰살을 시킬 생각으로 성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곳에 이미 우리 군사는 한명도 없다... 다만... 수많은 패물들이 길바닥에서 그들을 맞이 할것이다. 눈이 뒤집혀 그것을 줍느라 흐트러진 그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이어지면 그것은 주움으로 인해 끝나는게 아니라 서로간의 약탈로 바뀐다는 것.. 그리고 내호아는 서서히 깨닫겠지. 뭔가 계략이 숨어 있다는걸... 하지만..이제 와서 눈치채 봐야 늬들은 늦었다.. 열려있는 성문은 우문하나뿐....... 우리는 석표문을 진격한다..결국.. 수군은 아우성치다가 우문으로 한꺼번에 몰릴것이다.. 10만의 대군이...그럼 어찌될지 상상이 되는가? 난 소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공격명령의 하달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옆얼굴선은 늠름하기 그지 없었다. 이 모든것이 ...이 사내가 짜낸 전략인 것이다.... 연개소문........... 이 사내가.. 아..석표문이 열린다.. 그리고.....힘찬 명령이 고막을 때렸다. "전군 진격하라!!!!!!!!" ====================================================================================== 죄송.....ㅜ,ㅜ 정말..시간이 없어서....... 전생 2부- 5 석포문이 열리자 고구려군은 성난 호랑이 처럼 함성을 지르며 쳐들어갔다. 정신없이 패물을 줍고 약탈하던 수군은 순식간에 밀어닥친 고구려군을 보고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참..어째 전략이 전부 밀어닥치는 쪽으로 기우는 것같다..? 살수대첩때도 강물이 밀어닥쳤으니...클..어쨌든 수나라 넘들은 이 갑작스런 상황에 싸워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성밖으로 빠져 나가기 위해 우문으로 몰려들었다. 지금 이곳의 현장을 생생히 전할수 없는게 아쉬울 지경이다.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하면 정확할까? 10만의 대군이 좁디좁은(물론 상대적으로 비례해서..)우문하나로 모두 빠져 나가려 한다면 결과는 어찌될 것 같은가..그야말로 너죽고 나살자가 되는 것이다. 분명히 전우였을텐데..지금은 서로 살겠다고 머리를 짓밟고 있다니..내눈엔 저들이 징그러운 아귀처럼 보인다. 으.....내가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나도 저렇게 될까? "한놈도 남김없이 짓밟아라!! 적장 내호아의 목을 베어라!!" 어느틈인지 우문의 성루에는 대원수 건무가 나타나 고구려 병사들을 질타하고 있다. 나도 순간 정신을 차리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게중에는 살겠다고 맞받아 치는 놈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이 넋나간 상태에서 내 칼에 목이 떨어지는 경우가 숱했다. 뼈를 잘라내는 그 감촉이 처음엔 섬뜩했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그 느낌이 없으면 죽인듯 하지가 않다.. 어느새 난 소문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건무의 명을 받드느라 내호아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홍색 전포에 은빛 투구를 쓴 넘이 내호아다! 그를 죽여라!!" 과연....시력이 뛰어난 내눈에 저멀리 홍색전포가 언뜻 보인것 같다.. 빙쉬....은빛의 투구가 얼마나 튀는데...죽을라고.. 뭐..내호아는 그들에게 맡겨두고 난 수나라 넘들이나 맡아야 겠다. 전세가 점점 고구려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성안으로 들어왔던 수의 10만대군중 살아나간것은 3만 정도? 허나 요행히 성밖으로 도망친 이들도 살아남지 못했다. 성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구려군에게 당한 것이다. 마지막은 성밖에 남은 10만..그들은 고구려군이 완전히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안심했는지 수천쌍의 함대가 한곳에 몰려있었다. 자..문제를 내겠다.... 이럴때 쓰는 젤 좋은 방법은 뭘까? 바로 화공이다. 불로 공격하는 거지... 내 말대로 곧 그 수천대의 배로 불길이 빠른 속도로 붙어올랐다. 뜨거움을 견디다 못한 수의 병사들이 강물로 뛰어들자 고구려군은 활을 쏘아댔다. 물속으로 고개를 내미는 넘만 맞추면 되니 그들로선 식은 죽먹기나 다름 없겠지. "히유...." 난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하늘을 태워버릴듯 타오르는 불꽃의 맹렬함을 지켜보았다. 패수의 강물이 붉게 물들어 갔다. "소문!" 저만치에 소문이 보인다. 그의 창꼭대기에 한 사람의 머리가 매달려 있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여지껏 피가 흐르고 있구만.. "그가...내호아야?" 난 엔간하면 그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은채 물었다. 이상도 하지..내가 죽인 수군만 해도 수십명이 넘을 텐데....왜 저런것에 꺼려지는지.. 그다지...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군.... "아냐..아무래도 옷을 바꿔 입은듯 싶다.." 그러면서 그가 내게 손을 뻗는다. 헉..설마 여기서?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그의 손은 내 뺨에 닿았을 뿐이었다. "이 섬뜩하게 튄 피나 좀 처리해라. 어디 다친덴 없지?" "아....응.." 난 볼에 묻은 피를 소매로 쓱 훔치며 답했다. 한순간이었지만 오해했군....미안 소문. "그리고...." 응?! "지금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사랑놀음이유?" 뭔가..야리한..분위기가 형성되려하는데...흑벌무가 불쑥 나타나 분위기를 흐려 버렸다. 쳇....이러면 내가 아쉬워 하는것 같잖아? "흠..내가 뭘 어쨌단 거냐." 그는 쑥쓰러워 하며 손을 내렸다. "와아!! 적군이 물러간다!! 도망친다!!" 시끄러운 함성이 인다..아..내용을 들어보니 기쁜 함성이잖아? 어디볼까? ......세상....에.....바다로 눈을 돌리니 20만 대군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쳐들어 오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소형함선 몇대가 간신히 도망치고 있는게 보인다... 저렇게 비참....할 수가..... 패장의 신세인가.....저것이.. 우문술은 30만 5천의 대군을 잃고 자살하려 했는데..내호아도 만만찮겠군.. 하여튼..좋은 우두머리를 만나야해.. 아..우리쪽은 좋은 부하였나? 그럼.....지금부턴 을지문덕님의 살수대첩이 시작되겠구나.... 잘해라..그분옆에 있을...또 하나의 나....... 패수에서의 대승이후 육로로 공격했던 우문술과 양제의 군을 을지문덕님의 살수대첩으로 무너졌다는 승전보가 잇달아 울렸다. <바다를 빼고 산을 옮기는 일고 문제없다>라고 장담하던 양제도 이꼴을 당하니 눈물을 삼키며 퇴각할 수 밖에.... 양제가 대정벌군을 일으켜 침략전쟁을 일으킨지 7개월만에 일구어낸 대승이었다. 완벽한 고구려군의 승리..... 사실 양제의 말은 완전 허풍은 아니었다. 그에겐 정말로 바다를 빼고 산을 옮길만한 200만의 군대가 있었고 넓은 땅덩어리에 천리장강도 뚫었고 말이다..... 허나 그는 너무 자만했던 것이다.... 바보...싸움에선 언제나 신중해야지... 작디작은 고구려란 나라에게 이렇게 대패할줄 그가 알았겠나..뭐.. 이 전쟁은 양제가 온 국력을 기울여 일으켰지만 결과는 이꼴이니 그 튼실하던 기둥도 흔들릴 지경이 되었겠지.... 사실....이 승리는 을지문덕장군님 같은 뛰어난 장수들의 영향도 컸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단합해 싸운 고구려 상하백성들의 일념으로 일구어 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대하 민족의 위대한 승리였다. 고구려 영토의 육십이주의 성문이 열리고 백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축제기분이 전국을 휩쓸고 임금이 있는 왕성은 흥분속에서 개선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개선장군...... 조국을 수호한 개선장군들이 평양성의 안학궁이라는 광장으로 모여들고 만조백관을 거느린 임금이 그들을 맞이하는 거랜다. 지루하게 쏟아지던 장마비(왜..살수대첩때 비 무진장 왔잖아요..^^;;)도 개이고 올만에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은 마치 고구려의 승리를 축하하는듯 했다. 그럼....이 날씨를 수나라 넘들은 어찌 분석할지?? 후후후.. 왕성의 북문과 우문이 활짝 열리고 안학궁까지 이르는 대로에 사람들이 꽉 차있다. 휴유...이들에게서 환영을 받는다니..생각만 해도 떨린다.....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상기되어 있다.. 이 행진이 끝나면 저마다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수 있기 때문이겠지.. 기다리던 가족들도 얼마나 애를 태웠겠는가..... 난 소문을 돌아보았다. 그도 긴장이 되는지 약간 굳어져 있었다. 우린 건무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우....떨려.... 우선은 이사도 장군이 먼저 들어갔다. 그는 음......요동성에서 양제의 30만 대군앞에 끝까지 저항한 인물이다. 그가 무너졌더라면 을지문덕님의 살수대첩에도 큰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글구....양만춘..? 그는 누구지...? 모르겠군.......^^;; 아..강이식 장군이다! 그 노장은 군중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자 흰 수염을 흩날리면서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글구...이제 건무의 차례.. 건무가 우문에서 나서자 곧 함성이 들끓어 오른다. "건무다!! 대원수 건무!!" 그는 명실상부한 고구려전군의 총지휘관이요, 영양제 이후 제2위의 실력자이다. 그리고 내호아의 20만 대군을 패수에서 격파한 젊은 영웅이니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오르는것도 당연하다... "건무!! 건무!! 건무!!" 백성들은 목이 터지게 환호한다. 소문과 우리도 공로자로써 말을 타고 들어갔다. 건무는 백성들의 환호에 미소로 답했다. "헤헤..눈물이 날것같군.." 지보가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나도 소문도 벅차오르는 감격을 어찌할 길이 없다... 그런데....... "대체..을지문덕님은 .."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함성이 내 귓가를 때린다. "을지문덕이다!!! 을지문덕!!!!!" 물결이 치듯 북문쪽에서 함성이 터져오르기 시작한다.. "을지문덕!! 을지문덕!!" 이건 마치 하나의 거대한 합창으로 들릴지경이다. 그의 영웅담을 모르는 이가 듣는다면 무슨 거대한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오해할지도 모를만큼 군중들은 을지문덕이란 장수에게 빠져들어 있었다. 하긴...나도 저분의 위용에 반했으니 말야.. 왕성앞부터 이러니..북문쪽은 안봐도....알겠군.. "호오..정말 대단한걸.." 흘.....그것가지곤 부족해. 소문..저분은 대단..가지곤 통하지 않지.. "을지문덕!! 을지문덕!!" 인파가 몰려들어 길을 막아버리자 을지문덕을 호위하던 군교들이 소리를 지른다. "비켜라! 비켜나라!!" 허나 에워싸며 몰려든 군중은 좀처럼 물러나지 않았다. "물러나지 않으면 베겠다!!" 그들이 칼을 빼어들자 겨우 주춤하면서 길이 약간 틔였다. "을지문덕!! 을지문덕!!" 마치 대가수에게 열광하는 팬들같다...이쯤되는 을지문덕님의 부대는 인파에 묻혀버렸다. "천만세 을지문덕!!" "천만세 만만세!!" 함성소리가 전혀 가라앉지 않자 그분은 앵콜에 답하는 가수처럼 흰 백마위에서 두손을 들어 답례했다. 언제나 의연하고 근엄하던 분이셨지만 지금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상기되어 계시는구나.....정말.....눈물 날 것같다... 그분의 모습을 본 청장년들은 주먹을 부르르 쥐고 처녀들은 눈물을 흘린다.. 사랑하는 가족....애인을 전장으로 떠나보낸것....잃게 된것...이 모두 헛짓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다.... 왕궁쪽으로 다가올수록 인파가 늘어나 결국엔 군중들이 군사의 대오속에 들어가 그들을 껴안고 깃발을 빼앗어 흔들며 을지문덕을 외친다. "행렬을 돌려라!" 이에 당황해 마지 않던 군교들이 악을 써가며 칼을 휘둘렀다. "그만 두어라." 그러자 지금껏 잠자코 마상위에 앉아 있던 그분이 일어섰다. 그 말에 그를 에워싼 군중의 환성이 더욱 커졌다. 을지문덕장군님은 호위병을 뿌리치고 군중속으로 나아갔다. 이제..누가 백성이고..군사인지...난 구별할 수가 없다... 그만큼 신중하고 근엄한 장수이던 그분께 이런 면이 있다니....... 역시 전장에서 나에게 한 말씀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 나라, 이 백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던 그분의 결의.... "이게 어찌되 일이냐?" 저쪽에서 건무가 좌우를 둘러보며 물었다. "예정에도 없이 을지문덕 원수의 부대는 서문대로 쪽으로 길을 바꾸었습니다." "원수의 명이냐?" "그게 아니옵고 백성들이 가로막아 진로를 바꾼듯 싶습니다." "백성?" 건무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제명을 받들고 입궁하는 장수가 그 무슨 체통없는 짓을...." 흠....내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건무같은 왕족은 또 다른가 보지.... 백성의 환호에 답하고 그들을 위해 진로를 바꾼건데 웬 날카로운 반응... "광란하는 백성들 사이를 헤칠 수가 없어서 그러한 줄 압니다." "어허....수군 30만을 때려잡은 그 위용은 어디가고 백성들에게 휘어잡혀서.." 건무는 입맛을 다신다. 그러자 부원수 이중손이 나서서 말했다. "출신은 속이지 못하는 법입니다." "음..." 순간.....건무의 얼굴에 경멸의 빛이 스쳐간다. 출신.....?1 그게 어때서? 을지문덕님의 출신이.....아...그분.. 농사꾼의 아들이지...? 그는 정말로 서민적인 장수인것이다..... 그래서.....그렇게 행동하신 거야..난 그분의 행동이 백번 옳다고 봐.. 왕족들 처러 거드름 피우는 것 딱 질색이라구! 다시 함성 소리가 가까워 온다. 을지문덕님의 행렬이 다가오는 소리인가 보다.. "과연..영웅이다.." 수만명 군중에 에워싸여 나타난 장군님을 보고 지보가 감탄사를 토한다. "난 이제야 우리가 2백만 수군을 깨부시고 승리하게 된 이유를 알겠다.." 지보의 탄성은 그치질 않는다.. 그치..너두 그렇게 생각하지? "뭘 알았다고 두런 거리냐?" 그때 흑벌무가 돌아보자 지보는 정색을 한다. "우리 고구려 승리의 원인." "뭔데?" "저걸 봐. 장군 을지문덕을!" "을지문덕 하나 땜에 승리했단 말이냐?" "이런..돈두! 저 을지문덕을 따르는 민중을 보란 말이야@ 거의 미쳐있지? 을지문덕이 뭐길래 저렇게 미치겠냐? 저거다! 온 백성의 믿음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저런 지도자라면 백성들이 자신들의 신명을 바쳐 따른다구. 을지문덕은 민중의 뜻을 집대성한 걸출한 하나의 백성상인거야! 어찌 저런 믿음과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서 승리할 수 없겠어." 아....지보 너 너무 맞는말만 하는구나...... 당근이지...... 암암.. "미친 넘..하지만 내가 보기엔 젤 촌스런 장수다. 제게 뭐냐? 그럴때일수록 예절을 지키고 근엄해야지...저런 행차가 뭐냐? 위엄도 기품도 없고.....욱!!" 난 최대한 세게 그넘의 옆구리를 쥐어 틀었다. "왜그랫!!" "시끄러....감히 을지문덕님을 욕해? 죽어도 싸다.." 난 시퍼렇게 눈을 뜨고 흑벌무를 노려보았다. "쳇....아무리 그래도 적군 30만을 짓밟은 장수의 행차가 .....서릿발같은 위엄이 있어야지....무슨 백성과 친구마냥. 저건 한심한 행차 아니우 형님?!" 소문 너 고개를 조금이라 까딱이면 죽음이다..... 허나..소문은 미동도 않은채 다가오는 을지문덕의 행렬을 바라보고만 있다. 소문.......지금 무슨 생각하는 중이야...? "말 조심해. 누가 들을라." 지보가 은근히 주의를 준다. 하긴 내가 들어도 때려죽이고 싶은데 저 사람들이 들으면... 허나 여전히 흑벌무는 틱틱댄다...저걸 거꾸로 묶어서 물에다 처박아 줄까보다.. 제길........ 광장으로 들어서자 군중들은 스스로 물러섰고 을지문덕의 대열도 다시 대오를 맞춰 들어설수가 있었다. 광장안으로 들어서자 정말 장관이 펼쳐져 있다. 만조 백관들을 거느린 영양제는 광장중앙에 마련된 누대에 올라 앉고 그 아래에..왜 그 사극에서 본 온 신하들이 쫘악 펼쳐져 서 있는게 아닌가... 허어.....이런 걸..정말 보게 되다니... 나 살아 있길 잘했지....너무..멋진걸....... "정말 장엄하오...." 지보는 소문에게 소근거리다 흑벌무에게 쥐어박혔다. 장엄한게 사실인데 뭘..... 의식을 시작을 알리는 군악이 울려퍼진다.. 의식이 뭐냐구...하면... 전장중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장수나 군졸에게 그에 합당한 댓가와 지위를 내리는 거지..정말 영광된 자리인 것이야..... 여러 뛰어난 장수들이 영양제 앞에 서서 품계와 상을 하사받는다... 자신이 세운 모든 공로들이 세세히 드러나는 것이다.. 멋진 일이야.... 내가 정말 기뻤던건 을지문덕님이 태대형이 된것이지... 그분의 승진은(승진이 맞남..) 온 국민이 기뻐한 것이었어.....물론 나도..^^ 이제..소문의 차례가 가까워지고 있지. 소문은 어떤 지위를 받게 될것인가..내심...상당히 기대하면서도 초조해 하고 있는 눈치였다. 난 조용히 그 어깨에 손을 얹어 주었다. 곧 소문의 손이 올라와 내 손위에 놓였다. 그 손에 약간의 땀이 배어나와 있었다.. 걱정마....소문. 넌 아주 높은 자리를 받게 될테니까... 이제 네 인생은 탄탄...대로..라구.... 드뎌 소문이 불렸다. 그가 단위로 올라가자 그가 세웠던 공로가 하나하나 드러난다. 평범한 수졸로써 운제를 알아 수의 함대를 포획했고 여러가지 전술을 제시한 그는 패수 대전중 승리에 공한 바 지대하다고 낭독되었다. "따라서 연개소문은 정7푼 제형에 봉하며 수군원수부 봉직을 명한다." 그말이 떨어지자 마자 세사람은 손을 움켜잡았다. "형님!!" 그 부름속엔 만 마디의 말이 다 들어 있겠지... 그 고생끝에 드뎌 여기까지 도달한 것이다.. 감격적인 순간............얼마나 그가 이순간을 기다려 왔을지..난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 감동은 나에게 더 크게 다가왔고... 축하해....소문.....이제부터 시작이야.. 정 7품 제형이란 벼슬은 작은 성의 성주로 군림이 가능한 자리란다. 대단하군......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제 소문도 지배층의 계열에 들어갔다는 게 더 중요한 거겠지.... 복권.... 이제부터 소문의 일은 시작되었다. 왜 자신의 가문이 멸문의 화를 당했므녀 자신은 왜 핏덩이인채로 비류산에 버려졌는지 알아내야 할것이야.... 그의 숙명에 이끌려서 말이지... 나도 정확하겐 모르겠다... 내가 읽은건 2권은 초반이어서................. 하지만 권력이 복귀되었으니 그가 그것부터 생각할 것이란건 추리할수 있지... 글구..흑벌무와 지보는 16품의 오인이란 벼슬을 받았댄다.. 그것도 대단한거라는데.....그것까진 잘은 모르겠구...뭐.. 행사가 끝나자 평양성은 온 밤동안 잔치가 이어졌다. 휴가도 떨어졌고... 우리 네사람은 엉켜서 즐겁게 술집으로 향했다. "오늘 밤은 실컷 술이나 마셔봅시다!!" "좋지.. 가자구!!" 우리의 발걸음이 향한곳은 순남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우문 안 저잣거리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정말 오랫만이어서 난 반가워 어쩔줄을 몰랐는데 웃기는 흑벌무넘은 냉정하기 짝이 없다. 지 부인인데......왜 저러는거야? 순남이......그런 여자라서..그러는건가... 우스운 자존심이군..... 흑벌무....순남같은 여자도 잘 없다는 걸 알아라.... "술상이나 내와!" 그는 다정한 말 한마디 없이 그런 볼멘소리만 내뱉는다. "어허..일곱 달 만에 만난 사이면서 그게 무슨 짓인감?" 지보가 점잖게 나무랬다. "이런 돼지 대가리 같은 넘아!! 니가 뭘 안다고 헛기침이니? 엥?" 흑벌무가 꽥 소리를 친다... 쯧.....정말.. 어쨌든 밤이 되어 술자리가 벌어졌다. 정말...오랫만에 마시는 술........ 오랫만에 네사람이 모여 마시는 술이었다. "자..오늘밤은 맘껏 취해보자구! 아니 3일이 남았으니 곤드레만드레가 함 되보자구." 지보가 수선을 피웠다. "자아 듭시다. 형님. 다시 한번 축하드리오." 흑벌무가 술잔을 높이 들었따. 몇번 술이 들어가자 지보가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어떡하시겠소 형님?!" "글쎄...."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해야 되잖수?" "글쎄....더 두구보자. 어쨌든 우린 원수부에 있게되어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며 소문이 날 쳐다보았다. 건무는 둔하게도 아직도 날 여자로 보는지 직위를 내려주지 않았고...나도 원하지 않았기에 난 결국 평민에 머무르고 말았다. 난...계속 소문을 따라다녀야 되는건가....?! "건무장군 밑에 있는 것보다 을지문덕 장군 밑으로 가는게 더 낫지 않소?" "그건 무슨 말이냐?" "여러 모로 비교해 보았지.."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다. 광장에서 벌무와 주고받은 말 다들었어. 물론 많은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쪽은 을지문덕 장군이지...... -그의 휘하로 들어가면 우린 많은 것을 배울수 있어....." 거기서 소문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진지한 투로 이어갔다. "장래성이 없다." "뭘 봐서 그렇다는 거요?" "건무장군은 영양제의 아우임을 명심해. 임금의 건강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병명은 모르지만 불원 양위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위?! 그건 어디서..." "쉿!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양위를 한다면 누구에게 하겠느냐..이제 겨우 11살인 태자?" 그래..... 그의 추리는 예리하다... 지금은 건무가 더욱 장래성이 밝다... 문득...이럴땐 소문이 너무나 냉정해 보인다... 차갑고 계산적으로 말하는 소문의 모습이...왠지 낯설어 보이지만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내 멋대로 그의 이미지를 그려내선 안돼겠지..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추측일 뿐일지라도....그의 말이 영 아니라고 할수도 없다.. 그리고 왕이 건강하다면 양위에 대한 걸 말할 사람도 없겠지... 잠시 침묵이 내려앉는다... "술이나 들자." 그 침묵을 소문이 깨었다. "그런 추측에 넘 신경쓰진 말거라. 충실하게 우리의 직무에만 신경쓰면 된다. 그러다 보면 때가 오겠지." "그럽시다. 아차..그런게 깜빡 잊을뻔 했소." "무얼?" "해구 장군을 만나봅시다. 왕성을 떠났는지도 모르겠군.." 해구... 그는 국내성에서 가륵을 징벌한 장수이다. 알지? 금검하고 말야.... 우리가 그를 본건 개선행사때였는데..너무 멀어서 그쪽에선 우릴 못 봤을거야.. "가 봅시다. 그곳에 가면 금검의 소식도 알 수 있지 않겠소?" "내일 아침 일찍 찾아가 보도록 하지." "야.....그런데..." "음?!" "왜......" "..?!" "너랑 내가 한방이야?!" 난 정말 따져야 한다.. 모두들 따로 방쓰면서.....왜 소문이랑 내캉만 한방에 집어넣어? "그럼....따로 자겠단 거냐?" "설마.......오늘....하려.....는........거.......냐?" 내 음성이 무지하게 떨리고 있다.. 피곤해서 금방이라도 늘어질 건 같은데....넌 괴물이냐!!! 이 왕 스테미너야!!!! "너무 오래 참았다고 했잖아." "하..하지만......" 그는 내 주절거림을 허용치 않고 다가왔다. "소문.....제발..피곤해...피곤......윽.....웃..야.." "피로같은건 잊게 해주지." "...........차라리....날 죽이지...." 그는 내 웃도리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싱긋이 웃었다.. 낼은 ......저자식.......면도나 시켜부러야 겠다.... "헉....소..소문.....웃.............." ========================================================================================== 씬..연결해서 쓸까염...? 아님...이대로 치워버릴까염.... 지금 열시가 넘어서......암래도 오널 왕위계승자.. 못 올리겠네요.... 그대신...전생 길져? 만족하셨남.......ㅜ,ㅜ 왕위계승자....낼이라도...한번 노려보자..... 작성자 : 이수 (raicen@hanmail.net) 추천: 11, 조회: 698, 줄수: 219, 분류: Etc. 이튿날 아침..... 우리는 해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욱.. 허리가..찌뿌둥하구만... 제길.... 누구는 개운한 얼굴이구... "아니! 이게 누군가!!" 들어서는 우리 네사람을 본 해구가 놀라며 맞이한다. "오랫동안 못 뵈었소이다." "앉으시오. 이게 얼마만이오? 정말 반갑소. 그렇지 않아도 논공행상때 연형의 이름이 불리길래 동명이인인줄 알았는데...역시 연형이었구료.. 반갑소..조금만 기다리면 만춘이 올거요." "만춘..? 양만춘?" "그렇소." 양만춘의 이름은 들어봤긴 한데.....그가..누구더라? 왜..기억이 안나지....? 웃..이제 내 기억력도......형편없이 떨어지는가...... 아마..그도 소문과 같은 정7품의 지위를 받았다고..들은 것 같은데.... "빨리 좀 보고 싶군요." 지보가 안석에 앉으며 말했다. 이때 밖에서 군교 한사람이 들어왔다. "양만춘 장군이 드셨습니다." 그가 나가자 훤칠한 키에 듬직하게 생긴 장수하나가 등장했다. "여!" "금검?!" 앗!! 금검이다!! 맞다.......그였지!! 이런 둔팅....... 소문은 벌떡 일어나서 그의 어깨를 껴안았다. 그래....양만춘이......금검이었군!! 그들은 서로를 껴안은채 상봉의 기쁨을 나눈다.. 헤...멋진걸....... 서로 적이었다가도..나라를 위해 충성하자는 목표하나로 절친한 친구가 되다니..말야. "연개소문..그러잖아도..만나고 싶었네. 전공자중에 자네가 끼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 "그보다 놀라운건 금검 자네다. 언제부터 이름을 바꿨나 양만춘?" 금검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자네가 북풍성 밖에서 양제의 오른팔인 단문진의 군대를 짓밟고 목을 베었다고..그게 정말인가?" 아하..글쿠나.. 맞다.... 훗날 안시성의 성주가 되는..그래!! 완전히 기억났다. 양만춘!! "그렇게 됬네..하하하..아니 그럼 해성앞바다에서 내호아의 운제 대함을 격파한 용사는 연개소문이 아니던가?" "하하하하!!" 모처럼 유쾌하군...이렇게 터놓고 웃어본적이 있었나? 그의 너털웃음을 보자 나도 기뻐져서 은근히 웃음을 지었다. "하! 숙녀분도 계셨군. 그 청초한 아름다움은 여전히 황홀하게 만드는걸?" 엥......나? 뭐시라....황홀? ...............금검이 날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이....아자씨......설마..이제껏 날 여자로 보고 있었나? 너..눈이 제대로 달린 것 맞냐? 내가 남자라고 ...안 했던가? 이...........이..상한걸........윽....혼란!! 그가..저런 인사를 건네오면...난 뭐라고 답한다....지? 쿡.... 뒤쪽에서 세명의 망할 분자들이 흘리는 웃음이 들리는 구나... 개쪽이여........ "......?" 금검은 여전히 순진한 눈으로 날 보고 있고.....이 순진함을 그냥 팍 하고 깨트려버리고 싶구낭!!!! 해구!!! 당신도 모르는 거야? 통재라..........어허허허......ㅜ,ㅜ 크허..어쩐다냐.... "아.....예....님도..여전히 멋지시네요.....^^;;" .....얼굴이 일그러지지나 않았는지....-_-;; 금검은 내가 웃어주자(웃긴 웃었는지..)호탕한 웃음으로 맞받아 친다. "하하하하!! 전장의 꽃이셨던 낭자께 그런 소릴 듣다니 이거 영광이오?" 내가 세운 공로도 알고 있었나..... 근데...그 낭자에서 ㅇ자 빼고 ㅁ으로 갈아치우면 안될까나??? "하..하.." 입꼬리가 일그러지는 구려....ㅜ,ㅜ 내 성정체성을 찾아줘.... "그래..중원에서 방랑했다구? 정말 좋은 여행이었겠군. 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전이 아니었나?" "직전이었지. 우리가 돌아온 직후 전쟁이 터졌으니까." "오..그럼 그곳 인심을 샅샅이 살펴봤겠군." "주마간산일세." "음..어디 그런가? 소문, 양제의 평판은 어떻던가?" 금검이 갑자기 진지해 지며 물었다. "지나친 독재로 원성이 자자하더군." "수나라의 저력은.....?" "막대한 인력....자금..대국다웠어. 단단하더군." "단단? 수나라는 얼마 가지 못할거라 생각하는데?" 음....? 하긴.....수나라....곧 멸망할거야..음.. 그 이유가 뭐냐면...무어였더라. 제길...돌아가게 되면 봐둬야지. "어느 점으로 봐서 단언하는가?" "이번 전쟁으로 수의 국력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네. 재기불능의 지경이지. 200만의 대군중에서 절반이상이 죽거나 다치고..혹은 포로가 되었어. 그뿐인가 물자손실도 엄청나지. 게다가 양제는 자네의 말대로 원성이 자자한 독재자야. 강압으로 잠시 입을 틀어막을 순 있을지 모르나 내부에서 부터 일어나는 붕괴는 막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뜻있는 자들에게 내란을 일으키게 하는 명분을 주는 것이야." "......." 좌중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금검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그래 왕이란 작자가 국사를 돌보지 않고 독재했다면 반란이 일어나게 마련이지. 그것은 신임하던 부하라도 가능한 일이지 않겠어? 오히려 신임이란 것이...더 무섭지....뒤통수 맞는다는 거니깐.. 아마..소문도 금검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내가 설명해 주지 못했지만 중원에서 만난 이정도 그런 비스무리한 부류야. 그는 젊고 패기도 있고 돈도 많은 데다가 아는 장수들..즉 연줄도 꽤나 많거든.....글구..유식하고 말야.... 그렇다고....꼭 반란을 일으킨단 소리는 아니지만.... "이렇게 우리가 다시 모일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소. 모두다 건무 장군의 덕분이오." 해구는 앞으로 뜻을 세우고 함께 일해보자고 진지하게 뜻을 표한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우리는 헤어졌다. 해구는 부여성으로 금검은 요동성으로 돌아간다 하였다. "그럼 잘 가시게나." 말위에 올라타는 그들을 배웅하는데 금검이 손짓을 해 소문을 부른다. "음...?" 그는 어울리지 않게 소문의 귓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인다. 뭐라는거지......? "훗..그렇지?" "그래.." 둘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날 주시했다. 뭐...뭐야? 그런데...이 망할 자슥들이...왜 자꾸 실실거리는거야? "..........- -++" 금검.......뭐라고 지껄인 거쥐??? 이 뵤..온태들... 난 이마에 힘줄이 불거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크르르륵.... "소문!!" 웃는 얼굴로 그들을 배웅하고 난 파릿 그를 노려보았다. "왜?" 이..이런 능청스러운........파렴치!! "아까..금검이 뭐라 그런거야?" 그는 딴청을 부리려다가 내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고 신음을 내뱉으며 말해주었다. "예전과 달리 너무 성숙...해져서 네 도발적인 눈빛에 넋이 나갈것 같다는군..." "....................." 듣지 않을걸...... 도...................발.................... 빠지직하고....난 굳어졌다. 시상에.....금검......너마저....그런......그런(?) 인간이었던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금검이 사라진 길을 폭파해 버릴듯 노려보고 있는데 거기다 지보가 퍼펙트를 날렸다. "새침한 여염집 아녀자 같구만." 우르르를........<--무너지는 소리.... 툭.....<--이성의 끈 끊어지는 소리..... "니..........니들 다 죽어!!!!!!!!!!!!" "집을 하나 마련토록 합시다." 지보가 불쑥 꺼낸 말이었다. 지금 우리는 순남이 있는 객점으로 돌아가는 길... "그렇지..객주집에서 계속 살수도 없는 노릇이구." "그보다 이왕 이렇게 나섰으니 건무 장군을 만나뵙고 얘길 합시다." 흑벌무가 나섰다. "얘기?" "원수부에서 집을 마련해 줄 수 없느냐고 말야." "그걸 가지고 만나자구?" 지보가 기가 막히다는듯 쏘아붙인다. "뭐..그래서만 만나자는게 아니구..우리에게 이만큼이나 대접해 주었으니..휴가 기간중에 만나뵙고 인사라도 드릴수 있는거 아닌가? 그러다가 숙소이야기가 나오면 은연히 이야기도 꺼내 볼 수있고 말야.." 흑벌무는 뒤통수를 긁으며 변명했다. 흠.....꽤나 얍삽한 생각이야... 하지만.....멋진걸...^^ 그러자 소문이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 가자." "저택으루?" 난 그를 보며 물었다. "저택이라...원수부에 있지 않을까?" "쉬고 있을겁니다. 쉰다면 저택에 있겠죠." 우리는 건무의 저택을 향해 발을 옮겼다. 건무의 저택은 검은 숲에 둘러싸여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휘유...왕족은 이런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살구.... 우리모두 처음 와 보는 곳이지? "대원수를 만나러 왔다." 가로막는 파수병에게 소속을 밝히고 이름을 알리자 그는 부재중이라고 대답했다. "어디 가셨는지 모르는가?" "잠깐 기다려 주십시요.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파수병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후 나온다. "입궐하셨다 합니다." "입궐?" "들어가서 기다리면 안될까? 이왕 왔으니 뵙고 가고 싶다." "그러시다면..........중원 안으로 ..가 계시지요." "고맙네." 우린 정문을 통과해 중문쪽으로 들어갔다. 침엽수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구만......조용하고......좋은데..? 음......? 이건...웬 방울소리지? 은안장에 금방울을 매단 백마가 마차를 끌고 이곳으로 들어온다.. 얼핏 봐도 굉장히 화려하기 그지없구만.... 우리가 길 옆으로 비켜서자 마차가 선다. 차문이 열리고....청홍색의 치마를 펄럭이며 한 여인이 내려선다. 비켜 선 채로 무시하고 지나가려 하자 그 여인의 음성이 어깨를 잡는다. "저어...잠깐." "무슨 일입니까?" 지보가 돌아서며 어물쩡거렸다. "혹시..연개소문.." "연..개..소문? 댁이 어찌 아시오?" "주인 아씨께서 알아보라고 해서 내렸습니다." "주인 아씨가 누구요?" "제가 찾았습니다. 오시는 걸 보구 알았죠." 어느 틈에 내린거지? 빠르구만....주인 아씨란 여자가 연개소문의 곁으로 다가와 있다..헉..저여자!!! "접니다." 그녀는.....연분홍빛의 주름치마에 백색 비단 저고리를 입고 있다...그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의 미소가 스쳐간다.... ........가화................ 몰락한 성주 가륵의 딸...... "아니....." 소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진다. "가화!!" 신음소리가 소문의 입사이로 비집고 나온다. ..............저.........여자가....어떻게.... 어떻게? ...그리고....왜?! "오랫만이군요." "............." 소문은 말을 잃었다.... 뭐지.......내가 봤을때 소문과 가화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설마..원 스토리대로 흘러가버린건가.....내가 이곳에 없을때......?! "깜짝 놀랐어요. 국내성에서 별리한 후 어떻게 됬는지 몹시 궁금했는데. 마침 논공행상의 자리에 갔다가 호명되는 소리를 듣고 놀랐죠. 아무튼 축하해요." 상당히 친근한 어투다.... 그녀는 소문에게 바싹 다가서서 아름답게 미소를 띠고있다. 국내성 민란 이후 그들 부녀는 서안평으로 달아났던 것이다....그런데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정말..나도 예상치도 알지도 못했다. 고급스럽고 비싸 보이는 옷에 화려한 마차.... 아무리 보아도....숨어사는 성주의 딸 차림새가 아니다....이런 차림새로 원수부에 들락날락 거리는 것을 보면 가륵은 아직도 건재....한건가......... 정말......말세로군......... ...소문은 여전히.......아무런 말이 없다. 너무나도 우연히 만나서 정리가 안 됀 것인가.....?! 아니면........ "여긴....무슨 일로 왔지?" 비로소....그의 입에서 말이 새어나왔다. "건무 대원수를 좀 뵈오려구요. 얘야 가자." 약간 떨어져서 서있는 시녀에게 가화가 말을 던졌다. "........" 소문은 더 물어보고 싶은 말이 미진하게 남아 있는 듯 했지만....참는 표정이다.. 소문... 그녀에게....뭘 .....더 말하고 싶은 거야....? 그녀는 주름치마를 걷어 올리며 마차에 올랐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마차에 가뿐히 올라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청암골로 오시어 절 찾으시면 우리 집을 찾으실수 있을 거예요." 빨간 입술에 미소를 날리며....가화는 떠났다. 정말......진짜..이런건 예상치도 못했다.. 그녀를 이곳에서 만나다니.... 그리고.............왜 저렇게 소문과 친해 보이는 거지....? 내가..그날 그렇게 가버리고 난 후......무슨.....일......이라도... 있었......던.....건가......? 흠... 뭐..이런 저런 일이 있었나 보군... 순간...책의 글귀가 떠오른다... 원판에서의 가화와 소문의 정사....... 제길.......사라져라......사라져!!!! "매향..?!" 소문이 의아한듯 날 부른다. "어....응?" "왜그러느냐. 머리가 아픈거야?" 어..글고 보니 내가 미친듯 머리를 흔들고 있었군......... 헉....쪽이다... "아..아냐.. 벌레..그래 벌레가 있어서.." 난 황급히 둘러대곤 고개를 숙여 버렸다. 내 표정이 어떨지........소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였다. 대체.........그녀의 등장은....뭘..뜻하는 걸까..... 어쩐지....불안하다.... "요상한 데서 요상스레 홀리는군...대체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저 여자 왜 수군원수부에 나타난 거지? 아니..그보다..어디서 뭘 했을꼬?" "흠..." 흑벌무도 종잡을 수가 없는듯 자신의 빨간 고수머리를 쥐어뜯었다. "말짱 헛거야. 말짱!! 제기랄! 썩어빠진 성주. 죄없는 백성 등쳐먹고 축제에만 혈안이 되있던 탐관 그런 놈은 없애야 한다고 한바탕 엎어 놨더니.... 결국 도로아미타불 아냐? 헹." "함부로 단언하지들 마라. 가화가 건재하다고 해서 가륵이 아직도 건재하란 법은 없잖아?" "그거야 그렇지만은 생각해 보소. 서안평으로 달아난 건 누구누구요? 가화 아니오? 아비에 딸이면 바늘하고 실이지 않그렇소? 딸이 잘되면 그 아비도 잘되었단 말이 아니오." "글쎄....속단은 하지 말라니까 그러는 구나." "그 기집......설마 형님을 사랑하고 있는거 아니우? 그때도....." "..........." 순간.......뭔가 약속이나 한듯 세사람이 입을 다문다.. ......뭐냐... 그때가 뭐 어쨌단 소리야? "....왜들 그래..?" 어색하게도 내려앉아버린 침묵에 오히려 내가 당황해서 물었다. "음...아냐.." "뭐가..아닌데?" 뭐야..이거 수상하고 찜찜하게...... 대체..그때가 뭘 어쨌단 거야? 왜 가화가 소문을 사랑한다는 거냐구...... "소문................무슨...소리야?" "아냐. 흑벌무의 말을 곧이 듣지마." "...대체 무슨 소리냐니까!!!" ....내가..소리를 지르고 있잖아....? 왜..이렇게 날카롭게 내가 반응하는 거지? .......이럴게 아닌데...? "매향..?!" 소문도 약간 놀란듯 날 주시한다... 얼굴이 확하고 뜨거워진다.....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어..어라.... "미....미안해.." 난 순간 사과하고 말았다. "........소리 지른거.....본심이 아니었어.....하하..미안..내가 ..왜 이러지?" ......쿡쿡..쑤셔온다... 어딘지 모르게...아프다... 하지만..난 애써 웃어 보였다. 내 심정을 들킬까봐.........조심해야 했다.... 소문에게 들키기 싫었다.....왠지 모르지만....조심해야 했다.... ......가슴이......아팠다..... 분위기...정말 드럽게 어색하다....어쩐다냐....^^;;; "내 이눔의 자식을 그냥!" 갑자기 흑벌무가 분위기 전환이라도 하듯 벌컥 화를 낸다. "왜, 왜그러니 응?" 놀란 지보가 팔을 잡았다....헉...다행히..분위기 전환에 성공한듯.. "그 파수 병졸놈 죽여 버릴라고..." "왜..?" "아까 대원수가 없다 그랬잖아!! 근데 저 기집은 뭐야?" "정말 그렇군....." "내 당장 달려가서...." "허허..좀 참아라.. 높은 양반이야 원래 있어도 없다하구 없어도 있다구 하는 분들이니까. 파수 병졸이야 시키는 데로 할뿐인데 뭔 죄가 있겠냐.. 그건..그렇다 치구..이상하단 말야....가화가 대체 어떤 여자길래 건무 원수부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걸까.." 심상찮은 일임엔 분명하다... 나와 소문.......과의 관계를 떠나서.....이건..그 사태로만 봐도....뭔가..이상하다. 대체..무슨 관계인거지? 남자와 여자의 단순한 관계....? "뭔가...뭔가..있는거 아닐까?" 지보가 눈을 껌뻑이며 말한다. "전부터..요염한 여자였잖아.....아무래두.." "그러게 말야? 정숙하기 이를데 없는 여자라면 몰라두...그게 그렇지 않잖아? 국내성에서도 금검 그 양반을 사모해서...." "그만!!" 헉..... 놀래라....... 갑자기 소문이 꽥하고 외쳤다. 그 외침에 우리 세사람은 움찔 하고 말았다. "왜...그래?" 내가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만 가자!" 그가 돌아섰다............... "왜 그러시우?" "건무 원수는 나중에 만나자." 소문이 앞장서서 원수부를 나선다. 흑벌무와 지부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뒤를 따랐다. 그리고......나도.................. 가화가 왜.....건무를 만나러 왔는지...그걸 알아낼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보다 흑벌무는 소문이 화를 냈었기 때문에 그 이상 가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다만...... 순남이와 거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그 이야기만 나왔다... 소문은 ...........가화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소문....? "휴가도 이제 이틀 밖에 남지 않았으니 끝나기 전에 결정을 합시다. 매향과 형님,그리고 순남과 흑벌무가 함께 거처할 수있는 집 말이우." 지보의 말에 흑벌무가 난처한 듯 기색을 띠고 묻는다. "넌 어쩌구?" "난 원수부의 숙소에서 숙식을 하면 되잖아?" "허...그럼 날더러 살림을 차리란 말이냐? 소문형님과 같이?" "그렇지." "못한다." "못하다니?" "영내에 함께 있으면 있는거구 밖에 나와 살림을 하려면 것두 셋이 같이 해야지. 그런 수가 어딨냐?" 벌무가 반대한다. 잠자코 있던 소문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때가서 결정하도록 하고 우선 거처를 의논드려 보자구." 밤이 되자 벌무와 지보는 우리만 남겨두고 다른 방으로 건너 가버렸다. 늘...밤은 그와 함께였는데....이상하게도 오늘은 너무나 어색하다.. "난....다른 방 가서 잘란다. 오늘은 혼자 자라구." 일어서서 나가려는 나의 팔을 소문이 잡는다.. "왜그래?" 그의 어투에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는 것 같다... "아냐...오늘은 너무 피곤해서..........그냥...나 다른 방으로 갈련다.." 허나 내 팔을 잡은 그의 손은 풀리지 않는다. "여기서 자. 아무 짓도 않할테니까." "아니..싫어." 제길....목소리가 갈라지려 한다... "왜 싫다는 거야?" "그냥..... 좀 놔줘. 따로 자고싶다구." 난 그의 손을 떨쳐내려 애썼다. "대체 왜그래?!" 짜증이 묻어 나온다....................... "아..제기랄.....놓으라니깐!!!! 딴 데 가서 자겠다잖아!!!"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버렸다. .....소문의 눈동자를 올려다 볼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런 기분으로 그와 헤헤거리며 같은 방에서 잘 자신도 없다... 놓아줘........ 슥..... 내 팔을 꽉 잡고 있던 손이 풀렸다. 난 팔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숙인 채로 방을 나섰다. 지금 소문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다 하더라도 나보단 낫겠지... 젠장.......... 하루종일 말이 없었다.. 평소때도 그다지 많은 말은 주고 받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도 우리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공기를 느꼈을 것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싫다. 그냥.....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저녁 때가 되었다. "소문 형님 여기 있수?" 지보가 내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없는데..." 소문이 없나? "어디루 간거야..대체." "그가..없어?" "음. 아까부터 보이질 않네...." .....가슴이 철렁한다.... 헉.......심장이 무너질 것 같다..... 제기랄......왜 이러지...? "어디로 간....건지...몰라?" "아마도......." 지보가 말꼬리를 흐리며 우물쭈물 거린다. "짐작가는데가 어..딘데..?" "청암골의 가화에게.." 정신이 핑하고 도는 것 같다.... 그가 거기로 갔다구....? 아무 말도 없이..? "아......그래..?" 최대한...아무 일도 없는듯 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그것은 추측일 뿐이다.... 아닐 가능성도 높은 거야......단지........그 가능성중의 한가지일뿐.... "소문......" 지금....몇시나 됬을까.....? 달이 거의 기울었으니.....새벽의 마지막.......이 다 되어가는군... "아니 대체 어디갔다 오는게요! 형님 정신이 있소 없소?!" 아래층에서 흑벌무의 짜증섞인 음성이 들려온다.... 그가.....돌아온 건가..? 난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미안허다." "미안하면 다요? 모가지가 빠져 댓자나 되구 눈알이 빠져 어디 갔는지도 모르게 기다리도록 만들다니 정말 해두 너무 했소." "그러게 용서를 빌잖아." "어떻게 오래 앉아 있었던지 엉덩이에 종기가 다 났수. 아니 기다린건 둘째 치고 대체 어쩌자고 거길 가셨수?!" "............" 거기라니............그럼.... 그럼.............. 정말로.............가화에게......?! 이밤이 다 새도록.........무얼...했단 말이지....? "쩍하면 입맛이지...가환지 진환지 그여자 보면 모르시우? 원수부에서 형이 성질을 팩하니 내길래 성깔 건들기 싫어서 가만 있었소만........" 더이상.....흑벌무의 말이 귓가에 들려오지 않는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제기랄........결국......... 결국........ 쿵..... 어.... 갑자기 소문과 흑벌무의 이쪽으로 돌아온다.. 아.....내가 비틀거리다 기둥에 ...어깨를..... "매향....?!" 소문의 표정이 가관이군..... 후후후후후.... 아주 우스운걸...? "야!! 그만 일어나!!" 뭔가..아주 멀리서.....익숙한 음성이 들린다. "음...." "이 자식..두시간이나 이러고 있다니...." 지금 유리관을 두드리고 있는 녀석..병호다... 여기.......그래.. 한국......학교의 체육창고... 웬지 감각이 잡히지 않는다... 돌아온거구나..... 돌아왔다......? 돌아왔어...........아..그래.....원래.......내가 있던곳..... 한국으로........돌아 ..온거다..... 몸이.....무지하게 찌뿌둥하다...... "아아.." "야....너 대체 뭐하다 뛰어온거냐?" 응? 내가 뭘 했는데......?! 뭔가......기억이 없다..... 거기서..넘 오래 있었더니... 뭐든지....다 가물가물하군.... "아아...아마도..농구..시합..." 허.....농구시합..시작전에 달려 왔었지... 개판 됬겠군....어쩐다.... 제길....나도 모르겠다.....어쨌든...너무 피곤해.... 좀 쉬어야 겠다........ "나 간다." "어이..괜찮아?" "음.." 창고를 나서자 쨍쨍 내리쬐는 태양이 눈부시다.... 그래...... 여기가 원래 내 고향이다.... 한국이다.......고구려가 아냐... 빵빵!!!!! 웃.......차다.. 그래..고구려처럼 말이 아니라....클랙션 소리가 요란한 차가 내 앞에 서있다. 아....제길....드럽게 적응 안돼네....거기서 넘 오래 살았어... 차의 운전수가 날 보고 욕을 퍼부었다. "미친 년 아냐!!" 훗....여기서도 년 소릴 듣다니... 문득 고개를 들자 맞은편 수퍼마켓에 걸려 있는 거울이 눈에 들어온다... 별로 변한것 없는 얼굴....좀 하얀 피부에.....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 하나도..변한것이 없는데....... 왜..년 소릴 듣지....? 모르겠다..... 음..... 집에가서 자야겠다... 소문의 일........잊고 싶다..... 언제나.........울듯한 기분으로 돌아오는군.............제기랄.... 집어 치워.......이젠 들어가고 싶지 않아.... 가화하고 어찌되든... 난..이제 필요 없겠지.. 전생이고 뭐고........이젠 정말 들어가지 않을 거다... 제기랄....... 그나저나 낼 농구건은 어떻게 해결한다... 전생 2부 -8 "오빠 다녀왔어?" 겨우겨우 집에 돌아오니 저녁무렵이 다 되어 있다. 허..기가차군..집도 못찾아서 두어시간을 헤메다니... "아..그래.." 난 늘어진 몸으로 방안에 들어서 가방을 내려놓고 털썩 주저 앉았다. "매향학생 있나?" 그때 문밖에서 신경질적인 음성이 날아온다....누구더라..? 아..주인집 뚱땡이군.. "예.." "음..이번달 수도요금이랑 전기세 내야지." 난 주머니를 뒤졌다. 농구부 주장이 선불로 쥐어준 돈 50000원이 손에 잡힌다. 이건 돌려 줘야 될텐데....내가 미적거리자 뚱땡이의 눈빛이 금세 사나워진다. "여기요." 한바탕 늘어진 설교소리가 듣기 싫어 난 그돈을 끄집어 냈다. "만육천원이야." 빌어먹을 누굴 호구로 아나.....우리 셋이 써봐야 요금이 얼마나 나온다고...자기네는 컴에 다리미..세탁기 오만가지 다쓰면서.... 허나 따지기도 귀찮다. 저렇게 살다가 죽으라지 뭐..돈을 던지듯 놓아주고 난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너무 피곤하다..자야겠어.. "오빠! 연개소문하구 책 갖다줬어?" 헛..그러고 보니..도서관에 책 가져다 주기로 했었지..경황이 없어서...난 간신히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오빠가 잊어버렸어." "그럼..내가 갔다 올게 카드하고 책 가방에 있지?" "그래..근데 아직도 문 열고 있니 도서관?" "응. 8시까진 개방해." "그래...." 웅얼거리듯 답하고 난 눈을 감았다...이젠 소문과 나도......이젠...... "어이!! 야!! 일어나봐!!" 우웅....누구야..지금 쉬는 시간 아냐....제길.. "호출이야. 3학년이라구." 날 일으킨 녀석이 바깥 복도를 가리킨다엇..농구부.... 올 것이 왔군..... "너!! 대체 어제 어떻게 된거냐!! 우리가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나 알아? 정신이 있어 없어 이 자식아!!" 나가서자마자 질타가 쏟아진다. "죄송해요. 급한일이..." "닥쳐!! 네놈때문에 시합은 개판되고 우리가 졸배들한테 얼마나 터졌는지 알기나 하냐?" 제길...원래부터 나같은 용병을 도입하려던 네놈을 잘못이지....이거 말 한마디 잘 못했다간 죽이려고 하겠군........ "죄송합니다." 빌어먹을...내 신용에 금가는 소리가 처절하게 들려온다.....각반 녀석들의 시선이 모두 이리로 쏠리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저자세로 나오자 그들은 씨근거림을 멈추고 손을 내민다..아..돈을 내놓으라는 건가. "아...." 어쩐다....어제 세금 내고 충당해 놓지 않았는데..... ".........." "뭐해!! 돈!!!" "죄송합니다..만...내일 드리면...." 철썩!!!!! 눈앞에 뭐가 번쩍하더니 고개가 돌아가 있다. 뺨이 화끈 거리는걸...... "이 개자식이 누굴 가지고 노나!!" "야..참아 여기 복도야..언제 선생들 지나갈지 모른다구." "........" 입에서 쇠맛이 느껴진다....그거 맞은 거 가지고 입안이 찢어진건가..? "이 빌어먹을 새끼야. 내일까지 돈 가지고 와! 시파새끼..." 발소리가 멀어진다......주위의 시선이 빗발치듯 와 꽂혔지만 난 무시하고 교실로 들어왔다. 제길.......... 난.......왜..이리로 온걸까....미친건가....? 무심결에....또 체육창고로....와버린것이다.. "제기랄...." 중얼거리며 돌아서려는데...문득 체육창고 안에서 둔탁한 소리가.....났다.. 퍼..억...이라고 ..뭐지? 저곳엔 아무도 없을텐데....그 기계밖엔....설마?! 난 앞뒤도 가리지 않고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갔다. "뭐야?" 어두운 체육창고 안에...각목과 쇠파이프를 든 사내녀석 다섯이 ....서있다... "넌 뭐야?" "저녀석....선배들이 손봐주라던 녀석인데..?" "헤.....놈이라구? 년 아니냐?" 머신의 유리창에 금이 가있다.......겉표면의 일부가 심하게 일그러졌고.......스파크가..인다..... 부숴놓은...건가..왜? 농구시합을 망쳤다는...그 이유로..? 그들이 날 꼬나보며 건들건들 다가온다. "드럽게 비리비리 하네?" "이런 넘이 어떻게 우리를 제치고 주전으로 고용된거야??" 내팔을 툭툭 치며 시비를 건다.....이 개자식들이............. "크크큭...글쎄 생긴것두 이쁘장한게 계집애 같구.....벗겨볼....크헉..!" 난 참지 못하고 놈의 낯짝에다 최대한의 힘을 실어 주먹을 갖다 꽂았다. 놈은 파워를 견디지 못하고 각목을 놓치면서 나가떨어졌다. "아니..이 새끼가..." 당황해서 주춤거리는 놈들을 죽일 듯 노려보며 난 주먹에 피가 나도록 꽉 움켜쥐었다. "죽여버리겠어..이 개새끼들...." "저새끼 잡아!!" 나가떨어진 한 놈을 제외한 나머직 네놈이 나에게 각목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빌어먹을..." "크윽.....놔!!!!!" 입가의 상처가 또 터졌나 보다........제길..아까 어깨에 맞은 각목의 충격이.... 하지만 내 손에 의해 세놈이 뻗었다.... 남은 두놈은 내가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한 것이다....결국 난 깔리고 말았다.. "이게...비썩 마른 넘이 왠 힘이 이렇게 좋은거야?" "잘 눌러!" "제기랄 놔!!" 발버둥치며 날 누르고 있는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해봤자 지금 난 탈진 상태다.. 아까는 미칠듯한 분노로 피곤한 줄 몰랐지만..이따위로 눕혀지자 금세 힘이 떨어진다....제길.... "킥킥..이자식 힘 빠졌어. 아까만큼 못해." "그래? 그렇담..그동안 우리가 당한것 복수 해야겠지? 요새 내가 꽤나 욕구불만인데 말야.." 두놈은 키득 거리며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날 바라보았다.....분이 치민다... "이 변태 새끼들아!! 지랄하지말고 놔!!! 놔아아!!!" 잡힌 손목은 점점 죄어오고 한놈이 내 위로 타오른다. 그러더니 서슴없이 교복윗단추를 끌르기 시작한다...... "뭐..뭐하는 짓이야? 그만둬!!" "웃기지마..이건 약과라구...어제 우리가 얼마나 터졌는지 알기나 해? 위로 좀 해야 안되겠어?" 이...이자식들....진심이다... 뭐..뭐 이런 넘들이..... 놈은 단추를 풀다가 잘 풀어지지 않자 옷을 잡아뜯었다. "이야...이자식좀 봐...새 하얀걸? 계집애 뺨치는데...?" "야 아래도 벗겨봐." 난 입술을 악물었다...... 철컥... 버클이 풀리고 그 손이 내 다리에 닿자 난 움찔 거리고 말았다.. "그..그만둬.....이....." 목소리가 쥐어짜듯 새어나온다.........싫다..... 싫어...................이건..... "큭큭..울어보라구...울면서 애원해봐." 놈은 실실 쪼개며 내 바지를 내린다.........더..더이상은......제기랄!!!!! 왜 힘이 나지 않는거야!!! "큭..이제서야 겁내는 거야? 덜덜 떨어대기는......" "싫어............놔.... 놓으라구!!!! 이 미친 자식들아!! 놓아.......흑....!!" 놈의 주먹이 내 배에 박혔다.......순간 엄청난 고통으로 내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그놈은 즐겁게 내 몸을 감상했다. 수치스러워......... 미치도록.............수치스러워서......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 "햐...너 정말....." 놈들이 뭐라는지....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터져오를듯이 들끓어 오르는 감정이 날 혼돈속으로 몰아간다.... 왜......왜..이런일을...또 당해야 하지.....? 소문...이곳엔 네가 없는데....네가 없는데.. 네가 없어.............. 넌...............어디 있지..? 응.....? 무언가....뜨거운 것이 눈을 적신다..... "그만 두지 그래?" 순간 시간이 뚝 하고 멈추었다. 어두운 체육창고에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곳에 빛의 높이를 초과하는 키를 가진 이가....자신의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넌..누..누구냐?" "그쪽이 싫다잖아. 비열하게 두사람이 한 사람을 린치하다니 호..그러고 보니 네녀석들 어제 우리와 시합한 팀멤버 아니냐?" ......누..구지..? 체육창고에 불이 들어오더니 그가 모습을 나타냈다. "넌.. 경환고 에이스 이상현?!" 두놈은 그제야 놀라 벌떡 일어선다... 덕분에 난 제압에서 풀려나 옷을 추스릴 수 있었다... 저..사람..그래.. 어제..(여기 시간상으로 보면..어제 맞음..^^;;) 날카로운 눈매로..가장 눈에 띄던.....사람....그가..왜? 에이스라구..? "늬들....뭐하는 짓거리냐? 내눈엔..남자로 보이는데? 호모냐?" 말투가 상당히 호전적이군...그 눈매와 매치가 잘 되어 보인다.... "이..이녀석이 우리의 시합을 망쳐놔서....." 우습지도 않게 변명하는건 또 뭔지..... "그러고 보니..너 어제 우리와 시합하러 온 .....난 웬 여자가 왔는가 했는데...농구부냐?"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확 일그러진다.... "뭐? 농구부가..아냐? 그런데 왜.....?!" 두놈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원래 정규시합엔 멤버 아닌 사람이 나갈 수 없으니까........ "설마...네놈들 부정으로 시합을 보려 한건가..?" "그게..아냐..단지..." "단지..?" "그..그게..그게..." 대답하지 못하고 미적대는 그들을 보고 그는 날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넘어갈 수는 없겠는걸. 이런 사실을 알게 된이상." "앗...." "하지만...다신 저아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면 눈감아 줄수도 있다." ..........그 조건은 뭐지.....? 허나 날 깔아뭉개던 두 놈은 왠 횡재냐 하는 얼굴이다... "약..속하지." 그는 미더운 얼굴로 바깥을 향해 손짓했다. "그럼 이만 퇴장해 주시지. 그 친구들도 데리고 말야." 순식간에 농구부 녀석들이 모두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 체육 창고에 그와 나만이 남게 되었다.....그는 내게로 다가왔다. "이봐. 괜찮아?" ......!! 나....왜 놀랐을까.... 제기랄....그가 한말이.....고구려로 처음 갔을때 소문이 한 말과 같다는....그런 유치한 감상 때문인가.....? "그래.." "어.....너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아..기분나쁘게 듣진마.. 그냥 순수한 감상일 뿐이니까....입술이 터졌구나. 잠깐만.." 그는 주머니에서 반창고를 꺼내더니 붙여주었다. "난 자잘한 상처들이 많아서..이런건 언제나 소지해 다니지."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도 작은 대일밴드가 붙어있다. "난 아까 녀석들이 밝힌데로 경환고에 다니는 이상현이라고 한다. 2학년이지. 넌?" "........진.....매향.." "매향..이라고..매화향기.....향기로운..이름.." ".....왜 날 도와 준거야?" 그는 잠시 당황한듯 말이 없다.... 하긴..원래라면 도와줘서 고마워일테니까..... "음.... 그냥..네가 맘에 들어서..라고나 할까? 잘 모르겠군.....어쨌든 린치는 맘에 안 드니까말야..... 지나가다가 네 외침 소리가 들려서....그리고 사실 난 널 보러 이학교에 찾아 온거거든." ".......날..?" 그는 얇은 입술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상당히 핸섬하다고 느껴지는.....미소이다. "그래. 시합시작전에 그렇게 요란하게 뛰쳐나가버린 소녀에게 관심이 많았었거든." 난 쓴미소를 지었다. 문득..스파크를 일으키는 머신에게로 눈이 간다... "많이 부숴진듯 한데......네가 만든거냐?" 난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망가졌군... 그럼...이젠 다시 그리로 못가는 건가......? 소문과도.......그 고구려와도 ..끝인가...? 병호자식....뒤집어 지겠군..... 욱씬...... 또....가슴이 에일듯 아프다... 아프다..... 아리다...... 소문........ 난........대체....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못 돌아가게 되어......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건가....? 헌데...왜 이렇게 가슴은 아프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내가...... 소문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 그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인가............? 그녀와의 이야기에서......가슴이 아팠던 것도......모두......? "매향....?!" "날 ...잠시만....그 소녀로 봐줄래.." 누군가에게..기대고 싶다.... 정말..피곤하다.... 그리고...........울고싶다.... 다시..............돌아가고..............싶다....... 고구려로........... 눈물이........흐른다........ 전생 2부- 9 "으아아악!!!!!" 역시..병호...넘어가는군.... "어떻게..고칠수 있겠어..?" 가장 조심스런 질문이다.... 녀석은 한 10분간 정신적 폐허속에서 헤메이다가 기계를 살피기 시작했다. "제길..메인부분이 많이 손상됬어. 그리고 표면도 일부..일그러졌고......." "고치는게 가능하냐?" "몰라....부속이 거의다 사기 힘든 것들이라서.........언제쯤 고쳐질지.. 그리고 고쳐진데도...제대로 작동이나 할런지......너도 알다시피..시공을 뛰어넘는 기계란게...오묘한 실수로 인해 만들어 지는 거자나..." 결국...... 이 기계가 고쳐지지 않으면 난 두번다시 고구려로 돌아가지 못한다는건가.. 정말 허무하군... 우습고 말야... 여자때문에 질투하다가 헤어져...이젠 영원히 돌아가지 못한다구? 죽을때까지 이 기계란 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오래 걸려?" "몰라. 근데..꽤나 호들갑이구나 너? 대체 전생에서 뭘하는데?" 넘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헉..... "뭐..뭘하긴...." "말해봐! 뭘 꺼리고 그래?" "사실은.....나도 몰라." 녀석의 얼굴이 마른 대추처럼 이지러졌다. "뭐...? 너 한번 맞아 볼래?" "아..끝까지 들어봐.....내가 가는 곳은 고구려야. 연개소문....." "네 전생이 연개소문이라고?" "끝까지 들으라자나!! 그냥...그와 생활할 뿐이야..저번엔 살수대첩도 볼 수 있었고.." "그래? 역시..난 대단한 발명가야.....그런 걸 가능하게 하다니." 녀석의 눈이 빛을 발하며 번쩍 번쩍거린다.. 허거뤼.... 근데..이상한걸.....? "야." "응?" 녀석은 다시 기계를 살피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근데..그렇게 눈을 반짝거리면서 왜 니가 안하고 날 시킨거냐?" ".............." 엉...뭐야..왜 입을 다무는 것이냐? "왜 그러는데?" "몰라도 되." "이게..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딨냐? 엉? 빨리 말 안해?!" 난 녀석의 목을 조르며 대답을 강요했다. "켁...알았어.......대신..웃지마.....알았지?" "왜....?" "웃지말라면 마!!" "그래.." 녀석은 한동안 망설이더니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내 전생은 ...개라고 무당이 그랬어." ..........뭐? 개....? Dog? 푸..풋......푸하하하하!!!!!!! 개라구? 개???? 으하하하하하하하~~~~ 난 정말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소리내서 웃었다간 이녀석이 삐질게 분명하고.,. 허나.....볼에 경련이 이는것 까지 막을 순 없었다. "쳇...." "그..그래..알았다...고쳐지면..연락줘." 그렇게 말하고 난 창고를 빠져 나왔다. 내가 도와줄 일이 없는 것이다.. 그저 난 피실험자일 뿐이니까..고쳐지기만을 바랄뿐...... 그 교만을 버리고 말이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인다. 어두운 창고안에 있다가 나와서 그런게 아니고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는 것이다. 고구려에 있을땐 이일이다..저일이다 해서 바빠 하늘을 올려다 볼틈도..없었는데.. 문득 수퍼마켓이 눈에 들어온다. "아..오늘은 카레나 만들어 볼까? 지연이 하고 현아가 그걸 좋아하니..." 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이게 원래 내 생활인 것이다... 소문과의 생활은.....단지 꿈..같은 것일뿐..... 재료를 한가득 사서 봉투를 끌어안고 나오는데 순간 청명한 목소리 하나가 날 붙잡는다. "매향!!" 뭐야..... 어....저녀석... 이상현....이라던가..어제 그녀석 아냐? .....뭔가..고의적인 느낌이 나는데... 우연이 이렇게 만나다니... 녀석은 교복을 입은채로 나에게 걸어왔다. 역시..샤프하게 생긴 얼굴이다....그 얼굴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쳐져 있고 말이다.. "집에 가는 길이야?" "응. 넌?" "난..이근처에 볼일이 있어서..그건 뭐지?" ".....카레재료." 녀석은 날 쳐다보더니.....봉투를 빼앗아 간다. "어... 뭐하는 짓이야?" 내가 도로 봉투를 받으려 하자 그는 내손을 피한다. "내가 들어다 주지. 앞장서." "뭐? 너 일있다며..." "내일은 중요한게 아니야. 앞장서라니깐." ......웃기는 녀석일세.... 정말 황당한 넘 아냐? 어제 첨만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설마..어제 지 어깨 좀 빌렸다고 빚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난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 의도를 모르는 호의는 받고 싶지 않았지만....어쩔수가 없지 않은가.... 내가 사는 곳은 이른바 달동네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빼곡히 단층집들이 늘어선곳... 그런 곳이다. 보통 녀석들은 이정도까지 올라오면 숨을 몰아쉬며 헉헉대기 마련인데.. 이녀석은 운동을 해서인지....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대단한 체력이군... 하기사..나야 무거운 재료봉투 안들고 와서 편하긴 하다만 말야. 난 아무 말도 없이 대문을 밀고 들어갔다. 쇠문이 오래되어서 낡고 잔뜩 녹이 슨 것이었다. 헌데..이 녀석도 아무런 말 없이 따라 들어오는게 아닌가? "여기다 내려놔 줘." 난 부엌의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내 말대로 봉투를 놓더니 집을 슥 훑어본다. 왜 너무 낡고 지저분해서 놀랐냐? 날 부잣집 아이로 봤다면 그건 착각이야. 난 고학생이라구~ "어? 오빠 왔네?!" 그래 내 사랑스런 동생들아... 오라버니 오셨다.... 지연이와 현아는 내품으로 달려들어 반기고는 상현을 바라본다. "저 오빤 누구야?" "어? ...." "난 매향이 친구다. 이상현이라고 하지. 잘 부탁한다." 인사마저도 똑 부러진 녀석이군.....근데..내가 왜 니 친구냐? "와....오빠 친구....넘 잘생겼다." 지연이가 얼굴을 붉히면서 좋아한다... 안돼..지연아..저런 미끈한 넘은 얼굴값을 한단다.... 저런놈을 좋아해선 안돼............ "그만 가보지 그래?" "어..오빠 친군데..그냥 보내?" 지연아...........너 한대 맞아볼래? 저 자슥은 내 친구가 아냐아아아!!!!!! "그래. 이왕 여기까지 온거 저녁 정도는 줄수 있잖아?" 너...대체 뭘바라냐... 이 집꼬락서니를 보고도...얻어먹고 싶어? 정말....뻔뻔하군...... 휴휴휴휴..... 가뜩이나 쌀도 바닥을 보이는데..... "제길.......저녁만 먹으면 가!" "걱정마." "와아! 오빠 정말이야?" "오빠 넘 멋있다." 지금 들려오는 이 감탄사들은 내 동생들이 내게 보내는 찬사가 아니다... 저 상현이란 넘에게 보내는 감탄사들....... 제길....이게 뭐냐!! 난 앞치마 두르고 카레나 만들고 있고 저녀석은 히히덕 거리며 동생들 하구 놀고나 있고!! "밥먹어!" 난 괜시리 퉁명스레 말하며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와! 카레다!!" 지연이와 현아는 좋아서 얼른 밥상으로 다가오는데...이넘은 말없이 상만 바라보고 있다. 왜저래? 밥상위엔 카레 얹힌 밥과 김치뿐인데.... "안 먹을 거야?" 내가 밥그릇을 치우려 하자 그는 내손을 잡아 저지시킨다. "아니...오랫만이라서..." 뭐가 오랫만이냐? 카레 첨 봐? "이렇게 직접 만든 카레는 정말....오랫만이야..." 뭐? 너...이런거 못 먹어 봤냐? 어머니가 안 계시는 거야? 설마......네넘..그렇게 미끈하게 생겨서...고학생이란 말이냐!!!!! ......웬지..불쌍해 지는군.... 어쩐지..우리집을 보고도 놀라지 않더니만..... 내 많이 퍼주마. 우리집 쌀독 바닥나도!! 결국 상현은 아홉시가 넘어서야 우리집을 나섰다. "오빠 잘가!!" 상현은 미소를 지어 답해주곤 돌아섰다. "잠잘 준비 해놔!! 이빨 닦고!" "알았어!!" 난 녀석을 바래다 주라는 동생들의 협박에 못이겨 따라나섰구 말이다..ㅜ,ㅜ 제길.......누가 여자 아니랄까봐... 동생들아 그러는게 아니란다... "..........." 아무런 말도 없이 어두운 골목길을 내려왔다. 다 내려오자 난 잘가라고 한마디 던지고 도로 올라가려 했다. "잠깐...." 녀석이 내 팔을 잡지만 않았어도.. "왜?" "카레..정말 맛있었다. 나중에 또 먹을 수 있을까.....?" ......너..그런 애처로운 얼굴하면......내가 흔들릴줄 아니? 제기랄......... 그딴 카레가 뭐 맛있다고.... 참내..나랑 같은 고학생이니 참는다..... 그리고 그정도라면야........... "얼마든지." 녀석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인다. "나중에 또 보자. 아니 보게 될거다." 헉......이자식....이상해.... 너 나한테서 뭘 삐껴먹으려고 그러는거야? 우리집 사는 꼴 보면 몰라? 난 가진거 암것도 없어!! 그렇게 이상하게 말하지 말라구!!!!! "그....그래...잘가라...." 녀석은 돌아서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쳇.....별 희안한 녀석 다보겠네..... 전생 2부-10 헉..큰일이다.. "나랑 사귀자." .........뭐? 지금.......뭐라구? 난 물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분명 내 앞의 넘은 수염자국이 거뭇거뭇하고 교복을 걸친 사내자식이다.....물론 나도 교복을 입고 있다...... ".......야....." 난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하교길에 사내녀석에게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고..누가 상상이나 하겠냐고오오오!!!!! "나도..네게 반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넌 정말...너무.........하루종일 네 생각만..엇..야!" 씹는게 최고다..무시하고 지나가자........할려는데..이넘이 내 팔을 휙하고 끌어당긴다... "진심이라구!!! 날 변태취급하지 말란 말이다!!" 넌 변태야!!! 변태자나아!!! 이자식아 놔!!! 난 알바가야 돼!!! 왠 알바냐굼? 커피숍에서 나이 22살이라고 속이고 밤 11시까지 홀서빙하기로 했지..음..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남...철썩 같이 믿어주다니.. 덤으로 병호는 학교만 마치면 기계수리에만 매달려 ....헉! 이게 아니지!! 놔라아아앗!!! "난 관심없어!! 놔! 놓으라구!!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그러지 말고 이해해 달라구!! 헛......이자식 어디다 그 지저분한 면상을 들이대!!! 꺼져!!!! 난 기겁해서 녀석을 발로 주어차 버리곤 허겁지겁 달렸다. "거기서어!!!!!" 미쳤냐 서게... 찰거머리 같은 녀석.... 난 죽어라고 달렸다.. 우째 이런 일이.....백주대낮에 이런 충격 고백을 당하다니.......ㅜ,ㅜ 대체...왜 이런다냐......엉? 어제도 이런 일이 있었다구..... 우....제길.. 소문 하나로 족해... "저 왔습니다." 일 하는 곳에 도착해서야 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왜 그러냐?" 같이 일하는 준호형..(그 형은 공식상 나랑 나이가 3살 차이난다..22살이라고 내가 뻥친 덕분에...^^;;)이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어? 암것도 아녜요." 내가 어색하게 대꾸하자 형의 미소가 기묘하게 돌변했다. "혹시......변태한테 쫓긴 거 아니냐?" 헉......어..어떻게..?!!! "훗..니가 얼마나 색기를 줄줄 흘리고 다니는지 알기나 하냐?" 엣.......... 내가..? 무신 소리셔..? 색기를 줄줄 흘리다니........내가 여자도 아니고!!!! 난 어벙한 표정으로 형을 올려다 보았다. "귀여운 것. 가서 옷갈아입고 나와." 형은 내 등을 툭 치곤 지나갔다. 색...기라... 허허허..............허.. "쵸코파르페와 실론티입니다." 난 영업미소를 지으며 차를 내려놓았다. 내 미소에 뻑 가는 여자들이 무지하게도 많구만...절대 자랑이 아니다.. 지금도 희미하게 들려오는 꺄아아..소리. 여자들도..정말......어지간 하구만.... "여기요." 핫!! 저쪽 테이블에서 손님이닷!! "네 뭘 드시겠습니까?" 엇..앞에 커피가 놓여 있는데? 그녀는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이름이 뭐예요?" ".....진..매향입니다만...." 쿡..하고 그녀가 웃는다......엥? "아니..닉네임 말고 본명." ".....본명인데요." 이여자가 누굴 놀리나........누군 그딴 이름 좋아서 소개하는 줄 아남?! "어머........이름 너무 애로틱하다..매화향기라니..." 애..로틱..??? 그래서..할말이 뭐유? 커피라두 더 드실거요? "나이는 어떻게 되요?" "....스물..두살입니다만.."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불러 이딴걸 묻다니... 이래서 여자란 존재는......내 참....뭐..남자도 마찬가진가..? "어머..나랑 갑이네!! 그럼 말 터도 돼?" .....이 여편네가.....갈수록 더하잖아? "저.......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건지.." "여기 좀 앉아 봐요." 헉...이여자가 엇다가 손을!! 그녀는 내 팔을 잡더니 자기 맞은 편 자리에 끌어다 앉힌다. "저..손님...저는 여기 종업원이라서 사적인 일로 이래선 안됩니다만...." "그럼 일은 언제 끝나?" 이젠..아주 말을 까버리는군.. 어유..이걸 그냥 물을 끼얹어 버려? "......그걸..알려드려야 할 의무라도 있을까요?" "호호호..정말 동안이다..스물둘 맞아? 뭘 튕기고 그래? 지금 같은 시대에..남자가 대쉬해야 한다는 자존심인거야?" ..................빠직.... 딸캉.. 물컵을 들어 끼얹으려 하는 순간... 카페의 문이 열린다... 난 철저한 직업정신을 발휘하여..재빨리 일어서 다가갔다. "어서오세요!" ".........어? 너....진매향?" 헛..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난 고개를 들어 손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상..............현......... 그는 주위에 세명의 여자를 이끌고 .....당당하게 들어선 것이다. "아..... 너군.. 이쪽 자리로..와." 난 창가자리를 안내해주며 어설프게 말했다. "그래." 그는 그 여자의 무리와..그 자리에 가서 앉는다. 참..능력 좋은 넘이군.... 아..고학생이니까.. 저 미끈한 얼굴로 용돈을 버는건가?? 농구부 에이스고 하니..인기 엄청 날텐데.....헉....이건 나쁜짓이자나! 제길...내가 알게 뭐야.. 그들에게 가져다 줄 물을 뜨러 정수기로 걸어가는데 상현이 따라온다. "여기서 일해?" "어." "난 몰랐는걸..자주 올께." 자주 올필요 없는데....웅.. 물을 받는 내 어깨 위로 뭔가 슥하고 스친다....헉....뭐지? 알고보니..상현의 팔이었다.....농구선수라서인지... 팔이 무척 단단하구만. 그는 내위로 팔을 뻗어 컵을 꺼낸다. 뭐냐...이 커플같은 포즈는..... 녀석은 그 컵에다 물을 따르면서 조용히 웃었다. "그때 카레 또 먹을 수 있을까?" 헉......이자슥이..... 누구 집 쌀독을 바닥낼려구.... "그..글쎄.." "그땐 된다구 그랬잖아?" "하지만 지금 쌀이....!" 난 얼른 입을 다물었다. 별로.....이런건...남에게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 "쌀...?" 상현은 이상하다는듯 되묻는다. "아냐. 가서 니자리에 앉아 물 갖다 줄테니." 난 그를 가볍게 떠밀면서 쟁반을 들었다. "뭘 드시겠습니까?" 물을 가져다주며 묻자... "난 아이스티!" "난 체리소다!" "딸기주스!" 여자들이 각각 메뉴를 부르고.... "난 위스키 홍차."(카자..^^**큭.) 위스키 홍차??? 그런 메뉴도 있었나???.. 음..뭐..적자 적어. 그걸 들고 카운터로 걸어가 준호형에게 메뉴를 불러 주었다. "...마지막으로 위스키 홍차." "오케이..근데 누구냐?" 응? 누구? "저기 저 남자 말야. 너랑 친해 보이던데?" 아..이상현? 별루..암 사이도 아닌데.... "그냥 조금 아는 친구야."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어?" "아까 네 물도 같이 받아주고...이야기 하는거 봤는데 상당히 친해 보이던걸?" 억....형..그런 오해는 말아줘어... "아냐! 그냥 ....그냥 조오금 아는 넘이야." 난 극구 부정했다.. 어라.....아? 근데..내가 왜 이렇게 저넘과의 관계를 부정하지? 그냥 ..친구라고 해도 되는데 말야.. 음..알수가 없군.........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파르디 가파른 길을 올라 집에 도착하니...응? 지연이하고..현아가 나와있네?? "오빠아아아!!!!! 왜 이제와!!!" 동생들아....오라버니가 알바하고 온다지 않던?? 하여간..내 사랑스런 동생들은 뒤에 귀신이라도 쫓아오든 허겁지겁 달려온다. "왜그래?" "누..누가..누가.." 그러면서 집을 가리킨다.. 뭐..길래 그러지? 난 집으로 들어가 보았다.. 대체 뭐가........헉.....!!!!!! 우리 방의 반을 메운 쌀푸대.... 이건...전부..20kg들이급으로.............한 푸대당 4만 5천원씩하는 그것!??!? 이것이 전부...몇개야?? 내가 꿈을 꾸나??? ".......뭐..냐...이게..?" 현아가 다가오더니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몰라...지연이랑 내가 밥먹고 있는데....익명의 사람이라면서....배달되어왔어.. 우리는 한 두어푸댄가보다 했는데..끝도 없이 올라왔어.." 이건 정말 질릴 양이다... 이렇게 많으니......일년간 쌀걱정 없겠군..... 제길.....쌀벌레라도 나오면 어쩐다..? 이런 걸로 걱정해 보다니..... 아니아니..그게 문제가 아니고.. 대체..이걸 누가 보낸거지?? 내 친구중엔 이런 갑부가 없는데...... 설마.............혹시 낮의 그 치근덕 대던 여자?? 그여자가 이렇게 부잔가?? 헉................그럴리가.... ............모..모르겠다.. 어쨌든........줬으니 도로 뺏아가진 않겠지..? 이제 쌀걱정은 없구만....이정도면 파묻혀 죽겠다.... "떡이나 만들어 먹을까........휴휴휴.." "오오오옷!!!!" 갑자기 사내넘들이 창문가로 달라붙는다.. 어차피 우리학교는 남고라서 사내넘들뿐이지만.. 근데..대체 뭐냐..? 응? 혼자 앉아 있기도 좀 그래서 나도 창가로 다가가 보았다... 뭐야..여자아냐? 겨우 여자하나 왔다고...이넘들이 이 발광을 하는건가?? 근데........저 여자 옆에 있는 그랜져가.......날 발광케 하는군.... 어..이상한걸... 저..여자..어디서 본듯해.....? "2학년 3반 진매향. 교장실로 오도록. 다시한번 알린다. 2학년 3반 진매향..." 어..... 날 찾자나...... 뭔지 몰라도..타이밍이 기가 막힌걸? 난 의아한 걸음걸이로 교장실로 향했다.. 교무실도 아니고...교장실이라니...설마.... 카페에서 알바하는거 들킨건가..?? 그렇다고 교장실에 불려갈건 없자나..... 난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교장쌤하고......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쇼파에 앉아있다.. 어...저여자... 진짜..어제 날 귀찮게 굴던 그 여자자나? 왜..........여길.. "저 학생이 맞습니까?" "예! 맞아요!" 오호라....대강 이야기를 알겠군.. 이 여자...날 못잊어서.. 여기까지 찾아온거군. 어제 쌀보낸 것도 이여자였고.....저넘의 삐까뻔쩍한 그랜져만 봐도..어떻게 내 사생활을 알아냈는지....알것같다... "이야기를 나누시길 바랍니다." 교장은 그렇게 말하곤 자기가 나간다.. 어이..할배...여긴 당신방이자나!! "호홋..역시..이 학교였군. 진매향이란 이름이 워낙 드물어서 찾기가 쉬웠어. 설마 고등학생일줄은 몰랐다구." ".........대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져?" 난 퉁명스레 물었다. 비싸보이는 옷도 그 값싼 웃음으로 인해 싸구려같아 보이는 여자이다. "왜긴 왜야. 너가 보고 싶어서지." ".....제가 왜 보고 싶으신 건데요?" 그녀가 손을 뻗어 내 뺨을 어루만진다. "어유....피부 뽀얗다...귀여워라... " 난 그녀의 손을 탁하고 쳐냈다. "손을 치워주시죠." "후훗... 정말 귀엽네. 오늘 나랑 드라이브 가지 않을래?" ........이여자가 미친건가? 정말....딱 선을 그어주지 않으면 한도 끝도 모를것 같은 여자군.. "이봐요.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그리고 지금은 수업시간입니다. 할말 다했으면 그만 돌려보내주시죠. 보내준 쌀도 도로 가져가시구요." "쌀....?" 그녀가 내말에 토를 단다. 뭐야..니가 쌀 배달시킨거 아냐? "그래요 어제 우리집에 배달된 쌀말입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쌀이라니...난 그런걸 보낸적이 없는데? 학교만해도 어제 겨우 알아낸거야." .......뭐라구? 이여자가 아니..라구? 그럼.....누구야..쌀보낸 인간.... 참..찝찝하게스리.... "그래요? 그럼 안녕히가세요." 난 그렇게 말하곤 교장실을 나오려 했다. 내 팔을 잡는 이 넘의 연약한 팔따위는 뿌리쳐 버릴려고 했다. "날 거부하려는 거야?" 내참.....내가 널 거부하지 못할 이유는 뭐야? 난 아니꼬와져서 그녀를 노려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그것이 복종처럼 느껴졌는지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난 정말 네가 맘에 들어. 난 말야 이정도 학교쯤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구. 나랑 같이 드라이브 가자구. 수업을 놓친다면 하루정도 똑같은 수업 또 해줄수도 있어." 이여자.....싸이코인가벼....ㅜ,ㅜ 어떻게 이런말을 서슴없이 하는거지....? 미친거 아냐?? ".....됐어요! 놔요! 돌아가라구요!! 난 당신같은 여자는 딱 질색이예요!!" 으......정말 질린다.. 왜저런게 들러붙어서 난리지....? "매향!!!" 그녀가 날 부르는 것도 못들은채 하고 난 교장실을 거칠게 나섰다. 우씨...집에가면 소금 좀 뿌려야지... 제길....... 뭔가 소동이 일거라고 생각했지만....수업은 조용히 흘러갔다.. 그녀가 날 포기하고 돌아간건가? 그 집념은......그래보이진 않지만...... 계속 그런다면 피곤하겠군... 저 무시무시한 집념이라니... 휴휴휴휴휴.... "음....이제 정말 심장부만 손보면 되겠는걸..." 오늘 하루 들었던 말중 젤로 기쁜 말이다. "그래? 그럼 작동하는거야?" "글쎄....잘 모르겠어..어쩌면.....위험이 클 수 도 있고...." "웃기는 자식. 첨에 실험할때는 안 위험했냐? 응? 그런데다 날 몰아넣어놓구..뭘.." 난 피식 웃으며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그런 위험이 ..아니..라.." "뭘. 괜찮아. 다 고쳐지면 부르러 와." 난 그렇게 말하곤 창고를 나왔다. 진분홍색의 노을이 진하게 깔리는 저녁이었다. 그 노을을 즐기며 난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러고 보니..요 며칠동안은 소문에 관해....조금도 생각지 않았어.. 너무 변화가 많아서 적응하기도 힘들었거든.... 헉!!! 이상현이다!! 피하자!!! ...........전봇대에 숨어...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너무 우습다. 내가 뭐 죄진거 있나? 왜 피하지? 쳇... 난 일부러 당당하게 길거리로 나와 걸었다. 하지만 이미 녀석은 지나가고 난 후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자신좀......어떻게 해볼수 없나... 제길....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은 좁은데다 어두침침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내가 자주 애용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진매향군?" 그길을 오르려는데 문득 부름이 들려 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 검정 옷입은 아자씨들은..... 순간 팔이 잡힌다. 그리고 그뒤로 비친 검은색 소나타....차문이 열려 있다.. "놔....!" 순간 상황을 깨달은 난 팔을 비틀며 빠져 나가려 했다. 그러자 역시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다가오더니 내 입을 막았다. "읍!! 웃....우웁!!" 백주대낮...아..낮은 아니구! 이게..무슨...납치극이란 말인가!!!! 안돼!!!!!! 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열린 문으로 보이는 차속의 시트가...마치 지옥의 입구같이 보인다... 대체..이들은 누구지? "으으읍!! 우읍!! 으으읍!!!!" 발악해 보지만....힘에서 밀린다... 여러명의 장정들이 아예 들고 옮기는데.....반항의 여지를 무너뜨린다... 퍼벅!! 어라? 오른팔을 잡은 손이 느슨해 지는데.....? 팍!! 퍽!! .......몸을 제압하고 있던 손들이 모두 풀어지고 난 내 힘을 못이겨 바닥에 쓰러졌다. "허....억...?" 검은 정장 아자씨들이 바닥에 누워 뒹군다.. 글고...내 눈앞에 나타난...이 길다란 다리의 주인은............ "이상현...?" 헉....이거 너무 짠듯한 상황이자나!!!! 안돼에에에에!!!!!!!(역시..역량부족..) "괜찮아?" 그는 손을 뻗어 날 일으킨다. "아..응.." "어서 피하자. 이 아자씨들 일어나면 귀찮아 지니깐..." "그래.." 그들이 신음하는 사이 우리는 재빨리 도망쳤다. 마을 아래에 놓인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서야 우린 숨을 돌렸다. "그 사람들..대체 뭐길래 널 납치하려 한거냐?" 난 고개를 저었다. 이로써 두번째 구원인가.. 아...진매향..너 요즘들어 왜이리 약해졌니!!!! 별별일이 다생기는군... 제기랄....피곤해..... 그네의 쇠줄에 머리를 기대고 있자니.....머리아픈 쇠냄새가 밀려온다.. 하지만 몸이 꼼짝도 앉는다.......휴.... 좀 쉬면 낫겠지.... "여기 이대로 있을거야? 집에까지 바래도 줄까?" 이녀석....무대포에다가 뻔뻔한줄 알았더니만... 의외로 세심한면도 있구만... 여자애들이 무지하게 좋아할 타입인데.. 유난히 나한테 신경쓰는(위험할때마다 나타나 구해주고 말야)이유는.....단순한 우정...? 그것뿐인가? 문득.....그것이 궁금해졌다. 난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왜?" "너." "응?" "나 좋아하냐?" 잠시............. 내가 미쳤었나 보다....................... 전생 2부-11 ".....뭐?" 녀석이 벙찐 얼굴로 날 쳐다본다.. 화아악.... 이 익숙한 의성어..내 얼굴이 달아오르는 소리다.. 정말 내가 미친 걸까? 왜 ..이딴 질문을 한거지?? 난 마지막 힘을 짜내서 그네에서 박차고 일어섰다. "아..아냐. 나 그만 가볼께." 대충 둘러대고 난 집을 향해 뛰었다. 우욱....내가 정말 맛이 갔나.. 왜 ....왜.... 응? 대체 왜.... 그날의 납치사건 이후로 난 큰길을 이용하게 되었다. 절대로 어두운 길로 다니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상현의 모습도 며칠간 보이지 않았다. 제길..... 또 머리가 아프구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구.. 그 검정인간들은 대체 뭐고..그 뻘건 여자는 대체 뭐구.. 상현 이인간은 뻔질나게 나타나 대다가..왜 안나타는 거야?? 제기랄.....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그래 조심해서 가라." 알바를 마치고 가게 문을 밀며 나섰다. 시계를 보니 11시 10분이다. 내 싸랑스런 동생들은 이미 곤히 자고들 있겠군. 11시가 넘자 시내의 가게들도 문을 닫고 거리는 조용했다. 아까 비라도 온건가..? 공기가 축축하고..길이 물로 젖어있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도시의 하늘은 시커멓게 어둡기만 하고....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소문이 있을 고구려하늘은 마치 은가루를 펼쳐 뿌린듯했는데.. 그와 만났고....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중원에도 갔었고...거기서 다치기도 했었지....전쟁도 겪었고..말이야.. 왠지..이젠 이곳이 낯설어 보일 지경이다.. 그가 없다는 것이........ 이토록 나를 피곤하게 할줄은 몰랐다... 내가 말을 잘 못하는건 사실이지만... 난 피곤했다.. 요새 계속 피곤했다.. 아무리 그 이유를 짚어봐도....절대적인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원래 고구려를 가기전에 내생활이 이러했던 터라..... 이 생활이 피곤하다고 이유를 대는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럼...왜? 제길..... 소문이 보고 싶다... 정말.....보고 싶다.... 미치겠구만......이런 이상한 향수병에나 걸리구....... 그넘은 가화랑 몸을 섞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야.. ....... 소문이 보고 싶어...... 소문이 보고 싶어.......... 이제 그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만......난 그가 너무나 보고싶다... "소문........?!?" 난 눈을 비볐다. 믿을 수가 없다...왜 이곳에 소문이......? "웃...!!" 난 너무 놀라 기절할뻔했다... 상현이었던 것이다.. 그는 ......상현이었다.. 그옆에 서 있는 여자는 그 빨간 원피스의 여자.. 두..사람이 어떻게 같이 있는거지? .....뭐야.... 어떻게..아니..대체...뭐야.. 저건....... 둘이 아는 사인가? 둘은 카페에서 나와 앞에 세워진 까만 차를 타고 유유히 내 앞에서 사라졌다.. ................................. 머리가 아프다.... 참....과민반응이군.. 상현이란 놈을 보고 소문으로 착각한 것도 우습고... 그여자랑 같이 있던 말던 내 상관할 바도 아니었고........ 그래..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기계가 고쳐졌어." ....잠시 말을 잃었다.. "뭐? 뭐라구....?" 병호는 인상을 확 쓰며 내머릴 쥐어박는다. "바보냐? 기계가 고쳐졌다니깐!" "...정말?!" 아니...이렇게 빨리? 열흘정도 밖에 안됬는데?? "글쎄말야....희안하게도 부품들을 쉽게 구입할수 있었어. 예전처럼 복귀되긴 했는데..기계가 작동할지는 미지수야. 실험해 볼래?" 두말할 것도 없지. 지금이 쉬는시간이긴 했지만 그런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곳의 시간은 이곳과 비교도 할수없을 만큼 짧으니깐..... 정말 말짱하게 복구되어있다. 그렇게 심하게 일그러져있던 것이.....병호 너..의외로 대단한 인간이었구나... "켠다." "그래." 난 기계속에 들어가 누웠다. 기계가 작동하기까지 짧은 시간이 생기는데....그사이에 별갖생각이 다 떠올랐다. 문득 상현과 그여자의 모습....... 이대로 고구려로 들어가 버려도 되는 걸까? 이대로..소문과 자꾸 만나게 되어도....... 그를 사랑하게 되어도... 난 괜찮은 걸까? 뭔지...모르겠지만....난 일을 벌려놓기만 하고...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 이건..도피하고 싶다는 기분인건가.... 훗..도피한 세계에서 또 도피를 한단 말야?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어둠... 잠시....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눈을 찡그려 보자 겨우 앞이 보였다.. 헉.....이곳..밤이구나..이렇게 말하면 우습겠지만 익숙한 고구려의 건물들이 내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쉽게 들어오게 될줄이야... 뭔가 작은 오류라도 하나 없으니...괜히 미심쩍다. 여기 정말 고구려 맞아? 헉....그게 아니고.. 나 알몸이자나!! 제기랄.......또 어디서 옷을 훔치던가..구해야 겠군!! 뚜벅뚜벅.. 저쪽에서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와 난 기겁을 하곤 건물뒤로 숨었다. 다행히 어두운 밤이었기에 망정이지....대낮에 이리로 떨어졌으면....끔찍하군.. 제기랄 빨리 좀 지나가지... 드럽게 늦게 지나가는군.... 담뒤로 숨어 슬쩍 눈길을 주자니 그림자하나가 나타난다. 얼른 좀 지나가라. 그는 지나가려다 우뚝 멈춰섰다. 헉..... 왜 안가고 서버린 거냐? "매향.." 그 사람이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아련함이 그득한.................... ...설마... 소....문.이란 건가....? 지금...내 앞에 서 있는 .....그는..? 소문이란 거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소리가 들린다.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거지? 이대로 있다간 놓칠게 분명하다... "소문!!" 강렬한 빛이 눈꺼풀을 찌르는 바람에 난 눈을 뜨고야 말았다. 눈앞에 병호가 있다. "뭐야? 왜이렇게 빨리 끝난거야?" 병호는 기계를 다운 시키며 날 흘끗 쳐다본다. "제대로 되긴 됬나 보군? 그리고 저번처럼 2분정도 있었잖아. 그때는 그런 말 없더니...." 뭐.....? 그땐...거의 두어달 정도였는데.. 또 왜그렇게 시간이 돌아가는거야....? "그리고 새로운 부품이 옛것과 마찰을 일으키나봐. 금세 이렇게 달아올랐다구. 폭발할것 같아서 내가 끈거야." 소름이 끼칠정도의 후회가 몰아닥쳐 온다.... 제기랄........ 하필이면 ....그때 ...그때... 그가 그렇게 가슴인 에일듯한 목소리로 날 불렀는데... 그 얼굴조차도 보지 못한채......돌아와야 하다니... 빌어먹을............ "뭐하냐? 교실로 올라가자." 병호는 체육창고의 불을 끄며 날 재촉했다. ".....먼저가. 나중에 올라갈게." "..그래. 하지만 어서 따라 오라구. 불 다시 켜줄까?" 난 고개를 저었다 체육창고의 문이 닫히고 침묵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큭....." 어깨를 감싼다.. 견딜수 없을 만큼 혹독한 추위가 날 얼려버릴 것만 같다... 안타까워서...안타까워서...나도 ..내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그리운 목소리를 들었다... 그립던 목소리가...내 이름을 불렀다..... 애타게.....내 이름을 불렀다...... "제길..." 눈시울이...뜨겁다... 그가 없으면...안된다..... 난....소문이 있어야 된다.... ....음.... 몸이 뜨겁다. 열이 있나 본데.... 그래도..아르바이트를 쉴수는 없지.... 이정도 아픈 것 가지고.. "저 왔습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준호형이 서빙을 하다 나에게 다가온다. "일찍 왔구나." "예." "....너 어디 아프냐?" "예..?" "안색이 않좋은데?" "아뇨....별거.." 형의 손이 내 이마에 닿는다. "열이 있는데?" "괜찮아요. 가벼운 미열이니까.." 난 힘없이 웃어보이며 탈의실로 들어갔다. 한바탕...울고 난 후엔 언제나 이렇다. 열도 좀 오르고....누구나 다 그렇겠지만....좀..춥고.. 단지 그런 것일 뿐이다... "초코파르페입니다." 파르페를 내려주고 좀 쉴려고 하는데 또 카페의 문이 열린다. "어서오세요." "매향." 어....오랫만이군.. 아니다..저번에 밤에 봤으니까..하루만인가.... 상현은 가벼운 미소를 띤채 내가 안내해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오늘은 혼자로군... "뭘 드시겠습니까..." 난 물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상현은 존칭을 쓰며 대하자 이상한듯 날 쳐다본다. "왜그래? 그냥 말 놓으라구." "그럴순 없지요. 손님이니까요." 정말 피곤하게 구는군.... 그냥 암거나 시켜 임마.. "너 ..열있냐?" 흠칫 몸이 떨린다... 제길..내가 그렇게 티내고 다니나...? 왜 금세 알아채는 거야? "열 없습니다. 어서 시키시죠." 순간 몸이 앞으로 확 기운다.. 그러더니 내 시야로 녀석의 진갈색의 눈동자가 다가왔다. "뜨거운걸? 이렇게 열이있는데 너 일하는 거야?" ".....네가 상관할 바가 아냐." 의도가 아니었는데...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새어나가고 말았다. 그 뉘앙스를 놓치지 않았는지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무슨..소리야? 뭐 화난 거라도 있는..거냐?" 내가...뭘 화를 내겠냐..니가 뭐라고.... "그런것 없습니다만....." "왜..화가 난거야?" 화난 거 아니라카이..이 자슥이 씹나... "죄송합니다만 손님 개인적인 대화는 안됍니다. 시키실 것을 말씀해 주시지요." 녀석은 입을 꾹 다문다.. 녀석이 화가 났건 말건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난 내 본분에 충실하고 있을뿐이니까.... "그정도면 됐다. 그만 가봐라 매향아. 너 오늘 아파보이던데.." 바닥을 물걸레로 닦고 있는데 형이 안쓰러운 어투로 말한다. 10시 반인데... "수당은 안 깎을 테니까...짜식.. 들어가봐. 내가 마지막 문단속 하고 가마." "....아뇨..괜찮은데.." 형은 확 인상을 쓰며 내손에서 걸레를 빼앗곤 날 밀어낸다. "씁!! 어서 안가!! 너 쓰러져서 낼 못나오면 내가 손해니까 그러는 거닷!!" 결국..난 쫓겨나다시피...가게를 나왔다. 준호형..정말 좋은 사람이다.. 아마..내 나이가 어리다는 거..알고 있을거다..모른척 해주는 거겠지.. "끝났냐?" .......어라.. 이거 뭐냐... 너......여지껏 여기 서있었니? 상현은 카페앞에서 꼿꼿이 서있다.. 세상에...이렇게 늦도록.... "설마....여기..이제껏 서있었던거야?" 그는 씨익 웃는다. "너 쓰러질까봐 모셔가려고 왔다." ....그저..말하는거 하곤... "내가 왜 쓰러지냐?" 난 괜시리 볼멘소리로 쏘아주곤 지나가려 했다. 헌데 녀석이 날 잡더니 내 손에 뭔가를 쥐어준다. "감기약이다. 먹어." "........." 역시..미심쩍단 말야... 정말 이자식..왜이리 날 챙기지? "가자.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께." 난 암말도 않했는데 녀석이 날 휙 끌어당기더니 먼저 걸어간다. "아픈 날은 알바 쉬고 집에 가지 그래?" "...일당 깎여." ".............^^;;" 녀석은 걷다말고 날 쳐다본다. 왜, 질리냐? 하지만 이렇게 살아야 동생들 학교 보내줄수 있다구. 보조금가지고 우리가 먹고 살수 있는줄 아냐? "그렇게 힘드냐?" "뭐가." "네 생활." 난 녀석을 말없이 올려다 보았다. 힘들면...니가 어쩔건데? 녀석.....지도 고학생이면서...근데..정말 고학생 맞아? 왠지..약간 의심이 되는데 말야... "별로..늘상 이렇게 살아와서..이젠 담담해." 그래..담담하다. 어차피 주어진 운명인 것이다. 그것을 개척해 일굴 생각은 않고 평생토록 원망만 하고 있는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어차피 어떤 인간이든 삶의 고통은 있는 법이니깐.. 난 조금 다른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헉..또 이런 생각 나부랭이를 해버렸군... "그래.." 녀석이 또 희미하게 웃는다. 이녀석 굉장히 잘 웃는구나. 저번에 여자들이랑 있을땐 별로 웃는 것 같지 않던데 말야... ........... 녀서도 나도 말이 없었다. 사실 우리가 친한 사이도 아니고..뭐 할말이 많은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색함은 흐르지 않는다. 그냥....조용하다는 느낌뿐.... 녀석도 나도 어쩌면 이 침묵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섣불리 말을 꺼내면 깨어져 버릴것만같다.... 결국...그 달동네 길을 다 올라와서 집앞까지 데려다 주고 나서야 녀석은 돌아선다. "갈테니까. 약먹고 자." "너야말로 조심해서 가." 또다시 녀석이 웃음을 머금는다. 기분 나쁘게 실실 웃기는.. "참. 그런데 말야." "왜." "모레에 우리학교에서 농구시합있는데 보러오지 않을래?" 농구시합? "어. 뭐..정식 경기는 아니고..그냥 상대쪽에서 신청해 와서 뛰는 거거든. 와서 보지 않을까 해서.." "언제 하는데?" "오후 세시쯤.." 모레라면...토요일아냐... 학교라면 일찍 마치겠지만....알바가야할텐데... "....시간이..될지 모르겠어.." 난 단지 그렇게 말했을뿐인데....녀석의 얼굴에 걸린 웃음은 더 커진다. "그래? 그럼 올수도 있다는 거군?" "...............야.." "알았어. 그럼 갈께." 뭘 니맘대로 결정하고 갈께야!!!!! "아.." 녀석이 내려가려 하자 난 순간 팔을 뻗었다. "응?!" 상현은 멈칫하더니 돌아본다. "아니... 암 것도 아냐." 쳇..이거 바보같잖아.. 난 약봉지를 움켜쥐고 대문안으로 들어섰다. 정말.... 물어볼 뻔했다.. 그 여자와 무슨 관계냐고... 하지만 괜히 물었다가 오해 살것같았다. 설마..여자친구인가? 그런 여자를 ......욱... 난 죽어도 싫다..... 흐지부지 이틀이 흘렀다. 몸에 아직도 약간의 미열이 남아있는듯 했지만... 녀석이 지어준 약 때문에 몸살로 도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기대하던 전생으로 가는것도.....기체의 열이 식지를 않아서 도전해 보지도 못했고...그지같은 기계같으니라고...죽어!!!!! 토요일이라 일찍 파한 학교를 뒤로하고 난 카페로 향했다. 서빙을 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자꾸 시계로 눈이 갔다. 제길.... 안가면..완전 배신을 때리는것 같구... 안간대도 알바때문이야..하고 변명하면......아니..잠깐만. 왜 내가 변명해줘야하지? 어차피 확실하게 간다고 한것도 아니었고.... 난 안가도 미안할것 하나도 없다구!! 하지만... 하지만...!!!!!!! 제기랄.......!!! "너 왜 발을 구르냐?" 옝? 내가 발을 구르고 있었나??? 헉.....그랬군... "아..아녜요.." 제기랄....두시까지 15분 남았군..... "매향아.....무슨 약속이라도 있냐?" "예?!" 헉.....알아버리셨군...... 하긴 내가 시계를 닳도록 쳐다봤으니.... "저......그...게..." 자초지종을 듣더니 형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특하고 친다. "그래? 그럼 안가도 상관은 없겠구나?" "예? 예.....그렇죠..뭐.." 뭐야..김새게.. 난 삐죽거리려는 입술을 모으려고 애쓰며 돌아설려고 했다. "가봐라." "예?!" 형의 손이 다가오더니 내 머리를 쥐어박는다. "이렇게 좋은 고용주가 어딨냐! 어휴..난 정말 손해보고 장사 한다니깐...갔다와!" "형......" ...정말... 이 형 좋은 사람이야... 새삼 느끼는구만.... 휴..진매향 넌 복받은 거다.. "고마워요." 난 환하게 웃으며 형에게 감사를 전하고 얼른 달려나갔다. 문득 CF의 노래가 떠오른다. 세상은 아직도 따뜻해요..였던가? 정말 그런것 같다.. 제길...근데..경기장이 어디더라? 녀석의 학교였지... 제길....두시 다됬잖아? 빨리 가야겠군... 부우웅.... 버스가 떠나고..난 경환고앞에 서있었다. 농구부경기장이 따로 있는건가..? 토요일이라 그런지 운동장이 한산했다... 지금쯤 시합이 한창 진행중이겠는걸... 대강 감으로 난 경기장으로 뛰어갔다. 분명히 전국대회에서 1등먹은 학교니 농구경기장하나는 삐까뻔쩍하겠지.. "와아아아!! 경환!! 경환!!" 이건 절대 농구만화가 아니다.. 고로...뭐..주인공의 친구 팀이 지다가 그 주인공이 들어서자 친구가 힘을내어 이긴다..그런 시시껄렁한 구조로 흘러가는게 아닌것이다.. 역시나 농구장은 경환고의 응원으로 떠나갈듯 했다. "휴...." 난 경기장으로 들어서며 점수판을 보았다. 57:13 후반전인가 보다... 저 비참한 점수차는 도대체 뭐냐... 정말.... 상대편 선수들은 엄청난 점수차에 아예 행동력마저 잃은듯 하다.. 아마 이시합 끝나면 모두들 폐인 되겠군... 이렇게 강한 팀이라니... 내가 뛰쳐나왔을때 우리 학교가 얼마나 창피당했었는지 알것같구만.. 고개를 돌려가며 상현을 찾다..난 정말 눈에 튀는 빨간 투피스를 발견했다. 정장 투피스를 걸치고 어깨까지 드리워진 갈색 머리칼을 가진.....여인.. 그녀의 옆얼굴을 보는 순간...난 굳어지고 말았다. 저여자가..왜 또.... 혹여라도 그여자 눈에 띌까봐 눈을 돌리다가 우연찮게도 난 상현을 잡아냈다. 자식..여유롭게 승부하고 있구만.. 헛.....남은 시간이 15초 뿐이다... 패스를 주고받으며 코트를 가로지르다 상대편의 마지막 발악인지 3명의 마크를 받게 되자 그는 고개를 살짝 젓더니 삼점슛을 시도했다. 깨끗한 포즈..... 조용히도 공은 네트를 빠져나가며 골인했고...휘슬이 울렸다. 호오......멋진걸..... 꺄아아아아!!!! 우워워워워!!! 우욱.....고막이 터질 것 같다...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라 경기장이 터져오를것같다... 흠..선수들이 벤치로 돌아온다. 땀을 닦으며 음료를 마시는 여유로운 경환의 선수벤치와는 달리 상대편 벤치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늬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경환쪽이 너무 뛰어난 탓도 있을거다..^^;; 어떡한다..저리고 가볼까... 웬지 갔다가 저여자랑 마주칠것 같다... 하지만 그냥 가기도 뭐해서....난 벤치로 다가갔다. 선수대기실로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감정이 잔뜩 실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온거야?" "누군 오고싶어서 온 줄 알아?? "제길..." 이게 뭔소리지.... 한개는 상현이 목소리고...한개는 여자음성인데....설마..그 뻘건여자..? 근데..별루 친해보이지 않는..듯 한 음성인걸? "아버님의 명령으로 와 봤으면 됐을테니 그만 가보시지." "그럴 생각이야. 저번에도 그 카페에서 너랑 시간 때운다고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둘다..말 속에 엄청난 가시들이.....숨어있군...^^;;; 또각또각.. 여자의 구둣발 소리가 가까워진다. 놀라서 숨으려 했지만 늦어 있었다. "어머...? 넌..매향이 아니니?" 그 닭살돋는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지독한 향기가 훅하고 끼친다. 난 그 향기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매향? 정말...온거야?" 상현도 달려나온다. "..........뭐야. 너..어떻게 매향일 아는거야?" "그런 넌?"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묻는다.. 이봐...대체..어떻게 된건지....말해주지 않을래? "매향인 내 남자친구야." 헉....어디서 그런 씨도 안 먹힐 거짓말을!!!!? 상현의 인상을 확 흐려진다. 이봐....그 오해만은 꼭 풀어주고 싶다...절대 아니라구!!! 이런 여자 거저 준대도 싫어!!!!! "그 팔 놓고 그만 가보시지. 매향은 날 보러온거니까." 상현은 싸늘하게 깔린 목소리로 협박하듯 말했다. "...쳇..무게잡긴..좋아. 오늘은 물러가 주지. 대 원화그룹 회장님의 아드님이시자 내 정혼자이신 이상현님." 그 대사 한줄로 상현의 존재가 내 머릿속에 각인된다... 대 원화그룹.....정혼자...... ...아..원화그룹..... 뭐?!!!! 원화그룹?!?!?!??!!? 허어어어억...... 그녀가 사라지고.....우리 둘 사이에..정말 어색한 시간이 자리잡았다. ".너...." 둘이 동시에 꺼낸 말이었다.... 보통 이럴땐 니가 먼저해라 하고 양보하지만 난 양보하기 싫다. "너...원화그룹..회장의 아들이라고....? 그리고..정혼자라니...무슨 소리야?" 상현은 난처한 얼굴이다. "말해봐!! 이건 드라마에서나 보던 아주 짜증나는 구조라구!!" ".....사실..그래. 저 여자하구..난 태어나기 전부터 정혼되 있었구.. 근데 둘다 아니라서 냉전중이지...저여잔 KS그룹의 회장의 손녀야." 날 속였지..하고 큰 소리칠려다가..멈추어버렸다. 사실 저녀석은 자신에 대해 말한 것이없다. 내가 묻지도 않고 그넘의 카레하나로 고학생이라고 평가내린거구... 곧.....나의 대착각이었다는 거구.... ".....너도 말해봐. 대체 윤진이랑 어떻게 아는거야?" 그 여자 이름이 윤진인가 보군....젠장.... 별로 알고싶지 않았는데.. ".....날 보구 환장해서 달라붙던데..." 조금의 거짓도 섞여 있지 않다. 이 말에 부정할 사람 아무도 없지? 정말 저여자..나한테 질릴만치 들러붙었으니까.. 상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네가 그녀의 이상형이긴 해." 그..그런 끔찍한 소릴........ "....어쨌든.. 이긴거 축하해.." 난 그말 하려고 왔다가....별 이상한것 까지 다 알아 버린기분이다. 그럼...상현은 저여자랑...정혼관계이지만..연애감정은 없다 이건가? 하긴..저런 여자를....누가.... "고마워..아..저녁이라도 같이 먹을래?" "지금 오후 세신데..저녁을 먹어?" "..........그럼....뭐..간단한..거라두.." "너 안 피곤하냐?" "난 전혀. 그러는 너야 말로 몸 이제 괜찮냐?" "뭐.." 정말 괴물같은 체력이구만.... 농구 한시합 뛰고 나면 조금쯤은 지쳐야 할것 아냐!! 지칠 것도 없을 만큼 쉬운 시합이었다 이건가... 결국 놈의 제의에 따라 나서긴 했지만....배신을 당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저녁에 너희집에 가도 되냐?" 자신이 시킨 위스키 홍차를 마시면서 녀석이 물었다. "....왜." "네 카레가 먹고 싶어서 말야." 임마!! 너 그렇게 부자면서.. 아예 요리사를 불러서 만들어 먹어!! "뭐..전용 요리사나 가정부 아줌마 없어?"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말고 네가 만든거 먹고 싶어." ...................정말....이걸 죽여 살려... 남은 배신감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쌀도 남아 돌잖아?" 이때 녀석이 던진 말이 쇼크였다. "무..무슨..소리냐?" 상현은..홍차를 내려놓고 빙그레 웃었다. "카레재료도 사줘?" ......설마.... "니가..쌀 보냈어?" "응." 쿠오오오..... 나 폭발한다.... "근데 왜 말 안했어 이 따식아!!!!!!!!!!!" "꺄~~ 상현오빠 또 왔다!!" 결국 동생들의 비명에 휩싸여 난 또다시 카레를 만들어야 했다.. 제기랄... 띠바... ..뭐.. 그래도.... 궁금했던건....풀렸긴 하지만... .....휴.. 기계는 언제쯤..고쳐질려나..... 어젯밤 먹다가 남은 카레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두 녀석을 도시락 싸서 보내고.. 난 방에 덩그라니 앉아 있었다. 왜 학교 안가고 이러고 있느냐고... 오널은 우리학교 개교기념일이란 날이다. 뭐? 갑자기 그런게 어딨냐고? 세상엔 말로 안돼는것이 더 많은 거다.... 오후가 되면 알바나 나가봐야겠다. 오전 시간은 빨래와 집안 청소로 다보냈다. 휴휴휴휴....겨우 단칸방 하나에 무슨 정리할게 이리도 많은지.... 덜커덕. 열심히 화장대 위를 닦다가 실수로 그위에 놓인 액자하나를 떨어뜨렸다. 엇..안 깨졌을라나.. 주워들어 유리부분을 살피자 부모님의 얼굴이 나타난다. 여덟살인 나와 이제 겨우 두살 세살의 두 동생을 안은 부모님...굉장히 낡아서 이젠 얼굴도 잘 보이지가 않는다... 예전에 집에 물난리가 났을때 이것 하나만 겨우 건져서 온것이다. 이건 부모님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다. 나랑 찍은 사진은 꽤 되지만 동생들하고 찍은 사진은 이게 유일한것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아버지와 어머니...지금쯤이면..마흔은 되셨겠지. 이런 단칸방에 살고 있지도 않을거고... 언제나 집의 문을 열면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날 반겨 주었겠지.... 살아계셨더라면 말야.... 그나마 난 부모님의 품이라도 느껴보았지만 현아와 지연인 그것조차도 느끼지 못할 젖먹이때에 부모님을 잃었다. 그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어린 것들이 너무 일찍 철이들어서 오히려 날 위로할때도 많고 말야.. 난 오히려 응석도 부려주고 그 나이또래의 심술도 부려주었으면 할때가 있는데 말이다. 가끔씩 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엔 두녀석의 잠든 얼굴만 보게 될때도 있는데 한번은 부모님의 사진을 안은채 울다 잠든 모습을 발견해서 가슴이 아플때도 있다. 일찍 가신 분들....원망도 해보았지만... 왜 이렇게 우리들을 힘들게 하느냐고 원성도 퍼부어보고 정말 많이 울어도 보았지만.. 결국....둘은 날 엄마처럼 아빠처럼 의지하고 따르게 되었지.. 정말.....제일 큰 고민은 고아원에 가게 될때였지.. 도저히 어린 내가 두동생을 키울수 없다고 판단되어 셋다 뿔뿔이 흩어져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을때 말야.... 그때..난 동생들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반쯤 미쳐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 셋의 팔을 잡은 어른들을 죽일듯 노려보며 동생들을 떼어놓으면 모두 죽여버릴 거라고 했었지...........큰 눈 가득 새파란 독기를 품으며..... 참....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작은 미소를 흘리며 난 액자를 바로 세웠다. 내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생활은 없었겠지.. 어쩌면 내 동생들은 어렸으니까 좋은 집에 입양되어가 공주님처럼 크고 있었을지도 몰라.. 언제인지..아침밥을 먹으며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내 동생들은 "아니~ 전혀 싫어!! 난 오빠가 젤루 좋아!" 그렇게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울컥...눈물이 날것 같았다. 사랑할수 밖에 없는 내 동생들... 소문이 생각난다. 그는 세살때 핏덩이인채로 비류산에 버려졌다. 그의 스승 마휴는 소문의 출생비화를 모두 알고 있지만 절대 그것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그저 소문을 혹독하게 훈련만 시켰지..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 소문이 게을리하면 벌도 서슴치 않았어... 그건... 아마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장성한 소문이 자신의 출생을 파헤치려 할때를 대비해서 가르쳐 준게 아니었을까? 아무리 자신의 출생비화를 안다고 해도 무능력한 인간이라면 복수는 커녕 복권을 꿈꾸지도 못할테니까 말야... 원래부터 소문이 총명하긴 하지만 말야... 마휴야 말로 소문을 가장 생각한 스승이자 어버이였어... 그는..............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 그의 주위엔 그 마휴가 없다. 그는 고독하게 혼자서 자신의 가문을 복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없어도.......... 잘 하고 있는 걸까? 지보랑 흑벌무랑.........같이 잘 해내고 있겠지? 내가 없어도........? 도서관에 들러볼까.... 그의 이야기가 읽고 싶다.. 비록 그 소설엔 여자를 사랑하는 소문이 나오지만.... 그런것으로라도 소문의 존재를 느껴보고 싶다.... 아직 일러서 그런지 도서관은 조용한 침묵에 휩싸여 있다. 아직 알바까진 한 두어시간 남았다. 어디있을까.. 그책....예전에 한번 보구.....잊어버려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음....이 책장부터 주욱 찾아봐야 겠군.... 그러고.....30분이 흘렀다.. 눈이 아파오는데도..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 분명히 이쪽이었는데.. 대체....어디로 간거지? 누가..대출해 간건가? 그거..낡은 책이라.....볼사람도 없을텐데.... 어쨌든 눈에서 눈물이 나오려 하니까....조금만 쉬었다가 찾자. 바깥으로 걸아나와 난간에 몸을 기댔다. 휴....... 막상 볼려고 하니까 없구나.. 그가 어떻게 될지.......궁금해서 미칠 지경인데... 소문...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응? 난....여기 이렇게 너의 자취를 찾고 있어.... 날 애타게 부른 그날.......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조금더......조금더....아니...아주 많이 너에 대해 알고 싶어.... "예? 빌려가요?" 결국 난 도서관에서 일을 보는 사람에게 물었고.....그는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대출중이라고 했다. 어제 빌려가서 가져오려면 9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들어야 했다. 결국....포기할수 밖에 없구나..... 어쩔수 없군.. 병호에게나 가볼까? 그녀석....아마 오늘도 기계에 매달려 손보고 있을텐데... "야. 잘 되어가냐?" 문을 밀며 들어갔지만...의외로 창고엔 불이꺼져 있고....병호의 흔적은 없었다. 어라... 이녀석...오늘은 안온건가? 왠일이지....메카닉 광이...... 흠.... 난 기계로 다가가 그 옆에 앉았다. 마치.....언제 부서졌었냐는듯 말끔한 모습이다. 기계 부속끼리의 마찰로 열이 식지 않는다고 했었지? 표면을 만지니 매끄러운 느낌과 함께 차가움만이 전해져 온다. 열같은건 조금도 전해지지 않는데...... 정말......들어갈수 없는 걸까? 어느샌가..내 손은 기계를 열고 있다. 작동을 시키려면.......뭘 눌러야 되더라....? 기계 머리맡에 위치한 빨간 버튼이 보인다....파란 버튼도 있지만.....왠지 빨간 버튼에 손이 간다. 우우웅...... 난 흠칫 놀라 몸을 떼고 일어섰다. 뭔가....미세한 진동이 일며 기계에서 약한 빛이 발한다.. 왠지........눈물이 날것같다... 난 원래 기계안에 있어서 이런 빛은 보지 못했다.. 이 빛이 날 소문에게로 인도해 주는 하나의 개체라고 생각하니..... 난 저항없이 기계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편안히 누웠다. 편안히......누워서.........기다렸다.. 소문을 볼수 있기를..... 뭔가....어렴풋이 보인다.... 어렴풋이... 햐안 것이.... 이건 .....뭐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근엄함이 어려 있는 노장의 얼굴이다..... 성곽에 서서...... 하늘을 쳐다 보고 있다.... 뭔가를 안타깝게도 그리고 있는 눈빛이다.... 그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라도 흐를듯 미미한 떨림이 인다.. 난 그가 보이지만 그는 내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렇게 내가 바라보고 있어도...그는 느끼지 못했다.... 혹시..그 이유 때문일까?...보고만 있어도... 이토록 호흡이 막혀 오는 이유는..... 가슴이 터질듯 뛰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는 까닭은.... ......소문............?! "매향아!! 매향!!!" 다급한 목소리다... 뭐지? 누구....... 병호와 상현의 불안한 얼굴이 내 눈에 확 다가온다. "뭐야..?" 난 몸을 일으키며 두 녀석을 바라보았다. "야임마!! 놀랐잖아!! 들어오니까 기계는 작동하고 있지!! 그안에 네가 들어있고!! 껐는데도 니가 안 일어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병호는 내 등을 아프도록 세게 치며 소리를 지른다. "아얏!! 아프잖아! 근데...넌 왠일이냐?" 상현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냥.....이끌려서.... 여긴..너와 두번째로 만난 곳이니까.." 저자슥이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이끌리다니 뭘?? 헛소리 하긴.... "그냥 한 번 켜본거야. 왜 뭐..안돼는 거야?" 병호는 나보다도 기계를 살폈다....그러더니 놀라운 얼굴로 고개를 든다. "아냐... 이거.. 더 나아진 것 같아.....너 대체 뭘 한거냐?" "글쎄.....난 저 빨간 버튼 하나 누른거 뿐인데?" "그래? 그럼.......아무일도 없었단건데.....대체....뭐지? 연구해 봐야 겠는걸...." 난 병호의 행동을 보며 확신이 섰다. "그럼 당장이라도 다시 들어갈 수 있는거야?" "당장은...모르겠구..낼 다시 와봐. 어쩌면 ..가능할거야." 순간......난 웃었다. 그래...웃었을 것이다.... 아주 활짝 웃었을 것이다.... 물기어린 미소를 말이다.. 내일이면..... 그를 볼수 있어.. 연개소문....... 그를..... 내 사랑하는 이를.................. =========================================================================================== 험험.. 책을 ..바보같이 잊어먹고 와서... 내용이 짧습니다.. 그대신 낼은 길게....^^;;; 작성자 : 이수 (raicen@hanmail.net) 추천: 19, 조회: 503, 줄수: 477, 분류: Etc. 전생 2부 -14 책을 가져 왔습니다.. 쓰겠습니다.. ========================================================================================= "....뭐라구?" 요새 이런 말이 첫 머리에 자주 등장하는군.. 내 앞에 ..이상현이 그 샤프한 얼굴을 한채 서있다. "오늘 방과후에 시간 남냐구." "...그래서 왜?" 이녀석.... 지금 학교도 안가고 우리 학교와서 뭔 짓 하는것인가.... 응? "오늘은 오전연습만 하고 끝났어. 오후시간은 프리야." 싸악 하고 입꼬리가 올라가면서.....녀석은 웃는다. "그게 뭘?" "나랑 같이 데이트하자구." 허거덕...이녀석 제정신인가? 지금 울반 녀석들의 시선을 쏟아지게 받고 있으면서도 이리 태연스레 이런 말을 지껄이다닛... 경환고의 교복을 입은 이녀석은 정말 눈에 튄다. 그것이 아니더라도....189의 키에 핸섬한 외모....는 눈에 안튈래야 안 튈수가 없다.. 난 기가막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녀석을 바라보았다. 어찌 내가 오널 알바 안하는 날이란걸 알았을까? 아님 찍었나? 제길.......오널 좀 편안히 쉴려고 했더니만... 하지만.....쌀 받은 것도 있으니....이 녀석의 부탁은 거절 못하겠단 말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녀석 라스트 미소를 때리면서 돌아선다. "그럼 네 수업 마치면 다시 올게." "이바~! 난 허락하지 않았어!" 일순 녀석의 표정에서 미소가 식는다. "그정도도 안돼?" "............" 역시....대꾸를 하지 못하자 녀석은 긍정의 의미로 알아듣고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야...." 내가 뭐라고 더 말하려 하자......때맞춰 수업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빌어먹을.... "진매향!!!" 제기랄!! 누가 내이름을 이따위로 크게 부르는 거얏!!!!!! 도끼눈으로 돌아보니 저쪽에서 병호가 뛰어오고 있다. 난 당장 달려가서 그넘의 목을 팔에 끼웠다. 그리고 세게 비틀기 시작했다. "컥..야!! 캐켁!!" 죽어랏!!! 감히 내 가장 최대의 컴플렉스를 그렇게 크게 불러 만방에 알린죄!! 죽어 마땅하다!! "잠깐....잠..컥.." 녀석이 손을 미친듯이 휘저어서 난 녀석의 목을 약간 풀어주었다. "뭐얏!" "....기계가.. 고쳐졌어.. 시험..해 보라구.." "그래..정말?" 그럼.....이제 소문을 볼수 있단 말인가....? 커다랗게 밀려오는 기쁨에 난 목을 놔주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어서 가보자구!" "그래....캑.." 어제랑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지만... 이젠......정말 원없이 고구려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감격에 차 있게 해주었다. "온(on)." 이젠....너무나 편안하다. 나를 고구려에 있게 해주는 이것이 마치 나의 잠자리 마냥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캄캄한 어둠이 내 머릿속을 잠시 잠식하지만... 그것은 고구려를 가기위한 단계일뿐이다... 오히려 기다려...... 헉....그러고 보니...오널 상현이녀석이랑 약속했는데.. 어쩌지? ......음....뭐. 시간이..여기랑 거기랑...차이가 나니까...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나중에 나와서 가도...늦지 않을거야... 그래..... "에그머니나..이 사람..." "음..." 뭐지? 이번엔....누가 있는건가? 헉....여자닷!! 뭘 그리 뚫어지게 보는 것.... 난 당황해서 몸을 일으켰다. 젠장....왜 매번 알몸인 것이냐!! 아무리 실오라기 한올 걸칠수 없다 하여도....ㅜ,ㅜ "세상험하기도하지 어쩌다 옷까지 도둑 맞았소?" 다행히도 아줌마긴 한데....그녀는 내게 커다란 천 하나를 내어준다. 난 얼른 그것으로 몸을 가리며 씨익 웃었다. 아..쪽시러워라... "아....그게...실은..." 난 도저히 말을 지어낼수가 없어 버벅대고만 있었다. "강도놈들도 치졸한 족속이구만.....옷까지 벗겨가다니.." 그러면서 왜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시는지? 제길..... "저..여기가 어딘가요?" "여기? 그야%$#^##지." 어디라고 하는지..도저히 모르겠다... 어쨌든 고구려인건 확실한듯 싶으니 다시 물어야 겠네.. "여기가 평양성 근방인건 확실하죠?" "그렇지.. 청년 이곳 사람이 아니우?" "예..^^;;; 여행 왔다가.." "여행?" 그 아줌마는 더욱 이상하단 눈초리로 날 쳐다본다. 헉..이거 말을 잘 못했구나.. "아뇨... 하여튼..여기 연개소문이란 사람의 집이 어딘지 아세요?" "연..개소문.. 아 거기야 내가 일하는 집인데?" 일...? "일..요?" "그려. 그 저택. 내가 허드렛일을 맡아 하구 있지." 이거 ..횡재인걸? 잘 됐다... "그곳으로 안내 좀 해주실래요?" "응? 청년은 누군데?" .......뭐라고 답해야 하지...? 음....형제? 친구? "...사랑하는.....사람이죠." 아줌마의 눈이 가늘어진다. "정말 친한 친구인가 보군? 그래 어서 가세나." 앞서가는 아줌마를 따라 나도 걸었다. 맨발이긴 하지만 그다지 발은 아프지 않다. 그것보다는 심장이 크게 박동한다.. 소문을 본다는 생각으로 가슴은 꽉 차서 아무것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해..............오해로 인한 걱정보다도....더 큰것은... 그를 만난다는 기쁨... 열흘의 긴 시간동안 그를 그리워했다. 여기선 과연 얼마나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허... 이곳이 현재 소문의 집? 꽤나 큰 집이다... 건무것과는 비교할수 없지만.....이정도면 소문은 꽤나 출세한것이다.. 과연....이곳에서의 내용은 얼마나 흘러가버린 것일까.. 모든것이 궁금하다. 그 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대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걸어나온다.. 설마...소문...? "흑벌무..." 실망과도 같은 한숨이 새어나오고...... 흑벌무가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라......매향?!" 그의 눈이 커지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흑벌무..." 하지만....반갑기는 이루 말할수 없다. 열흘만에 보니 이렇게 기쁠수가.... "너..대체 어디로 갔던거냐? 소문형님이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알기나 허냐 응?" 그는 다그치듯 날 몰아세운다... 하지만 왜 그것조차도 기쁜걸까? "....지금.소문..있어..?" "아니.. 지금 입궐했어. 원수부로 갔거든.. 좀 있음 돌아올 거야." "그래...." 지금껏...소문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렴풋이 짐작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왜..내가 말했던가? 소문의 출생의 비밀이 감춰져 있다는 패검. 스승 마휴가 비류산을 떠나기 직전 소문에게 건네 준 그 패검.... 그 패검엔 쌍웅심연이란 한자가 쓰여 있을것이다.. 웅심연은 연씨가의 본향을 이야기 하는 것일테고..윗글자인 쌍(雙)이란 글자는 두개를 의미한다고...... 바로 소문과의 쌍둥이 동생이나 그냥 형제가 있어서 그리 적힌 것일거라고....얼핏 본 기억이 난다.. 그래..... 그는 출생의 비밀을 모두 알았고....복수 한것일까? 아직..그런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가화랑도..하룻밤 잤을테구... 이건 원판의 이야기지만........사실일지도 모르지.... 사실일지도 ..몰라. 정말... 그게 사실이면.....난..어떻게..할까? 그의 입에서 사실이라고 흘러나온다면.......난 견딜수..있을까? 모르겠다..... 이토록 기쁜데도....이토록 슬프다..... "저..소문은 지금 뭣하러 입궐한건데?" 난 옆에 서 있던 흑벌무를 붙잡고 물었다. "건무 장군께서 내리신 명을 받아 보고서를 올리러 간거야. 이번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취약점이나.. 담번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어디를 사수해야 할지.. 뭐 그런걸 알아보라고 명령을 내렸거든. 그래서 소문형님이 그 전략을 들고 입궐한거야." "..지보는?" "형님따라갔어." "........순남....은?" 그의 기색을 살피며 묻자 그는 역시나 약간은 껄끄러운 얼굴로 말해준다. "몰라. 여편네 어디있는지.. 아마도 자기 방에 있겠지." "뭐? 너 설마... 아직도 각방쓰냐?" 이런....한심한.... 노예였다는 그 이유만으로 아직 순남을....... "....." 흑벌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각방써도....아마..관계는 할 듯 싶은데.. "그리고....." 거기서.....난 입을 다물었다. 이것은 흑벌무에게 물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문에게 직접 물어보아야 할 일이었다... "뭐?" "아니......아냐." "어. 소문형님 오시었수?" 깜빡 잠이 든건가...? 어느새 어스름이 깔리고 있군..... 근데..뭐? 소문.....? "그래." "성에서의 일은 어찌되었수?" "괜찮았어. 근데 ..아마도 우린 떨어져 있게 될 듯 싶다." "아니 무슨 말이우? 어딜 가랍디까?" "아직은 명이 없지만..근일중에 떠나야 할 것 같다." "어디루?" "비사성." 소문의 음성이다... 건재한 그의 음성이 점점 가까워 진다..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손아..바보같이 떨리지마.... "요동으로? 거길 왜 간단 말이우?" "그쪽으로 이동이 될 것 같아." "이동? 이동이면 우리 셋이 같이 가야지..왜 떨어진단 말이우..?" "지보는 전함 설계와 작업을 감독해야 하니까 여기서 움직이면 안되지." "뭐요? 그럼 우리 수군의 주력이 비사성으로 이동한다는 것 아니오.." "그렇지..하지만..예상일 뿐이야.." "예상?" "그래. 확실하진 않지..." 그의 손이 내실의 커튼을 걷어올린다. 그러더니........얼굴을 들이밀었다. ".........." 그와 내눈이 마주쳤다. 난....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는.........놀란걸까? 아님....왜.....아무런 표정이 없는거지? "....매향....." 그의 음색에 강렬한 놀라움이 담겨있다.. "정말.....너냐?" 저번과 비슷한 반응...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도 이런 오해로 그를 떠났었지.......물론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그는 내게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그 얼굴이 잔뜩 굳어있다....혹시....한대 얻어 맞을려나..? 난 날아올 충격에 대비해 몸을 움츠렸다.... 헌데......충격은 몸전체에 나타났다. 그가 날 끌어안은 것이다... "정녕 너란 말이냐? 응?" 그는 숨이 막혀올만큼 날 꽉 끌어안고 날 확인한다... "그래.....나야. 나라구." "어찌......어찌....이리도...무정하단 말이냐......나를 죽이려고 하는거냐....그리 내눈앞에서 사라지고..... 내 심장을 무너뜨리더니...또 이런 ...." 소문의 음성이 떨린다.. 이..바보... 저번에도 그랬잖아... 이젠 적응하라구....... 그렇게 너답지 않게 ....굴지말구... 물어보려던 말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 느낌이다.... 가화가 어쨌구......관계를 묻는 것은 그의 이 마음을 배신하는 것이 될것이다.. 그를 믿을 것이다.... "내 ..마음을 의심하였던 거냐?" 난 대꾸하지 못했다. 그것이 사실이었기에... 둘의 방으로 들어온 지금도 그는 날 놔주지 않는다. 창피해질 만큼 날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고 있다.. "내가..너에 대한 마음이 부족한 것이냐? 늘...넌 널 생각하는 내 마음이 부족하였을때..사라져 버린다...... 마치 내게 벌이라도 주듯.. 사라져 버리는 구나." "...소문.." "다신......말없이 사라지지 마라.... 너를 그리느라......내가 얼마나...괴로웠는지.... 다시는 네게 불안을 주지 않으마...다신..네게 내 마음을 의심케 하지 않으마.." .....오히려 내가 미안해질 것 같다.. 단지 기계의 사정뿐만 아니라...난 정말 그의 말대로였으니까. 이 세계에서 도망가고 싶다고...느꼈으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품을 난 그토록 그리워 한것이다.. 이 넓고 따스한 품........나를 부르는 부드러운 톤의 음성을 한없이 그리워 한것이다. 사랑이란것......인정하고 싶지 않아... 계속 부정하고..거부했지만..... 소문으로 인해 흘린 눈물만은 부정할수 없는 증거가 되어....날 결국 인정하게 만들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왜 울만큼이나 그를 그리워 했겠는가... 그의 존재를 찾기 위해 눈이 빨개질 만큼이나 열심히 도서관을 헤맸겠어.... 지금 생각하니...... 어린아이처럼 억지를 피우고 그를 거절하던 내가 우습다. 지금...창피하지 않다는건 아니지만.... 너무나 크게 바뀌어 버린것이 있다면...이젠 내 감정을 인정했고....진정으로 소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를 볼 수 없었던 열흘간... 고통이었다면...말 못할 고통의 기간이었다... 지금 이렇게 내 눈앞에 있다는게 꿈만 같을 지경이다. "소문...음....." 부드럽게..그리고.....자연스레 그의 키스가 다가온다.. 놀라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지만 소문의 커다란 손이 그것을 살짝 제지시켰다. "음....응..." 프렌치 키스... 이런 것일까....? 그의 키스는 뭔가에 메말랐던 것처럼.....어린아이처럼 나를 갈망해 온다.. 성급하지는 않지만.....주저하지도 않는다... 조용히....입술을 떼었을땐 나의 뺨이 약간 달아올라 있는것 같았다. 소문은 그 자세 그대로 날 침상으로 눕혔다. 정말 조심스런 자세라서 난 그를 믿고 날 맡겼다. 뭔가....깨어질듯 소중히 소중히....그는 나의 윗옷을 끌러갔다. 그리곤....내 눈을 바라보았다.. 훗... 무슨 허락을 요구하는거야? 너답지 않게.. 언제나 강하게 대쉬해 왔잖아? 그의 혀가 내 귓볼을 살짝 건드렸다. 그리곤 슈크림을 핥아가듯 목을 타고 내려왔다. "....웃.." 역시...이런 소리 내는건...아직 창피해... 제..엔장.... "소리를 막지마.....모두..들려줘. 너도 즐거워야 하니까...혼자 참지 말라구." 입을 틀어막은 내손을 소문의 손이 가볍게 풀어낸다. 잘익은 복숭아의 껍질을 까내듯 상의를 벗겨내고...그는 내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앗.........응...소문........" "아름다워....매향...." "소문........소문........소문......" 주문이 된 것처럼....그의 이름을 끊임없이 되뇌였다. 그 밤이 깊어갈때까지......숨이 거칠어 질때도........절정에 이를때에도.. 그가 땀이 맺힌 내 이마에 입맞추어 줄때도.... 그의 이름을 ...불렀다. ======================================================================================= 헉...안긴가요? 길죠? 아지......10시 반이네요.. 슬슬 쫓겨날 시간..... ^^;; 겜방에서 전 나가야 될 시간이랍니다... 넘 늦었죠..오널은..^ 죄송..... ^^** 작성자 : 이수 (raicen@hanmail.net) 추천: 31, 수정: 2, 조회: 971, 줄수: 495, 분류: Etc. 전생 2부-15 이수왔습니다.. 카자언냐가 글을 올렸더군요..올리자마자 추천 9번이라니..언니 무서웟.. ======================================================================================= 다음날 아침... 소문의 예측은 적중해서 우리는 비사성으로 떠나게 되었다. 움..무슨 소리냐구? 헛헛..또 내가 실력없는 작가를 대신해 이곳의 역사를 갈켜줘야 겠군.. 쳇. 수군이 저번 전쟁때 대패하고 물러갔잖아? 그런데 이넘의 자식들이 두번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자나.. 그게 억측이 아니라...근거있는 소리란다. 특히 을지문덕님과 소문이 그걸 주장하고 있지. 양제녀석이 재침해 올때 어디로 올건지 소문이 생각해 보고를 올린 결과 지난번과 같이 육군은 요동으로 수군은 산동의 동래라는 곳으로...보급은 여전히 해상 수송을 이용할것이라는 판단이 떨어진 것이었다. 소문은 뛰어난 전략을 제시했다. 어떤거냐 하면...말이야...휴휴휴.. 그걸 요약하자면 이런거야. 수는 저번 전쟁에서 군사의 절반을 잃고 물자를 잃었잖아? 근데 이넘들은 대국이니까 또 병사를 끌어모을 여지가 있다 이거지..근데 고구려는 그렇지가 않잖아. 어쨌든 수나라보단 열악하니까... 양제녀석이 그걸 노리고 다시 쳐들어온다는거야. 근데 멍청한 양제는 보급로를 그다지 중시하고 있지 않다 이거지. 재침준비를 한다면 침략로인 요동하구 산동사이를 꽉 쥐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거덩. 글구...수군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결국 그넘은 육군의 양성에만 힘쌓고 있단 소리야. 그러니까 우리 수군의 주력을 녀석들이 방심하고 있을동안 비사성으로 두고 장산도를 중심으로 숨어있다가 전쟁이 시작되면 재빨리 묘도를 탈취하자는 거지... 알겠어? 휴휴휴휴., 솔직히 나도 뭔말인지......조금 이해가 안가. 하지만 저번에 내호아랑 패수에서 싸울때도 소문이 건의했었거든.. 묘도는 중요한 전쟁물자보급의 요충지라고.. 거길 빼앗기게 되면 수군은 한달도 버티지 못해. 재해권을 잡게되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섬멸시킬수가 있단 거지. 후훗.... 역시 똑똑한 녀석...소문... 천재라니까..... 그래서 소문이 어제 돌아오면서 비사성으로 가게 될것같다고....예측했던 거지.. 그는 정말 귀재야..... 건무는 소문의 의견을 듣고 뭔가 결단을 내려야 겠다고 생각했어. 곧 비상령을 내리고 막료회의를 열어 양제가 빠르면 한달....두달 내로 재침해 올것이라고 단언하고 면밀히 검토한 후에 ..이런 결단을 내린거지. 원수부는 평양성에 있고...부원수부만 비사성으로 가는거야. 그 대장격은 이중손이란 남자이고..소문은 그 바로 아래 부장격으로 지위를 받았어. 이정도면 정말 파격적인 대우라고 생각하는데......... 에구..허리가 아프구나... 말 타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냐.... 휴휴휴휴휴..... "부인, 피곤하십니까?" 옆에 같이 지나가던 병사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부인? 젠장..... 내가 부인 소리까지 들어야되? 소문....너 언제 나랑 결혼했냐? .........쯧............. 침상은....몇번 같이 썼지만....근데..나 남자옷 입고 있는데.. 왜 모두 여자취급하지? 엉? 괜히 열받네..... "괜찮아요." 목소리가 굵어서 꽤 놀랐을 거당... 변성기가 심하진 않지만......보통 남자의 목소리라구 나두! 원래 수군의 병력이 6만 5천이라고 하는데.. 3만은 저번의 패수에 남기고...나머지 3만 5천이 비사성에 도달해 전군 신속하게 그곳에 배치됬지. "수탐선을 타고 정탐을 다녀오겠습니다." 이중손이 전함을 한척 내주었지만 소문은 그것을 거절하고 격선 한 척만 달라고 했어. 정탐하러 가는데 커다란 배가 무슨 소용이야...제길..여긴 잠수함도 없구. 그런거 있으면....그 뭐냐..망원경같은거 쫘악 올려서 비밀스레 정탐하면 되는데. 고구려에 그런게 있었으면..우리나라 세계제패했지 싶다..큭... "날아갈 것 같소. 오랫만에 이렇게 바다에 나서니 말이오." 흑벌무가 어깨를 펴며 흐뭇해 한다. 음....묘도라는 곳은 한개의 섬이 아니라 여러개의 작은 섬이 흩어져 있는 군도라고 하네? 산동반도 북부에서 요동반도 남단 사이에 징검다리가 놓인듯 점점이 놓여있는 걸 보니....정말 보급로론 최적의 자리인것 같아. 이런곳을 빼앗기면...엄청난 손실이 있을 것 같은데.. "야간을 택해서 접근합시다. 그래야 발각이 안되지." 벌무의 말대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묘도근처의 여러 도시를 정탐한후 다시 비사성으로 돌아온건 ....다음날 아침이었다. 난 잠도 자지 않고 소문을 따라다녔다. 그저께밤을 새긴 했지만....젊은이의 혈기로....버틸수 있었다. 휴휴휴휴....허리얌..... "어떻던가?" 이중손이 급하게 물어온다. "약간 늦었습니다." "무슨 말이지?" "벌서 수군의 증원군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전함은 약 20여 척..군사의 수는 5천에 달합니다." "그럼 우리가 이동했다는 사실을 내호아도 알고 있을까?" "아직까지는 모르는듯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증원군을 보낸거지?" "그만큼 기지이기 때문입니다." "으음...어찌해야 하나.." "아직 완전히 늦은건 아니니 지금이라도 당장 덮쳐서 묘도 군도를 탈취하면 될것입니다." "지금....?" 그래. 지금....지금이라면 ...우리 숫자로도 얼마든지 수군녀석들을 몰아낼 수 있다. 이중손...어서 결단을 내리라구!~! 미적대지 말구!! "빠를 수록 좋을것입니다." "그럴수는 없지...전쟁도 시작되기전에 아직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런 불씨를 던져버렸다가 도발해 버리는 결과가 되면 어찌하나." "어차피 전쟁은 터집니다." 으이구..속이 답답다... 저넘은 대장이란 것이 왜저리도 소극적인 것이야!!!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라구!!! "건무원수의 허락없이는 안 된다. 선발을 띄워라." 보고서를 보내라는 건가.. 제기랄.....소문의 얼굴에도 못마땅한 빛이 그득하다. 직접 눈으로 보고 온 당사자의 말을 들어야지.....더 늦추다간.....더 늘어난단 말야!!!! 하지만....난 여기선 아무 지위도 없는 인간이니..... 그런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이건....신중하다는게 아니라....소심하고 과단성이 없다... 소문과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났다. "소문!! 어딨는 거야!!" 난 병영내를 돌아다니며 소문을 찾았다. 이게.....또 어디에서 나몰래 술먹고 있는거지? 휴....하긴...그의 맘을 이해 못하는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술만 먹는것도.... 휘휘 둘러보던 내게 저쪽 막사 구석탱이에서 술병이 굴러다니는게 보인다. "소문! 이제 그만 마셔!!" 난 그에게서 술병을 빼앗아 들며 소리쳤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그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실망이야...." "....또 그 얘기야.." "음..." 소문은 이중손과 건무의 소심한 결단력에 실망한 것이다. 이중손이 비비적대면 건무라도 확답을 내려줄줄 알았는데....두사람다 괜히 전쟁을 도발시킬 필요가 없다는 핑계로 유사시에 대비하란 말뿐이었다. 젠장....뻔히 보면 몰라.....?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수군은 점점 늘어날텐데... 저러다 습격받으면 어쩌냐구! "..어쩔수 없잖아... 명령을 무시할수도 없고....." "싸움이 붙었을때....고구려군에게 얼마나 피해가 다가올지....서둘러 조치하면 예방이 가능한 것을...이렇게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으니..얼마나 어리석냐.. 그리고 내가 정 실망한 것은....건무 원수야..." "그를 너무 과대평가 한거야.....네가.." "그는 너무 소심하고 ...과단성이 없다. 왜 형체만 보고 내용을 못 보는 것일까? 내용을보면 형체를 알고 형체를 보면 내용을 간과하는 것이 양장이여야 하거늘..."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처음부터 을지문덕의 휘하로 들어가지 그랬어..." 그러나 소문은 고개를 흔든다. 비록 왕제 건무가 을지문덕님에게 미치지 못하는 장수라지만..장래성으로 보면 건무가 훨씬 나은것이다. 을지문덕님에겐 백성밖에 없다. 그분에겐 아무런 세력이 없는 거다... 제기랄............ 하지만....건무란 넘은 왕자이고 지금 국사를 돌보고 있는데다가 머지않아 보위에 오르게 될지도 모르고 말야....이정도면....장래성은 충분하지 않아? 그러니 ...소문이 망설이고 있는거지.. 그의 최대 목적은 우선 가문의 몰락 근본원인을 찾는거니까..그 세력들하구.. 그럴러면 강한 권력을 쥐어야 한다... 애초부터 소문은 그걸 계산하고 건무의 아래로 간것이다... 지금 소문이 실망한것은 건무를 너무 믿었다가 그것이 빗나가서이다. "에잇! 술은 그만 먹어! 왜 몸만 망치고 그래! 이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이중손을 찾아가 한번 더 부탁해봐!" 난 그의 몸을 일으키며 닥달했다. 휴... 이런걸로 이렇게 곤죽이 될때까지 술을 퍼마시다니...너두 참. 그는 내말마따나 이중손에게 가서 간곡하게 사정했다. 일단 이곳의 주 공격령의 권한은 당신에게 잇는것이니 묘도의 선제 공격을 단독으로 결행하는게 좋겠다고 말이다... 이곳의 와 있는 다른 부장들도...소문의 의견에 일치했지만....그 빌어먹을 이중손만은 건무를 핑계로 대며 허락해 주지 않았다. ....으... 쪼잔한 놈.. 더럽게 결단력 박살이군... 결국..이렇게 한달을 허송해 보내고... 그 사이 묘도에는 날이 다르게 수군이 증강되고 있을게 뻔한데... 뻔히 알면서도 행동을 할 수 없는 소문은 혼자 애가 닳고 있었다. 평양성의 건무가 묘도를 공격하라고 명을 내린건 그로부터도 며칠이 지나서이다. 이곳으로 온지...꼭 두달만이었다. 전군에 비상령을 내리고 묘도를 점령하려고 가봤지만 이미 들어서 있는 수군의 숫자는 2만에 가까워있었다.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소식도 같이 전해졌다. 뒤늦게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그러게 진즉 소문의 말을 듣지....병신들.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이야....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되거늘...... 그리고.....5일뒤.... 날짜로 표기하자면 서기 613년 3월. 양제는 드디어 120만이란 엄청난 대군을 이끌고 또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이들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날린 포고문이 아주 웃긴다. <이제 우리의 힘이 바다를 빼고 산을 옮길수 있는데 고구려 소적이 감히 대국을 업신여긴다. 이번만큼은 소적을 격파하여 고원의 투항을 받으리라.> 고원은 영양제를 가리키는 말이거든.. 짜식들 헛바람 들어서 또 개미때처럼 쏟아져 오긴..이 녀석들..저번처럼 삼로로 나뉘어 공격해 오고 있을거야 아마도...... 양제는 30만을 이끌고 요동으로 오고 있다고 하지.. 이 전쟁으로 인해 ....수나라는....크게 흔들리게 된다... 뭔 소리냐구? 보다 보면 알게 될거야. 소문의 말대로 일차침입때와 똑같은 공격로를 택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소문의 예측은 정확했던 거야... 서둘러 건무가 총수전함을 타고 비사성을 방문해 왔다. 그는 묘도를 점령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변명을 하면서 지금이라도 묘도에 있는 수군의 양창(곡식창고)를 격파할 공격작전을 발표했다. 그 작전의 우두머리론 이중손을 삼았다. 내같으면 저런 무능한 부하 짤라버리겠다...제기랄.... 소문은 부장의 소임을 뿌리치고 공격선봉을 자처하고 나섰다. 물론 건무는 그것을 허락했고 말야..그는 300여 척을 이끄는 격선대의 기총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가 전장에 나가 싸우겠다면...나도 나간다. 내 목숨하나쯤은 내가 지킬수 있다. 안돼겠으면....도망치지 뭐... "이제 와서 불평해 본들 소용없다. 그렇지 매향?" "그럼. 이젠 목 내놓고 싸우는 길 뿐이야." 난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소문도 긴장감이 어린 미소를 띄워주었다. "근데..우리만 선봉으로 나갔다구 원망 안들을지 모르겠수." "원망?" 흑벌무가 ..뭔소릴 하는거야? "지보넘 말이우. 지금쯤 평양성에서 대패질에 못질이나 하고 있을텐데..." "신병기 제작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집순에게 부탁했으니까 곧 이리로 올거야." 호오..그거 반가운 소린걸? 이 트리오가 완성된다니 말야......^^* 내일은 전쟁이 시작된다.. 묘도를 습격하는것이다... 내일이 전쟁인데.....이상하게도 마음은 편안하다.. 과연 내일...몇명의 피가 내손에 묻게 될지....모르는데.... 난 편안하기 그지 없다. 소문이 내 곁에 있어서 일까....? "매향. 이리와봐." 하필....소문이 침상에 앉아 날 부르고 있다. 아무리.......그래도....낼이 전쟁인데....너 ..할려는건 아니겠지? 내가 그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자 소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런 걱정은 말구." 난 망설이는 얼굴로 소문에게 다가갔다. 그는 날 살짝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휴휴휴휴... 이넘의 품안에 들어가면...언제나 내가 너무 작단 생각이 든단 말야.. 나도 남잔데... 왜이렇게 내가 작게 느껴지지? 만약..이품에 나보다 더 작은 여자가 들어가면....... "매향.....무슨 생각을 그리 골몰히 하는거지?" "응? 아...아냐.. 그냥....." "설마.... 나 없는 동안 바람을 피운건 아니겠지?" "말도 안돼는 소리마. 무슨.." 난 피식 웃으며 가볍게 부정했다. 순간..이상하게도 상현녀석이 떠올랐지만 곧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녀석은 그냥 친구라구. 친구. "매향 넌 정말 ..내품에 꼭 맞는구나." "응?" 그는 두꺼운 자신의 팔로 내몸을 꼭 끌어안았다. "내 이두팔에 크지도 작지도 않게 꼭 맞는다는거야....." 소문의 체취가 아련하게 느껴진다.. 훗... 그대로 소문이 날 놔주지 않았지만....구태여 떨어지려고 애쓸필요도 없었기에...조금 창피했지만 난 그대로 안겨 있었다.. "매향. 전쟁터에서 ..너무 활약하지 말아라...." "음...?" "아무리....네가 네 몸하나 지킨다고 큰 소리 쳐도..시산혈해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널보면 불안해서 내가 눈을 뗄수가 없다.. 언제 화살이 날아와 네 가슴을 뚫을지....불안하단 말이다.... 널 잃게 되면... 내가 어찌 될지..나도 알수가 없다..그러니 제발... 위험하다 싶으면 정면도전하지 말고 자존심도 버리고 도망쳐야 된다. 알겠지? 난 널 위해서 내 자존심 따위는 모두 던져 버릴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너도 날 위해서....... 내 심장 가라앉히는 짓은 피해다오. 알겠지?" "응...... 너무 걱정마...이번 전쟁은.....쉽게 끝날거야...." 웅..내가 무슨 소릴 한거냐... 헉스.... 이거 잠이 와서 헛소릴 지껄였구나!!!! 제길...나 혹시 점쟁이 같은 걸로 보이는거 아냐?? 혹시라도....소문이 또 날 다그치면 어쩐다지... ".....네 말은 .... ...이 있어........매향...." 아주 낮게 중얼거리듯 소문이 말한다.. 뭐라구.....? 안 들린다... 제길....그리구 잠오자나... 젠장..... "우음.." 인기척에 눈을 뜨자 소문이 옆에서 옷을 챙겨입고 있다. "일어난 거냐?" "어. 새벽전투지?" "그래." 나도 몸을 일으켜 옷을 입었....어라? 왜 내옷이 갈아입혀져 있지? 소문이 한건가.... 웅... 그러고...보니....헉.... 나 어제 저녀석 품에 안겨 잤잖아? 이런......매향....너 이젠 아무대서나 철썩 붙어서 잘자는구나..ㅜ,ㅜ 허허허허~~ -_-;;; 난 뻘쭘함을 감추기 위해 돌아서서 재빨리 옷을 입었다. "매향. 나 물한잔만 따라주겠어?" "그래." 옷고름을 매려다가 소문의 부탁으로 난 탁자로 다가가 주전자를 들어 물을 따랐다. "기침하셨는지요.." 한 여인네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허걱!! 누구세요!!?? "앗..." 여인은..(아마도 하녀나..시녀인듯..)우리 둘의 특히 날 보며 놀라더니.......얼굴을 붉히며 돌아나간다.. "죄,죄송합니다.." "......?"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웅.....난 물잔을 들고 소문에게로 걸어갔다. "자, 마셔." 소문은 물은 마시지 않고 날 보더니 피식 웃는다. "이렇게 가슴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렇지." 헉.....뭐샤? 정말이군.....나 옷고름 안 맸지.....젠장... 옷고름을 맬려는데 소문이 손을 뻗더니 대신 매어준다. "네가 매는 옷고름은 이상하더군....그 나이 되도록 옷고름하나 제대로 못 매는거야?" "그래....나 못맨다. 불만있냐?" 제길..단추로 바꾸자니까! 너 단추 잘 잠글수 있어??? 엉?? 의관을 갖춘 우리 두사람은 곧장 장산도로 향했다.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고구려 2만의 군병은 묘도 군도의 근해에 나타났다. 그쪽도 2만 이쪽도 2만....비등한 숫자였다. "적입니다." 보고가 들어왔다. 적의 정탐선 20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척도 돌아가게 하지 마라. 모조리 잡아서 입을 다물게 해라." 소문이 명령했다. 얼마되지 않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저놈들 한놈이라도 살아돌아가면..일이 귀찮아 진다. 습격이란 것은 예상치 못함에 일으키는 짜릿한 것인데 다 알아채 버리면 그게 줄어버리잖아? 결국 그놈들은 일망타진 되었다. 초전의 조짐이 상서롭다.....쉽게 말해서 좋아보인다는거얏!! 물결을 가르며 점점 전진해 나가자 곧 묘도 군도의 모습이 거무스름하게 드러나 보이기 시작한다. 이중손은 전군 항진속도를 줄이라고 명령했고...여기까지는 일단 성공적이군.. 이 기습작전은 치밀하게 세워져 있다. 이중손의 배에서 빨간 깃발이 올려졌다가 힘차게 내리그인다. 공격명령이었다. 대함은 서서히 용두진을 펴면서.....묘도로 접근하고 격선대로 하여금 일제공격을 하자는 것이었다. 적함은 항구에..(항구란게 있남..)정박중이었기 때문에 공격을 받으면 당장 전열을 정비할수가 없을것이다....쿠쿡.. 이런게 기습이라니깐....요런 틈을 이용해서 소,중함으로 밀어붙이고 대함으로 마지막 마무리를 짓자...뭐 이런거야. 소문도 긴장한듯 하다. 그는 공격령을 받자 청기를 흔들며 300여척의 격선을 6대로 나누고 미리 세워둔 공격지점을 향하여 출발토록 했다. 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소문의 곁에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기습작전에 대비해 소문은 이틀동안 심사숙고했던 것이다.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띠고 대병을 지휘하여 전투에 임해 본일이 없기에....그로선 당연한 행동이었다. 난 조용히 그를 응원할수 밖에.....가끔 그의 팔을 잡아주는 일을 맡고 있을뿐이었다. 이 기회는 소문에게 시험이 될수도 있다..잘만 치뤄내면 자신 스스로의 능력을 확인해 볼수있는 것이다. 소문은 흑벌무와 귓말을 나누었다. 솔직히 내가 전략에 대해 뭘 알겠는가.....세부전략은 두 사람밖엔 몰랐다. 난 그저 그를 믿고 있을뿐이다. 목교를 내리더니 흑벌무가 다른 배로 옮겨 탄다. "우리 격선으로 완전히 적을 침몰시킬 요량하면 안됀다. 웬만큼 공격이 성공하면 물러나라." "알겠습니다." 그는 상관에 대한 예우로 존칭을 쓴다.. 그의 배가 멀어지자 이윽고 소문은 오른손에 든 진홍의 깃발을 좌우로 흔든다. 총 600여 척의 격선이 그의 깃발 움직임을 받고 항진을 시작했다. 기습은 완전히 성공이었다. 이른 새벽이었기도 한데다가 예상이 적중해 배는 모두 정박되 있었고 6군대로 나누에 공격한 것이 승리의 마지막 원인이었다. 그들은 전열을 정비할틈도 없이 좌충우돌 공격을 감행하는 소문의 격선대에 짓밟히기 시작했다. 너무도 졸지에 당하는 일이라 수군은 정신이 없는 듯 하다. 대부분이 이제 일어났거나 식사중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닥치는대로 불을 질러라!" 아침이 시작되는 바다 위에 검은 연기와 불길이 여기저기 치솟는다. 여섯개 섬 모두가 불바다가 된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적의 함대는 다시 태세를 갖추며 반격을 시작했다. 훗...여기서 부턴 우린 빠지지.... 제아무리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한데도 2만에 가까운 함대를 겨우 600여척의 격선이 물리친다는것은 한계가 있었다. 퇴각의 명이 퍼지고 서둘러 격선들이 물러나기 시작한다. 전쟁할때는 공격도 중요하지만 제때 퇴각하는것도 매우 중요한다.. 그것을 소문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썰물이 빠지듯 우리 군대가 빠지고 나자 적은 함대는 진화작업을 서두르며 추격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이젠 저쪽하고 놀아보시게나~~ 이젠 고구려의 중함대가 달려들지롱... 계획을 이삼차로 너무 잘 짠거 같다.. 한번 인 혼란은 수습하기 힘든법!! 저쪽도 똑같은 것이다.. 그들은 또다시 밀려든 고구려의 중함대에 무참하게 깨어지고 말았다. 이와같은 전략을 구상한것이.. 바로 연개소문인 것이다. 뭐..습격이 끝났냐구? 아니.....전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활약이다.... 쿡..... 우린 지금 묘도의 뒤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더 속력을 내라." 소문이 조용히 명을 내린다. 이곳엔 전함이 한척도 보이지 않는다. 설사 있다고 해도 모두 전투에 참가중일 것이다. 지금 해상에선 아직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것이고....우린 그틈을 이용해 이곳으로 돌아온것이다. 두척의 격선이 완만한 곳을 찾아 배를 댄다. "배를 숨겨라." 200여명의 부하들이 상륙하자 소문이 지시했다. 묘도의 본섬 후미에 상륙한것이다. "다행히 들키지 않고 상륙은 했다만 지세가 너무 험준합니다." 흑벌무가 다가와 소근거렸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곳을 택한거다. 이렇게 험한 지세로 볼때 누가 이리로 습격할거라고 생각하겠느냐. 분명 경계가 소홀해 질것이다. 자 저 벼랑 아래로 집결시켜라." 소문의 명에 따라 200명의 부하들은 모두 벼랑아래에 집합되었다. "모두 조용히 듣기 바란다. 우리는 지금 묘도의 뒤쪽 산기슭에 와 있다. 이곳은 묘도 군도의 중심부일 뿐 아니라 적의 양창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창고는 이 비탈산을 넘어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수는 도합 160여개. 들리는 말에 의하면 100만 수군이 한달간 먹을 양식이 비축되 있다고 한다. 허나 그건 어찌됐든 상관없는 일 중요한건 저 안엔 막대한 식량이 쌓여있다는 점이다. 너희들은 격선대 가운데서도 일당백의 용사들이다. 우리는 지금 이 비탈산을 넘어 적의 양창을 불태우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본선으로 무사히 돌아갈수 있다. 명심해라. 양창하나가 불에타면 우리 고구려군사 1만 명의 목숨을 살리게 된다는 것을. 아니 나 하나가 죽음으로 인해 1만 명의 내 형제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 알았나?" "예!!" 대답하는 결사대의 어조에 비장감이 서려있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점은 중요한 양창이기 때문에 수비도 엄중할 뿐더러 지키는 군사의 수도 대략 4,5천은 될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수의 열세에 너무 겁내선 안된다. 자 출발이다." 소문은 부하들을 이끌면서 잠시 나를 응시했다. 나도...그 눈이 뭘 말하고 있는지를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약속..........반드시 살아남아라........ 우리들은 비탈을 타고 조용히 이동했다. 이 결사대는 소문이 가려뽑은 사람들이었다. 모두 몸이 날렵하고 무예가 뛰어난 사냥꾼 출신들인 것이다.... "보입니다." "음." 한참을 오르다 보니 과연 산기슭아래에 목조로 된 창고가 띄엄띄엄 여러 채 서있다. 나무로 됐으면 엄청 잘 타겠군....게다가 곡식이니깐.....안 탈게 없겠는걸? "군사도 사오천은 넘을 듯 합니다." "그래?" 산재한 창고의 중심부에 군영이 보인다. 수많은 수병이 창고를 지키고 섰다.. 어떤 자는 말을 타고 있는 걸로 보아 기병도 있나본데... "이거 안돼겠습니다. 밤이라면 또 몰라도 이 대낮에 뛰어들어 불지르고 도망이라니...." 내가봐도 안돼겠다..... "할 수 있다." "안 됩니다. 자칫 잘 못하면 저 기병대에게 전멸당할수도 있습니다." 전멸..... 웬지 오싹하게 들리는 소리이다... 그래 이것은 장난이 아니고..전쟁이란 것이다... 막무가내로 행동했다간 저 숫자에 밀려서 불은 커녕 완전 몰살당할수도 있다. 비록 비약이 심하더라도.....나라는 개체가 도입된 이상 어디서 틀어져 버릴지 모른다..... "....그럼...밤이 되도록 기다리도록 하자." "그럽시다." 그도 고집을 세우진 않는다. 솔직히 200가지고 수천에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밤이 깊어진 뒤에 야음을 틈타 기습하기로 한다." 그는 낮시간동안 부하들을 8개조로 나누었다. 각각의 임무를 부여하는 동안 어느새 날은 저물었고 ..... 밤이 이슥해 지도록 해상에서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고구려쪽보다 수군이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 넘들은 발바닥에 붙은 껌처럼 끈덕지게도 덤벼들고 있었다. "지금이다. 1,2,3조는 각기 지시한 양창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4,5조는 나와 함께 군영의 마장으로 향한다." 연개소문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모두들 날렵한 몸놀림으로 흩어진다. "마장에 접근한 내가 횃불을 치켜들면 그것을 신호로 삼아 일제히 불을 지르도록." "알겠습니다." 그들은 흑벌무가 인솔하고 떠났다. 이제 소문과 나만 남았다. 우리는 50여 명의 병사를 이끌고 군영의 마장으로 내려갔다. 마장은 마굿간같은 곳이다. 군마부터 미리 탈취하여 저들의 기병성을 떨어뜨리자는 계획인 것이다. "소리나지 않게 감쪽같이 숨어들어야 한다. 말이란 인기척을 내면 코파람을 부니까 조심하도록." 작은 주의를 주며 서서히 그곳으로 접근해 갔다. 마장가까이 까지 가는데 성공하여 얼핏 살피니 100여 필쯤 될듯한 말들이 모두 매여져 있었다. 근데..밤빛때문인지 더 많아 보여.... 모두들 자신이 올라탈 말을 찍고 있다. 잘못해서 올라타다가 부딪히면 곤란하니깐... "자 타자." 50명의 군졸들이 갑자기 뛰어들자 놀란 말들이 코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이미 모두 올라탄 후였다. 내가 고른 놈은 갈색의 튼튼해 보이는 말이었따. "부시를 켜라!!" 소문이 다급하게 명했고 곧 기름바른 솜뭉치에 불이 붙어 타올랐다. 그리곤 그것을 높이 치켜들었다. 성공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이제 흑벌무쪽이 날뛸차례군... "적이다!!" 그제서야 수군진영에서 병사들이 달려나온다. 기병들인가? "말 엉덩이를 갈겨라!!" 그들이 말을 타선 안된다. 그 생각으로 모두들 남은 말을 걷어찼다. 히히히힝!!!! 말 울음 소릭 여기저기 울려 퍼지고 그곳에 수병이 뒤엉켜든다. "불이야!! 양창쪽에서 불이났다!!" 우리쪽으로 밀려들던 군사들이 모두 돌아선다. 정말이군... 어두운 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불길이 치솟고 있다. 날뛰는 말과 수병....고구려 병...그리고 불길마저 믹스되어 이곳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한다. 접전이 벌어진 것이다. 한결 편하게도 말위에 타고 있던 터라 난 손쉽게 싸울수 있었다. 덤벼드는 수병을 모조리 베어내고 주위를 살피자...이런.....우리쪽 병사 하나에게 다섯이 동시에 덤비고 있다. 저런 비겁한....(사실 전쟁에서 비겁이고 나발이고 이기면 장땡이긴 하지만...) 난 눈에 핏발을 띠며 그 무리속으로 달려들었다. 활활 잘도 타오르는 불길을 맞으며 검을 휘두르다 보니 작전이 대성공이라는 걸 느낄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덤벼든 넘을 단칼에 베어버리고 난 소문을 찾았다. 흑벌무와 같이 그는 마상에서 장창을 휘두르며 늘름하게 싸우고 있었다. 건재한 그의 모습을 보자 안심이 되어 난 크게 기합소리를 질렀다. "으라아아앗!! 덤벼!!!" 내손과 검이 피로 죽이 될만큼 싸웠을 즈음...(워낙 숫자가 많아서 오랜 시간은 아니었을 거다)난 깨달았다. 더 시간을 끌다간 우리가 불리할 것이라고.. 기습당했다는 당황함도 점점 가라앉아 가는지 이젠 힘에 부쳐왔다. 지금쯤이면 퇴각령이 내려질때가..... 어... 두사람...어디로 가는거지? 말을 몰고는 불붙지 않은 양창쪽으로 달려간다.... "불을 지르려 한다!!" 그 소리에 놀란 수군병사들이 대부분 그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아....그렇군.... 우리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저들은.... 소문은 ....결코 죽지 않고 나에게로 돌아올것이다... 저 자신만만해 보이는 등이 나에게 굳건한 믿음을 주었다. ...난 이를 악물었다. "퇴각한다!!! 모두 싸움을 접고 날 따라와!!!" 아직도 고전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달려들어 난 수군병사를 베어내며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내 목소리가 들린건지 결사대는 내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배를 내와라!!" 어느샌가....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난 아무런 지위도 없다는걸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내명령에 암말없이 따라주었다. "저기 오십니다!!" 한 병사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니 저 비탈위에서 소문과 흑벌무가 다급하게 달려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멀리 뒤쪽에 쫓아오는 수군도 보인다. "어서 배를 띄워라!!" 다급한 명이 떨어지고 두척의 격선은 밤 바다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겨우....위기에서 ..벗어났다....... 그제서야 좌우를 둘러볼 여유가 생겨나 우리는 살아남은 병사를 살폈다.. 그런데....... 200명의 군사중.....살아돌아온 것은 .......40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장렬한.....희생은 이번 전쟁에서 기여한..바가..너무나 크다..... 어젯밤의 전투는 고구려군의 승리였다. 물론 우리쪽도 피해가 크긴 했지만 수군 측의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수많은 소대함과 군사를 잃은 데다가 양창마저 불타버렸으니... 제기랄....하나라도 더 불태워 버릴걸..... 재침준비를 서두르던 양제에겐 엄청난 타격이 아닐수 없을거다..... "정말 장하다!" 건무는 소문의 어깨를 두드리며 화색이 만연한 얼굴로 치하했다. "송구스럽습니다...부하들이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아니야.. 그들은 모두 각기 높게 포상 할 것이다. 이번의 전투로 인해 양제는 우선 전의를 상실했으리라고 본다. 싸워서 이기기도 전에 군량미를 잀었으니 얼마나 버티겠는가....정말 장하다....." 건무는 무지하게도 좋은가보다.... 하긴 묘도의 양창이 소실되었다는건 양제에게 뼈아픈 타격일테니..이제 묘도가 빼앗겼으니 해상보급로가 끊긴 것은 물론이고 이젠 험난한 육로를 이용하여 보급해야 하겠지. 그럼 시간도 오래 걸릴거고.......속전속결해야 할 처지에 안됐군..... 초전을 승리로 이끈 수군 수뇌부는 바로 막료회의를 열었다. 당하고만 있지 않을게 분명한 수나라의 반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건지에 대한 논의인가 보다...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웬지 내 기분은 씁쓸하다.. 허전한 걸까....? 내 곁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이 죽어버린 것이.... 아냐...그런 간단한 기분이 아니다.... 아냐......... "매향..님이십니까?" 고개를 들자 어제 결사대 중 한남자가 서있다. 아..이사람....어제 다섯명에게서 동시공격을 받던 사람이잖아.. 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 사람도 죽었을 거야..아마.... "그런데요.." 난 주저앉은채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약간 망서이는 듯하 태도로 머뭇머뭇 말을 꺼낸다. "예.. 피곤해 보이시는 듯 합니다만...." 피식하고 웃음이 흘러나온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이봐요. 난 그렇게 존칭어를 붙여서 대할 만한 지위를 가지지 못했어요."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제 목숨을 구해주셨잖습니까......전 ..너무나 감탄했습니다." 어라라..얼굴에 홍조까지 떠오르고... 그러고 보니....동안이네...? "ㅁ..뭘?" "여리디 여린 여인의 몸으로 저희 사내들보다 더 맹렬히 싸우시던 모습말입니다.. 그렇게 작은 체구 어디서 그런 용맹이 흘러나오시는지....한폭의 아름다운 검무를 보는 듯 했습니다." 하하하하하......^,-;;;; 이거....웃어야 될지.... 내 참...... 착각도 유분수지..... "고..고맙군요.." 그만 가보라구.... "예..저..그런데.." 근데..이 사람..왜이렇게 미적미적 대는거야? 자세히 살펴보자...동안인게 아니라..실제로 어려보인다... 지금 16살쯤 되었을까? 덩치만 클뿐...아직 어리다...이런 소년까지 전쟁에 참가한건가..? 고구려가 그렇게 비상시도 아닐텐데.....스스로 지원한것인가...... "......여기 옆에 앉아요." 계속 세워두기도 뭐해서 내 옆을 툭툭 치며 앉으라고 하니 마치 기다린 것처럼 털썩 앉는다. "뭐 할 말 있어요?" "사실은......어제 가장 ....친한 친구놈을 보냈습니다." "..........." 목숨을 잃은 사람이 부지한 사람보다 더 많았으니.....전사한 160명에 속했다는 건가.. "정말....친했습니다....어렸을때부터 ...그놈과는....싸우기도 많이 싸웠고....매일 같이 뒹굴며 놀았고....." 이 병사의 어깨가 떨린다... 병졸들도 인간이다... 감정이 있다... 보통 전쟁치를때 5만의 전사자를 냈니.....1천명이 죽었니...... 이런건 전부다...이런 보통 보졸들을 말하는 거다..... 하지만 이들의 감정은 이들만이 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던 전우..친구....형제들을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잃고....두번다시 못보게 되어 버리면....얼마나 허무한지......그 당사자 외에는 모른다.. "정말.....그렇게 허무하게 갈 줄은..제가..조금만 더 실력이 있었더라면....그녀석을 도와줄..수도.." 이젠 콧물까지 짜면서 울고 있다. 나마저도 숙연해진다... 여기서 다그쳐 버리면 영원히 이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겠지.... "이름이 뭔데?" 내가 말을 놓았지만 녀석은 신경쓰지 않았다. "유가한.." "나이는?" "만 15세입니다." 그럼..지금 16살이란 건데... 휴...... 대체 뭐라고 말해 줘야 할까...... "전장에 ..발을 내디딜때 너와 친구의 각오는 뭐였냐?" "예?" 눈물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녀석이 날 쳐다본다. "각오말야.. 설마 아무런 각오도 없이 덜렁 지원한건 아니겠지?" "...목숨을 바쳐..나라를 ..지키고..결코 비겁자가 되지 말자고.." 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네 친구는 그 각오를 지킨거야." "........." 난 가한이란 이 병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 마음 알아.....나도 좀..그렇거든.. 하지만 계속 그 생각만 하면서 우는건 어리석은 거야. 네 친구.. 어제 싸움에서 등을 돌리고 도망쳤니?" "아니요..정말 용감하게..싸웠어요..팔과 다리를 다쳤지만...." "네 친구는 죽음앞에서 두려워했어?"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절대 아니예요!! 조국을 위해서라고..웃으면서 ..죽...었어요..." "네 친구는 결국....그 각오를 지켰어... 절대 비겁자기 되지 않았고 나라에 충성해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 한거야.... 네가 그렇게 계속 슬퍼만 하고 있으면 그 친구를 욕되게 하는 거라고.... 비록..전사했지만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간 네 친구를 위해서 이제 울지 말라구. 알겠어? 그 죽음은 정말 영예로운 것이니까.." 난..이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했다.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해도.....더이상 해줄 말은 없다... 이것이 내 진심이기에... "예... " 녀석이 어느샌가 ..울음을 그치고 있다. "그래..." 난 쓰게 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웃었다. ".....정말..감사합니다.....저같은..일개 병사를 위해.." "그런 소리말아. 이 고구려군의 80%는 너희같은 보병들이라구. 너희들은 가장 많은 존재이긴 하지만 절대로 없어서도 안 될 존재니까.....자부심을 가져." 녀석이 미소를 짓는다. 눈을 빨갛지만 ......내 말이 다행히도 조금은 위로가 되었나 보다.. "매향님..정말....어머니 같아요.." .........뭐야......-_-;;;+++ 난 뭉클하게 올라오던 감정이 싸악...사라지는걸 느꼈다. 어머니라.......니.... 그건...절대로 용납못해!!!! "무신 미친 소리얏!!!" 퍼버벅!! "매..매향님.....왜..그러세요??!" "시끄럿 죽어!!!!" ======================================================================================== 휴... 기계의 실수가 아니라.... 그..뭐죠..? 전체 블록을 잡았다고 해야 하나? 뭔가 실수로 키보드를 잘 못 눌러서..그렇게 됬거든요? 근데.....빙쉬같이....ㅆ을 눌러버려서....싸악..다 지워졌습니다...ㅜ,ㅜ 얼마나 허무하던지... 웃음이 나오더군요... 이건 빙시같은 내 실수야!!!!!! 머리 박으러 갔다오겠습니다.. 그래두..다행인 것은 아까 쓴거랑..그다지 다를게 없다는 것.. 그저 대사가..좀 바뀌었다고나 할까...ㅜ,ㅜ 속상한 이수입니다... 우........ 작성자 : 이수 (raicen@hanmail.net) 추천: 21, 조회: 625, 줄수: 478, 분류: Etc. 전생 2부-17 자..전생..출발..요새 하도 농땡이를 치느라..책도 안 읽어보고 무작위로 타자만 쳐대는 이수입니다...-_-;; ========================================================================================= "패수강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수군을 이쪽으로 돌려 증강시켜야 합니다. 서전에 패하고 묘도를 잃은 그들은 곧 지금의 배 이상의 전력으로 해상양도를 확보하기 이해 일제 공격을 해오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부워순 이중손의 주장이었다. 근데..얼굴들을 보아하니..그 말고도 모두 같은 의견인듯 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건무는 구석에 앉아있던 소문에게 물음을 던졌다. "기총의 의견은 어떠한가?" "소장은..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좌중의 모든 시선이 소문에게 집중한다. 이번 싸움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 장수 연개소문이다. 어쩌면....모두의 질투와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그런지 몰라도 과연 무슨 말이 나올지....상당히 기대하는 표정들인걸? "부원수께서 지적하신 대로 적은 증원군으로 곧 반격해 올것입니다. 허지만 우리 수군의 병력을 증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적장 내호아의 복수심이 불타고 있을 겁니다.연전 패수에서의 치욕스런 패배를 그는 절대 잊지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가 노릴것은 패수이고..또 왕성입니다. 물론 그도 묘도와 해상양도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것은 알고 있겠지만 그는 직접 증원군을 이끌고 이리로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온다면..부총사인 주법상이 오겠죠. 우리가 패수의 군사를 이리로 빼돌린 틈을 타 내호아는 왕성으로 진격할 것입니다..패수도 이곳 못지 않게 수비가 중요합니다." 좌중은 조용했다. 소문의 말에 타당성이 있었던 것이다.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적은 배 이상으로 증강될 것이다..그건 상식이야. 그것을 알기에 우리군도 더 증강되어야 해. 이것도 상식이지. 하지만 이 상식속엔 헛점이 있다는 거야. 패수를 지키지 않고 거길 비워두면...그야말로 수군에게 왕성을 내놓는 꼴 아니겠어? 보급로 하나 지키자고....왕성을 위험하게 할 순 없으니까.... 그때 거의 20만의 군사를 잃고 간 내호아의 복수심이 어떠리라곤 말 안해도 알것이다. 그렇기에 병력을 이동시키면 안된다는 소리겠지....소문은.. "그것도..일리가 있다. 하지만..그 다음이 문제이다. 내호아의 수군 병력은 총 15만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수군은 7만이 채 못된다. 그중 3만이 이 요동으로 와 있고 말이다. 그런데 적은 약 2만인데 증원군을 받으면 7,8만으로 불어나리라 본다. 그러면...우린 열세의 처지에 놓이게 되지. 그 처지에서 적의 공격을 어떻게 분쇄하리라고 보는가? 귀장은 이것으 생각해 보았겠지?" 아무도 그렇게 생각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왠지 저 건무....너무 소문에게 기대는 것 아닌가? 자신이 좀 좋은 전략을 짜내 보지 않고 그렇게 부하에게 일일이 묻고 말야.. 하긴..좋은 방법 짜낼려고 막료회의란걸 연거긴 하지만.......내키지가 않아. "물론. 생각해 봤습니다." 소문의 생각이 거기서 끝날리가 없지. 그는 이런걸 생각해 두지 않고 말을 꺼낼 인물이 아니다. "으음..어떻게?" "소병으로 대병을 물리치는데는 기계밖에 없습니다. 대해상에서 결전을 벌이면 불리합니다. 될 수 있는한 분산해서 비사성을 중심으로 한 해안에 배치하여 똑같이 분산된 적을 맞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굴곡이 심한 해안에 흩어져 육지를 등에 두고 싸워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우리가 흩어진다면 적도 흩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고 싸우다가 불리해지면 육지로 유인하여 육군의 지원을 받으면 됩니다." "분산해서....싸워?" "그럴 듯한 전략이지만 그리되면 요동 해상의 재해권은 수쪽에 넘겨주는 꼴이 되지 않는가?" 부장중의 하나가 급히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하긴..그것도 맞긴해..하지만 소문이 그런것도 생각않고 말할리 없다고 누누이 말했잖아...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바로 묘도의 양창이었으니까요..그것이 불타 없어졌으니.. 지금 당장은 그것이 넘겨진다고 해도 그리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수수방관하면 모르되 끊임없이 소전투를 벌이게 될 것이므로 적은 피로에 빠지고 제대로 물자를 수송하지 못하게 될겁니다." 참으로 감탄이 흘러나오는 전략이다. 앞뒤가 딱딱 맞고 한군데도 어설픈 곳이 없다.. 이런 장수가 있기에 고구려는 아직 건재한 것이다.. 난 흐뭇한 얼굴로 소문을 쳐다보았다. 나? 내가 어딨냐고? 난 소문의 옆에 서있다. 조용히 그의 비서인양 서있지...흑벌무는 내 옆에 서있고.. 한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걸 채택해야 할지 고민중인거지.. 허나 건무가 소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소문이 세운 전략대로 분산해서 싸우기로 하고 자신은 왕성 수비를 위해 이튿날 패수강구로 떠났다. "형님, 우린 어디로 이동하게 됐수?" 흑벌무가 궁금한듯 물었다. "우린 비사성 해상을 맡기로 했다." "떠나지 않아도 되겠군? 그런데 지보한테 미안하구만.. 우리만 전공을 세웠으니 말이오."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그도 곧 이쪽으로 올거다." "아뭏든 형님..대단허우." "뭐가?" "그런 전략이 튀어나온다는 거지...." 내가 끼어들었다. 하긴....정말 감탄해줘야 한다. 어떻게 그런 치밀한 계획을 생각해 둔것일까? 어제의 전략만 해도 생각해 내느라 머리가 아팠을 텐데....또 그 후의 전략을 세워 두다니......이길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소리나 다름없잖아.. "그렇수다..내말도 그거야." 벌무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허나...소문은 미소만 지을뿐 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그만이 알수 있는 것이다.. 그의 깊은 속은 나조차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 옛날 가륵의 아래에서 장수로 활약하던 벌무를 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연개소문은 없다..... 이젠 기회를 잡았으니 도약해야 한다..이번에 다시 발발한 전쟁에서 자기가 해야 할일을 강구해 놓았던 거겠지...결사대를 조직한 것도..양창을 불태운것도.. .치밀하게 계획된 그의 계산속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아마도...소문의 머릿속엔 앞으로의 계획도..빈틈없이 구상되 있겠지... 그리고 그것대로 진행될 것이구... 이제부터가..그는 시작이다... 전쟁은 어쩌면 그를 높이 키워줄 발판인지도..몰라.. .......웬지..소문이 너무 뛰어나 보인다... 그가 이런 활약을 할거란 것 쯤....알곤 있었지만... 그냥.....기쁘긴 하지만.... 뭔가 ..알수없이 씁쓰레 하다.... 그 자신만만한 미소는 그를 낯설게 하니까..... 해상전투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육상전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양만춘(금검),이사도 장군이 양제의 대군을 견디지 못하고 패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제가 십만대군을 이끌고 요하를 건너 요동성을 포위해 버렸다는 보고는 잇따라 들어왔다. 설마...지는 걸까....? 이전쟁.... 아냐...그럴리가 없다.. 분명히 이 전쟁을 계기로 해서 수나라는 멸망한다.. 절대로....난 그것을 입 밖에 낼수는 없지만........수나라는 멸망한다.... 곧............ 을지문덕님.....서안평에 계실텐데.... 지금.....얼마나 힘드실까..... 그분께 달려가 그분을 지켜드리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그 곁에 있어드리는 것 뿐이지만..... 양제는 이번 전쟁에서 또 새로운 신 무기를 내보였다. 비루..라던가..누차라던가..하는 이건 거대한 수레로서 그위에 사다리가 장치되어 성중을 굽어보며 화살을 한꺼번에 20발씩 쏠수 있다고 한다... 제기랄..... 별 이상망칙한 걸 다 발명해 내는군... 양제...핏발이 섰어....이기려고.... 그 발광이 널 파멸로 몰아갈거야...... 기다리라구.. "흑벌무!!" 거칠게 문이 열리며 연개소문이 뛰어들어온다. 흑벌무와 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렇게 뛰쳐들어온 소문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왜..왜그러우 형님?" "지금 당장 요동성으로 떠나라!" "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무슨 소리야? "지금에야 네가 출발할 때다." "뭔 소리우?" "지금 요하는 거의 양제의 손에 넘어가 있어...이때 중류지점에 매복해 있다가 적을 습격하면 큰 전과를 세울 수 있을 거야. 어서 안시성으로 가거라. 우선엔 그곳에서 지형과 수리를 알아보고 오너라..만약 시급하다면 증원군으로 뛰어들고 말이다." "......알았수. 내 지금 당장 떠나지." 흑벌무가 벌떡 일어선다. 나도 따라 일어섰다. "..너두 갈려구?" "그래." "안돼. 매향..여기 있어라." 소문이 날 말린다. "아니. 나도 갈래. 싸울수 있어." "넌 여기 있지 그래? 위험할 거라구." ....뭐야..이 두사람... "갑자기 왜들 그래? 저번 전투는 안 위험했어? 나도 싸울수 있다고.... 가게 해줘." "절대 안돼! 넌 보낼수 없다." 소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소문.....?!" 놀란 내가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들은척도 않고 흑벌무를 격려한다. "잘 다녀오도록." .......제기랄...... 난 지금 간이로 만들어진 침상위에 누워 꼼짝도 않고 있었다. 아까부터 제기랄..제기랄을 연발하며.. 지금 누구라도 날 건드리면 그대로 폭발해 버릴 지경이었다. 부글부글... 왜 날 안 보내준거야? 제기랄...날 그렇게 못 믿어? 그래....난 짐이라 이거지? ......젠장...... 쳇쳇쳇쳇~~~~~~~~~!!!!!!!!!!!!!! "매향.." "뭐야!! 꼴보기 싫어, 꺼져!!" 난 손에 잡히는 건 모두 내집어 던지며 악을 썼다. "미..미안하다.." 얄미운....그넘은 내가 던지는걸 모두 맞으며 사과해 온다. 항!! 내가 용서할줄 알고? 응? "필요없어!! 그렇게 날 못믿는데.....뭔 사과야?" "그런게 아니다..." 듣기싫어...젠장... 귀를 막아 버릴거야...안들을 거라구!..아아아아아~~~!!! "제발 내 말을 들어!!" 소문은 강제로 귀에 붙인 내 손을 떼어내며 간곡히 부탁했다. "싫다잖아!! 짐덩어리라서 미안하네!!" "무슨 소리야...." 그의 얼굴이 이지러 진다. "그럼 아냐? 내가 짐이 될까봐서 못가게 하는 거잖아! 나도 흑벌무만큼 싸울수 있다구!! 저번에 싸우는거 봤잖아!! 못 믿는거 아님 뭐야?! 응?" 나도 열이 치받아서 똑같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달려들었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내 손목을 틀어쥔 소문의 손에 힘이 더욱 세어진다. 우....아프잖아!! "나도 네 말 안 믿어!! 그럼 아니란 거야? 근데 왜 안보내 준거지?" ".....네가 걱정이 된 것 뿐이다.." "...그럼 흑벌무는 걱정이 안돼서 보냈냐?" "그런 류의 걱정이 아니라.........넌..흑벌무와는 ..달라...널 못 믿는 것도 아니고..하지만.....네가 내 곁에 없으면.....내가 불안하단 거다.." ........-_-;;; 그게..여지껏 생각해낸 변명인가... "정말....식상한 레파토린거 아냐?" "뭐....레파...?" 소문의 눈이 동그래진다. "에휴.....아냐..아냐." 난 더이상 말할 기운도 없다.. 저런 닭살 돋는 이유로 날 안 보낸거라니.....더이상 할 말이 없잖은가? "내가 없으면......불안하다구?" "........그래." 소문의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난 오른쪽으로 고개를 꺾었다. "정말이냐?" "......그래..." 이번엔 왼쪽으로 돌아갔다. 고로 나도 따라갔다. "왜 내 눈 피해?" "피한 적 없다." .......설마......소문... 너도...부끄러움이란걸 아는 것이냐? 허거.......억.... 맨날 그런 닭살 돋는 대사를 줄줄이 내 뱉어 놓구. 오늘은 ....왜 부끄러워 한다지???? "아..젠장...알았어.. 그럼...더이상 화내지 않을게....애시당초 그렇다고 먼저 말을 할일이지....." 난 투덜투덜 거리면서 자리에 털푸덕 주저 앉았다. "그런데 매향.." "왜?" "그때 ..이야기 하고 있던 그 병사는 뭐지?" "....무슨 병사?" "..울기까지 하던데......무슨 이야길 한거야?" 아....가한이라고....하던가..그 어린 병사말이구나.... "암 것도 아냐.." "뭐가 암것도 아냐?" 참.....꼬치꼬치도 묻는군..... 하긴....그도 이런것에서 예민해 질 수 밖엔 없는건가.. "그 병사가 자기 친구를 먼저 보냈다고 그래서 나한테 매달려 운거야...난 위로해줬고.." "위로로..끝이었나?" 빠지익..... 그럼....더..무엇이 있단 소리냐....너.. "끝이지!! 더 뭘? 더 뭘 원하는데?" 내가 짜증섞인 어조로 쏘아붙이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으마. 대신..." 헛.... 왜 허리가 번쩍 들리는 거지? "읍!! 우우음.." 당하고 난뒤에서야 난 정신이 들었다. 요새 계속 전쟁이어서...욕구 불만이기라도 한건가... 엄청난 딥키스다... 내가 얼굴이 달아오를 지경이다..... "음.....응..하앗..아응....." 접촉빈도를 바꿔가며...계속 소문의 혀가 내 혀를 휘감아 온다..... 웃..... 언제나...아찔해져 오는 키스로군..... 놀라서 그의 어깨를 틀어쥐고 있던 손이 서서히 풀린다. 그리고 이젠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이러니 한결 숨쉬기가 편하잖아? 아둥바둥 대는 것보다 말야.... "헉.....죄...죄송합니다!!" ......뭐......지? 우리둘은 그 소리에 흠칫 놀라 키스를 멈췄다. 지..지금 보인....그건... 그..가한이녀석....... 제..제길...봤단 말인가?? 이런.....미칠듯 쪽팔리는......어...어떡..햇!!!! "뭘 부끄러워 하는 거야?" "...너..너같으면..안 부끄럽겠냐? 들켰잖아!!" 소문은 두꺼운 팔로 더욱 힘차게 내 허리를 감아온다. "어차피 군사들 사이에서 우린 공인된 부부사이잖아...뭘.." 그..그래? 누가..그런.................소릴 지껄인 것인가.....부부라고옷!!! 커허허헉.... "부정..하는 거냐?" 그렇게 물으면.....또 할말이 없잖아....ㅜ,ㅜ "누가 남편인데?" 소문은 기가막히단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알았다....니가 남편해라...이것아... 하지만......난..정말 부인하긴..싫어.....ㅜ,ㅜ 부인말고..뭐 딴거 없어?? 정말..놀라운 소식이......우리 진영에도 전해져 왔다. 사실..나에게는 그다지 놀랄일도 아니지만... 고구려측에서도 꽤나 충격적인 일일거다. 그 사건인즉 양제가 전쟁하느라구 나라를 비운새에 양현감이란 자가 모반을 일으켰다는 것이지.... 양현감은 평소 양제가 무지하게 신임하던 예부상서인데...그동안 이 자가 군량수송을 담당하고 있다가 이같은 모반을 일으킨 것이라구.. 결국 양제는 쓰린 눈물을 삼키고 물러갈 수 밖에 없었어. 솔직히 백만이 넘는 인구를 죽게하고..원성이 자자하던 양제에게 이런 모반은 언젠간 닥쳐올 일이 었지.. 내가 저번에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금검과 만났을때 수나라는 곧 몰락할 거라고.. 그 모반의 주모자는......신임하던 부하일수록 더 뼈아플 거라고..... 그 말이 정확히 들어맞은 거지 뭘... 그 모반 무리말고도 도처에서 다른 무리들도 싹트고 있을걸? 그 강대하던 국력을 나라에 쏟아부어 잘 살지 않구서 괜히 이웃나라하나 가져 볼려고 사움하다가 말아먹게 생겼군.... 양현감도 지 속셈이 있었지만....명목은 신성한 것이었다. 독재자 양제를 몰아내자.....였으니깐.... 양제는 대경실색해서 전군 회수해서 돌아가려 했지... 이때를 놓칠 고구려가 아니었어. 요동성의 문이 열리며 고구려군이 물밀듯 밀려 나왔고..철수하려던 수군은 아주 협공을 당하게 되었다. 허나 양제는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사상자만 낸체 수로 돌아가야 했어.. 그쪽 사정이 워낙 급했던 탓일걸... 결국..아마도..곡사정인가.. 뭔가..하는 수나라 장수가 투항해 와서..모두 포로로 잡고..뭐 그러고 끝났을 거야.. 아마도 양제가 엄청나게 분노했겠지.. 그의 투항은.....곧 나중에 이용될 곳이 있을거구... 잘..모르겠다.. 헉...너무 복잡하게 갖다 붙인것 같군.. 내가 아는건 여기까지야... 더 자세한건 ..모르구...... 소문의 옆에서 보고되는 이야기를 모두 줏어모아 원래 내 기억력과 연결시킨거지. 그럼..이렇게해서..두번째 전쟁은 마무리 되는걸까? "아냐. 이번이 마지막이다. 돌아가는 양제 무리를 완벽하게 쳐부숴야 해." 소문이 벌떡 일어선다. 양제는 아마도 요하를 건너고 있을 것이다. 지금 배를 출항시켜 이때를 노리자는 건가? 소문의 지시대로 바람처럼 요하에 나타난 그의 격선대는 도망치는 양제를 놓아주지 않고 철저하게 짓밟았다. 그의 격선대때문에 양제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아쉽게도 상류쪽에서 그를 구원하기 위해 설세웅인가..하는 넘만 오지 않았더라면..전멸이 가능했을 것이라고...소문이 중얼거렸다. 하지만....제나라에서의 모반때문에 반격도 못하고 피눈물만 흘리며 도망가야하는 양제가....웬지 처량해 보이기도 했다.. 얼마나 나라를 방치해 뒀으면 저런 기운이 싹트는것도 몰랐더란 말인가... ...그리고 우리는 흑벌무와 금검..그리고 이사도장군과 합류했다. 전투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아직 한고비가 더 남아..이쪽도 난리였다. "이대로 가면 강이식 장군이 위험하다..그분의 성격으로 보아 열세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끝까지 싸우려 들것이다.. 적지에 남아있는 아군 2만과 희대의 명장 강이식 장군을 구출할 자는 누구인가!!" 이소리인즉슨..양제가 도망치고 있는 요서 지방쪽에 강이식 장군이 있단다. 그분은 자신의 2만 고구려병을 몰아 그 양제의 군을 덮쳤지만 워낙 열세인데다가 비록 도망치고 있다곤 하지만 기라성같은 맹장들이 넘 많은 관계로...위기에 처해있단 말이었다.. 대체..왜 거기에 있었던 거지? 참....정확하게 알수가 없으니... "제가 가겠습니다!!" 소문이 지원하고 나선다. 마지막 공을 세우려는 걸까.. 그가 나섰으니 나도 가는거다. "정면에서 우문술 군단을 깨부수면 우북평 쪽에 몰려 아군을 포위한 적이 대릉한 이남으로 몰릴 것이오. 그때 강장군과 아군을 구하겠소." 지금 이소린 뭔지 몰라도 된다. 솔직히 나도 지형은 잘 모르기에....^^;; 그냥 강장군을 구하겠단 소리만...나두 알아들었다. 이사도는 쾌히 허락해 주었다. 음....강이식 장군이 위험에 처한 이유를 알았다.. 헤헤헤헤...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원래 양제가 쳐들어 올때 목표는 요동성이라 우북평이란 곳은 그냥 지나쳤다는 군.. 그속에 강이식 장군이 계셨는데 그분은 퇴로를 막아 뒤에서 치자는 전략으로 그곳에 있게 된것이었는어. 근데..전세가 바뀌어 다시 돌아가게 되자 그쪽이 소수의 병력이었기에 오히려 포위된 것이다. "뭐야? 방효태? 이정의 장원에서 너와 무예를 겨뤘던 그넘이 나타났더란 말이냐?" 소문과 우리는 달려가면서 놀랐다. 기억할진..모르지만.....방효태는 중원에서 이정의 집에....있던 장수다. 그 사람.....고구려 여자를 덮칠려고 해서..흑벌무와 한바탕 싸웠는데..둘이 비등비등한 실력이어서...승부가 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사람이 이번 전쟁에 나왔단 말인가.....휴휴휴휴.. "나도 처음엔 몰랐소. 양제의 어영군에 그가 참전하고 있으리라곤.....생각지도 못했지." "어찌된 것일까? 이정의 장원에 있던 사람중 몇이 이번 전쟁에 참가한걸까?" "글쎄...한두명은 참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수. 하지만....그들이 반군에 가담했을지도 모르잖소?" "양현감의 반군에?" 그럴듯한 소리다.. 금검까지 합해서 우리 네사람은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만여명의 병사를 이끈채 우북평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 여기서 우북평까지는 백 리가 미처 못 된다. 어서 속력을 내자!" ======================================================================================= 오널건...그다쥐.. 잼이 없었던것..같당....-_-;;; 어제도..그랬나..허거.... 쿄쿄쿄쿄쿄~~ 눈꺼풀이 무거운 이수입니다... ◎ 이름:이수 (raicen@hanmail.net) ◎ 2000/10/20(금) 21:26 (MSIE5.0,Windows98;DigExt) 211.36.39.209 1024x768 전생 2부-18 핫..올만이네요~!! 전생..올만에 시작해 볼까요? 헉.혹시 ..전편의 스토리가 기억 안나시는 분..계신가요?????? 그럼..짤막하게 설명을 드리죠.. 양제의 수군이 고구려에 재침해 왔죠? 근데 별루 활약 못하고 자기네 나라 양현감인가?? 그사람의 반역으로 돌아가게 되요.. 그런데 고구려군은 한명의 수군이라도 더 죽이자는 결심아래 악착같이 쫓아가죠. 그래서 다 이겨가는데..저.어디냐.. 양제가 철수하는 우북평쪽에 강이식장군이 있다는 걸 알고 그분이 위험해서 원군을 보내기로 해요.. 그래서 소문과 매향,흑벌무,지보는 그분을 돕기 위해 1만의 원군을 이끌고 떠나게 됩니다..... 자 여기까지예요.. 아셨죠?? 후~~ 근데 큰일 났어요..뭐냐구염? 11월 말까지 써야되는 잡지 설.. 그거 아직 전 이제 열 다섯장 썼나?? 공책단위로...어서어서 써서 터란님께 보내드려야쥐...^^ ================================================================================================ 아마도..우리가 도착할 즈음엔 그쪽 장군 이사도에게서 무슨 연락이 있을텐데..저번에 을지문덕님께 대패한 우문술인가?? 그자가 도로 복직해서 싸운다던데..아마도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듯 하다.. 헉....지금 사자가 왔는데..역시 우문술 그자식이..양제가 도망칠 길을 열어주었단다...제기랄.. 임유관이란 문을 통과했다는데..거길 통과하고 문을 닫아버리면...이쪽에선 추격할수가 없다. 왜냐면 만리장성이 떡하니 버티고 있거든... 우북평 근처에 이르러 말을 들어보니..이사도 군영이 일제히 공격중이라는군.. "자. 저녁이 되면 적은 우북평의 포위를 풀고 우문술의 중군에 합류하기 위해 남하할 것이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들이치자." 음..그렇군. 그럴듯도 해. 근데....그렇게 호락호락 생각대로 될까... 뭔가....걸리는걸... 어쨌든 우리쪽은 진지를 구축하고 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땅거미가 지고...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적병이 남쪽으로 이동중입니다." 이런 보고가 날아들었다. 남쪽으로 이동중이라고...그럼 정말 소문의 말대로 되는 ..거군..... 아..제기랄... 소문의 말이 언제 틀린적 있었던 것도 아닌데..........지금은 왜 또 이렇게 걸리는 거야..? 뭔가....찜찜해.. "왜그래?" 곰곰히 생각에 잠긴 날 흑벌무가 툭하고 친다. "응? 아니...그냥..뭔가가 조금..걸려서..." "걸려? 뭐가 걸려? 뭐 잘못 먹었냐?" .......제기랄..내가 말을 말지.... 출격한 우리의 눈에 적의 기병이 계속 남쪽길로 달리고 있는게 보였다. 병력은..약..1만..? "자 추격하라!" 소문의 명이 떨어지고...고각을 울리며 1만의 우리 병력이 넘치는 물처럼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좌우에 흑벌무와 지보를 거느린 소문은 선두에서 말을 제쳐 몰아 곧 후미를 잡을 수 있었다. "남김없이 짓밟아라!!" 맹진이었다... 수도없이...적을 베어가면서..짓밟아가면서.............. 난 ...여전히... 느낌이...개운치 않았다. 대체 뭘까....... 이건....... 하지만 소문에게 말하기도 늦어버린 것 같아...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기는..... 부우우우~ 고각소리...이건 후퇴를 알리는 고각소리이다.. 내..감이 들어맞은 걸까? 급격이 불안감이 닥쳐온다. 후퇴라니.....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난 소문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한번도 찾아보지 못했던 당황스러움이 나타나 보인다. "소문!!" 난 필사적으로 군졸들을 헤치며 그에게 다가가려했다. 이 바보..왜이렇게 그와 떨어져 버린거야? 나도 모르는 새에.....안돼는데.............. 아무래도..이건 우문술의 간계에 우리가 속아넘어 간것같다. 그도 바보가 아닌이상 머리를 굴렸겠지..강이식 장군을 잡고 있으면 당근히 원군일 올거라고..그리고 남하하는척 하다가.. "매복..한거다..." "아악!!!" 군졸들의 비명이 내 귓가에 울린다.....그리고... 내 눈앞의 산중턱에서....바윗돌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이....숲... 이런 빼곡한 숲에서 불이라도 나면...... "불이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소리가 메아리친다... 바윗돌이 굴러떨어지던 산중턱에서 이젠 불붙은 짚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안됀다...... 이런 밀집지역에서 불은.....전멸을.....고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이곳은....가물어서 건조한 곳이다. 이런 불이라면 삽시간에 번질게 뻔해.......안돼.... 내 비명과는 상관없이 금세 계곡속은 불길에 휩싸여 버렸고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계곡속에 차오른다... "크아악!!!" "사..살려줘!!" "불이....붙었어!" "허..억..." 전신에 불이 붙은 사람하나가.....미친듯 팔을 휘저으며 달려나간다..... 불길을 피하려고 서로를 밀고........기병들은 날뛰는 말위에서 어쩔줄을 모른다... 이곳은....유황불의 생지옥이다..... 내 눈앞에 슬라이드처럼 이 광경이 펼쳐진다.. 난 제 삼자인것 처럼... 왜 난 다가오는 저 불길을 피하지 않는 걸까?? "위험해!!" 그 와중에서도 한 병사가 날 밀친다... "뭐 하는거야 미쳤소!! 어서 피하라구!!!" "...아.." 아.. 그래 이렇게 있으면 안됀다.. 소문은 ..? 그는 어디있지?? "소문....?" 열심히 고개를 두리번 거려 보지만.....그는 없다.... 그가.......없어? 설마.......설마.... "군마를 버리고 전군 산으로 올라라!! 불붙지 않은 산으로 올라 창원으로 후퇴한다!!" 명이다...명이 내린걸 보면 소문은 살아있다. 이 유황불의 지옥속 어딘가에 그는 살아있다....살아..있을..것이다... 그를 찾아야 한다... 그와 함께 해야한다..... "소문!! 소문!!" 난 명령대로 말을 버리고 내 발로 뛰었다. 병사들에게 밀려 산으로 오르면서도 끊임없이 눈을 돌려 소문의 흔적을 찾았다. 어디 있는 걸까? 이 혼란속에.....이 아수라장 속에.. 하지만........눈물이 날 만큼.....그를 찾아봐도........... "제기랄!!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대열에서 벗어나 그를 찾으려 해도 인파가 워낙 많아 그게 불가능하다...의지완 상관없이 밀려서 가게 된다. "젠장..비켜!! 비키라구!!" 있는 힘 없는 힘 다 내서 밀쳐내 보지만 살려고 도망치는 인간의 힘을 밀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인파를 견뎌내느라 옷이 찢어지고 머리가 헝클어 졌지만 난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다시 돌아가야겠다. 그는 아직 올라오지 않은게 분명해.. 저 불바다에 있을거야....나도 돌아가야 한다... 그만 버리고 도망갈순 없어!!! "매향!! 어딜 가는 거야?" 흑벌무........넌 어떻게....? "뭐야? 소문은??" "형님은 아래에 있어!! 우리더러 선두를 이끌라고 그랬거든!!" 정말.....내 예감은 왜 이럴때 더럽게 잘 맞아 떨어지는 건지..... 젠장.................... "야!! 너 어디가?" 돌아서려는 내 팔을 그가 잡는다. "어딜가긴 어딜가? 그를 찾아야지!!" "무슨 헛소리야? 지금 내려가면 죽어!!" 그는 내 팔을 잡은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아파! 놔!! 죽더라도 그를 찾을거야!! 그가 저 아래에 있다구!! 나도..나도 가야해!!" "미친 소리말어!! 형님은 살아 올테니 걱정말라구!! 이따위 전투에서 그렇게 죽을 몸이 아니란 말야!!" ......나도 알아.....나도 안다구.... 그는 죽지 않아..... 죽지 않아........................하지만...........가지 ...않으면.......................가슴이 .....부서질것 같은데..........................어쩌란 말이야?!! 어쩌라구.......................응..? 흑벌무......... 가게 해줘......... 이 팔.....놔.......... "너.. 우는거냐?" 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절대 울고 있는게 아니라구!!! 절대로 아냐!!!!! "놔줘...... 가게 해달라구..." 그에게 내 말이 들렸을지는 모른다..... 하지만......왠지..잡힌 팔이 느슨해 진다는 느낌이 왔다. "제기랄......널 저곳으로 보냈다는걸 알면 내가 죽을텐데..." 그는 일부러 툴툴거린다.....이 상황에서 툴툴거린다는것 자체가 여유의 도를 넘은 거긴 하지만..... "절대 죽으면 안됀다. 너 죽으면 내가 죽인다!!" 난 결연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그를 뒤로 하고 난 불바다속의 전장으로 달려내려갔다. 제기랄...... 소문아.....너 어디있냐.... 내 속 태우지 말고...어서 나오란 말야!!!!! 무작정 뛰어내려갈순 없다..... 조심해야 한다..... 이미 저곳은 적군에 의해 점령되 버린 곳이니까...함부로 내려갔다간 수십발의 화살에 과녁이 될지도 모르니깐.... 어디 있을까.....어디....이 처참한 전장의 어디에...그가 살아..있을까... "적이다!!" 이건...수나라군의 함성... 설마...그 적이란 것이 소문..? "뭣들 하는 거냐!! 그 한놈을 가지고.. 어서 횃불을 던져라!!" 그 소리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온다...그리고 나의 희망은 점점 커져간다.. 저쪽에서 번개처럼 적진을 누비며 검을 휘두르는 인영의 모습이........내 눈에 들어온다.... 저런 검술을 쓰는 자는.....소문 뿐이다.... 난 바위와 나무뒤에 숨어가면 그에게 접근해 갔다. "헉!" 소문의 무릎에 화살이 박혔다.... 그리고..그의 등에..뭔가가 업혀 있다.......부상당한 군사인가? 저 병사때문에 그의 행동거지가 자유롭지 못한 것 같은데..... 그의 어깨에 화살이 박힌 이상 난 두고볼수가 없다...같이 나가서 싸워야 겠다... 준비를 하던 내눈에 소문을 겨냥하는 화살이 보인다... 그의 심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난 다급한 음성을 토해내며 그에게로 몸을 날렸다. 이럴땐 나의 몸놀림의 가벼움에 기도라고 하고 싶은 심정..... 내가 갑자기 튀어나오자 소문은 놀라 행동을 멈췄다. 푹!! 끔찍한 소리가.......울리고....... "욱......." "매향..?" 오른쪽 가슴에서 심한 통증이 전달되 온다... 견딜수 없을만큼 아프다..............당장에라도 쓰러지고 싶지만 난 필사적으로 견디며 그를 돌아보았다. "제길.. 뭘 멍하니 있어? 어서 도망치자..구.." 말을 하니 더욱 통증이 밀려온다. 달리면서 소문이 따지듯 묻는다. "대체 왜 온거냐!! 후퇴하란 명이 들리지 않았어?!" 이런 ......바보... 지금 그걸 따질때야??? 가뜩이나 아파 죽겠구만.. "미친 소리말어!! 내가 네 명령따위에 따를 것 같아? 난 누구의 명도 따르지 않아!!! 내 맘대로란 말이다!!" 소문은 잠시 벙찐 얼굴로 날 본다. "...그래.. 와줘서..고맙다." "고맙긴.. 웃기고 있네.. " 어깨에서 뭔가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보지 않아도 피란 것을 알수 있었다... 한걸음 내 디딜때 마다 욱신거림이 반복되어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지만....한편으론 기쁘다... 왜일까......? 그가 너무나 멀쩡히 살아 있어서....? "쫓아라!!" 제길.....끈질기게도 쫓아오네... 앗..소문? 그가 비틀거리더니 쓰러진다......... 무릎에 박힌 화살때문인가? "여기..두분 숨어 계십시요.." "허윽.." 소문의 입에서 가쁜 숨결이 몰아친다... "왜그래..?" "아니..왠지..무릎에 힘이 빠지고 ....떨려오는군...." 설마.....독인건가? 난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바지자락을 뜯어냈다. 피로 범벅이 된 무릎이 보인다......제기랄.....어떻게 이런 다리로.......달렸던 거지? "조금 ..참아..." "욱.." 난 손에 힘을 주고 화살을 한번에 뽑아냈다. 그리곤 찢어낸 천으로 피를 닦아내곤 입을 갖다대었다. 이런 일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독이 온몸에 퍼질시엔........소문이 위험하다.... "퉷!!" 비릿한 피내음이 입안 가득 퍼진다....하지만 난 꾹 참고 그 피를 빨아들였다. "매향.....?" 난 고개만 흔들어 보였다. 그는 내 이런 행동에 약간 당황한듯 했지만... 최선의 해독방법은 이것 뿐이잖아? 그러니......견디라구............... 여러번 반복하자....소문은 좀 나아지는 듯 했다.... 남의 독 해독하다 그 독을 먹어도 곤란하므로 난 여러번 침을 뱉어냈다. 다행히 내 화살엔 독이 없었던건지......그저 출혈만이 일었다. 우르릉!! 갑자기 바윗돌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문에게 업혀있던 부상병이 그 소리에 맞춰 일부러 비명을 지른다.. 적을 속여 보자는 속셈인가? 이 길밑이 낭떠러지인 모양이군.. 웅성이는 소리가 이어진다.. 수군이다.....그들을 횃불이 휘휘 흔들면서 우리를 찾는다.. 만약 발견되면 ..정말로 저 낭떠러지에 몸을 던져야 될것이다... 바위에 바짝 몸을 붙이고 우리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애써싿... "큭.." 작은 신음이 내 입술으 비집고 새어나왔다...화살에 맞은 가슴이 견딜수없이 아려왔던 것이다....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인지.......정신도..어지럽다... 하지만 다행히도....적병은 우리를 찾지 못하고 물러갔다. 저희들끼리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니......우리가 죽었다고 단정을 내린 모양이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때였다. 하지만 거기서 움직일 엄두는 나지 않아 우리는 이곳에서 밤을 지새웠다. "적병은 멀리 내려간 듯 싶습니다." 소리없이 바깥으로 나갔다 온 부상병의 말이었다. "내눈으로 확인해 보지.." 소문은 고통을 깨물면서 절뚝이고 밖으로 나와섰다. 물론 나도... 과연....바깥은 조용했다.... 어젯밤..그같은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있었느냐는 듯.......아주 고요했다..... "까마귀...." 다만....아름드리 나무위에서 까마귀떼 만이 앉아 울고 있을뿐...... 적은 이미 철군한 뒤였고 전투지였던 계곡의 외길은 불에 타 시커멓게 변해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젯밤의 전투가 얼마나 처절했는지....알수 있을 것 같았다.... 점점 까마귀의 숫자가 늘어난다... 필시 어젯밤 타버린 시체들을 뜯어먹기 위함이겠지.... 소문의 얼굴에 짙은 회한의 기운이 서린다.... 분명....왜 자원해서 이꼴을 당했는지........뼈저리도록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같았으면 그에겐 이런 오명은 남지 않고 본군으로 귀대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투에 자원했던 것이다. "자..상처를 치료하고 창원성으로 갑시다." 그 부상병이 나오더니 나와 소문을 앉힌다. "치료..? 뭐가 있어 치료를 한단 말이냐?" "저에게 생약분이 있습니다." 부상병은 허리를 끄르더니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낸다.........엇.. 근데....... 이사람....가슴이 ..남자치곤........큰걸..? 소문도 그걸 느꼈는지 부상병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치..치료를....." 그가 쓰고 있던 두건을 벗겨내자 비록 흙탕물과 숯가루에 시커맸지만 분명.....여자였다. "넌..여자가 아니냐?" "........" "여자가 ..여자가 어떻게 군사들 속에..들어있었던 것이지??" 솔직히 나도 안 믿기는군..... 이런 여자의 몸으로 사내들 틈에....어떻게 끼여 있었던 ....걸까? 부상병은 본색이 드러나자 어쩔줄을 모르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환부를 보이세요.. 금창이 덧나면 큰일이니까요.." 어투도 여자로 바뀌었군....... 여자가 생약가루를 뿌리고 제 겉옷을 찢어 소문의 무릎에 처매어 준다. "이쪽분...도 여자분..?" 그녀는 날 뚫어져라 보더니 그렇게 물었다.. 착각일세..아가씨.... "난 여자가 아니예요." 난 급히 부정하며 그녀의 생약가루를 받아들었다. "가만 계세요.. 가슴부위의 상처가 ..깊어요...." 하긴....아직도 어질어질 한데.... 피좀 쏟았지......... 제길....대체 얼마나 피를 흘린거야? 나의 치료가 끝나자 난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그녀의 바짓자락이 눈에 들어온다..불에 그을려서 탄...... "거기..좀 봐요." "예? 어..멋.." 난 허락도 없이 그 탄부분을 찢어내고 그녀의 다리를 보았다. 역시.......불에 데고 탄 살이 흐물흐물하게 떠있다.... 욱..... "...아... 놓..놓아주세요.." 이 여자야...지금 부끄러워 할때야?? "이런 ...화상이 심하군..." 소문도 다가오더니 자신의 패검을 뽑았다. "아앗..뭘 ..하시려는 거예요?!" 그녀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지만 우리 두사람은 꿋꿋이 할일을 진행했다. 살을 도려내고 생약가루를 부어 천을 동여매준 것이다. 한참이 지나자 그녀도 고통이 가라앉는듯 조용해졌고..... "고..맙습니다.." 그런데....정말 궁금하네..... 이여자 대체 왜 군에 들어온거지? "이름이 뭔가?" "아영이라고 합니다.." "고향은?" "창원성 근처예요.." "그런데 왜 남자만 싸우는 전쟁터에 네가 나오게 됬지?" 이바..소문....전쟁터엔 남자만 나가는게 아냣!! 잔다르크도 여잔데 나갔잖아!! 흠......이 예는 ..좀 그런가.... "......그건..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예요.." 원수라구.........? 전생 2부 -19 "저의 집안은 대대로 농사를 짓고 살아왔습니다..헌데 이번 두차례의 전쟁때문에 논밭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어요..... 오라버니 두분도 전사하셨구요..게다가 이번엔 수병놈들에게 재물을 약탈당하여 부모님까지..죽음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하나 남은 저마저 겁탈 당할뻔 했지만...가까스로 한놈을 찔러 죽이고 그대로 남장하여 이 군에 자원하여 군사가 된 것입니다.." "그 뜻은 가상하다만...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병기를 집을 수 있단 말이냐?" 소문의 말에 아영은 당당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물론 힘쓰는 장정만큼은 안 돼겠지요. 하지만 수병 한두놈 쯤 당적할 힘은 있습니다." 하.....정말 가상한 여자로군... 남자들도 꺼릴 전장에 저렇게 자원해서 뛰어들다니.... 정말 색다른 느낌이다. 하긴.....이 아영이라는 여자, 내 키보다 약간 작을뿐 여자치곤 꽤나 크고 어깨도 넓은 편이다. 농사를 짓고 살아서 그런가.... "무예같은거라도 아나요?" "무예라구요? 전 무자도 몰라요. 지금 스물 한 살이고 열 살 되던 해부터 제 손으로 농사를 짓고 살아왔지요. 10년동안 한 일이 흙 판 것뿐인지라.. 잔뼈가 굵은 것입니다. 힘쓰는 일도 오라버니들 못지 않고요. 뚝심만 가지면 그깟 수병 몇놈쯤이야 괭이발로 후려갈겨도 못 잡겠어요? 그래서 군사로 자원한 거구요." 정말 멋진 여자로군... 소문이 빙그레 웃는다. "정말 대단한 처녀로구나." 그러자 아영은 얼굴을 붉혔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압니다." 소문을 안다고? "진군할때 존안을 뵈었습니다." 아...그렇군. 행진할때 봤단 말이지? 하긴....자기 소속의 대장을 모를 병사는 없지... 이젠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낙오되어 언제까지 있을 수가 없으니깐.. "자. 가자. 이 근처가 고향이라면 길을 소상하게 알겠구나." "예." 우리 세사람은 서로 부축을 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창원성으로 흑벌무와 지보에게 후퇴하라고 했으니깐 지금쯤 그곳에서 모두 대기해 있겠지.. 오후 두시가 넘어서야 우린 창원성에 도달할 수 있었고.... 지보가 제일 먼저 달려 나왔다. "형님 이게 어찌된 일이우?" 지보가 놀라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묻는다. "벌무는?" "형님 찾으러 군사 이끌고 나갔소." "그래? 다시 출진해야 겠다. 준비를 서둘러라." "안됩니다. 어서 치료를 하고 안정을 취합시다." "누워있을때가 아냐. 공손녕. 그놈을 잡아 토막을 내지 않고는 내 잠을 이룰수 없다. 지보, 전상자는 얼마나 되지?" "일만 기 중에서 살아돌아온 자는 6천이었소." "절반을 잃었구나." "치료부터 합시다 형님, 지금 출진한다해도 늦었소." "늦다니?" 어라..설마 그쪽넘들이 벌써 ... "우문술군단은 벌써 지네나라로 철수해 버렸단 말이오." 역시.....그렇게 되었군... 아....근데 지보 얼굴이 세개 정도로 보이는군.... 휴휴휴휴....어지러워...... "뭐..뭐야? 남은 적 모조리?" "대릉하 평원에서 우문술은 이사도장군에게 모조리 깨어져 후퇴해버린 거지. 지금쯤 우문술 군단은 쫓기면서 이사도장군과 양만춘의 추격군에게 섬멸당하고 있을게요." "아아....원통하다... 아무것도 아닌 전투에서 이게 무슨 꼴이냐..." 소문이 주먹으로 벽을 치며 원통해 했다. 그가 처음으로 겪은 패배니......원통할 만도 하다..... "형님. 벌무가 곧 돌아올 것이오. 그럼 요동성으로 돌아갑시다. 이번 전쟁은 완전히 끝난거라구요. 그동안 형님이 세운 공로도 혁혁하니 너무 욕심내지 말고 우선 치료를 합시다. 매향의 모습을 좀 보구려." 어...내가 언제 벽에 기댔지? 제기랄.....어지러워서 기댔구나......머리가 핑핑 돈다....여기까지 온것도 대단한 거야... 소문의 눈이 내게 돌아온다. "매향.." "아.. 난 괜찮....아.." "조금도 괜찮아 보이지 않구만....얼굴이 굉장이 창백하잖아. 대체 피를 얼마나 쏟은 거야?" 지보가 다가오며 물었다. "이런....계속 출혈이 끊이질 않았군....이러고 여기까지 걸어왔단 말야?" "......괜.찮다니깐..." 소문의 얼굴에 그제서야 걱정의 기운이 드리워 진다. "어제 입으로 해독하다가...혹시 너도 중독된것 아니냐?" "무슨 ..소리야..난 다 뱉어냈다구.." 지보가 갑자기 내 턱을 당기더니 입을 벌리게 했다. "입안에 상처가 있잖아. 이 상태에서 독을 빨아내다니...분명 중독된 것이야. 하지만 여지껏 버틴걸 보니 약한 미약같은 걸꺼야. 의원을 불러와야 겠군." 젠장.....그래서인가.. 힘두 없고......그렇구만.... 옷이 갈아입혀지고 침상에 눕자 의원이 왔다. 의원이 몇가지 약을 처방해 주자 그걸 먹었고 그가 떠나자 나른해지며 잠이 왔다. 머리도 아프고.....좀 자고 나면 낫겠지... "..향...." 웅.......? "매향...." 뭐야..... 뭔가.........귓가에서 작게 속삭인다.... 부드러운 저음...... 그런데...자꾸 나의 잠을 방해한다..... 눈을 뜨려해도 약기운탓인지........눈이..떠지질 않아.... "괜찮아...?" 걱정이 어려있는......말.... 누굴까...............이렇게 날 ...........걱정해 줄.......... ......아.............소문......... 그..구나... "응......" 고개가 살짝 들리더니....뭔가 감촉이 부드러운 것이 그 사이에 받쳐진다.....뭐지? 이곳의 베게는 너무 딱딱해서 그건 아닌것 같구...... 하지만 ..아까보다 너무 편해.... "네가 ....참 고맙다." ".........응?" "예전이 생각나는 구나.... 그때는 내가 건드리기만 해도 벌레처럼 피해버렸는데 말이다.." 뭘 그딴걸...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말이다.......네가 그 지옥속에서 나타났을때 말이야...."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거야...... "..놀랐잖아...." "그래.....놀랐지.... 놀랐구 말구....갑자기 나타나 내화살을 대신 맞았으니....." "...웅...그래서 머...." "....그냥.... 참..내가 원할때 언제나......네가 나타난 다는 생각이 들어서........말이다.." ".....나도 몰라.. 그냥.. 너한테 가고 싶었어..." 훗...나도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잠에 취해서인가......평소때 나에게 걸었던 금제가 조금 열리는 기분이다.... "......그래......... 이젠 네가 없는 나는 생각할 수가 없구나.... 언제부터인지.....소문의 곁엔 매향이 있었다.. 그렇지 응?" "......응." 소문의 거친 손가락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지더니.......내 입술에 살짝....머금어진다...그리고.. "욱...." 어깨에 살짝 손이 닿았을 뿐인데.....고통은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군.... "이곳이냐......너의 살이 찢긴 곳이....." 겨우........눈을 뜰 수가 있었다.... 소문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그는 쓰라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그래.............소문..." "너의 이 몸에 상처를 내다니....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한거냐.......내 앞에서 .....내 앞에서 네가 다치는걸 봐야 되는 것 만큼 괴로운게 또 어디있다고....." 그러지 않았다면....네가 죽었을 거야...소문.... 네가 죽는걸 나또한 두눈 뜨고 볼수 없다고...... 난 고개를 아주 조금.......흔들었다. "그런 섭한 소리 말라구............... 왜 네가 다쳐야 한다는 거야? 나도 그런건 못봐. 네가 죽는걸 날더러는 보고만 있으라구....? 그것또한 날 괴롭히는 거야..." 약기운이 풀려오는건가..... 말이 잘나온다... 근데....우리 대사 넘 느끼한것 같아.... 이게 뭐냐...순정만화 쥔공 둘이가 나누는 대화랑 다름없잖아....우 진부하군.... 하지만........영원히...진부한것이......곧 사랑인거지........뭐.................. "....언제나 다치게만 하는구나.... 다리도.....또 이 가슴도..." "다리 다친게 네 탓은 아니잖아...... 참내... 자학하지 말래두 그러내?? 갑자기 무슨 이상한 버릇이 생긴거야, 연개소문씨..." 난 인상을 팍 쓰면서 왼팔으 들어올려 소문의 뺨을 톡톡 쳤다. 훗...아마 일생동안 연개소문의 뺨을 이렇게 건방지게 친 자는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리라.... 치고도 미소를 얻어낸 자 또한...... "그래.... 내가 바보가 되었구나.........." 결국은 소문이 웃고 말았다.. 그리고 나도 따라 웃었다... 어느샌가 소문의 고개가 조금씩....조금씩 내려온다... 그의 검고 날카로운 눈매에 그 눈동자속에 내 얼굴만이 한 가득 들어있다.... 또한 내눈에도............ ".....응............음..." 입술과 입술이 엉켜...부드럽게 천천히 서로를 원한다.... 뜨거운 소문의 체온을 모두 받아들듯.....난 눈을 감고.......내 정신을 모두........그와의 키스에 쏟아부었다.. 어깨의 욱신거림마저도...잊어버릴만큼....달콤한.......입맞춤... 응....? "형님 그 몸으루 갈수 있겠소?" 지보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음....거의다 아물어 가고 있어." 소문은 평양성의 안학궁에서 열리는 어전회의에 부름을 받았다... 전 장수들이 모여서 전화의 상처를 치유하고 승리를 자축하자는 걸 의논하기 위함이라고 했다..물론 주최는 을지문덕장군님이구.... "그럴때 터지면 곤란한데.. 조심하오. 괜히 흥분해서 금창이 터지면 안돼니까.."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마." 그러자 잠자코 있던 흑벌무가 한마디 던진다. "가화 조심하우." 그말에 내 신경도 거기 쏠리고 만다......가화라.....그래 그 이름을 잊고 있었구나... 그녀를...... 일순 소문의 표정도 어두워진다... 내가 사라졌던게 그녀와 자신사이의 일때문인 것을 알았기에....... "이놈아 허튼 소리말구 닥치고 있어!! 그리고 소문 형님! 거 순남이도 좀 보구 오슈~ 벌무놈 안식구 말이오." "알았아..... 조금만 기다리면 만날수 있다고 내가 이야기 하마." "안 기다리는게 나을 거라구 하쇼." 세사람은 유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난 마음이 걸렸다... 아무리 소문을 믿었다 할지라도.....그 가화란 여자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정말 보통 내기가 아니어서 .......소문도 남자다. 홀리지 않으리란 완벽한 보장이..... "뭘 생각하고 있는거냐?" "음?! 아.........." 앞서가던 말위에서 소문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아....아니.. 그냥 이것 저것...." "넌 가슴의 상처라 위험한데 왜 따라오겠다고 했느냐....차라리 성에 안전히 있지..." ................너같으면 성에 얌전히 쳐박혀 있겠냐? "절대로 달려서도 안돼고...조심해야 한다.......넌 가뜩이나 독때문에 치유가 늦어지고 있는데.." "아 걱정을 말아.....거기가서 누구랑 싸울것도 아닌데..." 왕성의 안학궁에 우리가 도착한 것은......그로부터 이틀의 시간이 흘러서였다. 어전회의를 열자고 한건 을지문덕 님이었지만 주재는 건무가 했다. 전지에서 귀환한 100여명의 장수들과 귀족대표..모든 접정대신들까지 일당에 다 모였다. 전원이 기립하여 승리를 축하하고 난 뒤에 이 회의를 소집한 이유를 을지문덕님이 설명하기로 했다. 그분은 양제의 제 2차 침략을 어떻게 격퇴했으며 어떻게 승리를 거두었는지 간략히 설명하고 지금이야말로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의 패전으로 양제는 양자택일을 해야 할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고 말았소. 멸망..아니면 왕권유지.. 나의 예상대로라면 머지 않아 수는 패망할듯 싶습니다. 국내에는 흉년이 겹쳐 백성들이 굶어죽어가고 각처에서는 반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천제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광개토대제의 유업과 이념을 받들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때입니다. 지금 주저앉아서는 아니됩니다. 우리 대군은 탁군을 공략하고 적도 장안성을 짓밟아 중원을 재패해야 할때입니다." 을지문덕님의 어조는 자신과 신념에 가득 차 있었다.. 난 구석쪽에 서서 훔쳐보듯 그 분을 바라보면서도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 그분의 말이 끝자자.....장내는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전생2부-20 "수군대장 연개소문, 제 2차 고수전쟁의 공로자로써 그가 세운 전공이 혁혁함에 따라 전군대장이라는 직위를 내린다." 이것이 소문에게 내려진 두번째 직위였다. 겨우 탐격선의 대장이던 그에게 내려진 커다란 직위.. 전군대장이라니..... 하긴.. 언젠가는 그가 쟁취해 낼 자리이긴 하지만.. 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채 그의 승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날밤 소문의 집에선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구.. 지보와 흑벌무는 지들이 더 좋아서 난리이다. 물론 그들도 합당한 지위를 하사받긴 했지만. "형님, 이제 됐수. 이젠 원 풀었단 말이우. 이제부턴 셋이 합쳐 열심히 해 나갑시다!" 지보가 말술을 들이키면서 호탕하게 웃어 젖힌다. 소문도 거기에 미소로 답하며 말한다. "그래..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자리잡았다." "문제?" "그래. 바로 나의 가문에 대한 부흥이지." "........." 순간 떠들썩 하던 우리 넷의 분위기가 고요해졌다. 그래. 아직 소문은 모르는 것이다. 자신의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한 이유를. 자세히 읽지 않아서.. 나도 그 전모는 정확히 모르지만 대강 눈치는 꿰고 있다. 이제 그의 지위가 지위인 만큼 훨씬더 적극적으로 연구해 볼 수 있겠지.. "그래. 그렇수다. 이젠 형님두 그런 자리에 올랐으니 부소 무리도 함부로 대하진 못할거요. 우리 힘써봅시다. 꼭." 흑벌무의 말에 결의를 다짐하는 소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부터 소문은 뻔질나게 건무의 궁을 드나들었다. 물론 건무의 호출이 매일 이어졌지만. 나도 ..따라다니고 싶었지만 뭔가 방해가 되는 것 같은 느낌에 관두고 집에서 버티기로 했다. 흠.. 집두 새로 ...저번보다 더 큰 걸로 바뀌어서인가 ..이 넓은 집안에 혼자 있으려니 좀.. 끼익.. 문이 열리는 작은 소리가 잠결에 들려온다. 조심스런 발소리.... 조금 차가운 손이 내 뺨에 닿는다. 크고 거친 손이지만 ......무엇보다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이건 ..소문의 손이다.. "... 자고 있구나.." 응......그러고 보니 여긴 소문의 방이다.. ..잠이 든건가.... 이제와서 깨는것도 이상하여 난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기쁘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을뻔했다. 그의 손이 시원하게 내 뺨의 열기를 식힌다. 좀더 쓰다듬어 주길 원했지만 곧 손은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소문은 방을 나갔다. 그의 체취가 멀어졌다... 다시 나가는 걸까.....? "소문!" 순간 내가 그를 부르자 그는 나가던 중 깜짝 놀라 날 돌아보았다. "깨어 ..있었느냐?" "나가는 거야?" 그는 당황한 기색을 지우며 다시 다가왔다. "아.. 잔업이 많아서 말이다.. 게다가 왕제전하의 명도 있고.. "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그와 내가 꽤나 멀게 느껴지게 하는 대사군.... "그래..? 그럼 계속 이런거야? 또 며칠간 못오는 거야?" "음..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그럼 오늘은 왜 온건데?" "........그건..." 설마 뭐 잊은게 있어 가지러 왔다고 하면 넌 죽어..... "이 집안에 있는 사람이라곤 하인들 제외하면 너 뿐이잖느냐." "그래서." 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말을 잇는다. "...흠.. 네 안위가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 ....후훗. 이것참.. 건무 앞에서도 당당하게 의사를 밝히는 연개소문씨가 내 앞에선 왜이리 버벅댄담..... 그냥 쉽게 쉽게 말해라. 내가 보고 싶어서 왔다구. "그럼 ..지금 당장 가는 거야?" "음.. 네 얼굴을 봤으면 됐다. 잘 지내고 있는 걸 알았으니까.." ..... "며칠간.. 안 오는데....?" ....이런 질문하면 곤란할려나....? 그는 순간 날 쳐다보더니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내가 가는게 아쉬우냐?" ".............." 내 얼굴.. 빨개졌을라나... 제길...! 이 자식은 정말 정곡만.....팍팍 찔러대다닛.... 내 눈빛에서의 갈등을 읽었는지 그는 예의 그 미소를 짓는다.. 부..불길하구만... 허나 내 예상과는 달리 그는 잡았던 내 허리를 놔주었다. "나도 무척이나 안타깝지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도록 하지.." "뭐....?" 그의 얼굴이 가까이 온다. 키스인가.... 짧은 시간의 키스는 더욱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그는 만족한 듯 씨익 웃으며 문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연다.....앗 잠깐만!! "...소문!!" 그는 의아스런 눈으로 날 돌아보았다.. 그렇게..뚫어지게 바라보니 말을 못하겠잖아!!! "음.... 저........그.....그.." "바람피우지 마라." ".............." 저..저..자슥이.......- -;;; 그는 시뻘개진 내 얼굴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나가버렸다. "야..야 임마!!!!" ........너나 피우지 마라..... 하고 말하지 않아서 신께 감사한다..... 휴우우우우..... 문득..난 ..가만히 입술에 손을 갖다댔다... 이 여운을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 같아... 그냥.. 그래.. 왠지.. ...정말 소문은 아주 바쁜가 보다.. 며칠짼지.. 그때 이후로 그의 머리끝도 보질 못했다. 물론 내게 신경쓸 틈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런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에잇!! 제기랄....." 견딜수가 없어~!! 대강 웃옷을 주워입고 길거리로 나서자 한결..홀가분해지는 듯 하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난 아무렇게나 발걸음을 옮겼다. 벌무도..지보도 소문처럼 바쁜가 보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오늘 벌무가 자기 일하는데 같이 가자는거 따라갈걸.. 괜히 외롭군.... 쳇쳇쳇.. "음..?" 이런.. 걷다보니.. 어느새 건무의 왕성이잖아..? 저번에도 보았지만 ...검은 색의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거대한 저택.. 이렇게 눈에 튀는 건물은 건무의 집뿐이다.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스케일이 작군. "......." 순간 난 망설였다. 물론 소문이 여기 있을리 없다. 건무는 자신의 근무처에 있을테니 소문도 거기 있겠지. 에라.. 그냥 돌아가자. 쓸데없이 이런데로 걸어오냐.. 나도 어지간히 ..... 끼이익....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저택의 문이 열리더니 .....웬 마차 한대가 나온다. 화려한 마차.. 귀부인이나 타고 있을법한.. 누굴까..... 궁금해진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차속을 들여다 보았고.........그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숨을 삼키고 말았다. "헉.........!" 가화...... 그 여자다.. 꽃단장을 한 ...요염해 보이는 여인..... 처음 보았을때보다 훨씬 더 색기가 흘러넘치는 얼굴이다.... 그녀가 마차에 앉은채 새초롬한 얼굴로 ........나를 지나쳐 가버렸다. "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뱉어내고 말았다. 왜 ..그녀가 건무의 저택에서 나오는 걸까? ....난 필사적으로 머리를 헤집었다. 기억해 내라..기억..... ... 그래..그녀는 건무의 정부..같은 거였지.. 그러면서도 ..소문과도 관계를 가졌고..또 지 아비인 가륵의 첩자이기도 했어. 그런데 ..왜 지금 저택에서 나오는 걸까.. 지금은 한 낮인데.. 건무가 저 저택에 있는 건가? 그럼 ..소문은 어디있는 거지? 오늘도 건무를 만나러 간 건줄 알았는데.... ...건무가 명만 내리고 집에 온 것..? 아님 .. 소문이 건무의 집으로 간 ...건가..? 그것도 아니면 가화혼자서 건무의 저택으로 갔다가 나온거란 말인가..? 셋다 확률이 크다.. 뭐지? 뭐지......... 정말 생각지도 못하다가 그녀를 보게 되자..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두번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여자인데... 소문도.. 가화를 만난걸까.. ..............요새.. 매일 밤 들어오지 않는 건....... 퍽! 내 머리를 내가 치는 소리이다.... 아냐.. 그를 의심치 말자. 저번에도 의심해서 서로 힘들었잖아.. 그를 믿자.. 나중에 그가 말해주겠지.. 그냥 믿고 있자.. 잘 하고 있는걸꺼야.. "들었어?" "무얼 말인가?" "건무원수와 을지문덕님의 사이가 소원해졌단 말말이야." "아.... 그래 알고 있어. 그게 아마도 중원 정복문제 때문이라지?" 술집에 앉아 있으니 별별 소리가 다 들려오는군.. 그나저나 문덕님과 건무의 사이가 나빠졌다구? 아.. 설마..저번에 문덕님의 중원 정벌.. 그...문제 인가.. "그래. 을지문덕님은 강력하게 중원토벌을 원했는데 건무원수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지?" "음. 나두 그렇게 알고 있네. 쯧.. 소심한것도 정도껏 해야지.." 기억을 더듬어봐선.. 그분의 결의는 대단해 보였어. 그 힘있는 말투에 모두들 압도 되었었는데.. 반대라구..... 쳇.. 빌어먹을 건무..빌어먹을 온건파 놈들.... 쓴맛이 돌아 술을 (물론 화주다.)마시려는데 ..... "그게 연개소문의 제의라고 들리는 소문이 있던데..?" .....뭐시라......소문? 옆테이블의 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기에 바쁘다.. "정말이야?" "그래. 그 뭐냐.. 저번에 전군대장이 된 사내..그 사내가 건무원수께 그렇게 말한 모양이던데?" .......... 순간..난 그남자의 멱살을 쥐어잡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왜 소문이!!" "어엇....왜이래?" "말도 안돼!! 왜 소문이 문덕님의 의견을 반대한단 거야?!!" ".....?!!" 소문이...... 그런거라구? 왜 ....? 당신도 수나라에 대한 증오가 대단했잖아.. 그런데 왜 반대한거지? "조..조금만 더 ..얘기해 줄래요....소문에 대해.." 제길.....발에 힘이 없군... 소문의 소문이.........참 ..험하군.. 군사들의 기강을 바로잡는답시고 엄격한 훈련과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그리고 저번엔 길을 가로막는 인파들을 민중들을 잡아 가두었다구.. 그의 얼굴은 이곳에서..상당히 공포스럽게 기억되 있다.. 내가 모르는 새에 .....그렇게 되어버렸군..... 쳇.. 이 바보......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지.... 응.....? "뭐.. 너두 데려가 달라구?" 그로부터 삼일후에 겨우 모습을 비친 소문에게 내가 제일 먼저 한 말이었다. "그래. 네 정치 업무에 나도 데려가 줘." "......." 그의 얼굴에 곤란한 빛이 떠오른다. "안 됀다구 하지마... 난 죽어도 따라갈거라구!" "매향.." 피곤한 듯 그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안돼.. 나의 일이란것은 국가기밀에 관한 것이 많아.. 일일이 널 데리고 다닐 수가 없다..." ........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뭐?!!"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는 약간 놀란듯 나를 주시했다. "매향...?" "시끄러워!! 대체 무슨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나도 알아야 겠어!! 대체 뭔짓을 하길래 사람들이 널 인정머리없고 재수없는 놈으로 보는거야?!" 흥분..하니 언성이 높아진다. 소문의 안색이 조금씩 굳어간다. "그것 때문이냐..?" "그래...... " 비록 ..한가지가 더 있긴 하지만..... 그건 말할 수 없다.. 절대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다 치밀한 계획이 있으니까..넌 신경쓰지 말거라. 다 생각이..." ......뭔가가.. 툭하고 끊어진다.. 철썩! 있는 힘 모두 실어 난 소문의 뺨을 후려쳤다. "........." 무서우리만큼의 고요.... 그의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서린다. "매향.....너.." "....왜 ..우는 거냐?" 분노하려던 소문의 얼굴이 당황함으로 번져간다. "제길...... 치사해서 .....정말..... 더럽고 치사해..... 계속 널 기다리는 내 마음은 생각 안해?!!! 굳게 믿고 있었는데.. 잘하고 있을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겨우 들려오는 소리라곤 저런것 뿐이고!! 게다가 그녀는 뭐야!!!" 있는대로 없는대로 악을 쓰고 나니 덜컥 후회가 밀려온다.. 실수다.. 말을...... "그녀.......?" 소문의 음성에 의아함이 배여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그저 난 입술을 씹으며 그의 눈을 피했다. 그 와중에도 ..이 젠장할 눈물은 그치지 않는다.... "그녀..라니.. 누굴 말하는 것이냐..?" 무어라 말을 해야 하나... 이건.......질투....같은......아니.. 질투......다.. 왜 ...이렇게 날 신경쓰이게 만드는 거야.... 좀 잘 할수 없냐구.... 아니면 속시원히 털어놔보라구..... 날 못 믿는 거야? "..너야 말로 ....날 믿고 있는 건가?" 너무나.. 뜻밖의 물음에 난 눈물이 그득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 그는 더이상 날 바라보지 않았다. "언제나 날 믿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가화를 본것이냐?" 심장이........덜컥 내려앉는다. "그토록이나 너만을 바라보았거늘... 너만을 사랑한다고 속삭이지 않았어....? 왜 ..그런 나의 마음에 넌 파문을 던지는 것이냐......조금쯤은 믿고 날 ..믿고 기다려 줄순 없는건가.....?" 그의 말이 ..하나하나..날카로운 가시처럼 가슴에 깊게..깊게 꽂힌다. 보이지 않는 피가.. 조금씩 흘러내린다. 계속..그의 시선은 날 향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날 믿지 못한 건..매향 너다.." .........가......슴....을... 잡아..찢어도.. 이만큼은....... 고통스럽지 않을것.......이다..... 상대에게서.........사랑하는..이에게서 실망의 눈동자를 보아야 한다는 것..... "..........." 가슴이 터져버릴것 같아........북받치는 감정을 끌어안고.........난 소문을 스쳐 방을 나왔다... 저 눈빛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한가....?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이 바보...........매향...... 머저리...병신.......멍청이........ 그저 ..멍청하게 날뛴거야.... 그의 말처럼................ 혼자 흥분하고.....혼자 의심하고.....또...... 난리를 피운거라고........ 전생2부-21 제길.. 내가 너무 비참해....... 아까부터 나오는 건 눈물뿐이고.. 대체 이젠 어떤 얼굴로 소문을 봐야 하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리 있어봐도...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가슴만이 미어지게 아플 뿐..... ,,,,,,애초부터 날 믿지 못한 것은 매향 너다. 나쁜 짓 하다 들킨 것 만큼이나 뜨끔하고....또 예리한 말... 믿지 못했어.. 믿을 수 없었어.. 왜....? 문득 이런 물음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소문의 따뜻한 말들도.. 나에게 해주던 부드러운 키스도.. 그걸 믿지 못했단 말이야.....? 왜.....? .......난 ..그를 의심한거지..? 응.....? 이 바보야.... 왜 ..그를 실망시킨 거야.. 이렇게 견딜 수 없이 괴로워 하면서..... "왜그래, 어디 않좋은가?" 소문은 순간 상념을 깨우는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예?.. 아 ..아닙니다." 고개를 흔들고.. 그는 건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말야.. 부소무리는 이미 기울어 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신경써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저번 고수 전쟁때에 이미.." "아닙니다. 그들은 잠시 그들의 세력을 축소한 것일뿐 결코 기울어 진것이 아닙니다. 틀림없이 어디선가 조그만 꼬투리 하나라도 발견하면 폐하를 노리고 달려들 겁니다." 연개소문의 진지한 어투.. 비장함 마저 서려있는 말투였다. 건무는 아직 모르겠지만 소문으로써는 깊은 원한이 어린 집안인 것이다. 그들에게 절대로 다시 힘을 주어선 안된다. 이대로 서서히 파멸시켜가야 하는 것이다. 가문의 복귀와 부흥을 위해.... 매향.... 생각의 고리가 끊기고 매향의 얼굴이 떠오른다. 수치심과 당황..번민으로 일그러져 자신을 올려다 보던 매향의 눈동자..... 눈매가 녹아버릴 만치 흘러내리던 그 눈물이 순식간에 소문의 뇌리를 장악한다. 가슴이 욱씬거린다.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해버렸단 말인가.. 그토록 여린 가슴에 비수를 꽂아버렸단 말인가.... 뒤늦게서야 후회해 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금쯤......눈이 부어터져라 울고 있겠지.. 소문은 조용히 주먹을 틀어쥐었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받게 하지 않으려 애쓰던 그가.. 자신이 ..정작 자신이 상처를 줘 버리다니.... '나도.. 울컥하긴 했어..' 불신의 눈초리로 자신의 보는 매향을 견뎌낼 수 가 없었음이야... 그렇게 읊조려 봐도....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을까....." 건무의 근심어린 음성이 귀를 타고 흘러들어오자 소문은 공적인 일 앞에 상념을 잠시 접어두고 생각해 두었던 묘책을 끄집어 내었다. "소문을 내는 겁니다." "소문?" 건무의 눈이 궁금증으로 빛났다. "예. 폐하께서 괴질에 걸리셨다고 말입니다." "내가?" 소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를 보시다가 쓰러지셨다고 은근히 말을 흘리는 것입니다. 그런 풍문은 본시 빨리 퍼지는 법. 제가 첩자로 간주되는 자에게 말을 흘리겠습니다." ".....그자가 누군가..?" 소문은 잠시 망설였다. 건무는 가화를 아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 그에게..이런 말을 꺼내도 될까...? "...가화입니다." "가화?!" 건무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진다. "그렇습니다...... 그녀의 아비인 가륵과 부소.....그들의 무리는 합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가륵이 보낸 첩자일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으음..!" 건무는 고뇌에 가득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알겠네...내 가화에게도 아픈척을 하도록 하지.." "예. 그리고 한 석달정도.. 휴양을 하러 내려간다고도 퍼뜨려야 합니다." "음.." 건무의 신음앞에 소문의 눈이 현명하게 번득였다. "틀리없이 부소무리는 움직입니다. 폐하가 출타하실 3개월간 왕자님을 왕위로 모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으음.." ....잠..든 건가.. 제길.....눈이 ..아파.. 앗..따거.. 울다가 자서 그런지 눈이 퉁퉁 부어있군.. 베게도 눈물로 흠뻑 젖어 있다. 마음은 무겁고.... 소문이 돌아오면 ..어떡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미칠 것만 같다.. 차라리..현세로 돌아가버렸으면... ..제길..보통때는 이쯤이면 돌아가 버리더니....왜 안가는거야??!! ...이렇게 혼자 죽도록 생각해봐도..안되는건 안되는 거지.... 제기랄..... 이 상황에서도 배가 고프잖아... 어제부터 시작해서 계속 굶었더니.... 탈진할 만큼 울었더니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기둥을 잡고 일어서니 정신이 어지럽다. 아직도 몸이 완쾌되지 않은 건가....? 그럴리가 ..얼마나 지났는데.. 그때로 부터... 시녀를 부를 엄두도 나지 않아 난 그냥 몸을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갔다. 시끄러운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소문이라 이 넓은 집에 하인도 열명이 채 되지 않는다. "후우..어지러워.." 마음이..정말 무겁다.. 이 상태에서 먹으면.. 체할 거야..분명히.. 난 의식을 추스리며 부엌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내 앞에 커다란 그림자만 드리워지지 않았다면 ....... "매향..." ..............소문.. 어떻게 내 앞에 나타난거지.. 일나간게 아니었나...? 고개를 들 힘도 없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 뻔뻔함도 ......없다. 그저 의식만이 혼란스럽다. 지금은..피하고 싶어.. "어딜 가는거냐...." 그가 돌아서려는 내 팔을 붙잡는다. 어..어라.. 의식하지 않았는데..의외로 몸이 크게 기운다.... 결국.. 그에게 등을 기대버렸어. "아... 미,미안.. 괜..찮아.." "뭐가 괜찮아! 얼굴이 창백한 것을...... 대체 지금껏 얼마나 운거냐!!" ...내가 운거..어떻게 아냐.. 아참.....눈이 팅팅 부었지.... 제길.... "아직 몸도 낫지 않은 녀석이...." 그의 말에 걱정이 가득하다. ....어제의 차갑던 어조와는 딴판이다...... 부드러움까지 느껴지는 말투.. 제....엔..장.. 그렇게 말하면... 원망이고 수치고 ..모두 잊고 싶어지잖아... "괜..찮다니깐....... 놔....돌아..가겠어.." 억지로 발걸음을 떼었지만 이넘의 발은 내 의지를 배신하고 힘껏 휘청인다..에고.. 어라...그런데 땅과 멀어지는 이유는 ..뭐지? "내..내려줘.... 더.. 어지러워.." 난 무의식적으로 소문의 목에 매달리며 내려달라고 간청했다. 그가 날 들어안은 것이다..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다니....... 정말 네 멋대로구나. 절대 내려줄수 없다." 왜.. 화내는 거야.... 또 화내는 거야? ......젠장.. 미안해.... 널 완전히 믿지 못해서 미안하다구..... 하지만.... 불안한 걸.... 네가.. 네가 .....날 .......까봐.. 머리가 뜨겁다.. 몸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아.. "몸에 조금 남아있던 미약이 다시 재발한 것 같군.....이런.." 그 와중에서도 소문의 말만은 똑똑히 들려온다. 걱정이 잔뜩 서린 말투.....그러면서도 약간은 책망하는 듯한 어조가 섞여있다. 누굴 책망하는 거지....? "늦은 시간이라 의원도 부를수 없고.." 그가.. 내곁에 다가와 앉는다. 그리고 한참이나 말이 없다... 날 ..보고 있는 거야......? 눈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워 떠지지 않는다. "내가 ..미안하다 ..매향.." 응...? 뭐라고....? 순간 몸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역시나 내 몸은 내 명령을 철저히 배반했다.. "그런 불안을 느끼는게 당연할 터인데.. 아무리 내가 안심을 줘도.. 너만을 사랑한다 속삭여도.. 당연히 불안할 터인데...일에 쫓겨 널 보지 못했다.. " 뜨겁게 달아오른 내 뺨에 소문의 손이 와닿는다.. 시원한.....느낌......열이 싸아하게......내려간다. 지금....용서를 구하는 거야.....나에게...? "나는 말만 번지르르한 놈이 되는구나....언제나 지켜주겠다.. 불안치 않게 해주겠다.. 너에게 응석만 부리는 구나.... 내 눈빛 하나에 너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나를 용서해라..."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이어 ...질수록.... 감정이 ..북받혀 오른다.. 또 눈물이 흐를 것 같지만.....더이상은 눈물도 나와주지 않았다.. 그냥 ..내 가슴을 짓눌러 오던 것이 조금은.....사라져 버린 감각만이 존재할 뿐이다.. ".......날 ..데려가 줄거야...?" 말문이..트인다... 눈도 ..떠지고....그의 얼굴이 보인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그 따스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그래.. 나와 같이 가자. 내가 언제나 지켜주고 보호해 주마. 내 모든걸 너에게만은 가르쳐 주마.....매향." .........정말.. 내가 우스워서..미칠 것 같다. 어떻게 저런 말 한마디에 이토록 기뻐 몸이 떨리는 걸까....? 응? 그렇게 행복한 거냐구..... 정말... 아까까지 그렇게나 울었는데..말야..... "응.. 소문.." ....하지만.....또다시.. 가화를 보게 되면.... 이 웃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생2부-22 "들어오시랍니다." "음." 소문이 먼저 앞장선다. 보일 듯 말 듯 쳐진 발을 걷고 들어서자 작은 문이 보이고 그 문을 열자 비로소 책상 앞에서 근무를 보고 있는 건무의 모습이 보인다. "오, 왔는가." 그는 소문을 반기다 뒤를 따라온 나를 보고는 멈칫한다. "..........?" "아. 신경쓰지 마십시오. 저의 그림자같은 사람입니다." 소문이 나직이 나의 소개를 해준다. "흐음.. 그래.. 어디선가 본 듯 한데....?" 고수일차 전쟁때 패수에서 날 봤잖아.. 기억력하곤... 건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주시했다. "아..혹시 ..그때 그 여인이 아닌가.....?" ........여인이라.. 이젠 이런 말을 들어도 그다지 반응이 오지 않는 내가 약간 두렵군.... 난 아무런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자신의 기억력을 과시라도 하듯 그제서야 건무는 씨익하고 웃는다. "그때도 공로가 컸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혹, 소문의 안식구인가..?" 이바이바..당신도 남의 가정사에 궁금증이 많구만...... 남이사 부인이건 애첩이건........신경끄라구..... 조용히 고개를 숙이자 그는 제 멋대로 판단했는지 또한번 씨익 웃었다. 제길.. 상상이 간다.. 다시 건무는 시선을 소문에게로 돌린다. "그래.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아직 특별한 낌새는 없었습니다." "최대한 부소무리를 감시하게. 그리고 궁에서 위력이 센 장수들이나 신려들은 우리편으로 끌어들이고." "예. 걱정마십시오." "그 계획은 ..되어가고 있는 건가?" 건무의 눈빛이 의미심장하다. 소문도 이 대목에선 슥하고 주위를 살피더니 조용히 답했다. "곧.. 미끼를 물 것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그 계획이라니..... 돌아오는 길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난 소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 '그 계획' 이 뭔데?" 소문은 잠시 멈칫하더니 또다시 주위를 살폈다. 대범한 심성의 그가 이토록이나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뭔가..아주 심각한 일인 듯 싶은데.. "부소 무리를 파멸시키기 위한 서막이다." 소문의 어조에 강인한 힘이 실려있다. 뭐... 파멸이라구.....? 그렇게 말하고 내 놀라움에 고개를 끄덕이는 소문의 모습에선 타오르는듯한 의지가 보였다. 시시콜콜 묻고 싶지는 않다. 왠지 저 의연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모든건 그의 생각대로 ..흘러갈 듯 하다. 좀 있으면 자연스레 나도 ..알게 될 것 같다.. "가화가 다녀 갔었수." 들어서자마자 흑벌무가 던진 말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싸하게 얼어붙었다. 가화라구..... "뭔가에 굶주린 여시 마냥 형님을 찾던데 말이우." 엄습해오는 불안감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인가...어느샌가 내 눈은 소문에게로 향해있다. ".....?" 그가 미소를 짓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예감이 맞았을 때 짓는 자신만만한 미소다.... "그래.. 미끼를 물었군." 혼잣말을 하듯 소문이 중얼거린다. 그 계획엔 가화도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그렇겠지.. 가화는 부소의 아랫사람인 가륵의 딸이니까..... 혹.. 그 미끼란 건 가화...? 소문도 날 쳐다보고 있다. 그 눈은 여색에 홀린 눈이 아니라 곧 일어날 무엇인가에 대한 준비같은..느낌을 주었다. .....불안하지 않다. 그래.. 마음이 편안해. 그를 믿을 것이다. 저 눈동자를 믿을 것이다. 보내주어야 겠지.. 그녀에게로..... 소문을 잃지 않으려면 보내주어야 한다. 그날 밤... 장사꾼처럼 변복한 소문이 가화의 집을 향해 달려갈때도 난 그가 사라질때까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밤은 내가 그를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거릴 것 같다. "매향. 매향." 누군가가 내 어깨를 흔든다. 음... 추워..라.. 여긴 어디야....? 눈앞에 ..가물가물하게 지보의 모습이 보인다. "너 ..여기서 밤을 샌거냐..?" "아.. 여기가 어딘데??" 지보는 기가막히다는 어투로 날 내려다본다. "어디긴 어디야. 형님 방 앞이지.. 이런데서 밤을 지세웠냐 너?" "............" 기다린..다는 것이..잠을 자버리게 됬군..그나저나 으슬으슬한게.. 조금 춥기도 하고.. "근데 ..아직 소문은 안 온거야?" 지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아직.." 마음이 ..약간 무겁군.. 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거지? ......설마라는 생각..머릿속에서 지우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도.. 난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믿어줘야 한다.. 그가 자신의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길....말이다.. 그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소문은 집에 도착했다. 걱정이 앞서 급한 마음으로 그에게 달려가자 그는 씽긋 웃으며 날 껴안는게 아닌가... "우앗.. 뭐하는 거야?!" 내가 놀라 발버둥치려하자 그는 날 내려 품에 꽉 끌어안았다. 이..이런 과격한 행동을.......-_- "잘..된거야?" 영문도 모른채 그의 뺨에 부벼지면서 난 그렇게게 물었다. "그래. 폐하께도 다녀왔다. 아마 내 생각대로라면 완벽할거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진다. 그 미소를 즐기는지 그는 잠시 날 쳐다보더니 조심스레 묻는다. "불안했느냐?" ....사실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면 그건 왕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난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믿었다구. 흠.. 나도 사낸데 계집처럼 가슴 졸이는 짓은 안해." 소문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한다. "그으래..? 그럼 저번엔 뭐지? 완전히 질투하는 마누라 얼굴같이 일그러져선.." "소문....!!" 으윽.....그렇게 정곡을 찌르다닛..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지보가 실그머니 끼어든다. "그러게 말이우 형님. 온 아침에는 세상에 형님 방 앞에서 새우잠을 자지 뭡니까?" "그게 정말이냐?" 소문의 눈이 커진다.....곧 장난어린 것으로 바뀌었지만..... "지..지보!!! 소문....." 이..이것들이 합심해서 날 놀려먹다니!!!!!! "당장 나 내려놔아아아!!!!!" "어제 한명 왔었네." 들어서자마자 건무가 내던진 말이었다. 그 말에 소문의 표정이 역시..하는 듯 바뀌었다. "꽤나 빠르군요. 누구였습니까?" "별로 중요한 직위의 인물은 아니었지만 .." "어디서 들었는지 떠보시지는 않으셨습니까?" 건무는 조금 생각하다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나가는 말로 건강을 묻는거라 그런걸 캐볼수는 없었네." "그러시군요.. 하지만..이로써 가화가 첩자인건 ..확실해 졌습니다." 건무의 얼굴이 침통해졌다. "그래....그렇군." 믿던 여자한테 배신당한 기분이 더럽겠지만 이게다 니가 여자를 잘 못고른 탓이라고 생각해..건무씨~ "분이라도 바른 건가?" ...........뭐야.. 나한테 묻는거야?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그렇다고 눈짓을 했다. ..내가 분을 왜 바르냐!! 엔간하면 남자라고 눈치 좀 채주면 좋으련만.. 저래가지고 무슨 왕이 될려구..... "아.. 아닙니다." 하지만 소문을 생각해서 말은 곱게 해야겠지. "호오.. 목소리가 상당히 중성적이군... 좀 뜻밖인걸." 당근이지... 여자의 간드러진 목소리를 원한거냐? "사내들만 득실거리는 방에 한 송이 꽃 같은 처녀가 서있으니 분위기도 밝아지는 듯 하군." 우우우우우에에에에에엑~~!!!!!!! 하..한송이 꽃이라.......크어어억.... "이름이 뭐라 하였더냐?" 쳇.. 완전 하대네.... "진매향이라 합니다." "나이는?" 왜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 가화한테 배신당하니 내가 눈에 들어오냐? 후후후훗..+_+ 하지만 난 당당한 남자란다.... 그리구 지금 연개소문씨가 미칠려 그러는게 안 보이나요~ 건무씨~ "18세입니다." 건무는 탄성을 지르듯 내 말을 반복한다. "오..이제 열여덟?" 그러더니 소문을 은근슬쩍 쳐다본다.... 정말.. 단순꽝인 아자씨구만... "정말 좋겠소. 그대는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곁에 두어서.." 난.. 배신두 안때리지.. 누구씨처럼 말야.. "감사합니다." 소문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만 했으면 좋겠는걸.. 주군과 가신 사이에서 피바람 일어나기 전에.. 건무의 집무실을 나오는 길에 소문이 내 허리를 꽉 잡는다. ...아프지만... 참지 뭐.. 어떻게 이 손을 뿌리쳐..쳇.. "...걱정말라구." 그렇게 속삭여주자 소문의 표정이 약간 풀어졌다. "지금 그런걸 신경쓸때가 아니잖아. 이제 서서히 계획을 실천에 옮겨 봐. 응?" 소문이 날 내려다본다. 음.. 이 시선이 참 기분좋단 말이야...헤헤.. 암말 안해줘도 알수 있으니까....그냥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을테니..어서 원하는데로 이끌어가..당신은 충분히 멋지게 가문을 부흥시킬 테니까.. 그 멋진 면모를 드러내 보라구..... 다음날 부터 소문과 지보 흑벌무는 바쁘게 움직였다. 건무에겐 더 많은 대소신려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풍문이 퍼진 그날부터 소문은 비밀리에 부기원과 부소의 집앞에 염탐꾼을 세웠다. 그리고 연씨가의 멸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난 신중하게 생각에 빠져있는 그의 옆모습을 지켜보면서 말할수 없는 뿌듯함에 잠겼다. 당신의 숨은 지략과 재능.....내가 다 드러내 주고 싶어.... 난 그저 당신에게 그렇게 될수 있는 힘을 줄 뿐이야... 소문...당신이 말했 듯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싶어... 소문... 전생2부-23 "음.. 그래?" 지보와 흑벌무가 이곳저곳 파헤치며 모아온 정보의 양은 막대하면서도 쓸데 없는 것은 거의 없었다. 실로 대단한 수집력이다. "그리구 오늘 밤에 부기원의 저택에서 밀의가 열린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냈단 말이냐?" 소문의 물음에 지보는 봉함된 서찰을 꺼내놓았다. "부대원 가에서 일하는 종자가 빼내온 것이니 틀림없을 겁니다. 이 서찰은 승부의 대형 고준에게 가는 길이었습니다." 서찰을 읽어보니 내일 저녁에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헌데..용건도 장소도 없었다.. "이런걸 어떻게 믿지?" "그거야 뻔한거 아닙니까.. 용건이야 말하지 않아도 되고 장소야 발송한 곳이 부대원 가니 그곳이겠지요." "음.. 그런데 이것을 가져오면 전갈을 받지 못하게 될텐데..?" "감쪽같이 위서를 만들어 보냈습니다." "수고했어." 소문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떠오른다. ..근데 난 왜 불길할까.. 너무 일이 ..착착 진행되는게..조금.. "저기.. 소문.." "응?" 그는 미소를 지우고 날 보았다. 말....할까.. 아냐... 쓸데없는 노파심으로 그를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겠지.. "응.. 아냐.." 밤이 깊어졌다. 초여름 밤의 바람은 서늘하게 불어왔다. 한데.. 내 불안감은 맞은 듯 하다.. 밤이 늦도록 부기원의 저택엔 개미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쯤 되면 조정의 대소신려들이 북적..(까지는 아니더라도)댈 법한데 말이다. 난 소문과 같이 흑벌무가 있는 서군영의 군막으로 향했다. 이곳엔 부기원의 집과 을지문덕의 저택이 가깝게 위치해 있다고 했다. 소문은 흑벌무에게 그런 보고를 받으며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속은 것 같습니다.." "부 대인은?" "지금 저택에.. 있습니다." "뭣이?" "그건 우리와 내통하는 그 댁의 별배가 가르쳐 준겁니다. 그는 어찌된 셈인지 퇴궐한 후 평상시처럼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음.." 소문은 깊은 신음소리를 뱉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너무 술술 풀리는게 이상하다고..생각이 들鄂上?. 제길... 그 너구리 영감은 잔머리만 더럽게 굴려대는군.....쳇.. 역시 그냥 몇십년 벼슬자리 해 먹은게 아니라는게 밝혀지는 구만.. "부소의 농간이다. 우리가 속았어.. 벌무 어서빨리 부대인의 저택에서 염탐꾼들을 물러나게 해라." "갑자기 왜그러시오?" "부소는 날 시험하고 있는 거야.. 얼마나 감시하고 있는건지 자기도 떠보려 한거라구. 염탐꾼 중의 하나라도 붙들리면 사건이 복잡해져.." "왜 복잡해 진다는 것이오?" "트집을 잡힌다는 것이다..어서.."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조처하고 오겠소." 흑벌무가 군막을 나갔다. 소문은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자신만만하게 나간탓에 방심한 모양이야. 그 너구리씨도 순순히 당하지 않겠다는 모양인데.." "그래.. 어서 집무실로 돌아가자. 지보가 돌아와 있을 것이야." 황망히 말을 몰고 돌아가자 정말 지보는 우리를 기다리고 서있었다. "잘 왔수. 그렇잖아도 서군영 군막으로 갔다기에 그쪽 군막으로 떠나려던 참이었소." "을지장군 집 주변에는 이상이 없던가? 뭔가 ..새로운 인물이라도." 지보는 을지문덕님의 집 주변을 감시하는 역을 맡았거든.. 왜냐면 생각해보라구. 지금 가장 강한 세력 두개를 뽑으라면 건무와 을지문덕님이거든.. 근데 소문은 지금 건무의 아래에 있잖아. 게다가 반왕실파의 무리를 잡으려고 애쓰고 있잖아.. 여기서 소문이...자세히는 모르지만 뭔가 미끼를 뿌렸다고 했고.. 그 미끼는 가화를 통해서 부소에게까지 들어갔지... 왕권에 관련된 것이라는 게 보이지 않아....? 부소는 절대로 건무파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그들이 옹호하는것은 지금의 왕태후와 그 자식인 왕자라구. 건무의 약점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그것을 끝까지 꼬투리로 잡고 늘어질거 아니겠어? 그럴려면 자기들에게도 강한 명목이라든가..뭔가 대표할 인물이 필요한데...그것이 바로 문덕님이란 거지... 그 분은 나같은 녀석조차 존경하게 만든 위대한 민중의 대표자시지.. 게다가 지위도 높고...그 분의 뜻이라면 민중들도 별 의견없이 따를거라구.. 그러니까..총 정리해보자면..... 그런 분을 자기네들 쪽으로 끌어들이면 부소도 한결 건무를 몰아내는 말을 하는게 편해진다 ..이거야.. 참으로 사악하지.....? 사람이란 건.. 그렇게 권력이 좋은 것일까.. 사람의 정신을 갉아 먹어들어가는 좀벌레 같은 것이라고...생각되지만.... 지금 우리도 우리쪽 지위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견제하니깐..그다지 다를 바가 없.. 웃... 제기랄.. 이런건.. 역시 취향에 안 맞아.. 내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이딴걸 비판할 자격은 나도 없는 거야.....결국은.. 어쨌든.. 어느 한 쪽이 맞다면 다른 한 쪽은 틀린..거니까... 이쪽이 맞다면 ..저쪽은 틀린 거겠지..... "뭣? 중?" 헉.. 이사람들 무슨 이야기 중인거야? "예." "어디 있는 중인지는 알아보지 않았나?" "그건..미처.." "지보, 그 중이 누구인지.. 그 댁에서 나오면 어디로 가는지 상세히 알아놓게." 소문은 또 뭔가 생각이 난 건가 보다. 그는 그렇게 급히 명령을 내리고 눈빛을 빛냈다. 대체 ..무슨 소리들을 한거지? "...무슨. ..소리야?" 참다못한 내가 조심스레 묻자 소문은 꼿꼿이 앉아있던 등의 긴장을 풀며 내게 기대왔다. "을지 장군의 저택에.. 웬 중이 출입했다는 군..." "...." 문덕님의 저택에? 왠 녀석이지... 설마 ..진짜 그분을 구워삶으려는 첩자 같은 건가... 제기랄... 문덕님.. 절대로 그런 시시껄렁한 넘한테 넘어가지 마세요.. ... 소문.. 너 피곤하니? "피곤해?" 소문은 그 자세 그대로 위로 고개를 든다. 번득이는 그 눈동자에선 피곤함을 찾아 볼 수 없다... "아니. 조금도." 벌써 며칠밤을 철야했을 텐데.... 정말 ..왕 정력남이라니까안... 그나저나 문덕님이 걱정되네... 걱정이......되긴..되는.....데..!!!!!!-_-++++ "얌마!! 좀 자중해앳!!" "오랫만이잖아...." "어..어쨌든 넌 좋을지 몰라두..난 싫엇!!" "매.매향...." 평소에 그렇게 터프하게 구는 주제에 ..지금와서 그런 눈동자 해봐도 소용없엇!! "아앗!! 소문!!" 내가 피해 빠져나가려 하자 그는 놓아주지 않고 집요하게 날 잡아끈다.. 결국은 탁자위에다..난 눕혀지고 말았다.. "...설마.. 이 자세로?? ..이바.. 나 화낼거야!" 소문이 빙그레 웃는다. "그런 건 아니니 안심해." ..키스만을 원하는 건가.....? 쳇.. 어쩔수 없지.... "음...." 그의 손이 서서히 나를 감싸오며 부드럽게 터치한다. 이 키스만은 언제나 감미롭다... ..정말 오랫만인가 보다.. 쳇.. 별루 떨어지고 싶지 않잖아.... 내 옷을 풀러가는게 느껴지지만 별로 거부하고 싶지 않다.. 여기가 탁자라는것만 배제한다면....그의 말을 들어주고도 싶은데.. "아....그..만해...여기까지만....응.....응?" "형님 있수!?" ..문이 부서져라 열어젖히고...시커먼 사내가 ..들어선다.. 우린..이 ..자세 그대로.. 그를 맞이할수 밖에 없었다.. 머리가....하얘진다............ ................................................ 퍼퍼퍽!! "아.. 왜..왜그래.." 창피스러움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욱..제길.... 소문은 엊어맞은 뺨을 문지르며 내 위에서 일어섰다.. 왜 하필 흑벌무야........ 그 자식은 이상하게도 싱글거리고 있다............. 제..기라알!!!!!!!! "아니우.. 하던일 계속하시우...형수님하구~" "이.. 이 ..빌어먹을!!!!!!!!!" 그가 조금만 늦게 나갔어도..붓통에 머리가 깨지는 꼴이 연출됬을 것인데.....크으윽....사무친다......... 난 벌떡 일어서서 옷을 추스리며 소문에게 꽥하고 소리를 쳐주었다. "다가오지맛!!!!! 오늘은 혼자 잘꺼야!!!" 전생2부-24 문덕 님의 집에 들어갔다는 그 중의 행적은 문덕 님의 저택을 나온 뒤로도 소상히 보고 되었다. "구월산에 있는 원망사의 중으로 이름은 정적, 대인과는 친교가 두터운 자라 합니다." "그래... 계속해서 뒤를 밟고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게." 그렇게 소문의 명이 떨어지자 곁에 있던 흑벌무가 슬쩍 끼어든다. "더 두고 볼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말이지?" "그자를 아무도 모르게 잡아들여 부기원의 흉계를 밝혀냅시다. 그자가 왜 을지문덕 장군에게 갔는지 ..무슨 밀명을 전달하러 간것인지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벌무의 주장에 지보는 반대했다. "지금 붙잡아 족치는건 일러. 일이 무르익어 갈 때 잡아들여야 해. 그래야 모든걸 자백받을 수 있다구." "무슨 소리. 벌써 태자를 은밀히 내세워 신제 옹립을 서두리기 위해 모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더 두고 보다간 늦는다구!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 될라구!! 지금 잡아서 처단해야 합니다!" 음.. 두명 다 일리가 있는 걸.. 하지만 난 지보의 말에 더 수긍이 가.. 성급히 행동하다 뭔가 실수가 있으면 안 돼니까.. "벌무의 주장도 맞다. 며칠만.. 더 기다려 보자." 소문도 동감을 표시하고 ..음.. 뭐 곧 그 넘의 땡중 잡혀 들어오겠지.. 왜냐면 이제 건무의 괴질 풍문도 한창 퍼져나갔고..그 부소랑 부기원쪽의 움직임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니까....전 같으면 그런 것 가지고 문제삼기 곤란했지만 일단 그런 움직임을 보인 이상 지금 들이쳐도 늦지 않는다. 이제 기다려야 할건 소문의 명령인가? "지보 그쪽은 어디까지 조사했지?" 그쪽은.. 아마도 소문의 가문에 대한 조사...일 것이다. 소문의 물음에 지보는 지금껏 조사한 기록을 가지러갔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멸문의 이유이다. 아직까지는 건무조차도 소문의 출신을 모른다. 알고 있는 사람은 가륵이나 부소..그 정도겠지. 어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그넘들의 생각대로 제위승제 문제가 조정되어 버린다면 당장 소문을 처단해 버리려고 하지 않겠어....? 소문은 陋?예상하곤 그동안 지보에게 일임해 멸문에 관한 자료를 조사토록 한거지. 잘만 하면 복권할수 있거든.. 정말 그의 계획대로 풀려주기만 한다면.... 그는 중원정벌을 내심 원하고 있다. 그때 중원에서 죽도록 고생하고 겪은 것이 새삼 가슴에 사무침으로 남아 있는 거지. 하지만 지금 당장 건무의 편에 서서 온건을 주장한 것도 복권을 위한 욕심 탓이다. 어쩌겠는가..... 그도 인간이다. 게다가 권력욕이 많고 야심도 많은 남자...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복권만 된다면 다시 문덕님께로 돌아갈 것이다. 복권을 해야 그의 입지도 단단해지고 권력도 쥘수 있다. 그리고 자식된 도리라는게 있으니까.....그는 그만 둘 수도 그만 둘 생각도 없다. 저번에도 말한바 있지만... 이건 얼마든지 말해도 괜찮을 문제야.. 솔직히 그는 여기에 6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투자했으니까.. 고로..지금 소문의 나이는...스물 여섯이란 말이 되어버리는 군... 이렇게 말하니까....또 소문이 새롭게 보이잖아.. 처음 봤을 때 그 혈기 왕성하던 모습(물론 지금도지지 않을 만큼 왕성하다만)...풋내음 나던 그 모양이 이젠 꽤나 원숙해져 있다. .....허거뤼.... 그러고 보니 ..난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았잖아? 외견상...사실 속으로야 나이를 먹은 건지도 모르구.. 어억.. 근데.. 여기와서 육년이나 난 내 전생을 못봤잖아... ...본래의 목적 상실이야.. 어쩌다 참..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후우...." "왜그러지?" 내 한숨에 소문이 날 돌아본다. "응? ..아니... 아냐.." 소문은 날 보더니 가만히 손을 뻗어 내 팔을 잡는다. "말해봐. 뭔가 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거냐 나 모르게..?" 소문의 눈이 다정하다. 음...정말 ..별로 할말은 없는데.. "그냥 ..당신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데.. 난 원래의 내 목적조차 잊어버린채 살아가고 있었다는게 ..자각되서." 그렇게 말하며 난 눈을 내리깔았다. "그렇게 생각지 말거라. 네 목표는 내가 찾아주마. 아직은 내가 너무나 바빠 너를 세심히 신경써줄 틈이 없지만 조금만 견디면 너의 일도 돌봐주마." 난 피식 웃었다. 넌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뭔지나 알고 그런 소리 하는거야? 내 목적이 이뤄지면 난 돌아가 버릴지도 모르는데.. ..하긴 ..그럴리도 없겠지만.... "그래.. 알았어. 근데 지보는 왜 안오는거야? 보고 올께." 그렇게 빙긋이 웃어주며 난 그의 집무실을 나왔다. 문 옆의 벽에 기대어 서서 또다시 작은 숨을 내쉬었다. "휴우.." 뭔가.. 흐지부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인걸....왜..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걸까.. 모든 미래를 다 아는 내가.... 알게 될 내가.... 대체 왜 소문의 곁에 존재하게 된 걸까..그를 사랑하고 사랑하게 만든 걸까....? 아무리 던져봐도 나오지 않는 질문..... 과연 이렇게 내가.. 계속 이곳에서 살수 있을까..? 소문과 같이... 내 몸은 ... "크윽?!!"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전신을 파고든다. 난 고통을 견디다 못해 몸을 숙였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가다듬자.. 어느샌가 고통은 사그라져 들어버렸다. ".........?" 대..체.. 무엇이었지....? 이 고통은.... "매향! 왜 나와있는 거냐?" 누군가 내 몸을 툭하고 건들어 흠칫 고개를 들자 ...지보의 통통한 얼굴이 보인다. "어.. 아니 ..너 안오는가 해서.." 난 어색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어서 들어가자. 자료를 찾아왔으니까." 지보가 가볍게 어깨를 감싸며 문을 열었다. "틀림없이 부소의 농간에 휘말려 들어간 겁니다. 숙부인 연휘만 대인은 무고한 모함에 대역모의 주모자로 처형되었고 그 때문에 연씨가는 쑥대밭이 된 것입니다. 무고하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 드러나 있습니다. 우선 ..이것을 보십시오." 지보는 두장의 서찰을 소문앞에 내민다. "그 두장의 서찰을 비교해 보십시오. 그중 한 장은 서돌궐의 족장이 보낸 국서입니다. 그리고 또 한 장은 그가 연휘만 대인에게 보냈다는 밀서입니다." "같은 수적이군." "같아 보이지만 좀더 자세히 관찰하면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글씨체 뿐만 아니라...그 족장의 인장까지도.." 내 눈으로 보아도 인장이 다르다.... 이런 사기극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걸로 모두들 속아서 반역으로 간주해 버린거지? 권력의 힘인 것인가....? 그 외에도 지보가 보여준 국서에 찍힌 인장은 다 같은 것이었지만 소문의 숙부에게 보내온 것만은 그 인장이..달랐다.....글씨체도.... "으음..." "그것이 증거입니다. 어떻게 족장의 인장이 달라질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것이야말로 위조된 가짜라는 것의 명백한 증거이죠. 증거는 그것말고도 또 있습니다." 지보가 보여주는 증거들은 하나같이 감쪽같이 조작된 것들이어서 보는 나도 치가 떨렸다. 이런 것들로 둘러싸였던 그분이 어떻게 무죄를 호소할 수 있었겠는가.... 밀서의 내용은 연휘만이 부소의 무리를 제거하기 위해 무력으로 거사를 일으킨다면 10만의 대군을 빌려주겠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지보의 기록을 모두 보고 난 소문의 안면근육이 꿈틀댄다... 빌어..먹을...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게 한 사람을 아니..한 가문을 궁지로 몰아넣을 궁리를 했단 말인가... "이 정도면 됐어.. 조금만 더...기다리자..." 소문은 감정을 억제하며 비장하게 복수를 다짐했다... ..나조차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웃기지도 않는 위서가....한 가문을 멸족시켜 버리다니.... "놈을 잡아들였습니다." 흑벌무가 작은 목소리로 보고올렸다. 소문과 나는 아무런 말없이 '그' 가 갇혀있는 곳으로 향했다. 의자에 묶인 채로 넋을 잃은 듯 앉아있는 자는 정적이었다. 소문의 명으로 그를 포박한 것이다. "고개를 들어라." 그의 고개가 들려졌다. "여기가 어딘 줄 알겠느냐?" "............" 묵비권 행사라도 하듯 정적은 아무런 말이 없다. "왜 말을 못하는가?" "............"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 ".......알고..있소."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겠지?" "알고 있소." "왜 잡아들였는지 그것도 알고 있겠군?" "그것만은 모르오." "그래...?" "무엇 때문에 지나가던 행인을 이렇게 강제로 잡아 가두는 것이오. 이런 행패를 부리는 이유를 모르겠소." 잡아떼는 솜씨가 프로급인걸.. 부소가 그렇게 시키던? "...지금 어디를 가던 중이었나?" "검산성을 가기 위해 서문 쪽으로 가던 길이었소이다." "처음부터 수작을 하는군. 후려쳐라. 바른 말이 나오겠지.?" 소문은 싸늘하게 명했다. 그러자 몽둥이를 들고 있던 군졸들이 달려들어 매질을 시작한다. "아악!! 악!!" 퍽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나오고 씨알도 먹히지 않을 염불을 읊던 그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몸을 뒤튼다. "그만 쳐라. 정적. 순순히 말을 해야 한다. 거짓을 고하거나 숨기는게 있을시엔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선량한 탁발승을 붙잡아 이렇게 매질을 하오?" "선량하지 못하니 그렇지. 어디를 가려던 것이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뻔한 짓 집어치우고 어서 말해!!" 그는 서슬퍼런 내 기세에 깜짝 놀라 날 쳐다보았다. 니가 보면 어쩔 건데? "............." "말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소문이 다시 군졸을 부르려 하자 그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을지 장군 댁을 잠깐 들리려고 했소." 꼭 맞아야 바른데로 말을 한다니까... 쳇.. 내 동생들은 저렇게 교육시키지 말아야겠어. "들리려고 한 이유는?" 소문은 그에게 다가들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또 ..묵비권의 행사인가... 그를 대신해 내가 조용히 명을 내렸다. "불화로를 가져와라." 숯불이 활짝 피워진 불화로가 등장하자 정적은 잔뜩 긴장하는 듯 했다. "이자의 옷을 벗기고 매달아라." 정적의 가사가 찢겨 나가고 그의 몸뚱이는 알몸이 되어 들보에 매달렸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속에서 한껏 달궈진 불인두를 꺼내 소문은 정적에게 다시 다가섰다. "다 알고 묻는 것이다. 누구의 밀명을 받고 찾아가던 중이었느냐. 말하지 않는다면 ......네 눈은 이것에 불타 없어질 것이다." 나 또한 최대로 잔혹한 얼굴을 한 채 그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내가 눈을 돌린다는 것은 커다란 수치이다. 소문에게 ..또 나에게. "아아악!!!" 몇 시간의 긴 신문 끝에 그는 모든 것을 실토해냈고.. 우리의 예상은 모두 들어맞았다. 단 그때 속았던 문서의 내용은 사실..부기원의 저택에서 발송되면 가륵의 집으로 모이라는 지들께나 머리 쓴 작전이었다....제길. 그리고 ..문덕 님은 그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셨다. 그분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그런 대사에는 전혀 관여할 의사가 없다고...굳건히 밝히셨다는 말이 날 최초로 만족시켜 주었다. 역시 그분은 강직한 분이셔.. 그건 그렇고.. 정적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굵직굵직한 사건과 인물들이 쉴새없이 거론되었다. 그의 자백을 들으며 우리는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그 피바람이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갖춰졌다.. 막을 올리기만 하면 그동안 고대하고 준비해온 복수와 복권의 연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전생2부-25 "제명이오. 부기원 대인은 오라를 받으시오!!" 우렁찬 소리가 퍼져나가고 부기원은 어떠한 저항할 틈도 없이 오랏줄에 묶이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짓들이냐!!" 부기원과 그의 아들인 듯 보이는 남자가 불호령을 내렸지만 그 마저도 끌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저놈도 묶어라!" "웬 놈들이냐!!" "우태 부기원 대인을 구인하라시는 제명을 받들고 나온 어영전군 기총 흑벌무요. 제명이니 어서 오라를 받으시오!" "어영장군 기총 ..흑벌무?" 뭔가 집히는게 있는 가 보다.. 흑벌무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지.. "징패를 보여라." 징패를 내보이자 부기원은 순순히 말을 따른다. 구속영장이 있는데 지가 어쩔거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오라는 풀어라. 그냥 가겠다." "좋소. 수레에 오르시오." 흑벌무가 말하자 그는 수레에 올랐다. 어둠속을 뚫고 수레는 어영전군의 군영으로 향했다. "아니.. 제명이면 형부가 있는 안학궁으로 가야지.. 어디로 가는겐가?" 그가 이상한 듯 일어서서 물었다. "앉아 계시지요. 전군 군영입니다." 내가 나서서 그를 눌러 앉혔다. 어영전군 군영의 옥뢰안에는 벌써 20여명의 사람들이 잡혀 와 있었다. 거의다 정적의 실토로 인해 잡혀온 사람들인 것이다. 모두 노대신..皐렝막?굵직굵직한 인물들이다. 일단은 연행해서 구금이 끝나자 감옥안에 있던 사들?군영의 후원 조련장으로 모두 끌려나왔다. 그곳엔 사극에서 본 것처럼 횃불이 타올라 환히 밝혀지고 있었고 형구도 준비되어 있었다. 잡혀들어온 자들 가운데엔 부소와 부기원 가륵등 쟁쟁한 인물들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소문으로선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윽고 장수 하나가 나타났다. 은색 전포에 허리엔 다섯 개의 패검을 찬 사내.. 전군대장 연개소문... 그 눈동자는 싸늘하게 빛나며 잡혀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노려보고 있었다. "대사 정적을 끌어내오라." 명령을 받은 군졸들이 묶인 정적을 끌어내왔다. 그가 무릎이 꿇려 앉혀지자 소문이 드디어 언성을 높인다. "이렇게 심야에 놀라움을 주며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셔오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소. 이제부터 내 앞에 있는 이자가 그 이유를 낱낱이 얘기해 줄 것이오. 잘 들어주기 바라오." 그는 말을 마치고 정적의 귓가에 작게 이야기 했다. 숨김없이 이야기 하라는 거겠지 아마. 정적의 표정이 침통하기 그지 없군.. 지가 저런 배신을 때려야 하니깐.. 표정이 거의 죽을 상이야... "뭐하는게요! 어서 이야기를 하라니까!" 소문의 위협적 어조가 정적의 머리위로 떨어지자 그는 겨우 입을 연다. 그 표정은 비굴함과 공포..그리고 죄의식같은 것은 뒤범벅되어 있었다. "소승은 우태 부기원 대인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관계로.." 뒷 내용은 아주 길었다. 뭐 대강 자기네들은 왕이 쇠약해져 위태로우므로 신제를 옹립해 놔야 한다구 생각했구..정실 핏줄인 창성황자가 보위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구..지들 쪽 인간들은 모두 그 의견에 일치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 뭐 군내에서 지지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느니 문덕님을 끌어들이려 했다느니..구구절절 길게도 풀어놓다가 말을 맺었다. 그런데 ..이것 가관인걸...? 정적의 말이 이어질 수록 저 양반들 낯짝 가죽 좀 보게.. 소문이 미리 각본까지 짜주긴 했지만 워낙 정적의 말은 논리정연했고 치부를 훤히 드러내 놓은 터라 흙빛으로 변할 수 밖엔 없었겠지만...........점점 푸르딩딩해져 가니 정말 우습구만... 이일로 인해 연루된 사람은 30명으로 불어났다. 소문은 될 수 있는한 조용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 나갔다. 이틀동안의 신문으로 모든 혐의를 시인케 만들고.........솔직히 이들이 지금 한 행위는 대역모의죄나 다름없었기에.........사문록을 작성해 모든 것을 끝내 버렸다. 결국 이렇게 해서 이 사건은 해결이 된 것이다. 물론 겉 껍질만.... 이들을 형부로 압송하기 전에 그 사건도 캐내야 한다.. 소문은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놓은 듯 그들을 따로 역류시켜 하나하나 다시 불러내었다. "형님, 기회는 지금 뿐입니다. 부소를 족쳐서 그 사실을 캐내십시오. 연씨가의 멸문이유를 속속들이 밝혀내야만 연휘만 대인의 무고함이 밝혀지고 복권의 길이 열립니다." 지보가 다가서면서 꺼낸 말이었다. "그렇잖아도 그러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옆 얼굴을 올려다보니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그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발붙일 땅이 없어 중원땅까지 쫓겨가 사경을 헤매다 조국으로 돌아와 이제 겨우 기반을 굳히고 일어섰는데.. 가문의 비밀이 탄로날까봐 얼머나 애를 졸였는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수였다. 보지 않아도.... 그의 가슴이 적개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음은 충분히 알고 있다. 난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냉정을 되찾도록.. 흑벌무가 부소를 끌고 사문실로 들어왔다. 이제 나이 70..왜소한 체구의 남자였지만 눈빛만은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략을 겸비한 책략가...20여년동안 고구려의 대권을 쥐고 마음대로 흔든 거물.. "부소!" "........" 소문의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이런.. 냉정을 찾으라구....소문... 이런 상황에 냉정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곤 있지만........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보라." "........." "내가 누구인가?" 부소는 이미 어떠한 박해가 와도 견뎌내겠다는 각오라도 선 것인지 태연했다. 하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그의 턱수염이 미미하게 떨리는것까지 감출수는 없었다. "내가 누구인가를 말하라!!" 소문의 음성이 쩌렁쩌렁 터져나왔다. ".....연개소문이다." "내 성씨가 무엇이지?" "연씨..다.." "오부 귀족중에 연씨는 어디에 속하나......?" "동부에 속한다." 서서히 그 대답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지금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어느 귀족에 속하지?" "도,동부..귀족에.." "내 조부가 누구인가?" "......" 왜 말을 못 하는가. 대고려의 국상이시던 연자유 대인의 이름을 .....그새 잊었는가? 내 부친은 누구인가." ".....연태조...대인.." 이미 부소의 목소리는 잔뜩 메여 잘 나오지 않는다. 보통의 늙은 노인을 이렇게 다루는걸 보면 불쌍한 느낌이나 들었지 ..이 부소란 인간은 구석구석이 썩지 않은 곳이 없는 인간이라 내 눈길로 싸늘하기 짝이 없다. 부소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한다. "부소. 똑똑히 알아두라. 당신의 모함에 내 가족은 멸문을 당했으나 나 연태조 대인의 아들 연개소문은 노비의 손에 의해 겨우 목숨을 건졌고 이렇게 당신 앞에 다시 나타났다." 멸문을 당한 연씨가의 적자가 나타났다는 것..그리고 그자가 자신을 심문하고 있게 될 줄이야 그가 꿈에라도 상상했을까....? 그 옛 사실을 이제 와서 들추어내 이젠 자신이 도로 당하게 될 줄....그는 정말 몰랐으리라.... 소문은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하나하나 추궁해 나갔다. 사건의 내용은 대강 이러한 것이었다. 소문의 부친인 연태조 대인은 동부대인으로써 조부의 권한을 받아 대대로가 되었다. 수상이 된 연대인은 10여년간 국사를 맡으며 독재자로 군림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서거해 버렸다. 와병중에 서거한 것이라 병사로 알려지고 부소가 수상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연태조의 죽음은 단순한 병사가 아니라 부소쪽 무리에 의한 독살이라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요동 성주이던 연태조의 아우인 연휘만이 조사를 시작했고.. 이상하게도 얼마 시간이 지나자 그가 대역 모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잡혀들어가게 되었다. 그가 금상을 몰아내고 제의 아우인 원양을 신제로 옹립하기 위해 밀의를 했고 (..난 사실은 잘 모를 말이었지만.)돌궐 족장 계율가한과 비밀리에 서찰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연휘만은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부소는 그렇게 해서 잔존세력을 꺾어버리고 반대파마저 제거시킨뒤 전권을 장악하고 근 20여년을 최고 권력자로 자리를 보존한 것이다. 그리하여 ..연씨가의 저택은 쑥밭이 되고... 하지만 소문하구..그 동생 연..정토라던가? 두 아이는 노복의 손에 의해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되어 비류산에 숨겨졌다는 ..긴 스토리였어.. 물론 지금 소문은 동생인 정토를 찾곤 있지만..도저히 자료가 부족해서 역부족이긴 해.. 난중되면 자동적으로 만나게 되니.. 난 그부분은 입을 다물련다.. 어쨌든 시급한건 이 부소가 연휘만 사건이 완전 조작이란걸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냐이니까.. 부소는 역시 늙은 여우답게 끝까지 버티다가 그 돌궐 족장이 보냈다는 위조문서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창백해져 버렸다. 아마 그 밀서가 아직까지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거겠지. 그 유일한 그리고 가장 강력한 증거를 보이자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하고도 아주 계획적인 조작 역모사건이었다. 소문은 집순을 시켜 부소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토록 했고 수결을 놓았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캐낼 것은 정말로 연태조를 그가 독살했는가였다. 하지만 부소는 독살만은 모른다고 잡아떼었다. 빌어먹을 것이 사건이 일어난지 넘 오래되어서 그때의 대신들이 죽거나 패가 갈리어 버려....다시 처음부터 조사해 나가야 한다는 악조건이 따라오는 것이다. "그만하면 됐습니다. 무고하게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죽었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부소와 그의 식솔들은 이땅에 발을 붙일수 없을 겁니다. 독살여부를 이 기회에 밝히는 것도 좋지만 그럴려면 사단이 더 복잡해 집니다. 건무원수는 그런걸 바라지 않았습니다." 지보의 충고.. 하긴 ..이넘들 잡아들이기 전에 건무가 조용히 처리하라고 그랬지.... "좋아. 연루자를 모두 안학궁의 형부로 압송하라." 소문은 일단 모든 조사를 끝내고 이 사건을 정식으로 형부에 이관해 버렸다. 지금 이 시각에 건무는 안학궁 어전에 부복하여 대역사건의 밀의가 있었다는 것과 그 관련자료를 임금께 계품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다 죽어가는 왕이 들어봤자 별 말 있겠느냐 만은 그 옆에 보좌한 황후가 난리겠지... 잘 해내라 건무.... 꼭 사형언도를 받아내 와~ 모든 것은 하룻밤만에 종결 되어 버렸다. 밤은 숨쉴틈없이 바쁘게 지나가고 다음날이 되자 치죄 국문이 벌어졌다. 이제껏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시 시인하는 것이다. 부소나 그 식솔들은 모두 죄에 따라 형벌이 내려졌다. 그런데.....부소와 부기원에게..유배령이 떨어졌다. 뭐라는 거야? 그가 그동안 나라에 세운 공헌이 있대나 뭐라나... 헛소리 하고 자빠졌네.. 대충 그렇게 형벌이 내려지고 마무리가 될려는 때... 잠자코 앉아있던 소문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건무 원수께 소장,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오?" "모역 사단의 치죄는 끝났습니다.....하지만 아직도 부소 대인의 여죄가 남아있습니다." "여죄..? 여죄가 또 있소?" "그렇습니다." 모든 대신들의 눈동자가 소문에게로 집중되었다. 소문의 눈동자는 나에게로 향했다. 그리곤 다시 부소에게로 돌아갔다. ............아마도 유배령은 사형으로 바뀌게 되겠지..... 전생2부-26 "여죄라.. 말해보시오." "송구스럽습니다." 소문은 한 발 더 나섰다. 침묵을 지키며 잠시동안 부소 일당을 노려보다 그는 입을 열었다. 문무 백관의 시선이 모두 그의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소장의 신상에 관한 문제를 밝히고자 합니다. 소장의 이름은 연개소문입니 다. 따라서 소장의 성은 연씨입니다. 새삼스레 들춰낼 필요없이 소장의 조부는 선제 양원제 를 보필하여 막리지를 지내신 연자유 대인이며 소장의 부친은 평원제의 성은을 입어 막리지 를 지낸 연태조 대인입니다. 안이 갑자기 술렁거린다. 그럴 만도 하지. 소문의 내력이 그렇다는건 아무도 몰랐을 테니깐 말야. 충격적인 발설이었을 것이야.. "아니.. 멸문을 당한 연씨가에서 ..그것도 연태조 대인의 아들이 살아있다니..?" "그것이 연개소문이었다고? 어찌 된 일인가?" "어떻게 해서 역신의 후예가.." 이런 소리들이 장내에서 술렁거리며 파도를 타고 일어난다. 그러자 잠깐 말을 끊고 서 있던 소문은 이 정도의 파문 따윈 예상했다는 듯 약간 언성을 높 였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증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패검을 꺼낸다. 그것은 그가 비류산을 떠나올 때 스승 마휴로부터 받은 패검이었다. 저것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이 패도는 연씨가문의 징표가 새겨진 보검입니다. 그래도 믿지 못하시겠다면 숙부 연휘만 대인의 대역 사건을 날조하여 연씨가를 몰락시킨 전 막리지 부소 대인에게 직접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또한번 경악의 표정이 떠오른다. 이미 지나가 버린 그 옛 사실을 들추어 날조라고 폭로하다니... "그것이 날조된 사건이었다는 것은 이제부터 하나하나 증거를 들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 을 헤치는 이유역시 당연합니다. 치욕스레 멸문을 당한 채 받아온 수모가 너무도 견딜수 없 었기에 연씨가의 적자로서 이 기회에 다시 가문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나선 것입니다." 소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집요하고 철저하게 연휘만 사건이 어떻게 날조되었는가를 그 동안 조사해온 기록과 증거물을 제시하여 따져 들었다. 그럼에 아무리 노회한 부소라 해도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하고 모든 문무 백관앞에서 날 조된 것이었고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시인하고 말았다. 속이 다 시원한 결과였다. 그가 무너져 내리는 것 그것은 소문과 나..모두가 이를 갈며 기다려 온 결과였다. 이렇게 되어버리자 그를 동정해 주던 무리마저 부소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저런 사람을 보고 있으니 인과응보라는 말이 떠오르는군. 뭐가 뭐든 자기가 뿌린대로 돌아오는 거라구. 부소와 부기원이 처형되는건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졌고 그 가문의 전 재산이 몰수되었으며 a 모든 것이 풍지박산 나버렸다. 그리고 부소의 당여로 보이는 벼슬아치들도 쫓겨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전광석화처럼 해치워 버린 일이라 모두들 조금은 아연해 하는 듯 했지만.. 뭐 우리는 이제 축배나 들어야 하겠군. 저 눈엣가시 같던 부소를 해치워 버렸으니.......근데..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 나쁜 넘 같잖 아.. 쳇. 이 날 밤 집에 돌아와서도 소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축배를 열자고 시끄럽게 굴어대는 벌무를 밀어내고 난 그를 조용히 있게 내버려두었다.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울고 있을 지도 모르지.. 가문의 복귀를 이뤄냈다는 그 감격에 말이야.. 이튿날엔 소문의 복귀가 결정되었다. 숙부인 연휘만에게는 우태의 벼슬이 다시 내려지고 소 문은 동부 귀족의 대가로 인정 받게 된 것이다. 이로써 소문은 칠년간의 기나긴 한을 풀고 어쩌면 ...막리지로 중용될 수 있는 대가의 직을 되찾게 된 것이다. 정말..........잘 된 것이지.. 잘 된 것이야. 전 보다도 더 커다란 권력과 부귀를 손아귀에 넣게 되었다. 이제 소문은 무섭게 성장해 나가겠다. 이 조정안에서.. "형님 정말 꿈만 같구려!!!" 두 아우.. 흑벌무와 지보는 감격해 어쩔 줄을 몰라한다. 사실 어제부터 축하잔치를 벌이자고 난리치던 흑벌무는 더 흥분해서 난리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소. 어서 잔치를 벌입시다. 얼마나 기다리던 오늘이오? 이제 부러운게 없 소이다. 오부 귀족 중의 그 대표인 5대가중의 한분이 된게요. 이제부터는 탄탄 대로로 나서 게 된거란 말입니다!" 지보가 흥분하여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뱉어냈다. 그의 흥분만큼이나 커다란 규모는 아니었지만 조촐한 잔치가 이날밤 벌어졌다. 원래같으면 복권 축하를 위해 거창한 잔치를 벌여야 하지만 뒤로 미루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만 모여서 축하키로 한 것이다. "어딘가에 살아있을 내 아우 정토가 오늘 밤 이 기쁨을 나누지 못하는게 한이 될 뿐이다." 소문은 기뻐하면서도 약간 눈시울을 붉혔다. "걱정말라구. 언젠가는 찾게 될 테니까." 난 그의 잔에 술을 따르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그 술을 단숨에 받아 들이켰다. "그래. 네 말이라면 믿고 있으마. 너도 고생이 많았지?" "그럼. 당연하지. 이제부턴 잘 하라구!!" 내가 씨익 웃으며 그에게 잘난척을 해대는데 지보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형님. 이왕이면 거창한 자축연을 엽시다. 흩어져 버린 연씨가문 사람들도 모으고 잃었던 가 문의 영광을 되찾았으니 그 기쁨을 조상님들과 백성 상하에 알려야 할 것 아니오?" 역시나 ..흑벌무.. 그는 그렇게 주장을 해왔다. 지보도 찬성인 듯 했고..나두 그다지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소문은 묵묵히 술만 을 들이키며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지금은 안됀다." "안 되다니..그게 무슨 말이오?" "시기상조야. 물론 나도 지금까지의 치욕과 수모를 생각한다면야 너의 말이 부족하리만큼 거창한 축하잔치를 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야." "아까부터 시기, 시기하며 말하는데 무슨 시기가 않 좋다는 거요?"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그동안 내 자신이 얼마나 실덕을 했는지 생각해 봤나?" 소문의 말은 날카로웠다. "무엇이 실덕이란 말이오..?" 흑벌무의 물음에 소문은 내가 예상하던 답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그는 저번에도 그와 내가 싸우게 되었던 계기인... 백성들의 인심을 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사들을 혹독히 훈련시켜 원성이 자자한데다 그 안에서의 과감한 수술을 단행해 군중에게 공포스런 이미지만을 심어놓은 것이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쳐도... 그 다음이 문제다." "을지문덕님의 반편에 섰다는 거겠지." 내가 나직히 중얼거리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그래. 맞다. 건무 왕제의 편에 서서 중원 정벌을 반대한 것이 가장 큰 실덕의 원인이지." 소문이 수긍하며 말을 덧 붙였다. 그런걸 잘 알면서도 소문이 왕제 건무의 편에 선 것은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함이었음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가 복귀하기 전에 그의 위치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물론 겉표면으로 보면 꽤 높은 위치였지만 조정에서 내노라하는 대신들을 상대하기는 역부 족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문덕 님의 편에 서서 정벌을 주장했다면 그는 이미 부소무리에 의해 희생되 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그는 한몸에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감수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소가 내 숙부를 처단할때처럼 치사한 누명을 씌우진 않았지만 일반 백성들의 눈에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야. 문제는 거기 있지. 그들은 더욱더 나를 무서워하고 비난하겠 지. 하지만 ..그것마저도 난 감수하겠다. 그건 바로 이번 기회에 복권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야. 그래..다행히도 꿈에도 그리던 복권을 해냈고..그걸 위해 모든 비난을 감수해 왔다. 그런데 그 욕망의 달성을 축하하기 위해 큰 잔치를 연다고 해봐라. 날 비난하던 사람들은 뭐라고 하겠는가.." 소문은 민심의 동향에 있어서 누구보다 민감한 사람이다. 일반 군중들..그들은 평소엔 어리석고 무지몽매한 사람들이지만 고구려 인구의 대부분을 차 지하는 그들을 우습게 보았다간 뒤통수를 얻어맞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소문은 결코 그들을 쉬이 보지 않았고...또 그들을 조심하려 애썼다.. 이제부터 그에게 시급한 일은.........민심을 얻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지보의 말처럼 탄탄대로로 나서게 되었다. 이제는 중원정벌을 주장하며 잃었던 위신과 덕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야." 모든 진통은 끝이 났다. 부소와 부기원의 일은 되도록 그 범위를 줄이고 신속하게 처리하였기에 그 후유증도 그리 크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일로 인해 벼슬아치들이나 백성 상하가 소문을 더욱 두려워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문도 그리 크게 개의친 않았다. 소문에게는 다시 동부에 대 저택을 하사받았지만 그는 그것을 거절했다. 흑벌무는 입주를 주장했으나 소문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차차 들어가도록 하자. 지금은 좋지 않아." 또 그는 동부대인이란 오부 귀족 중의 한 대표자로 복권되었기에 관복이나 행차..같은 것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근데도 그는 그에 따르지 않았다. 어영장군으로서의 관복에 만족한 것이다. 지보와 벌무가 불만을 표했지만 그는 뒷날을 기약하자고 말했다. 소문은 누구보다 자신감이 강하고 과시욕이 강한 남자다. 그런 그가 그런 화려한 것을 거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음.. 자꾸만 도드라져 보이면 오히려 더 관심의 대상이 되니까.. 그것을 피하려 하는 것이다. 그는 이튿날부터 흑벌무를 보내어 국사 신축을 독려하도록 했고 자신도 합장강 기슭의 전승 대탑 건축 현장에 독려관으로 나갔다. 인심을 얻기위한 첫 번째 계획의 시작이지..후후후후.. 참..전승대탑이 무엇인지..한번도 말한 적이 없구려.. 이런..... 벌써 반쯤은 세워진 이 거대한 탑은 고수전쟁때 희생된 수많은 무명 용병들을 기리는 탑이 었다. 이것은 나의 우상이자 모두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문덕님의 강력한 주장으로 건축되기 시작한건데.. 앞으로 한달 후 쯤이면 완공이 될 듯했다. 그리구..이것보다도 더욱 장엄하고 거대한 것은 흑벌무가 간 곳에서 세워지는 대전승탑이다. 그것은 30만 수병의 시신을 거둬 만든 무덤위에 세워지는 탑으로 이국의 산야를 방황하는 넋들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6개월 예정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건무가 이왕이면 영락제의 비보다 더욱 크게 만들자고 했지만 문덕님은 거절했다. 그 이유인 즉, 아직도 고구려는 그분의 대업을 이뤄내지 못 했다는 것이다. 중원정벌.. 바로 그것... 그것을 이루고 나서야 더욱 큰 비를 세워도 된다는 문덕님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전승탑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륙에 도전하는 고구려인들의 기상과 의지를 전국에 알림과 동 시에 주위의 모든 국가에 알리는 고구려의 야심찬 표시이기도 했다. 게다가 만 백성들의 가 슴에 불굴의 투지를 심게해 전승탑을 구심점으로 또다시 한 무리로 총집된 힘을 단합시켜 보겠다는 상징적인 뜻도 있다.. 여기까지가 소문의 길다란 설명이었다. 길고도 긴 설명이었지만 이렇게 잘 간추린 내가 내가 봐도 신기하군. 후후후후.. 아마 이 거대한 탑을 세우자고 주장하신 문덕님의 심중에도 깊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분의 의지로 세워지는 탑이니 온 백성들의 열렬한 환성을 받은 것도 당연지사였다. 인부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모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합장강 기슭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의지는 내 땀 한 방울이라도 경관에 떨어뜨려 자랑으로 삼자..인 듯.. 열렬했다.. 정말 문덕님의 인기는.. 지금의 웬만큼 유명한 스타가수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진 않다..후우~ 여기에 왜 소문이 직접 나왔는지..이제 알겠지? 후후후후후 +_+ 어쨌든 소문은 왕성수비군의 총대장이니까.. 이곳의 총책임자를 맡게 된 것이다. 소문과 나는 그곳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일했다. 태어나 이토록 열심히 일해본 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지 않았다. 무거운 돌 을 지어 나르면서도...실수로 다쳐서 피가 흘러내릴때도 아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문덕님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탓인가. 아니.. 어쩌면 소문을 위한다는 그런 생각이 내 속에 존재하고 있어서 일지도.. "연개소문이다.. 연개소문이 나왔다.." 처음엔 군중들도 수군거리며 두려움으로 그를 피했다. "이봐 소문! 이쪽 좀 봐줘!!" 피하는 그들에게 보란 듯이 난 그에게 소리를 질렀고 그덕에 내 주위의 사람들은 깜짝놀라 날 올려다 보았다. "그러지." 여전히 과묵하게 다가왔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고 ..또 관복을 벗어버리고 식사도 그들이 먹는 것을 먹었다. 총책임자라고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삽을 들고 땅을 파며 일한 것이다. 뭐..나두...조금 밥알이 까슬하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걸? 그리고.......그의 그런 노력탓인지.. 정말 재미있게도 그에 대한 말들이 조금씩 바뀌어가기 시 작했다. "전군 대장 연 장군이 우리와 함께 일을 하고 우리와 함께 식사를 한다." "과묵하고 외모가 날카로워서 그렇지 알고보면 따뜻한 사람이다.." 이런 루머(?)들이 퍼지지 뭐야.. 웬지 우스운걸. "아얏!!" 눈앞에서 작은 꼬마하나가 돌을 안은 채 넘어진다..이런....! "괜찮아? 그거 이리 줘. 이런..다치지 않았니?" 저런 어린아이가 이런 돌덩어리를 운반하다니..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쩌라구... 난 됐다고 말하는 아이에게서 돌을 빼앗아 들어 척척 들고 갔다. 이 정도 돌쯤이야 가뿐하지... 내 힘을 얕보지 말라구.. 이래뵈도 소문아래서...(-_-;;;)오랫동 안 단련된 몸이란 말야..제길..ㅜ,ㅜ ..........저..쪽에서 두어사람인가가 모여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그것도 날 보며.. 난 가지고 가던 돌을 가져다놓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내 욕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다시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하며 날 돌아보지 않았다.. 뭐야.. ? 점심시간이 되어 죽 한그릇을 받아들고(죽이라지만 꽤나 맛있는 죽이다..)자리에 가서 앉는 데 아까의 그 꼬마가 다가온다. "옆에 앉아도 되요..?" 꼬마는 조심스레 물었다. 쯧.. 아까 넘어져서인지 팔에 껍질이 벗겨져 있는 걸.. "그래 이리와서 앉아. 아프지 않니?" "괜찮아요." 아이는 씽긋이 웃었다. 얼굴과 옷은 약간 지저분했지만 웃음만은 더없이 맑은 아이었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려 하는걸? "매향 님 이시죠?" ".........?!" 요런 꼬마녀석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거지? 아이는 다시 쌩긋 웃었다.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매향 님의 이름을 알아요. 모두 매향 님을 좋아하는 걸요." ..무슨 소리지? 이건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암... "연개소문 장군님의 부인이신거 모두들 알고 있어요." ...........................결국 그랬던 건가....... 근데 왜 날 좋아한다는 건데..-_- "그..그래?" "예. 일도 서슴없이 도와주시고..높은 분이신게 분명한데 그런데도 조금도 이 거친 일을 꺼 려하지도 않잖아요. 매향 님 같은 분들은 저희같은 평민을 좋아하지 않는걸요." ..........그런건가.. 그럼 나도 소문에 대한 말이 좋아지는 데 한 몫을 한건가..? ...난 그저 그냥 ..그를 따라 일 한 것 뿐인데.. 이런 말이 퍼질 줄은 몰랐는걸.. 근데 왜 하필 부인이냐 그래.. "그리구 얼굴도 굉장히 예뻐요. 꼭 저희 누나 같아..... 아..아니예요.." 아이는 당황해서 입을 다문다. ..내 얼굴 이쁘단 소린..신물이 날 정도로 들어오긴 했지만(절대 잘난척이 아니라..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ㅜ.ㅜ)....그런데 내가 누나랑 닮았다구? 이런 말을 다른 남자가 했다면 그건 틀림없는 수작거리겠지만.. 이런 조그만 아이가 하는 말 이니 측은하기까지 하다. "내가 누나랑 닮았니?" 아이는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문채 고개만 흔들었다. "괜찮아. 말해도 괜찮으니까 말해봐. 내가 너희 누나랑 닮았어?" 그제서야 아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 입가에 작은 미소가 고인다. "누나는 집에 있어?" "아뇨.." "그럼 시집갔니?" 갑자기 꼬마의 얼굴이 씰룩댄다.. 어라..왜 이러지? "누나는.. 죽었어요.." "...뭐?" "저번 전쟁 때..죽었어요.." 기어코 아이는 눈물을 보이고 만다. 무어라..말해줘야 할까.. 이 어린것에게.... "..부모님은 살아 계시니?" 그 대목에서도 아이는 고개를 흔든다. "그럼..너 어떻게 살아온 거야?" "누나랑..둘이 살아왔는데.. 누나마저 날 보호하려다 수병의 창에 맞고 죽었어요.." 가슴이 아팠다.. 저번에.. 저번.. 수군의 양창을 습격할 때 죽어버린 160여명의 군사들을 떠올릴 때처럼..씁쓸 하게.. 가슴이 저며왔다. "지금은.. 어디서 살지?" "그냥.. 떠돌아 다녀요.. 여기서 점심을 주기에 와서 일하고 있구요." "그럼 여기 일이 끝나면 어디로 가니..? 갈 데는 ...정말 없어? 친척도?"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왜 이렇게 마음이 동할까...... 이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도저히 버리고 갈 수가 없다. 이 눈망울을 보고 나니 궁지에 몰려버린 것처럼 어디로도 갈 수 ..없어... 어쩌면 좋을까.......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 어쩌면 좋을까.. "뭐...?"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굳게 먹어야 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난 또박또박 말을 꺼냈다. "이 아일 데리고 가고 싶어." 소문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속으로는 더 굳어졌을 지도 모르지만...난 물러설 수 없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매향.. 그 아이는 누구고?" 아이는 ..아니 진이는 내 옆에 서서 소문을 바라보고 있다. 온갖 루머가 퍼지던 소문 앞에서도..(그 분위기 앞에서도)아이답게 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그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진(進)이라는 아이야. 나이는 이제 7살이고. 이번 전쟁 때 가족을 모두 잃었어." "매향.." 알아.. 소문. 뭘 말하려는지.. 그런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겨 줄 수 없다는 것. 우리가 챙겨줘야 될 의무도 책임도 없다는 것.. 하지만 ....하지만....... "...안 된다." "소문!" "안돼... 그건 안된다.. 지금 사정을 너도 잘 알고 있잖느냐.." "나도 알아.. 하지만.......소문!" 내가 애타게 소리쳐 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흔든다.. "내가 ..아니 우리가 돌봐주지 않으면 이 아인 굶어 죽을거야.. 아직 어리고 힘도 없단 말이 야.." "..........." 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 "소문!" "억지피우지 마!" 일순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소문.." "안 됀다면 안돼..그렇게 자꾸 받아주다가 고아원이라도 만들 생각인거야?" ".....어떻게 그런..." 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저렇게나 완강하게 나오다니.. 그냥 받아주면 어때서.. 이런 작은 아이하나 키우는 거..뭐그리 힘든다고.. "어차피 ..받아주면 너의 입지도 더 높아지는 거 아냐?" "뭐?" 소문의 눈가가 꿈틀거린다.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나도 알 수 없지만 멈춰지지 않는다. "어차피 너 공사장에 나와 뛰는 것도 네 인덕을 쌓기 위함......" 소매가 당겨진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계속 튀어나오던 말이 멈춰..졌다. "진아..?" 진이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흔든다. "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 두 분이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 모습을 보는게 얼마나 행복했는 데요.." ....말문이 닫힌다. 이런 아이가 ...나보다 낫다...... 오히려 우리를 더 걱정해 주다니.. "진아.." "저 괜찮아요. 돌아갈게요. 그렇지만 내일부터 다시 볼 수 있는 거죠?" ......공사장에서 말이냐.......? 내 대답도 보지 않은 채 아이는 걸어나간다. "잠깐 멈추거라." 순간 소문의 부름이 아이의 발걸음을 멈춘다. "..예?" 진은 조심스레 돌아서며 소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진이라고 합니다."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느냐?" 왜 ..저런 질문을 하는 걸까..소문은........ 그러나 진은 아무런 궁금증도 생겨나지 않는 듯 또랑또랑하게 대답했다. "예. 나아갈 진(進)자 인줄로 압니다." 소문은 진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런 따가운 시선에도 진은 조금도 눈을 피하지 않고 소문을 쳐다보았다. 저 어린 녀석이.. "좋아. 허락토록 하지. 단." 그 ..'단' 이란 대목에서 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내 아들로 들어오는 것이다." "뭐?!" "예?!" 우리 둘은 놀라움을 감출 길이 없어 입을 쩌억 벌렸다. 허나 소문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소문..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전생2부-28 "양자를 들였다고?" 얄밉게도 건무가 그렇게 물어왔다. "예, 그렇습니다." "호오.. 고아아이인가?" "그렇습니다. 허나 남달리 총명하고 범인의 티가 흐르는 아이였습니다." "그래.." 소문이 그런 벼락같은 선언을 한지...........며칠이 흘러버렸고.. 진은 명실상부한 소문의 아들로 연씨가에 들어왔다. 이름이 연진일거라고 생각지는 말자.. 웃기게도 남생이란 이름이 되었으니까. 진은 그냥 집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남았구말야. 드뎌 공사가 끝나는 날 건무는 제명으로 이날을 공휴일로 선포했다.. 소문과 같이 나가서 본 제막식은 웅대하고 장엄하기 그지 없었다. 거대한 대탑이 우뚝 서서 오색등을 나부끼며 창공을 찌를 듯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오랫만에 문덕님과 건무가 나란히 이 행사에 참가해 모든 백성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그 동안 소원해져 있었던 터라 그 환호는 더욱 컸었다. "와아.. 멋져요.." 내 옆에 얌전히 서 있던 진은 그 커다란 눈망울에 이 모든 것을 담고는 환성을 뱉어냈다. "음. 그래." 나도 작게 맞장구 쳐주며 정신없이 구경했다. 오늘은 축하행사와 같이 절차에 따른 공정 보고란게 있는 날이었다. 음 공정보고란거.. 그동안 어떻게..만들어지고 ..재료는 뭐가 쓰이고..대강 이런걸 발표하는 것 일 거야.. 아마.. 또.. 그동안 이 역사(力士)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표창장이 주어지는 날이기도 했다. 당연히 소문과 나도 표창을 받게 되었다. 물론 난 거부했지만. 지금 저 시상대에 오른 소문의 가슴은 누구보다 끓고 있으리라.. 이제까지와는 다른 민중들의 눈초리도 그러려니와 6년 전에 광개토 대제의 능비를 보며 다 짐했던 감격을 되새기고 있을 터이니.. 솔직히 나도 떠오르는데.. 이 거대한 탑을 보자니... 말이지. 뭐..어쨌든 잘 됬지.. 상두 받았구..민심도 그런대로 회복했으니 말야.. 집으로 돌아온 후 지보와 벌무가 곤드레 만드레가 되도록 술을 퍼마시다 제각기의 방으로 돌아간 후에도 소문은 술잔을 놓지 않았다. "계속 마실거야?" 밤이 이슥해져 편안한 가운으로 갈아입은 내가 그렇게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문..?" 그는 말없이 옥주전자를 들어 술을 따르기만 할 뿐이다.. 표정이 어둡다........ "왜 그래?" 여전히 그의 입은 떨어지지 않고.. 왜 ...저러는 거야..? 또 술이 따라진다. 젠장.. 진짜 저게.. "왜 그래 대체!!" 주전자를 낚아채며 그에게 나지막하게 소리를 치자 그제서야 그는 날 올려다 보았다. "왜그러는데..? 응? 무슨 일이야? 술만 퍼마시지 말구..말을..." 미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내 손을 와락 잡아 당겼다. "앗.. 소문.." 이런.. 엉거주춤한 자세라니.... 무릎을 꿇은 채로 소문의 품에 안긴 꼴이 되었잖아.. "뭐하는 거야... " 벗어나려 해 보았지만 그의 두꺼운 팔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말 ..왜 이런다지? "으음.." 다만 그는 아무말 없이 깊은 신음만을 토해냈다. ......내가 알지 못할 걱정이라도 있는 건가..? 뭐지....... 그..것은......... "왜그러는데.. 뭐 괴로운 일이라도 있어..?" 살짝 그의 팔을 들어올리자 의외로 순순히 그는 팔을 풀어준다. 그러나 그에게서 도망치지는 않고 그 곁에 기대어 섰다. 짙은 수심이 서린 얼굴.. 설마 .. 소문... "문덕님 때문이야?" 그의 표정에 작은 놀라움이 스치는 것을 난 놓치지 않았다. ".... 뭘 걱정해.. 그분이 널 나쁜 넘으로 볼까봐?" "........" 끝내 그는 말이 없다. "신경쓰지마. 소문. 그 분은 그런 분이 아니니까... 자신의 의견을 반대했던 너라도 원래 너의 뜻이 그러한게 아니었다는 걸 알면 웃어주실 분이야." "...매향.. 한 가지는 맞았으되... 한 가지는 틀렸구나." 영 흘러나오지 않을 말문이 드디어 트였다. 그런데.. 한가지가 틀렸다구? "... 말을 해줘야 알지." 나직한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이자 그는 표정에서 수심을 지우고 온유한 웃음을 띄운다. "말을 해줘야 한..다..고.. 언제나 내 마음속 저 깊은 곳 까지 꿰뚫어 보던 네가." 흐음.. 조금 뜨끔하군. 하지만 ..사실인 걸..이젠 네가 말해주지 않음 네 그 일만리는 되는 것 같은 속을 모르겠다구. "쳇. 나두 인간인데.. 어떻게 다 알아?" "날 지켜주러 온 선인이라 하지 않았나?" .............-_- "젠장.. 놔.. 딴에는 위로해주려고 했더니.." 화가 난 내가 그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치자 오히려 그는 내 허리를 꼭 감싸안는다. "놓으라니깐!" 잔뜩 화를 내주기 위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느 사이엔가 소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 ".... 뭐야..또 이 수작은 ..." "수작이라니. 너무 하는군." 그가 정색을 한다. 하지만 그늘져 있던 수심은...아까의 웃음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럼 수작 아냐? 뭔가 걱정이 있는 듯 날 곁으로 오게 하더니.. 안고.. 이렇게 얼굴을 디미는 게 수작이지.." 그가 다시 풋하고 웃었다. 흐음.. 그래 역시 넌 웃는 게 나아..소문. 그가 웃음을 머금은 채 조용히 말한다. "오늘 같이 자겠느냐?" .......꽤나 단도직입적으로 묻네.. "언제는 같이 안 잤나.. 내 참.." 허리를 감은 그의 손에 힘이 실린다. 나의 가슴이 그의 얼굴에 가까이 닿아 그 숨결이 느껴지게 만든다. "심통 맞은 녀석." 작은 웃음이 흘러나올 것 같다. 그에게서 예전 같은 느끼함을 찾아 볼 수가 없어서이다. 나이가 든건가??? 이제 겨우 스물 여섯주제에.... 그 왕 느끼는 어디로 가버린 건가... 난 그를 조금 밀어내고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자.. 어린 아이에게 주는 키스. 나쁜 짓은 고만 하고 자도록 해. 소문어린이." 그의 이마가 찌푸려진다. "지금 날 아이취급 하는 건가?" 흐흣.. 이럴 때 보면 소문도 귀여워.. 역사 속 위인을 보고 귀엽다고 하면 맞아 죽을 지도 모르지만.. "아냐 아냐.. 누가 전군대장 연개소문님을 아이취급.. 엇!" ..몸이 크게 휘청... 이어서 번쩍 들어올려진다.. 우웃.. 또 안겼잖아~!! "나 이런 것 싫어! 내 발로 걸어갈 테니 내려줘!" 그렇게 마구 소리쳐 보아도 소문은 꿈쩍도 않은채 침상으로 걸어간다. "내 부인을 침상으로 들고 가는게 뭐 어때서 그러지?" 부인.... "빌어먹을 ..누가 니 부인이야.." "그럼 아닌가?" ...........쳇.... 내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그는 만족한 듯 척척 걸어가 날 침상에 살짝 내려놓았다. "추워.." 사람의 열기가 없던 침상은 싸늘한 냉기를 방출해 ..난 가볍게 몸을 떨었다. "추우냐?" 헉.. 저녀석 ..벌써 윗 옷을 벗고 있잖아..! "그래 춥다 왜~!!" 신기에 가까운 속도로 옷을 벗어내린 그가 나에게 걸어 와 내 옆에 앉는다. "이 몸은 열기로 펄펄 끓는데 말야..." "쳇.. 그래서?!" "벗겨 주어야 겠느냐?" ...보아하니 ..정력만큼은 십대 때보다 더 한 것 같군.. "내가 벗을 거야!" 그의 손을 쳐내고 난 허리끈을 풀었다. 잠옷 대용이라 옷을 옷처럼 보이게 해 주는 건 허리에 맨 이 끈 뿐이다. 끈을 풀러 내리자 걸쳐 놓은 것이나 다름없던 옷이 흘러내린다. "아름다워.. 매향.." "듣기 싫어.. 그런 감탄사..." "훗.. 아직도 내 사랑이 부끄러운 것이냐?" "......" ..하마터면 그래..하고 말 할 뻔했다. 솔직히 부부사이라도..........부끄러움이 없어진다면 그게 부부냐.. 창녀와 남자의 관계지. "하아......" 그의 손이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도 ...싸늘히 식어있던 내 몸은 뜨겁게 달궈져 오른다. "예쁜 소리다.. 매향......" "시끄러........." ....말은 이렇게 던져 넣어도 ...난 소문을 원하고 있다. 제길.. 쓰기 부끄러운 말임에.. 여전하지만.... 그를 사랑하고 ..원한다는 건 ..그못지 않다. 어쩌면 내가 소문보다도 ...더 그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모르겠어... 내가 ...더.............. 가끔.. 가슴이 아프다... 그가 날 안아 줄 때마다.. 사랑한다고 속삭여 줄 때마다....... 뜨거운 열기를 내 안에서 토해 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또 두렵다....... 과연.... 언제까지... 나의 이런 짓이 용납 될 것인가........? 나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는 소문이 모든 걸 알게 되면...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든게.......이젠 나에게 책임이라는 무거운 댓가로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다.. 그의 손길이..............그의 키스...하나가 ..너무나 안타깝다.. 왜 ....이런 감정이 생겨버린 것일까......?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기엔......아직 이른 걸까........? 아직은 접어 둬도 될까.......... 그의 손길에 그냥 날 맡겨 둬도 될까.......... 소문...... 넌 알고 있어.....? 사실 알고 있는데 모른 척 해주는 거야? 훗...... 그럴 리 없지.... 그는 꿈에도 모를 거야......... 지금은... 그냥 당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야........... 지금 껏 소란하게 내부 분열을 보이던 고구려의 조정은 이번 전승탑의 건축으로 인해 고구려를 지켜야 한다는 구심점을 보이며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건무는 명실상부한 계승자로 인정을 받았다. 이제 건무를 반대 할 사람은 조정에 없었다. 그리고 짜증나는 양제 놈은 또 삼차 정벌을 일으킨단다. 정말 징한 놈이다. 틀림없이 그넘은 불안한 나라 안 사정을 전쟁으로 인해 눈을 돌려 보자는 속셈일 것이다. 아주 재수 없는 놈. 또 100만 대군이라지? 이번 묘의에서는 의견이 두 파로 나뉘어졌다. 한쪽은 싸우자..한쪽은 조금 더 신중한 결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신중하자 쪽인데.. 미쳤다고 그 백만 대군과 맞서겠어? 아무리 오랫동안 싸워와서 지쳐있고..그런 군대라 해도 수가 100만인데.. 고구려 군도 지쳤다구. 좀 쉬어야 하고.. 전쟁 물자도 마련해야 하는데.. 그걸 다 하다 보면 또 백성들만 죽어나는 거구.. 솔직히 내가 보기엔..... "가만히 놓아둬도 자진해서 물러갈 군대인데 맞서서 조그마한 피해라도 입을 이유는 없소이다. 어떻게 이 싸움을 피하느냐가 문제이지요." 그래..이거야. 누구야 ..이런 통쾌한 의견 말 한 사람..... 엇.. 문덕 님이군.. 역시.. 저 분.. "소장의 의견도 장군의 의견과 동일합니다." 소문도 나서서 그 의견을 도왔다. 이렇게 되자 건무만 제외하고 다른 조정대신들의 의견은 문덕 님께로 기울어져 가는 듯 했다. "하지만.....피할 방도가 없지 않소? 이미 침략군은 밀려 오고 있는데 밀려오기 전이라면 피할 방도라도 있겠으나..이미 일이 벌어졌는데....어떻게 피한단 말이오?" 답답한 얼굴로 건무가 반박을 한다. "으음.. 그 방법이 없어서 그걸 상론하기 위해 모인 것 아니겠소.." 하긴.. 이 부분에선 문덕 님도 뾰족한 수가 없으시나 보군.. 그럼 ..소문은..? 그의 눈이 살아있다. 뭔가.. 책략이 있는가 ..본데.. 흐음.. 어서 말해보라구.. 소문.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소문이 내 허리를 꾹 찌른다. 우욱.. 아퍼.. 이게 .. "서 있기 힘들지 않느냐?" 그가 나직하게 물어온다. "괘..괜찮아.." ...뭐 어젯 밤도 널 피할 순 없었지만... 이제 몇 분 서 있었다고.......괜찮아.. "그래.. "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잠시후 입을 열었다. "소장에게 계략이 있습니다만." "그 계략이 무엇이오?" 문덕 님이 물으면서 소문을 쳐다본다.. 오오..혹시 나 보시지 않으셨을 라나? ......하지만 나에겐 눈길을 주지 않으셨다.......... 못 ..보셨나.. "별로 특출한 계략은 아닙니다만.. 한가지 방도는 있습니다." "그게 뭐요?" "일단 양제의 침략군이 더이상 오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완벽한 수비태새를 갖추어야 하고 그런 뒤에 연전에 잡은 병부시랑 곡사정을 미끼로 강황 흥정을 벌이는 것입니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호오.. 정말 그런 수가 있었군.... 아참 ..곡사정이 누구냐면.. 저번 전쟁 때 양제의 부하이면서도 우리에게 투항해 온..배신자지. 그를 보면서 양제가 이를 부득부들 갈았다던데.. 만약 그가 미끼로 내걸린다면 어쩌면 양제가 주춤 할지도 ........... "우욱.......?!" 갑자기..전신이 찢어져라 아파온다........ 왜 ..이러지? "으윽...."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아 봤지만.. 고통은 참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필사적으로 고갤 들어 소문을 바라보자 그는 뒷말을 이어나가느라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쓰러지면 안된다.. 조용히 ..나가야 해.......... .......최대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회의장을 빠져나온후로도........ 잠시..............더 나는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왜 ..이러는 거야.....? 왜 가나.. 왜 가나.. 요동 땅을 왜 가나 추성 깊은 밤 뒹구는 호곡 소리는 임유관의 유령들.. 죽어서 돌아오면 황천이 여긴데.. 지금.. 양제의 군진영에서 들려오는 노래라 한다.. 척 들어보면.. 저쪽의 사기가 어떻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곡조도 처량하기 짝이 없고..애닳퍼서 절대로 사기가 충전된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 이런 노래가 퍼진 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저쪽의 패망을 예상시키는 것이지.. 그런데도 양제는 무모하게 3차 침략까지.........미친.. 소문이 내세운 계략..대로 고구려 군은 양제의 천막에 사자를 보냈고 그 서찰 속에다 곡사정 을 돌려 줄 터이니 물러가라고 써 넣었다. 이젠 양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것이 추후의 문제야... 사자로 간 양만춘이 ..잘 해내야 할 터인데.. 양제가 제발 아직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길 빌 뿐이다. 문덕님은 답서를 기다리기 위해 요동성으로 가셨다. 아마도 그분께서 전령을 띄우는 것을 기다려야 하겠지. "전령이 당도했습니다!" 초조하게 그 소식만을 기다리던 건무는 얼른 전령을 들게 했고 이윽고 들어온 전령은 ..꽤나 반가운 소식을 가져 왔다... 답신을 읽어 본 소문은 작은 고소를 머금었다. "흠.. 양제의 교만은 아직도 살아있군요... 병부시랑 곡사정을넘겨 주고 주상폐하 스스로 ...우 북평에 나와 사죄를 하라니.." "경은 어떻게 생각하오?" "양제의 고만과 허세를 충족시켜 주기로 하시지요." "그럼.. 다 받아 들이잔 말이오?" "그렇습니다. 곡사정을 압송해 주고 양제가 완전 철군을 해서 다시 군사를 중원으로 물리고 난 다음 우리 주상께서 직접 우북평으로 사죄하러 나가겠다고 하면 되는것입니다." "허나.. 주상께서 나가시지 않으면.. 철군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불가능합니다. 그 막대한 군사 70만이 움직이려면 ..드는 경비만 해도 엄청날 테니까요." "그도 그렇군." "그리고 ..지금 시급한 것은 비사성입니다. 수군 총관 내호아가 이끄는 15만 수병이 비사성 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이 말엔 모두들 긴장하는 듯 공기가 고조되었다. "내호아는 왜..왕성으로 오지 않고..그리로..?" "해상양도를 확실히 확보해 두자는 의미겠지요. 저번엔 저의 결사대에 의해 양창을 태워 버 리고 난 후 재해권을 빼앗겼지 않습니까? 그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함이지요." "그걸..어떻게 대비하면 되겠는가." 모두들 걱정스런 얼굴이었지만.. 소문만은 별로 두려울 것이 없다는 듯 뒷말을 술술 이어갔 다. 기분이 좋은 걸........ "내호아는 양제의 휘하 중 가장 충실한 부하 중 하나이며 이번만은 저번의 그 수치를 설욕 하기 위해서라도 단단히 결심을 하고 공격을 단행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별로 걱정할 필 요는 없습니다. 양제가 회군해 버린다면 그도 곧바로..철군을 할 테니까요. 내호아 혼자서 전 쟁을 할 수는 없을 것 아니겠습니까.." 명쾌한 대답이군. 그의 머리에선 어떻게 저런 생각들이 금방금방 튀어나오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그는...... 실로..무서운 지략가이겠지.....아마도... 훗.. 후자일 것 같군.. 그래서 그는 ....후에 뛰어난 천재 지략가이자 장군 연개소문으로 불리게 된 것이겠지..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 소문.. 난 ..그 곳에 나가보지 못했지만.. 지보나 벌무에게서 전해 듣기론 곡사정은 강제로 끌려 수나라로 압송되었고 우선 양제는 물 러나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영양제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출사해서 고구려의 씨를 말려 버리겠다고 말을 남겼다지 아마.. 쿡.. 정말 웃음이 나오는 대사가 아닐 수 없어.. 주제에............이제 곧 패망할 나라의 임금이면서 그런 허세에 허풍이라니.. 그 소식을 들으며 소문과 나는 동시에 그런 비웃음을 띠었다. -_-; 결국 양제는 철군을 했고..내호아만은 철군을 반대했지만 양제의 제명이었기에 어쩔수 없이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소문에게 또 하나 잘 된 점은 을지문덕님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지. 문덕 님도.. 처음에는 충실한 건무의 심복인줄 알았었지만 이제야 말로 소문을 새롭게 보시 게 된거야.. 곡사정을 이용한 전략덕분에 더욱 신임을 받게 되었고 말이지.. 아이고.. 그런데 난 언제쯤 문덕 님을 개인적으로 뵐 수 있으려나.. 한번 만나 뵙고 싶은데.. 흐음.. 그런데 문제는 몇 달 후에 생겨났어. 양제 녀석이 영양제가 사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자꾸 채근을 해 오는 것이라 구. 자신의 말대로 다시 징벌군을 일으키겠다나 뭐라나.. 벼엉신... 그걸 진짜로 알아듣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가 뭣하려고 네 넘에게 사죄를 하겠냐? 그것도 왕이 친히. 일단 네 넘을 돌아가게 하려는 계책이었지. 쯧.. 왕이 머리가 나쁘니까 아래 백성들만 고생 이군. 고구려가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자 그는 결국 다시 군을 징집하는 듯 했다. 끌고간 곡사정은.. 참혹하게 고문하여 죽였다던데... 성질머리하곤.. 하긴.. 성질이 아니래두.. 화는 났겠지만. 하여튼.. 다시 군사를 징집하고 군량 징발을 위해 서두른다는데.. 문제는 징집에 응할 군사가 없다는 것 아니겠어. 나 같아도 응하지 않겠다. "지금 수는 나라 여기저기서 분열이 극대화 대고 있는 상태다. 나라 곳곳에서 연일 봉기가 일어나고 나라의 멸망을 재촉하고 있지." "후..그럴만도 해. 세 번 전쟁에서 세 번 다 패했으니.. 나라 국력도 엉망이고.. 사기도 곤두 박질쳤을 테니까. 그런 왕은 이제 백성들이 원하지 않는 거야. ..음.. 그런데.." 소문이 전포를 벗다말고 날 쳐다 본다. "그 봉기의 세력 중엔 꽤나 세력있는 뒷받침이 있는가 보지? 그렇지 않다면야.." 소문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 태원이지." "태원?" 그게..뭐지? 소문은 잠시 머릿속을 굴리더니 곧 말을 꺼냈다. "음.. 가족집단이야. 그 뜻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벼슬자리의 이름인데.. 태원유수라는 자..이연과 그의 아들들이라 하더군." "흠.. 그래? 그 아들들이 괜찮은 인물들인가 보지.." "그래. 걸출한 인물들이 많다더군. 큰아들 건성..둘째 아들 세민.." ..문득.. 그 세민이란 이름에서 가슴이 움찔 거렸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랄까.. 그런 것이 가슴을 스쳐갔다. ...뭘까 ..이 느낌.. "왜그러지?" "응. 아니.. 그냥 기분이.." "...무엇이..?" "그 ...아냐." 작게 미소를 짓자 소문은 의아한 눈빛을 띠더니 이내 벗은 전포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난 그것을 챙기기 시작했고 소문은 이어서 말을 계속했다. "특히 ..그 세민이라는 자는..지켜봐야 할 인물이야." "으음.. 그는 그릇이 큰 ..인물이야.. 야심도 많고 ..과단성도 ...있지. 그 아비와는 다르게...무 예도 지략도 걸출한 인물.."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 어떻게 이런 것을 아는 것일까.. 난 ......뒷부분은 잘 알지 못하는데.. 소문이 어떻게 되는지.. 이젠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에 대해선.. 이렇게 잘 아는 것이지........? .. . .. ... ...설마... .. . .... ...? ... .. .그가.. 내 전생.....인 것인가..? 손이.. 떨린다.. ... .. 그 ..자가 내 전생이란 말인가... ...생각이 나버렸다.. 그는 ...후에 ..세워질 당(唐)의 황제가 된다.... .........이세민... 설마......? 그가.. 내 전생인..것인가......? 전생2부-30 "양제가 죽었다!!" 이 소식은 고구려 궁중에 커다란 파문을 던져 주었다. 양제가 죽었다고? 조금의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예상할만한 소식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죽어버릴 줄은..몰 랐는 걸.. 그리고..잠시 숨돌림 틈도 없이 지금은 영양제도 건강이 아주 나쁘다는 전갈이 왔다... "어떻게.. 된 경위야..?" 대강 예상은 갔지만.. 급히 소문과 임금의 처소로 달려가며 물음을 던지자 그는 간결히 설명해 주었다. "부하의 손에 의해 죽음을 당한거라더군." "부하?" "그래. 상이 탐난 부하하나가 ..목을 베었다고 들었다." "그럼 지금 중원은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글세.. 새로운 왕조가 탄생..하겠지."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 지금.. 대체 그곳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걸까.. "그것보다도 지금은 폐하가 시급하다." "음.." 우리가 들어섰을 즘엔 모든 만조백관이 승하의 부음이 날 것 같아 입궐한 채였다. 임금의 처소엔 문덕 님과 건무 황후와 두명의 왕자가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날이 뿌옇게 새어올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채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 었다. 물론..소문과 나도.. 이윽고... 날이 밝자 좌편의 문이 열리며 건무와 문덕 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숙인 채로.. 두 사람은 묵묵히 걸어와 중신들의 앞으로 와 안석에 앉았다.... 잠시 후.. 문덕 님이 자리에서 일어서셨다.. "방금 전에 승하..하시었소." 정식으로 ..알려지자 모든 중신들이 일제히 곡을 터트린다. ....이 수많은 만조백관이 곡소리를 내는 것이 ....어찌 말하면 장관이다.. 진심으로 왕의 죽음을 슬퍼하는 소리는 얼마나 될는지.. 이럴 때 이런 말 하면..안 될진 몰라도......말이다.. 어찌되었던 국상이 나자 모든 백성들이 임금의 승하를 슬퍼했다. 무덤자리는 왕성 북쪽의 양천 구릉에 정해졌고..15일간의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졌다. 국상이 끝나자 오부 귀족 대표 회의가 건무의 주체로 열리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신제로 추대되었다. 말이 말이지...원래 왕이 되기로 한 건 확실한 것이고 이것은 그걸 발표하는 단계일 뿐이었다. 건무는 명실공히 새로운 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성대하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즉위식이 안학궁의 광장에 벌어졌고 이 안학궁 광장에 몰려든 수백만의 백성은 새 왕의 등극을 환호하며 만만세를 외쳤다. 휘유...... 멋지구만.. 이것이야 말로.. 용의 눈물에서 보던 것 같군.. 물론.. 시대야 다르고.. 그렇지만.. 이 수많은 백관들이 엎드린 가운데서 화려한 용무늬가 새 겨진 곤룡포(맞겠지..? 곤룡포..)를 입은 건무가 왕으로 즉위하는 그 순간이 ..꽤나 눈에 익어 보여서 말야.. 이 넓디넓은 안학궁의 광장이 꽉 들어찰 지경의 스케일이니 ... 오랜만에 이렇게 편안한 장면을 보니 ......기분이 좋은 걸.. 늘상 전쟁 속에 파묻혀 살다가 말야.. 소문과 나도 ...어느 샌가 손을 잡은 채 그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사실 소문도 저기 엎 드려 있어야 하지만..뭔가 수를 쓴건지..이렇게 나와 진의 옆에 있다..) "...엄청..나요.." 진이의 눈이 반짝거리며 이 장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이런 엄청난 광경만 보게 되는군.. "쿡. 나도 지금 얼이 빠질 것 같다. 휘유.." 난 진의 머리를 툭 치며 픽 웃었다. 그리고.. 다시 안학궁을 ...확실히 말하자면 왕관을 쓴 건 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고구려도 새로운 왕을 맞아.. 새로이 변모하겠지..." "음... 그래."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중원의 패자가 결정되었다.. 소문의 옆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편리한 것이었다. 마치 뉴스나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처럼 정확한 소식들이 가장 빠르게 흘러 들어오니 말이 다.. 건무의 등극 이전까지만 해도 중원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이연의 차남인 이세민이 군 을 휘몰아 장안성을 공략해..당당히 입성했다는 것이다. 난 ..잘은 몰랐지만 아마도 장안성을 차지한다는 것은 중원의 패자로 등극한다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했다. 그래서 중원을 넘보는 자는 누구나 장안성을 넘본다고 하는군.. 게다가 이세민은 황제의 옥새마저도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하니.. 두말할 것도 없다.. 이로써..생겨나게 된 새로운 나라 당은 중원의 패자로써 신임을 얻었고 이연의 장자인 건성 이 태민이 되었고 차남인 세민...등은 혁혁한 전공을 세워 반란군을 차례차례 진압해 완벽한 당을 세우는데 대업을 성취했다......... 그리고.. 그렇게 잘 살면 좋으련만.... 이연은 황제가 되자 무덕이란 연호를 쓰고.. 고구려에 수호 사신을 보내왔다.. 그들의 사신은 양제 때처럼 교만하지도 고구려를 낮추는 상투어를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빌어먹을...것이란 거다.. ...그들은.. 지나간 적대감정을 씻어버리고..화친을 도모하자는 ..웃기지도 않는 서찰이었다. 정말 ..속셈이 빤히 보이는 구만.. 이건 보나마나.. "말도 안됩니다! 이건 틀림없이 자신들의 기반을 잡을 때까지 시일을 벌어보자는 속셈인 것 입니다!" 소문이 한발 먼저 앞서 버렸군. "하지만 당왕의 국서를 보지 않았소? 대륙에 대한 근심은 덜어놔도 될 것 같은데.. 문제가 있다면 신라와 백제 쪽이오. 선제 이래 잃어버린 한수 유역을 되찾고 신라의 목을 죄어 놓 아야 할 것이.." 문덕 님이 그 말에 고개를 흔든다. "아닙니다. 위험은 여전히 서북 지방 요동 땅에 상존하고 있습니다. 비록 당의 이연이 천하 를 얻었다 하나 아직 국내가 어지럽고 진압치 못한 반발 세력이 많습니다. 따라서 그 국력 은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허나.. 천하를 손에 쥐고 국력이 배양된다면 ..그들은 결코 우리 를 가만 놓아두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역사의 되풀이입니다. 지금 은 힘이 없어 화친을 제의해 오지만 반드시.. 정복군을 일으킵니다. 한 무제가 그랬고 수의 문제와 양제가 그러했습니다.....지금은.... 그보다 더한 용 한 마리... 이연의 아들 이세민이 있 습니다." 문덕 님의 걱정도 ..그였을까.. 이세민.. 어쩌면.. 내 전생일지도 모를 그 남자.. ....마음속이 한없이 불안하다.. 난 내 전생과 적이 되어야 하는 걸까..... 이세민.... 아냐.. 머리를 털자.... 아닐 수도 있잖아.... 하지만.. 아니라면..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기 그지없는 것일까....... 왜.... 이세민과 소문이 만나게라도 되는 걸까? 대체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건가.... 그것이 아니라면.............난 왜 소문과 제일 처음 만나게 된거지..? 그냥.. 모든 것이 우연? 모르겠어..... "....매향?" "............" "매향!!" "....으...응?" ..아 ..날 부른 건가........... 소문의 걱정스런 얼굴이 눈앞에 있다. "왜 그러는 거냐?" "...아냐.. ..암 것도..윽..?!" 이...이 넘이 말 위에서 왜이래? "뭐하는 거야.. 위험하잖아..!" 내 얼굴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 채 그는 놔주지 않는다. "소..소문!" "너.. 말하지 않을 테냐?" 소문의 눈동자가 날카롭다.... 제길.. 가슴이 뜨끔거리잖아.. "뭐..뭘?!" "왜.. 말하지 않는 거냐.." "소문.."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어... 어떻게 말하란 말이야.. 내 전생이 이세민 같다고....너한테 말하면..네가 알아줄까? 이해해주고 그래?라고 말해줄까.. 내가 그런 말을 듣는다해도 난 그넘에게 미친넘이라고 비웃어 줄텐데 말야. "난...나의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 주었다. 내 치부도 내 기쁨도..내 슬픔도..모두 너에 게 ..보여주었는데.. 너는 ...정작 너는 감추는 것이냐?" "소문.... " 짙은 칠흑의 눈동자가 또렷이 날 주시한다.. "난.." 이젠 주위의 시선따윈 상관없다.. 한 번 ..말해볼까..? ...말하면... 그가 믿어줄까..? 예전과 다름없는 시선으로 날 보아줄까.....? "......소문..난.......난...." ...응..?! 뭔가.. 뭔가.. 이상해.... 몸이..가벼워 지는 ..이상한 느낌이......?!? 놀란 소문의 표정이 흐릿하게 보인다... 뭐지?! 설마 ..이거 돌아가고 있는 거야?! 지금 ..이상황에서?! 안돼~!! "소문!!" 눈을 뜨자..... 병호의 얼굴이 커다랗게 클로즈업되어 보인다. "뭐...야.. 깨어났잖아..?!"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누..구더라.. 낯익은.. 얼굴인데.. "소문..?!" 순간 ..그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내 머리를 콰악 내려친다. "우악! 아파..." "기계 속에 있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거냐? 난 이상현이다!" 아... 맞아.. 그냥.. 닮은 것뿐 이었어.. 난 몸을 일으키며 병호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왜 끈거야?! 다시 연결시켜!" "안돼 임마!! 과부하가 일어나려고 한다구! 기계도 좀 쉬어야지!!" 병호도 맞서서 소리를 친다.. 제길.. 들어가 봐야 되는데.. 하필.. 꼭 그런 순간에 잘라먹구... ...문득.. 머리가 핑하고 아프다.. ..주위를 살펴보니.......뭔가.. 너무 낯설다.. 내 주위에 있던 고구려 사람들이나... 흙길... 나무집들이 다 사라지고. ..삭막한 체육창고의 모습만이.............끔찍한 현실감을 던져준다. "...며..몇 시간 지났어..?" "다섯시간." "뭐..?!" 다..다섯시간? 그렇게 오래됬나.. 저번엔..그렇게 안 되었잖아.. 제길.. 시간관념이 뭐 이따위야... 난 아픈 머리를 흔들며 상현을 올려다보았다. "넌.. 뭐야..? 왜 왔어..?" 그제야 그녀석이 무시무시한 눈길로 날 내려다본다. "약속어긴게 누군데...... 나는 바람맞히고 이런 기계와 미팅하고 있었다 이거냐?" "무슨 소리야..." 음.. 그러고 보니..희미하게 기억이 난다. 그건 거의 반일방적인 ..거였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 그렇게 따지려고 하자...녀석은 정말로 화가 나 보인다.... "미..안.. 엇? 이봐.." 녀석이 내 손을 잡아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먼저 가도 될까?" "그러든지." 무슨 ..짓이냐? 너?! 내가 부릅뜬 눈으로 노려봤지만 녀석은 꿈쩍도 않은 채 날 끌고 그대로 나가버린다. "야!! 이거 놔!! 왜 이래?!" 묵묵히 녀석은 날 끌고 간다.... 어라.. 진짜 많이 화난 건가...?! 하지만 이건 ..대체 무슨 짓이지? 잡아 끄는 힘도 무지하게 세서 벗어날 수가 없다.... 대관절 뭐...하려는 거야?! "아파! 좀 놓으라구!" 한참을 끌려온 후에야 난 겨우 녀석의 손을 뿌리칠 수 있었다. 녀석이 놓아준 것도 있지만.. 여하튼!! "대체 ..그 녀석은 누구야?!" "......뭐라구?!" 대체 무슨 말을 해대는 거야........ 녀석의 눈은 흥분한 채 날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히 오늘아침(오늘아침...이라..까마득 하구만..)생글거리던 녀석의 ...분위기가 아냐.. 다섯시간이나 기다리게 한거니.. 화가 난 건 이해가 가지만.... "날 보고 부른 그 녀석 말이다!" "..에?" ..뭐야 ..그거 말이냐? 소문이라고.. 내 ..... 근데 ..왜 내가 말해줘야 해? "네가 알 것 없잖아.. 기다리게 한 건 미안하지만.....왜 이러는지 도저히 모르겠는...읍..?!" 허.....억.....!? 이게 ..뭐야?!!! 녀석이..... 내게......나에게....... 키스를 했다.........?!!!!!! "으으........읏......으....." 무지막지한 힘으로 벽에 밀려 붙여져........... 난 옴짤달싹도 하지 못한채......... ....당해야만 했다.. 녀석의 혀가 ......집요하게 내 입을 열어 파고든다...... 이런.. ..거........싫어............ 놔아!!!!!!!!! "윽......하아...하악......." 겨우.. 녀석의 힘에서 풀려났다.... 난 숨을 몰아쉬며 그..빌어먹을..녀석을 쏘아보았다...........아니.. 노려보았다. "뭐..하는 거야..........." 녀석이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았다. "화가 나." "..........?" 웃음기 없는 얼굴......... 이상..해 ..이녀석........ "...나도 ..모르게 ..화가 났어...... 날 보고 다른 이름을 말하니까.." ..이바.. 너 착각하는 거 아니냐? 너랑 나랑 무슨 애인사이도 아닌데............왜 그딴 소릴 하는거야......?! 다시 녀석이 눈을 들어 날 쳐다보았다. "..네가 좋아." "............무..어..?!" 이바..! 우리 그런 진도 아니었잖아?!?!?!? 잔뜩 벌어진 내 눈이 증명하듯 말이야!! "무슨..소리야? ....너.." "네가 좋다구. ...오늘 ..말하려고 했는데..네가 나오면.. 하지만 넌 나오지 않았어...그래서 이 런 방법을 쓴거야." .....무슨 ...헛소리야.........?! ...이 ..녀석 번지수라도 잘 못 찾은 건..........너.. 녀석의 눈이 진지하다....... ...이런 눈은 ...전에 ..어디선가..본듯하다.. ......이런 눈은............ "상현....아.." 난...처음으로 이 녀석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었다.... 전생2부-31 "오빠!" "응.. 밥 먹었니..?"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9시가 넘어있었다.. "응. 오빠는? 차려줄까?" "난... 괜찮아.." "...오빠 어디 아파?" "아니...오빤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텔레비젼이라도 보렴.." "응.." 의아해 하는 동생들까지 신경 쓸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너.. 내가 남자란거 알..고 있잖냐..?" "그래. 당연히." "그런데도.. 날 좋아한다고..?" "그래." 녀석의 눈은 단호하다. 이럴수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현실에서조차 ..남자녀석에게 고백을 받다니.......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그건 ...넘어간다 쳐도.. 난..... "네가 들어갈 마음은 없어." 차가운 말을 던졌지만 녀석은 꿈쩍도 않고 다시 나에게 묻는다. "...그..소문이란 녀석이냐? 네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게?" ".............." 녀석은 제멋대로 결론을 내려버린다. "내가 그 녀석 따위 몰아내 주겠어. 그 녀석보다 더 날 좋아하게 만들어 주겠다." ..그런 왕 닭살 같은 소리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군.. 난 쓴웃음을 지었다.. 니가 소문하고 싸우기라도 할거냐? 응? 어떻게 그를 몰아내겠다는 거지?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슨 짓을 한데도...내가 널 좋아할 일은 없어........이상현.." 이런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해....가슴속을 꽉 채워 버리면....다른 사람에겐 냉정하리만큼 차갑게 대하게 되는 것이.......... 사랑의 한 단면인 것이다. 상현이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린 것 같다면......착각일까.. 그럴 리가 없지........저 녀석이.. "나 역시 네가 무슨 짓을 한다해도..널 포기하진 않는다." ...어찌해야 할까... 정말 혼란스럽다.. 근데 나도 우스운 것이 남자한테 고백 받았다는 사실이 충격 인게 아니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감정이 고민인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연개소문.. 그 하나 뿐이다. 하지만... 소문은......현실에서의 사람이 아냐....... 내가 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전생 속에서 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그곳에서의 세월은 계속 흘러가는데...그가 죽어버리면.. 어떡하라고..... 잔인하게도 시간은 계속 ...흘러..그가 죽을 때가 닥쳐오면.. 난 정말 어쩌지..? 아니.. 그때까지..계속 그곳에 갈 수나 있는 걸까.....? 미칠 것 같다... 그를 못 보게 되면..나부터 어떻게 되버릴지 모르는데.... 그가 죽어버리면..........그가 죽어버리면....... 다시 돌아오게 되면..도서관에 갈 생각이었지만...... 두렵다....... 두려워서..소문의 죽음이 어찌되는 것인지...알고싶지 않아....... 난.. 어찌될 것인지....... 이제오니 가슴이 덜컥..내려앉는다.. 난.. 어쩌면...너무 터무니없는 사랑을 해버린 것.. 아닐까......... 이젠... 되돌릴수도 없는.........일을... 소문....... 어떡하면 좋지........? 이..비밀을 ..혼자 지고 가려니......너무 힘들어....... 힘들어서.......주저 앉아 버리고 싶어........ 모든게 ..너무 힘들어....... 다시.. 네 곁으로 가고 싶은데....다시 네 얼굴을 보는 게 두려워.. 이 모든 게...상현이의 고백 때문인가.....? 아니야...........그런게.........그녀석 탓이..아니야.. 머리가 너무 아파........ 한번도 찾아본 적 없는 하나님이건만.. 이럴 땐 하늘을 향해 외쳐보고 싶다.. "...어떡하죠..?" "들어갈 수 있어?" "아직 안돼. 너 근데..이 정도면 충분히 체험해 본 것 아니냐? 니 전생은 대체 뭔데?" "....몰라." "뭐...?!?" 병호의 눈이 붕어눈이 되어버리는군..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나도 모른다니까!!! 묻지 마!!" 난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진매향.." "미안..하다.. 좀.. 신경이.. 날카로워..서.." "...몇 시간만 있으면 재정비 될 거야.. 그때 와봐." "응.. 미안해." 체육창고를 나서며 난 한숨을 몰아쉬었다. 제길.. 엉망이군.. 무슨.. 마약중독자처럼 기계만 찾고...................내 자신이 한심하지만........빨리 소문이 보고 싶 은 감정 탓에............. "또 체육창고에 갔다 오는 거냐?" 낯익은 목소리.......... "상관 마." 저녀석에게 따뜻이 대해 줄 필요는 없겠지..원래..그러지도 않았지만... "왜..그래?" "뭘 왜 그래야?" 상현이 내 팔을 잡아당긴다. "놔." "말 좀 해봐." "뭘." "그 자식은 어디있는 거야?" "........!" 흠칫하고 고개를 들자 녀석의 날카로운 눈이 날 주시하고 있다. ".....누구.." "소문이란 자식." ".........." "왜 그 자식은 네 곁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거지? 왜 널 혼자 두는 거냐?" 훗..... 당연하지......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이라야 말이지.... "왜.. 웃는 거야? 넌 그런 무심한 녀석을 사랑하는 거냐?" "그런 게 아냐." "뭐가 아니냐? 분명 너 혼자 좋다고 매달리는거 아냐?" ...........혼자.. 별 상상 다하시는 구만.. 내가 아무런 대답도 않자 녀석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더 성급하게 날 몰아세운다. "그런 녀석하곤 헤어지라구! 난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니까!!" "......웃기지 마셔.. 이상현..." "............." "네가 뭔데 감 놔라 배 놔라야? 날 내버려 둬. 조금 뒤 면 그 녀석 만나러 가니까." "......어디로..?" 난 키득..하고 웃었다. "전생으로." 전생2부-32 "뭐..? 전..생..?"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이 녀석에게 ..난 어떤 장난이 치고 싶어진 것일까.. "그래.. 전생이야.......내 연인은 거기 있어." "................." 녀석의 눈이 뚜렷한 당황을 드러낸다. 지금 저 녀석의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교차하고 있겠지. 설마..날 미친놈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 아냐? "쿡..쿡쿡.. 뭘 놀래? 그렇게 놀랄 일인 거야?" 녀석의 눈은 정말로 변화가 다양하군.. 저 녀석의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뚜렷이 보여.. "너.. 날 놀린 거냐?" 이 부분에서... 난 정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 내 정색에서 그는 또 한 번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모르겠다..전생이라는 곳은.......어디지..?" 훗...... "...말 ...그대로..........전생(前生)..................전생이야.........그 안에.. 그가 존재해....." ".............매향아........?" ".......................욱.." ...뜨거운 것이..........내 ..뺨을 타고 .............흘러...턱에..............도달..한다.. .......왜 ... "...우는 거냐... 너...?" 어쩌면..보기 흉해 보일지도 ......모르겠군.........제길..난 웃고 있던 것 아니었나.. ".....그래.. 가슴이 아파....서 ..울고만 싶다.......어찌해야 할지.......가슴이 터질 것 만 같고...그러 면서도..........그를 .....보지 않고는 살수가 없고.....대체.. 난..어떡해야 할지.............." 목소리가.. 자꾸 떨리는.............군.............제길.. 하지만..지금 말해야 해....... "나.. 널 사랑할 수가 없다.......... 그가.. 너무 커서.........그가 내 가슴을 한가득 채우고 있어.." 나는... 녀석을 뚜렷이 바라보며....또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비웃음이 아니다... "미안하다 상현아.. 그에게로...가야해.." "진..매향.." 녀석을 스쳐서.....나는 걸어갔다. 빌어먹을 눈물...... 이렇게..될 줄은 몰랐어...... 난..단지.....단지..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그저..그래.. 아주 단순히....그저 연개소문을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 이라구... 그런데........어떻게........이렇게.....이런 .........상황까지 와 버린 것일까...... 소문.............. 너에게.. 가고 싶어...... 어서....네 품에 안기고 싶어........ 차라리.....이곳을 버리고.....싶어............ 너와.. 전생에서.....같이 살고...........같이 .......죽었으면.........좋겠어..................... 욱신.... "큭.....?" 욱신..욱신....욱신....... 몸이.....또 저려서..............저려..온다.... "아아..." 또.. 아프다.... 전생에 있을 때 보다..훨씬 더..................더 ..많이 아파...... 아파서..........쓰러질 것........같아...... 제길....... 주위의 벽에.........몸을 기대고........쉴 수 없었던 숨을 간신히...조금씩 몰아내며..... 난 ..미쳐 들끓어 오르는 내 몸을 진정시켰다....... "허억........허억......헉..." ...빌어먹을......... 갈수록..심하다................ "글쎄요.. 아무런 이상도 없는데요?" "예?!" 의사는 내 내부가 찍힌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종양 같은 것도 보이지 않고..모두 건강한 상태입니다만........피로하셔서 그런 것 아닙니 까........혹시..더 걱정이 되신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 보시죠.." 미친... 돌팔이 의사 같으니라고.... 피로하면 넌 그렇게 아프디? 젠장.. 그나저나 아픈데도 없다는데 ...이 넘의 몸은 왜 이렇게 발작을 해대는 것이야.. 튼튼한 게 주무기였던 몸인데... "어째 오는 시간이 늦었냐?" 병호는 이제껏 내내 체육창고 안에 있었던지 내가 들어가자 바로 얼굴을 내민다. "병원에 갔다 왔어." "병원?" "아.. 몸이 좀 ..않 좋아서." 그 말에 이 넘의 자식이 내 얼굴을 뚫어 져라 쳐다본다....뻘쭘하게시리..... "뭐야?!" "그러고 보니.. 너 얼굴이..좀 헬쓱 해 진 것 같다."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녀석은 진지한 얼굴로 도리질(-_-;)을 쳤다. "아냐.. 너 한..며칠 전보다도...더 마른 것 같아.. 혈색두 나쁘구.." "기분 탓이겠지.." ".......흠.. 그런가.." 난 머신의 덮개를 열며 물었다. "지금 작동되냐?" "그래. on눌러줄까?" "응." ....꽤 시간이 지났다.. 그곳에선..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이미..수 십년 흘러버린 것은 아니겠지.. 기이이잉... 기계음 소리와 함께..눈이 스르륵 감긴다.... "우우워어어어어어어!!!!!!!" 흐윽!! 뭐..뭐야 ..이 고함소리는...?!? 귀청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허거...여긴..어디..지? ....여긴..안학궁이다.. 왠..군졸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넉넉잡아..오 천은 넘어 보이잖아..그것도..다 기병이다. 그래두..나타날 때 언제나 숨기 좋은데 나타나서..참 다행이다. "워어어어어!!!" 대체 ..이 많은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뭐란 말이야? 그것도.. 환호성으로 말이지.... "헉..소문?!!:" 금빛..투구와 자주색 전포를 입고 애마에 타고 있는 그의 모습.......... 20여명의 호위에 둘러싸여 그는 안학궁을 들어서고 있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그리고.. 왜 내 가슴은..이리도 뛰는 걸까..그가 받고 있는 것은 환성인데...... 멀리서 보아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모습........웬지...........나이가...들어 보인다...... 그리고.............예전보다 더........ 수척해져 있다.. "소문........" 당장에 뛰쳐나가고 싶다.. 그의 곁으로 가고 싶다.....대체 무슨 일인 것일까............ 그의 곁으로 가고 싶어......그의 곁으로........그의 곁으로.....! 소문.......!!!!!!! -매향......? 소문의 목소리가......내 귓가에 .......들린다........?! "소문...........내 목소리가 ...들려? 들리는 거야?!" -.......정말.. 매향......진매향이냐? "이 바보야!! 나야!! 내가 돌아 왔다구!! 대체..어떻게 된 거야? 응? 소문!" -...돌아..왔느냐............매향....... 이제...서야 ..돌아왔단..말이냐......? 이상해.. 소문의 음성이 마구 떨리고 있다. 언제나 평상심을 유지하던 그가......이렇게 떨고 있다니......? "그래........ 왜 그래..소문.........응? 왜.......왜 그렇게..........." -....난....십 오 년간........너를 기다렸다........ .....십.. 오 년.......?! 맙소..사... 십 오 년..... .? "무슨,,소리야...? 15년이라니........말도 안돼...........난 ......고작..하루..." 뭔가.. 내 안에서 덜컥... 내려앉는다. 그래 내 세계에서의 하루가.. 어쩌면..이곳에선 수 십 년이 될 수도 있다..... "어..어떻게..........어떻게................너.." -이제서야 ..왔느냐.. 매향....... "제길!! 너 기다려!! 내가 지금 갈게!!!" -매향.. 매향..?! 빌어먹을........신이여.........대체 어떻게 된거야?! 15년이라니!!! 이런 ................미친!!! 난 지금 앞 뒤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제일 만만해 보이는 군졸녀석 뒤통수를 후려쳐 그 옷을 빼앗아 입은 후 그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건 말도 안돼..... 정말..말도 안돼.......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누가...거짓말이라고 ..말해줘..... 어떻게...어떻게.......... 갑자기.. 눈앞이...어두워진다............ 그리고.........모든 것이 캄캄해진다......... 모든 ..것이..........어두워......... 진다.......... "웬 놈이냐!!" 뭐..뭐야 이 소린..또? 당황함에 눈을 뜨자 이상한 전포를 걸친 군사 수 십이 날 ..둘러싸고 있다. "침입자다!!" ........머야.. 이 ..이상한...........상황은....? 여긴.. 어디지? "폐하를 보위하라!!" "침입자를 잡아라!!" "..............." 난 이렇다 할..반항도 못하고 그냥 그대로 포박 당해..무릎이 꿇리워 졌다. 뭐냐.. 이 개떡같은 상황은........? 난 ..소문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이 생소한 곳은 어디야? "이것은 고구려 병사가 아니냐...!(고구려는 아니구만.) 어떻게 이런 갑주를 입은 자가 ..떳떳 이도.....이 궁 안을 활보했단 말이냐!!" 으씨....시끄러워.....목소리만 더럽게 커서리.......그리고 누군 활보하고 싶었는 줄 알아? ".......투구를 벗겨라.." 폐한지...뭔지..의 목소린가....꽤나 중후하구만... 근데.. 무슨 궁 안에서도 가마 타고 다니는 건 가보군. 어쨌든 그 부하의 명령대로 나의 머리에 씌워져 있던 투구가 벗겨졌다. 참...나도 그 바쁜 와중에 투구까지 쓰고 오다니.. 군인정신이 투철한 것인가....... "헛!! 아니이!!" "이..이럴수가!!" "어떻게!!" .................무어시냐....... 이 반응들은.......내가 괴물로 보이기라도 한 것이냐? "왕후..마마!!"(허..과연..호칭이..왕후였던 것일까..) ...........................................에? ..-_-;.. 저..우람한 덩치들이 토끼눈 하고 쳐다보는건..정말 ..못봐주겠지만.. 지금 ...뭐라구요? "가희....!" 그..폐하란 사람 입에서도...........이름하나가 튀어나오는데... 대..대체.. 무슨 소리란 말야?!?!?!? 내가.. 왕후라고.....? 나요..? 나? .......................아무래도.......내가..맞는 것 같다...... 내 뒤엔 ..아무도 없으니.......... 어..어떻게 된 걸까........ 소문..... 나.. 이상한..곳으로 와버렸어.................. .......안돼는데.... 돌아가야 되는데......... 여기는.......대체 ..어디야?!! "어..어라? 이봐요!"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란 말이냐!! "왕후마마... 마마께서 어떻게..." "예..?" 그런데 갑자기 임금인가..? 그 작자가 가신들의 손을 뿌리치고 내게 걸어온다. "가희... 진정 가희 인가?" "......가희가.. 누군 데요?" 임금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하지만 모르는 걸..어떡하냐구.. ".....이럴 수가.. 어찌하여 이런 일이.....그대가 ...필시 살아 돌아온 것인 게야.. 이건.." 그는 모든 위엄이고 뭐고 내팽개친 채 내 손을 와락 움켜잡았다. 어라..왜 이러시나요.....? 손을 잡아 빼려 했지만 이미 내 몸은 그에게 이끌려 일어선 상태였다. "아..?" "나의 왕후가 살아 돌아왔노라! 모든 조정 신료들에게..그리고 상하 백성들에게 알리라!!" 어어? 잠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더 가관인 것은 그 말에 주위에 서 있던 모든 신하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쳐 박는 다는 것.. "황제폐하 만세만세 만만세.."(-_ㅜ 허접..) 이바들!! 난 왕후가 아냐!! 그리고 왕후라는거 자체가 될 수 없다구!! 왜냐구? 난 ......남자란 말이다....... 수 십 명의 시녀가 내 손을 이끈다. 대체..이것은 어떻게 되어먹은 일이란 말야........ "저기요..잠깐 만요.. 전요 왕후가 아니구요... 거기다가 여자두 아니예요!!" 정말 동양인형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여인하나가 내 옷을 벗겨주다 생긋 웃는다. "괜찮습니다. 왕후마마. 저희들은 살아 돌아오신 것만 해도 기쁘옵니다." 어... -_-; 아니라니깐... 이 여자들이.........남의 옷 함부로 벗기면 강간이야!!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여자들한테 그런 말 할 수 도 없고.. "허..." 그렇게 당황과 황당이 섞인 탄식을 내뱉으며 서 있는 동안 내 옷은 이미 다 벗겨졌고 되게 도 화려하고 커다란 욕조 속에 몸이 담겨졌다. 그리곤 내 몸 위에 온갖 향료를 뿌리고 ....... "헉?!" 여러 명의 여자들이..내 몸을 마사지하는 아니 하려는 것이 아닌가?!?!? "돼..됐어요!! 내가 씻게 해줘요!!" "안됩니다. 저희들이 씻겨 드려야 합니다." "왜? 내 몸 정도야 내가 알아서 씻을 수 있어요!!" "어떻게 왕후마마께서 손수 그런 힘든 일을 하신다는 것입니까.. 편안히 계십시오." 허... 제 몸 하나도 못 씻는게 왕족이란 말이냐? ...정말 우습구만.... 언제부터 왕족이란 것들은 이딴 생활을 했단 말야? 앗.. 지금 그걸 따질게 아니라 으..으앗.. 제발..내 몸에 손대지 말란 말이야!! 그렇게 목욕이 끝난 후.... 얇고 부드러운 가운에 감싸져.. 나는 또다시 화려함의 극치인 방으로 옮겨졌다.. 정말 옮겨졌다.. 내 발로 걷지 않았으니까.. 그곳엔 수많은 화려한 옷...(의상이라고 해야 될까..저것들..)과 눈이 휘둥그래 질 것 같은 장 신구........(하나만 갖다 팔아도 수 억 원은 나올 듯한..)그리고 갖가지 신발..........화장품.. 뭐? 화장품......? "..어.." 여기선 안 그래도 하나 밖에 걸쳐지지 않았던 가운마저 벗겨지고 화장이 시작되었다. 온몸에 바르는 이상한 기름......(아주..비싼 것 같은데..난 기분만 나쁘군..) 그리고 손톱을 다듬고 거기에 이상한...색깔을 바른다.....이른바.. 매니큐어인가.. 정성스레 발라지는 분.... 발도 깨끗이 손질되어 저 ..하얀 발은 내 것이 아닌 것 같군.. 발에는 버선..같은 것을 끼고 이어져 꽃무늬가 새겨진 신발도 신겨졌다. "제발.. 숨 좀 쉬게 해줘요..얼굴에 뭘 이렇게 바르는 거죠?" "조개껍질과 진주가루를 섞은 분입니다." ......흐억.. 그런 걸 바른다고? 그리고도 한참동안...... 칠하고 입혀지고......묶이고 꾸며지고......달리고.(-_-?) 씌워진 ..뒤에야..........겨우.. 치장이 끝났다. 뭐..뭐가 이렇게 복잡해!! 한번 나갈 때.....마다..이 짓거리를 한단 말이냐? "아름다우십니다 왕후마마.." "정말 눈이 부셔서 뜰 수가 없을 지경이옵니다." "실로..경국지색과도 같은 미(美)이옵니다.." 시녀들이 극찬을 날린다. 근데.. 경국지색은 안 좋은 말 아니냐? 나라를 망하게 할만큼이란 거잖아..으이씨..몰라.. 특급 닭살들이 우수수 돋지만......난 꾸욱..참았다. 이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손이라도 잘 못 움직이면 장식물이 우르르 떨어지는 거나 아닌 가 해서........사실..상관이야 없지만 떨어져서 손상되면 아깝잖은가.....비싼건데.. 제길... 여기 물건을 하나라도 못 들고 가는 게 정말 천추의 한이 되는 군.. "폐하께로 가시지요." ..네 그럽지요.. 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난 다시 가마에 태워져..(정말 이건 수동태야..내 의지는 하나도 없잖아..)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나저나..쬐끔 불안하군.... 내가 왕후면......그 녀석은 왕일 테고..설마.. 우린 부부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건가?!?!? "저겨.." 밑에서 따라오던 시녀 한 사람을 손짓으로 부른 후 난 물었다. 아주 떳떳하게. "여기 나라 이름이 뭔가요?" "..........................당....이옵니다.." ....아.... 당나라.... ......뭐?!?! 당나라?!? 난 순간 가마가 휘청댈 만큼이나 놀라 소리를 질렀다. "당나라라고?!" .......어..어떻게.....이런.......... 내가 있던 곳은 ..고구려란 말이다..... 이런 멋진(?) 텔레포트를 하다니..... "왜.. 왜 그러시옵니까 마마.." 시녀들은 겁먹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가마꾼들도 놀란 듯하다.. 허.. 하지만 내가 지금 당신들 놀란 거 챙겨주게 생겼어... 당나라로 왔다는데!! 고구려의 적인 ..당나라로 왔다는데!!? 그것도 내가 왕후라는데!!!!? "왕후마마 납십니다!!" 그렇게..우렁차게 안 일러줘도 되요.. ....이 넘의 황제는 정원에 있는가 보다... 온갖 기화요초들이 피어나는 정원에 옥 같이 맑은 호수가 있고...........정말 그림 같은 별채가 세워져 있다. 그리고..저거 뭐라더라...? ...루...광한루..같은..루라고 하던데.....한자라서 이름을 모르겠다....제길.. 휘유........ 정말 아름답구만..여기.. 신선놀음 세상 같아.. "오 ..왕후!" 그리고 ...저~쪽에서 황제가 달려나온다. 이바..체통 없게 그렇게 달려나와도 돼? 가신들이 보고 있는데. "네에.." 여전히.. 나도 그 어설픈 말투로 그가 잡으려고 한 내 손을 살짝 뺐다. "정말 아름답구려.. 왕후.. 짐이 눈을 뜨질 못하겠소........" 그럼 눈뜨지 마시지요.... 이런걸 걸쳤는데 ...안 이쁠 리가 있겠냐...세상 그 어떤 호박이라도....이 정도로 꾸미면 미녀 안될 사람 없겠다. "자.. 보시오 왕후..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을....이곳에 피어있는 이 보석 같은 꽃과 풀도 그대 의 발 앞에 고개를 숙이는 구려.." "아 예." 뭐? 꽃하고 풀이 어떻게 고개를 숙여!! 젠장....... 이 왕도 ..약간 맛이 갔군. 황제는 머뭇거리는 나를 살짝 리드하여 연못가로 데려간다. 뭐 하려는 거지? 밀어 죽이려는 건가.....? "흐음.. 저 사람은 누구죠?" "..하하.. 짐을 놀리는 거요? 왕후잖소." ".......예?!?!" 난 ....아까 가마 위에 있을 때처럼 화들짝 놀랐다. 이게 나라고? 말..도 안돼.....물에 비친..이 여인이..??? 잠깐.....개인적인 느낌은 배제하고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지. 화려하기 그지없는 꽃과 영수의 모습이 새겨진 (보기만 해도 최고급이란 느낌이 팍팍 오는) 삐까번쩍한 옷과 어깨를 감싸 하늘거리는 천... 머리 위에는 금쪽 들이 치렁치렁 달려 늘어 진 관. 그 관에도 금과 진주등..가지가지의 보석들이 빛에 반사 되 각자의 아름다운 색을 뿌 리며 향연을 이루고 있고 그것 보다 더 놀라운 것은........그 얼굴이었다. 하얗디하얀 백옥 같은 얼굴.......에....떠오른 발그레한 홍조...... 작고 단정한 이목구비... 청초함으로 수놓아진 그 눈망울과 꽃잎 같은 입술......금세 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 은...저 초롱거리는 눈망울이.......나라고.......? 이.......게........... 나야? "...아.. ...." 현기증이 ..돈다. .....이 ..거 왜 이렇게 말도 안돼.... 남자인 내가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워도 되는 거야? 정말......내가 말하기 닭살 돋지만 서두.......눈부시게 아름답잖아?!! 거기 여자! 침 흘리지마!! "....그대가 보아도 .....놀랍소?" 제길...내가 나르시스튼줄 알아?! ..흠.. 한순간..넋을 놓긴 했지만...... "아.. 조금.." 황제는 아까부터 무엇인지......즐거워 못살겠다는 얼굴이다.. 그렇게 좋냐..........얼굴 좀 펴라......펴.....웃다 못해 일그러졌군...... "폐하!!" 순간.. 무장하나가 이곳으로 달려온다. "무슨 일이냐!" 어라.. 저 사람이 달려오니깐.....헤벌레하던 웃음은 사라지고 어느 샌가 왕의 얼굴로 돌아갔는걸..? 그때..처음 들었을 때처럼 중후한 음성이다.............얼굴도.......진지해졌어.. "황제폐하 만세만세 만만세....." 그는 뭔가 아주 급한 일인지..인사마저도 빨리 끝내버린다. "무슨 일이지....?" "돌궐지방에서 또 반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또?" "그러하옵니다. 이번엔 꽤나 착실히 준비해 온 듯 그 세력이 만만찮습니다." "..그으래? 장군이 보기에도...그 반란군이 버거워 보이는....가?" 어라라.. 이건 뭐야...... 이 위압감은.......? 아까 까지 빌빌거리며 웃던.....사람이 아니잖아!! 진지해 지는 건 좋았는데...........이런 위압감까지 내뿜다니....... 무장의 얼굴도 조금 파래지는 듯 하다. "아..아니옵니다. 폐하. 소신에게 군사를 주신다면 소신, 신명을 다해 그들을 진압하겠사옵니 다." "..흠 좋다. 5천을 주지. 빠른 시일 내에..좋은 소식을 들고 오도록." "알겠사옵나이다." 그 무장이 사라지자.......이 곳을 자욱하게 누르고 있던 긴장감이.....일시에....해소되어버렸다. "놀랐소 왕후?" "아..아닙니다........폐하...." ...내가..왜 저자를 폐하라고 부른 거..지.. 하긴....이름을 모르니.......폐하라고 할 수밖에...... ..............흠... 죽을 각오하고 한 번 물어봐? "폐하." "음?" "폐하의 존함은...무엇이옵니까?" "존함? 아하하하하~!!" 갑자가...황제가 웃기 시작한다. 왜.. 웃는 거지? 존함이란 말이 잘 못 되었나?(나도 몰라..-_-;) "왜.. 웃으십니까.." "....하하하.. 아니오..왕후. 짐의 이름은 이세민 이잖소?" ...................................... 잠시............기절해도 될까...........? 오늘.......너무 큰..쇼크를 ..........많이 받았다................제길......... "왕후? 왕후!!! 어서 내의원을 불러라!! 왕후!! 정신차리시오!!" ..시끄러워....... 전생2부-34 "응.." 희미하게..눈 앞에...뭔가가.. 보인다.. 화려한......여인.. ........눈꽃 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저..여인.. .....나잖아.. 허어.....억!!?? 나 라구???!!! 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나잖아!! 이 그림!! 이 여자!! 어떻게!!! "왕후! 정신이 들었소?"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붉게 쳐진 휘장이 걷힌다. ".......아.." "드디어 깨어났구려.." "...아.. 에..." 난 그가 내 손을 잡고 마구 흔드는데도 잠시 넋이 나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러시오.. 왕후?" "아.. 저거.." 내가 간신히 손을 가리킨 것.. 왕은.....그것을 보더니 곧..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왕후, 그대이지 않소? 자신을 보고 그리도 놀라다니...." "...왜.. 내가 저기.." "왕후! ....아직 머리가 아프오? 저건..재작년에 그린 그림이 아니오.." "재..작 년요..?" 난.. 재작년에 여기 없었는데요......... 하지만..나의 그런 의문은 ..해결해 주지 않은 채 왕은 싱글벙글 웃는다. .....이 황제..바보 아닐까.. 그래.. 이제 궁금증을 해결 할 때가 왔어.. 많이 기다렸으리라 본다.. 대체 ..왜 난 여기 있는 건지.. 정말 내가 저 황제녀석의 부인인 건지....(부..부인..-_ㅜ)내 전생이 부인이었던 건지.. 우...에.. 머리가 아파!! 대체..대체..대관절..도대체..... 무엇이...무엇이...어떻게 되 먹은 ..순서라더냐!!! "왕후..왜 그러오? 어디 아프오? 아까도 혼절을..하더니.." "예? ..암 것도 아니예요... 저.. 잠시만 혼자 있구 싶은데요.." "......알겠소. 좀 더 쉬시오..." 황제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저 황제 이 왕후란 여자를 무지하게 사랑했나 보군.. 보통.. 왕이란 것들은 후궁들이고..애첩 들여가지고..탱자탱자 거리는 것 아닌가? 아님..아직 신혼..?! ..내가 알게 뭐야.. 가만..가만.. 머리를 좀 식히자.. 대관절 ..저 황제가 이세민이면.. 그다지 늙어 보이는 것 같지두 않고..아직 젊은 것 같은데.. 삼십대도 안 되어 보이는 데 황제면.. 아직 소문도 살아있는 시기란 말이잖아. 그럼 지금 이 시간대에 난 소문의 곁에 없는 건가...? - ...난 ..십 오 년간.. 너를 ......기다렸다... 소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지금 나는 ..소문의 곁에 없고...그를 ..홀로 외로이 두고 있단 말인가.........? ......그런 소린가....? 이 넓은 중원 땅에 ..내가 이러고 있는 시간에..... 그는. ..날 기다리고 있.. .. 을..터인데.. 그는 ...과연 결혼했을까..? 하기사..역사가 그러한데.....결혼했겠지.. 부인도 있을 것이고.. 아들도 둘 있겠지...(둘 맞져..?) .....입안이.. 씁쓰레해져 온다.. 그가 ..다른 여인과 결혼했을 거라는 생각..........그런 생각.....이 드니깐..그런가.. 하긴...그는.. 영웅이야.. 역사 속 영웅.. 안시성 싸움의 대승...연개소문이라구...... 객관적으로 생각해서...................솔직히 말해서......나랑은 진짜..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야 할 존재였어... 그는 ...........날 십 오 년이나 기다릴 필요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기..다..렸..다.. 설마......?!?! 그 ..기다렸다는.. .설마........? ...나도 모르게..난 벌떡 일어섰다. 그 영향으로 내 몸에 주렁주렁 달린 것들이..한동안 요동을 쳤지만.. "아.. 하하.." 곧.. 김빠진 소리를 내며.....난 도로 주저앉았다. '그 의미'가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설마.. 그 긴 세월...........독수공방으로 .......보내진 아니했을 거야....... 부인을 ...맞고... 자식을 두고.... ........나 때문에 ..역사까지 바꿔 버리는 건.. 용납 못해..... 그건 ..안돼..... 그래.. 그건 아닐 거야.. 그렇게 나를 달래며.. 난 내 자신이 한없이 비참해 진다고..한없이 짜증난다고 ..느꼈다.. 이렇게나 내가 바보 같고..한심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어째서.. 진심을 다해..그렇게 생각지 못한단 말이냐.... 진심을 다해.......소문을 위하지 못한단 말이야..... 이 ..바보 같은...... 나란.. 녀석도..지독한 이기주의에 물든 녀석인가 보군.. .........그가.. 그 길디긴.....세월..동안 혼자였기를...자신 하나만 바라봐 주길...바라는...것.. 너무...지독한 이기일까......? 응..? 소문... "왕후..?" "예?!" 난 화들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오?" "아..아니예..아닙니다 폐하.." "아무래도 아직 몸이 쾌유되지 않은 것인가 보오..... 괜히 이런 연회를 열게 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군.. 그래.. 지금 이곳은 화려한 연회가 열리고 있는 .......정자 위다. 나무로 만들어진 화려한 정자 위에...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음식...그리고 조정대신들..거 의 다 무관 같아 보이는... 근데.. 난 궁금한 것이.. 정말 왕후는 어디로 가 버린 거길래..내가 이런 대역을 해야 하는 거지? "저..폐하.." "응?" 그가 편안한 얼굴로 날 돌아본다. 꽤나 생기긴 미끈하게 생긴 얼굴인데 말야.. "제가.. 어디 아프기라도 했습니까? 아니면.........저...그것이....." 젠장.. 내가 나에 대해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거냐고 물으려니까 이상하잖아!!!(말도 이상하군) ...일순.. 황제의 얼굴이 어두워 졌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내 착각일..까.. ".......왜 그러..십니까..." 황제의 커다란 손이 내게 휙..다가오더니.. 곧 내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뭐야.. 이 수줍은 듯한 손놀림은...?! "왕후.. 그대는 .......죽었었소.." . ..... . . .... ...... .. ........ ..... . ... .... .... . ..... . . ...... .... "...예?!!!!!!" 흥겹게 흐르던 음악이 딱 멈추고....모든 조정 신료들의 눈동자가...우리 두 사람...아니 나에게 로 집중된다. 무슨 소리야?! 무슨 ........빌어먹을 소리냔 말야..........! "그래.. 당신은.. 나를 습격하러 들어온 자객에게 대신 칼을 맞고 죽었소..." "..........." 이..황제.. 미친 것 아냐?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어찌....... "......." 내가 뭔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는 갑자기 가신들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즐겁게 외친다. "자.. 왜 풍악을 멈추느냐! 계속 울려라! 그리고 넘치도록 술을 가져오너라!!" .......crazy....... 마..말..도..안돼.. .........그 뒤로..연회가 ..어떻게 끝이 난 건지..내가 어떻게 방으로 옮겨져 왔는지.. 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촛대 위의 촛불이 내 눈앞에서 흔들릴 때... 그때 비로소...대강..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긴 어디지? 붉고...노란 색들로 치장된 .........호사스러운 방.. 침상도... 비단 금침이 깔려 있고...........그리고.....저 바깥 문가에..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 더니......낯익은 사람이 들어온다.. ....황제.... 그다. "왕후.." 황제는..내 옆에 와 앉더니..나지막하게 ..나를 불렀다. "......" 하지만 난 아무런 대꾸 없이 ......그냥..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런 내 눈빛에....갑자기...감정이...겨워지는 듯..시선을 돌린다.. 그리고..이어 말을 토해낸다..... "...그대가 ..날 떠나갔던 지도..2년이 ..되었어........그 세월간..내가 얼마나 ...왕후를 .........그리워 했는지.......왕후....아니.. 가희......" 황제의 음성이 떨려나와..그 떨림은 ..나에게 마저 옮겨지는 듯 ..하다. 나에겐 생소한 말.. 하지만..들을 수록...뭔가.....알 듯한.. "가희.. 가희.." .....! 그가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아주 꼭 ..끌어안았다...... 숨 ..쉬는 것이 곤란해 질 정도로........아주 꼭.....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다.. 왜 ..거부 반응이 일지 않는 걸까........? 왜..........?! "가희..가희.. 가희.....그대가..그대가......싸늘히...식어갈 때.. 내가 ..짐이.. 얼마나.....무력했었는 지.......가희......" ...이상해... 나 ...저 황제의 감정에..동화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끌어 안겨 있는데도......거부감이라기 보다............안쓰럽고...안타까운 ..느낌이..먼저 나 를 지배..한다.. 눈물이...흘러나올 것만 같다. "..........가희......그대를...그 감겨 가는.....눈을 보며.......짐은...짐은.." 이상하다..... 그래..너무나 ..이상해...... 나도...가슴이 ...아파..그리고...자꾸.. 이 황제가....애처롭게 보여......... 이.. 감정은...무엇인지.....난... 난 ..왜 이러는 걸까.... 난 ..가희가 ..아닌데............? 그리고..난 소문이 있어....결코... 그런 생각에...억지로..황제를 밀어내려다.....난...손을 멈췄다..... 내 ..뺨에...뭔가가..툭하고 떨어졌기 때문에......... 뭔가...물 같은.. 약간 따뜻한 것.. 그걸..느끼는 순간.. 난...잠시..정말............이상해 져버렸다.. 황제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지금.. 그의 눈에 흐르는 그 눈물을.......닦아주고 싶었다.. 한 나라의 황제가 울고 있다......그런 유치한 감동보다는.......뭔가..한 차원 더 깊은.........저 ..깊 은 속에서 올라오는 .......가슴이.. 뭉클해..지는...작은 아픔.... "날 원망했겠지.........가희...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나를 원망..." "폐하... 가희는 괜찮습니다..." "..가...희..?" 황제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예.. 폐하..." "진정.. 가희냐....? 응..? 진정으로... 짐을 위해...돌아온 것이냐?" "....그렇습니다....폐하... 가희는.....그래서... 폐하의 곁으로 돌아 온 것이예요." 손을 뻗어 그의 눈물을 훔치며.....나는. ..웃은 것 같다.. 평소의 나라면..절대로 짓지 않은 것 같은..........상냥하고...온유한 미소....... 그런...것을 지으며.....이 황제를 달랜 것 같다.. "....영원히.. 내 곁에..있어 주겠느냐... 다시는 ...나를 떠나지 않겠느냐...?" 황제가...나를 끌어안은 채 그렇게 물었을 때....나는..어쩌면..나로 돌아와 있었던 건지도..모른 다. 그.. 이상한 느낌..... 난.. 아니다... 내가 아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몸 속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했고....내 것이 아닌 미소가...내 입 가를 장식했었다... ........소문..... 나에겐.. 너뿐인데.... 왜 .....나는.....? "...응? 짐과 약속하겠느냐..?" ........나는...어떡하면....좋지...? 나는....... 이..이상하게...피어나는...감정은....어떻게....하..느냔..말이다.... ".....폐..하.." 그냥..그렇게.. ...번민 어린.. 음성으로.....그를 불렀을 ..뿐이다... 조금씩..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여기 온지...며칠이 흘렀을까.. 이젠 소문이 걱정되어 반 미쳐 버릴 것 같다.. 탈출? 그거 아주 많이 생각해 봤다. 이 거추장스러운 장신구 모두 내 던지고 월담이라도 해서 도망칠려고..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두 갈래의 이유 중 현실적인 이유는..경비병이 너무 많다 ..라는 것.. 저번에 내가 그렇게 모두를 놀래키며(?) 나타난 후..병사들의 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는 것.. 경비가 삼엄하고.. 솔직히 이 궁의 지리도 잘 모르는데다가......왕후의 옷을 벗고 돌아다니다 들켜봐라......어떤 일이 일어날지...... 똥배짱으로 밀고 나가기엔 너무 스케일이 크단 말이다...그리고! 비현실적인 이유는......이 넘 의 빌어먹을 마음 때문이다. 뭔가가..속에 턱하고 걸린 것 마냥..........발이 떨어지질 않게 한다. 이를테면........소문에 대한 걱정이 97%라고 치자.....그럼 고 놈의 3퍼센트가 내 몸을 저지하 고 있다는 소리다. 삼퍼센트가 뭐 어쨌냐구? 그래.............. 안 겪어 보면..모르지...... 그냥.. 떠나기에 아무래도 ..찝찝한 감정............. 내가 대담한 성격이라고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걸어봐도....... 그 삼 퍼센트는 마치 삼 백 퍼센트는 되는 것 인양 내 발을 놔주질 않았다. 그리고... "왕후.." 매일 밤.. 내 방을 찾아오는 저 황제.... 부부임에도 불구하고(공식적인) 내 몸은 건드리지 않는다만(남자라서 그런가....) 정말 매일 밤이다. 매일 밤 날 찾아온다는 거다....... 저 황제도.......약간은.. 어리숙한 것이........ 내가 아무리 그...밤에 그렇게 말을 던졌대도 그렇지.............어떻게 그걸 그대로 믿어버릴 수 가 있느냔 말야!!! 막말로 내가 왕후라는 여자와 똑같이 분장하고 지를 죽이러 온 자객이라 면.....어떡할 거냐구!!! 아래 가신들도..그렇고. 이 안의 분위기 자체가.. 왕후에 대해.......너무 아무런 말이 없이 돌아가고 있어... 게다가.. 난 남자야........ "저.. 폐하.." "응? 왜 그러오?" 아.. 어떻게 물어봐야 될려나....... 어떻게.... "저.. 저..." "무엇이오.. 왕후...?" "..제가 ..남자란 ..것을 ...아시지요?" 빙그레 웃고 있는 황제의 얼굴이 그대로 끄덕여 진다. "그렇소." "그런데..도 ...상관..없으십니까?" 아.....젠장..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 "왕후가.. 남자인 것이.....무에 그리 중요하단 말이오......비록 지금은 남자의 몸이지만...짐은 그대를 이렇게 내 눈앞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너무나 행복하오..." ..........왕후는 여자였어... 그래서..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내가 남자라서...... 허어..... 머리가 아프다.... 대체 ...이 곳은 어떻게 되어먹어 돌아가는 곳일까... 난 남자다... 그런데 왕후다....(물론 내 전생이 그랬을 거라고 ..짐작치만..) 그런데 암 말이 없다...... 모두들 ..내가 왕후라고 철떡 같이 믿고 있다...... 이 네 가지의 상황이 날 미치게 만든 다구!!!!!!! 물론.. 저번에야..내가 어찌 됬었는지..뭣에 홀렸었는지...그런 말을 했었지만...나는 가희가 아 니야........ 가슴이.. 한순간이지만...싸늘하게 식는다....... 내 전생이 가희라는 그 여잘지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아니란 것이다... 나는 진매향. 나는 진매향이다... 가희라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것이 내 전생에서의 모습이었을까....? 왕후로써.. 왕의 사랑을 듬뿍 받아가며.....살아가던 왕후.... 하지만 젊은 왕을 놔두고..그를 대신해 죽은 왕후.... 이것이 내 전생이었다면........이젠 ..알았어... 날 소문에게로 ..돌려보내 줘... .....잔혹한 짓일 거라는 걸 안다.... 이 황제에게 너무나 잔혹한 짓일 거란 거......알고 있다. .........나를 가희의 환생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아니면 화신으로 보고 있는 것 인진 모르겠지 만.......가짜인 나조차도 이토록 아끼고 위해주는 이 모습을 보면.......가희는 정말 행복했겠 지........... 내 전생은 정말 행복했겠지... 죽음의 그 순간도...조금도 불행하지 않았을 거야.......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고...이 황제도.......괴로웠을 것이다.. 그 괴로움..........난 잘 안다... 물론... 성격은 다를 지 몰라도..........그 동질감을 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임어린 눈으로 보는데.. 이걸 뿌리치고 간다는 것....몹시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지 만.. 날더러 어쩌란 것인가.. 이 사람을 위해.......소문을 괴롭게 내버려두라고....? 그리고......나 또한.........괴로워.... 그를 외로이 둬야 하는 나 자신도.......괴로워..........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할까........ "무얼 두려워하오.. 왕후?" "예?!" 황제가 부드럽게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내가 두려워 ..하다니.......뭘? "...무..엇을 ..?" "뭘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거요..... 뭔가.. 아주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는군.......뭔가..짐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게요?" ..........당신 말이 맞아... "................." 단지..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뭘 ...그리 힘들어하오..? 말 해 보시오.." 그의 웃고 있는 눈동자에 ......난 너무나 망설여진다. 하지만........그렇지만................... 소문을 위해서라도.......나는 그에게 ...말해야 한다....... "저는 .........가희가 아닙니다..." "..............................................................................." 아주.........무서우리만치의 .........조용함이 ..........뒤를 장식한다... 내가 생각해도......이건 말도 안돼는 소리이다... 저번에는 가희랬다가.....이젠 아니랬다가..... .....빌어먹을......................... 하지만..그건 내가 아니었어... 내가 아니었다구......! 하지만........ "저는.....가희가 ...아니예요.........저는 진매향입니다......저는.." 순간..그가 팔을 뻗어온다... 날..죽이려는 것일까?!? 내..예상과는 다르게...그 손은 내 어깨를 살짝 잡았다. "............................알고 ..있소.." 에......?! 멍청한....표정을 짓고 말았다... 지금.. 이 황제..무슨 소릴 한 거지? ".....짐도......그 사실을.....알고..있소............" "폐하..!" 무슨..소리인가... 분노의 고함이나...그런 것이 날아오리라...생각했는데.........지금 이 황제 ..무슨 소릴 하는 건 가? 그것도.... 이렇게 슬픈 눈으로...... "아마도... 모두들.....쉬쉬하는 것일게요.." ".....저." "......하지만......짐은.. 아니 나는!! 난.......인정하기가......싫었소..... 나의 가희와 꼭 닮은 ...그대 의 모습에 가희가 살아 돌아온 것이라고.......나를 위해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 처음엔 믿었소.... 후후......" 그는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음에도............. 오히려..... "하지만 그대는 가희가 아냐........ 그...뼈저리게도 ...알고 있었지만........난 ....두려웠소...." .................... "그것을 인정해 버리는 것이 두려웠소.. 그대가 이렇게 내 눈앞에서 폐하라고 부를 땐.....나 를 폐하라고 불러 줄 때.......그것을 인정해 버리면........또다시..그대를 죽이는 것이............" 황제는 나를 당겨 자신의 품안에 안았다. 그리고.........한동안...그는 소리 죽여..어깨를 떨었 다.... 심장이 크게 박동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죄송해요.. 폐하......."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가슴이 답답하다..... 나는.. 누구를 원망해야...............할까........ ..........나 자신.......? ...이 바보 같은 황제......... 이 여리디 ..여린..........사람........ 정말. ..그 형제를 죽여 왕위를 찬탈하고 야심으로 가득한 당의 황제.......이세민이 맞는 것인 가....... "......고맙소....." ".............?" 황제는 안았던 나를 놔주더니.......눈을 또렷이 응시했다. "그래도......그 날 밤의 그대는 ...가희였음이야... 잠시 ..그대의 몸을 빌려 날 위로해 준...가희 였음이야..................난 ..그것만은 ..믿고 있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 지도..모르지.....................확실히...그때 그 감정은...................나의 것이라기엔..너무나 생 소했으니까....... "그대.. 사랑하는 이가 있소..?" 황제가..그렇게 내게 던진 물음이다.... "..네..?!" 난 ..그의 눈을 피하고 말았다.... "사랑하는 이가 있지...?" ".......네.." 황제의 입가에.......아주 옅은 미소가 그려진다. 미소인데도..이상하게 가슴이 ...아프다... "....그대도..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오... 이런 부귀영화가 좋아서라도....왕후임을 자청할 터인 데........... 사랑하는 사람을 택하다니................" 나도.. 미소로 답해 줄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준 데도.........그와는 ..바꿀 수 없죠..... 그것은 폐하..당신도 그렇지 않습니까.........? 내 미소에 그는 짤막한 수긍을 표시했다. "그가 부럽구료.." 그는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왕후의 옷을 벗었고.......그 날밤...궁을 나섰다........ "...갈..수 있겠소.." "예.." "이 넓은 중원 땅을... 어찌 혼자........." "..헷.. 사실은..저두 그게 걱정이긴 해요...하지만 예전에도...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난 씨익 웃으며 자잘하게 밀려오는 걱정을 떨쳐버렸다. "............" "...왜요..?" "...이제야 ..그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왔구료.." 음.. 그런가.. 하긴..내가 원래 적응이 빠르긴 하지만..... 정말..문을 열고...................나는 황제가 가르쳐준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길을 향해..한 발을 내딛었다. "매향.." 작은 부름.... "........?" 그가 ..웃고 있다..... "나는.. 이 추억으로..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소......." 난... 차마..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뒤돌아보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나왔다...... 밤길..............반 쪽 짜리 ..달이 내려 비추는 넓은 길...계속 달렸다....... 하아......이젠..어떻게 고구려로 ..돌아간다지......................................................... 몇 시간을 달렸을까....아니..걷다가도..달리고....그렇게....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궁을 빠져나올수 있었다... 마지막으로.....그 문을 열 때......내 전생에 나는 작별을 고했다. 잘..있어요..... 이제..........당신은......고구려의 적입니다............ 당의 황제...이세민........ 그리고.........나의 전생....... 전생2부-36 "사..살려줘요!!" 흠. 구원을 요청하는 소리다.. 산기슭을 넘어가고 있는데.. 이건 웬 비명이다냐.. 우선 궁금하니까....무슨 일인지 보기나 할까.. 난 수풀을 살그머니 제치고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내가 가던 길 바로 아래 널따란 길이 있고 그 곳에 웬 여자 하나가 아들로..보이는 소년과 함께 두 명의 덩치에게 둘러싸여 있다. "왜.. 왜.. 이러세요.. 돈은 드렸잖아요..." 여인의 눈은 공포에 질려 사내들을 향해 애걸하고 있고....소년도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는 얼 굴이다. "킥. 킬킬.. 미인이시구만.. 이런 미인한텐 돈 말고도 받을 것이 있지.." 흐유.. 저런 미친 놈들.. 그래두 여자를 밝히니 정상으로 보인달까.. "아악!! 치우야!!" "엄마!!" 두 놈 중 한 놈이 소년을 여인의 품에서 떼놓자 나머지 한 놈이 여자에게 달려든다.. 허..어쩐다..? 내가 나선다고 ..될 려나.. "놔아!! 치우야!! 꺄아아아!!" "엄마!! 엄마아!!" .........어쩔 수 없잖아.. 어디.. 아.. 그래 이게 좋겠군.. 따악!!! "우억!!" 호오..명중이다!! 새삼 나의 돌팔매질에 감탄을 느끼고 난 씨익 웃었다. 내가 던진 자갈돌이 정확히 여인을 찍어누르던 사내의 뒤통수에 가 박혔기에.. 사내가 고통스러워하며 비틀거리자 여인은 힘껏 사내를 밀어내고 능욕 당할 뻔한 몸을 추스 렸다. "웬 놈이냐!!" 또 다른 놈은 잔뜩 긴장하며 커다란 검을 빼어든다.. 그..왜 있잖아.. 무협영화에 나오는 두꺼운, 무식해 보이는 칼.. "숨어있지 말고 나와!!" 내가 미쳤니.. 너랑 상대도 안 될 체격으로 나서게...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또 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흠..각오해라.....이 자식아.. 퍽!! 따악!! 피슉!! 꽤나 소리가 살인적인걸.. "으악!! 악!! 아악!!" 녀석은 한 발도 피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고 있다.. 한심한 놈.. 그러다가....어라? 저 녀석..갑자기 잡고있던 소년의 목덜미를 낚아챈다. "당장 나오지 않으면 이 녀석을 죽일 테다!!" 이봐..눈꺼풀이 그렇게 퉁퉁 부어 협박해봐야..별로 무섭지 않아.. 그 넘은 아이의 목에 그 두꺼운 칼을 들이대고..협박을 해왔다. "어서 나와!! 목을 따버리기 전에!!" 무..식한..넘.. 어..어쩌지? "..치우야.." 열심히 갈등을 때리고 있는데..들려온 여인의 안타까운 목소리에.....난 결심을 굳혔다... 빌..어먹을.. "허라..? 이거 계집아냐?" 내가 수풀을 헤치고 나서자........나에게 부딛혀 온 첫 번째 말이다. ".........-_-++" 내가 노려보자 그 넘은 더욱 눈을 부릅뜨며 소년을 내던지고 내게 다가온다. ...왜 너 인질 버리냐..? "크크큭.. 이렇게 앙큼한 계집을 봤나........ 감히 네년이 이 어르신의 몸에 돌을 던졌단 말이 냐?" 그가 날 잡으려는지 그 더러운 손을 뻗는다..... 훗.....웃기구 있네.. 어르신? 너 같은 게.. 어르신? 난 싸늘하게 조소하며 그 녀석의 손을 탁하고 뿌리쳤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녀석의 얼굴이 무지하게 일그러진다.. 무슨 뜻 인지나 알고 일그러지는 건지.. 하지만 원래 저런 놈들이 욕은 잘 알아먹잖아....쿡.. "이.. 이 ..빌어먹을 년이...." 난 그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한 마디 더 쏘아주었다. "그런 속된 말로 날 부르지 말아주면 좋겠는데... 난 여자가 아니니까..." "뭐?!" ".....남자..?" 순간..거기의 세 사람 모두 벙찐 얼굴이 되어 날 본다. 이바.. -_-;; "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는 게냐!!?" 남잔데............ 나.........남자 맞는데....... 믿어 줘..... 제길.. 녀석의 얼굴이 이제 울그락 푸르락한다. "오냐.. 네 년이 기필코 어르신의 멋진 칼 솜씨를 보고 싶은 모양인데...보고 나서 울지나 말 거라!!" .....그 말 한 번 잘했다!! 덤비라구!! 녀석이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내게 검을 들고 달려온다. ......어라.. 이거 .....뭐야.. 이 자식..왜 이렇게 천천히 달려오는 거야? 지금 장난하나.... 그 녀석의 첫 방을 난 너무나 손쉽게 피해버렸다.. 그리고 제힘을 못 이겨 넘어가는 녀석의 등에다 발길질을 한 번 가해주자.....녀석은 뻗어버 렸다. ........이봐.. "이봐?!" 녀석이.. 일어나질 않는군.. ......................-_-; 뭐야.. 이거 너무 쉽잖아..!!!!!!!!!! 말 그대로 한 주먹감도 ..안 되는 녀석이잖아.. "..와..멋지다..." 그 말에 문득 정신을 차려 두 사람을 돌아보니 둘 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 보고있 다. 반은 존경..반은 경외심.. "에.. 괜찮으세요.." "네... 감사합니다..무사 님.." 하.. "아닙니다.. 저는 무사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멋져요!! 누나!! 저 산적들을.." 난 파직하고 녀석을 노려보았다. "'형'으로......고쳐주겠니..?" 녀석이.. 내 눈길에..파리리 언다.. "...아.. 네.. 형.." "...저는 이화라 하고 이 아이는 제 아들.. 치우입니다...저희 모자를 구해 주셔서 ..너무 감사 해요....어찌 보답해야 할지.." .....보답요..? 그런 거 필요 없는데...... "아.. 정 그러시다면.......옷 한 벌만 주실 수 있을까요..?" "옷이요?" 난..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네... 이 옷은.." 내가 내 옷을 가리키자.....그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인 내가 입기엔..너무 ..화사한...(여자틱한..)옷인 것이다.... 그리고..너무 고급소재라.......불편한 .. "예.. 조금만 더 가면..저희 마을이 나오니 같이 가시죠.." "고맙습니다.." 그렇게 그 두 모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데.....그 치우란 녀석이 내 곁으로 와서 붙는다. "..정말 멋있어요.. 형...어떻게 그런 무술을 익혔죠?" ..............그게..무술이니? "....아.. 난.. ..그냥.." ...그러고 보니..내 몸이 훨씬 가벼워진 것도 같고.........그렇게 검이 달려드는 게 눈에 잘 보이 는 것도 이상하군.. 훨씬..단련 된 기분이야..... 왜 ..그럴까.........? .............설마.. 전쟁 때문인가...... 고수전쟁 때.. 전쟁에 참가해 몇 년간 싸웠기 때문인가........? ..아무렴 어때.. 강해졌는데.. "우리 마을에 있는 형보다 더 강한 것 같아요." "........너희 마을에 있는 형...? 치우는 빙그레 웃으며 날 올려본다. "네. 저번에도 엄마와 날 도와준 형이 있었거든요. 그 형도 지금 우리마을에 머물러 있어 요.." ...음.. 그래? 나 같은 정의의 기사가 또 있나보지? ...알았어.. 노려 보지들 말라구..-_-; 그들의 말대로 조금 따라가다 보니 자그마한 규모의 마을이 보인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사는 곳인가 보군.. 초가집 같기도 하고.... "여기가 우리집이예요." 치우가 게 중 한 초가집을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꽤나 낡아 보이는 집이지만....살기엔 별로 불편이 없어 보이는군.. 기웃거리고 있는데 문득 뒤에서 말소리가..들려왔다. "아이고.. 그 총각이야? ..처자 같아 보이는데.." ...............누구신지요. 당신은 지금 엄청난 배짱을 가지고 죽음을 무릅쓴 채 그런 말을 꺼내셨 습니다... 내가 살기등등한 눈으로 돌아서자 ......뒤에는 ...전의를 잃게 만드는 할머니 한 분이 ...서계시 었다..........-_-; 머리가 하얗게 세어서 80은..넘어 보이는.... "이거 고맙수이다...... 늙은 것의 목숨보다 귀중한 손주 녀석을 지켜주다니.." 그러면서.. 그 할머니..치우를 끌어안는다. 치우.. 저 할머니의 손자인가 보군.. 흠.. 좋은 일 한 건가.. 별로 그런 걸 의식하고 한 건 아니지만... 그때 부엌같이 생긴 곳에서 그 여인이 걸어나오며 살풋이 웃는다. "무사 님.. 날도 저물어 가는 데..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시지요.." ...그..그런가? 하긴. .여긴 산 속이라서.....노숙은 좋지 않다만.. "그러시오.. 이 늙은이의 바램이오.. 제발 하루라도..좋으니...." 저겨.. 이거 뭔가..뒤바뀐 것 아닌가요? 제가 하루라도 재워 달라고 졸라야 할 형편인데.. "그..그럼 성의를 고맙게 받겠습니다.." 얼떨결에 그렇게 내가 말 하자 세 사람은 매우 좋아한다.. ...흠...... "저 ..방이 두 칸 뿐인데.." "그럼 이 방에 들어가면 되나요?" 여인.. 아니... 이화랬던가? 그녀가 조금 곤란한 얼굴을 한다. "그런데.. 이미 한 분이 묵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같이 쓰심이.." 그러죠..뭐...... 난 서슴없이 그 방으로 들어섰다. 뭐 어떠리.....같은 남잔데.. 아.. 혹시 아까 치우가 말하던 그 남잔가.. 내가 방문을 열어 젖히자.....안에 있던 한 사내가 고개를 떨군 채 벽에 기대 앉아있다. 검은머리가 어깨를 넘어 길게 내려온 사내다. 체구도...커보이고......뭔가 ...비범해 보이는 사 내인 걸......? 내가 들어가 앉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흠.. 이거 정말 뻘쭘하잖아.. 인사..먼저 건넬까..? 낼까지 한방에 있을 건데..어떻게 모른척하나.. "아.. 저... 저기요.." 내가 그렇게 미적거리며 그를 부르자 그가 조금 고개를 드는 듯 하다.. 흠.. 왜 그렇게 시커매!! 인상 좀 펴라구!! 근데 뭐라고 말하지? 서로 인사나 하자고 해야하나..? 이바.. 얼굴 좀 들어!! 그렇게 머리카락에 푹 파묻혀서.....지금 뭘 하자는 거야.. "저기..." 그렇게 말하자 그는 조금 더 고개를 들고 내 쪽을 바라본다..... .....어라.....뭔가.. 익숙한......느낌..인 걸..... 저 눈동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그가 입을 연다........ "매향...?" ...............뭐? ........................낯이...익어.... 누구..? 누구..였지.. .....헉!!! "매향.." 그의 눈동자...............설마.......당신.. "..........슈란...?" ...그래.. 슈란이다.... 저 얼굴.....이 목소리.... ...진짜..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면... 아 죄송합니다 제 눈의 착각이었군요.. 하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하, 하지만..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슈란이다!!!!!!!!!! 슈란!! "너....너.. 살아있었던 거야?!?!?" 난 솟구치는 흥분을 마구 분출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럴 수가..이럴 수가.. 어떻게.. 여기서 그를 만난단 말이야!! 이런.. ..엄청난 우연이.. 한동안..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네가.. 여기.. 이 놀라움은 그도 마찬가지였는지...원체 표정이 없었던 그의 얼굴에도 선명한 놀라움이 떠 올라있다. "그 날 이후.. 네가 사라져 버려서.." 뭐? ..그 날 이후..? 아...... 그래.. 난 산에서 납치되었었지..... 무슨 이상한 변태 돼지한테 팔려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아.. 그러고 보니 ..그 뒤에 슈란은....어찌 되었던 거길래.. "그래.. 너 어디에 있었던 거야? 난..." 나는 그 동안 나의 자초지종을 구구절절이 설명해 주었다. 어차피 밤이 길어 내가 이야기하는 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난.. ..아무리 해도 너를 찾을 수가 없어......할아범에게로 돌아갔었다.." 할아범..? 아..치텐 할아버지? 그 분께..갔다구? 그래서.... "..........." 거기서 슈란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거기서 ...뭐?" "............." 이 자슥이..더 음침해 졌잖아!!! 왜 말이 없는 거야!! "슈란.." 내가 녀석에게로 더 다가앉자..녀석이 갑자기 나에게로 다가온다. "허..억.. 뭐야?" 언제 뻗어 온 건지도 모르게....녀석의 손이 나의 두 팔을 움켜쥐었다..... 예전보다..훨씬 더......빨라졌어.... 녀석의 숨결이 얼굴에 훅 끼쳐온다. .........가까이 다가온 녀석의 눈동자가...시리도록 차갑다... "..널 찾았어.. 정말.. 널 죽도록..찾아 헤맸다..........매향.." "슈란... ..저.. 놔 줘.. .." 난 녀석의 눈길을 피하며 팔을 빼내려 힘을 주었다. .......이건..안돼.. 녀석의 얼굴이......점점 다가온다.......안돼!! "...슈란!" "저.. 무사 님.." ......이화씨의 목소리다. 그녀의 음성에..우리는 어색하게 떨어졌다.... "무..무슨 일이세요?" 난 일어서며 문을 열었다. 그녀가 문 밖에 선 채로 밥상을 들고 있다.. "찬은 ..없지만....많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난 그 밥상을 받아들어 안으로 들어왔다. 밥 그릇 두 개에 두 벌 분의 수저..........그리고 나물반찬.. 밥상을 내려놓고..난 그 앞에 앉았다. "...밥 먹어.." 난 애써 녀석의 시선을 피하며 그렇게 말했다..그리고 먼저 수저를 들었다. 달그락....달그락.. 조용히 식사하는 소리만..방에 울린다.. 제길.. 밥이 껄끄럽기 그지 없군.. 배고픈 상태였는지라..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두.. 슈란을 앞에 두고 먹자니.....정말 껄 끄러웠다. 그 녀석을 슬쩍 한 번보고 밥 한 번 퍼먹고.........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까 밥을 다 먹어 버렸다. 제길............ 난 밥상을 물리고 ....조용히 앉았다. ......... ........................... .............................................. .............................................................. 제에길!!!!! 이거 넘 조용하잖아!!! 그 견딜 수 없는 침묵에 내가 미쳐갈 때쯤 슈란이 벌떡 일어선다. 조건반사적으로 내가 움찔거렸지만 ..그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호롱불을 켰다....... 흠... 괜히 쫄았잖아.. 근데. .이 분위기 ..대체 뭐냐? 저녀석은 남편 같고..난 바느질하는 부인네 같잖아?! .......... "왜 ..이곳에 있는 거냐. 그것도 혼자.." "..응? .....아 ..그것이...부..부득이한 사정으로.." "부득이한 사정..?" 녀석이 눈을 치켜 뜨며 되묻는다. 짜식아... 그러면 그런 줄 알지.. 뭘 또 묻냐!! "..묻지마.. 부득이한 사정이야." "그럼 그 녀석은 지금..네 곁에 없는 거냐....."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위험한 대답이었지만.............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랴..... ".........빌어먹을..."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뒤에도.. 뭐라고 덧붙인 것 같은데.. 소문의 욕인가.... "..그럼 지금은 ..어디로 가는 거냐?" "고구려로.. 돌아가지.." 근데.. 저 녀석은 날 보고도 반갑지 않나.......... 좀 웃으면 좋을텐데.. 하긴. ..너무 큰 소원인가.. "고구려로.. 간단 말이냐.."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왜 저런다지..? ..난 궁금했지만... 녀석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다행이었는지......모르겠지만 녀석은 나도 건드리지 않았고....그대로 날이 샜다. 이화씨가 건네준 옷으로 갈아입고 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가보도록 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더 대접해 드리지 못해서..죄송합니다." 그녀가 정말 미안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한다.. ...부끄럽게시리............원래부터 넘치는 정의감도 없었는데...자꾸 그런 말하면 부끄럽잖아요.. "형.. 가는 거예요.." 치우가 아쉬운 듯 내 옷자락을 잡는다.. 여기 사람들......정말 정 많구만... 하지만 어쩌겠냐................. "그래.. 가야지.. 이 형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참 ..형 이름은 뭔데..?" 나..? 후우.. 가르쳐 주기 싫은데........... 난 ..약간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말했다. "음............난 진이라고..해.." ".....진? 와 ..멋지다!! 진이 형!!" 그래 ..진이 형이다.. 훗.. 멋지군... "매향." 헉.. 안돼!! 슈란이 문을 열고 나오며 내 이름을 부른다. "매향..?" "하하하하하.. 암 것도 아냐!! -_-;;;;;;;;" "나도 같이 간다." ".........뭐?!?!?!?" 난 눈을 똥그랗게 뜨며 녀석을 쳐다보았다. 뭐. 이런 청천 벽력같은 소리냐!!!! "나도..고구려로 간다." .....왜!!!? 네가 왜 간다는 것이야!!? 너 ..설마.. 소문하고 싸우려는 거야?! 안돼 임마!! ..아직도.. 그와의 싸움을 잊지 못하는 거냐...... 내가 그런 애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날 무시해 버렸다. 이.. 이 자쉭이!!!!!!! 그들과 인사를 끝내고....우리 둘은 같은 길을 걸었다. 저..자식이 진짜..소문과 싸우려는 건가.... 안돼는데.. 휴우....... 나에 대한 미련도..좀 남아보이긴 하지만..또 싸울 건 없잖아.. ......제길.. 그리고... 슈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정말 가시밭길을 걷고있는 것 같아.. "케케케켁!!" 그렇게 생각하며 또 한숨을 내 쉬려 하는데......어디선가..불청객의 웃음소리가 거슬리게 날아 온다. 그리고.....마치 무대에 등장하듯.. 유치찬란하게 짠..하고 등장하는 다섯 넘들.. 뭐냐... 저 시덥잖은 것들은.. "저 계집이냐?" "그렇습니다요.. 두목 님..계집년이 힘이 장난이 아닙니다요.." 어라.. 저 넘은 어제 나한테 ......혼난 두 넘아냐? 웃기구 있네.. 뭐 잘났다구 쳐맞구 지 두목 불러오고..난리야? "흐음..... 얼굴이 반반하니....값은 꽤나 쳐주겠는데.."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려 한다. 저 .......xxxxxxxxxxxxx같은 쉐끼들이!!!!!!!! 내가 흥분해서 앞으로 나서려 하자 ....날 가로막고..슈란이 나선다. "뭐야.. 비켜 저 녀석들 쯤은 나도 상대할 수 있어!!" "가만히 ..있어." 쳇...... 그대신 너 복수..잘 해야되.. 꼭 저 녀석들...죽여.... "어쭈구리? 저년 남편이라도 되냐?" 그 두목이란 넘이 슈란을 손가락질하며 비웃는다. 제길..진짜 저것들이.... "그런가 본데요..." 쿡쿡 거리면서 ..녀석들이 우리를 조롱한다...... 하지만 난 녀석들을 철저히 씹으며 조용히 뒤로 가서 관전하기로 했다. 슈란이 ..알아서 해주겠지. "큭.. 제법 분위기 잡는다만...곧 내가 ....컥!!" 쿡.. 두목녀석 입만 나불거리다가 ........검도 못 뽑고 ...나자빠져버리는군.. "헉~!! 두목 님!!" 놀란 조무래기들이 뭔가..수를 쓰기도 전에..... 슈란은 이미 다른 넘에게 달려들었다. .........퍽!! 퍼억!! "크악!!" "으악!!" ........슈란..진짜 ..세다..... 저번보다........훨씬 빨라졌고.....파워도........... 내가.....아무리 강해졌다 해도.......그에겐....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 잠시의 소란이 끝나자...... 녀석들은........모두 시체아닌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부러졌다........ ................저 자식...진짜...말도 못 할 만큼....강해졌잖아.. 녀석들을 다 쓰러뜨리고도 .......숨결하나 거칠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그가 나에게 걸어온다. 난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지만........그는 조용히 한 마디만을 뱉어냈을 뿐이다. "가자." ".....응.." ...뭔가 ..좀 불안키도..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뭐랄까.. 안심..? 그래........안심이 된다....... 나 혼자 ...이 중원을 누빌 때와는 다른 안정감이랄까.........그런 것이......내 마음속에..자리잡는 다... 슈란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전생2부-38 ...원래.. 슈란이 말이 없는 놈인 줄은 ..알고 있다.. 그래..알고 있어.. 하지만.........어떻게 된 넘이 하루종일.........하루 왜엔 종일!!!!!! 한마디도 없을 수가 있어!!!!!!! ......아 제길.. 차라리 혼자가 낫지.... 같이 가면서..말동무도 .해주고...해야 되는 거 아냐??!! 쳇.... 저건... 오랜만에 만나면서...더 무뚝뚝해 졌어.. 참.. 그러고 보니..몇 년 만이지..? 흠....몇 개월 됬더라.. ..............허억....!! 근..십 년이 다 되어 가잖아!!! 지금 소문이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이세민이 황제가 되었으니..이건 십 년은 다 되어가고 있단 ..소린데.. 허어.... 이런 엄청난 세월에도.. 저 녀석도 나도 ..별로 변한 게 없군.. 사실 나야...그렇지만......어찌된 것이 저 녀석도 ..변한 게 없냐.... 하도.. 둘 다 바뀐 게 없어서 한 몇 달만에 만난 건 줄 알았네.. 흐음.. 세월 감각이 없군.. 하루종일......우리는 쉬지 않고 걸었다.... 이거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지..? 저번에 물어본 사람이 이 길로 가는 게 맞댔는데.. 계속 걷기만 하다보니 위치 잡기가 힘들어지는군.. "....슈란." 묵묵히 걷고만 있던 슈란이 뒤를 돌아본다. 대체... 인간이 뭔 짓을 했길래...저렇게 음침해져 버린 거지? 뭔가...엄청난 충격이라도 받았나..... .......... 아.. 맞다.. 내가 저 녀석 불렀지.. "..저 ..너 길은 아는 거냐?" 녀석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곧 입을 연다. "알고있어." 다행이군.. "그럼 어디로 가는지.. 좀 계획을 알려주지 그래?" ".......이대로 가서..........배를 탈거다." "배..?" 허어.. 배라고 하니까... 갑자기 이 녀석을 만났을 때가 생각나잖아.. ..........끔찍..했던.....................그 ..기억도......같이...나는군.. 제길.. "배를 타고 돌아간단 말이야..?" "그래. 방법은 그것 뿐이야. 만약 육로로 돌아간다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게 너무 많아." "번거로운 것..?" "신분 조사.." 음.. 그렇군. 하긴.. 이 녀석도 나도 신분이 확실한 존재가 아니지.. 난 아예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니... 우리가 타고 가게된 배는 조금 커다란 범선이었다. 어디서 난 건지 슈란은 배표를 가져 왔다.. 배를 탈려구 해도 신분증 같은 게..필요할 터인데....... 흠.. 뭔가 술수가 있었나 보군.. 그래두...육로로 가는 것 보다.....는 낫지.. 이 배를 타고......닷새면 도착한단다..압록강 끄트머리쯤에 도착한다던데.. 정확하겐 모르겠다. 아마도 거기서 부턴 내가 슈란을 안내해야겠지... 이제..닷새후면...소문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리는군...... 해가 저물어가며 어두운 오렌지 빛을 뿌리는 바다...... 갑판에 서서...........물끄러미 바다를 보고 있으려니.......자꾸 ..소문 생각만 난다. 15년을 기다렸다......... 지금쯤 돌아가면..........그가 날 위해 기다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렇게 .....가슴아픈 말은...듣지 않아도 되.. 어서 돌아가서 소문에게 웃어주고 싶다. 그의 놀란 눈동자를 ..다시 보고 싶어..... 어서..보고 싶어..... 소문....... "매향." 허걱!!! ..노, 놀래라!! 이 ..녀석..언제 온 거야?? 내 뒤에...슈란..그가 불쑥..나타나 있다.. "..어.. 언제 왔어?" 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태연한 척 녀석에게 물었다. "아까.." 흠.. 그렇단 말이지.....제길.. 생각에 빠져 실실거리고 있는 내 얼굴..다 본 건가? "........널 계속.. 보고 있었어."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되!!!!!! "...그러냐.." 아주..태연한 척..전혀 안 놀란 척..난 그의 말을 응수했다. "소문의 생각을 한 거냐?" .......허.. 슈란이... 소문이라고..........이름을 부르다니.......이건 대단한 이슈군.... 근데.. 조금 새로운 것은 녀석의 눈이 아주 깨끗하다는 것이다. 사심 같은 것이나 분노는 사 라지고 없고.........뭐랄까....... 인정하고 있다... 그런 것일까.... .....내 눈의 착각일 수도 있고......잘 모르겠어...... "매향." "...응?" 슈란의 침착한 눈동자가 조용히 날 응시한다..................... 웬지 ..나도 대담해져서.......아무런 방비 없이 녀석을 바라봐 주었다. "난.. 아직도 널 원하고 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너의 마음은 .......아무리..애를 써봐도......내게 오지 않아.." ....................... ".......지금은 아무런 방해가 없어." 목을 타고...마른침이 넘어간다........ 그는 진심이었고.....나 또한 그것을 장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슈란은 잠시 망설이더니.......곧 말을 이었다. "...이렇게 강제로...안는 건........내 마음에도...내키지 않아... 난.. 그 녀석을 만날 것이다..아니.. 만나야 한다..." ......... 만나서.........싸우려는 거야? 그 이유 때문에..단지 그 이유 때문에 지금 너..고구려로 간다는 거야? 더 이상 ..슈란은 말을 잇지 않았다. ...미안해..... 정말....나는... ...나는...... 네가... 무슨 짓을 한다해도...........돌아서지..않아..... 네 그런 눈을 보면........안쓰러움에라도 잠시 주춤하게 되지만........슈란........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네가 그를 쓰러뜨린데도.....내 마음이 네게 가지 않을 것이란 것...... 널 사랑하게 되지 않을거야........ 휴...... 제길.... 마음이 착잡하군.... 만나서 좋다고 생각했는데.........그때 풀어주지 못했던 응어리가....아직까지...날 쫓아올 줄이 야... "그는.. 널 위해주나?" ...쿡.. 난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슈란은 정말 조금 ..달라졌다...... 이런 것을 묻다니........ "널 버렸지 않았나..?" 참.. 그러고 보니..그와 헤어졌을 땐..........소문하고도 파탄났었던 시기였지..... 난...조용히 웃으며.......그에게 나직히 말했다. "아니.... 세상에서..그 만큼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어.." 그런 내 미소를 슈란은 한동안..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래.." ...................그가.. 던진..대답은 수긍이었다....... 수긍이었다.... 조용히 닷새가 흘러갔다.. 그 때처럼 폭풍우가 치지는 않았고.........뭔가 거짓말 같을 정도로 수월하게 고구려에 우린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해서도...약간 문제가 있었지만... 임기응변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우린 작은 마차를 탈 수 있었다.. 수도로..향하는 마차....... 물론 이것을 타고서도......며칠은 걸려야......................나올 것이다..... 하지만........이제..다 왔다.. 이젠......소문을 볼 수 있다.. 비록 ..만나게 되어 슈란과 싸움이 벌어지는 한이 있더라도........어쨌든 그와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움과 약간의 초조감으로 몸이 떨린다......... 이번에..만나게 되면...................말..해줘야 할까.. 나... 진매향........ 나에 대해서................ 그에게.......... 속 시원히..털어놔 버릴까.............. 마차 여행이란 거..의외로 꽤나 엉덩이와 허리에 무리를 주는 것이다. 포장되어 고른 길이 아니니 울퉁불퉁하기 짝이없고.. 언덕도 오르고...내리막길도 있고...그야말로 나에겐 지옥 같은 시간인 것이다. 몇 시진마다 쉬는 시간이 있을 때 난 밖으로 뛰쳐나가 속을 달랬다. 그리고 아픈 허리에도...스트레칭을 하며 풀어주었고.. "읏샤.." 길게 기지개를 켜며 근육을 풀어주는데 슈란도 날 따라 마차를 내린다. 그리곤 내 곁에 와 앉았다. "앞으로 한 삼일 더 가면 도착 할거야" 난 그렇게 말해주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하지만 저 넘의 자식이 워낙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니.....뭘..알아낼 수가 있어야지.. "음.." 그는 짧은 대답만을 하고..경치를 둘러보았다.... 이 주위는 온통 산이라......경치가 아주 좋았다.. 길도 좀 고르면 좋으련만.. 마치.. 예전에 가본 설악산 같다고나 할까 ...아냐.. 그런 것은 비교도 안될 만큼 이 주위의 경치는 절경이었다. 저 윗 바위 위에선 신선이라도 둘이 마주앉아 장기를 두고 있을 것 같군.. "참.. 슈란." "......?" "너..고수전쟁 때 참가했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뭐했어? 너 정도의 남자가 군사징집에 끌려가지 않은 거야?" 그는 잠시 뜸을 들인다.. 언제나 그는 말을 할 때 약간의 틈을 가졌다. "난 ..할아범과 같이 산속에 있었어.." 하긴..... 그렇게 깊은 산 속이라면...아무도 찾아오진..않겠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씨익 웃었다. "만약 네가 전장에 나왔더라면..우린 만났을 지도 모르겠군." "...뭐?" 난 웃던 얼굴 그대로 그에게 말했다. "나 고수전쟁 때 출전했거든. 소문을 따라서 말야." ".......................네가?" "응. 이래뵈도 꽤나 이름 날렸어.. 본명은 아니지만. 소문이 있으라고..말렸는데 워낙 내 안에 끓는 피가(?) 용납치 않더구만. 그래서.....어?" 슈란이..벌떡 일어서있다. "왜그래..?" "...조금 ..더 이야기..해주겠어?" "응..?" "그 ..전쟁..때 이야기........" 난 약간 어리둥절해져서 으음..하고 소리를 냈다.. 그가 이런 것에 흥미를 보일 줄이야.... 몰랐는 걸.. 난 의아했던 표정을 싸악 지우고 다시 싱긋 웃었다. "좋아. 이제부터..그 화려한 대서사시(-_-;)를 너에게 들려주지........후훗.." 그렇게 ........삼일 간은..소문과 나의 전장이야기로...심심치않게 메꿔갈 수 있었다. 슈란은 이런 이야기에 흥미가 많았던 것인지......아니면..뭔가 다른 생각이 있어서인지..굉장히 열심히 듣고 있었다.. 특히나 소문이 낸 책략이나 전술...그의 용맹성을 듣는 부분에선 놀라우리만큼 진지해...얘기 를 하는 나도 조금의 과장이나...거짓을 섞을 수 없게 만들었다..... ...좀..이상하긴 하지만.................나야 ..뭐 안좋을 건 없겠지.. 수도가 다가온다. 이레간의 마차 여행동안 슈란은 이렇다 할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자신의 말을 지킬 생각인가.. 하긴.. 그렇게 해 준다면야 난.. 걱정 없지만.. 다가올수록 내 심장은 더욱 거세게 박동한다. 그를 보게 된다는 기쁨.....슈란에 대한 걱정...... 그 두 가지가 혼합되어 나를 불안하게도..또 나를 기쁘게도 만든다. 갈등 때리는 구만.. 이거 소문과의 행복한 만남을 기대했는데...... 파탄을 불러올지도 모를 녀석 하나를 끼고 가야 되다니..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그 때의 파탄은 정말 심각했지만.... 에라이..나도 모르겠다.. 우선 델구 가봐야지.. 버리구 갈 수도 없는 거구.. "안 내려?" "응..?" 녀석의 말에 깜짝 놀라 쳐다보자 슈란은 이미 마차에서 내려서고 있다. "다 왔어." "아.. 그래?" 헉.. 생각하느라 ..못 느꼈군. 녀석을 따라 내리자...익숙한 풍경이..눈 앞에 펼쳐진다. 소문이 살고 있는..그리고 내가 있었던 곳... 난 발걸음을 바삐 놀려 집으로 향했다. 어쩌면 지금은 건무의 집무실로 가고 없을지도 모르 지만.......그렇다면 어때 집에서 기다리면 되는 거지. 굳게 닫히 커다란 대문 앞에 서 있던 군졸 둘이가 내가 다가서자 창을 겨눈다. "누구냐!" 이것들이..-_-; 창때기 절루 안 치워? 난 그 녀석들을 있는 힘껏 째리며 음성을 고도로 낮췄다. "당장 ..치우지 못해?" 녀석들은 내 태도에 당황해 내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허억.. 매향 님!!" .....눈치도 느려서는.. 늬들 그렇게 살면 안돼.. 이런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선 십 수년간 갈고 닦은 눈칫밥과..............이게..아니고.. "소문은 안에 있어?" 둘은 잠시 서로를 마주 보더니 똑같은 대답을 뱉어냈다. "...장군 님은 동부촌으로 가셨습니다." "동부..촌..?" 그곳이라면 소문의 ...본향..? 이제까지 일부러 찾지도 않고...방치해 두던 곳일 터인데.. 이제서...그리고 갔다는 것은......이젠 찾아도 될 만큼의 사정이 됬다는 소린가..? 그렇다면.................진짜 세월 얼마 안 흘렀네!! 내가 간지...몇 달밖에 안됐어!! (물론 긴 세월이지만..15년에 비한다면야..) "그런데.. 뒤의 남자 분은.." 그들은 내 뒤에 음침하게 서 있는 슈란을 힐끔거리며 묻는다. "...니들은 알 것 없고 말이나 두 필 내와." "예..옛!!" ..사실 내가 이들에게 이렇게 뻔뻔하게 명령을 내릴 위치는 아니지만......소문의 권력을 배경 삼아서......쯧..이러는 거지.. 그리고 이들도 실제로 기분 나빠하는 눈치는 아니구.. 군졸들이 내온 말에 올라타 우리 두 사람은 동부촌으로 향했다. 뭔가.. 슈란에게 다짐이라도 받아두고 싶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군.. 난 그를 믿기로 했다. 저번..배 위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말이다..... 동부촌에 도착하니....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있다.. 허라... 이게 모두 소문의 친척 뻘 되는 사람들이란 말야? ..........역시..대 귀족가였군.. 그 자리에 요란스레 말을 끌고 나타난 나를 보는 사람들의 의아한 눈길을 무시하며 난 소문 을 찾았다. "매향!!" 지독히도 놀란 음성... 저곳에서 달려오는 남자는 벌무다.. 난 말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다가갔다. "너.." "소문은?" 이젠 벌무도 뭔가 면역이란게 된 것인지.....묻지 않고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지금 제를 올리려 해. 나와 같이 가자." "제?" "조상 님에게 천제를 지내는 거지........가문을 부흥시켰다는..." "응..그래.." "여기 있어. 내가 소문에게 갔다 올게." "응.." 그는 돌아서려다가 .......다시 날 보더니 ..한 마디 더 던졌다. "꼭 ...거기 있어라..알겠지?" "...알았어.." ...슈란은 ...보지 못한 건가..? 슈란도 아무런 말이 없다. 이윽고...눈에 아주 익은 사람 하나가 저기서..걸어오는게 보인다. 거칠고 검은 머릿결을 가진 ........나의 ...사람이다.... "소문.." 그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빠르다.. 도저히 그가 오는 것을 기다릴 수만은 없어 나도 그에게로 달려갔다. "매향!!" 나지막한 목소리로....그가 내 이름을 부른다.. 물론 놀라운 기색이 실려있는 음색이지만.......그것보다도 안도감과 격렬한 감정이 더 드러나 는 목소리로.....그가 내 이름을 부른다.. 아주 싫었다.. 매향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 하지만 그가 부르는 것만은.........너무나 ...감미롭고.............눈물이 나도록..기쁘다.. "돌아..왔느냐.." 천하의 맹장...고수전쟁에서는 한 마리 호랑이와 같이 용맹하게 울부짖던... 그의 목소리가..지 금은......이 나를 부르는 것만은................가느다랗게 떨린다... "....어.." 오랜만이건만.. 문득..십 오 년 후의 쓸쓸한 그의 모습이 내 눈앞에 싱크로 되어 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 꼭 돌아온다고...했잖아. 심술 맞은 하늘 님께서 자꾸 날 부르지 뭐야.." 그렇게 말하며...........난 빙그레 웃었다.. 아니..웃었겠지... 얼굴이..자꾸 떨려서...고생스럽지만..말야.. "네..네놈은?!" 소문이 내 어깨에 손을 얹으려는 순간..지보의 경악으로 물든 음성이 쨍하게 울린다. 그 소리에..난 흠칫하여 뒤를 돌아보았다..........아차... 슈란.. 10년이란 세월 탓이었는지...소문은 한순간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다가.......곧..그의 얼굴도 약 간...굳어진다. "저..자는.." 슈란은 소문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네 놈!! 어딜 가는게냐!!" "벌무.." 벌무가 등등한 기세로 슈란을 막아섰지만...곧 그는 움찔거리며 ..비켜나고 말았다... "......아..?" 슈란의 손에 들린...............패검..... 이상했다.. 저건................저것은.. 내 눈이 잘 못 된게 아니라면.......... 소문이 가지고 있는 검과...똑같았다. .....소문의 눈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치켜 떠지더니...얼른 그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그 검을 빼앗아 보며..........격앙된 음성으로 물었다. "넌......누구냐?" 슈란은 잠시 소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천천히...입을...열었다......... "나는...당신의 아우 연정토다." 2부 완결입니다요.. ........................................ 한동안.. 이런 정적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당신의 아우 연정토다.." -연정토다............. -연정토다............................ ........................믿을 수 없어!!!!!!!!!!!!!!!! "야 임마!! 지금 무슨 소리야!!!" 내 몸이 자각하기도 전에 슈란에게 달려가 그의 멱살을 낚아챘다. 내 키로 낚아챈다고 해봐야 우스워 보일진 모르지만.. 이건 너무나 당황스런 ..아니 당혹스런 소리다..... 그러나 슈란은 나의 그런 격한 반응에도 내 말을 완벽하게 씹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당신의 공적은 잘 들었어. 사실 난 인정 할 수 없었지만 그 정도의 사내라면 약간은 인정 키로 했어. 그리고 부정치 않기로 했지. 당신이 내 형이란 것을." 그의 말을 듣는 소문의 얼굴에도 어찌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아니.. 어떻게 슈란이 소문의 동생이란 말야...... 이런 ...이런 .........청천 벽력 같은 소리는 정말 처음이다..... "...정말 ..이란 말야?.........정말............" 드디어 슈란이 날 내려다본다. 그 침착한 눈동자........ 그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눈매................그래.....어쩐지.. 어쩐지.....소문과 비슷해... 떡하니 벌어진 체구와............흡사한 분위기..... 그러고 보니.....나 처음에도 이 녀석을 소문으로 .....느낀 적이 많았어.. 그럼 단지 그것이 느낌만이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이었단 말인가...... .....정말........믿을 수가 없군.. 슈란.. 네가 연정토라니........ "...할아범이 가르쳐 주었다. 원래 당신은 세 살 때, 나는 갓난아이였을 때 집안이 대역죄를 쓰고 멸문 당했다지......할아범은 가까스로 우리 둘을 데리고 달아날 수 있었는데 비류산에 다다랐을 때 잠시 쉰다고 눈을 붙였다가 당신을 잃어버렸다고 했어." 그렇다면...그렇게 길을 잃은 소문을 마휴가 주워다 길렀다는 소린가....그 할아버지란 사람 은 ...치텐 할아버지고......... 난 ..무의식적으로 소문의 손을 꼭 잡은 채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할아범은 그 일로 오랫동안 한을 가지고 살아왔어." ".......그런데 ..넌 어떻게.. 날 ..찾아 온거지?" 소문의 눈은 이제 진지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이 패검을 가진 자라는 것은........자신의 혈육이란 확실한 증거....... "할아범의 부탁도 있었지만.....그냥..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무작정..고구려 로 발을 옮기던 중에 우연찮게 매향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은 몰랐어... 이젠.. 정말 인정 할 수밖에 없다....... 소문은 그토록 찾던 친혈육을 찾은 거야.......... 다만..좀 껄끄러운 상대긴 하지만... "그 마지막 증표가..이 패검이란 말인가.....?" "그렇다.." 그는 자신을 올곧은 눈동자로 쳐다보는 슈란을 한동안 주시하더니 ...약간은 벅찬 목소리로 그의 손을 잡았다. ".....정토....내 아우........네가... 내 아우였다니..........." 아무런 대꾸는 없었지만 슈란도 어느 정도는 그 감정에 ...동화된 듯 보였다.. 무뚝뚝한 녀석 같으니라구......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우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예전의 감정들은 모두 털어 내 버렸을지도 모른다...소문은...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에... 하아.. 뭐가 뭔지...이것 참... 하지만 결과는 잘 된 것 같군.. 처음엔 그토록 적대감을 불태우더니.......형제라고 알려진 순간부턴 ..뭔가 좀 온화해 진 것 같으니............. 흠.. 설마 그래서 .....슈란 녀석.... 전장에서 활약한 소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었던 건 가.. 슈란이 들어오고 나서 트러블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괜히 흑벌무는 호승심을 부리며 슈란에게 시비를 걸다가 나한테 몇 방 터졌고 지보와는 그 런데로 좋은 사이를 유지해 나갔다. 그리고 내가 아주 좋아하게 된 것은 소문과의 사이였던 것이다. 가끔씩은 같이 서 있으면 마치 쌍둥이처럼도 보이는 두 인간이 둘 다 말없이 서있으면..얼마 나 섹쉬한지.........흠..-_-; 다만..말을 꺼내면...............좀..티격태격하는 게 보이는 ...점이 문제지. 별로 그다지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앗.. 이런 거 좀 빼면........ㅜ.ㅜ "너 이녀석. 당장 매향의 어깨에서 손 내리지 못하겠느냐?" "싫어." "형수님한테 무슨 그 무례한 짓이냐 슈란!!"<--이건 흑벌무..(너두 만만찮어..) "닥쳐." "저..........빌어먹을 자식이!!!"<--두 넘 동시에.. 이쯤 되면...................떨어지는 나의 불호령!! "시끄러어어어어!!!!! 나 좀 가만히 냅둬!!!!!!!!!!!!!" ......................................................그럼 주섬주섬 세 남자는 나에게서 떨어진다. 흠...... 이 정도라고나 할까.... 해가 바뀜에 따라 고구려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물론 난 그 동안 계속 이곳과 현실을 왕복했고.......난 ..결국 소문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다.......... 처음엔 놀라던 슈란도 ..내가 말하기를 꺼려하자 결국 그대로 수긍해 주었다.. 언젠가는 ......말 ..해 주리라 .......그는 믿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세월간 소문은 자신 쪽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여들였고 중국정벌론을 간절히 청했다. 하 지만 그것은 영류제(건무..)에 의해 좌절되어버렸다. 워낙 당의 황제 ...이세민이 보낸 화친서 가 그럴 듯 해서일 것이다........... 그러자 그는 그 주장을 접고 재빨리 국력 배양 쪽에 그 관심을 돌려버렸다..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고 깨달은 것이다....아직은 반대하는 조정대신들도 너무 많고 세월 이 편안한 것이기에...... 결국 소문의 날카로운 시야에 걸린 것은 경당이었다. 그는 경당의 발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경당이 뭐냐하면 ..흠.. 지금으로 말하자면..학교 같은 것이랄까... 어렵게 말하자면 백성들의 교육을 담당한 지방의 사설 교육 기관이다. 음...서당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야. 소문은 이 경당을 중요히 보기 시작한 거야. 말 그대로 교육 기관이란 곳은 나라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기관이 아니겠어. 경당에서는 문자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수렵, 농사기술 무예까지도 가르친다. 그리고 마을의 경당에서 뽑힌 자들끼리 학연대회라는 것을 여는데 곧 이것은 문무 일치의 교육이 아니겠냐구... 그러니 이곳에 좀더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러 그의 생각은 우리 모두의 일치단결 된 호의를 얻어 곧 영류제에게까지 계품되었고..영 류제도 소문의 구상에 만족해하며 승인을 내렸다. 물론 문덕 님도.. 아..맞아 저번에 문덕 님을 찾아뵈었는데..... 너무 기뻐하셨어........물론 나도 하마터면 울 뻔했고 말야.. 그래서 요새는 자주 문덕 님의 자택에 놀러가곤 하지... 부인과 함께 두 분다 날 자식처럼 아껴주셔서..넘 좋아... 참..그렇게 승인이 내려져..소문은 6개월의 기간을 잡고 경당의 제도나 조직을 정비해서 새로 운 청년 조직체를 만들었지.. 그 동안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찰을 해야 했고 산간 벽지 같은 곳은 시설도 미미하고 보잘 것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경당을 나라에서 직접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그 조직을 일 원화하였다......결국 고구려의 젊은이라면...누구라도 경당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된 것이 다...이렇게 되면 국가 유사시에 젊은이들을 동원하기 쉽고 그들을 하나로 묶어서 애초부터 문무의 교육을 확실히 해 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기 위해 ..솔직히 ..조금 비리도 있었지..쿠후후후.. 소문은 이 일의 총책임자나 다름없었어... 원래는 승상이란 작자가 총 책임자였지만 그건 허 물에 불과했고 진짜 실권은 그에게 있어. 조정에서 그에게 실권을 넘기는 데 강한 반발을 보여 비록 외견상 허수아비 같은 자리를 맡 게 되었지만.. 소문이 누군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몸을 사린 것이지.... 그리구 지금 소문이 너무 활약해 버리면........위험하거든.. 왜냐구? 그 경당이란 조직체를 정치세력으로 이용할까봐 겁내시는 윗분들이 많거든.. 자칫 잘 못하면 제거된단 말이야..... "권한 밖의 일을 하거나 독선적으로 매사를 처리하려 하지 마십시오. 누구나 지금 형님의 태도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그걸 잊지 마십시오.." "알고 있다..극히 조심하고 있다." 이제 알겠지? "아.. 피곤해......후~" 그날도 시찰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피곤해?" 후우.....소문의 듣기 좋은 중저음.. 나이가 들어갈 수록.........그의 음성은 점점 이렇게 중후하게 변해간다..... 뭐..아직 서른 셋이지만...... 아니... 벌써 삼십대 인 건가. 후우~ "음.. 조금.." "오늘은 집에 있으라니까.." "됐어. 뭘 이 정도 가지고." 사실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나보다 열 다섯 살이나 많은 소문도 저리 멀쩡한데.. 그보다 젊은 내가 어찌 ..피곤해 하며..집에 드러누워 있겠어.. 흐음........그래두 ...좀.. 몸이 노곤한 건 사실이야........ "그렇다면..오늘밤은 ..무리겠지..?" ...소문의 ...숨결이.. 귀 뒤에서 ..훅 다가온다.... 허거억!! 이 ..이 자식이!! "길거리에서 무슨 짓거리야 임마!!" 어깨에 둘러진 소문의 팔을 거세게 쳐내며 내가 역정을 부리자 소문은 호탕하게 웃어젖힌 다. "피곤하다는 것도 원래는 아닌 모양이야!" ".....진짜 피곤하단 말야!!" 헛.. 이게 아닌데.......-_-; 그러자 소문은 눈을 번쩍 뜨며 나에게 성큼 다가온다. "아... 아냐.. 괜찮아 ..소문!!" 난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그 ..넘은 이미 나를 ... "내려 놔아!!" "자.. 이대로 가자 매향. 말까지만 이리 안고 가자꾸나." "....소무운!!" 허억!! 쪽팔려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은..이미 십 년 전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던 터지만.........이건................... "그렇게 창피하면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되지 않느냐?" ".............그게 ..지금 할 소리야...제길." 흐으.. 귀뜨거워...... 쿡.. ........후후훗.. 크큭..... 제.....에...기랄.....웃지들 말란 말야......ㅜ,ㅜ "아버지!!" 불가항력으로 그렇게 안겨 가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저 쪽에서 한 소년이 달려 온다. "오.. 생이냐.." "..진..아." 모기 소리만하게 진이를 부르며 난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러자 진..카운터를 날린다..........ㅜ,ㅜ "어머님을 안고 가시는 거예요?" ".........야 임마!!" 그러나 나의 고함은 두 사람의 대화에 묻혀지고...........둘은 지들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피곤하다고 응석을 부리길래." "원래 어머님이 그렇죠 뭐." "...............나쁜............" 어찌 된 것이 서른이 넘는 나이에도 정력이 넘치냔 말이다..... 하지만 피곤하다는 핑계로 오늘밤은 넘어가게 되었으니.............. "........소문?" 목간을 끝내고 돌아온 내 방에.........소문이 버젓이 앉아있다. 뭐? 부부면서 같은 방 안 쓰냐구? .......죽는 수가 있수다...... 원래 소문과 난 거의 집에 있질 않기에.........그리고 그는 평소엔 집무실에서 살거든.. 그래서 방 자체가 따로 나눠져 있는 거야..... 소문은 탁자 앞에 앉아 술을 따르고 있다. "한 잔 마시겠느냐?" ".........뭐 ...좋지." 난 물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그의 곁에 가 앉았다. 향기로운 국화주.... 약간 노르스름한 빛을 띠는 그 술을 약간 음미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하아.......이렇게 목욕 후에 편안히 앉아 술이나 마시니깐..그나마 편안한걸.. "...음..?" 지금... 내 입술에 ..살짝 닿은 건...................뭐지..? 의아스레 눈을 뜨자 소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소문!" 내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내 입을 막으며 두 팔로 ..날 들어 안는다. 몸이 ..휘청하고 공중으로 뜬다........으앗!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소문은 내 입을 놓아주지 않았다.. "하음.... 웃....소..무......음..응...." 촉촉하게 엉켜오는 그의 탄력있는 혀를 느끼며 빨려 들어갈 때............어느 순간인가...이미 나는 침상 위에 눕혀져 있었다. 나에게서 입술을 떼는 그를 힘껏 노려보며 난 톡 쏘아 주었다. "뭐야. 오늘밤은 내버려둔다 해놓구선.." 그는 나의 투정을 온후한 웃음으로 달래며 내 옷을 천천히 끌러갔다. "네 녀석의 매력이 끊임없이 나를 끌어당기는 걸..내가 어쩌겠느냐.." 그리고 드러난 나의 가슴에.......그가 얼굴을 묻었다.... "칫....그래두.....우웃.." 언제나 시작은 소프트 하다.... 간지럽히듯 가슴을 핥다가 목선을 타고 그의 혀가 올라온다. 입술에서 잠시 머물며 치열을 살짝 훑고 다시 귓가로 다가간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귓가에서 애정을 품은 채 속삭인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바로 너다......매향.. 여전히 희고 아름다워.." "하윽... 소문.. 아..응....." 그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기엔.......나의 이성도 너무나 달아올라 ...버렸다............... 지금부턴.....그저 그가 가져다줄 ...........기쁨만을 애타게 기다릴뿐이다.... 어린아이처럼 그의 목에 매달려....... "응....우웃...하악!! 아..........아..음.....읏..으읏.." 안개처럼 피어나는 몽환적인 쾌락.......... 그의 품에 안겨 내지르는 신음도 이젠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견딜 수 없어 울게 될 때 그 커다란 손이 뺨을 훔쳐내 주는 것도 기쁘기만 하다........ 하아................ 소문..................................... 이대로 ..모든 걸...잊고 싶다.................. 전생3부-외전 후우...... 몇 년 만일까.. 이 곳에 ..돌아온 것은...... 추운 날씨 탓인지....입을 벌리면 하얀 입김이.. 허공으로 흩날리며......새어나간다. "하아..." 덜커덕... 응..? 뭐지.. 이건.. 부속품... 같은 건가....? .....상당히..낡은 것............. 이런 게 왜 ..여기 있지...... "뭐해?" 내 뒤로 천천히 걸어오던 그가 나에게 묻는다. "응.. 아냐.. 잠시 둘러보고 있었어." 그는 피식 웃으며 내 어깨에 두꺼운 숄을 둘러주었다. "오랫만에 온 교정이 반갑기도 하겠지만 ...너 잔뜩 얼었어. 춥지?" "..괜찮아." "괜찮긴.. 어제 퇴원했으면서...." 난 약간은..기운 없는 미소를 지어주며 시선을 돌렸다. 왜 ....이곳으로 오자고 한 것일까.. 나는...... 한 겨울이라..삭막하고......아무도 없는데.... 왜 ..... 새하얗던 머릿속에 떠오른 곳이 ...이곳이었을까... "이제 그만 차로 돌아가자. 너무 무리하면 안돼." 그가 나를 감싸 안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둘러도 봤으니까.." 그의 팔에 안겨.....돌아가면서....... 나는..... 이상한 미련에..........다시 한 번........돌아보았다..... 무엇을 찾아야 할 지.... 아무 것도 ...떠오르진 않지만............. 그냥....... 그렇게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찾을 수 없는 그 미련의 원인이........... ..........그냥... 조금.. 안타까웠다............... 전생3부- 1 욱..... 크윽.......... 아파........ 얇디 얇은 바늘로...전신을 찔러 오는 듯한 통증...... 견딜만 ..하면서도.....견디기 힘든.. 그 아릿하게 울려오는 끊이지 않는 통증.. ..괴로워 ..몸부림치면서도............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 아파.................. 깨질 것 만 같아..... 이 몸을 연결하는 모든 것들이 ...부서져...........내..려............. 산산히........ 흐윽..............................괴..로..워......... 이 ..눈물도... 통증 때문인가........? 발끝에서부터..가지고 놀듯이.......천천히 올라오던 그것은 ... 일순..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고통이 되어 ..... 무방비상태이던... 머리를 ........덮쳐왔다......... "....아..아..아아아악!!!!!" "매향..매향?!?" 다급한 움직임.............거친 동작으로 ..누군가 나를 흔든다. "우윽..." 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머리를 감싸안은 채..그의 두 손에 안겨..신음만을 흘렸다. "왜 그러느냐? 왜 그래? 또 머리가 아픈거냐?" 아아.. 익숙한 ..소문의 음성이다. 그는 당황함을 배제하지 못한 목소리로 ...내 손을 머리에서 떼어놓는다. "안 돼겠구나. 당장 의원을 .." 그가 일어서서 ..침상에서 나가려 한다....... "안돼.." 난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가지마.. 소문.. 가지마.." "..매향..?" 그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나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아.. 소문.. 악몽을..꿨을..뿐.. ..이젠......" "..정말 ..이냐? ...저번에도..너.." 입가가 파르르 떨렸지만..난 최대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등이..식은땀으로 축축하다.............. "..괜찮아.... 그냥.. 안아줘...가지 말고.." 내가 그의 옷자락과 팔에 매달리자..그는 어쩔 수 없었는지 다시 누웠다. "........하지만.........정말...의원에게 가보지 ..않아도 되겠느냐?" "...응. 괜..찮아.....그냥...자주..악몽을 꾸는 ..거야.." 잠깐의 소란.. 하지만....시리도록 푸른 새벽의 그을음은 그 소란마저...고요히 자신의 품안에..녹여가고 있었 다. "어머니!" ".......?" 의자에 앉아 책을 훑어보고 있던 나에게 진이 다가왔다. 후우..이렇게 보니 진이 녀석도 많이 컸구만. 이제.. 이 녀석이 몇 살이더라? "이제 열 여섯인가.." "네?" "아.. 아니다. 그래, 왜?" "아.. 어머니께 보여 드릴게 있어서요." "무엇인데..?" "이리와 보세요. 연병장에서 보여드릴게요." 진이 내 손을 잡아 이끈다. 어깨에 살짝 닿는 짙은 밤색의 머리..그와 같은 색의 눈동자.. 열 여섯의 또래들 보단 조금 더 큰 체구.... 그래봐야..아직 시선을 좀 들어야 날 보는 정도지만..(사실말야..나도 아직 ..10대라구..-_-;;) 음.. 얼굴에 상처가 났잖아? 게다가 옷도 지저분하고.......지금껏 훈련을 하고 있었던 건가? "좀 천천히 가자. 뭔데 그리 급하게 가는 거야?" "헤헷...비밀이예요. 어머니." 진이 녀석 ....풋내를 머금은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한다. 사실..저 '어머니'란 소리..처음엔 저주했었지.. 하지만 말야..여지껏 소문이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사람들이 보기엔..내가 부인 같아 보 이고...아들네미까지 있으니........난 ..울며 겨자 먹기로..이 녀석의 어머니가 된 것이라구.... 나의 성 정체성에....또 한번 혼란이 온 ..시기였어...후우~ 그것도 한 8년 들으니..이젠 무감각.... 진정......난 .......................ㅡ_ㅜ 여기는 활궁 연습장? "자. 보세요." 녀석이 활을 하나 빼내더니...시위에 당긴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저 시위는..... 휘잉~!! 파앙!! 시원스런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활은..멋지게 과녁의 정 중앙에 꽂혔다. "우와...너 ..드디어 그 시위를 당길 수 있게 된 거야?" "네엣!! 헤헷." 진의 얼굴에 해냈다는 충만감과 자신감이 가득하다. 저 시위는......소문이 반 년 전에 선물해 준 것으로 당시의 진으로선 당긴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생일 ....선물이었다. 그 때 우리 둘은 싸우기도 했지. 어떻게 애한테 저런 걸 주냐고..좀더 맞는 것을 사줘야지!! 라고 따지는 나와.. 나의 자식이 되려면 저 정도는 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해!! 하고 반박하는 소문이 만 들어낸 싸움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우리 둘의 옥신각신을 뜯어말리며 한다는 말이. "반 년 안으로 꼭 당겨 보이겠어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진짜..손가락이 붓고 몇 번이나 찢어지고.....극한 통증에 아파 눈물을 흘리면서도...... 하루도 시위 당기는 것을 쉬지 않던 진이었다. 저 녀석이 손가락 찢어질 때마다..소문하고 나도 각방 썼었지..아마.. 진은 양자이긴 하지만...목표로 삼은 것에 매달려 집요하게 노력하는 걸 보면....소문하고 닮 았다는 생각이 ...든다. 짜식.. 네 아버지 같이만 되어라..... 허억!! 이건 ..뭐야..진짜 내가 엄마 같잖아!!! "왜.... 그러세요..어머니?" 녀석이 내 다양각색한 표정 변화를 보더니...흠칫거리며 묻는다. "어..? 아냐.. 하핫.. 암것도.. 그나저나 기특하네. 정말 약속한 기간 안에 이걸 당기다니." "헤엣.. 대단한 건 아니예요. 그냥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냐.. 아주 대단해. 넌 정말 사내대장부다. 약속한 것을 한마디의 군말도 없이 지켜냈잖아. 오늘 저녁에 소문이 돌아오면 꼭 보여주자." "네." "오늘은 잔치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 "잔치까지는 아녜요. 벼, 별로 자랑될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야! 잔치 해야되!! 잔치!!" "..어머니.." 그날따라 일찍 돌아온 소문도 진을 보고는 아주 기뻐해 주었다. "이제 겨우 길을 들였구나. 지금부터는 그것과 하나가 되도록 해라. 당겼다고 해서 모든 것 을 해냈다는 자만은 배우는 자에겐 금물이다." "예. 아버지." 저 모습을 보고 누가 친부자간이 아니라고 하겠어.. 아~ 흐뭇하다... 내 고집 때문이었는지..결국은 작은 축하파티가 벌어졌고....업무에 시달리던 지보와 벌무...슈 란도...잠시나마 쉴 수 있었다. 솔직히 슈란은 정토라고 불러야 하지만..........초, 촌스럽단 말야!! 슈란이 더 나아.... "매향." ".아..응?" 그렇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둘러보는데 소문이 뒤로 다가왔다. "괜찮으냐?" "..뭐가? 아.. 오늘 새벽..? 별 것 아냐.." 그러나 소문은 내 이마를 짚어보며 걱정스런 어투로 말했다. "별 것 아니긴..무엇이 아니냐.. 그렇게 심한 경기를 일으키곤..괜찮을리가 없잖아. 요새들어 서 벌써 두 번 째인데...예전에도 그랬던 것 아니냐?" "아냐.. 그리고 정말 괜찮아...." 그렇게 웃어 보였지만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염려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일찍 들어가 먼저 자거라." "..나 먼저..?" "그래. 먼저 .." 소문이 말을 잇다가...멈칫한다. 헉.. 난 당황해 ..얼른 나의 시선을 거두었다. 내가 지금 어떤 눈으로 그를 본 거지? 이..런.. "..혼자 ..자기가 싫으냐?" "아냐..무슨 소릴..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실없이 웃으며 난 돌아섰다.. 아니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그의 커다란 손이 내 어깨를 잡아 ...다시 자신의 품으로 돌려놓았다. "...사실을 말해라. 내키지 않는 것이지?" "............" "..좋다." 휙..하는 소리가..나더니....소문이 날 들어올린다. 아니..안아 올렸다고 해야 옳은 말인가? "..소문..!" "..어..형님..어디 가십니까?" 지보가 술잔을 놓으며 묻자 소문은 짤막하게 대꾸해 주며 돌아섰다... "음. 오늘 몸이 안 좋다는 군. 침실에 대려다 주고 오겠네." 이봐.. 그러면 안돼.. 여기가 사적인 ..자리긴 하지만.. 하녀나..그런 사람을 시키면 될 것을........ "..그런 생각 하지마라." "..응?" 뜻밖의 말에 난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너는 내가 인정한 나의 정부인이다. 나의 사랑하는 부인을 침실로 안아준다고 해서 ..흉 할 사람은 없어. 너는 그게 문제야 매향. 언제나 주위를 너무 의식해. 언제나 비밀이 많고 ..끙 끙앓지... 그러면서 말로 표현하진 않아." 그의 말에 가슴이 뜨끔하다. 솔직히 ...내가 그에게 감추고 있는 게 몇 개던가.. 언젠가는 말해주겠지...하고 그가 참아주며 기다린 세월이 얼마던가.. "...응." 난 ..부정도 긍정도 않은 채 그와 함께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 "..응?" "요사이 들어서 좀더 마른 것 같구나. 제대로 챙겨 먹기나 하는 거냐?" ...심각해져 있다가 ..이게 뭔..시어머니 잔소리 같은 소리야? "..참.. 이바. 소문씨." 난 익살스레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목에다 팔을 둘렀다. "언제부터 그렇게 꼼꼼한 시어머니가 되셨어? 내 식사까지 걱정할 만큼 바깥일이 편한 거 야? ...흠..이거 안 돼겠는 걸..내가 건무께 말씀드려 일을 늘리라고 해야겠는데?" 솔직히...궁정의 상황은 잘 알고 있다. 말하자면..꽤나 복잡한데.. 지금은....우리가 전장에서 돌아 온지 얼마 안된 시기이거든.. 또 뭔 전장이냐구? 음.. 그게 말야. 원래는 문덕 님도 그렇고 소문도 그렇고.. 이쪽 젊은 세력들은 북진정책을 강력히 주장했지. 하지만 말야.. 그때로 보아선 당장에 한수유역을 되찾는 것이 중요했어. 음..아니지..이렇게 말하면..알아듣기 곤란할 거야. 지금 고구려는 당과 ..화친 상태긴 하지만...그건 겉치레일 뿐이고.. 언제다시 그 넘들이 화친을 짓밟고 고구려로 진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이잖아? 그런데.. 어디냐..저 아래..고구려 아래에 있는 신라가 지금 한강유역을 차지하고 있거든? 다들 중학교 국사시간에 배웠을 텐데..(뭐? 아직 중학생이 아니라구?? -_-;;) 뭐..어쨌든..배우든지..하고..삼국시대 땐 세나라 다..한강유역을 차지할려고 눈을 시뻘겋게 만 들었거든? 왜냐하면 한강은 지금 지도상으로 봐도 중국과 상당히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고 나라의 중심 부분에..떡하니 있잖아. 거기다가 그 위치를 차지하면 황해바다도 차지할 수 있 고...고구려와 백제를 갈라놓는데다가 또 거긴 세 나라의 완충지거든. 그러니 ..눈을 안 붉히게 생겼어? 내가 국사시간에 ..지겹도록 들었었지... 한강유역의 중요성.... 이 놈의 세나라는 한강을 차지했다가 다시 뺏겼다가... 그러다가 백제의 전성기..고구려의 전 성기 신라의 전성기...백고무신이었나..쿡.. 뭐..하여튼..그래서 소문도 생각을 한거야. 그가 경당의 세력을 키워간다고는 말 한 것 같고 그 경당에서 너무 젊은이들을 혹사시키니까 불평이 터져나오기 시작한거지. 하지만 소문은 이 한강유역을 다시 빼앗아 당이 침범해 오지 못할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로 그 불평을 없애버리고 .........자신이 주장한 그 말마따나.. 전생3부11부 .....이튿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난 침상에 혼자 누워 있었다. 어젯밤엔....슈란이 같이 누워 있었는데........ "후우.." 긴 한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키자 ....힘이 쭉..빠지고 기운이 없다.. 밤새도록 울어대다...지쳐서 잠들었으니........그런 건가.. 그래도 가까스로 다리를 세워 일어서 겉옷을 걸치고 난 밖으로 나갔다. 해가 ..머리 위에 있는 걸 보니 한 낮인가...? 침실로 ..가긴 싫었지만..............난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아마 그는 입궐했을 테니까........ 내가 그렇게 울어댔지만.....슈란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뒤에서 날 안아주었을 뿐이다. 처음엔 그 손을 풀려했지만 ...놔주지 않아 ...될 대로 되라 하고 죽어라 울기만 했었다. 왜 그렇게도 서러웠을까... 다정한 슈란의 손길에 ...어쩌면 ...어울리지도 않는 어리광으로 ..더 운 것인가.. 아니면. ...소문이 ..처음으로 내 말을 거부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을까... 싸운 적은 있었지만.....그가 직접적으로 내 생각을 무시한 건 처음이었다. ..................... 흥.. 어쩌면... 슈란의 품이 소문의 품이라 .....그리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더욱 운 것일지도 ...몰라... 끼이.. 문을 열자... 적막한 방 공기가..... 나를 맞는다. 응.. 어쩐지... 술 냄새가 나.........지독하게..... 아무도 없는 가보다 ...하고 들어서는데.......조용한 숨소리가 날 흠칫하게 만든다. ............어..? "....소문...?" 침상 위에 쓰러지듯 ..누워.. 그가 잠들어 있다............. ...어라.. 왜..아직 입궐치 않은 것이지? 머뭇거리다가 ..그에게로 다가가자 술 내음이 확 풍겨온다......... 그 주위엔 ....술병들이 ...수십 개가 뒹굴고 있다. 설마 ..이걸 다 마신 건가? .....어젯밤에..? 침상에 걸터앉아 소문을 바라보자 ....잠든 그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어려있다......... "늙었어... 이 아저씨..." 이제 ..그는 마흔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은 젊고 왕성한 나이라 해도 ....얼굴에 드러나는 .....나이의 자국들은 ..숨길 수가 없다. 그 눈 아래 옅게 패인 그림자를 보며 ....난.. 이루 말 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언제 ..부터인가.. 그가 나이가 들었다고 느낀 것... 점점 ....그가 ....변해간다고 느낀 것....... 젊었을 때의 소문이 아니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그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던 .....훗.....오죽하면. ..야수라고 내가 표현 했을까... 그때.. 그때를 ..생각하면...이 아저씨... 많이 늙었다. ...아니.. 소문은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날 사랑하고 ...여전히 야심차고 ...여전히 멋지 고...................................................................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뭐가 ..변한 거지? ...응? 왜 ..변했다고 ..느낀 거지? ........나도 모르겠다.......... 그와 내가 ..조금 어긋났다는 느낌 때문에? 미치겠군.. 또 ..불안하다. 뭘까.. 이 ......뭉글뭉글...재수 없게 피어나는 불안......은? ....어쩌면....변한 것은........... "으음.." 갈라진 신음소리를 내며 ......그가 눈을 뜬다. "....매향?" 크으.. 주욱..튼 목소리....... "얼마나 퍼 마신 거야? 무식하기도 하지." 최대한 쌀쌀맞게 대응하며 난 침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너.." "시끄러. 어서 씻고 입궐해." ..제길!! 어디서 이런 힘이 나는 거야!! 막 일어난 주제에!! "뭐야 놔." 억지로 그의 품에 안겨져 난 신경질적으로 말을 쏘았다. ".......미안하다...." 강인하게 날 끌어안은 그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다. ... ".....뭐가?" "............." 내 물음에 그는 입을 다문다. "뭐가 미안해? 나한테 미안한 것이 뭐야?" "매향......나도 어쩔 수가 없다.... 지금이 최적의 시기야.... 네 복수는 꼭 이뤄 줄 테니.." ".....아아.. 그러셔? ....맘대로 해. 내가 뭐라고 한들 ..당신이 콧방귀나 뀌겠어? 나 같은 것 내 버려두고 마음대로.." "....매향..." 제길... 왜 그딴 음성으로 날 부르는 거야? 하룻밤 술 퍼 마시며 고민했다고.............내가 용서할 줄 알아? 용서........................할 ..줄 알아...........? 형용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감정이 .........잠시 내 이성을 지배한다.......... "그래.. 언젠가..당신. ..후회 할 거야... 후회...죽어라 해도 ...그때 가서 땅을 쳐도 ..당신 늦어."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와 이 기분이 더욱 고조된다.....뭘까.... 말이..........멈추어 지지 않아..................... "................." "..나 귀신같지?? ...하하.. 나 ..모든 것 다 알아... 말해 ..줄까? 나.. 난 ..사실은 말이지.....이세 상 사람도 아니..." "그만해." "...어?" "그만해라....그만해 ..듣고 싶지 않다...." "소문..?" 으스러지도록...그가 날 껴안는다....숨이 막혀오지만....뭐라고 ...놓으라고조차 말을 할 수가 없 다. ......뭐지? ....그가.. ..날 보고 그만하라고........했어........ "...............그냥........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매향으로 있어라. ...마치 모든 걸 포기한 듯..그렇 게 말하지 마라.............그 ........말은 깊숙히 감추고 지금은 .....언제나처럼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나의 부인으로써 있어다오.." 그의 심장이 격하게 박동하는 것이 등을 통해 전해진다. 미친 듯이 펄떡거리며 뛰는 심장은 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그가 ...동요하고 있는 걸까........? 설마... 설마...........알고 있는 걸까.............모든 걸..........? ......아니야... 알 리가 없어............내가 몇천 년 후의 인간이란 것을 ...이 시대 사람인 그가 어떻게 ...생각 조차 ....개념조차 없을 텐데........................... 하지만... 이상하리만치의 보이는 그의 과반응에 난 .......달래듯 말을 꺼내고 말았다. ".....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계속... 있을 거야........" 어쩌면. .. ............가슴 졸이며 ...가끔씩 이유 없이 날 미치게 만드는 불안을 ....그도 느끼는 걸까? 혹.... 내가 ..사라짐에 ....더욱 그것이 심한 걸까.........? 소문....? "..................지금은 누가 잘못했고..그 잘잘못을 가릴 때가 아닙니다. 모두 하나로 뭉쳐 대원 칙을 세우고 당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옆에 서서 ..............난 그저 웅백을 노려 볼 뿐이었다. 마치 살았다는 얼굴로 작게 한숨하는 그들을 ..........입술을 짓씹으면서도........ 기분이 .............더럽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소문과 나 사이에 ...소원한 ..기색이 생겨났다....... 말도 ..줄어버렸고...... ..이전처럼... 웃고 ....큰소리 치고. ...그런 게 없어졌다....... 견디기 ..힘든 .............이런 ...................침묵.............. ...응? 소문.... 그 서류에서 눈을 떼고 ...날 바라봐 .. 언제나처럼 ...정리하던 그의 전포...투구 ...패검.........똑같이 지금도 정리하고 있는데 .....왜이 리 슬플까.........? 언제나 기뻤는데.... 그와 웃으며 또는 전략을 세우며..사랑의 말을 하며.....정리해 넣곤 했는 데......오늘은 ...더럽게도 기분이 ......나쁘다..............그가 입는 ..붉은 전포....먼지와 때가 타고 ...닳고 ...그의 체취가 가득히 스민.............이것...... "하아...." 잠시 그것을 꼭 ..끌어안아 본다.. ....큭..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당사자가 ...내 앞에 있는 데.................... 제길.. 그....재수 없던 불안은........................설마 ....이것이었나...............................? 전생3부12 "이렇게 된 이상 당주 세민의 침략이 있으리라 예상하고 그 대비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태 웅백의 무리..중 하나 ...승부의 승상 보춘의 의견이었다. 보춘은 웅백이 신임하는 사람이니...그의 의견은 곧 웅백의 의견과 같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이 말로 인해서 어전 안은 이 말로 의해 우리 쪽은 모두 그쪽을 살피며 혹시 미친 건가 의심해야 했다. 하지만 난 의심은커녕 차가운 비웃음만 흘렸을 뿐이다. 우태..웅백이라는 놈... 더럽게 교활한 놈인 것이다. 궁지에 몰려도 ..끝내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는 ...저 비열한 머리통에 저주를 담은 찬사를 끼얹어 주고 싶다. 결국 책임 추궁 당하기 싫으니 우리 의견에 동의를 표시한 것 뿐이다.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겠지...그들로선.. 결국...그들이 동의함에 따라 국론은 하나로 통일되었고....시급히 방비책의 마련 회의에 들어 갔다. "안되오!! 수륙 대원수를 연 장군이 맡다니 ...그건 말도 안되오!" "왜 그리 반대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이번에 가장 공이 많았던 건 연 장군이시오."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건...수륙 대원수 자리 쟁탈전.. 말 그대로 소문파와 웅백파 사이의 그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솔직히 문덕 님이 돌아가셔서..그 자리가 비게 되었기에 그 곳에 누구를 앉히느냐가 시초의 문제였 다. 하지만 이 수륙 대원수라는 자리는....바로 황제 다음으로 대권을 가지게 되기에 ...두 파 가 이렇게 피터지게 싸우는 것이다. 물론 서열상으로는 대대로가 높지만 ..실권은 군사를 다 스리는 대원수가 가지고 있지. 그렇기에 누가 대원수가 되느냐에 따라 .............권좌의 주도권자가 결정되는 거기도 하고.. 만약 한 쪽이 된다면 다른 쪽은 거의 다 추방당하게 될 테니까 .... "제기랄..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 주제에 그래도 수륙 대원수는 탐이 나는가 보지?" 돌아가는 길에 분한 음성으로 지보가 말을 토해낸다. "...주제도 모르고 날 뛰기는 ..내 언젠가 웅백 그 놈 토막을 내 버릴 테다." 벌무도 덩달아 흥분하여 이를 벅벅 간다. "자중하거라.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해야 해." 소문이 그들을 가라앉히려는 듯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난 ..그의 옆에서 말을 탄 채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사실 ..내가 가장 할 말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지만.....집에 도착할 때까지 난 입 한마디 떼지 않고 침묵했다. 그리고 소문도 .....나에겐 ....그 침묵을 지켜주었다. 단단히 몸을 죄여오던 옷들을 모두 풀어버린 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난 오늘 올라온 그 가 처리할 일거리들을 가지고 집무실로 갔다. 소문은 아직 집무실로 돌아오지 않은 듯 아무도 없었다. 그의 책상에 ....처리하기 쉽게 가지런히 놓아주고 잠시 ...그 앞에 서서 작은 한숨을 몰아쉬 었다..... 통에 꽂힌 여러 개의 붓들.. ...그가 항상 쥐고 쓰는 것들인지...잡는 부분이 조금 닳 아 있다. 그리고 ....연적과 벼루.............그의 손때가 탄 책들... 항시 그가 앉아서 일하는 의자.................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지만...이리 찬찬히 살피니 ...어느 것 하나라도 그의 손길이 스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가 쓰는 붓 중에 ..하나를 들어보니 ....내 손엔 조금 크게 ...잡힌다. 하긴..그의 손이 크긴 크지... 내 손보다 훨씬 크니까.... 붓도 크게 잡는가봐.. "쿡.." 작은 웃음이 내 입가를 장식한다. 끼익... "...소문..." 그가 ..문을 연 채 ..서 있다. 조금 놀란 걸까? 아니면 ...내가 있을 것이라 예상 한 건가..? 표정을 선뜻 드러내지 않는 그의 얼굴을 읽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난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를 떨떠름하게 바꿔....그를 바라보았다. "아, 서류 ...가지고 왔어. 읽어보고 ..결재를 해.. 보기 쉽게 펴놨고...응.. 그리고......난 ..가볼 게.." 억지로 ..웃으려니 ...잘 안돼는 군. 하지만 최대한 입가를 찢으며 난 그를 피해 집무실에 나왔다......... .......문을 닫고 ...내가 돌아서 ...몇 걸음 멀어지는 순간에도 ........그는 나오지 않는다............제 길 ...기분 더러워..................왜 ...이러는 거지 ..우리? 서로에게 서먹해 졌잖아......... -내가 사랑하는 매향으로 있어라.. 네가 그렇게 말 해놓고... 이딴식으로 대우하면. ..어쩌라는 거야......? 에라잇 빌어먹을.......... "컥...!" 무릎이 휘청..흔들린다. "흐으윽.." 격렬한 통증이 전신을 에워싸 난 견디지 못하고 벽에 기댔다.. 으윽......악.....크...으..윽..... "허억..허...억...어...윽.." 숨..쉬기 ..조차 ..힘들어....... 숨이 ...쉬어..지지 않아... 흑...! 흐으으..윽.. 머리가 ....땅바닥에 마구 드리블되고 있는 듯한 느낌.........마구 흔들리는 두개골의 발광에 난 ........그저 머리를 부여잡고 격한 통증만을 신음으로 토해냈다. "하윽..!! 크윽.. 아악.." 제발.. 이제..그만... 대체 ..언제 ..이 고통..끝나는.... 거야.............. 아파서 ...미칠 ...미칠 것............... "매향... 매향?!" 허억!! 몸이 ..붕 뜬다......... 쪼갤 듯이 아파 오던 머리가 .............한계를 넘어서 버렸다........ ..............죽을 ...것 ............같아........... 제발. .놓아줘........... ....응...? 뭐야...? 여기 ..어디야? ...이 유치찬란한 꽃밭은 뭐야? ..꿈인가? 생신가..? ...뭐가 뭔지 ..경황이 하나도 없군..... 다만...고개를 들자....저쪽에 아주 익숙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붉은 전포를 입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다. -소문... 이 생소한 곳에서 ...반가움이 들어 난 그에게로 다가갔다. 점점 ..그가 가까워져 오고 ........이제 몇 걸음 남지 않았다......... 웃으며 그의 팔을 잡으려 하자 ..........이상하게도 ...손까지 ...붉게 물들어 있다. -소문...? ......내가 불러도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이상해 .......홍색 전포라곤 해도...이렇게 ...붉지는 않았는데.............이건 ...차라리 핏빛이다. -..소문.. 미친 듯이 솟구쳐 오르는 불안한 마음에 난 그의 앞쪽으로 돌아갔다.............. 그의 얼굴..그의 눈을 마주보는 순간 ............ "으아악!!!!!!!!!!" "매향!!!!!!!!" 벌떡 일어서려는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강인한 힘......... 그것은 내가 더 이상 발광부리지 못 하도록 ...날 꽉 누르며 제압해 왔다... "..매향..정신 차려라..!!" 발광하며 몸서리치는 나를 건져내 주는 이 음성.......... ...이렇게 날 누르고 있는 존재가 누구 인지....그것은 가르쳐 ......주었다.. "소문... 소문...소문. 소문...소문..." 이렇게라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놓아버릴 것 같아... 난 죽도록 그 팔에 매달리며 ....그를 읊었다.. 눈을 꽉 감고 ....놓지 않으려고 ...붙잡았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괜찮아... 괜찮다... 아니 ..내가 있다... 그러니까 넌 ...이제 괜찮다..." 금세 ...따스해져 온다. 그가 ..날 ..안은 걸까...? 조용히 숨을 죽이고 거기에 매달려 있자니........귓가에 ..일정한 소리가 들린다... 살아 움직이는 ...심장의 박동소리.......... 그 소리에 ..........두려움이 .......점차 사라져 간다..... 조금씩...눈을 뜰 용기도 주었다................. "......소문...?" 목이 제 기능을 해주지 않아 신음 같은 소리만 흘러나온다.. "그래. 나다. 나 연개소문이 널 안고 있다...."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그의 얼굴이 확실하다...............아니....그 심장 박동 소리부터..............그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를 확인하자 덜덜 떨려오던 어깨도 순식간에 가라앉고 ...심한 탈진에 체력에 한계가 느껴 졌지만 안은 팔은 놓지 않았다. 소문은 팔을 풀지 않는 나를 안아 살며시 일으키며 그래도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레나 의식 불명이었다.... 의원도 네가 아픈 이유를 모른다던데...예전에도 이렇게...아 팠...." "무서워.." 내 한 마디에 그의 말이 툭 ..끊어진다. "무서워....소문...나 ...미치도록..무서워.......무서워.." "..매향.." 난 ...더욱 그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이 손을 놓으면 .....이 팔을 풀어버리면...안 될 것 같았 다. 왜인지...이유는 몰랐다....... "무서워....나..........나 ..." 목소리가 ..떨리다 못해 울음이 섞여 새어나온다. 난 ...그의 가슴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보았다. "..뭐가...일어날 것 같아...불안한 뭔가가 당신을.. 당신에게........... .....분명히 ..뭐가 있는데 ..... 알고 싶고...알기..싫어........미치도록 불안해....그래서...무서워...무..으읍.." 말을 막아버리듯 그가 내 입술에 키스를 해 왔다. 순간 흠칫 놀란 내가 움찔했지만 그는 부드럽게 눌러오며 내가 키스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했 다. 그의 혀가 .....나의 혀를 감싸안는다.. "음....응...." 소프트했던 키스가 떨어지자 소문의 또렷한 눈동자가 날 주시한다. 그의 탄탄한 팔이 내 어 깨를 빈틈없이 감싸고 있다.............면도를 하지 않았던 걸까......턱수염이 거뭇거뭇한 상태로 ....눈 아래엔...기미가 있다..............하지만. ..그 눈빛만은 ......선명하기 그지없다....... "난 살아있으니까 그렇게 불안에 떨지 마라." "........................" ......울컥...눈물이 난다. "걱정하지마... 뭘 그리 걱정하고 혼자 불안해하지? 이 내가 그리 쉽게 당할 사람인가? 이 연개소문이 ...그 어떤 적에게라도 쉽게 쓰러질 인물인가? 응? 그래? 매향.." 넘쳐흐르는 눈물을 어찌 못해 ..난 그대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그렇지 ..않아.. .." "아아. ..그래 ..이제 알았지? 아무 것도 불안해 할 것은 없다... 이제 그만 좀 울거라. 가뜩이 나 몸도 잔뜩 지쳐있는데 ...거기다가 울면 완전 탈진해 오히려 네가 위험하다..." 소문이 다정하게 뺨에 키스해 주었다. "...응... 으응.." 하지만 ...한 번 터져버린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얼르고 달랬지만..........난 ..한동안..계속 울었다....... 꽉 막혀 있다가 터진 봇물처럼 정말 탈진할 때까지 울었다........... 난...불안했던 걸까...아님 긴장이 풀린 것일까....그것도 아니면.............. ...........기쁜 ...걸까.........? 내가 쓰러져 의식불명이었던 이레동안 소문은 밤잠을 거의 설쳤다고 ....진이 전해주었다. "정말 ..모두들 미쳐 버린 줄 알았어요. 어머니가 쓰러져서 ..그 밤에만 해도 의원이 다섯 명 은 불려왔을 걸요. 특히 언제나 침착하던 슈란 삼촌이 그렇게 당황해 하는 건..정말 처음 봤 어요. 하지만...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누워있는 나에게 신나게 떠들던 진이 갑자기 말문을 멈추고 주위를 살핀다. "왜 그래?" "..응.. 아니예요... 아버지께서 들으실까봐.." "입궐했잖아.. 이미.." "..그렇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구요..조심해야죠." 진이 짓궂게 웃는다. "훗.. 녀석.. 무슨 소린데 ..그리 뜸을 들여?" "놀라지 마세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우셨어요." "................!!!!!!!!!!!" .................너무.................... 놀라.......말이 안............나와............... 뭐어어어어??? 연개소문이... 저 소문이...울었단 말야?!?!? 소문이?? 그가?? 그럴 리가??!! "역시 ..무지하게 놀라시는 군요...." "...너 ..뭐.. 잘 ..못.. 안..거 아냐..?" 그가 울 리가 없어...... 어떻게 연개소문이 운다는 거야?? "하지만..정말 우셨어요.. 어머니 쓰러지시구.....삼일 정돈가...지났을 때.....어머니 계신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구요.. 그래서 살그머니 다가가 보니....아버지가...어머니 이마에 .....뭐..하여 튼...그런 ..거 ..해주시면서 ..............우셨다구요.." "...................." 그게 ..정말일까........... ".........제발 ..눈을 떠.....라고 하시며...." ........................제발 ...눈을 떠..................... ...그가 ..정말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그가 정말 눈물을 흘렸단 말야..............? ..................그가..........? 짓궂던 미소는 어느새 사라진 채 진의 얼굴엔 진지함만이 남아있었다. "요새 ..두 분 사이가 소원하셔서...걱정했다구요.... 하지만. ..아버지께선 ..누구보다 ...어머니 를 극진히 사랑하시고 계세요.. 저마저도 울 뻔....아..이건 아니고.. 두 분 ..화해 아직 안 하셨 나요...........어라? 어머니?" "....응...?" "............우세요..?" ".......아니.. 아니야.. 우는 게 아니야......이 ..건..." "...어머니.." 전생3부-13 있잖아요..전 이수인데요..-_-;; 요새 소설이 너무 늦지요? 그거..좀 봐주세요...^^;; 워낙이 제가 ......바쁘거든요... 그리고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컴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이것도 ..쓰다가 저장만 해놓고 자는 날이 빈번하거든요...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생색내는 것 같지만..28일이 마감인 디케야도 써야 하구요...(저는 시간 배분 같은 걸 잘 못 해요...-_-;;)샤이넬도 ..써야 하구요...솔직히 말해서 ...두 시간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거든 요... 이거 하나 쓰는데만 해도 한시간 반인데..-_-;; 조금 늦어질지는 모르겠지만..잠수는 안 합니다...^^ 이수 이름 걸고 약속~!!입니다. 그날이 지나서도..한 며칠은 난 일어서지 못했다. 그렇게 격한 통증의 후유증이었는지 ...다리가 서지지 않아서...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서게 된 날은 바로 소문이 육군 대원수로 임명되던 날이었다. 옷을 챙겨입는 나에게 그가 다가와 해준 말이었다. 이렇게 쉽게 ...육군 대원수가 되었어? 조금 갸웃거리긴 했지만 그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 내 위에 승상이 있지. 그의 감독을 따르는 거야." 그럼 그렇지.. 지보가 아쉬워서 어쩔 줄을 모르며 그렇게 나에게 말해주었다. "너무 두드러져 보일 것 없다. 내 위에 승상이 있는 것이 오히려 일하기 편하지." 그래 ..당분간은 잡음도 없을 테고... 솔직히 뭐 ...경당 조직화 할 때도 소문을 겁내 그 위에 승상을 두었었잖아? 그다지 신경쓰지 말자구. "좋아. 그럼 가자." 내가 준비를 완료하자 소문은 사인을 내렸고 우리는 말에 올라 궁으로 향했다. 거진 열흘만에 탄 말이긴 하지만....별로 모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뭐.. 심하게 말하자면 ...껍데기뿐인 육군 대원수 자리를 임명받고 제 자리로 돌아오는 소문 에게 난 부드러운 시선을 보냈고, 그도 희미한 눈웃음으로 답했다. 그 열흘 간 ..난 병석에 누워 있느라 ..솔직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건 모른다. 하지만 진이나 슈란이 가끔가다 전해주는 말을 들어선 ....사람들이 나처럼 웅백파를 처단해 야 한다고 여러 번 주장했다고 한다. 손발을 잘라내 권부로부터 추방하자고 ...강력히 건의해 왔지만. ..소문은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었다고 한다. "당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이 시점에 굳이 분열을 조장할 필요 는 없다. 지금은 단합할 때 ...이 위험을 이겨내고 그때 시비를 가려도 늦지는 않아." 나의 말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다.. 나의 눈물도 ......모른척 했던 그다...... 그런데 ..다른 이의 말을 들을 리가 만무하지... 난 ..그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끊임없이 불안하지만... 저 웅백을 남겨두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지만......그의 말마따나 .....이 일이 끝나면 ....잘잘못이 가려진다....................... 가려 ..지겠지......... 나의 눈물이 ....그리고...그분의 죽음이 보상받을 날이 오겠지..... "어머니!" ....조금 거슬리는 군. 이 길거리에서 어머니라니...... 하긴 ..내 옷이 완전 ...고구려 여자....복장이긴 하다만.. "왜." 하지만 ...난 내 속을 그대로 드러내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저거 좀 보세요!! 저거요.. 진짜 괜찮지 않나요?" "뭔데..?" 진이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 자그마한 대장간 하나가 보인다. "뭐 괜찮은 거라두 있어? 대장간 치곤 작은데.." "말도 마세요. 물건이라구요..어서 이리 와보세요!!" "물건..?" 멋도 모르고 진의 손에 이끌려 그곳으로 다가가자.....앞에 놓여진 ...여러가지의 패검들이 보 였다. "이거 말하는 거야?" "아뇨. 저거요." ....벽에 걸린. ..커다란 검... 수수한 무늬를 가진 ...보통의 검..으로 보였지만......그의 말대로 ..뭔가 ..좀 .. "..어때요 ...뭔가 기운이 흐르지 않아요 어머니?" "아.. 뭘 보고 계십니까?" 대장장이가 걸어나오며 두 사람을 맞는다. "저 검 좀 볼 수 있나요?" "예? 저걸요?" 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는 조금 놀라며 곧 고개를 젓는다. "아... 저건 안 됩니다. 저희 가문의 보검이라서요.. 다른 걸 보시지요.." 보검이라구..? 꼭 보고 싶은데..... "저어... 좀 ....모양만이라도 ...가까이 볼 수 없을까요?" 사정하는 투로 내가 말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조아린다.. "...예..예.. 그럽지요.." 그가 가져온 검... 그것이 손에 놓여지자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차가운 느낌이 손바닥에 닿는다. "빼 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빼내자 ....빛나는 광채가 ....곧 쏟아져 나온다. "와.." 진과 나는 검이 뿜어내는 그 기운에 ....놀라 잠시 말을 잊었다... 세상에.... 이건 ................정말 명검이잖아......! 이 은은하게 흩뿌려지는 광채라니..............나의 놀란 얼굴이 검날에 그대로 비친다...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베어버릴 정도로 ...예기(銳氣)는 대단했다. "멋지다.." 진도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매혹되었는지 연신 감탄사를 늘어놓는다. "하하..가문 대대로 내려져 오는 명검입지요..." 대장장이는 으쓱한지 우리를 향해 은근히 자랑한다. 제길. ..갖고 싶잖아.. 이거.. "....나한테 파시오 이거." 앞뒷말 다 때려치우고 난 그 검을 품에 안고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예에..?" 순식간에 엄청난 곤란의 빛이 그의 얼굴에 떠오른다.. "마님.. 안됩니다... 그것만은............" "팔아요 ..나한테 팔란 말입니다..돈은 얼마라도 주겠으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그 검은.." 그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하기를 꺼려한다. 뭐야? 버벅거리지 말고 말해!! "그 검은 ....주인을 선택합니다요.." "................" 뭐? 검 주제에 ..주인을 선택해? 내가 벙한 얼굴을 만들어 보이자 그는 믿어달라는 듯 애원했다. "정말입니다. 그 검은 주인을 선택합니다요...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는 자가 그 검을 쥐면 오 히려 해가 될 뿐입니다...믿어 주십시오.." ...................흐응.. 자존심 센 검인가.........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구미가 당기는 걸........ "....저기 말이죠.." "..예.." 그는 생떼를 쓰던 내가 생글생글 웃기 시작하자 약간 불안한지 조심스레 대답한다. "이 검요 ..내가 쓰는 거 아니예요.....적임자가 있으니 ..이제 장식품 취급은 그만하고 ...주인 에게 줘요." ".....예?" 이번엔 대장장이씨가 벙찐 얼굴이 되었군... "연개소문.............그가 이 검의 새로운 주인이 될 거예요." ".............예에???!!" 내 말을 금세 인식하지 못했는지 ...헤..하고 있던 그는 땅에서 일미터 정도는 떨어지며 펄쩍 뛰어 오른다. "연 장군님께...요..?" 난 ..필살의 꽃미소를 함빡 ...날렸다. "그래요. 그의 허리춤에 채여질 다섯 번째 패검으로 말이죠......이 녀석에게도 영광일걸요.." "..........................." 그는 시뻘개진 얼굴로 한참이나 망설였다. 제발..팔아라...팔아.. 니가 가지고 있어봐야 무용지물 아냐... 검은 베기위해 만들어진 거지.. 장식품이 아니라구!! 곧..결심을 내린 듯.. 그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 ..태어나서 이토록 바쁜 저녁은 처음이었다. 소문이 곧..돌아온다. 궁에서 나와..집으로 퇴근한단 말이다.. 그가 돌아오기 직전에 난 준비를 끝내야 했다. "부인, 이건 어디다 두어야 할까요?" 고지순 장군과 슈란이 운반하던 테이블을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 "아.. 그건 저쪽에 갖다 놔주세요." 그들이 테이블을 내가 주문한 자리에 갖다 놓는 동안 난 소정을 불렀다. "어서 음식들을 내오도록 해. 주방에 가 말해라." "네." 그렇게 독촉한지 오래 지나지 않아.. 모든 음식 준비는 완료되었고 ...언제나 손님을 접대하 던 곳으로 쓰이던 이곳도 화려하게 꾸몄고 말야.. 오늘만은 .........우리 쪽 식구들이 모두 모여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셔야 한다구!! 그렇게 준비를 해 나가면서도..난 가끔 ...내가 사온 검에게로 눈을 돌렸다. 아마 ..생에 가장 멋진 선물이 될 것 같은 걸.. 너 ..소문의 손에서 ....찬란하게 빛나라구.. 그 같은 맹장의 손에서 놀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니까 말야.. 소문은 알까..? 오늘이 ..그 날이란 것.. 서프라이즈 파티다....후훗.. "음..?" 쿡.. "...뭐냐.. 아무도 없느냐?" 쿠욱..쿡.. "왜 ..불이 꺼져..읍..?" 깜짝 놀랬을 거다.. 이건 내가 주는 첫 번째 선물이다........소문...자주 주는 것 아니니까 ..밀어치지 마.. "으읍.......음......" 그는 처음에는 나를 밀어내려 하다가 ...뭔가 익숙한 것인지...곧 손을 멈춘다. ..그런데........갑자기 불이 화악...들어온다. "축하드립니다!!" 이.. 이봐..조금 ..빨랐어...............아직 ..우린 진행 중인데........ 소문과 내 입술이 겹쳐져 있는 상황에서 ...모두는 .........우리에게 축하드립니다..를 외쳤 고.............아무리 그와 내가 철면피라 하더라도 이건. ..좀 쪽팔린단 말야.. 재빨리 ......슈란이 진의 눈을 가리는 것이 보인다.............-_-;; 이미 다 봤을 터인데.......... "하아.. 이게 ..뭔가..? 모두..모여서.."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소문은 어리벙벙한 얼굴로 모두를 훑어본다. "으유.. 이 바보.. 오늘은 당신 생일이라구!" "....뭐라..?" 모두들 ..약간 얼굴을 붉힌 채로(-_-///) ...미소를 머금고 있다. "..내 생일이라니....오늘이?" 난 그의 옆구리를 세게 찔렀다. "그래. 오늘 ...연개소문이 세상의 빛을 본 날이다!! 축하해........!" 내가 미소를 짓자 ..그제서야 그는 현실감이 드는지 ...약간..허탈한 웃음을 흘린다. ".......모두들 ...나를 속였느냐?.....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런 말은 없더니..." 책망하는 투였지만 아무도 찔려하지 않았다. 서프라이즈 파티를 말해주고 하는 거 봤냐? 봤 어? 봤냐구...........후후후후.. "자자... 아저씨 ...이제부터 더 놀라게 될 거야." "............?" 난 궁금해하는 그의 팔을 잡고 중앙으로 이끌었다. "우선 ..내가 선물을 주지." "선물이라면.. 아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어디선가 ..아주 짓궂은 소리가 터져 나온다..................그리고 ..쿡쿡거림...제길.. 난 그쪽을 파릿..째려 주고는 다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네개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응..?" "이거." 난 그의 허리에 채인 패검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오늘 내가 산 ...그 패검을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 "..어렵게 흥정한 거야...........쿡.. 정말 마음에 드는 놈이었다구. 소문....당신이 ..이제 그 자존 심 센 놈의 주인이야.." 원래 ..무사는 좋은 무기를 보면 흥분하는 법... 소문도 다를 바는 없었다. 고조된 눈으로 그 검을 검집에서 빼낸다... 검은 스르릉하고 상쾌하게 빠져 나온다.. "허어.. 이것 ..정말 ......" 정말 주인을 만난 걸까.... 그의 손에 들어가자 ...검은 한층 더 빛을 낸다... 검광이 예사롭지 않다고나 할까...................흐뭇한 걸............ "...정말 고맙구나 ...매향..."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날 향해 말했다. "으응.. 아냐 발견한 건 진이라구. 그쪽에 감사해." 진은 쑥쓰러운 듯 머리를 살짝 긁었다............. "자~!! 그럼 좋은 검도 생겼고 하니.. 이제부턴 풍악을 울리고...마셔 볼까나?" 흑벌무... 저건 언제나.-_-;;; 으휴.. 하지만 사람들은 벌무의 말대로 유쾌하게 웃으며 잔치의 시작을 알렸다. "그렇게 마음에 들어?" "음.. 정말 보면 볼 수록...대단한 검이다." 방안에서도 검을 들여다보는 소문이라니 ....... "흐으음.... 이제 그 검은 그만 내려 놔.. 소문."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조금도 검을 내려놓을 기세가 아니다. "..조금만 더 보고.." ...........뭐야.. 이거 심술나잖아??! ".........나보다 ...검이 더 소중하시다...?!!" 잔뜩 골이 난 목소리로 그렇게 쏘아붙이자 소문은 ..........슬그머니 검을 놓는다. 그리곤 ...나에게 다가왔다. "....그럴 리가 있느냐.." "시끄러 저리가." 그가 ...팽 돌아서 버린 내 등을 부드럽게 안아온다. "단지 ..오랫만에 멋진 명검을 만나서 ..기뻤을 뿐이다." "누가 뭐래요 .....연개소문 장군님." "....후웃..." 그가 나직하게 웃는다. "왜 웃구 그래?" 더더욱 토라진 목소리로 묻는데 대답은 않고 ..............소문, 웃음을 머금은 채로 ....나를 들어 안았다. "어..라..? 소문..!" 그는 침상으로 다가가 날 내려놓고 ...위에서부터 도발적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30대 후반의 아저씬데......도..... ....어찌 이리 ..............섹시하단 말인가 .....연개소문..이건 ..사기 다..........당신은 아저씨야..........!! 아저씨......!! 이건 ..말도 안되지만.. 이리도 섹시한 아저씨가.........진짜 내 앞에 있다........... 군살하나 없는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얇은 가운만을 걸친 ...그에게 ..........은은히 흘러 들 어오는 달빛이 후광으로 비춰지자 ......그야말로 ..숨을 삼킬 만큼 멋..지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그가 서서히 고개를 숙여온다. 그래.. 정력도 ...20대 때와 ..비교해 조금도 안 떨어졌지.....-_-;;;;;;; "나에게는 부인이 둘이 생겨버렸군.." "...뭐..?" 그가 내 귓가를 살짝 깨물며 ...그렇게 속삭인다. "그렇지 않아... 이곳에는 ..네가 있고.........전장에선 ..그 녀석이 나의 파트너가 되 줄 테니 말 이다......." ...나도 ..그만 픽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흥. 하지만 그 녀석은 이런 거 안해줄 걸?" 하지만 아직은 골이 조금 난 상태라 나도 고개를 들어 소문의 목덜미를 팍 깨물었다. "큭.. 그렇구나......." 뜨겁게 ....달아오른 ..방안의 열기......... 오로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차가운 달빛뿐이었다. 조용히 숨어 ...몰래 몰래 ...지켜보면서도 ......... 녹아 들어갈 듯한 사랑의 속삭임과 ...몸짓들을 훔쳐보면서도 ..... 아무런 말도 ...........없는 ........ 단지 ...........은가루를 뿌린 아름다운 장막과도 같은 ...달빛만이 ...........존재 할 뿐이었다. 전생 외전 "뭐? 납치?!?!" "네.. ..저희들이 최대한 막아 보았지만....도저히.." 지보는 수치스럽다는 듯 고개를 떨군다... 온통 붕대로 칭칭 감긴 몸을 한 채 지보와 흑벌무는 소문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 소문의 얼굴에 짙은 낭패의 기색이 서린다. "...소문 님...." 진이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소문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의심이 가는 자는 누구냐.." 그의 음성이 싸늘하게 내리 앉았다. "......." 모두 알고 있다..말하지 않아도 ..그런 짓을 벌일 자는 웅백 뿐이라는 것을. "..제기랄..내가 갔다 오겠어." 씹어뱉듯 말하며 슈란이 몸을 돌린다. 하지만 그를 막아선 것은 소문이었다. "뭐야?" "지금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슈란은 울컥 화가 치밀어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럼 너는 뭐 수가 있다는 거야!? 그들이 납치해 간 게 뻔하잖아!! 그럼 그 대문으로 당당 히 밀고 들어가...윽.." 격하게 치밀어 올라온 손이 슈란의 멱살을 낚아챈다. "....못 간다.." 대체 ..이 소문이란 작자는 걱정이 되지도 않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단 말인 가!! "무슨 소리야!! 놔!" 그가 안간힘을 다해 소문을 밀어내지만. ..소문도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한참을 그리 애써 봐도 모두 물거품이 되자 열이 받힌 슈란은 소문의 면상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납치 당했다구!! 걱정되지도 않는 거야!!?" "........그런 게..아니다..." 침울하게 ..울리는 음성... 강하게 잡아 채인 멱살이 떨린다...아니... 소문의 손이 ..미미하게 떨고 있다.............?! ...슈란은 잠시 의아한 눈으로 소문을 바라보았다. "...소문..?" ".......걱정되는 건...너뿐이 아냐.." ....손에서 힘이 빠진다. 하지만 슈란은 ...그를 밀치고 나아갈 기운을 잃어버렸다. 길지도 ..짧 지도 않은 그 말 한 마디에 ...........그의 모든 심경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초조하고 걱정하는 건.......그일 것이다.. 어쩌면 ...불안감조차 주위에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는 ....자신이 더욱 괴로운 것인지도....모른 다.... "....................." 대체 ..여기는 어딜까.... ....눈을 뜨자마자 ..느낀 것이었다. 골이 터질 듯 울리며 아파 온 건 둘째치고 ........대체 저 화려한 천장 무늬는 뭐란 말인가.... 절대로 ..소문과 자신의 침실은 아니었다.......... 희미한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게 축 늘어지기 전의 기억......... 이마에서 굵은 핏줄기를 흘리며 어서 달아나라고 외치는 지보....그리고 이미 쓰러져 버린 벌 무...............도망치려 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 흑인영들은 ....이미 자신에게 다가와 버린 후였다. "....나 ...납치 ..당했나......." 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무슨 약을 썼길래 ....이렇게 마취가 풀리지 않는 걸까.......? "벌무랑. ..지보는 .....어떻게 ..되었지..."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다섯 명의 흑인영.......지보와 벌 무의 실력도 만만찮은게 아닌데....그들은 너무나 쉽게 두 사람을 쓰러뜨리고 자신을 납치했 다.... "문제는 ..왜.. 우리가 공격을 당했느냐는 것....과 왜..내가 납치를 당한 것이냐는 건데..." 그는 ...몽롱한 머리를 그래도 열심히 굴리며 생각에 애썼다. 우선 가설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그냥 좀(많이) 무술이 되는 자들이 모여 만든 산적단이다. 그래서 벌무와 지보를 쓰러뜨리고 여자처럼 보이는 날 잡아 왔다. 두 번째는 ....아예 처음부터 내가 목적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무래도 ...후자가 맞아....." 그렇다면 또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왜? 왜? 잘 가던 자신들을 습격해 자기를 납치해 왔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매향은 원한을 산 일이 없었다. 남이 이토록이나 자신을 미워해 그들을 사주한 거라면..자기부터 죽였지 않겠는가.......... 그의 머리에 다른 이유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소문에게 원한이 있는 자라..이건데..." 소문에게 원한이 있는 자....소문을 미워하는 자....그래서 우리를 습격하도록 사주한 자... 곧...매향은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씹.... 웅백..." "한시가 급해. 어서 묘책을 짜내라구." 결국 갈 수 없게 되버린 슈란은 소문을 닥달하며 계획을 토해내라고 다그쳤다. "물증이 필요해. 물증." "물증?" "그래. 저들이 매향을 납치해 갔다는 걸 증명할 만한 ...물증. 그게 없다면 그들은 끝까지 오 리발을 내밀 거야." 깊은 상념에 잠긴 소문의 음성이 나직히 울린다. "그럼 어쩌라는 거야? 답답하긴!!" "저..." 두 사람의 신경전 속에 진이 슬그머니 끼어든다. "음..?" ".....왜.. 매향 형을 납치해 갔을까요?" 진의 터무니없는 물음에 슈란은 기가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긴 왜야! 그거야 당연히........" "............" 잠시 일동 침묵.. "그러고 보니 ..왜 ..매향만은 납치해 간 거지?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수도 있었잖아.." "...................." 곧...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통일된다. "소문형님." 지보의 매서운 눈초리가 소문을 향한다. "음." "아직도 물증을 찾으십니까?" "...............당장. ..가지." 서서히...마취가 풀려오는 것 같다.. 이젠 팔을 들어올리는 것까지 가능해 졌다. "후우......제길... 약도 되게 독하군.."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아무도 오지 않는다.. 간신히 돌릴 수 있었던 고개로 내부를 살피니...보통의 침실이다. 아니.. 화려함과 사치로 점철된 침실이다. "...드러운 자식... 백성의 혈세로 지 기름덩이나 불리다니......." 그렇게 욕을 내뱉으면서 계속 몸을 풀어주는 일에 힘을 쏟고 있는데......저어쪽에서부터 ...작 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 순간 신경이 잔뜩 수축한다. 누굴까..누가 오는 걸까..........? 설마 ..소문이 구하러 오는 걸까? 그 발소리는 이 방 앞에서 딱 멎고 .......문이 조용히 열린다. ".........너 ......." 얼굴 가득 거만과 비열이 살아 숨쉬는 인간...........그저 보기만 해도 역겨운 면상이 나타난 것이다... "웅백..." "깨어나셨군.. 이젠 약 기운도 서서히 풀려갈 테지?" 능글거리며 웃는 그를 독기어린 눈으로 쏘아보며 매향은 차갑게 대꾸했다. "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짓을 한 거지?" "....속셈?" ".....당신 ..미쳤어? 어떻게 한 나라의 우태나 되는 작자가...이런 짓을 꾸민 거지? 이게 들통 나면 어떻게 될 건지....모르는 건가?" 그는 아무런 대꾸 없이 매향만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왜 대답이 없는 거야!" 순간. ...그가 몸을 낮추더니 그 역겨운 얼굴을 매향의 얼굴로 들이민다. "..........?" 훅 끼쳐오는 그의 숨결에 소름이 끼쳐 얼굴을 돌리려 하자 그는 강제로 그것을 막는다. "무..무슨 짓이야....?!" "다 ..너 때문이지.." "...무슨 소리야......." '이 작자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늙어서 망령이 든 건가?' 그런 생각을 하려 해 봐도 ..몸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늙은이 ..위험하다고.............그 증거로 지금 매향의 몸은 아까부터 긴장을 풀지 못했다. "...큭... 정말 아름다워.... 이 매끈하고 탄력 있는 피부라니..." 그가 뺨을 슥 훑자 소름이 확 돋는다. "............미쳤군...." 그의 눈이 제 정신이 아니다.. 달빛을 받아 반사되는 그에게서 ...지독한 광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아...나도 모르게 오 싹해 지고 말았다. "미쳤다는 소리, 들어도 상관없다. 다만..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갖고 싶었지....이렇게 아름다 운 자색 눈동자에 ...독설만을 뱉어내는 입술.........가냘픈 이 몸...........아니..어쩌면 정말 미쳤 는지도 모르지.." 그의 손이 서서히 매향의 가슴으로 올라온다......... '.....장난이 아냐..... ..이 ..영감이 ..' ....전신이 그의 손길을 거부한다...아직도 미약에서 풀려나지 못한 몸이지만..... 이런 것은 ... 이루 말 할 수 없이 끔찍한 짓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저주하는 이런 인간의 손에 농락당해야 한다면...차라리 혀 깨물고 죽어버리 는 게 훨씬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미친 변태!!... 그만 둬!!" "소리 질러봐야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옷을 비집고 들어온 손이 가슴을 만지기 시작한다.......아무리 발악을 해 봐야 몸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매향 자신이 미칠 지경이 되어버렸다. '말도 안 돼 ..난 ..이 자가 날 증오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을 뿐이야..날 노려 볼 때도 ..그저 날 싫어하는 거라..생각.....윽!!' 어느 사이인가 ..그가 매향의 웃옷을 풀러 헤치곤 ...놀라운 눈동자로 날 내려다본다.... 제길... 들통난 건가...... "너... 남자...냐..?" ...어쩌면 잘 된 건지도...매향은 최대한 싸늘함을 가장해 씨익 냉소를 흘렸다. "..............눈 썩었어? 변태영감..그래. 나 남자야.. 어때 ...할 맛이 아주 싹 가시지?" 차라리 경멸해라... 호모라고 ..차라리 경멸해... 그리고 날 내버려 둬........... "..............." 하지만 ...매향의 그런 소망은 ...조금씩 더 희열에 차오르는 웅백의 눈을 봄으로써 내팽개쳐 지게 되었다. "크크큭.. 네놈은 남창이냐...? 깨끗하고 고귀한 척 하던...그 놈도 ...결국엔 남자 놈과 뒤엉켜 자는 더러운 놈이었..." "닥쳐!!" 순간 매향이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지르자 그는 순간 주춤하며 말을 멈춘다. "닥쳐!! 닥치란 말야!! 그는 결코 더럽지 않아!! 당신 같은 인간 말종보다는 백 배 천 배 깨 끗한 남자란 말이다!! 그에 대한 모독은 용납할 수 없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어...!! "그는 ..그는 ...날 진실로 사랑한단 말이다... 그리고 나도 ..나도 마찬가지다!! 당신처럼 그저 몸만 가지고 싶어하는 변태와는 달라!!" "..........뭐?" 웅백의 눈이 분노로 시뻘겋게 변한다. 원래 소인은 범인의 도발에도 쉽게 흥분하고 그 정평 을 잃기 쉬우니... 그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남에게 준 모욕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이 받 음 모욕에만 분노하여 더욱 거친 손으로 매향을 애무해 나갔다. "윽..!! 아윽..... ..빌..어먹..을....윽..아팟.." 오로지 욕망에만 눈이 뒤집혀 이런 일을 치른 사람이었으므로 그는 매향을 가지겠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 따윈 없었다...뒤탈이 생겨봐야 자신은 시치미 떼면 그만인 것이다. 이상하게도 몸은 무거웠지만 신경만은 곤두서 있어 그의 더러운 자극에 몸이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런 자신이 너무나 더럽고 수치스러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웅백은 아예 이제 매향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고 있는 중이었다. "...그만 해 ...이 더러운 노인네.............그만 하란 말이야......!" 움직여주지 않는 몸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몸만 자유롭다면 이런 노친네따윈 발로 걷어 차 버리고 도망을 칠텐데......................축축하고 역겨운 느낌의 혀가 자신의 목덜미 위에서 마 음껏 자신을 유린하고 있다............... 이렇게 노리개처럼 ...당하긴 싫었다............. 이런 ..노친네에게 .....버진을 주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차라리... 차라리.............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의 손에 놀려지고 있는 몸이 너무 싫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아니라면..........그래............. 그가 아니라면. .....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마지막 결심이었다......... 아직 ...빼앗기지 않은 입술을 벌려 ...........혀를 깨물기로 했다....유일한 자살 수단이었다......... '씹... ...죽고 나면....죽을 때까지 널 괴롭혀 줄 거다........각오해.......' 그런 독한 마음(-_-;)을 품고 ..그는 입을 꽉 다물려고 했다...... 그 때.. 우지끈..! 이라는 무식한 소리와 함께 ....다섯 개의 그림자가 들어선다. "뭐..뭐냐?! 네놈들은!!" 매향은 눈물이 아른거리는 눈을 깜빡거려 털어내 버리고 그쪽을 주시했다. '..다..다섯..명...?' 그 중에 가장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위력적으로 걸어온다. 그 기세에 웅백은 움찔거리며 매 향의 위에서 떨어졌다.. "....어떻게.....? 으악!!" 퍼억.. 멋진 펀치소리를 동반한 채 ...그는 뒤로 날아가 버렸다. 벽에 그 몸을 처박은 채 ...꿈틀거리 며 일어서지 못했다. "이런 ...천인공노할. ..더러운...개자식..........." 강한 분노에 떨림을 주체할 길이 없는 ..저 목소리는 ....매향의 귀에 ...너무나 익숙한 것이다. 눈물이 울컥...쏟아져 나올 만큼....반갑고 ...기쁜 목소리인 것이다. "....소문..?" 달을 등진 채 서 있던 그가 서서히 매향에게로 몸을 튼다. 그의 얼굴이 ....음영을 걷어내며 그 매끈한 각선을 드러내어 ...드디어 매향은 울음을 터뜨리 고 말았다. "매향.. 괜찮으냐? ...내가 너무 늦었..." 그는 매향에게 달려와 위로하다 ...그 어깨에 드러난 자국들을 보곤 말문을 닫는다. "...................." "소문.." 그는 조용히 ..매향의 곁에 앉아 자신의 망토를 벗어 매향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울지 말거라." 그 뺨에 얼룩져 흐른 눈물조차도 안타깝다는 듯 그는 달래며 ........무슨 보석을 다루듯 ...(진 부한 표현은 시러라...-_-;)매향을 소중히 안아들었다. "돌아가자." "..어.. 응.." 보통 때 같으면 당장에 내려놓으라고 발광을 했을 매향이지만 심상찮게 뿜어나오는 소문의 기운에 눌려 순순히 품에 안겨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사라지기 전에 ...그는 슬쩍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 눈빛의 의미를 뒤에 남은 네 명의 남자들이 모를 이유가 없었다..................... -...반 ..죽여버려......... 그 일 이후로 ... 웅백은 그간 숨겨 왔었던 비리와 추문...그리고 이번엔 장군의 부인마저 추행하려다 들통난 것이 모두 드러나 관직을 삭탈당하고 외딴 섬으로 귀향을 떠나게 되었다. ........ 귀향 떠나는 그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것이라 할 것이 못 될 만큼 반 병신이 되 있었지만............그는 거기에 대해 추호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끝인가?" 그의 귀향모습을 바라보며 ...매향이 속삭였다. 속시원하다는 듯한 말투였지만 한 구석엔 불 안감이 남아 있었다... "...끝이라니... 그럴 리가." 소문의 의미심장한 말.... "..역시..또 뭐가 남은 건데?" 자신의 불안이 적중했다고 생각하며 매향은 다급히 물었다. "그건..." 그렇게 말끝을 흐리며 ...소문이 ...이상하게도 가깝게 다가온다고 느꼈을 때... 이미 상황은 늦어 있었다. "아앗!! 뭐하는 짓이야!!! 야!! 소문!!" "소독이다." "..소..소독? ...쓸데 없는 짓 말아!! 으으..으앗!! 아악!! 싫어어!!" "반항해도 소용없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이 사내..............매향은 싫어 진저리를 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를 받아들이고 있었다........하지만..... "내 ..다시는 널 그렇게 칭찬 안 해!! 내가 미쳤지!! 우웃!! 싫대두!!!" 억울..했던 ..것일까...-_-; 전생3부14 ~15-이수님 정말 더럽게 신경질 나는 일이 발생해 버렸다. 당이 쳐들어 올 것이라 예상하고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던 우리에겐 아주 타격적인 일이 발 생한 거다. ..아니 발생하지가 않아서 ...큰일인 것이다.. 두 달이 넘도록 ..당군이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웅백파가 숨통을 틀 틈을 준 꼴밖에 되지 않는 거다. 그들은 당장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위기감을 조성하던 우리 쪽을 헐뜯기 시작했다. "전쟁 운운한 것이야말로 평지 풍파였습니다. 당이 원한 것은 화친이지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연개소문은 우리의 판단을 그릇되게 오도하였습니다. 폐하, 이 기회에 저번 일을 사과하는 의미로 사절을 보내야 할 것으로 아룁니다." 터진 입이라고 말은 잘했다. 이제 지들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니 저 난리들이로군....... 그런데 ..저 놈들은 저 놈들이고.. 당은 뭐야!! 왜 안 쳐들어오는 거야!!?? .......뭐.. 전쟁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뭔가 낌새라도 보여 야 예의(?)아냐??.... 제길. ..죽 쒀서 개나 주게 되었군. 웅백은 그렇게 나서며 황제를 구슬리기 시작했고 ...황실의 회의는 그쪽으로 분위기를 옮겨 가 정식으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고구려의 체통에 관계되는 일입니다. 먼저 사과하는 사신을 보내다니오!! 말이나 될 소리입 니까?! 태풍이 몰아치기 전에는 언제나 고요한 법!! 우리가 너무도 빨리 전쟁준비에 몰입했 기에 그들도 주춤한 것입니다! 만약 허점만 보인다면 당장에 치고 들어올 것이 분명합니다." 소문은 강력하게 주장하며 사절을 보내는 것을 막았다. 물론 저쪽 웅백 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기에 두 파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런데 ....사건은 이상한 곳에서 또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 사신이 가야하느냐 말아야하느냐 결정이 나기도 전에 ....당에서 또 사신이 찾아 온 것 이다......... 문제는 ...그 당사가 ...저번의 장손사보다 훨씬 더 교활해 보인다는 것이다.....그는 가져온 국 서를 바치며 줄줄 말을 읊어놓았다. 이세민은 저번 일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지만 양국의 화친을 깨고 싶지 않았기에 이번은 참기로 했다는 것과 한 번 더 '그 일'을 추진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말이다......... 경관대탑 훼철은 우리가 알아서 하고 ..고구려에선 당의 위령제나 지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어찌 들어보면 괜찮은 조건 같지만..생각해 보라.... 왜 넓디넓은 지네 땅 놔두고 우리 나라에서 지네 병사들 위령제를 지내주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우리 나라에 원군 온 병사인 것도 아니고 ..적군이었던 놈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위 령제를 지내는 돈조차도 우리의 것을 써야하지 않는가...... 사건이 이렇게 되고 있는데도 ..웅백파는 아예 얼굴에 생기를 띠고 본격적으로 우리를 비난 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뭐라 했소! 시기를 놓쳤지 않습니까!! 그 놈들 모가지를 따 버려야 한다고 했잖습니 까!!" 흑벌무가 식식거리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솔직히 난 할 말이 없군. 분명히 나는 예고했었다. 후회하게 될 거라고....... 결국 후회를 하건 ..이 사태를 더 좋은 방향으로 틀든. ..그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빌어먹게도 약해져 버린 고구려...... 어쩌다가........ 왜 ..그렇게 강대했던 고구려가 그깟 당주의 말 한마디에 ..이리도 수선을 떨어야 한단 말이 야..............제기랄................. 어쩌다가........후우....... "할 수 없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자들과 맞서 싸운들 무엇하겠느냐. 이젠 지쳤 다....두고 보자. ..두고 보며 사태를 관망하자..." 전략을 짜던 소문은 ..그렇게 말하며 ...........모든 걸 덮어버렸다. 소문... 잘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소문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내가 일어서 그의 집무실로 걸어갔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소문." 작은 소리로 그를 부르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무실 안에서 어두움과 하나가 된 소문의 그 림자가 약간 움직였다. "...뭐 해 ..여기서 .." "매향..이냐.." 한 숨과 같은 말을 뱉어내며 ..그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안 잘 거야?" ".............." "...아니면 뜨거운 물에 목욕할래? 물 끓여 줄까?" 그의 얼굴임에 틀림없는 그림자가 작게 끄덕인다. "알았어. .." 이 밤중에 자고 있는 시녀들을 깨워 할 짓도 아니었기에...난 손수 물을 솥에 부어 올리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얼마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물이 끓어오기 시작하자 .. 집어넣던 장작을 멈추고 그를 부 르기 위해 쭈그리고 앉았던 다리를 폈다. "후우....어? 어라 ..소문.. 내려와 있었어?" 돌아서자 ...어느 새인지 내 뒤에 소문이 서 있다. 약간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기에 왠일인지..나는 약간 당황해 허둥거리며 말을 꺼냈다. "아.. 옷 벗어.. 물 ..통에 부어줄게.." 그리곤 그를 스쳐가려 하는데 ........그가 내 팔을 낚아챈다... 결코 거칠진 않은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놀라고 말았다. "..왜..?" ".............자." ".................?!" 잠시 그가 뭘 말하려는지 의도를 파악치 못한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지금 ...벗겨달라는 거냐!! 경악이 어린 내 눈동자를 그는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 버렸다........ "..............." 당장에 날려차기로 ..한 방 찍어줄까............-_-; ....갑자기 이건 무슨 짓이란 말야........이봐! 당신 이제 마흔이야 ....좀 있음.. "부인이 남편의 옷도 못 벗겨주나?" 여전히 무뚝뚝한 음성........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자니 손이 슬그머니 움직인다. "쳇. 누가 네놈 부인이야. 부정하지 않으니 지들 멋대로 부인이니 어머니니......." 그렇게 툴툴거리며 상의의 고름에 손을 갖다대었다. 사락..사라락......스륵...... ...두근...두근.......두근..두근.. .........얼..굴이 ..왜 이렇게 ..뜨겁냐..........제길............ 자꾸 손이 ...엇나가잖아........... 겉옷을 모두 벗기고 속옷만 남은 상태에서 ..난 ......상당히 짧은 시간이지만 망설였다.........그 의 옷을 내가 벗겨보기는 처음인 것이다............(그래!! 이십여 년을 살았지만!! 난 그의 속옷 한 번 안 벗겨봤다!!!!!!!!!!!) 그러자 그가 슬쩍 나를 밀어낸다. 그리곤 손수 ..벗는다.... "왜.. 왜그래?" "응? 내 다리가 무거울 듯 해서 말이다. 자꾸 괴로운 신음(...-_-;???)을 뱉어내니 ...시킨 게 안쓰러워 질 지경이잖느냐." ".....별 소리 다한다... 그게 무거우면..다른 건.....!" 난 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저..영악스런 소문의 눈동자에 ...이상한 기운이 찾아든 것이 다...이를테면..반은 기쁘고..반은 놀리는 ........-_-; "흐음.. 다 견디게 되어 있다는 소리냐?" ".......그..건.... .." 얼굴이 뜨거워서 미치겠군..........뭘 그리 빙글거리며 묻는 거야아!! 소문의 손이 내 뺨에 와 닿는 것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지금 ..달아올라 있는 건 가..........이 뜨거움의 ....본질은. ..무엇이길래................... "저..저리가! 징그러... 물 받을 테니까!!" 난 그를 확 밀쳐버리곤 통에 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절대 뒤로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그가 뭔 짓을 하던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하며 열심히 물을 퍼 날랐다...... 물을 거의 다 퍼 날랐을 즈음.......... 뭔가 무거운 것이 나에게 갑자기 기대와 순간 휘청거리 고 말았다.... "뭐.. 뭐야 소문!! 우.. 우앗!!" .....몸이 ...기운다.......기울어..................!!! 풍덩..철퍼덕.......... 난 그의 무게를 지탱치 못해 그만 물을 받던 넓은 나무통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물론 그 건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야!!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목욕하라고 받은 건데.." 급작스레 빠지는 통에 머리를 묶은 끈이 풀러진 건지 ...시야를 가리며 들러붙는 머리를 치 우며 난 역정을 냈다. "같이 목욕하자꾸나...." 하지만 이 덩치 큰 녀석은 나를 꽉 끌어안으며 물 속으로 몸을 담구었다. "소문..!" 으휴..정말 ..... 다 큰 어른 주제에 ..하는 짓은 어린 애 같아 가지고......... "내 위에 올라가겠느냐..." "........" ..그리고 어째 하는 말은 다 그런 것 뿐이야!!! "..올라가라구?.." "그래 ..위에 있는 게 ..다리도 뻗기 좋고 ..하기도 편하지...." "뭐어!??!?!? 이 아저씨가!! 하긴 뭘 해!" 그 기막히는 소리에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려 하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몸을 누인 채 자신의 배 위로 올라가란다...........난 인상을 마구마구 찌푸리며 물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동 시에 내 몸에서 공존하던 물방울들이 ...소문에게로 떨어져 내렸고 ..그는 그것을 기분 좋은 듯 맞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육체구만 ..아저씨....... 이상하게도 그 어깨랑 가슴을 보고 있으려니 절로 손이 다가간다. 훗... 내가 무슨 짓인지 .. 이 쇳덩이 같은 몸을 마사지 해 주다니............ 정말 어지간히도 탄탄한 그의 몸은 ...아무리 문질러봐도 ..표시조차 나지 않았다. 가슴과 어깨를 오르내리는 내 손길을 느끼며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무얼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동안의 피로를 풀어내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 ..언제 또 이렇게 해주겠어.. 한 번 해줄 때 ...확실해 해 주자........... 그렇게 한 동안 눈을 감고 있던 소문이 나의 손을 잡는다..... "..........?" "됐다 ..." "그래..? 그럼 ..난 나간... 욱..?" 일어서려는 데도 ..그는 내 손을 놔주지 않았다. 오히려 잡아당겨 자신의 품으로 쓰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뭐 하는 거야............. 정말 여기서 하자는 거야.......?" "...그럴 리가.." 미처 안심하기도 전에 ..그는 물 속에서 벌떡 일어섰다.......물론 나도 ..들려졌다..... 홀딱 젖어서 추워 죽겠구만... 왜 또 일어서는 거야!! 알몸인 채로 ...소문은 욕실을 나섰다...... "..어디..가는 거야! 옷이나 입어..........소...소문!" 당황한 내가 나직하게 소리치며 발버둥쳤지만 소문은 그대로 돌진했다. "............이 아저씨가 진짜..." 야심한 밤이라 볼 인간은 없겠지만 ..그래도 당신 너무 당당한 거 아냐?! 아무리 몸매가 잘 빠졌다고 하더... 이..이건 아니구.. 뭐 어쨌든!!!! 결국 우리가 도착한 곳은 침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나를 침상에 눕히고 그는 위를 점령한다. "...여기서 해야지 않겠느냐..." .......지금 그거 ..할 말이야?? -_-; 당신 참... 기가 찬 내가 흥 하고 코웃음을 치자 그는 피식 웃으며 잔뜩 젖은 내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 다. 한 겹씩.. 옷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한기가 몰려들어 나도 모르게 어깨를 떨고 말았다. "추우냐.." "당연히 춥지... ...감기 걸리면 당신 탓이야....." 심술궂게 쏘아붙이고는 그의 반응을 기다리자니 ...........그는 상의를 벗겨내다 말고 내 목덜 미에 고개를 묻었다....... 그리고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처음엔 오히려 한기가 더욱 들었지만 ....그러고 한동안 있자니 .......더 이상 춥지 않았다. 탄 탄한 소문의 몸이 ....거짓없이 느껴진다..... 가슴.. 팔... 다리................그리고 ...뜨거운 호흡까지..............하나도 빠짐없이 ........... "... ..소문.." "...이젠 어떠냐.." "따뜻해. ...기분도 좋으니 ..걱정 마.." 말투에 장난을 섞어 대답해 주자 ..그도 웃는 건지 ...작은 숨소리가 난다. "......지금 뭘 그리 걱정하는데...?" 오로지 자유로운 것은 입 뿐이라 난 혀를 굴려 그런 말을 건넸다. "..........음.. .." "이번에 온 ..그 사신 때문이야?" "............" "...아무래도 뭔가 사악한 낌새가 있어 보이지?" "........그래... 안심해선 안 돼....표면적으론 단단히 각오하라는 것 같지만....본 목적은 전쟁에 앞서 우리를 염탐하기 위함일 것이야..." ".......휴우.. 결국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란 거군." "...겁나느냐?" 뭐? 겁냐냐구? 지금 나한테 무섭냐고 물은 거야? 난 큭..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전혀. 복수해 줘야지. 이딴 게 무서우면 ..난 예전에 죽었어.........알아? 연개소문. 내가 당신 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왔는지......." 소문이 잠시 내 어깨에서 고개를 떼어 ...날 쳐다본다. 그 눈동자에 의문이 어려있다. ".....나라고 ..뭐든지 다 잘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주보고 있자니 ...그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온다.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눈을 감았다. 응.. 그래 ..나 ..당신에게서 버려 질까봐... 사실은 되게 무서웠다......? 매일 매일 난리치고 화내고 신경질 부리는 것도 ....당신의 시선이 한 번이라도 날 돌아보게 하기 위한 의도가 섞여 있었다고 하면... 당신은 화낼려나.........? 연개소문...... 당신 나한테 속은 거야... 사실은 내가 ..내가 더 당신을 원했다구................ 이후로도...절대 ...들키진 않겠지만... 이런 부분은 둔팅이지...당신........ 쿡... 전생 3부 15 "형니이임!!" 우당탕 쿵콰당!! "크윽..." "뭐..뭐야??!" "....................-_-;" "...........당장 나가아아아아!!!!!!!!!! -_-+++" 퍼벅!! "....씁.." 제기랄.. 왜 ..아침부터 쳐들어오고 지X이야!!! "..미..미안해.. ...워낙 상황이 급해서..." "...크흠.. 그, 그래 대체 무슨 일이냐?" 무지막지하게 화내는 내 앞에서 언제나 뻔뻔하던 지보도 황망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결국 어설프게 옷을 챙겨 입은 소문이 앞으로 나서고 ..나는 침상 위에 누운 채 팽하니 돌아 버렸다. .....제기랄.. 설마 본 건 아니겠지....... 설마 봤다면.........개쪽이잖아!!!!! 아까.. 한 십 분 전으로 돌아가 보자구....돌아가기 싫지만.....아씹.. 돌아가면 될 거 아냐..-_-; 그러니까 ..이거 였다구.. "으응.." "..깼느냐..?" 눈을 뜨자 처음으로 내 눈에 들어온 건 ..부드러운 그의 미소... 그는 이미 깬 것인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은 듯 했다. "...응.. 언제 ..깼어..?" "조금 전에." 어젯밤에 하도 난리(?)를 쳤던더라 몸이 피곤했기에 일어나고 싶지 않아 도로 눈을 감아버 렸다. 그런데 .. 이 넘의 소문이 내 목을 감아오는 것이 아닌가.. "뭐야.. 귀찮아.." "..훗.." 내가 이리저리 팔을 휘둘러 봤지만 ...그게 통하나? 안 통하지.... 결국 난 신경질은 내고 말았다. "그만 해!! 이씨!! 잘 거란 말야!!" 어슴푸레 뜬눈에... 이번에는 장난이 가득 어린 소문의 미소가 비친다. "정말 누구 부인인지 이다지도 귀엽고 예쁘단 말이냐.......가만 내버려 둘 수가 있어야지......" "커억.." 그 엄청난 닭살공격에 나는 뻣뻣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그리고 그 틈을 노려 소문은 내 귀에 키스를 해 왔다. ".......으웃.. 그만 해앳!! 야!! 연개소문........아.....읏..." 이 좁은 침상에서 지금 레슬링 해보자는 거야 뭐야!!! 자꾸만 내가 그를 밀어내자 귀찮아 진 건지 ...아예 내 손을 낚아채 봉한 뒤 .......공격은 이어 졌다.... 귓불에서 ...목덜미로......그리고 쇄골을 따라 ..가슴........크윽..! "그......만.. 하윽......." 콰앙!! "형니이임!!" "............................" 이렇게 된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쓰......................... 쪽팔려어어어어............-_ㅜ. "뭐?! 그 사신 놈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단 말이냐?" 엥? "그렇습니다. 일단 당주의 뜻을 전했다면 속히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이 작자가.." "그 작자가?" ..순간 난 지보의 말에 너무나 귀가 솔깃해 일어서고 말았다. ".................." "................" 저 ..두 남자의 침묵은 ...왜지? 순간 소문이 나에게 돌진하더니.....................내 상의를 잡는다. "어..?" ".......너무 노골적이구나." "어...?" 그러더니... 꼭꼭 앞섶을 여며준다............. "아..!" .........얼굴이 ...화르르륵..달아오른다......... 옷이 저만치 흘러내려...가 ..있었다............... .....더 ..더 개쪽이다.............. ...잠깐.. 왜.. 왜 내가 부끄러워하지? 나 남자 맞지? 저 둘도 남자 맞지? 근데!!!!!!!!!!!! 왜!! 이런 이상한 분위기가 연출되느냔 말야!!!!!!!!!!!! 흥분해서 다시 벌떡 일어나려다 나는 ..멈칫 ..내 가슴을 내려다보고 말았다. 우우웃!! 이 민망한 키스마크들이라니!!!! ..................거의 ....남은 곳이 없잖아!!!!!!!!!!!!!! 어으으으윽.........ㅜ.ㅜ......... 정말 ....창피해 죽을 것 같아................. 훌쩍... ......동시에 뒤에서 들리는 ...속닥거림........ "우는 겁니까?" "그..글쎄.." "울 만큼이나 형님의 테크닉이 좋은 겁니까?" "...흠.. 그럴 걸." ".......................다 들려 이 짜식덜아!!!" 오늘은 목까지 올라오는 옷을 입어야겠군. 뒤에서 소정이가 이것저것 옷을 꺼내 와 열심히 비교하고 있다. "뭘 그리 고민하지? 그냥 아무 것이나 줘." 대강 앞에 놓인 옷을 집어들려 하자 녀석은 무엄하게시리 내 손을 탁 치며 고개를 젓는다. "안 돼요! 공식석상에 나가시는데 아무 것이나..라뇨..." 녀석이 정색을 한다....... 내참.. 매일 나가는 궁인데..뭔 공식석상..... "아아.. 됐어. 그냥 이거 입을래." 녀석이 또 말리기 전에 손에 들었던 것을 그대로 몸에 걸쳤다. 대충 소매를 여미고 허리끈 을 졸라매자 ..완성된 듯 하군. ".....와아." ".....?!" 갑자기 녀석이 감탄을 토해내길래 나는 의아해져 고개를 돌렸다. "..매향 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뭘 걸쳐도 ...태가 나요..." "에?" "이제 서른을 넘기신 몸 같지 않으세요.........피부도 젊은 아이들 보다 훨씬 좋으시고.. 품위 까지 있으시니.....금상첨화...우엑!" "뭐샤? 서어르은!!??" 본능적으로 나는 소정의 멱살을 움켜쥐고 말았다. "켁.. 왜.. 왜그러십..." "임마 누가 서른이야!! 난 아직도 파릇파릇한.............." 소정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다...........헛.. 이거 말 잘 못 나올 뻔했네.......................... 그래두 서른은 너무해.. 난 ..아직 18세의 젊디젊은 소년..이란 말이다.. "..아냐.. 나 서른 맞아.. 핫핫.. 그래두 마흔은 아니겠지만............." "예?!" "됐어..나가봐.." "네.." 소정 녀석이 물러가고 문이 닫혔다... "후우...." 곧 난 휘청거리는 몸을 탁자에 기대어 한숨을 푸..내쉬고 말았다............... ........서른이라구? ....문득 손에 거울이 걸리는 군.........이 시대 때 거울은 화질이 좋지 않지만 ..얼굴 정도 대강 비춰보기엔 어려움이 없다. 그걸 들어 바라보자니................처음 이 곳에 왔을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다만 자색 눈동자에 .. 머리칼이 꽤나 길어 이제는 등께 까지 온다는 것이 다 를 뿐.........얼굴엔 주름 하나 없다......... ...... 이래도 ..되는 걸까.............나.. 이 시대에 역행해 ..이렇게 혼자 .........머물러도 되는 걸까........... ...또 혼란스럽군.. 나는 ...원래 이 세상 사람이 아냐.......그런데 ..이 세상에 왔어...........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만큼은 ..나이를 먹어야 하는 게 .....정석아닐까......? .....제기랄. ..정석이 뭔지 알게 뭐야.......... 하지만 ....잘 못 되었다는 느낌이 사라지질 않아........ 쳇.. 한동안 편안하더니.. 또 이러는 군.........또 이놈의 노파심이 찾아와 버렸어... 쉽사리 떨쳐 내지지 않는데... 이건........... 지끈...... 응..? ......지끈.........지끈.. 후우.. 또 머리가 아파오는 건가.......... "아..." 심해져 오는 두통에 지그시 머리를 짚은 채 나는 의자를 빼내 앉았다.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만약 또 다시 아프면..바로 내게 말해야 한다... 내 세상 태어나 그토록 걱정스레 말하는 소문은 처음 보았는데.........쿡.......... 걱정이란 걱정 은 모두 담아 읊조렸지........... "하지만 .....지금은 그냥 참을래.... 나 혼자 ...버티겠어 ...아직 ..말도 못했는데........" 나에 대한 것.............. 언젠가... 지금 이 전란이 지나가서 ...둘 다 평화로 워 지면..........편안히 누워 ....그에게 속삭여 줄 것이다................. 그때처럼 ......내 감정에 치우쳐 ...그를 놀래키지 않을 거야............. "우윽.." 두통이 더 심해진다. "소정아.. 소정아........" "........예?" 소정이가 문을 조금 열더니 고개를 빠끔히 내민다. "응.. 주인어른께 가서 먼저 가시라고 전해... 나 ..뒤따라가겠다고..." ".. 설마 또 아프세요?" "...아냐.. 뭔가 ..할 일이 있다.." "....네." 처음 나와의 약속을 다시 되새기는 걸까.. 녀석은 다시 조용히 문을 닫았다. "하윽.. 아아아.." 의자에 더 이상 몸을 기댈 수가 없어 ..나는 바닥에 몸을 떨구고 말았다.......... 최대한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입술을 짓씹었지만... ..........격렬한 고통에....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 마저 막을 길은 없다.... ".......으....윽." 얼마간....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걸까.......... 무거운 눈꺼풀을 들자 ..아직 날이 환해 ..시간 감각이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 아무도 이 방엔 들어오지 않은 듯 한데.......하긴 누가 들어오겠어.... 아직도 빙...도는 머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조금 나아졌는가..... 그럼 ...궁으로 나가봐야 하겠지....궁으로 .. 그러고 보니.. 지보가 ....아침에 뭐라 말을 했었는데................당나라 사신이 ......... 뭐라더라......... 기억이 안 나............ ......제길......... 궁으로 가 봐야겠어.... "소정아... 아니..누구 없나? 바깥에 ..누구 없어?" ...............아무도 없나 보군... 꼭 이 놈들은 부르면 없어... 쳇............. 결국 아래까지 내려가서야 겨우 하인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어.. 말 한 필 대령해 주게." "예." 대문 가에 나와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자니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게 보인다.... 아직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평온한 사람들의 얼굴...... "어머니 ..정말 새 붓을 사 주실 거지요?" "그러마.. 걱정 마라. 오늘 이걸 팔아 네 붓과 종이를 사주마." "와아.." ....어쩌면 ..이 시대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모자의 이야기... 가난해 보이는 행색이지만 ...저 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주막에 들르는게 어때?" "좋지! 오늘 물건도 다 넘겼으니 ...주머니도 두둑하고 말야.." "이럴 때 한 잔 해야지 언제 또 막걸리 마시겠나?" "크하핫.. 가세! 가자구!" "오늘 고 이쁘장한 주모도 보겠군." 서넛의 장정들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내 앞을 지나간다.... 헤에 ..이거 진짜 재밌는 걸? "저.. 매향 님 말 대령했습니다." "어? 아냐 됐어. 나 그냥 걸어갈래." "예?" 어리벙벙해 하는 하인에게 나는 빙그레 웃어주었다. "응. 걸어 갈 거라구." 궁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찬찬히 살피며 걸어가자니 ...정말 재미가 새롭다. 바쁜 조정싸움에 시달리느라 ........이런 평민들의 생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어. "자..떨이요 떨이!" "이거 싸게 드릴 터이니 가져가시오.. 예?" 소란스러운 시장의 모습.... 커다란 봇짐을 짊어진 사람들........물건을 사러 나온 아낙네....그 뒤를 따르며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콧물쟁이 아이들..... "꺄하하하..." "야.. 거기 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내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뛰어간다. "앗.. 조심해 얘들아.." 그렇게 주의를 주면서도 ...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는 않았다. "거기 처녀.." 호오.. 이 떡은 맛있겠는 걸? "처녀어!" ".............에? ...저...요?" 지금 저 할머니..나 부른 거야? 내가 돌아보자 ...그 할머니는 잔뜩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드리우며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왜.. 그러세요?" "응.. 이것 하나 사.. 처녀 머리에 꽂으면 아주 잘 어울릴 거야." "......" 작고 소탈한 모양의 비녀 몇 개... ...내가 정말 처녀라면. ....아주 좋아할 만한 것이지만.. "저.. 할머니.. 저는 남자예요." "..뭐라구?" "저 남자라구요.." ".....뭐어?" "에... 저 ...남자..." 할머니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이거 백날 말해도 소용 없겠는 걸.. 그냥 하나 사줄까..... 난 품속에 넣어두었던 주머니를 끌러 은자 한 냥을 꺼냈다. "그럼 이거 하나 할께요..." 게 중에서 가장 예쁘장한 비녀 하나를 들어올리자 할머니는 방그레 웃으며 좋아한다. "자.. 잔돈은 됐어요." "에에?" 그녀는 은자를 받더니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고 ..난 고개를 잘래잘래 저으며 일어섰다. "많이 파세요." "......." 뭐라고 하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떠야지.... ....헤에 ..정말 기분 좋은 걸................. 좋은 일 했다....^^* 앗.. 맞아 ..이젠 궁으로 가야지... 자꾸 생글생글 웃었더니 ....머리도 맑게 개이는 것 같군... 단지 기분 뿐이라 해도 ..상관없지 뭐......... "거기 아가씨..(적절한 단어가..-_-;)" ".......?"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자 ...한 무리의 장정이 ..서 있다..........? 뭐야...? "저 ..부른 겁니까?" "여기 여자가 너 말고 또 있냐?" ...주위를 둘러보자 ...........정말 이상하게 사람하나 없다.............하지만 ...난 여자아냐!! ".... 그래, 왜 날 불렀죠?"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나의 모습에 그들은 지들끼리 킬킬거리며 서서히 내 주위를 둘러싼다. "우리는 너에게 꽤나 관심이 많아서 말야.." 지들딴에는 난폭하고 위협스럽고 음흉한 시선이라 생각하는지 ..그들은 나를 한껏 눌러본다. "....관심? 무슨?" "뭐.. 돈도 그렇고... 요 색기 어린 허리에도...크큭." "클클클.." 약속이나 한 듯 음침하게 웃어 제끼는 ...사내들.. 흥.. 내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어디 와서 깝쳐? 아직 새파란 것들이 꼴같잖게 주접이라니....보기 안쓰럽군." 냉혹하게 쏘아주자 그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버린다. 킥.. 이것도 꽤나 재밌네? "이 ..이년이.." 벌써 그들의 뇌리 속에서 이성이라는 존재는 자취를 감춘 듯 한데......머리 나쁜 것들은 왜 저리 이성을 자주 잃나 몰라.... "쿡.. 그래도 달려있다고 열은 받나 보지? 아가들아.. 이 누님(?)이 친절히 어루만져 주지..하나씩 덤벼." 드디어 짐승으로 돌변한 건지..그들은 하나같이 괴성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화나도 그렇지 치사하게 나처럼 가녀린 사람에게 다 같이 달려드는 거야? 쳇.. 끝까지 어린 놈들이구만. 전생3부16 -이수님 저기 .. 혹시 기억하는 사람 있나 모르겠지만.. 나 처음엔 ..굉장히 스포츠 잘 하는 애로 나왔다.... -_-; 몸도 날렵하고 ...만능 스포츠맨이어 서 돈 받고 뛰어주기도 했어.... 알지? 뭐.. 모른다구... 그럼 당신은 저리 가구... 아는 사람들만....... 어쨌든 ..그랬어. 그런데다가 ..전장에서 한 몇 년 뛰었더니.....운동신경이 ..엄청나게 발달하더 라구....... 그래서 말인데........... 지금 저 자식들..뛰어오는 거야 ...걸어오는 거야? "우아아아아..죽어!" 한 놈이 그 무지막지한 손아귀를 뻗으며 나에게 제일 먼저 달려들었다. "느려..." 난 그 놈의 손목을 살짝 나꿔채 빙글 돌려주었다. "우에엑!!" 곧 ..그 놈..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러대더니 저만치 튕겨 나가버렸다.. 아 ...오해들 말아.. 절 대 내가 힘으로 민게 아니야........저 자식이 지 힘의 반동을 못 이겨 나가떨어진 거지...아무 리 내가 힘이 세다해도 ...저런 거구를 밀어젖힐 힘은 없어... "이 계집년이.." ....그런데 두 번째로 내게 도달한 놈은 상당히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뱉는다... 뭐? 계집 년.....??? 여자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말을 당당한 사내에게 하다니!!!!!!!!!! 넌 죽었어........... 잡아먹을 듯이 입을 쩌억 벌리고 돌진하는 녀석의 턱주가리를 발로 걷어차며 신경질적인 어 조로 녀석을 씹어주었다. "입 조심해 ..빌어먹을 자식아..." 턱은 상당히 약한 부분이라서 ...슬쩍 걷어찼는데도 상당한 타격이 간다. 특히나 제 가속력과 내 힘이 충돌했으니 ..더할 테지......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꿨을 상황이지만 .....지금 이렇게 이 치한 녀석들을 상대해 주고 있자 니 ...쏠쏠한 재미가 느껴진다......역시 남자는 힘이 있어야 돼.(....유달리 남자라는 걸 강요하 는...퍽퍼퍽!!) "저.. 저년이... 죽여어!!" "우워어어!!" .....-_-;; 그래 잘 들 논다.. 다 덤벼어..... 휴으... 다 쓰러뜨렸나? 흥. 쨉도 안 되는 주제에 ..어디서 깝쳐...깝치긴. 널부러진 장정들을 바라보며 난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오랫만에 몸 잘 풀었다...." 다행인 것은 이 길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는 거군. 가뜩이나 속에 응어리 진 거랑.. 스트레스 받은 것도 많았는데 ....속시원하다. "다음엔 사람 잘 골라서 놀아라. 아그들." 그렇게 말 해주고 돌아서려는 데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내 소매를 덥썩 잡는다. "헉?" 찌이익............ 내.. 내 옷이......... 제일 먼저 나가떨어졌던 ..놈이 ...찢겨 나간 내 소매를 쥐고 있다. 이 비싼 옷을 찢어? 비단 으로 만든 건데!!!!! "이.. 이 자식이!! 죽어!!!" 쿵! 쾅! 퍽! 떠억!! 쿠직!! "..결국 집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젠장.." 팔목까지 찢긴 소매를 보자니 더욱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어찌나 세게 쥐고 있던지 ....지근지근 밟아줘도 손을 풀지 않아 ...결국 찢겨나간 소매는 그 녀석의 손아귀에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 ...독한 놈.... 으씨........ 그 녀석 기절하면서 ..뭐라 중얼거린 것 같던데 ....어찌 들으면.. .고구려 말이 아닌 듯....에이 씨.. 내가 알게 뭐야......... "어? 어머니 ..그 소매는 ..어찌 된 거예요?" 하인들의 인사도 싸그리 씹고 씩씩대며 올라가는데 수련장에서 본 건지 진이가 달려온다. "...별 것 ..아니야.. 못에 걸려서.." "......못..?"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차.. 지금은 못이라는 게 세상에 없지........ "어.. 그냥 ...날카로운 것에 걸렸어. 재수 없게 이만큼이나 찢어진 거야.." 이렇게 변명해야지 ..어쩌겠어.. 그렇다고 치한 만나 맞짱뜨다 찢겼다..라고 했다간 이 집안에 불란 일어날 텐데.......... "조심하시지.." "그러게 말이다.. 그 놈이 어찌나 끈덕지던지..." "예?" "...아, 아냐..." 어리둥절해 하는 진이에게 어색하게 웃어주고는 내 방으로 올라가려다 ...문득 걸음을 멈춰 녀석에게 물었다. "진아. 나랑 대련할래?" "네? 어머니랑요?" "어." 진이 녀석 입가에 작은 미소가 고인다. "...그것도 오랜만이겠네요....좋습니다. 저랑 한판 뜨시죠." 킥.. 녀석 그런 건 어지간히도 잘 써먹는다. 녀석의 장난스런 미소에 나도 기분을 풀고 고개 를 끄덕였다. "종목은 뭘로 할래?" "저는 창이요." "나는 검이다." "네." 방으로 올라와 간편한 복장을 걸치고 ..찢어진 옷은 하녀에게 맡겼다. 그리곤 홀가분한 기분 으로 대련장으로 내려가자 진이 먼저 몸을 풀고 있다. 오후 ...네 시쯤 된 걸까...... 해가 저물어 가는 대련장에 ....호젓이 서 있는 녀석의 실루엣은 ...소문의 것과 아주 비슷하 다...........얼핏...소문으로 착각할 만큼.........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빙그레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어머니 몸 푸시겠어요?" "낮에 실컷 풀었어." "...네?" ...흐흠.. 요놈의 입이 자꾸 왜이래? "흠. 난 몸풀기 같은 건 필요 없어. 바로 시작하자." "좋죠." 검과 활..창 등을 가득히 세워둔 받침대에서 검 하나를 빼 들어 몇 걸음 나아갔다. "갑니다." "응." 진은 창을 쥔 자세를 바로하더니 곧바로 내게 찔러 들어온다. 휘유.. 속도가 장난이 아닌 걸..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쏘아져 들어온 창은 나에게 피할 여유조차 주지 않은 채 다시 위 로 꺾여 올려졌다. "웃.." 아슬아슬하게 턱을 스치고 지나간 창....... 그 기세에 눌러 몇 걸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괜찮으세요?" "지금 내 걱정 할 때야. 어서 덤벼." 나 또한 진이 한눈 파는 틈을 노려 검을 세우고 덤벼들었다. 검은 창보다 짧아 상대와 가까 이 있을 때 한결 더 편리한 무기이다. 다만.. 그 공간 밖으로 물러서면..당장에 창의 공격이 다가온다. 파박!! 채엥...카칵....... 창과 검의 대결소리가 대련장에 퍼져나간다. 바닷가의 파도물결이 모래사이로 스며드는 듯이 석양이 찬찬히 내려앉을 때까지 대련은 계 속 되었다. 전신에 땀이 흘러 옷이 젖어 버린지는 옛날이었지만 ..그건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오 히려 이렇게 활동적으로 움직여 보는 게 오랜만이라 기쁠 뿐... 헉.. 녀석이 내 가슴으로 창을 찔러 온다......허리를 뒤로 젖혀 피하려다 .....약간 무리가(-_-;) 옮을 느끼고 ...억지로 옆으로 틀려는 데.. 이 녀석이 갑자기 주먹을 뻗는다. "우왓!" 순간 질끈 눈을 감았다. "..........?" 그러나 ..아무런 충격이 없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이 녀석.. 내 얼굴 앞에서 주먹 을 딱 멈추고 있다. "지셨죠?" "...쳇.." 일부러 그렇게 투덜거리며 녀석의 손을 밀어냈다. "헤헤.." "그래 내가졌다." "이제 들어가실 거죠?" "응.. 배고파." 녀석과 나는 무기들을 정리하느라 잠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떨어진 활촉들을 줍다 문득 고개를 들어 진이를 바라보니 녀석 신난다는 듯 벙글벙글 웃으 며 창을 챙기고 있다. 짜식.. 정말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언제 저렇게 커 버렸을까........우리 둘 다 남자라 저 녀석을 세심히 보살펴 주지도 못했는데.. 혼자 저렇게 훌륭히 커버렸다. 쾌활하고 밝은 ...성격에 ..무예도 학문도 ..결코 남에 뒤지지 않을 실력..... "진아." "네?" 녀석이 웃는 얼굴 그대로 나를 향한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말았다. ".......왜 그러세요?" "응.. 아냐. 그냥 네 녀석이 대견해서 말이지." "에이 ..어머니도 ..쑥쓰럽게..." 내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찾아든다.... 착하고 예쁜 녀석...... "참.. 너도 이젠 궁에서 치르는 시험 볼 때가 된 거 아니냐?" "음.. 그런 것 같아요." "............." 태평스레 고개만 까딱거리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어쩐지 ..이 녀석....정말 나와 소문의 자식 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그런 엽기적인 생각은 저 쓰레기통 구석에 처박아 버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무과를 치르고 싶어 문과를 치르고 싶어?" "..응... 무과가 좋을 것 같아요.." "무과.." 음..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이 녀석의 자질은 문과에서 썩을 것이 아니야. "그래.. 그럼 내가 소문한테 물어 볼게. 다음 시기가 좋으려나?" ".. 좀 더 있다가 치르면 안 될까요?" "왜..?" 생글거리던 녀석의 얼굴에서 미소가 슬쩍 사라진다. "음..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아버지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으려면.. 조금 더 실력을 길 러야 할 것 같거든요.." 홍조가 깃드는 녀석의 얼굴.... 호오 ..그래두 소년다운 면은 있었네.. 마냥 어른 같더니............... "그래.. 녀석. 야야..소문 돌아왔겠다. 어서 가자." "옛." 너무... 고민하지 말자....... 나이가 들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외모뿐..... 나에겐..이런 세월들이 있고 ...즐거움이 있었잖 아..... 추억도 있고 말야........이십여 년의 세월이 ..나에겐 존재하고 있어... 비록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해도 ....무슨 상관이야............ "왜 ..궁으로 오지 않았지?.." 헛.. 그러고 보니..깜빡 잊었었군..............나 원래는 옷만 갈아입고 궁으로 가야 했는데..-_-;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나에게 소문이 던진 질문에 난 뜨끔하고 말았다. "어? ...그게.." "퇴궐시간이 되어서도 오지 않기에....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느냐." "음.. 잠시 뭔가 찾을게 있어서 ..찾다보니 ....깜빡 잠이 들었지 뭐야.."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걸까? 말. .되겠지 ...뭐............ 어쨌든 그렇게 끼워 맞춰서라도 변명하니 소문은 더 이상 별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늘 아침과 달리 그의 얼굴에 약간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고 느껴질 뿐............... "....궁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으음.." 그는 약간 말하기를 꺼렸다. "왜.." "당의 사신이 이미 ...떠났다는 군." "어..?" 떠나? 어디로? "고구려를 유람하고 싶다고 황제에게 요청했다." "........." "그래서 승산으로 이미 떠났어." "....정말 .. 그 사신 놈 본색을 드러냈군. 예상했던 바잖아." "음." "..그래서 대책은...?" "지보를 따라 보냈다." 후우.. 쓰읍.. 그 당의 사신 놈... 영악하기 그지없군..........교묘하게도 유람을 목적으로 고구려를 염 탐하다니........... "승산을 둘러 본 뒤 그 놈이 갈만한 곳은......" 내가 소문을 직시하자 그는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검산성." 자신들이 패한 그 이유를 아예 근본부터 찾아보려는 거군........... 제기랄!! 병신 같은 황제!! 아둔한 간신배들..........왜 ..그 음모를 모르고 저리 좋아하는 거지...당장 아 무 일도 없다고 마치 평생을 잘 살 것처럼 좋아하는 꼴이라니................ 그렇게 무식하게 굴다가는 언젠가 ...늬들 벼락 맞을 거다.............내가 장담컨데 ..꼭 벌 받게 될 거야.............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오만가지 욕을 중얼중얼거리면서 어두운 소문의 얼굴에 질문을 던졌다. "...황제가 뭐라 안 해? 가화가 황제 곁에 딱 붙어 있을 거 아냐." "별 말은 없었다만..." "그런데..?" "....천리장성을 쌓는 다는 군.." .............응? ...지금 뭐라구 ..한 거야? "..천..리 장성..? 그게 뭐야..?" 만리장성이라면 안다만............ "이번에 우태 웅백 대인이 내놓은 ...방안이라는 군." "...뭐. 설마 ..당에 대한 방안이라는 거야?" "음. 당나라와 고구려 사이에 천리장성을 축조해 방어하자는 것이.." "미친 소리!!" 지금 그 영감태기 뭔 소릴 지껄인 거야? "말도 안돼.. 그딴 거 쳐 놓는다고 ..당이 무서워 할 것 같아? 그런 걸 만들려면 긴 세월과 수많은 인원이 필요한데.......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걸 만들자니...!" "...아마 ..속셈은 다른데 있겠지." "빌어먹을.." 대체 ..웅백이 가진 또 다른 생각이란 뭘까........? ....분명히 시커먼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한데............... "백성들의 민심을 그쪽으로 돌리려는 거야...........지금의 상황은 자기에게 좋지 않으니까." 최대한의 추측을 꺼내보았지만.... 역시 핵심에 달한 것 같지는 않다...... 왜.. 난데없이 그런 것을 만들자고 하는 걸까......? 웅백..또 무슨 속셈인 거야...................... 아무래도 돌아가게 되면..책을 뒤져봐야겠어... 전생3부17-이수님 ------끝을 향한 시작-------- 거대한 회오리의 出痘......... 전생......................... 도대체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웅백의 그 시커먼 두뇌 속엔. 그 영감태기의 발언에 반대하려 해도 그 명분 때문에 쉽지가 않다. 당의 침범을 막는다는 ...별 그지 같은 명목.. 우리가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미 웅백은 황제에게 장성 축조의 필요성과 그 세세한 계획까지 고해바치기 시작했다. 저런 주도면밀한 놈.... 언제부터 계획해 온 것일까... 그 머리에서 나왔다면 절대 고구려를 위한 것이 아님은 틀림없을 진데.......그렇다면 우리를 해할 목적이라는 건데... 천리장성을 쌓는 것과 우리쪽에 해를 주는 것...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지? -그 저의가 무엇인가.... 소문과 그를 둘러싼 당연히 회의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들 제각기 저의를 추리하였고 결과는 두 가지로 모였다. 하나는 백성들로부터 잃었던 신망을 되찾고 그들의 불만을 장성 축조 쪽으로 돌려보자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자기들이 당의 도발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백성들에게 보여주 자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장성의 축조를 지지하느냐....반대하느냐는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도 말이 많았다. "반대해야 합니다. 지금 그들의 말을 밀어준다는 것 자체가 다시 그들이 일어설 발판을 마 련해 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예 근원을 뽑아놔야 합니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을 생각해 볼 때 그리 합당한 말이 아니라 보오. 우리는 지금 너무 서둘렀던 전쟁 준비 탓에 그렇지 않아도 밉보이던 황제에게 더욱 신임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웅백은 당의 침략을 막기 위해 장성을 쌓아야 한다고 황제께 건 의했소. ..기선을 빼앗긴 것이고 우리는 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여기서 반대를 하겠습니까? 우리는 항상 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 다. 반대를 하는 것은 심한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오..." 주부인 구사가 해부승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이론적인 면만 따지자면 구사의 말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도 ..한참의 토론이 계속되었지만...결론은 지지쪽으로 났다. 아마 ..웅백도 우리가 저들을 지지하리라 예상했을 것이다. 분하지만....어쩔 도리가 없다. "소문.. 자?" "...아니.."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었지만...그도 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 내쉬어지는 그의 호흡을 느끼며.. 난 대화를 시도했다. "....그럼 내일......그렇게 궁에 보고하러 가는 거지..." "...음.." "........" .......아무래도 말 할 기분이 아닌가 보군........하긴 나도 그렇지만... 제길.. 정말 우라지게도 잠 안 오네...... ...과연 ..우리가 내린 결론이 맞는 것일까........ 웅백파의 움직임...불안하기 그지 없는데.......... 지지한다 하여도 반대한다 하여도 내키지 않는 불쾌감...... 이번만은 ..정말 모르겠어........ 모르겠어............. 소문이 지지의 뜻을 보이자 ..모든 것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성 축조안은 제명으로 반포되었고 그 총지휘는 승상이 보춘에게 맡겨졌다. 그는 자리를 맡자마자 이미 자파 내에서 완벽하게 세워 놓은 세부 사항을 비롯해 공정 단계 내역과 ...각 부서를 결정해 버렸다. 음모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짓거리지...... 그런데..부서가 결정되었음에도 ..우리파 사람은 한 명도 끼어있지 않았다.. 그것이 ...약간 안심되기는 했지만...... ............이거 아침부터 ..몸이 왜이렇게 찌뿌두둥하냐............... 이상하게..뻐근하고 ..아픈 것이 기분마저 최악이군........ 어쩔 수 없이 소문을 먼저 보내고 나는 침상에 드러누워 버렸다. 안 그래도 조정의 일로 머리 아플 텐데 ..내 걱정까지 실어주게 되어 마음이 무거워져 난 최 대한 밝은 척 했다.... 설마 돌아오지야 않겠지.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기운이 돌아와 밖에 나가 서 있으니 ...저 쪽에서 진이 뛰어온다. "어머니 ..저랑 대련하지 않으실래요" 생글거리며 물어 오는 게 이쁘긴 하다만..도저히 기분이 아니구나.. "오늘은..그냥 쉬고 싶어.." "어디 ..아프세요?" 금세 녀석의 얼굴빛이 걱정으로 돌변한다. "..그냥 ..기분이 ..좀." "......방에 모셔다 드려요?" "..아니.. 잠시 서재에 좀 가야겠다.. 수련하고 있으렴." "..네." 그래 나랑 어울리지는 않지만..소문의 집무실이나 가자..... 차마 거기 간다고는 말 못하겠어서 서재에 간다고 했지만.........거기가면...왠지 마음이 편안하 단 말야.....................그곳에 있으면.... 집무실의 문을 열자... 오래 된 나무향기와 함께 밝은 햇살이 한 가득 나를 반긴다.. 늘 ..소문이 앉아 집무를 보던 의자에 몸을 기대자 ...또 그만큼 편안한 것이 없다. 나른해... 감기려는 눈을 살짝 치켜뜨고 책상을 살피자 ..그가 쓰는 업무일지인지 ...낡은 책이 한권 놓 여있다. 그것에 손을 뻗으려는 찰나........ "아악...." ..숨이 ..콱 막혀온다. ....가슴을 움켜잡았지만.........막혀버린 호흡이 뚫릴 리가 없다............... .............숨을 ........쉴 수가 ...없......... "하윽...크....윽..윽.." 식은땀이 흘러내린다.............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문까지 다가가려 해 보았지만...힘이 ..나지 않아 ..주저앉고 말았다............................. 수 수...숨....이...............크윽..........................죽.......................... ..죽는........ "매향아! 진매향!! 매향!!"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누군가의 마찰이 느껴져 ............간신히 눈을 뜬다.......... 당황함이 가득한 음성............ "하아........하악... 흐윽....하아.........하아..하...아......." 겨우..숨이 트여... 나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가 내 어깨를 흔들어 줌으로써 ...숨통이 트인 것이다................ "얌마! 왜그래!!" ....새파래진 낯으로 얼굴을 들자 ...........한 녀석이 나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놀랐잖아! 왜 갑자기 안에서 발광하고 난리야?" ".....뭐....?" "내가 얼마나 놀란 알아? 숨이라도 넘어가는 사람마냥 시퍼렇게 질려서는......" ...............멍하다.................. ".........너 ..누구.......?" 그런 내 물음에 ..그는 잠시 벙찐 표정이 되더니 ...곧 혀를 찬다..............그리고 ..내 뺨을 후 려갈겼다. 철썩!! 커다란 소리가 나고 ........정신이 번쩍 든다.............. "뭐..뭐야! 아파!!" 화끈거리는 뺨을 움켜쥐자 .............그제야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이 컴컴한 곳......... 몸이 ..이 공간에 ..낯설게 반응한다............ "...답지 않게 미친 척 하길래 한 방 팼다. 불만이야?" "병호..너 ..이 자식.." 저게 주글라꼬......... 아파 죽겠다.........제길... "미친 척 안 했어! 정말 잠시 기억이 안 났단 말야!!" "그게 미친 척이지 뭐긴 뭐냐?" 녀석은 거친 동작으로 나를 일으켜 세운다...............덕분에 나야 편하긴 했지만....어라라.. 근 데 ...이런 비리한 녀석이 날 일으켜 세울만큼..내가 가벼웠던가? "나와. 거기가 니 안방인 줄 아냐?" ....톡톡 쏘기는 ..지가 여잔줄 아나.....쳇. ............. .................... ................................ 어라? 나 돌아왔네? ...-_-;; 이..이런 한심할 데가........ 이제야 ............깨닫다니..............그럼 ..아까 체육창고라고 느낀 건 ..뭐야.............-_-; 어쩐지 ..저번하고는 달리 ...발이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다....... 뭔가 급했던 것이라고 ..생각도 어렴풋이 난다........ 맞아 ..나 ...호흡이 막혀서 죽을 뻔했지........................ ........겨우 살아나긴 했다만... 또 돌아오면 어떡해...................... 빌어먹을 ...웅백의 음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 아니야....어쩌면 잘 돌아왔을지도...........빨리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도움은 못 주더라도 ...결과는 알고 있어야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아. "나.. 내일 다시 오면 돼?" "안 돼! 네 녀석이 발광해서 손상이 갔단 말야!" "..............." 신경질 적인 병호의 음성... 미안하기도 하지만........조급함이 더욱 크다...... 여기와 그곳의 시간 관념이 너무나 애매해 ....도대체 얼마가 지나가 버릴지 모른다는 것. 그것은 차라리 공포이기 때문에...............난 조급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그럼 언제?" "한동안은 안 돼! 여태까진 네 녀석이 애원해서 들어줬는데 ...보수 좀 해야겠어. 한 달 가량 은 꿈도 꾸지마." "..........뭐?" 엉겁결에 튀어나온 내 반문에 녀석은 나를 돌아보더니 뚜벅뚜벅 걸어온다. "한 달! 한 달간은 이곳에 고개도 내밀지마! 알았어?" 그러더니 무작정 나를 밀어낸다..................... 쾅! 창고의 문이 닫힌다. "...................." 한.. 달..? ...안 돼 ... ..한 달이라구? ...........................그..그럼 ...고구려는 어떻게 되는 데? .......말도 안 돼 ........... 난 ...돌아가야 돼................ 전생3부18-이수님설 머리가 너무나 어지럽다. 어떻게든 한 발 한 발 내딛고는 있지만....지금 ..내가 제대로 걸어가고나 있는 걸까? -한 달 가량은 꿈도 꾸지마! ...사형 선고와도 같은 ...단언.. 크윽.. 정말 머리가 깨어져 버릴 것 같아.... 집까지 올라가는 비탈길이 지옥의 입구 같아 보인다........도저히 올라 갈 자신이 없다.. 전화를 하려 주머니에 손을 넣어봤지만...유감스럽게도 ..돈이 하나도 없다. 제길.. 이 아래서 밤을 새야 한단 말인가........ 한 걸음도 더 뗄 수가 없어 ..나는 그만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늦은 시각이라서인지.. 사람들은 지나다니지 않는다....... "으윽." 아찔해져 오는 정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먹으로 벽을 긁었다.. 이런데서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손등이 따끔하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벽.. 고구려엔 이런 것이 없었는데...........여기는 왜 ...이런 딱딱한 돌이...있지..........? ....흐릿한 눈을 들어 ..주위를 살피자 ......너무나도 낮선 세상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른아른 비치는 붉은 불빛들.....조각조각 네모난 세상..........이상한 물체들........뭐지..... 여긴 어디지......? 여기...는 ..어디야? 고구려가 ..아냐...... 와락..겁이 몰려온다.... ....고구려가 아니다.......이 세상은. ..어디지? ...........여기는 .......................어딘 거야?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이 이상한 세상에서 도망쳐야 한다.........고구려로 돌아가야 한다.........소문에게로 돌아가야 해...이곳은.. 어디야? "허억..하악.." 달려도 달려도 .....생소하기만 한 .........곳..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나를 잡으려는 걸까? 그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휘황찬란한 불빛들이.......따갑게 느껴진다........... 빠앙~!! 빵빵!! 내가 질주하자 .........갑자기 어디선가 이런 귀신같은 소리를 질러낸다..... "허억!" 잠시 몸이 굳는다.......... ..뭐지 ..뭐야.. 이건.......................... "야 이 미친새끼야!!! 꺼져!" 그들이 나에게 ...무어라 ..........고함을 친다..... 그 소리에 지레 놀라 ...나는 또 달아나고 말았다................. "뭐..야?" "앗.." 누군가와 부딛히는 건지 ..몸에 타격이 왔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달렸다......이 곳에서 달아 나야 한다......이곳에서만 달아나면...............소문이 있을 것이다...... "이게 미쳤나 .. 너 뭐야?" 그런데 ..무언가가 ... 내 팔을 잡는다.....아무리 팔을 비틀어 봐도 놓아주지 않는다.... "놔!! 놔아아!!" 눈을 뜨지 않은 채 ..나는 비명을 지르며 팔을 빼내려고 마구 흔들었다. "...이거 진짜 미친 거 아냐?" 날 놔줘.....놔........ 내 그런 비명에도 그들은 더욱 세게 나를 붙들 뿐....... 퍼억! "..크윽..." 허리가 ...숙여지더니 .......순간 엄청난 압박이 배에 다가왔다......숨이 턱 막힌다... "...미친 놈..아냐....." "니 놈이 지금 어디에 부딛혔는지나 알아?" 여러 명인 걸까......? 무언가가 ....내 턱을 잡아 고개를 들게 한다..... "휘유...... 이거 얼굴은 되게도 반반한데? 여자 아냐?" "...놔..아......" "아냐 .. 계집앨 거야.." "킥.. 계집애는 무슨 가슴도 없는데......." 그들의 비웃음이 내 가슴을 파고 들어온다...................겁이 난다................. 무서워........... 이들은 왜 날 놔주지 않지? 난 ..소문에게로 가야 하는데.............. 발버둥을 치려 해도 ..아까 얻어맞은 배 때문에..몸에 힘이 들어오지 않는다. "...킥 ..니들 아냐?" "엉?" "계집애 보다 사내놈이 더 황홀하다는 거." "....에? 더럽게 시리.." "아니라니까..정말이야.....킥..킥.." "...그래도 난 싫은 걸.." "그럼 망이나 봐 짜샤.. 야 ..끌고 가자." 그들의 팔이 난폭하게 나를 잡아끈다........어디로 가는 거지? 점점 더 ..길이 좁아지고 ..어두워진다................기분 나쁜 기운이 나를 휘어 감는다.. 제발 나를 놓아줘.............. 와당탕!! "아윽!" 그들은 나를 바닥으로 팽개쳤다.. 겨우 눈을 뜨고 ...........올려다 본 그들의 눈에는 더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예전에 본 ...어떤 눈동자와 ..같은...... "잡아." ...한 놈이 ..바지춤을 풀러내리며 ..명령을 내리자 ..주위에 서 있던 다른 녀석들이 내 팔과 머리를 누른다.... "........뭐 ..하려는 거야...." 간신히 입이 열려 말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내 말 따위엔 신경쓰지 않았다. 찌익...... 셔츠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섬뜩한 손길이 ..가슴을 더듬는다. "이것 봐..큭큭.. 엔간한 여자애 보다 피부가 더 좋다니까......." 끈적거리는 눈길과 .......손짓......... 저절로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그만 둬...." 그만 둬.. 그만 둬...... 제발 ..그만 둬.........................이런 짓 하지마......................!! ......내 가슴을 멋대로 어루만지던 ...손은 ...서서히 내려가더니 ..바지의 버클에 손을 갖다댄 다.... 그리고는...... "......그만 해!! 그만 해!!!! 하지 마!!!!! 놔아!!" 견딜 수 없는 혐오감..... 전신에 오한이 들끓어 오른다..........이 손길이 너무나 싫다................더럽고 끔찍해서 미칠 것 같은 발광을 일으키게 한다. "더럽게 시끄럽군 ..막아." "놔아!! 놔..읍!! 으윽......!! 읍!!" 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이 입으로 들어온다 .........소리 지를 자유조차 빼앗기자 ..나는 완전히 무력해 지고 말았다.......... 이게 .......아니다.............. ......이게 ...........아냐.............................. 그들에게서 더럽게 뿜어져 나오는 탐욕의 기운들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아버렸다............. ...............머리가 ..아파................. "우억!!" "크악!" "뭐야? 저 자식 뭐야?!" 퍼퍽!! 퍽! 빠악............! 요란한 둔탁음이 퍼진다............... 이윽고 나를 누르던 압박들이 풀려 사라져 ..나는 눈을 떴다......... 시커먼.. 검은 그림자 하나가 ........무리들을 제압해 나가고 있다............빠른 속도로....파워 있 는 몸짓으로 ..............아니 ..어쩌면 미쳐버린 듯한 움직임으로.......... 제압에서 풀려났으니 ..내 옷 정도는 추스려야 할 텐데...........요만큼의 힘도 내 몸엔...남아있 지 않았다.. 풀려버린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 그림자가 내게 휘적휘적 걸어온다. .. 아주 익숙한 걸음걸이................... ..이 낯설고 ..무서운 공간에서 ...저 녀석만은 .....익숙하다.......... 그래.. 알고 있어... 저 녀석의 ..이름은.. "...소문......" "으윽." 전신에 근육통이라도 생긴 듯 ..몸을 뒤척이자 심한 통증이 전신에서 울린다. "아파.." 인상을 잔뜩 쓰며 ...눈을 뜨자 ...........어라.. ..???? 여기 어디지? 부자들의 방이오.. 하고 자랑하듯 ...무지하게 넓은 침실이다...... 아..아니 ..오피스텔 같은 데.......엄청시리 크다...... 내가 누워있는 침대도 ..킹사이즈는 될 듯 하고 .......척 봐도 ..비싸보이는 가구..전자제품들이 가득하다.......... "이제 일어났냐?" 촤르륵.... 동시에 들려온 ..소리.... "앗.." 커튼이 걷혀지는 소리였나? .....순간 눈부신 햇살이 내 시야로 쏟아져 들어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누..구야?" 겨우 겨우 실눈을 뜨고 상대를 노려보자 ...그는 빛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상..현..?" 장신의 키에 ...스포츠로 잘 다져진 체구..그리고 약간은 무표정한 얼굴을 한 ....그 녀석이 내 앞에 서 있다. "...너가 왜 ..여기 있어?" 근육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몸을 무시하고 나는 억지로 일어나 앉았다. "여긴 내 집이니까." ".........으응?" ...무슨 소리야? ..여기가 니 집이라구? "그럼 ..내가 왜 여기있는데?" 녀석은 싸늘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제 일이 기억 안 난다는 거야?" ".........뭐가?" 어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잠시 상현의 눈동자에 당황이 스쳐갔다. ...무슨 ....소리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데...그래?" "......일어났으면...나가." 녀석은 내 말을 깨끗이 씹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냉정하게 느껴지는 말투였지만 ...나도 군소리 없이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아앗....아야.." 되게도 아프네 ..이 놈의 몸......... 음. 어제 머리가 굉장히 아팠는데 ....내가 쓰러지기라도 했나? ...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저 놈 이 날 데려왔다는 건가? ....엄청난 우연이 겹친 가설이긴 한데 ...그것 외엔 ...달리 ..생각나는 게 없군. 쳇. 병신 ..밸도 없는 놈. 그토록 나한테 당했으면서 ..또 날 데려왔단 말야?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 인사말을 하기도 뭣하고...그냥 ...갈까나... 어쨌든 ..날 도와 줬으니....어...으앗? "..뭐.....으읍....!" ....................지..지금 ..뭐야?! ...키..키스...? "으음.......윽....! 아..읍...." 그야말로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나를 몰아붙여 온다..... 너무나 갑자기...그리고 강제적인 것이라 ...나는 반항할 생각마저 잊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악... ..뭐 ..하는 짓이야...........너..." ...입술을 떼어 졌지만...내 팔은 놓아주지 않는 ...그 녀석에게 ....결국 이런 당연한 질문을 던 지고야 말았다....... "..................." 하지만 ...아무런 말없이 ...그는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복잡한 ...시선으로 ............도저히 나 따위는 읽어내지 못할 .....내용을 담은 시선으로.... "................." "....미치도록 ..." "..............?" "미치도록 ...갖고 싶어..... ..이대로 강제로 눕혀버리면 ...어떨까..?" ...평소 ..녀석의 음성이 아니다....... ...조용하면서도 ...낮은 음성으로......녀석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싫다고 울어도 ...거부해도 ...이대로 안아버리면..이대로 가둬버리면...내 것이 될 텐 데.....그 자식에게 ...돌려보내지 않아도 ...될 텐데....." ...................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듯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아파서 ..이젠 마비가 될 만큼 이나 내 팔을 꽉 잡은 채 ............하소연하고 있다... "나를 바라봐 줄 수 없어? ..나는 안 돼나? ...너를 ..안는 건 ..이리도 간단한데....제...기 랄.............제기랄.......제기..." .....씹.... 정말 씁쓸하군........ 나는 ...이 두 손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가 ........곧 녀석의 어깨에 올려 ..녀석의 머리를 아 래로 내려 ...안았다. ...제길.. 그 말은 오히려 ..내가 하고 싶단 말이다........ 나 때문에 ..울지 마.. 이 바보 같은 녀석아......... 아마 ..너를 첫 번째로 봤다면 ..네 놈을 좋아했겠지 .... 이 끊임없는 프로포즈에 .....응해 줘 버렸겠지................상현아...................... 그렇지만 ...... ............그렇지만............... ......난 ........ ..이미 ..마음을 닫았어................... ...나를 ...흔들어 놓지마........... 제발.... ...................지금은 ...지금은 ....... 음.. 이상한 걸.. 분명히 책이 여기쯤 꽂혀 있었는데.. 왜 없지? ......... ........... 정말 없잖아.. 누가 대여해 간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저어..소설 연개소문이라는 책...누가 빌려 갔나요?" 결국 나는 도서관 직원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예? 연개소문요?" "네." 직원은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다시 나를 쳐다본다. "김 6-구45번 보셨어요?" "네.. 그쪽을 다 찾았는데도..없네요."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음..그럼 김 6-규...그 쪽을 한 번 찾아 보실래요?" "...네.." 그 후에도 세시간이나 더 찾았지만.. 책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의 초조감은 극도로 달아올라 ...거기 말고도 다른 도서관 세 군데를 더 돌아다녀 봤 지만...이~~상하게도 ..연개소문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서점에 달려가 책을 찾았지만..................서점마저도 나를 배신했다. 하루를 ...책 찾는데 소비했건만.....실마리 하나 건지지 못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거야? ...하루종일 뛰어다녔더니 ..또 머리가 어질거리는 군..... ..아.. 나 왜이리 약골 됐다냐........ .......어제 대체 내가 무슨 험한 일을 했길래 ..이토록 몸이 아픈 거야?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 -한 달 가량은 오지 마! ...정말 ..한 달이나 ..갈 수 없는 걸까......? ..이 병신 같고 멍청한 병호자식아... 한 달이나 안 가면...........이미 거기는 조선시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다!! ......제길......차라리 그 자식을 때려눕히고 ....몰래 들어 갈까나... "야!" ..후우.. 이러는 사이에도 ...거기 시간은 흘러 갈 텐데......... "야!!" ...미칠 것만 같다.............애간장이 바싹 바싹 타들어가는데.......소문은 ..잘 있으.. "어?" 갑자기 몸이 빙글 돌아간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당긴 것인데 ... 이 자식들은 누구야? "...이게 귓구멍이 처먹었나......왜 부르는데 씹고 지랄이야!" ....참 ..입도 드럽구만. 그 입만큼이나 얼굴도 드러운 사내새끼 몇 놈이 나를 둘러싸고 최대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뭐야?" 왜 안그래도 기분 최악인 날 건드려? 니들 나 아냐? "저 새끼 맞습니다 형." "..이런 비리비리한 새끼한테 당했다구?" ...나를 붙잡은 녀석의 뒤에서 어디서 터졌는지 늘씬하게 터진 놈 하나가 고개를 내밀며 ..고 자질 같은 걸 하자 ..이 녀석의 얼굴이 곧 일그러졌다. "아..아뇨.. 이 녀석이 아니라.. 다른 ..놈입니다요." "...그 놈이 누구야?" "..저도 잘.. 이 놈에게 물어보면.." "병신 같은 새끼." ...........내참..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 지들끼리 쇼하고 노네? 그렇게 지 부하(인가?)에게 욕을 퍼부어준 그 놈은 내 팔을 더욱 끌어당기며 무섭게 인상을 썼다. "간뎅이도 크게 ..우리파 녀석을 건드려? 꼴같잖게 정의의 기사노릇 한 건가 본데.. 그 녀석 누구야?" ..지금 이 놈들은 ..대관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나 아냐?" 내가 그렇게 묻자 그 놈의 인상이 한결 더 일그러진다. "이 새끼가 잡아떼면 누가 모를 줄 알아? 당장 그 새끼 안 불러와?"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냐? ...난생 처음 보는 놈들 주제에 ..뭘 불러와? 뭘 잡아떼? "....너 미쳤냐? 이것들이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야! 너 내 얼굴 기억 안 나?" 그러자 뒤에 서 있던 그 붕대투성이의 놈이 기고만장하여 나에게 깝쭉거린다. "...누군데?" "..............." 잠시동안의 침묵. ..난 정말 늬들 모르는데............이것들이 왜 잘 가던 사람 붙잡고 이 난리들이야? "야 ..정말 이 놈 맞아?" "..맞습니다. 형! 분명히 어제 우리가 손 본 놈이라구요!" 그 놈은 기를 쓰며 내가 맞다고 주장했다...근데 뭐가 맞다는 소리지? 아씹..짜증나. 무슨 소리들을 지껄이고 있는 거냐구우우!!!!!!!!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난 더 이상 이들과 놀아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행동 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퍼억! "으억!" 불시에 당한 기습에 그 녀석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뒤에 서있던 놈들은 경악성을 내뱉었다. 어디를 찬 건지.. 대강은 알겠지... 난 녀석에게 잡혀 있던 손목을 탈탈 풀어주면서 귀찮은 어조로 말했다. "싸울 거면 덤벼. 뭘 말로만 쫑알거리고 난리야. 나한테 볼일 있는 거 아냐?" "이 새끼가.." 그들의 기운도 순식간에 살벌하게 변한다. 그래그래.. 차라리 덤벼 ... 다행히 연장은 없는 건지 ..모두들 맨손이군. 갑자기 분위기가 돌변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흠칫거리며 이쪽을 주시한다. ...제길 ..눈에 띄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지 뭐. "죽여버려!!" 우루루 나에게 몰려드는 녀석들. 이 느낌이 참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나의 착각일려나? 어째 한 번..이런 적이 ..예전에도 있 었던 듯.. 한데..-_-; 도대체 왜 싸워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귀찮고 니들도 귀찮으니....그냥 이렇게 끝장을 보자구.. 위협적으로 주먹을 뻗어오는 덩치를 피해 슬쩍 뒤로 밀어버리곤 두 번째 놈을 상대했다. 그저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녀석들에겐 부드러움으로 상대해야지...끝도 없다니까... 두 번째 놈의 턱주가리엔 주먹을 꽂아주고 세 번째 놈은 가슴을 발로 찍어주었다. "휴우..." 아무래도 하루종일 뛰어다녀서인지..약간 체력이 딸리네...... 고구려에서는 가볍게 날아다녔는데.. 역시 현실과는 약간의 갭이 있군. 녀석들 ..인해전술이냐? 왜 우르르 몰려와서 동시에 공격하는 거야? "쳇.. 좀 여유를 줄 수는 없냐?" 간신히 그 공격들을 피해 넘기면서 ..반격도 해주면서 ...나는 약간씩 뒤로 물러섰다. 아무래 도 나 혼자 다 상대하기에는 ..벅찬 숫자이기 때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놈에겐 기특하다는 의미로 돌려차기를 선물해 주었다.......그리곤 ..달렸다. ..뭐.. 도망친 거지...... 아.. 제기랄 ..머리가 띵해서 죽겠다.. 격한 움직임은 좋지 않아......... 전신이 피곤해 와 나는 근처에 있던 가로등에 기대어 섰다. 정말 끈질긴 녀석들이었어. 죽어라고 필사적으로 쫓아오다니.. 그 열성으로 공부나 해라 인 간들아... 으휴.. 그런데 ..대체 ..그 놈들이 왜 ..나를 노린 거지? 나는 알지도 못하는 녀석들인데...... 정말 이상한 걸.. ..........후우....... 하여튼 ..별 괴상망칙한 일 다 겪어보네. 무작정 달려 왔더니 ..이곳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한숨을 돌리고 주위를 살피니 .....무슨 짠 것 마냥 ..내 눈앞에 고등학교가 하나 서 있다. 이 학교는 ......상현이 녀석이 다니는 학교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평일이었.......학교에 가야되는 날이다..평범한 학생은..... 하기사 그렇게 말하자면.. 나도 평범한 학생이긴 한데... 녀석.. 오늘 학교 갔을려나.... 특기생이니까 ..농구장에 있을지도 모르겠군. ............내키지 않았지만 ..난 그 학교 안으로 발걸음을 내 딛었다. ..그 녀석이 흘린 눈물 때 문일까.........그냥 훈련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전생3부19-이수님 탕탕~! 탄력있게 튕겨 오르는 농구공 소리가 리드미컬한 음률처럼 신나게 들려온다. "패스 해! 거기서 슛!" 바쁘게 울리는 목소리.. 그에 맞춰 힘차게 몸을 움직이는 선수들...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 농 구장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나조차 절로 들뜨게 만들었다. 400명은 거뜬히 수용할 듯한 관람석...그리고 쾌적하고 넓은 농구장.. 저번에 ..녀석의 조름에 못 이겨 와 본 곳이긴 하지만.. 정말 시설 죽인다. 나는 계단을 올라 관람석 쪽으로 올라갔다. 물론 기둥 같은 것 뒤에 붙어서 눈에 띄지 않으 려는 생각에서였다. 15명쯤 되는 부원들이 하나같이 땀을 쏟으며 전력투구로 연습하고 있다. 트레이닝복이 흠뻑 젖어있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혹독한 훈련을 지금까지 해 왔다는 걸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꺄아!" 갑자기 터져나온 비명소리... 뭔가에 놀랐다기 보다도..탄성에 가까운 소리에 연습에 정신을 팔고 있던 난 눈을 돌렸다. 농구장 입구에서 웬 여학생 여러 명이 모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어머!!" "끼얏.." 하나같이 얼굴을 발갛게 붉힌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구만. "볼일이 급한가.." 이런 쓸데없는 가설을 내뱉은 나는 대체 그 여자들이 뭣에 저리도 열광하는 건지 ...그대로 시선을 따랐다. "........" 한 녀석이 ...코트를 질주하고 있다. 자신을 마크하는 모든 부원을 노련하게 피해가며 결국 골 앞에서 ..멋진 자세로 ......슛을 쏘아 넣는다.... 어디의 말을 빌려오자면..군더더기 없는 자세랄까.........공은 링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은 채 ... 깨끗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 ...머리카락에 젖은 땀이 떨어지며 햇빛에 투영 되 반짝이는 모습은...영락없는 순정 만화의 남자주인공이었다. 계집애들이 꺅꺅거리는 이유를 알겠군. 저 녀석 ..되게 멋있네. 자세 하나 하나가 포즈가 되잖아.... "........!" ".......!" 순간 녀석이 고개를 들었고 ..우리는 정통으로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뒤늦게 기둥 뒤로 몸을 숨겨보려 했지만. ..이미 들통난 후였다......젠장... 계면쩍은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찰나, 웃는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상현의 표정이 ........나로 하여금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솔직히 말해봤자 들리지도 않겠지만-우리는 잠시 ..그렇게 마주보고 있 었다. ..한바탕 뛰고 난 녀석의 눈은 ..오늘 아침처럼 복잡하지는 않았다. "야~ 대단해 이상현!" 순간 다른 부원이 달려와 상현의 어깨를 껴안고 늘어진다. 곧이어 다른 부원들의 칭찬도 따 라왔다. "역시 ..네 녀석은 에이스야.. 잘 돌아왔다." "상현 선배.. 정말 멋졌어요!" "이 자식 기운이 더 좋아졌는 걸?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쏟아지는 부원들의 야유와 칭찬에 그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그리고 그 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하.. 젊은 날의 방황이라는 걸까요.." "어쭈, 이제는 농담도 하네?" "어쨌든 선배도 돌아왔고 ..오늘 파티해요!" "와, 그거 멋진 걸!" 아까와는 다르게 ..시끌벅적해진 농구장... 나 역시 이들에게서 ...상현에게서 얼굴을 돌려 ..농 구장을 빠져나왔다. 가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갑다. 머리가 어지럽다....... 상현의 생각과 소문의 생각이 ....내 속에서 복잡하게 뒤엉켜 금세라도 ..토기가 올라올 것 같 았다. 젊은 날의 방황이라 .. 조금 가슴이 아픈 걸. ..쓸데없는 ...욕심이겠지만........... 마음 속이 텅 빈 느낌이다. ....이제까지 이렇게 잘 살아 왔건만... 지금의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쓸모없는 인간 같이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돌아가지 못한다........ ...............돌아가지 못한다......... 누구에게..? 소문에게....? ...어쩌면 ... 상현에게........? .......후후.. 내가 자초한 결과다. ....................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져 곁의 나무에 어깨를 기대 잠시 눈을 감았다........이마에 손을 대고 아무리 문질러 봐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까 그렇게 펄펄 날던 기운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누군가가 ..내 몸에서 싱싱하던 혈액을 모두 빼내어 가버린 ...그런 허탈한 느낌........ 떠지지 않는 눈을 뜨자 ............내 팔목이 ...보인다......... ..이마를 짚고 있는 손.............팔목.......... 이상하다 ...이게 ..지금 내 팔이 맞는 건가.......? 왜 ..이렇게 야윈 거지? ... 문득 나는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내가 달려간 곳은 .. 이 학교의 화장실.... 그곳으로 뛰쳐들어가 거울에 나를 비춰보았다. "허억..?!" .....가슴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온 ..신음......... "내..내가 .." ...이럴수가 ..내가 ..내가...............이렇게 ...말랐단 말야........? .....야윈 볼에 ...지쳐보이는 눈동자.............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의 것이었다........ 목덜미와 ..팔목이 ..눈에 띄게 가늘어졌고 피부마저도 ...시체처럼 ..창백하다... ...나....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지? 무슨 병이라도 생긴 건가.........원래는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원래는..? 원래라니....... 그 ..시점이 언제..이지? ....내가 ..............................이렇게 되기 시작한 ... 그 ..시점..말이야........... 쿵쾅..쿵쾅.. 심장이 ..격렬히 반동한다.. 생각하지 말라는 듯...........절대로 ...생각해내서는 ...안 된다고 ...불길하게 나를 두드린다. "아.." 너무나 박동이 세어져 ..가슴이 아플 정도로.......그것은 나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왜일까...왜 ..나로 하여금...............생각나지 못하게 하는 거지..........? "으윽.." 견디기 힘든 통증에 눈물이 ..새어나온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자 ...새빨개진 눈과 얼굴을 가진 ...또 하나의 내가 나를 보고 있다..... ...그러나 ..곧 그것도 흐려진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 ....웅웅거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귓가를 자극한다.... "음.." 그러자 그 소리는 더욱 커져 ...이제는 짜증마저 유도했다. "...시..시끄러.." 목이 .메여 ..잘 나오지 않는 음성으로 ...말을 내뱉었지만 ...그 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시끄러워...시끄러... 시끄러어!!" 결국 난 소리를 버럭 지르며 몸을 일으키고 말았다. "어.. 일어났다." "..와 ..정말 기운차게 일어났구만!" ...주위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목소리에 잠시 나는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대체 이 인간들 뭐야? 왜 ..다 내 주위에 있는 거지? "...깨어났구나." 트레이닝복을 걸친 녀석들 틈으로 ..중년의 남자가 나타난다. "코치님." 한 녀석이 그렇게 중얼거린 것으로 보아.. 이 녀석들의 코치선생인가 본데.. "너는 우리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은데..어떻게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지?" ..메야.. 화장실에 쓰러졌다구? 젠장...더럽게끔.... "아.. 그게." ..당장 변명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아 난 버벅대야 했다. ..깨어나자마자 뭘 이렇게 묻고 난리 냐....가뜩이나 머리도 울리는데. "선생님.. 방금 일어났는데.. ..기운도 없을 거예요." 착하게도 내 옆에 서 있던 녀석하나가 내 편을 들어주었다. 녀석의 말마따나 난 아주아주 기운없는 척 연기를 해야했다.(사실 기운도 별로 없어서..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정말이야. 손목도 세게 잡으면 부서질 것처럼 가느다란 걸. 너 제대로 먹지도 않냐?" 어떤 놈인지..이런 말도 했다. 그 말을 스타트로 다른 녀석들도 나를 뚫어져라 살피기 시작 했다. "내가 안고 왔는데..정말 라면 한 박스보다 가볍던 걸." "...설마 ....소년가장..같은 거야..?" ....이 자식들이 ..가만 내버려두니 별 상상 다하는 군.. 하지만 화낼 기운 따위..없었기에 고대 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난 진짜 소년가장이다..... "그 아인 제 친구에요. 제가 돌볼 테니..모두들 돌아가세요." 바글바글 떠들어대는 인간들의 틈바구니에 죽을 것만 같았는데....병실의 하얀 문이 열리며 .. 낯익은 목소리가 그들의 수다를 끊어버린다. "상현아." 여기 있는 그 어떤 인간보다도 훨씬 강한 기운을 피워내는 녀석. 저 녀석을 보고 있으면..누군가가 떠오른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장 믿고 있는 .....................나 같은 건 비길 수도 없을 만큼........강인 한 ...존재 ......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람이 ........... 하지만 너는 그 사람이 아냐....... ".............." 어느 사이인가 부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병실 안에는 나와 상현만이 앉아 있다. "............" 침묵을 지킨 채 우리는 한참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의 어색함 따위는 ..녀석이나 나나 신경쓰지 않았다..........다만..........어떤 말을 해야 할 지....그것이 막막했다.. 어떤 말을 ....맨 먼저 꺼내야 할 것인가............ 어떤.......................... "....몸은.. 괜..찮냐?" "..으..응?" "몸.. 괜찮냐고." "..아.. 응." ...뭐야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었나.......? ...이렇게 평범하게...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런데 다음에 나온 이 말은 ....전혀 평범치 않은 것이었다. "...뭐..?" 나를 쳐다보는 상현의 눈빛이 날카로워.. 예전에는 없던 예리함이 그 시선 속에 녹아있었다. "검사 결과야." 라며 .. 녀석은 하얀 봉투를 던진다. ...약간 망설이다 ..봉투를 집어 안의 것을 꺼내자 한 장 의 종이가 나왔다. "..........." 그 진단서에는 의학용어인지 영어로 된 글자들이 난무하고 있었기에 난 인상을 찌푸리고 말 았다. 하지만.. 단 하나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 축적으로 인한 정신 분열...... .......큭.. 뭐? 정신 분열? "하..하핫.. 이거 뭐야? 정신 분열이라는데?" 오.. 내가 미쳤다는 소린가봐...아니면 이중, 삼중인격? 기가막혀 웃는 나를 보던 녀석은 내 손에서 그 진단서를 빼앗아 갔다. "...이걸 봐......." 녀석이 손으로 가리킨 부분을 보니 ....뭔가 길다란 선과 그래프 같은 것이 치솟아 있다. "이게 ..뭔데?" "너의 뇌파야.." "...그래서..?" 멀뚱히 올려다보는 나를 상현은 답답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그래서라니! 이건 인간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수치를 훨씬 넘어선 거라구!! 너의 뇌파는 고 통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져가고 있는 상태란 말야!!" 어.. 그래..? 내 뇌파가 찢어졌다구? "................" 내가 아무런 대답도 않자 녀석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거라 생각했는지..다시 목소리를 낮추 며 내 곁에 앉았다. "말해 봐. 대체 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래프가 이 따위 인 거냐구!" 그걸 나더러 어떻게 설명하란 거야? 내가 왜 아픈지 나도 잘 모르는데......내 뇌판지 뭔지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몰라. 단지 ..요새들어 ..머리랑 몸이 자주 아팠어." "........자주 아팠어?" "...응. 몸이 ...갈갈이 찢겨나가는 것처럼 아프고..늘 머리가 어지러워서.." "...왜 그런지 ..이유는 몰라?" 녀석이 내 쪽을 고개를 들이밀었다. 조각처럼 깎인 녀석의 눈매와 콧날이 ...상당히 매끄러워 보인다. ".............." 그 대목에서 난 침묵했다. 이유라....... 내 생활에 변화를 준 것이라곤 ...'그것' 뿐인데 .. 평범하기 그지없던 나에게 이런 변화를 던져 준 것은 ...............그 .기계.. 기계를 이용해 소문과 만나게 된 후인데........하지만...그것도 아주 나중부터 그랬다고. 초반부 터 그런 게 아니었는데......... "뭔가 ..짚히는 게 있지?" 내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걸 눈치 챈 건지 상현은 내 팔을 잡았다. 그 덕에 놀라 고개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아..아니... 생각해 봐도 ..그런 건.." "거짓말 마. ..너 저번에 나에게 그랬지? ...전생에 간다는 등..아리송한 소리를 했었지." 헉.. 더럽게 기억력도 좋군. 녀석이 그 사실을 말해내자 속이 뜨끔하다. 예, 예리한 녀석일세........ 하지만 난 최대한 자연스런 얼굴을 가장하며 녀석에게 대꾸했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전생이라니... 그런 게 가능 할 거라고 생각해?" 장난스런 어투로 말했지만 녀석의 진지한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 난 그렇게 믿어." ...............!! 내 눈동자가 흔들렸을 ....것이다.. 제기랄.. 당황한 걸 들켰어...................거기다 눈까지 돌려버렸다. 집요하게 녀석이 물어온다. "...그 기계.. 내가 널 구해준 창고에 있던 그 기계.....대체 그건 뭐지?" "................" 대체 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거야? "너 ..마치 네 몸처럼 소중하게 여기던데.............이상해.. 대체 그 기계와 너의 관계는 뭐야?" "..기계랑 무슨 관계..?" 일부러 목소리에 비꼼을 가득히 실어주었지만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영 내가 입을 열 것 같지 않자 상현은 나를 놓아주며 명령했다. "...너 ..너 여기서 입원 치료해. 나갈 생각 말아." "...무슨 소리야?" 저 자식이 미쳤나... 무슨 헛소리를 갑자기....... "잔소리 말아! 너 그렇게 있다간 곧 죽어 임마!! 네 몸이 망가지고 있단 말야!! 그런 걸 알 며 방치하라구? 가둬서라도 나가지 못하게 할 테다." 녀석의 어조에 안타까운 진실이 스며있다.... 하지만 지금 내 정신은 그걸 따질 형편이 아니 었다. "미친 소리 작작해! 난 기운만 돌아오면 나갈 거야! 그리고 니가 뭔데 나가라마라..아앗!" 한순간 녀석이 내 몸을 짓눌러왔다. 간신히 일으켰던 몸이 다시 매트리스와 부딛히면서 커 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으윽.." "거봐. 이 정도 충격에도 못 버티는 주제에..나가겠다고?" "시..끄러. 난 팔팔하단 말야..어제는 깡패 놈들과 한 판 뜨기도 했단 말이야!" 웅웅울리는 머리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난 악으로 발악했다. "깡패..?" "...괜히 날 아는 척 시비를 걸길래 한 판 떴다 왜?" 녀석의 눈동자가 짙은 분노가 서린다........어라.. 뭐지? 왜 그러지? "어쨌든 괜히 까불지 말고 여기 있어." "싫어! 이 나쁜 놈아!!! 난 내 발로 나갈 거야!" 녀석은 문 뒤로 사라지기 전에 싸늘히 한 마디를 남겼다. "여기는 아버지의 병원이라서 내 명 한마디면 널 가둬두는 건 쉬워." ".....!!!" 저..저런 빌어먹을 자식!! 제길...화내기도 기운이 딸린다.......... 베개라도 집어던지고 싶었지만..그러면 내가 주우러 가야 하니까..그런 손해보는 짓은 하기 싫어...억지로 속을 삭혔다. 제기랄..이게 더 스트레스가 되겠다. 뭐? 날 가둬두겠다구? ...오기가 나서라도......탈출 할 테다..... "무슨 일입니까?" "아..아니에요." 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다섯 명의 장정들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빌어먹을 ...벌써 일주일째란 말야.... 창문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봐도.......이곳은 6층이기 때문에 뛰어내렸다간 ..그대로 조용히 인생마감하기 십상이었다. 바깥의 인간들을 쓰러뜨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매일 들어오는 식단이라고는 병원식..그거 먹고 힘이 날리도 없는데다..그들은 척 보기에도 프로였다. 나 같이 법도 없이 휘두르는 게 통할 리가 없지....... 제기랄.. 이렇게 날 가둬놓고 ..뭘 어쩌겠다는 거야...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초조하고 힘들단 말야............ 제기랄........... "잘 지내고 있냐?" 마침..그때 녀석이 들어온다. 그래! 너 잘 왔다!! 난 녀석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낚아챘다. "날 내보내 줘! 대체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할거야!!" 상현은 눈 하나 깜짝 않고 태연히 대답했다. "네 뇌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난 녀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꼭 이 녀석의 면상에 한 방 먹여주고 말 거야!!! 하지만 녀석은 아예 내 손을 잡아서 의지를 무산시켜버렸다. "크윽!" 그러더니 손을 으스러지게 움켜쥔다............고통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놓아주지 않았다. "놔아! 놓으란 말...!" 순식간에...그 녀석은 내 몸마저 당겨 ...제 품안에 묻어버렸다...... "........?!" 놀라움에 반항 같은 걸 ...잊고 있는 틈에 .....귓가로 ..작은 음성이 흘러 들어온다. "도망치면.. 그 녀석에게로 ..갈 거지?" "............" "...여기서 ..나에게서 벗어나면.. 그 녀석에게로 ..갈 거잖아.." 녀석의 팔이 ..더욱 세게 내 몸을 죄여온다. 하지만 ..신음소리하나 내 뱉지 못했다. "...네가 죽을 정도가 되어 있는데 ..널 돌보지조차 않은 그 녀석이 그렇게 좋은 거야? 그렇 게 눈물겹도록 좋은 거냐구." "........." 미미하게 내 어깨가 진동하는 이유는... 이 녀석의 팔이 떨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병신.. 그렇게 매몰차게 대했는데.. 나를 때리고 뛰쳐나갔으면...그만큼의 각오를 했을 거란 소리잖 아.........그런데 ......그런데 ..왜 아직 이러는 거냐......................너.......... 너가 ..이러면 이럴수록 ..나는 ........... 난.. ...그가 보고 싶단 말이다.......... 네가 너무나 닮은 그가 보고 싶단 말이다...... 난 힘을 주어 녀석을 밀어냈다. "병신. 넌 세상에서 제일가는 멍청이에 병신에 천치다. 너 같은 돌대가리는 태어나 처음 봐. .....네가 자꾸 그렇게 말하면........내가 ..................내가 얼마나 ......................" 흡.....제길................. "............가슴이 아픈지 ........네놈이 알아?" 상현의 눈동자가 찢어지도록 커진다. "...네놈이 그토록 위해줘도 .......네놈한테 ...한 오라기도 가지 않는 내 가슴이 너무나 냉혹해 서 .......미안해서... 매일 밤 ..네놈에게 상처 주면서도....그것이 ..미안해서 ...내가 얼마나 가슴 이 아픈지 .....어린아이처럼 떼만 쓰는 네놈이 ......아냐?" 조용한 병실에 ...물기 어린 내 목소리가 착 깔린다......... 떨지 않으려고 ........이 빌어먹을 소리한다고 떨지 않으려고 애썼지만......호흡이 가빠와 ...가 끔씩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놀라 치켜떴던 눈동자를 가라앉힌다. "..내 몸..내 모든 것..다 줄 수 있어. ...상관없다구. 하지만.....마음만은 가질 않아.........나, 유치 하지만.... 내 마음은 ..전부 그에게 줬어...........네가 들어올 틈 같은 것..예전부터 없었어. 모 두..그에게 줬거든.. ...그래서 ...난 ................" 미안하다는 감정.. 사기이다. 그것은 ..아주 지독하고 악랄한 사기이다. 미안하다는 감정자체는 인간에게 없는 것이다. 그저..늘 익혀온 생활 관습에서 ...미안하다고 해야 할 상황이 되면..저절로 나는 미안하다..라 는 암시를 걸고...그런 말을 습관처럼 내 뱉는 것이다...... 이렇게 미안하다는 말 ..도배하듯 중얼거리면서도.. 나의 가슴은 ...소문으로만 가득 차 있다. 솔직히 미안함..느낄 가슴조차 없다............ 네 녀석이 그렇게 운다해도 ...........난 ... 환자복의 단추를 풀며 나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화풀이하고 싶고 ..보상받고 싶다면....날 얼마든지 가지고 놀아도 좋아. 아니면 죽을 만큼 패도 좋아.. 네 마음대로 해.." 아무것도 주지 못한 내가 ..상현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보상................ 내가 다가서자 녀석은 눈을 감아버렸다..........그는 스르륵...바닥에 주저앉았다. "........." 그리고..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옅은 흐느낌을 뱉어냈다.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이게 ...그에게 주는 몇번째의 거절일까? .. 이런 같잖은 말로 ...그에게 주는 몇 번째의 상처일까? 늘 ..나를 원하는 그에게 이런 거절을 준다... 마음을 닫았다는 말로... 내 마음은 이미 여기 없다는 말로... 결국은 이따위로 보상하려 한 다.................. "상현아 .." "..어떻게 이런 거절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나를 거부하는 거야?" 정말 어린아이처럼 그는 울기 시작했다......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나의 거절에..그 날카로 운 칼날에 ...다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놓고 울기 시작했다......... 저번의 울음이 ...앙다문 ...신음이었다면...이번에는 ..........나마저 울고 싶을 정도로 ...녀석은 가슴아프게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한 그런 차원과는 조금 다른 ..........울음이었다... ........포기가 ...........섞여 있었다......... 끊임없는 구애에....계속된 거절........그 상처에 지쳐 ... 녀석은 나를 놓아주었다.... 전생3부20-이수님 비가 온다. 공포영화에나 어울릴 듯한 침침하고 어두운 날씨......... 방금은 번개까지 쳤다. 아직 천둥소리가 다가오려면 먼 것 같다. ...내 눈앞에 체육창고가 있다. 작은 창 하나 밖에 없는 곳이라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하려면 불을 켜야 한다. 하지만..지금은 불이 꺼져 있다. 응.. 꺼져 있다. 병호 녀석이 ..집으로 돌아 간 것이다... 나는 체육창고로 들어갔다. 이곳은 워낙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이라 문도 그냥 열려 있다. 녀석도 나 아니면 올 사람 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허술하게 문을 열어놓고 가 버린 것이다. 끼이이.. 창고의 문을 열고 어두운 실내로 들어서자 ..눅눅한 냄새가 나를 뒤덮어 온다. 잠시 그대로 서 있자 곧 어두움이 익숙해지고 저 구석 쪽에 검은 천이 덮여 씌워진 기계가 눈에 뜨인다... 그곳으로 다가가 천을 걷어내자 멀쩡한 모습으로 기계는 나를 맞는다. "다..고쳐놓은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기계의 문을 열었다. 이리 멀쩡한데... 한 달씩이나 못 오게 하다니..도대 체 그 심보는 뭔지....정말 그렇게 아까운 거냐........... 괜시리 씁쓸해 진다. 하지만 내 자존심과 이것을 바꿀 수는 없다. 내 자존심 같은 것 보단..소문이 소중해.. 음. 그런데.. 내가 온을 누르고 기계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기계 안에 누우면...온을 누를 수 가 없는데........ 잠시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상현이 떠오른다. 빨갛게 되어버린 상처투성이의 눈동자...생각하고 있자니.. 가슴이 아프다...... 별 것도 아닌 녀석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거절이 ..있을 수 있지...? 욱씬.. 제길.. 어서 들어가 봐야겠다. 콰쾅!!!! 으헉! 엄청난 소리다...... 흠칫 놀라 나도 모르게 온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기이잉... 기계가 가동하기 시작한다.... 난 얼른 안으로 들어가 몸을 뉘였다. 다행히 이상한 것은 없는지 ...곧 의식이 흐릿해 진다.. 욱.. 이건 무슨 냄새지...? .....마치 ..이 세상에 처음 ..왔을 때..느꼈던 .......이것은.. 피...내음...... 그것도 지독한........... 이곳은. ..궁..? 그런데 ..왜 이렇지? 거의 난장판이잖아....... 꼭 무언가가 한바탕 쓸고 지나간 듯..황폐하고 어수선한 대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피비린내까지 나는데 ..이리도 황량한 궁이라니.....사람하나 눈에 뜨이지 않잖아.... 어어...? 다시 시야가 흐려진다...... "매향! 매향!!!! 매향!!!" 귀를 찌르는 절규.. 소문의 것이다. ........여기는 ...집? ..내가 어느새 이리로 이동한 거지..? ...지금 저 방안에서 무슨 일이 있길래 ..소문의 목소리가 이리도 쩌렁쩌렁 울리는 걸까? 보통의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매향이라니? ..........나는. ..여기 있는데......? 너무나 의아해진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에 손을 갖다대자 ...놀랍게도 내 손은 문을 쓰 윽 통과해 버렸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영혼이 물체를 통과하는 것인양.......... 너무 놀라 잠시 굳어있다가....머뭇거리며 난 그 문을 통과했다. 문이 만져지지 않으니..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찝찝한 기분으로 들어서자 .....방안에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 모르는 사람인가 하 여 자세히 들여다보니...그들은 슈란과 진..지보..그리고 흑벌무였다. 그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심각하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소문과 내가 있다.. 예전보다 훨씬 초췌해진 얼굴에 불안하기 그지없는 걱정이 가득히 서려있다. "매향.." 그리고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그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나 또한 ..눈을 내렸다. ".........!!!" ...저것은.................... 나.......?! ...소문의 품에 안겨 ..의식을 잃고 있는 ...사람........ 그것은 나다..... ...나는 ..여기 있는데.....? 왜 ..또다른 내가 여기 있는 걸까...? ..... "..소문.." 소문의 품에 안겨있는 내가 ..조용히 입을 연다......그 입가에서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지 만....개의치 않는다.... "...매향..의원을 불렀다... 너.. 이토록 아픈 것을 왜 ..감추고 있었느냐!! 내가 말하라 하지 않 았느냐!! 말하라고 했지..않아.." 소문의 음성이 절망적으로 떨린다. 그러나 ..나는 ..그 절망에 미소를 지어 답변한다. ".....괜찮아... 난 ...괜찮아.......나는...말이지 ..소문..........난 ..다짐했어...............나는................" 더 이상의 말은 내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뭔가에 막힌 듯 그들의 대화가 차단 되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마저...흐릿해졌다. 슈우웅.... 기계의 전원이 내려가는 소리.... 눈을 뜨자 ..잔뜩 화가 난 얼굴의 병호가 서있다. "너 이 자식!!" 일어서며 나는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하지만..들어가 보고 싶었는 걸.....정말 미안하다." 녀석은 고개를 떨궈버린 나에게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비켜나자 다시 기계 위에 천을 덮어버렸다. "니 꼴을 알아.... 제발 니 꼴이나 좀 보고 와." 창고를 나서려는 나에게 그가 던진 중얼거림... ...................! 설마 ..병호 ..너........ 나 때문이었어..? 나 때문에 .....여기 오지 말라고 한 거야? .......물어보고 싶었지만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를 ..걱정..해서인가..........? ..........나를...? 엄청난 빗줄기였다. 하지만 ...우산 따위는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속옷까지 모두 젖어버렸지만...별 감각이 없다. 몸에 ..다시 열이 오르는 건지 ..너무나 뜨겁다. 대체 ..아까 그건 뭐였을까.. 무슨 일이었던 걸까.. 아까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소문의 품에 안겨있는 나..... 그..뒤로 두 사람 무슨 말을 했을까....... 또 다른 나는 ..소문에게 어떤 말을 속삭인 걸까? 둘 다 울 듯한 얼굴이었는데.. ...어떤 일이 일어난 ...거길래.................................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켰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쏴아아아아.... .....시야가 막힐 만큼의 비다......... 머리가 또 지끈거린다. 한 열흘간 병원에서 살았더니 ..한결 나았었는데..제기랄..또 아프군..... ......이 열흘간 ...저만큼의 시간이 고구려에서 흘러간 것인지..........아니면..저번처럼 15년 후의 일을 잠깐 보게 된 것인지..................자꾸만 걱정이 된다........ 부들부들 떨리는 내 어깨를 누군가 감싸주었으면 좋겠다...... .....나... 걱정 돼... 사실..이렇게 아픈데도...소문만이 걱정되어 ..죽을 것 같아......애가 타서 내 몸이 망가지던지 말던지 ...끝까지 소문의 곁에만 있고 싶어........ ..그는 왜.... 그 고구려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왜 ..지금처럼 내가 아픈데 ..내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걸까..? 하하.. 별 망상이 다 드는 군. 그건 당연한 건데..... 소문이 지금 이 현실에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건데......... 보고 싶다.. 당신을 이리로 데려오고 싶다...... 나 이렇게 아픈데... 당신 손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나를 안아주었으면 좋겠어..... "야, 일어나." ... "야! 일어나!" .........? 젠장..머리 아파.... 게슴츠레 눈을 떠보자 ...잔뜩 골난 얼굴의 병호가 있다. "...어 ..너..냐?" 제기랄 ..어제도 열이 펄펄 끓었더니 ...목도 가버렸군....... "..나 물 좀...줄래?" 겨우 그렇게 말하자 그 녀석은 짜증난다는 듯 주전자의 물을 컵에 따랐다. "이 바보 같은 자식아. 이런데도 가고싶냐?" "..응..?" "너 말야 ..말해봐. 도대체 ..너의 전생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여전히 짜증스런 얼굴이었지만 녀석의 어투는 진지했다. "..무슨 소리야." "시치미 떼지 말고 말해. 넌 ..정말 이상해 졌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내 기계 ..너 사용하 면 할수록 해골처럼 야위어 간단 말야......... 그리고 점점 더 네가 기계에 집착하고 있어. 한 시라도 더 쓰지 못하면 죽을 것 처럼 말야." "병호..야." .........그제서야 나는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짜증이 담긴 얼굴의 이면에 ...복잡한 걱정이 어려있다. "...시끄러.. 난 다만 내 기계에 무슨 위험한 점이라도 있는 건가 그게 두려워서야." ...쿡. 두려울 것 까진 뭐냐.. 안다 알아..귀여운 녀석.. 내가 걱정되면 된다고 ..솔직히 말할 것이지...... 바짝 마른 입술을 비죽이 올리며 내가 킥킥거리자 녀석은 더욱 역정을 냈다. "어서 말해! 말하란 말이야! 안 말하면 그 기계 내가 없애버릴 거야!" ...그게 지 머신을 사랑하는 녀석이 할 말이냐.. 이놈아.. 한동안 힘없이 웃던 난 ..이윽고 웃음을 멈췄다. "...정말 ..들어줄 거야?" "........." 난 녀석의 눈을 직시했다. "정말 ..듣고 날 믿어줄 거지?" "..........." 아무런 대답도 없었지만 ...녀석의 눈은 담담했다. 그 눈에 나는 비로소 안심하고 ........... 천천히 시작했다... 그......이십여년간 .........탈도 많고 ..눈물도 많았던...... 소문과 나의 ...........이야기를.............. 전생3부21-이수님 이야기는 ..아주 길었다. ..나의 이야기를 배제한다쳐도 한편의 대하드라마 격인 역사스토리인데....거기에 나와 소문의 이야기까지 끼워 넣자 수습하기가 힘들만큼 이야기는 커졌다. 네 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야 ..나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녀석은 그 동안 앉은 자세만 여러 번 바꾸었을 뿐..별다른 변화 없이 듣고 있었다. "..............." 이어지는 침묵에 ..나는 감히 말을 꺼낼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네 시간의 긴 이야기에...탈진할 지경이기도 했지만....................나의 이야기에 ...녀석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그것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미친 ..." 녀석이 뱉어낸 작은 목소리...그것만으로도 내 심장이 철렁하기엔 충분했다. "...뭐..?" "...네 놈도 ..미쳤군." ".............."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도 미쳤고.. 그 이유 때문에 몸을 괴롭혀가면서 까지 지랄 떠는 것도 미쳤고........................그걸 ..방관만 했던 나도 미쳤어.." ".......윤병호.." 내가 흥분하지 않은 것은 녀석의 말과는 달리 얼굴이 너무나 담담했기 때문이었다. ".........니 녀석과 내가 고구려라는 나라의 역사를 바꾸어 놓고 있었군. ..." "...아냐.. 역사는 바뀐 것이 없.." "시끄러워. 연개소문 장군이 호모였냐? ....제길 ....위대한 사람하나 호모 만들어 버렸잖아..." 어째 내 신경을 긁는다... 너 .. "20...년이라.. 그럼 너도 마흔 살쯤 된 거 아니냐.." "........" "..아들내미까지 있구.." "..................." "원래 역사에 끼어들어 참견까지 하.." "야 이 자식아!!" 울컥해서 녀석의 멱살을 콰악 잡아채니 ...........녀석이 순순히 딸려온다. "대체 뭐야! 이야기 해달래서 해 줬더니!! 왜 그러는데!!" 가득히 치민 짜증탓인지 없던 힘도 솟아나는 군... 그러나 저러나 ..나에게 멱살을 잡힌 병호 놈.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다. 그리고 한마디를 툭 뱉어내었다. "..믿고 있는 중이잖아.. 하나하나 되씹으며." "................" ...젠장.. 정말 사람 ...병신만드네 ...이 넘.. ...그딴게 믿고있는 과정이라고 ..누가 생각하냐? ....제길.........내가 말문을 닫자 녀석은 내 손 을 탁 밀어내고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솔직히 세상 어떤 놈이 이런 미친 소릴 믿겠냐. 전생에서 장군 연개소문과 만나 꿈같은 모험과 사랑을 나누었다니....내가 아니었다면..넌 이미 하얀 집에 수용됐을 거다." 느릿느릿...말을 이어간다................ 전혀 표현은 않지만...그래도 놀랐다는 건가..? 그럼 차라리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어때...병호 군... 그런 방식은 익숙치가 않아서...-_-+ ........ 그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아무리 엉뚱한 생각만 하고 ...엽기적인 짓이나 하는 녀석이라지만............이런 이야기를 듣고 도 멀쩡할 정도로 사고의 폭이 무한대인 것은 아니다..................... -믿어 줄 거지..? 처음에 했던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결코 화내지도...비웃지도 않으면서...................... 젠장. ....화 낸 내가 바보 같군....... 다시 힘이 빠져 자리에 눕자니 ...이젠 녀석이 일어선다. "...어..어딜가?" "..돌아가야지." "어..디로?" 병호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뭔가 조금 우물쭈물하는 듯 망설인다. ".......?" "..야." "...응?" 역시 ..망설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것인지......... "내 기계.... ...실...패..작일까?" ..............! 아까와는 다른 ...분명히 다른 감정이 서려있는 병호의 눈동자.......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 사용자였던 나에게......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아니." 병호의 눈이 흔들렸다.... 아픈 내 눈에도 정확히 보일 만큼 녀석은 동요했다..... 그리곤 얼른 고개를 숙여버려..더이상은 볼 수 없었지만 ... "..그..래? ...그렇군.. ...몸조리 잘 해라.." 떨리며 들려오는 말소리로 그 감정을 알 수는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그제서야 나는 편안히 드러누웠다. 저 자식..내심 떨었던 거였군....... ......필사적으로 나를 속이려 덤덤한 척 했지만 .......내가 점점 말라가는 이유를 알고 있으니.. 불안했겠지.......... ................ 하지만..........그런 걱정은 됐어 임마........ 나는 너의 머신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어..........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 소문이라는 존재를 주었으니까................... "머리 ..아프다...." 내가 아픈 건...결코 ..네 기계의 탓이 아냐.... 대가일 뿐이지..... 사흘째 내리던 비가 그치던 날....병호는 나를 불러내었다. 그동안 계속 몸이 아파서 꿈쩍도 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미소를 짓고 있으니 녀석이 징그럽다고 타박을 주었다. 하지만 녀석이 뭐래든 말든 나는 내 나름대로 흥얼거리고 있었다. ".....다 됐냐?" 가끔씩 그렇게 물어가며..시간을 때우고 있자니 ..이윽고 병호는 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뭐?" 무슨... 소리.......? 녀석은 단호한 어조로 내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폐기처분 할거야. 이 녀석." "........" .......... ...............폐...기 처분..? "무슨. .말이야.. 왜?" 녀석은 ..나의 놀란 얼굴을 무시하고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사랑하는 친구~!! 잘 갔다 와~!!" "야! 병호야!" 당황해서 녀석의 손을 잡자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 기계 쪽으로 돌아서 버렸다. "......갔다와. 그 곳에서.. 수년, 수십 년을 보내든....얼마든지 기다려 줄 테니까.. 이 기계가 망 가지기 전에는 네 녀석을 끄집어 내 줄 테니................원 풀고 와........"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들어 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 ".............." 나도 더 이상의 대꾸는 않은 채 ...그 안에 들어가 누웠다. ....뭉클한 감상이 생겼다는 것.. 그런 건 아니다................ .. 저 녀석.. ...................나 때문에 ................이걸 없애버리려고..........정말 .............이 기계가 부서질 때까지 ...가동시킬 생각이다..............고칠 ..생각따위.. 이제 없는게 ...분명했다.......... 나 때문에. 그리고 ....자신을 위해. 그래.. 지금은 ..돌아가야 한다. 그곳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이다.... 비록.. 그 마지막이 어떻든 ...난 소문의 곁으로 돌아간다......... 전생3부22-이수님 "..음.."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어렴풋이 든다. 밤인 걸까...주위가 어둡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자 간간히 불빛들이 보인다. ...이 칠흑 같은 어두움에 도저히 여기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뭔가 평안하다. 응.. 그래 정말 ...편안해.. 정말 돌아온 느낌이야.. 우선은 나 아무 것도 안 걸쳤으니까 ....대강 입을 것이라도 구해야 할 텐데...어쩐다. 다행히도 불빛이 여러 개 보이는 걸로 봐선 여기 ...산골마을은 아닌가 보다. "어쩐다.." 그래도 남의 집에 무턱대고 들어가 옷을 달랠 수도 없고....정말 곤란하네...쳇. 음...어쩐다..어쩐다... "누구요?" 허억!!!!! ............. ...가....간..떨어지는 ...줄 알았네...... 뒤에서 습격하듯 들려온 컬컬한 음성에 ..내 전신에 소름이 오싹 돋아났다. 황급히 뒤를 돌 아보니 턱수염이 북실한 남자가 서 있다. "아..." "...이 야밤에 거기서 ..뭐하는 게요?" "...저어.." "..이리 나오시오!" ...저 아저씨 왜 저런데... 사람 난감하게............. "어서 나오지 못해요!" "저...저기요.." 미치겠네....젠장! "...저 ..아무 것도 안 입었는데.." "뭐라..?" 그도 당황한 것인지 엉겁결에 반문해 온다. "..저 ..도..도적에게...옷을 도둑맞았어요..-_-;" 내가 생각해도 ..참 구린 변명이지만..이것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 걸... 그 턱수염의 남자는 유심히 내 쪽을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처녀..인 것 같은데... 이 망토라도 입고 나오시오." ". . ... ... ......................... . ... ." 호..호의 ..감사히 받...지요....................-_-; 그가 건네주는 망토를 손만 빼 건네 받고는 대강 몸에 걸쳤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 가 아니니..우선 참자. "...이름이 뭐요?" "...저는 ..진매향이라고 합니다." "난 진한이오. 가진한이라고 하지." 그..그러신가요? ....아 젠장... 대강 몸이 가려지자 그제서야 난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속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그는 약간 눈을 크게 뜬 듯 했다. "...어쩌다.. 도적을 만났소?" "...그게.. 아는 분을 만나러 오다가.." "아는 분?" 어느 샌가 그와 나는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묻지 말아주길..-_-; "어영전군 ..수비대장이신 연개소문 장군이십니다." 그의 직책과 이름...무거운 것이다. 그것을 한달음에 내뱉어 놓자 진한의 눈이 더욱 벌어진 다. "무..무엇? 연개소문 장군?" 그 놀람에 생긋이 미소로 답해주었다. "예. 그 분입니다." "..아니.. 낭자가 그 분께는 무슨 일로?" "...저..는. .." ...이거 뭐라고 말해야 한다지...? 상당히 곤란하네... "..그 분의 먼 친척입니다." "친척이라?" "예. 아버님의 말씀을 뫼시고 그 분을 만나뵈러 오던 길에 ...도적을 만난 것이지요." 후.. 이 정도면 ..내 연기력도 아주 좋은 편 같아.. 진한은 내 거짓말에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구료. 걱정마오. 내가 그 분의 저택까지 데려다 주겠소. 그런데 ...저 산을 넘어야 하거 늘..오늘은 누추하지만 나의 집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소?" "예?" 이미 예상하던 바였지만..나는 엄청 놀란 척을 했다. "..아.. 젊은 처자가 도적을 만나 얼마나 놀랐겠소. 다행히 별 탈은 없어 보이는 듯 하지만.. 그래도 어찌 바깥에서 잠을 이루오. 우리 집에 가면 처자도 있고 ...안심이 될 것이오." 음..어쩐다.. 그렇게 할까... "고맙습니다.." 내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자 그는 오히려 나를 만류했다. "아..아니오. 오히려 내가 더 영광이지.. 그분의 친척 분을 모시다니." ...소문이 완전 영웅인가 본데.......... 지금이 어느 정도의 시대길래.... "낭자도 들었겠지요... 대원수님의 타계소식을 말이오.." "아..! ..." 대..원수...? 지금의 대원수는 소문인데....? ...설마... 전 육군 대원수..을지문덕..님을 가리키는 말인가.............? "...그 ..그분이 ..돌아가셨나요?" 나도 모르게 흥분한 나는 진한의 팔에 매달려 다급히 물었다. "아니.. 몰랐소? 그 분께서 타계하신지가 ...벌써 이레째요. 온 국민들이 슬픔에 잠겨 통탄하 고 있는데...모르다니..." ".................." ....이건 ...과거잖아.......... 문덕님께서 ..돌아가셨다고.........? 그렇다면...도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내가 원래 갔던 시기로부터 ...몇 달 전의 ...상황..........이럴 수가........ 이런 건 전혀 예상치도 못했는데........과거로 와버릴 줄이야.......... ..........과거.......로 왔다....아..?!?!?!?!!!!!!!!! 허억...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럼 지금 소문의 곁에 내가 없단 말이야? 아니면... 저번처럼 나라는 존재가 또 하나 존재한단 말이야? ...............우어...........머리가 뽀개질 것 같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확인이다......... 그다지 험준한 산도 아니었기에 나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산을 올랐다. 정상쯤에 이르자 수 도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저곳이 궁이고 ..궁에서 한참 떨어진 저 곳이 소문의 저택이 다........지금.. 저곳에는 누가 살고 있는 걸까? 소문...진..슈란..지보..벌무.......그리고......? "앗.. 매향님!!" 문지기들이 나를 보고는 놀라 구령을 붙인다. "아.. 잘들 있었어? 소문은?" "도대체.. 어떻게 되신 겁니까?" "에..?" 이 자식들이 내 말을 씹는다.......?! 아..아니... 그게 아니고....뭐가 어떻게 돼? "뭐..가?" 나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문지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이레 전 대원수님께서 타계하셨을 때 ...매향님.. 어디론가로 사라지셨습니다... 건강하지도 않은 몸으로 갑자기 사라지신 매향님을 찾느라 사람을 얼마나 풀었는지......." 이게 ..뭔 소리래? 난 ...그날부터 계속 아파서 드러누워 있었다구......원래로 치자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그래? ..어쨌든 ..나 돌아왔잖아..........소문은?" "장군님께서는 지금 나흘 째 식음을 전폐하신 채 .." "뭐? 나흘이나?!" 그 말을 듣자마자 난 그들을 밀치고 문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소문!! 소문!!" 화급히 계단을 오르며 그의 이름을 미친 듯 불렀다... 침실에 ..없다.. 그렇다면 집무실인가? "소문!!" 집무실에 당도한 나는 문을 열려 애썼지만 굳건히 잠긴 문은 꼼짝도 않았다. "소문!! 나야! 내가 왔어!! 어서 문 좀 열어!!" 쾅쾅!! 가느다란 문살은 약해 보였지만 꽤나 질긴 소재인지..내가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았 다. 이 바보가... 식음전폐라니!! 미친 거야?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매향?" 오히려 뒤쪽에서 들려온 놀란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슈란.." "..너.." 그는 충격과 기쁨이 서린.. 평소같으면 지을 리가 없는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 다. "매향!! 도대체!! 너!!" ............. "어머니?" 정말 절묘한 타이밍으로 ..진이도 내려 왔다........ "진..아.." "어떻게 된 거 예요? 도대체 ..이레나..어디서.." ...나도 ..나도 ..알 수가 없어...... 차라리 ..시간이 흘러 가버렸던 거라면...애써서라도 따라잡겠지만...이렇게 과거로 돌아온 것 은 처음이란 말야.......게다가 ...과거마저도 뒤틀려 있어..............이게 아니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드르륵.......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 같던...문이 ..열리고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그 소리에 맞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천천히 ..시야가 돌아가고 ......그 흐릿했 던 영상은 ..곧 초점을 맞춰 나의 눈에 ...한 남자를 선사해 주었다. "....소문.." 초췌해진 ....모습.......... 광대뼈가 움푹 들어 날 지경으로 마른 뺨............까칠해진 뺨이 그저 시선만으로도 느껴진 다... 그런데 ....그 눈동자만은 무서우리만치 빛나고 있다. 아까 슈란이 보였던 것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빛이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저.." ...도저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이런 상황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그를 보니 눈물부터 난다......... 뭔지 모를 서러움...같은 것이 ...그 동안 슬펐던 것 ...무서웠던 것이 ....눈물로 모두 드러난 다................쪽 팔려서 ...울기는 싫은데........ "....나 ..돌아..왔다................? 응? ....나 안 안아 줘?" 그의 커다란 눈에 ..내 모습이 비친다... 못나게도 ..울먹거리는 내 모습이 ..투영되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소문은 ...그 눈에서 놀라움을 서서히 지워가며 .........몸을 숙여 나를 감싸안았다.... 이렇게 애가 탔어........ 매일 ..당신을 여기 놔두고 ..나 혼자 돌아가게 되면...........애가 타서 ......죽을 것만 같았어. 나 ..이렇게 당신을 만날 때마다 울어. 그토록 애가 탔기에 ..그토록 보고 싶었기에 ..울 수밖에 없어.......... 다만 우는 것이 ......우는 것만이 ...말발 없는 나로선..최대한의 표현이기에....... 나.. 이번에도 운다.......... 그리고 이번에도 당신은 나를 안아 주었고......... 아무런 말도 않고....조용히 안아 줘......... ...나.. 알고는 있어...............원래 당신은...말이 별로 없고..........그렇지만................ 당신도 ...무척이나 애가 탔다는 거........애가 타서 ...나흘이나 ...이런 무모한 짓을 한 거잖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소문................ ................조금이라도 ..더 ..당신하고 있고 싶다................................. 당신이 ..죽을 때까지는 ...곁을 지켜주고 싶어............. 내 소원 들어줄까........? .............이제 ..하나 남은 소원인데........... 내 전생에서의 사랑......마지막까지 ....지켜줄까.................? 역사는 ....다시 돌아와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나는 모른다......... ......어쩌면 ...나의 마지막을 안타깝게 여긴 머신이 .....조금 더 ...느껴보라고 ..시간을 앞당겨 준 건지도 모르겠다.................. 우습지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몇 달이 흘렀다................... 그 동안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소문과 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아무 것도 모르지만.......... 후후.. 그래...아무 것도 모르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다............. 무엇을 느끼고 있느냐고.......? ...................응............... 이것이................ 전생3부-23 -이수님 장.성.축.조.안. ......다시 ..우리의 문제는 이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웅백이라는 이제 두 번 다시는 꺼내기도 싫은 그 이름의 작자가...제안한 천리장성 축조안. ....다시 그 저의를 파헤치는 ..그 시점으로 .......돌아온 거지. 내가 바보 같아서 도저히 책을 찾지 못해........결국은 나도 이것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 는지 ...알 수는 없어. 하기사 ..알고 있었다면..더 커다란 갈등에 휩싸였겠지....... 그렇지만..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무언가...더러운 음모가 시작되는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길이 없어........... 저번에도 말했지만 웅백이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에 천리장성을 쌓자고 ..말한 것은 절대 아 닐 터이니. 우리가 이렇게 머리터지게 고민하는 동안 ...웅백은 도대체 어떤 미소를 짓고 있는 걸까...... 이런 우리를 도도히 바라보면서 말이지........ 그리고 ..희소식일지...뭔지 모르겠지만...우리나라 유람을 하고 싶다던 ..당 사신 놈은 돌아가 버렸어................... 그 일 이후..이 계획은 급속히 빠른 속도로 커져갔지. 인부 동원이나 ..측량..등등 세세한 부서들이 결정되기 시작했고 책임자들이 지명되기 시작한 거다. 총 책임자는 승상인 보춘. 물론 그는 웅백파의 인간. 그러나 실질적인 책임자는 우리파 사람인 주부상..구사..가 결정됬어. 그리고 인부 동원 책임 자는 고지순 장군, 부장엔 흑벌무....그리고 석재 및 자재 조달 책임자는 슈란으로 결정났지.. ....소문과 난 이 인사이동에 크게 놀라고 말았지. 솔직히 말해 이건 우리 중심부 사람들이 모두 끼여있는 거라구........어떻게 이렇게 묘하게 일 이 발생할 수 있는 거야......? 주부장인 구사는 우리가 가장 믿고 있는 실력파... 그리고 고지순 장군도 ...그렇고 ..흑벌무와 슈란은 말할 것도 없다구............역시 ..무언가가 있는 거지? ...불안한 ..사태의 시작마냥....이 결정은 ...심상치가 않아.... "아무래도..뭔가가 이상합니다.." 지보도 의심스러운 건지 걱정스런 얼굴로 우리를 찾아왔다. "무엇이 이상하지?" "이번 부서 책임자의 결정말입니다." "음. 나도 이제껏 그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는데................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는 듯 하네...왜냐하면 외직으로 임명된 자들 중에서 우리보다는 웅백파 쪽이 많지 않은가.." "아냐.. 소문 ..잘 생각해봐. 저들 세 명이 가는 것보다 우리 쪽 한 명이 가는 게 더 큰 손실 이란 말야...비중은 우리가 크다구.........." 내 의견은 그러하다.. 지보도 같은 생각인지 덧 붙였다. "그렇습니다. 우리편의 실력자들이 왕성에 있지 못하고 그런 외지로 나가게 된다면 우리의 힘은 종전보다 더욱 약해지게 될 겁니다." "으음..!" "아..." 그...그렇군........젠장! 이건 분산지계(分散之計)야!! ...빌어먹을 웅백........설마 ...그 늙은이 ..이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단 말인가? 그 장성 축조안 속에 이런...시커먼 속셈이 도사리고 있었단 말야?!! ..........안 되는데.... .....큰일이다....... 그의 속셈은.....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간단한 것이 아니었어....... 나라의 일을 생각하는 양...제안을 해..우리 쪽 사람들을 모두 몰아내려는 것............설마... 이런 것일 줄은.................................. 설마. 설마...부서의 책임자가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 줄은.......몰랐어.......... 작은 부서의 책임자 결정은 우태부에서 하는 것.. 결국 모든 건 웅백의 뜻대로 ...되어버린 것이다......... .................실수다.......... "어떡하지요.." "...때는 늦었다. 이미..황제의 재가가 내려버린 이상 뒤집을 수는 없지.. 아..왜 진작 그걸 몰 랐을까...." 소문의 목소리에도 탄식의 기운이 역력히 스며있다. ......빌어먹을...... 왜 ..나마저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마치 한 마리의 야수가 날뛰는 듯한 굉음이 울려퍼지더니 .. 시퍼런 낯을 한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무서우리만큼 벌어진 그 눈은 튀어나올 듯 흥분되 어 있었다. "...원 세상에 이럴 수 있소? 보시었소? 그 인사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을 일이랍니까? 하 고많은 놈들 중에 왜 하필 날 귀양보내겠다는 거요? 아니 대체 육군 대원수라는 형님은 뭘 하고 계시었소? 낮잠이라도 주무셨소?" ...상당히 무례한 소리지만.....그도 그 나름대로 화가 난 것이다.............. 소문도 십분 이해했는지 난처한 빛을 드러내었고 ..지보가 나서서 그를 달랬다. "벌무 ..그렇잖아도 지금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중이다. 흥분하지 말고 앉아." 화를 내는 흑벌무를 주저앉히자 소문이 입을 열었다. "그건.. 내 실수다." 소문은 ...자리에서 일어서 ..뒷짐을 진 채 괴로운 얼굴로 ...주위를 서성거렸다... "왜.. 왜 그걸 몰랐을까.." 이런 중얼거림을 토해내며......한동안은 ..........계속.. "형님.. 당장 웅백대인을 찾아가 항의하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그건 안 된다. 이미 황제의 재가가 난 것이니..이틀 후에는 떠나야 해." "허허!! 떠그랄!!" 벌무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하며..어쩔 줄을 모른다...... 정말 ..그와 나의 방심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 질 줄이야..... 뭔가 깊은 속셈이 있을 거라고 예상까진 했지만...................정말..정말 이런 걸 줄은 몰랐어.. 그 늙은 너구리.. 끝까지 목을 죄어오는 군......... ............씁........ "일단 이렇게 된 이상 떠날 사람은 떠나게 놔두고 ..대책회의를 소집해 앞으로의 일에 대비 하여야 합니다.." 지보의 충고에 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당장 연락해서 모두 모이도록 하라." 그의 명이 떨어지자 지보가 나갔고 ..얼마 안 있어 20여 명의 실력자들이 모여들었다. 정말 ..큰일이다.. 장성을 쌓는다는 것... 시일이 얼마나 소비될지 알 수가 없다. 오년이 걸릴지 ..십년이 걸릴지...그걸 누가 알겠는가....... 그 긴 세월을 공사장에서 썩다 보면.................웅백이 모든 권한을 쥐고 마음대로 흔들 것이 분명하다...... 낭패... 정말 더럽게도 짜증나는 낭패다..... 하지만..어떻게 할 수가 없다. 만약 도의를 한다면.........반역이 되는 것이다. 황제의 명이 떨어진 일에 반대를 한다는 것은 곧 반역을 뜻하기에 우리쪽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회의고 뭐고 소집했지만..솔직히 시일은 삼일 뿐..그 동안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오겠는가...결 국 임명을 받는 대신들은 떠나야 했다. 소문은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슈란과 벌무를 조용히 불러들였다. "이번 일은 우리가 졸지에 당한 셈이다. 너무 빠르고 완벽해서 우리로서는 손도 써보지 못 하고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니까 두 사람은 내 말을 잘 들어라. 장성 공사의 지휘감독 본영은 요동성이 된다. 따라서 고지순 장 군과 벌무는 요동성에 있게되고 슈란 너는 자재 동원의 중심지인 목재성에 있게 된다. 비록 내 곁을 떠나있게 된다해도 할 일이 막중하니 열심히 해 줘야 하고 특히 벌무는 요동성에 있는 양만춘 장군, 해구 장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매사에 상의해 내게 보고해 줘야 한다. 주의해야 할 자는 이사도 장군이다. 그는 알다시피 황제가 가장 총애하고 신임하는 장 군. 양만춘과 가깝게 지내되 이사도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할 것...알겠느냐?"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양만춘 장군에게 보내는 서찰이다. 당도하는 대로 전하고 회답은 필요없다. 그리고 슈란." "...예." 소문의 눈에 깊은 신임의 빛이 어려있다. 슈란은 그 눈빛을 거부 없이 모두 받아들였다. 둘 의 관계는 아직도 껄끄러운 면이 있는 듯 하지만...일에서의 슈란은 충실히 소문의 말을 따 랐다. "그때 그때 할 일은 벌무를 통해서 연락하겠지만 우선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도록 해라. 자 재 조달의 책임자는 한 나라의 살림을 맡은 주부와도 같다. 이 기회에 주부의 할 일이 무엇 이며 살림살이를 어떻게 하는지 철저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두라. 나중에 요긴히 쓰일 것 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럼..떠나라. 참. 그리고 벌무." "왜 그러시오?" "네 가족은 다음달에 요동성으로 이사를 해 보내주마. 걱정은 말거라." 흐음.... 순남...그러고 보니..이 가족 이야기를 안 한지도..오래 되었군... 이젠 자식도 있는데 말야......이제 ..그 아이가 15살이 되던가? 쿡.. 벌무..싫어하는 척...오만 내색은 다해놓고 ..어느 사이인가 애도 만들었더라구.......순남은 행복 하니..혹시 걱정했던 사람..걱정들 놓으시길~! "아뇨. 어젯밤에 다 이야기되었습니다. 내가 가 봤자 몇 년이나 가 있겠소? 그냥 혼자 떠나 렵니다. 지보가 돌봐주기로 했소." 이윽고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떠났다. "후우.." 그들을 배웅하고 뒤돌아선 소문의 입가에서 ..끓어오르는 분을 삭히느라 긴 한숨이 새어나왔 다......착잡..하리라......... 나도 ..이리 기분이 더러운 데... 그들이 떠나고 나자......뭔가 ..텅 비어버린 것 같다. 언제나 말없이 묵묵히 ...이곳을 지켜주던 사람들인데.............한 무리의 인파가 몰려 나가버 려....이제는 쓸쓸하기 그지없군.... 늘상 자신과 대련을 해 주던 슈란이 없자 진도 꽤나 쓸쓸한 눈치다. 무뚝뚝하기만 한 슈란 을 잘 따랐는데..... 어쩐지 가여워져 나라도 가끔은 대련을 해주려고 ..생각 중인데... 요새들어 꽤나 몸이 나빠 져....그게 힘들 것 같다.......... 물론 소문에게는 비밀로 했지만............. 이제 예전 같은 싸움은 도저히 나에게 무리다...아무 래도 현실에서의 영향이 여기까지 미치는 것 같다..... "조용하군.." 성난 야생마처럼 날뛰던 벌무가 없으니...조용해서 좋기는 한데.........쳇.. 없으니 ...정말 허전하군..... "음." 입궐 준비를 하며 소문도 내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대로 가만 있을 수는 없잖아 소문." "그래.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간 ..또 무슨 어택이 날아올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소문은 건무에게 보 고를 써 올렸다. "장성 공사에 군사들을 동원할 수 없습니다. 전국 62주의 경병을 동원하여 공사의 힘으로 삼고 백성들을 사용하려 합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니 군사들은 성의 방어에 모두 굳혀놓고 경당의 경병들을 공사 쪽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건무는 재가를 내렸다. 공사는 드디어 시작되었다..... 이 장성 축조야말로 일찍이 유래가 없는 대 토목 공사였다. 부여성부터 요동 반도의 남단에 이르는 천여 리의 장성을 쌓아야 하는 데...쉽게 끝날 리도 만무했고 또 온 국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음..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난 지금 온 신경을 집중해 ...이 일을 하고 있다. 정말 손이 많이 가고..귀찮은 작업.........바로 바느질이다. 요행히도 손가락이 찔리는 일이 없었지만... 바늘을 천에 꽂아 빼고 ..또 꽂아 넣고...실이 엉 키지 않게 ....하는 게 꽤나 힘들다....... "...제길..왜 이렇게 안 돼!...우앗 아파!!" 찌..찔렸다...... 아파라....... 컥.. 피나잖아............아까운 내 피가..................제길.. 왜 이렇게 힘든 거야!! 내참..별 생쇼를 다 해보네...... 이 짓을 시작하게 된 건 오늘 아침이 ......그 발단이었다. "어? 소문..옷이 찢어 졌는 걸?" 그의 웃옷을 건네주던 난 ...소매부분이 좀 찢어진 걸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그러자 소문은 괜찮다며 그냥 입겠다고 했고...............그걸 악착같이 빼앗아 ....난 지금 꿰매고 있는 거다...... .....이렇게 짜증낼 거면 왜 하겠다고 했냐고? 음.. 그냥..-_-;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시녀들한테 주면 금방 금방 해 오길래 ..쉬운 줄 알 았거든.....솔직히 현생의 집에서 살 때도 난 바느질 같은 건 잼병이어서 ..내 동생들이 하곤 했단 말야.............. "우우.. 아파." 꽤나 깊게 찔렸나 보다........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마지막을 꿰고 실을 매듭지 어 .....끝냈다! "후우~!! 이제 끝이다........더럽게 힘드네.............." 완성된 나의 작품을 들자 ......솔직히 영 아니다............ 선도 삐뚤거리고.........실밥이 나오질 않나............누가봐도 꿰맨 줄 알 것 같다.....그래 ..나 재 능 없다.........재봉틀이나 있음 좋을 텐데... "어머니, 뭐 하세요?" 순간 방문이 드륵 열리며 진이 튀어 들어온다.. "어?" .....화들짝 놀라 그것을 내 뒤로 감추고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는데.. 이 넘의 자슥이 뭔가 눈치를 챈 듯... 묘한 눈빛을 보내온다. "그거 뭐예요?" "어..? 뭐?" "그거요. 지금 어머니..뒤로 감추신 거." .....눈치 한 번 기차게 빠른 녀석.................좀 모른 척 넘어가 줄수도 있잖아!! 그게 효도다!! 내가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 "에이~ 보여 주세요!!" 라며.. 이 녀석..나에게 달려 든다. "안 돼!! 안 돼! 보지마!! 싫어어!!" 최대한 악을 쓰며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했지만.....................결국 ..빼앗기고 말았다.. 이건 패륜이야.......자식이 힘으로 부모를 누르다니!! .....소문한테 이를 거야!!...........는 아니고.. 어쨌든..........................진아.....................................................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다!!!!!!!!!!!!! "쿡... 바느질 하셨어요?" "...어?.... 응.. 소문 ..옷이 찢어졌길래...........그..냥.. 심심해서...........................음.." 진의 입가에 서린 ...미소는 ...너무나 짓궂게 ..나를 놀렸다....... "쿡.. ..어머니 ..바느질하시는 모습은 처음 보는 걸요? 여기 와서 처음 보는 것 같아요." "...그..그래?(실제로도 첨이야..)" 최대한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 노력했지만...자꾸만 달아오르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이젠 내놔!" 진의 손에서 옷을 낚아채며 난 팽하니 소리를 쳤다. 그 녀석은 빼앗기면서도 ... 웃고 있었다. "...왜 ..왔냐?" 부루퉁한 얼굴로 (재빨리 옷을 감추며) 묻자 진은 ...갑자기 씁쓰레한 웃음을 짓는다. "...예? 그냥.. 어머니 뭐 하시나 해서요. 오늘은 입궐하시지도 않으셨잖아요." "...응.." 솔직히 말해서 ..컨디션이 오늘 나쁘더라구..........그래서 ..그냥 짱박혀 있기로 했어... 그렇게 주절거리는 진이 녀석이 ...약간 안쓰러워 보인다... 음.. 나마저 나가고 나면...이 녀석 혼자 집에 남아 있겠군...... 학교도 이미 졸업했고......매일 친구를 만나러 다닐 수도 없겠지...... ...외로운 걸까.... "진아 ..너 태학이라도 갈래?" "태학요?" "응. 거기라도 가면... 친구도 사귈 거고...좀 더 즐겁지 않겠니?" 내 제의에 진은 정색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싫어요." "..응? 왜?" 어색한 미소로 일관하며 진은 대답을 회피했다. "...그냥..지금 배운 것으로 만족해요. 다른 공부는 저 혼자 해도 충분하고요." "..........진아.." 진이가 ..왜 저러지..? 절대로 저런 면을 보여주지 않던 아이였는데................ 며칠 후...소문은 벌무에게로 밀서를 보냈다. 그가 경병을 쓰자고 한 것에는 다..그 이유가 있음에서였고....그 대표자인 양대하를 만나라는 것...그런 내용을 담아 보낸 것이다.....그리고..나는 거기에 슈란에게로 편지 한 통을 담았다. 조용하게 삼 개월이 흘렀고.. 그 동안 나와 소문은 조정의 대세에 온 신경을 쏟았다. 솔직히 반으로..아니 반 보다 더 더 욱 줄어버린 자파의 힘이 웅백파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해야 했고 ..더욱 노 력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은...드디어 벌무에게서 만족스러운 회답이 도착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양만춘과 해구, 양대하, 구사...벌무..등 이 사람들이 모여 비밀리에 단합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공사 감독을 맡고 있는 경병들을 손아귀에 쥐게 되었으니 주도권이 생 겼고 ...결국 공사를 빠르게 하는 것이나 느리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는 기쁜 소식이었다. "정말 다행이군.." 소문도 한시름을 놓으며 미소를 지었고..그 회답의 내용은 소문과 나 그리고 지보만이 볼 수 있었다. "이거.. 벌무놈이 제법입니다!!" "제법이라?" "생각해 보십시오. 그 놈은 요리에 소금밖에 칠 줄 모르는 놈이라 불안하기 그지 없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이런 큰 일을 해 놓다니.....제법이지 않구요..." 큭.. 그렇긴 해. 정말 비유가 적절하군...지보. 툭.. 지보가 들고 있던 답서에서 ..또 하나의 작은 종이 쪽지가 떨어졌다. "에... 이게 뭐지?" "........." 소문이 주워들었고....그 수취인은 나였다. "............뭐지? 슈란이 보낸 것...?" 쪽지를 펴자 그 안에는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이는 양자이다. 그 사실을 친우들이 알고 있지. 허나 그것을 알고도 따르는 친우가 있는 가 하면..시기질투하여 모함하는 무리도 적지 않다...그것이 싫은 것이다. 아... ...........내가 보내놓고 ..잊어버리고 있던 ...거야...... 이런 ..바보......... ...그랬구나.. 그래서 ..진이 태학에 ..안 가려고 했던 거였구나.......... "무슨 내용이냐 매향?" 소문이 궁금한 듯 고개를 내 밀었지만 난 재빨리 다시 접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깨우침이야." "...깨우침?" 방긋이 미소를 지으며 난 방을 나섰고 ...................진이에게로 향했다. 오늘밤은 아들 녀석과 이야기로 밤을 지새워 봐야겠다..... 도대체 ...그 십수년 간을 무슨 생각하며................살아왔는지...... 이 녀석 ....좀 때려줘야 할지도 모르겠는 걸..... 전생3부24 "음..태학에 가겠다고?" "예."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소문은 진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옆에는 내가 서 있었고. "왠일이냐.. 가지 않겠다고 ..외고집을 부렸지 않느냐?" "......" 진은 선뜻 입을 열지 못해 망설였고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공부가 하고 싶다고..." "공부..?" "예, 아버지. 공부하고 싶습니다. 공부하여 좀더 훌륭한 인격과 지식을 쌓고 싶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그거야....난 소문 몰래 진이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하룻밤 새가며 이야기 한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아..... 저 녀석의 가슴속에 그렇게 많은 말이 묻혀 있을 줄이야.............. 진이는 내 품에 안겨서 밤새도록 ....숨겨왔던 슬픔들을 말해주었다.. 솔직히 정말 큰 반성이 되었다. ....이십여 년을 같이 살면서.....난 이런 것도 몰랐나..싶어서.... 후회도 했고 ... "그렇게 하도록 해라. 내일 태학에 입학하도록 해주마." "예." 진과 나는 모종의 미소를 교환하고는 바깥으로 향했다. "매향." "..에? ..예?" ......어라. 왜 갑자기 존댓말이 나오지? 소문이 나를 향해 강렬한 시선을 주고 있다. 너는 남 아!! 라고 ..말이다. "........진아 먼저 나가겠니?" "예....." 진도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얼른 나가버렸다. ...나가랜다고 진짜 나가...이 눔아.. 소문은 다시 서류에 시선을 묻은 채 말만을 뱉어냈다. "이리 곁으로 오시오." ...왜 저래? -_-;;;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난 그의 부름대로 곁으로 다가갔다. 순간.. "우앗! 소..." 빠른 속도로 그의 팔이 뻗어와 허리를 콱 낚아챘다. 그 태클에 중심이 흔들려 난 비틀거리다 그에게로 넘어졌다. ".........웃..!" 참으로 꼴사나운 자세가 나오고 말았다. ..말하자면..그의 무릎 위에 엎어진 꼴이랄까. "..뭐 하는 거야!" 내가 바락 소리를 치며 일어서려 했지만 그는 위에서 나를 꾸욱 눌러버렸다. "우앗! 아파! 아프다구!!" 죄여오는 무게에 숨이 막혀 난 마구 발버둥을 쳤다. 갑자기 왜이래?!?! "놔! 숨막혀어!!" 그동안 내가 익힌 기술들을 최대한 발휘하며 그를 쥐어박자 그는 마치 인형처럼 나를 발딱 들어 품에 안았다....... 말하건데...절대...절대...난 그렇게 쉽게 들릴 무게가 아니다(키 178가량 되지? 내가.....음..안 되던가???)......결론은 이 인간의 괴력은......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왜..." 겨우 압박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그의 가슴에 묻힌 난 미미한 짜증을 발했다. "....도대체..어젯밤에는 어디가 있었느냐?" "어? ...그건 왜?" ........앗차.. 그러고 보니...나 진이한테 간다고 말 안 하고 갔구나....... 이 아저씨..독수공방....홀로 밤을 보내셨겠군....................큭큭큭.......그래서 지금 애탔다고 응석부리는 건가? 헉..마흔살 다 된...중년이? -_-;;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이수는 중년 매니아~ >.<) ".............." 소문이 대답을 않는다. ....이거 ...정말 상황 재밌는 걸? 난 아주..약하게 키들거리며 한 번 더 물었다. "응? 나 어디서 잤는지 궁금한 거야?" "......................" 허억!! 갑자기 왜 일어서고 그래!! 정말 ...이건 적응이 안 돼서 원!! "아..아얏!" 그는 자신의 책상에 ..나를 눕히곤 ..내 양팔을 잡았다...........고로 ..움직이지 못하게 봉했다는 소리다..-_-; "왜이래 이 아저씨야."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무섭구만......... 그래도 놀려먹는 재미 때문에 난 모른 척 딴청을 부렸다.. "그걸 몰라서 묻느냐?" "어머어머..난 모르겠는 걸~" 소문의 이마에 교차로가 생겼다..........그리고 눈 아래에 그림자가 진다.................화났나 보다. ...............우음.. 그렇다고 화낼 건 없잖아.........치이..쫌생.........어? "소......읍...!" 이 ..아저씨가 요새 욕구불만이었나........................꽤나 .......깊게 들어오는...걸....... 윽..난 이런 건 싫은데...........더군다나 책상 위에서 뭐 하자는 거야? "소문... 으읍... 싫어.........윽..." ...어래래.. 정말 화났나? ...내 말은 들은 척도 않잖아.............. "어..? 그...그만해! 소문..!! ...우앗..무슨 짓이야! ...그마안!" 뒤늦게서야 당황해 거부했지만 ..........그는 날 놓아줄 심산 따위는 조금도 없는 듯 했다. 더격렬하게 애무해 올뿐이었다... "......으..읏.................지..진이방에 있었단 말야!!" 결국 그가 원하는 답을 주고나서야 ........손길이 늦춰졌다..... 으이씨.. 놀래라............ "...정말이냐?" ....눈에 의심이 그득하구만............... "...그럼 내가 밤새도록 어디 있냐?.....믿기 싫음 치워!" 내가 인상을 쓰며 쏘아붙이자 그제서야 그는 나를 놓고는 옷소매를 추스려 주었다. ....정말 당황했다............휴우........당하는 줄 알았잖아...그렇게 정색할 건 뭐야... 장난친 건데......... "...난.." "...응..? 소문..?" 책상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소문이 와락 끌어안는다............ "..왜그래....응?" .......이상하네..소문이 왜이러지?.......... ..... 영문을 알 수가 없어 그에게 안긴 채 멍하니 있으려니 그가 말을 이었다. "....나는 미칠 것 같다..매향아...." "....뭐?" 흠칫한 내가 ..되물었지만 그는 더 이상의 답변을 주지 않았다......다만 나를 더욱...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소문은. ..왜 그랬을까......? 평소보다 더한 과민반응이었어....... .....내가 말없이 사라져서.......? ...........하지만 ..그건 ..그도 암묵적으로 이해해 준 건 줄 알았는데................ ..........난 ..모르겠어...................... 그가 ....저렇게 불안해하는 이유.................... 내가 돌아왔는데도......그는 불안할 걸까.........? 난 ..이렇게 편안하고 좋은데....... "일은 잘 되어 가는가?" "예, 순조롭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저번에 지시하신 데로 백성들을 더욱 몰아치고 있습니다. 슬슬 원성이 터져나올 때가 되어갑니다." 소문과 지보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마주보았다. 이번에 답신을 주면서 우리는 작은 계략을 하나 적어보냈다. 이번 공사에 동원된 백성들은 자기 일 잘하다가 끌려온 사람들이 많으므로 당연히 원망도 많을 것이 분명했다. 그 사람들을 더욱 가혹하게 매질하고 일을 시키라고 비밀리에 명을 내린 것이다.... 뭐? 그럼 우리에게 원망이 돌아올 거라고? 아니.........그 원망은 황제와 웅백에게로 돌아간다. 백성들이야 누가 책임자인지 알게 뭐냐. 그 계획을 낸 것이 웅백이고 승인한 자가 황제라는 것만을 알뿐이다...........그것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불만이 커져 공사가 완공치 못하게 된다해도 그 장성은 정말 별로 쓸데가 없는 것이라고 소문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그깟 장성 있어봐야침략시간만 늦춰질 뿐..... 별로 도움될 것은 없을 것 같다...한마디로 돈 낭비 인력 낭비지. -어쩔 수 없이 이번엔 우리가 당했지만 분산지계? 그것만 가지고 이겼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사의 주도권을 우리가 쥔 이상 가차없이 백성들을 동원하고 매질하면 된다. 그리되면 백성들은 자꾸만 부역에서 빠져나가 도망치겠지. 그러면 반역을 일으키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웅백에게 돌린다..................그를 궁지에 몬 뒤에는................... ..어찌보면 상당히 냉혹한 수법이지만....... 이제는 나도 그것에 대해 안 된다고 할만큼 어리지 않다 .......그리고 감정을 참을 수도 있고............... 지금은 소문에게 너무나 힘든 시기이기에 ...하나라도 더 그를 위해줄 수밖에 없었다.. 집무를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소문의 얼굴이 예전보다 많이 안 되어 보인다. 소문이 따라오지 말라기에 요새는 궁에 가지 않아 속사정을 모르지만 틀림없이 황제와 웅백의 중상모략으로부터 자신과 우리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벗어.." 그의 전포를 벗겨주며 난 의자를 당겼다. "매향." "응?" "술 한 잔 따라 주겠느냐." "...응.." 탁자 위에 있던 조그마한 백자의 손잡이를 들어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소문은 어느 정도 잔이 채워지자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탁. 내려놓은 잔에 또 한 번 술을 따랐고.....그것 역시 단숨에 비워졌다. "한 잔 만 더 다오." .....응... 세 잔을 연속으로 비워버리고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은은하게 흔들리는 초롱 불빛에 소문의 얼굴이 보인다..... 굳건한 턱선과 쭉 치켜 올라간 눈썹.......당당한 눈동자.......... .남자다운 아름다움을 가진 얼굴...........저 짙은 갈색을 띤 눈동자 속에 나의 모습이 비친다. ".....나 여기 있어.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보지마." 픽하고 웃으며 시선을 피하려 하자 그는 손을 뻗어 내 턱을 잡았다.....그리고는 내가 반응하 기도 전에 당겨 키스를 해왔다........ "..........으음.." 거칠게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이 안타깝다. 그 감촉만큼이나 ...난폭하게 입술을 맞대어온다. "읍....흐윽........아..." 까슬한 수염의 느낌에 약간 오싹해져 거부하려 손을 들었다가 ...그만 내리고 말았다. 그냥 ...그가 하자는 대로 있어 주고 싶었다......응 ..오늘은. ..많이 피곤해 보이니까...봐주지 뭐......... 입속을 탐닉하던 소문은 나의 귓가로 다가가 살짝 귓볼을 깨물었다. "아.." "....나를.. .." "......응..?" 내 목덜미를 어루만지며..............또 키스하며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를 떠나지 말아라..... ......나를 ...떠나지 말아..." .................... 술의 열기....두 사람의 열기.....쾌락으로 들떠버렸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성이 존재한 밤.. 정신없이 얽혀들면서도 ....그가 주는 그 모든 기쁨에 몸부림치면서도 .....내 머릿속에선 그 말이 떠나질 않았다......... 이십대의 혈기에 ......사랑하는 이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그런 치기와는 다른... 이제는 훨씬 ....성숙해지고 깊어진.......그 ..마음.......... 서로가 없으면...버텨 나갈 수가 없는 ........ 소문..당신을 사랑해....... 전생 3부 25편 그랬다.. 뭔가가 불안했다........ 정녕 이제 .. 시작인 건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그 거대한 회오리의 .......................... "뭐라구?!" 지금 소문이 이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내가 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무슨 소린지 자세히 좀 말해 봐!! 도대체......" 보고하는 지보의 얼굴도 심각하게 일그러져있다.. "고구려에 조공을 바치는 나라 중 하나인 삼불제국에서 사신이 왔었습니다. 그 나라는 당나라의 속국이긴 하지만...고구려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조공을 바치러 왔다가 우리편의 하수라 주장하는 해라장에게 간자로 오인받아 수치스러운 낙인을 찍혔다고 합니다..." ".....무..어라..그런.." "그 해라장이 누구길래!" 내가 발끈하며 나서자 지보도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해라장 사곤이라는 작자인데 ...이미 행방이 묘연합니다......" 이런.. 뭣 같은 일이.... 대체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이지? 그 해라장이 누구길래 우리편임을 사칭하고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거야? 세상에 당의 속국을 건드리다니......... 그것도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러 온 자들에게....... 당의 속국을 건드렸다는 것은 곧 당에게 시비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서 그를 잡지 못하면..우리만 난감해진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궁으로 입궐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조의에 참석하라는 명이라 한 다... 어쩔 수 없이 소문은 투구와 전포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소문...." ...너무나 불안하다........ 이 시기에 소문을 부르다니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질 것만 같다.................. 도대체 ..왜 ..사건이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아아 ..머리가 아파..... .........그 사곤이라는 작자는 ..절대 우리쪽의 사람이 아니다 .. 만약 우리쪽의 사람이었으면 ..절대로 소문을 사칭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런 경악할 짓을 벌이지도 않았을 거다.......이건 당에 완전 전면시비를 거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 어떻게 ..어떻게 이런 .......................... 말을 타고 달려가는 소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끊임없이 솟아나는 불안을 애써 짓눌러야 했다... "....더 조사해 봐. 지보 ..이건 뭔가 음모가 깔려 있어 ...장성 축조가 시작된지 얼마나 지났다 고 또 이런 사건이 터진단 말야? .....그리고 그 해라장... " "웅백쪽의 사람임이....." 지보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온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웅백.... 천리장성을 쌓는다고 우리를 찢어놓더니.....결국 ..........이런 결정타를 날렸단 말인가? "..그..그럼 궁으로 떠난 소문이 위험하잖아..............." "..........아니 ..괜찮을 거다........우선은 두고보자 ....설마 ...황제도 그리 급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보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갑자기 ..너무나 갑자기 닥쳐와서 ....얼떨떨하기까지 한 ..사건..... 도대체가 ..............너무 갑작스럽잖아......... 이런 건. .이런 건..........어떻게 예상치도 못했는데................... 소문..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어제까지만 해도 ...그나마 평화로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터질 줄 ..아무도 몰랐다.............이제 서서히 다시 기세가 우리쪽으로 기울어 올 거라 믿었다................... 그런데 .......................... 이런 ...이런 ................막판 뒤집기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 당장 소문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어떻게 되어갈 것인지 ..알고 싶다........ 그 혼자서 맞서야 될 궁에 ..나도 달려가고 싶다................ 그의 곁에 서서 ..........그 의지라도 잡아 주고 싶다................... 밤이 다 되어서야 ..소문은 돌아왔다.... 그것도 이십여 명의 금병에게 둘러싸인 채 연금이라는 행동으로 ........ 소문은 ... 직위를 박탈당했다.... 꼼짝없이 몰아붙여진 것이다... 어차피 한 통속인 자들에게 ...소문의 논리는 통하지 않았다........ 그 하룻동안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그들은 철저히 소문을 농락하고 ......결국 지위를 빼앗고 ......연금시켜 버렸다............. 공직은 삭탈...그러나 동부대인 살윤직만은 ...그대로인채 ....연금형............ 진과 나 ..그리고 소문만 남겨진 채 지보마저 쫓겨나고 말았다............. "..집 밖에 군사가 가득해 ...지키고 있어...." 창밖으로 내다보며 그렇게 말하자 ...소문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날벼락. . 정말 이건 날벼락이다........ ....우리 쪽에서는 하루아침에 맞은 소나기일지 모르지만 .................아마도 웅백 쪽에선 오랫동안 ...준비를 해 왔으리라....... 우리가 이렇게도 까맣게 모르도록..신중히 ..그리고 치밀하게 ............. 소문을 없앨 ...계획을............ 한숨이 나온다......... 저번의 분산지계에도 감쪽같이 당했건만.......또 이렇게 당하다니...... "들여보내 주시오!!" "제발 대원수님을 보게 해 주시오......." 저 아래서 자파 장수들의 고함이 들려온다.................분명 금병들이 막고 있는 것이다. ..다른 외부인들의 출입도 일제 금지되어 있었기에 그들은 들어올 수가 없었다. 그 고함을 들으며 ...소문은 ...술만 마시고 있다....... 아까부터 계속 술잔만 비워나가며 ...............그는 극한 허탈감에 표정을 찾지 못했다.... "소문 ...그만 ..마....셔...." ...기분이 좋을 때야.....동이로 들이마셔도 그려러니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들이키는 술은 몸을 해친다..... 난 어쩔 줄을 몰라 그에게 다가서...나지막하게 말했다. "..............." "소문... 제발 ..그만....." 그에게서 술잔을 빼앗으려 했지만 그는 완강한 힘으로 나를 밀어내고 계속 술이 마셔댔다. "...................."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 저렇게 괴로워하는데 ..........나 ..도와줄 ....수가 없다......... 그의 귀에는 지금 그 어떤 말도 들리지가 않을 것이다..........어떻게 쌓아온 것이던가 ... 육군 대원수 연개소문...... 이 무거운 직책 ....이 피땀어린 직책......그와 나의 눈물이 스며있는 .............이름인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그것도 억울한 누명으로 수치스럽게............. 숙부셨던 .......그분처럼 ....또 이렇게 간신들에게 당해야 하는 건가...................? ............그 더러운 짓거리에 이렇게 억울히도 ...........당해야 .................해..? 난 ..그를 내버려두고 방을 나왔다...... 초상집처럼 차갑게 변해버린 ...집........ 나 또한 ....기운이 없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정신이 아득해...............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 ...진이 나를 부른다............가물거리는 눈을 들자 녀석도 대강 전말을 안 것인지 그 표정에 수심이 그득하다.................순간 ..눈물이 왈칵 ..솟아났다. ".....진아............" "............" 난 진이에게 다가가 그 어깨를 끌어안았다..............눈물이 ...마구 흘러넘쳤다..... "어쩌면 좋지..? ...소문은 ...술만 마시고 있어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응? 난 ....나 는 ...........어쩌면 ...좋아......................" "어...어머니.." 당황한 진의 음성이 귓가에 울려오지만 ..이윽고는 내 감정에 파묻혀 나는 ............그저 울기만 했다....... "......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해............이럴 때 ...모두가 있어 주었다면 ............슈란...그라 도 있어 주었으면 ..........난 ...어떡.......해...?" ............소문은 ..어떡하면 좋지...............? ....아마도 ...저번에 당의 사신이 고구려를 유람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간자라고 고한 것이 실수였나 보다........황제는 우리의 말을 믿지 않았고 성급한 판단이라 꾸중했었다. ..그런데 웅백이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번에도 같은 짓을 저질러 놓고 ...그것을 우리들의 짓이라고 ...꾸민 것........... 제기랄!! 심장이 찢어질 것만 같다!!! 왜 이리도 어리석었을까? 왜 이리도 ........몰랐던 걸까?!! 왜 ...왜!!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그들을 살려 두었다간 ..후회 할 거라고!!! 뼈저리게 후회 할 거라고 .............. 내............가... 말했잖아.................. 바보...............야.............. 그까짓 단합쯤이야 ....웅백을 없애고 나서도 ..가능했을 텐데...... 이건 ..당신이 저지른 ...............또 한번의 커다란 실수야..........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라구... 뼈아픈 대가....... 우리 모두에게......................................... 울다 지쳐 잠이 든 건지.... 눈을 뜨자 해는 이미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나는 머뭇거리며 침실로 향했다. 침실의 문을 열자 ......지독한 술 냄새가 제일 먼저 나를 덮쳤다. 그리고 .....저 구석에 찌부러져 있는 소문의 등짝이 보인다...... ".........." 잠든 걸까............세상에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집안의 술이란 술은 모두 동 낸 건가.. 그에게 다가가 얼굴을 살피자 ................헉! 이런 ...깨있다?!?!? "소문! 안 잤어? ........." 소문의 눈동자는 밤새 과음에 지쳐있었지만 ........무언가 강한 결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재기를 .." "응?" 쉬어버린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난 소문의 곁으로 몸을 가까이 댔다......그러자 갑자기 그가 나를 당겨 끌어안아 버렸다. ...약간은 거친 느낌이 들 정도로 세게.........놀라 신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눌러 삼키고 난 ....조용히 호흡만 뱉어냈다. 그는 내 심장 박동을 느끼며 조용히 말을 뱉어냈다. "...재기를 해야 해.." ............. ....또 ..눈물이 ...나려 해 ..나는 .....그만 그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소문은 ...또다시 일어서려 한다........ "....이대로 술만....마시고 있을 수 없어......." "...응.. 응..그래 ...당연하지 ...나도 ..도울 거야 ...꼭.." 목소리가 흔들린다 ... 어제와는 또 다른 눈물................... 그가 포기할까봐 겁났다.................내가 어찌 도와야 할지 ..겁이 났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이 떠올랐다.......... .....................당했던 걸 갚아 줘야 해.......... 가장 아래로 쳐박혀 버렸어........ 손가락에 피가 맺히고 ......벗겨져 버린다 해도 ....................기어올라가고 말 테다.......... 그래서 ...네 놈을 ....꺾어 버리고야 말겠어......... 기필코 ............기어올라 갈 테다................................. 소문의 곁에는 ...내가 있어..... 내가 .............. 그래... 나 ..진매향이 있다............ ================================================================== 갑자기 사건이 터져서 당황스러우셨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원래 이 사건이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펑! 하고 터집니다. 저도 좀 당황했죠........그래서 예고를 하느니..(그래도 솔직히 저는 암묵적으로 예고 많이 했습니다.....-_-;) 갑자기 터트리자...수법으로 나가기로 했죠. 제 그 엉성하기 짝이 없는 수법에 많이들 당하셨죠? +_+ 헤에~ 전생3부26 관직 삭탈에...가택연금..소식은 벌무들에게도 지보에 의해 지금쯤 전해졌으리라. 소문과 나는 이 일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고심하며 머리를 맞댔다. 소문이 실 직을 당했으니 이번에는 자파의 실력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갈 것이 분명했다...그들의 바람막이이던 소문이었으니............이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 사실 이제 우리는 방법 없이 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당하지 않기 위해 빨리 무슨 수라도 써야한다............. ....그렇지만 묘안이라는 것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어떤 권력도 힘도 없는 지금에 긴 히 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짚더미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우선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그 해라장 사곤이라는 작자를 찾아내는 것. 하지만 연금된 우리로서는 그걸 해 낼 방법이 없다. ...결국은 자유로운 지보에게 시킬 수밖 에 없지만 ...그 서찰을 전할 방법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매수를 하는 수 밖에.."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소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에 포착된 자는 가장 게으르고 불만이 많아 보이는 병사 하나. 그는 지겨워 죽겠다는 얼굴로 서 있다 내가 다가서자 황급히 자세를 바로했다. "...피곤하지 않습니까?" 생긋이 웃으며 말을 건네자 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의 머리통 속엔 내가 육군대원수 연개소문 장군의 정실이라는 것이 지독히도 박혀 있을 테니 경계를 풀 수가 없겠지. 그러나 ..그리 굳어 있으면 안 되지.. 좀 더 긴장을 풀라구. "....그래도 ..밤새도록 여기에 이렇게 서 있을 텐데 .....이거라도 좀 들고 해요." 솔직히 병신이 아니라면 이걸 받을 이유는 없다. 만약 이것을 받는다면 ...매수될 확률은 삼백 퍼센트라 보아도 ...무방하겠지. 내가 작은 꾸러미 하나를 들어올리자 그의 얼굴에 비굴한 미소가 쫘악 깔린다. "헤헤.... 뭐.. 주신다면야.." 그러더니 아까와는 태도를 딴판으로 하여 그걸 받아들었다. 훗. 성공이군.......그럼 이차 대면으로 넘어가 볼까...... "진아. 조심해. 그리고 되도록 빨리 돌아와야 한다. 들통이 났다간 큰일이야." "예,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계속 못미더운 얼굴로 주의를 주는 나에게 진은 늠름하게 웃어 보인다. ....정말 시키고 싶지 않지만 ..너 밖에 갈 사람이 없구나.............. 진이의 웃옷을 잘 여며주며 그 속에 하얀 서신을 넣었다.. 그리고 진을 올려다보았다. 어느 새 나보다도 더 커버린 녀석....... ...소문과 나의 하나뿐인 아들. 그래 ..조심해서 갔다와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진의 모습을 난..끝까지 지켜보았다. 만약 ..들킨다면 ..끝장이겠지.... 그거야말로 최악일 거야.............. 난 방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서찰의 내용은 대강 이런 것이었다. 백제로 도망쳤다고는 하나 그것은 거짓임에 틀림없고 분명히 고구려 안에 있을 해라장 사곤 을 잡으라는 것...진실을 알아내 오라는 것.. 그리고 ..서찰은 보자마자 불태우라는 것.. ..............아아 ....심장이 떨린다...... 이젠 ..무엇이 어떻게 되어 돌아갈까? ...소문과 나..우리들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될까............... ..그를 내가 지켜야 하는데........ 이제는 ...내가 지켜주어야 하는데......... ....조용히 시일이 흘러갔다........ ................... 큭. 우습지만.. 지금 실정만 빼 놓는다면 ..솔직히 말해 이 생활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근 이십여 년간...우리가 이렇게 조용히 살아본 나날이 있었던가? 언제나 ..쫓기고 도망치며 ..살아왔다.....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갈았고 ....그 복수를 성취한 뒤에는 권력을 잡기 위해 다 툼을 벌였고 ............정신없는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이십 년이 ...흘러갔다.......... 지금...이토록 조용할 수가 없다..............언제나 추구하고 싶은 ..........나날.. 바깥과는 격리되어 ..집안에서만 있는데 ..조금의 답답함도 ....신경질적인 ..그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 소문과 단 둘이 ..이 집안에 ...있다.............. 솔직히 할 일이 뭐가 있는가....... ".....아. 소문 그거 틀렸어. 이게 맞다고." "..뭐? 이게 아니라고? 그럴 리가."... "흐음.. 아저씨 틀렸어.." ...지금 우리가 뭘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 많을 거야......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 고......그나저나 햇볕진짜 좋네...... 우리 저택의 정원은 그리 크진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지... 이렇게 나 무 아래에 앉아 햇살도 만끽할 수 있고 말야... "앗! 그건 반칙이야!" "...흠. 반칙도 하나의 전술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열라 비겁해." "...뭐라? 여..열라..?" ...흠. 열라는 아니고........ 어쨌든. ..정말 치사하구려...소문씨...... 이까짓 거 하나로 당신이 이 토록 치사해 질 줄은 몰랐소........... "....좋아.. 이렇게 나온다면 .........요렇게 받아쳐 주지." "........" 소문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서린다......훗. 내가 이겼군.............. ".........으음.." 이바이바.. 어차피 질 거 그냥 져버려. ...응? "......내가 ..졌다." 결국 소문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야 말았다.......으하하하핫!! 내가 이겼다아!!! 음~하하하하하~!! "당신이 졌어... 이제 벌칙을 수행해야지?" "...........흐흠... 그건 ..." 갑자기 그가 헛기침을 하며 나를 외면한다. ...어라라? 그러기야? "......뭐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안 하겠다는 거야?" "그게..아니라." 째째하게 변명까지? .....난 미간에 주름을 팍 세우며 그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당장 해! 당장 하라구!" "................." 소문의 표정이 이지러지는 것도 아주 재밌는 걸.......크하하핫!! 조금만 더 독촉을.. "두분 뭐하세요?" 그 때 ..진이가 생그리 웃으며 다가왔다. 헉! 안 돼 오지마!! 라고 외쳤지만..녀석은 이미 우 리가 하던 짓을 봐버리고 말았다.... "이게 ...뭐예요?.... 오목..두셨어요?" ............... "..그..게.."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소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소문은 왜 책임전가하냐는 듯...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어억.. 쪽팔려...........육군대원수랑..그 부인이 앉아서 한다는 짓이 ..오목이란 걸 ..들키고 말다니.... ................. "..흐흠.난 ..먼저 들어가도록 하지." 라고 말하며 ..갑자기 소문..안으로 휘적휘적 들어가 버렸다. ..으어어어!! 저 나쁜 노무시키가..!! 이렇게 무마하고 들어가 버리는 게 어딨어!!?? ..게다가 .. 나더러 뭘 어쩌라구!! ".....아 ..진아 ..우리가 둔 것은 ...오목이 아니라............저어기.." 순간 진의 입가에 깔린 것은....................................비...자가 딸린 웃음?!?!?!?........... "..괜찮아요.. ..그런 여·자·들 놀이 하신다고 누가 흉보는 것도 아닌데요 뭘." 여자들..이라는 말에 상당히 강세를 두는 구나. 아들아........ "소무우우우우우운~~~!!!" 결국 난 방문을 부서져라 밀어젖히며 무시무시한 광풍을 몬 채 등장했다....... 점잖게 책을 읽고있던 소문 ...나를 맞이했다아.. "..왜 그러느냐?" ".........비겁하게 ...치사하게 ....간사하게..(??) 혼자 도망을 쳐??! 그 상황에서!?!" 내가 씩씩거리며 다가서자 그는 약간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아..하하. 그럼 뭘 어쩌겠느냐..내가 변명을 할 수도 없지 않아." "왜 않해? 왜 못해? 하면 되지!! 내가 어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이젠 얼굴마저 달아오르는가 보다.....제길! "..그러게 왜 ..그런 걸 두자고 했느냐.... 처음부터 내가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 "거짓말하지마! 당신도 좋다고 했잖아아아!! 내기 걸자고 까지 했으면서!" "............." 두껍디두꺼운 소문의 얼굴에도 붉은기가 돈다..... ".....난 싫다고 했었다..." "흥! 그것도 처음엔 체면유지를 위한 튕김이었잖아! 당신도 꽤나 해보고 싶어했으면서!!" "..그만 ..하거라..." "뭘 그만해! 뭘 그만해! 솔직히 말해봐! 그 때 도망친 건 내기 벌칙이 수행하기 싫어서였지? 노래하는 것 정도 가지고.." ..............응? 소문의 얼굴이 ...납빛이 됐잖아...........그런데 ..왠지 그의 시선이 ..나에게서 조금 엇나가 있다. 내 ..뒤를 보고 있어? 슬쩍 고개를 돌리자 ..경악성을 지르게 할 인물이 서 있다. "진아...............(저 자식..왜 자꾸 나오는 거야아아아!!)-그럴 수밖에..이 집에 늬들 셋 밖에 더 있냐?-" 여전히 ...터트리지 못할 웃음을 입가에 ..가득히 물고 .....녀석은 ...조용히 방문을 스쳐 지나 갔다........지나갔다......................지나.............갔다........................ crazy......... .............. 그 날 밤.............. 달이 ...굉장히 밝다............ 보름인가............. 환한 달빛이 방안을 비추고 ...우리의 침상위로까지 찾아든다.............. 잠이 오지 않네......... 소문은 자는 걸까..눈을 꼭 감고 있다............ "...소문..." 낮게 ..그의 이름을 읊조렸다. "..음.." ...잠든 것이 아니었나......그 역시 낮게 대답했다...............아직 앳된 나의 목소리와는 다른 중 후한 음성........... "달이 ..밝아 ..." "..그렇구나." 그가 오른 팔을 뻗더니 내 머리를 살짝 쓸어 당긴다......... 내 뺨이 그의 가슴에 ....탄탄하기 그지없는 소문의 가슴에 살며시 대였다. 소문에게 끌어안긴 자세로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 ..지금이 너무 좋아.......이상하게도 말야...지금이 너무 평화로워...........왜일까..?" "........"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하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당신하고 ..이렇게 보냈던 거 ...정말 오랜만이잖아.......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나 .. 바보 같지? ...내일이라도 당장 황제의 명이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이런 태평한 소리 ..하는 거." 머리를 끌어안은 소문의 팔이 ...조금 더 세게 죄여온다........ ".......나는 ......이런 조용한 나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 이것을 부수려는 자들을 모조 리 없애버리고 .......언제까지나 이런 나날만.." "매향아.." "...어쩌면 ..너무나 불안..해서일까............? ...걱정 때문에 이런 나날이 좋고.....조금이라도 더 당신과 보내려고 ...더 웃어보려고 ..이러는 걸까..........." "..............." "........나, 당신 지켜주고 싶어......... ..연개소문이라는 강인한 ..이 남자가 불안해하는 모습 따 위 ...너무 우습거든. ..그래서 당신이 언제나 당당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어......그래서 .. 내가 당신 몫까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눈물 흘릴 테니까.........." 그의 오른 팔이 내 어깨를 감싸안는다......그리고 놓칠 새라 ...꽉 끌어당겼다......... 내 숨이 막혀올 지경으로 .................... "..너는 .내 반쪽이다...... 다만 ..내 곁에..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용기를 얻으니....내가 힘들 때 ...다만 ...나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어라.......곁에 있다는 걸 ..알려만 주거라......" 조용하게 ...그러나 힘이 실려있는 소문의 속삭임...... 그에게서 흘러나온 사랑. 나에게는 분에 넘칠 정도의 ....벅찬 속삭임........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달콤하여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 정말 한 순간...찰나였지만 .......불안함은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그래 ..나는 소문의 곁에 있을 거야..... 지금껏 ..당신이 힘들 때마다 나는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걱정마......... 내 몸이 부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곁에 있어 줄게...... .....이 힘겨운 폭풍이 끝날 때까지................ 다음날 ...궁에서 사신이 도착했다. "궁으로 입궐하시랍니다." ...................이제 끝이다. 다시 ..싸움이 시작된다... 궁으로 나갈 채비를 끝낸 소문의 곁에 선 난 그에게 작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거야. 하지만.........그 순간까지...............이렇게 옆에 서 ....웃어줄게................... 전생3부27-이수님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소문과 나는 궁으로 향했다. 실로 오랜만의 호출이었다. 무슨 일로 소문을 부르는 것일까......사건이 해결되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궁으로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가시에 찔리는 것 같은 시선들이 와 박혔다. 생각 같아서는 같이 노려봐 주고 싶었지만..애써 눌러 참았다. 황제가 주최하는 친국.. 소문은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고...나는 그 오른편에.................그 자리에서 우리는 너무나 반 가운 인물을 만났다. "지보...!" 아직 묘당 안이 소란스러웠기에 우리는 나지막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래 일은 어떻게 되었나?"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 사곤이란 놈 구월산의 원망사에서 찾아내 완전 물고를 내놓았습니 다. 형님 예상대로 웅백이 꾸민 암계였소." "그래..끌고 왔느냐?" "자복서를 받아왔소." "으음." 자복서라구.......? ..그런 것으로 ...과연 ..모든 것이 ..잘 풀릴까? ....과연 웅백은 우리를 이렇게 쉽게 놓아줄까? 여의치가 않아.... 묘당 안이 조용해 졌다. 황제가 문초를 시작했던 것이다. 건무는 자신의 아래 조아린 지보를 내려다보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하여 삼불제국 사신의 희롱 사단에 연개소문 장군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무고이며 우태상 웅백경이 개입되어 있다는 참언의 진의는 무엇인지 밝혀라." 지보는 꿇어앉은 채 한 걸음 내 딛으며 그 걸걸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평소 연 장군과는 결의한 의제이므로 대소사의 생각과 거동..등 피를 나눈 형제처럼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전번의 사단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 장군이 연루되었다는 것은 당치도 않으며 그 때문에 치죄를 당하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라 생각되어 홀로 다시 사단의 전 말과 자초지종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마른침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굉장히 긴장되는 걸....... 이 모든 대소신려들이 보는 앞에서 ..........우리는..작은 희망을 ..움켜쥘 수 있을까..? "혼자서?" "예. 사실이 그래서 처벌 받은 것이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억울한 누명이라면 무고한 충 신 하나를 잃게되는 ...어찌 중대한 일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지보.. 말 하나는 청산유수군.. "서두가 길다. 어서 결과만 이야기하라." "예. 소신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사단은 모함이었으며 그것을 주도한 이는 우태 웅백 대 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무어라!!" 건무는 깜짝 놀라며 큰 소리를 질렀다. 웅백이 개입되어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지 이 사건이 모함이었고 그 주동자가 웅백이었다는 걸..만조백관들도 몰랐던 것이다. 그들의 충격도 꽤나 큰 것이었는지..삽시간에 묘당안이 시끄러워졌다. 건무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언성을 높였다. "참람하구나! 지금 한 말이 너의 모함이라면 삼족지화를 당하리라!!" 지보는 침착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증거가 있어 그리 말하느냐?" 건무는 약간 기가 찬지 증거를 내놓으라 한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지보..품속에서 두루 마리 하나를 꺼냈다.... 저것이 자복서인가..? "증거는 이것입니다." 황제 옆에 서 있던 서오졸이 그 두루마리를 받아 가져다주었다. "이게 무엇이냐?" "그 기록은 바로 해성 앞 바다에서 삼불제국 사신에게 모욕을 준 해라장 사곤의 자복서입니 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웅백도 조금 당황한 듯 보인다. 저 놈의 영감태기가 놀라는 꼴을 보니 그래도 좀 속이 시원하군...이대로 몰아부쳐가야 될 텐데... ....잘 될려나... "자복서라고?" "예. 그는 백제로 도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수상히 여긴 소신이 고초를 당하며 구 월산 원망사라는 절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모든 걸 밝혀내 소신이 받아낸 자복서이옵 니다." 황제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으음..오졸 읽어보라." "예." 그는 큰 소리로 자복서를 낭독해 나갔다. 거기에는 해라장 사곤이 왜 삼불제국의 사신에게 모욕을 주었는지..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곤이라는 작자는 원래 웅백가 노비의 자식이었는데 노비에서 평민으로 올려 분가시켜 주 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랜 주종 관계가 이어져 왔고 사곤이 해라장이 된 것도 웅백의 배경 때문이었다... 뒷일은 뻔하지 않은가..... 이번 일의 적임자로 그가 찍혔고.. 잘만 해낸다면 한 자리 주겠다고 했겠지......일을 저지르고는 탄로가 날까봐 저번의 중탱이...정적의 절에 숨어 있었던 거였다. 솔직히 거의 예상하고 있던 바였지만..그것을 듣고 있는 신려들의 얼굴에서는 충격이 가시지 가 않는 모양이었다. ....웅백이 조금씩 조금씩 더 굳어져 가는 군.......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저 너구리는 ..방심할 수가 없어.... 더러운 낯짝에서 시선을 떼고 정화라도 할 겸 나는 소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도 한 가닥 긴장감이 머물고 있었다. ...지보가 저렇게 열심히 해 줄줄은 몰랐는데....... 정말 그에게 고맙다.....저걸 모두 조사하느라 얼마나 애썼을까...... 황제는 자복서를 모두 듣고 난 뒤에도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물었다. "이 자복서가 정녕 사곤의 진적이겠지?" "예." "만일 거짓이라 한다면 어찌하겠느냐." "참두의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알았다. 여봐라!!" 건무는 노한 음성으로 불렀다. "지금 당장 금병을 풀어 원망사의 사곤을 잡아오너라!" "예!" "그리고 우태경!" 황제의 노성... 웅백이 저도모르게 움찔 한다. "예." 어랄라? 정말 빠른 노인네군....그는 벌써 죄인이 된 듯 박석 위에 꿇어앉아 있다.... 도대체 뭘 꾸밀려고 저리 빨리 시인하는 거야? 하는 짓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우니 원.. "폐하. 소신에게도 결박을 내려 주옵소서." 헛. 웃기고 계시군. ...저 염병할 착한 척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다!! "마땅의 죄가 밝혀진다면...그때도 늦지 않소. 만조백관이 모두 주시했고 모두 주의 깊게 들 었고...경악하고 있소. 장군 지보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기다려 봅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황제 놈.. 웅백을 감싸는 거 봐라..... 내가 편파적으로 보고 있다 해도 할 말은 없지만..원래 이 소설 일인칭이야! 화자(話者)의 마음대로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거라구! 그래도 건무의 음성에서는 노한 빛이 풀리지 않았다. 그 분노가 웅백에게 향한 것인지..지 뜻에 어긋나게 이런 자복서를 들고온 지보에게 향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제는 ..결과만 남았다.....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웅백이 입을 열었다. "국사 다난한 이때 어째서 명명 백백 끝난 일을 가지고 새삼 문초를 다시 여시는 지 알 수 가 없습니다. 소신, 가문의 영예와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데 해라장 사곤이...............잠꼬대 같 은 망언이옵니다." 꽤나 길고 쓸데없고 짜증나는 역겨운 대사였으므로 중간 생략이다. 결국은 지가 죄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그것도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연기하면서.. 그는 쨍하는 목소리로 소문을 몰아세웠다. "연 장군을 삭탈 관직함에 있어 그것이 모두 소신이 부추겨 그렇게 된 것 인양 여기저기서 방언을 일삼더니 결국은 이런 엉뚱한 간계를 꾸며 함정에 몰아 넣으려 하는 것입니다. 수결 로 놓은 자복서 하나쯤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는 것...폐하 ..위조된 자복서에 현혹되지 마십 시오..." ....참으로 뻔뻔스럽고 엄청난 연기실력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나라에 데려다 놓으면 연기 대 상을 수십 번은 먹고도 남을 실력이야...... 이에 지보도 지지 않고 맞섰다. "기다리면 모든 것이 밝혀집니다. 구월산 원망사에 숨어있는 그 사곤이라는 작자만 붙들려 오면 그 자복서가 진적인지 위서인지...밝혀질 ..것입니다." ......심장이 유난히 뛴다....... 이건 ..잘 풀릴 거라는 것에 대한 ..두근거림일까.........아니면....................그것이 아니면.. 지보는 상당히 자신만만했다. 저 자복서를 받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필히 잡혀 올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나도 그렇게 믿어야지..................... 이런 쓸데없는 두려움따위는 ..................약간 손을 뻗어 ..소문의 손을 움켜쥐었다......... 소문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듯 ..손에 땀이 축축했다. 문초였는지..뭔지는 모르겠지만..우선은 대강 그로써 오늘은 끝났다. 이 일은 삼일 후 해라장 사곤이 잡혀오면 열겠다고 한 것이다.... 이로써 궁 내외의 관심은 대체 판결이 어찌 날지에 대해 몽땅 쏠렸고 모두 어전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쩌면 소문이 다시 재기하게 될 기회를 얻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도성 안의 백성들도 일을 멈추고 안학궁 주위에 몰려나와 사태를 주시했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지보에게 아주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소문의 숙부님과 가문에 대한 복수를 결행할 때 ...고문했었던 땡초 정적.. 그는 이제는 웅백 의 아래에서 그런 짓거리를 벌이고 있었군... 아예 죽여버리는 건데..........제길. 지보의 고생은 이렇게 말로 해서 다 될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구구절절 사연을 뱉어놓으며 그래도 ..한 번도 힘들었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너무 고마워서 그 어떤 말로도 감사를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사곤이 ..순순히 잡혀 올까?" "..국가의 군대가 갔는데...아마도 그렇겠지.." 당연한 듯 미소를 짓는 지보를 보면서 ..나는 그래도 애끓는 심정을 삭히느라...고생해야 했 다....이 놈의 마음은 ...정말 순순히 속아주지 않는다니까.. 이틀이 지나갔다. 두근대는 심장으로 이틀 밤을 보내고 소문은 다시 친국에 참석하기 위해 자택으로부터 함거 에 실린 채 안학궁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광장 앞에서 우리는 엄청난 인파의 백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천은 될 듯한 인원... 그들은 호송인원들과 함거를 둘러싼 채 비켜나지 않았다. "길을 비켜라!!" 그렇게..호송원들이 외쳤지만...그들은 여전히 꿋꿋했다......... 하지만 그들에게선 함성도 ..갈채도 없었다...................이건 ..동정이다................. 그들에게서 .. 동정을 받고 있는 건가...우리.... 소문은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길을 비켜라!" ....오연한 목소리로 소문이 외쳤다........ 비록 ..기둥이 쳐진 함거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었지만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한 그 의 자태에 군중들은..그제서야 길을 틔워주었다. 그래.. 백성들은 우리의 편이지........그들의 지지가 있는 한..우리는..아니 소문은 쓰러질 수 없 다........버텨야 한다.... .....저 함거 속에서 소문은 홀로 있다...... 나는 ...이제 그의 곁에 다가가지 못한다.........다만 ...관전자로서..지켜 볼 뿐이다......... 이틀 전 처럼 곁으로 갈 수가 없다..... 그래도 .. ..마음은 ...곁에 있다. 그와 하나가 되어서........ 곧 친국이 열렸다. 건무는 어서 결과를 알고 싶은지 금병대장을 다그쳤다. "어찌 되었느냐?" 황제의 물음에 궤배를 올린 그는 간단히 답했다. "사곤이란 자는 그곳에 없고 그곳에 온 일도 없다합니다." ....하..! 빌어먹을. "없어?" 건무가 되묻자 금병대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예. 세세히 조사를 해 봤지만 구월산과 원망사 근처에서 그런 자를 보았다는 말도 없고 비 슷한 자도 없었습니다. 대신 대사 정적이란 자를 잡아왔습니다." 지보의 얼굴이 파리하게 굳는다..... ...이거야말로 이틀전의 역상황이 아닌가....... 제길... 설마 ..그 사이에 도망을 친 거란 말인가...... 지보와 마주본 소문의 눈동자에 절망의 빛이 흐른다........... ...안 돼........ 이제는 ....정말 큰일이다............ 거짓이 되어버렸어........ ........ ...휘청..하고 몸이 무너질 뻔 했다.......... ..하지만 기둥에 기대..간신히 버티고 ..나는 눈을 부릅뜬 채 계속 지켜보았다............ 이 때 오라에 묶인 정적이 ....끌려왔다. "네가 대사 정적인가?" "예. 그렇사옵니다." ...허.. 이런 개쇼라니.. 건무..네가 정적을 모르는 체 한단 말야? 가화 때문에 자주 드나들었잖아!!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소신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 수가 없사옵니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섰습니다..만일 소신에게 죄가 있다면 그 벌을 달게 받겠사옵니다." ....이 빌어먹을 것들...... 그렇게 천연덕스레 지껄이면 입이 아프지 않냐? 가슴이 찔리지도 않아? ....씁... 연기대상 탈 놈들 줄줄이 꿰였구만........... "전번 해성 앞 바다에서 사단을 일으킨 패수군 해라장 사곤을 은닉하고 있었다는데 사실이 냐!!?" "소승은 사곤이란 작자를 알지도 못합니다." "뭐라구? 왜 허언을 하는가!" "정말이옵니다.." ..........허탈한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지금 저 두 놈은 ...내 앞에서 생쇼하고 있는 꼴로밖에 안 보인다........ ...두 놈다 작당하고 ..나를 웃기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진실을 기만하고 있다... 그가 그렇게 딱 잡아 떼자 지보가 나섰다. "지난 보름날 아침, 밥그릇을 보자기에 싸들고 본사에서 암자로 올라가는 걸 보았고 ..뒤따 라가 저는 분명히 사곤을 보았습니다.." 신빙성이..없다. 지보의 말은 ...그 어떤 증거도 없는 것이다. 이제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암자에는 한 번도 간 일조차 업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큰 일에 말 려들게 된 것 같은데..." 더 이상의 말은 내 귓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나에겐 소문만이 ..보일 뿐이었다............. ..깊은 절벽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는 ...그의 참담한 얼굴이............................. ....이젠 ..끝인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멍청이..병신!! 그를 도와주겠다고..그를 위하겠다고...그 대신 비참해 지겠다고 ..그리 다짐해 놓고...왜 지금 이 자리에서 떨고 있는 거야.....! ..........나는 ..무얼 해야 ...하..지? 지보는 자신을 구월산에 보내 준다면 모든 것을 밝혀 오겠다고 탄언했지만..먹혀들지 않았 다.. 결국은 다시 우리의 패배로 ..지보마저 관직을 삭탈당하고..감옥에 갇혔다.. 아직 ..그 어떤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지만..............분명히 ....이젠 .............. "소문.." 그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실오라기처럼 보이던 ..희망마저도 ..날아가 버렸다............... ...되갚아 ..주고 싶었는데........그 징그러운 면상을 으깨버리고 싶었는데............................ 이런 건..정말 싫은데......... 왜 .......이래야 하는 거야..................................... ...빌어먹을..!! 그나마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던 집안이 ...이제는 북극마냥 ...냉랭하기 짝이 없다.. 소문이 속삭인 것처럼..내가 위안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나는 마냥 그의 옆에 서서 하염없 이 소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그를 ... 변화 없이 ..굳어있는 소문의 뺨..........눈............... 울고 싶었지만...............참았다..... 울어도 이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말 끊임없이 참담하기만 할 뿐..............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소문은 가라앉는 걸까? ...미래는 그렇지 않지만.......지금의 일이..도대체 어떻게 그리도 틀어진단 말인가........ 이렇게 ..캄캄하기 그지없는데.. 한발을 내디디기가 무서운데....... "............." 변복을 하고 나온 길거리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이번 일에 모두들 커다란 관심을 느낀 건지 ...모두들 일손을 놓고...숨죽여 있다.... 시장이 문을 열기는 했지만..........예전의 그 아름답던 활기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매수한 놈에게 간신히 매달리다시피 해서 나오긴 했는데........ 뭘 살까.. 뭘 사야하지.....? ...원기회복을 시켜주려면....어떤게 좋을까...... ...아무리 찾아도 ..만족스러운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점점 수척해져 가는 소문에게 먹일 만한 것이.. 내 눈에 차는 것이 없다......... 골목을 돌자 ..시장은 끝이 났다...조금 길이 외져서 ..사람도 오지 않는 길이었다...... 거기서 ..머리에 덮어쓴 옷을 내리며 ..나는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오랫만에 ...하늘을 보니 ..침체된 기분이 조금 올라간 듯도 싶은데........... 아니 ..하늘마저도 무거워 보이는 군... ..돌아가야 할 텐데... "진매향?" 일순..누군가 내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누구..?" 뒤를 돌아보자 ..한 무리의 군사가 내 뒤에 포진하고 서 있다.. "진매향이 맞는가?" "..그렇..습니다만.." "너는 신라국의 간자라 판명되었다. 순순히 오라를 받거라." "............." 지금 ..뭐라구? ..간자..? 간첩이란 말인가.... 이 내가 ..신라국에?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야..? "뭐...라구요?" 그들은 내가 뭐라건 말건 강제로 내 어깨를 잡더니 줄로 묶기 시작했다.. "자..잠깐...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내가 간자라니!! ...이봐요..! 아앗!" 변명할 틈 따윈 주지 않았다..... 나를 다 묶자 그들은 사정봐주지 않고..어디론가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이..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전생3부28-이수님^^ "읏.. 아파.. 좀 살살 다루란 말이다!" 정말 매너라고는 없는 손길이다. 하기사 간첩이라고 지목 받은 나에게 그들이 아량을 베풀 까닭도 없지만............ 내가 간첩이 라니.. 그런 엉뚱한 모함은 한 건 누구야? 나는 아무런 사전 설명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감옥에 갇혔다. 나를 거칠게 밀어 넣은 그들은 자물쇠를 채우곤 사라져 버렸다............ ...이거야 ..정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잖아.... 대관절..이게 뭔...일이야.............왜 내가 간첩이란 거지? 그것도 신라국의..............어떤 미친놈 이 생각해 낸 거야........? "씁... 그 놈 뿐인가.." 결국 ..또 웅백인가...... 하지만 ..뭘 근거로 내가 간자라는 거지? ...그것만은 모르겠는 걸..? 그 늙은 너구리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를 간첩으로 몰리도 없고........이거..불안한 걸... 젠장.. 소문한테 먹일 것을 사러 나왔다가 별 일 다 당하는 군........ 간첩으로 몰리다니.......-_-; 그다지 불안감은 없었다.....하지만 소문이 걱정되었다......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 졌는데... 그는 뭘 하고 있을까.......그 넓은 집엔 소문과 진이 뿐일 텐 데.....나를 찾고있는 거나 아닐까...? 아니면 이미 기발이 간 걸까? ...가뜩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그인데................제발 더 이상 놀 라지 않으면 좋을 텐데......... 제길...제길!! 몸이 저릿저릿하다..... 또 아프려고 이러는 건가......... 웃기지 마라. 이젠 이딴 아픔에 정복되지 않을 거다............나는 그를 지켜야 해.............. ....도대체 ..언제까지 가둬 두려는 ...걸까........ 소문.. 내 걱정하는 건 ..아니겠지...? 내 걱정 따윈 하지 말아....... 결국 ..밤을 꼬박 새고야 말았다......... 동이 터 올 때쯤..깜빡 잠이 들 뻔도 했지만...저 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예민하던 내 신 경이 곤두섰다. 뒤에 네명의 군사를 이끌고 등장한 존재...그는 꿈에서라도 저주할 ..웅백이었다. "..크큭.. 결국 네년이 잡혀 왔군. 내 이럴 줄 알았지.... 처음부터 수상하더라니.....결국 네 년 이 간자였군?" .......저 쓰벌...놈 혓바닥 굴리는 거 보게.......난 눈에 핏발을 세웠다. "...닥쳐! 모든 건 당신이 모함한 것이잖아? 그렇게 모든 것을 꾸며 놓고도 그리 뻔뻔스런 낯 짝을 하고 날 만나러 오다니 대단한 철면피인걸?" 그는 내 비아냥을 듣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문을 열어라." 옆에 서 있던 간수가 자물쇠를 땄다. "그리고 너희들은 물러가도 좋다." 군사들이 물러가자 이 곳엔 웅백과 나만이 남았다. 그는 좁은 감옥의 문을 통해 들어와 내 앞에 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터진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 구나. 네 년 ..저번에도 나에게 망신을 줬겠다?! 그래도 그때 는 예의를 아는 년인 줄 알았는데...이건 교양도 없고 마치 야생의 여우같구나..." 뭐 그런 케케묵은 일까지 들춰내고 난리냐!! 역시 속 좁은 영감태기! 야생의 여우라구?!?! "흥, 창피하긴 했나보지? 난 원래 이런 인간이야. 내가 언제 날 교양 있는 사람으로 봐 달랬 어? 웃기는...악!" 갑자기 뺨이 얼얼하다........ 돌아가 버린 고개에 ..잠시 어리둥절 해하다가 ....이윽고 그가 나의 뺨을 쳤다는 것을 알았 다.........이 ..빌어먹을 놈이 ...날 쳐? 독기를 머금은 눈으로 홱하고 노려보자 턱살이 떨릴 정도로 웅백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년이.." 흥.. 막 나가자 이거냐? 나도 그럼 더 이상 막을 거 없지.........소리치면 달려올 군사가 있더라도 내 당신 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뜨려 주고야 말 테다..... 순간 눈에 파리한 살기가 인다.......더욱 씨근거리려던 웅백은 내 눈에 비치는 살기에 움칠해 뒤로 한 발 물러섰다.....전장에서 사람을 베어내며 배운 살기다...너처럼 뒷구석에서 뒹굴던 놈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지........ "네.. 네 년이 지금 어디라고 눈을 치켜뜨는 게냐! 얌전히 있지 않는다면 그 해는 모두 연개 소문에게 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하이 톤의 목소리가 쨍하니 ...내 귀에 울렸다. ....뭐..? 소문에게................ 해가 ..가?! 본능적으로 몸이 움찔거리고 말았다... 일시에 살기가 사라진 것을 깨닫자 웅백은 갑자기 기 고만장한 표정으로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서야 말귀를 알아듣는 군. 큭큭.. 네 년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아직도 몰랐던 거겠지. 조금이라도 난리를 피운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연개소문이 덮어쓰게 될 것이다. 알겠느냐?" ..............빌어먹을....... 억눌린 분노를 씹어 삼키며 ..나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앞에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라. 더러운 간자 주제에.. 분수를 모르고 날 뛰다니..너 같은 것은 언제라도 참수에 처할 자격이 내겐 있다!" ...치욕스러운 명령이었지만 난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제발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 주길.................. 참수 따윈 조금도 무섭지 않지만........ 다만 ..소문이........그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어... 만족스러운 걸까.....저 영감태기는 .....이런 수를 쓰며 ..즐거운 걸까.........벌레 같은 놈......... 순간 그 손이 다가와 내 턱을 잡고는 들어올렸다. "...절색이로세... 큭큭.. 혓바닥은 독사 같은 것이 ...얼굴 하나는 양귀비 뺨을 치는 구나. 도 대체 연개소문은 어떤 짓을 써서 너를 부인으로 맞은 것이지? 아직도 물건이 팔팔한 것인 가?!" 그는 나에게 톡톡히 모욕을 주기로 작정이라도 한 건지 ..그런 음담패설을 늘어놓았다.... 하 지만 난 눈을 돌린 채 묵묵히 견뎌냈다. "이 고운 피부라니.....내가 알기론 너는 이십여 년 전부터 연개소문의 곁에 있지 않았느냐?" "........" "....큭큭큭.. 왜 그러느냐.. 왜 대답이 없지?" ".........." 키득거리며 나를 놀리는 그 악질적 언동에도 나는 씹는 것으로 일관해 버렸다...... 그런데 ...턱을 잡고 있던 손이 ................... "뭐 ..하는 짓이야!!" 이성보다 몸이 빠르게 반응했다.............난 튕겨지듯 뒤로 물러섰다... 저 ...영감이 ..내 옷 속으로 ...손을 넣으려 했어............더러운 미소를 질질 흘리며 ......나를 그 런 눈으로 본 것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절색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갔었지...... 그런데 ...네가 연개소문의 부 인이란 것을 알고 얼마나 애통해 했는지 ...큭큭.." ...더 이상 듣기가 싫다........... 저 영감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도대체..! "네가 얼마나 탐이 나던지.....매일 밤 고통이었지... 어떠냐 ..나에게로 올 생각은 없느냐? ..연 개소문만큼은 안 되어도 내 물건도 쓸만하지....." .........입술을 짓씹었다................... ...이제는 막을 길이 없다...... 나에게서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죽여 버릴 테다........ 너를 죽여버릴 테다.......웅백.................. 내가 진심으로 핏빗을 띄자 그는 흠칫 놀라 허둥지둥 뒤로 물러섰다.........늙은 몸답지 않게 잽싸게 문을 닫아버렸다...........그리곤 다시 나를 조롱했다. "...그런 야생적인 면은 길들이는 재미가 있는 법이지...걱정하지 말아라.. 연개소문은 죽여도 너만은 살려 둘 터이니............" ............발소리가 멀어지고 ..다시 자물쇠 채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 ...주위가 ..완벽하게 조용해지자 ...나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몸의 모든 기운이 빠져 나가버려.................서있을 기운 따위는 없었다....... ...머리를 땅에 박고는 ...나는 ...........어깨를 떨었다................. "흑....... .우욱........흐윽..." 참았던 ........끝끝내 ...억눌렀던. ..눈물이 ...쏟아져..내렸다...........................들끓는 분노와 수치를 ...어떻게 할 길이 없어........나는 ..울고 말았다................. ...이 눈물을 본 자는 ...기필코 죽여버리리란 ..결심을 하면서............................ 아무런 일도 없이 사흘이 지나갔다.... 반 폐인이 된 것처럼 나는 멍하게 사흘을 흘려보냈다. 그 어떤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한다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저벅저벅..덜컹... "나와라!" 억센 손들이 나를 일으키고 ..나는 포승에 묶인 채 ..그들에게 이끌려 갔다.......... 이곳은..죄인을 문초하는 곳....... 그곳에 도착하니............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 있고 ..그 중앙에 ...낯익은 한 남자가 서 있다. 사흘 전 보다 훨씬 헬쓱해진 소문이 ...서 있다........ 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다 ...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매향!" 그를 보자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정이 회오리처럼 밀려 올라왔다.......그렇게 계속 마주본 채로 ..나는 꿇려졌다. 소문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는 듯 의문과 걱정을 섞은 시선을 보내왔다........난 ..그에 희 미한 미소만을 지어 줄뿐이었다............ 문초자는 형조를 관장하고 있는 고추가 막고영이었다. 두말하면 입 아프겠지만 그는 웅백파 의 사람이다. 소문의 뒤에는 역시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지보와 ..또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내가 하나 더 앉아 있었다.......... 곧 ..문초는 시작되었다. "진매향은 듣거라. 위증을 하거나 허언을 하면 안 된다. 알겠느냐?" "예." 그가 나에게 크게 호령한다.. 하지만 내 주의는 소문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소문의 얼굴을 보고 싶었기에.. "고변자의 밀고에 의하면 너는 작년부터 우리 고구려 조정안의 움직임과 군내의 기밀등을 신라의 칠보에게 제공하였다 하는데 그게 사실이겠지?" "........" 기가 찼다. 도대체 ..어떻게 꾸며야 저런 모함이 나올까? 정말 웅백의 머리통을 해부해 보고 싶다. "왜 대답이 없는가!" 막고영은 내 대답을 다그쳤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자 막고영은 버럭 화를 냈다. "닥쳐라! 네 옆에 앉아 있는 자는 바로 신라의 간자인 칠보다! 너는 그에게 두 번이나 서찰 을 건네주었지 않느냐!" .........그랬나? 난 ...저 사람 누군지도 모르는데........ 난 한심한 눈초리로 그를 올려다보며 대꾸했다. "저는 그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거짓을 고하는 거냐! 내 조사를 해 봤다. 너의 행적과 고향 그리고 가족에 대해! 하 지만 너는 이 고구려에 가족도 고향도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고 해 고아도 아니었다... 너의 존재 자체가 ..이 고구려에는 없는 것이다! 작년 신라와 전쟁 때 너도 연 장군을 따라갔지 않느냐?" ....정말 ..주도면밀하시군....내 과거를 캐다니. 그렇게 물으면 ..할 말 없지만.............. "..따라 간 것은 사실이지만........저는 신라 사람도 아닙니다." 무서운 놈들.......... 이렇게까지 우릴 궁지로 몰다니.... 이번엔 나라는 존재까지 이용해 소문을 완벽히 수장하려 한단 말인가........ 웅백 ...당신이 새삼 증오스러워.......................더러운 놈. 처음은 모함..그리고 마지막으론 나를 타겟으로 한 완벽한 .....계략........ 만약 내가 첩자라고 낙인찍힌다면 당연히 소문에게 해가 가게 될 것이다. 방관했고.. 어쩌면 같이 첩자질을 했다고....오인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나에게 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건지 그는 소문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연 장군에게 묻겠소." "말씀하시오." "저 매향이란 여자와 관계를 맺은지는 몇 년이 되었소?" ".........." 소문이 나를 쳐다보기에 난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말씀하시오." "....이십년 정도 되었소." "연 장군은 저 여자가 신라와 내통하는 간첩이란 사실을 이십여 년간이나 몰랐단 말이오?" ..........갑자기 이건 모순이라는 사실이 떠오르는데............ 그 모순점을 소문도 깨달은 건지 그는 훗..하고 나지막한 웃음을 흘렸다. "한 마디만 하겠소. 내가 이십여 년 전이면 나는 이런 지위에도 오르지 못했을 시기요. 그리 고 연약한 여자마저 엮어 나를 옭아매려 한다는 그 얕은 수작에 웃음만 나올 뿐이오. 그래 서 어쩌자는 게요? 웅백경에게 전하시오. 그만하면 됐다고. 사방을 포위해도 혈로는 뚫어주 는 것이 용병의 상식. 죽어 가는 맹수를 짓밟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사냥꾼의 예의라는 것 쯤은 알라고.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시오. 당신들이 죄를 조작하여 내가 벌을 받아야 한 다면 달게 받아 줄 터이니." ........빌어먹을.... 나도 모르게 ..입술을 씹고 말았다........ 소문의 입에서 ..저런 대사까지 나오게 하다니.................... 젠장.. 젠장......! ...소문은 그 뒤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막고영이 아무리 물어도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아 ..그는 나와 지보..를 번갈아 문초하다 결 국 송사를 포기하고 우선은 유예로 나를 풀어주었다. 죄인처럼 ...창살이 둘러쳐진 마차 ....그것에 탄 ...난 소문의 품에 안겨서 한 마디도 하지 않 았다. 물론 소문도 ..나를 감싸안은 채 ...침묵을 지켰다......... "어머니!" 진이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달려왔다. 녀석의 얼굴에 수심이 그득하다.. 분명 ..그 나흘간..나 없이 걱정이 컸을 것이다.....안쓰러운 녀석... "..난 괜찮아.." "...마르셨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었.........아..아닙니다. 들어가세요...쉬게 해드릴게요." 난 녀석에게 힘없는 미소를 지어주고는 침실로 올라갔다...... 사실 다리에 아무런 힘도 없었다.....소문이 끝까지 부축해 주지 않았다면 이미 쓰러져 버렸 을 것이다........나흘간 죽 한 그릇 입에 대지 않았으므로 ......... 쓰러질 듯 침상에 앉아 ..나는 소문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야위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는 죽지 않았다................. 부서지지 않았다........저 눈빛은.. 결코 패한자의 것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속에서 헤매이더라도 .................. ..아아. .정말 ..그런 날이 올까....? ..나 계속 ....불안해........ 난 ..당신을 지켜야 하는데.... .보호만 받고 .............피해만 주었어............ 내가 너무 무력해 ... 이런 참담한 무력감은 처음이야..... 내가 고개를 떨구자 ....소문은 ..조용히 나에게 다가왔다....... "..이젠..됐다.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되.. 매향." "...욱.." 그 말을 계기로 참고 참았던 신음이 입가를 비집고 새어나온다. 그가 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곧 봇물처럼 눈물이 터져나왔다. "........흐윽!! 으으윽.. 흑..흑........으흑....욱.." ...무서웠다.............. .... 사실은.........너무나 ..무서웠어.............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 전생3부29 연금생활은 또 이어졌다. 하루하루 궁에서 무슨 소식이 올지 ..불안해하며 ...그와 나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내 가슴도 이리 죄이는데 소문이야 오죽할까.. 난 요새 그가 마시는 술의 양이 점점 늘어남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것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점차 말수가 줄어들고 ...다만 나는 그의 곁에 서 있을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고 싶음에... 안타까운 내 시선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소문은 묵묵히 술만을 들이켰다... ...궁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고 있을까.......설마 ..소문을 죽인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내 연개소문은 죽여도 너만은 살려두지.. 소름끼치는 웅백의 목소리..... 그 말이 귓가를 스쳐 나는 오싹해지고 말았다. ...그 태도로 보아선 ...정말 소문을 죽인데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아아.. 가슴이 탄다.... 어떻게 될까.. 과연 ..소문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리도 ...궁지에 몰려버렸는데 ..이제 ..우리는 웅백의 손위에서 놀아나야 하는 신세인가...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너무나도 무력한 내가 소문을 위해 ...할 일은 .......... 저 비통한 표정을 걷어주기 위해 ....내 모든 것을 희생하여도 좋으니.. 해줄 일이 없을까..? .....난 ...멍청이에 ..바보같은 놈이야...... 쓸모가 없어 ...매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입만 산 놈이야......... ........ .... 바깥의 경계가 조금이라도 풀어지기를 기대했지만 그것은 허사였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경비... '갈수록 더욱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언젠가.. 이 모든 사건이 불원간 끝장이 나겠지....웅 백의 흑심은 무얼까... 우리를 어떻게 ..더이상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씹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매향." 낮은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나는 화들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으.응?" "붓과 종이를 가져다 다오." "..그래."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술에 절어있던 소문의 눈이 번득..빛났다.... 나는 불안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며 서둘러 지필묵을 가져다주었다. 종이를 펼쳐 ..소문은 무언가를 빠르게 휘갈겨 써 내려갔다..... 그 동안 소문의 표정은 딱딱하게 일관되어 있었다... 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쓰고 있는 서찰을 내려다보았지만 .. 워낙이 날려 쓴 필체에 어려운 문장이 많아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뭘 ..쓰는 거야..소문..?" 어느 사이엔가 ..다 쓴 건지 종이를 접더니 ..소문은 다시 나를 보았다. "진이를 불러다 줘." ...............아까까지의 소문이 아닌 것 같아...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소문을 둘러싸고 있어.... 조금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하지만 소문이 기운을 차린 듯 해 ..거기서 안심하고 나는 진이를 부르러 갔다... 그 녀석도 쌓이는 근심을 털어 버리려는지 매일 수련에만 전념하고 있어 자연스레 내 발걸음은 대련장으로 향했다. "진아!" 열심히 검을 휘두르던 진은 내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오랫동안 했던 걸까.. 뺨을 타고 땀이 흐른다...... "왜 그러세요?" "...소문이 ...아니 아버지께서 ..." 진이도 의아한 듯 하다....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실을 알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우리 둘은 의아한 채로..(-_-;) 다시 소문에게로 갔다. 소문은 진을 앞에 세워놓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점점 위기감이 들어 불안해 견딜 수가 없구나. 네가 이 밀서를 가지고 요동성에 있는 벌무에게 다녀오너라." "..제가요?" "..뭐?!" ...저번에 지보한테 가는 것도 힘이 들었었는데..요동성엘 다녀오라구? 그것도 진이더러? "..차..차라리 내가 갈게. 위험하단 말야!" 그렇게 말하며 내가 나섰지만 소문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안 돼. 그것은." "............." 그 단호한 명에 ..나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는 떠날 수 없는 건가.......아니 떠날 수 없지.. 그래 내가 있어야 되지.. 소문의 곁에는. "경비가 저토록 삼엄한데 ..어떻게 빠져나가지요..." 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문에게 물었다. "집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하나가 있다. 문제는 나가서 잡히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지." ...그런 ..방법이 있단 말야? 나도 몰랐는데......... "그게 뭔데?" "내가 하라는 데로만 하면 된다." 결국 의문만 쌓인 채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진은 소문이 쓴 밀서를 품에 넣은 채로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있었다... 아마 흥분한 것이겠지... 아직 어린 녀석인데 ........ 한밤중이 되자 소문은 몸을 일으켜 저택의 담벼락으로 향했다. 외진 곳의 수풀을 들치자 .. 사람 하나 정도가 드나들 정도의 크기인 수챗구멍이 보였다. "이리로 가는 것이다... 잘 해낼 수 있겠느냐?" 소문의 물음... 이것은 소문과 ..그에 딸린 모든 식구들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그래서 ..진은 엄청난 압박을 느낄 게 뻔해... 진아.. 걱정스러운 내 시선을 느낀 건지..진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잘 전달하고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걱정이 안 돼..이 녀석아........ ..제발 조심해라... "..조심해... 절대로 네 몸을 먼저 지켜야 해.." 안쓰러워져 뺨을 쓰다듬자 녀석은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어두운 수풀들 사이로 진의 몸이 사라졌다.......... 작은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때까 ..나는 그곳에 서서 진을 배웅했다.. 여기서 ..요동까지... 대략 어느 정도가 걸릴까.. ...가만히 계산해 보니..보름간 쉬지 않고 걸으면.......도착할 듯 하다. "소문...진이에게 뭘 준거야..?" 소문은 그야말로 마지막 희망에 목숨을 건 ..자의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았다. "반역이다." "..........!!!" ....뭐....라...구? "반역?!" ...반역이란 말이야?! 그런 밀서를 진이의 품에 넣어준 거라구?! 당황해 내가 입을 열지 못하는 사이 ..소문이 내 어깨를 틀어쥐었다. ".....어쩌겠느냐. 나는 갈 수가 없다. 그리고..넌.............."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제기랄...... ...제길........ 어쩌면.. 좋을까........ 제발 ..진아 ..잡히지 마라..제발.... 이틀이 지나갔다. 그 동안 초조함에 지쳐 ..나는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비로소 약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지났다는 건 수도를 벗어났다는 소리이니까........ ..그 서찰의 내용은..말 그대로 반역이었다. 죽음의 위기가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데 ...더이상 참고 있을 수 없다는 소문의 판단아래 나온 것이었다...... 솔직히 나도 ..반대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이 썩어 들어가는 고구려 조정을 무너뜨리고 .....소문이 권력을 잡는 것...내가 싫어할 이유가 어딨겠는가 ............하지만 ..정말 그렇게 ..쉽게 ..잘 될까.. 언제나 일어나는 나의 노파심이 ..이제는 불안하기까지 하다........... "연개소문 장군은 나와서 제명을 받으시오!!" ..................... ........................... "연개소문 장군은 나와서 제명을 받으시오!!" 진이가 떠난 지 이틀째 ..되던 그 날..들려온 소리였다. 소문과 나는 황망히 나서야 했고 ..집 앞에는 .황제의 서신을 들고 금병대장이 ..당도해 있었다. 무슨 일일까.. 이리도 갑자기.. 소문과 나는 의혹스런 시선을 주고받았다.. 설마 들킨 건가...!? 그럴 리가.. 그렇다면 이렇게 나타날 리가 없지............ 당황했지만 소문은 어쩔 수 없이 제명을 받아들였다. 금병 대장은 낭창한 목소리로 ..제명을 읽어내려갔다. -모든 죄과로 보아 극형에 처함이 마땅하나 그간의 출중한 공훈을 참작하여 천리장성 공역장의 대모달로 임명함. ...... 이런 ..뭣 같은 소리가 있나! 이건 지금 뭔 소리야!! ...황제 ..미친 거냐?! 그 외에도 금병 대장은 열흘 뒤에 떠나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명을 내린 거지?!"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죽이지 않겠다니.. 이 선심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설마... 계획을 눈치 챈 것이 아닐까..소문."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소문도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마도 ..이토록 궁지에 몰렸으니 ..반역을 꾀할 것쯤은...그들도 예상했겠지." "... ..이런 걸지도 ..모르겠어. 우리를 모두 한 울타리에 밀어 넣어 놓고 ..반역을 꾸미도록 한 후..기미를 보이면 몰아닥쳐 몰살을 시키겠다는 거야......" ......사실이라면.......무섭도록 치밀한 계획이다....... 몸이 전율로 떨린다............ 이런 마지막 음모까지 짜 놓고 있었단 말인가 ..웅백........... 이 갑작스런 제명으로 ..갑자기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너무나 충격적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웅백이 짜 놓은 그물로 들어가는 것...?! 정말 이제..마지막이다....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싸움이 ...그 종결을 내려 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패할 방향으로 ............ 이런 건 안 된다...... ............이렇게 무참히 그들의 덫에 걸려들 수는 없다......... "당장 진이를 막아야 해!" 소문의 생각도 같았다. 나는 소정이를 찾았다.... 지금 그 녀석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 "소정아.. 어서 진이를 잡아 줘. 이런 심각한 일을 네게 맡겨 미안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잡지 않으면..." "..예. 걱정 마세요. 말을 타고 간다면 도련님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응..만나면 진이 가진 서찰은 태워버려...너에게 맡긴 이 서찰만으로도 충분해." "예." ..미안해 소정아.. 하지만............ 너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구나.. 소문이 제명을 받았기에 경비도 모두 풀려서 이번엔 손쉽게 떠날 수가 있었다...... 열흘이다.. 열흘이 남았어......... 그동안 ..이 사태를 뒤집지 않으면...우리는 끝이야............ ........... 제발 ..벌무... 빨리 ..빨리 ..와줘........... 모두를 데리고 .. .......................이젠 ..시간이 ............없어............ 전생3부 30 피 말리는 나흘이 지나갔다.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으로 기다린 ..나흘 후 ..진과 소정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한 통의 서신을 가지고. 서둘러 뜯어낸 서신 안에는 대대적인 계획이 죽 나열되어 있었다. 1.거사는 연개소문이 장성 공역 총 감독관 임명을 받고 왕성을 떠난 뒤에 하기로 한다. 열병식이 12월 11일이므로 13일이면 왕성을 떠나게 된다. 거사일은 12월 13일 밤 달이 떠오를 때 한다. 2. 그 시각이면 양만춘을 휘하의 장졸 20명을 이끌고 성청으로 들어가 성주 이사도를 포박, 연금한다. 그것이 성공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같은 시각에 흑벌무와 양대하는 공역장 경비 경병을 요동성밖에 집결시키고 긴급 조련차 이동하는 것처럼 꾸며 왕성으로 진격한다. 3. 이사도를 연금한 뒤 양만춘은 지체 없이 양만춘은 지체 없이 고구려의 전군을 장악하고 이사도가 반란을 일으키다 포박된 것처럼 전군의 동요를 막고 고지순에게 일만의 병력을 주어 흑벌무의 경병군을 응원, 역시 왕성으로 진격한다. 4. 양만춘이 거사하는 시각에 맞추어 부여성 성주 해구는 휘하의 장졸 일만을 몰아 왕성을 향해 진격토록 만든다. 병을 움직이는 이유는 웅백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제명이라 하면 된다. .......이것인가 .. 이 고구려의 왕조를 한 순간에 뒤집어엎을 ....계획........... 그리고 우리의 목숨을 보전할 ..단 하나의 방법.........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반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한.......박동.. 아플 정도로 가슴이 .....뛰어 ..나를 흥분시킨다...... ..반란이란 말인가..........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인가..?! ... "소문. ...그럼 ..." "음." 소문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불안감에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매향." "..응..?" "겁이 나느냐?" "........." 내게서 뒤돌아 있던 소문이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그 눈은... 도저히 내가 회피할 수 없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나를 믿지 못하느냐?" 한동안 나는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를 읽어내려 ....그와 하나가 되려 했다............ 곧 ..내 ..손의 떨림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훗. .그럴 리가. 내가 이 아저씨 아니면 누굴 믿어? 걱정 마." 한숨 ..삼키고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을 믿고 ..당신을 도울 거야. 연개소문. 당신의 그림자로서 말이지." 소문이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이것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이다. ...매향아. ..나는 이제껏 ..너를 힘들게만 해 왔다. 너를 슬프게 하고 ..무섭게만 했어.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너를 지켜줄 테다. 너를행복 속에서 웃게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나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난 ..살아남고 말 것이다. ... 기필코 살아남아 ...이 일을 성공해 너를 행복하게 ..해 주겠어.." .....열정적인 고백....... 내 몸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이건 마흔 살이 된 아저씨의 고백이 아니라....마치 처음 만났을 때 혈기왕성하던 그와 같아........... 너무나도 열정적이고 ..힘찬 고백이라.........나는 잠시 말을 잊고 말았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 이 아저씨. 뭐가 나를 슬프게 했다는 거야. 당신과 마찬가지로 .. 이렇게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구. 응?" 그래 ..너무나 행복하다. 행복해서 눈물이 날 만큼..... 한동안 말없이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만 있었다.......... 이런 행복한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기를 바라는 마음에......... "진아." "예." "골고루 술을 따르거라." "예." 진은 조심스런 동작으로 병을 잡아 소문과 나의 잔..그리고 자신의 잔에까지 술을 따랐다. 진이 녀석...우리의 기분이 좋아보이자 자신도 약간 들떠있는 것 같다... 하기사 ..우리 쪽에서 따지자면..하나의 삶의 구멍이 뚫렸으니........좋은 일이지만. 술이 따라지자 모두 술잔을 들었다. 들이키고 나자 소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술잔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도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비장한 침묵이 ....순간 ..방안을 덮는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미 소문이 거사를 일으키려는 것......진이도 알고 있다.... "진아." "예." "장안에 들어있는 패검을 꺼내오너라." "예." 진이는 장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패검을 꺼내들고 왔다. 흰 보자기에 싸인 검을 꺼내들자 ... 예전에 소문과 슈란의 손에 있던 ..그 연씨가의 패검이 광채를 발하며 드러났다. 소문이 두 자루의 검 중에 하나를 집더니 휙 뽑아들었다. ..불빛에 칼날이 반사 되 예리하게 번득였다. 그는 한동안 그 검날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진아.. 이 검의 내력을 아느냐?" 진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해 보거라." 진은 곧 그 내역을 소상히 읊어 내려갔다. ...연씨가의 보검이며...이것으로 인해 소문이 다시 연씨가의 영광과 권력을 되찾게 되었다는 ... 어찌보면 길고도 짧은 ..이야기.................. 그것을 다시 듣고 있노라니 ..감회가 새롭다..............그래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 ..이십여 년 동안 말야..... 그 이야기를 주욱 듣고 있던 소문도 나와 같은지 ...추억에 젖어 들은 뒤 패검을 다시 집에꽂아 넣었다. "진." "예." "이것. 내가 간직했던 보검이다. 가문의 영광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보답하라." "예." 진은 엎드려 두 번을 절하고 ..그 패검을 받았다. ...패검은 하나가 남아있다..... 그 검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저것은 누구에게 줘야 할까.....? 아직..남겨져 있게 된 ...저 패검. 소문은 다시 술잔을 비우고 ..자신의 아들에게 훈계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 살 먹은 어린 나이에 부모가 누군줄도 모르고 비류산 속에 버려졌다. 이십이 되어서야 내 출생의 비밀을 알았고 그때 뜻을 세웠다. 가문의 영광을 되찾아야 하며 광개토 대제의 유업을 받아 중원을 제패하겠다는 것이었다. 허나 ..결국 복권은 뜻을 이뤘지만 마지막 숙원인 중원 제패의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황제의 곁에서 추방되어실의의 나날을 보내왔지. 그래서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반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내렸다. 어떻게 보면 일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반정하려는 듯 보일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이제 조국은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 무사 안일, 사치 부패.. 그런 것들이 가득 차 ...조정은 말이 아니다. 영매하셨던 건무제마저 ..지금은 혼탁한 주색에 탐닉되어 그 총기를 잃으셨지. ..이 상황에서 당의 대군이 한 번만 몰려온다면 우리는 멸망하고 만다. .. 선대 영양제 때는 그래도 유사이래 최고의 장군 을지문덕 장군께서 계셨지만 ..지금은 그만한 인물이 없다...그리하여 이것을 쓸어내고 ... 새로운 조정, 새로운 나라가 되지 않으면 ....자멸한다. 그래서 반정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내가 떠난 뒤에라도 너는 아비의 충정을 이해하고 아비 연개소문의 이름에 오점이 찍히지 않도록 조국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라. 알겠느냐?" "예." 진이의 목소리에 비장함이 가득하다..... ..지금 진이의 나이가 ..열 아홉........ 충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가문마저 짊어질 수 있는 나이다........ 이젠 어린 나이가 아닌데도 ..저런 장면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젠 정말 다 큰 건가.. 우리 진이..... ...그리고 소문........ 우리는 성공 ..할거야............ ..절대로 ..우리는 성공 할 거야......... 난 ..당신에게서 ..믿음을 읽었어.. 우리는 이제 지지 않을 거야............. .....복수 할 때가 ..된 거야....... "하악! 하악! 악.." ...갈래갈래 ..찢어지는 것만 같다...... ............이 아픔을 감추는 것도 ...과연 언제까지일까? 금방이라도 정신이 흩어져 버릴 ..듯 해.. 바닥에 쓰러져 ...이 지독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 ..나는 ...조바심으로 점점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아직 소문을 ..보며 버티고 있지만 ..........나는 ........... ....아니야.. 나는 끝까지 ..그의 곁에 있을 거야...... 비록 내 몸은 모두 망가져 ..속에선 피가 흘러 넘치더라도 ..........그의 앞에선 따스하게 웃고있을 거야.......... 거사는 ..이레 후...... 전생3부31 웅백은 금병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연개소문이 육군원수직에서 박탈된 뒤 그가 거둬들여 천거한 인물이었고 자파의 충복 이었다. 이윽고 그가 도착했고 웅백은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래. 어찌 되었나?" 그는 연개소문을 좌천시킨 뒤 금병대장으로 하여금 동태를 살피도록 명을 내렸던 것이다. "별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의 집에 드나드는 자들도 없고?" "예." "연개소문이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한 일도 없는가?" "예." 의외라는 듯 웅백이 날카로운 눈매를 찢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에..?" "약간 이상했던 점은 그의 집에서 하인하나가 말을 타고 도성 안을 나갔다가 닷새만에 돌 아왔다는 점입니다." "..뭣이? ...하인이? 도성 밖을 나갔다고?!" "예." 웅백의 눈이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음흉스레 빛났다. "그게 언제쯤이지?" "10일 전쯤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다시 나타난 것은 닷새 전이고요." "뭐야?! 그걸 왜 이제서야 보고하는 거냐!!"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자 놀란 금병대장이 일순 말을 더듬었다. ".대..대수롭지 않은 일이기에.." "그게 대수롭지 않다고?! 말을 타고 어느 쪽으로 사라졌다는 거냐!" "북문을 빠져 나갔다고 합니다.." "멍청한..!!" 웅백의 얼굴에 노기가 솟았다. "뒤를 밟았어야 할 게 아니냐!! 그걸 앉아서 구경만 했다고!!?" 금병대장은 그런 일에 왜 웅백이 이토록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러가서 더 철저히 감시하고..조그만 움직임 하나도 낱낱이 보고하라!" 그는 고함으로 금병대장을 꾸짖어 내보냈다. 그리곤 책사를 불렀다. "사승!" "예." "어찌 생각하나?" 사승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고였다. "틀림없이 하인으로 하여금 밀서를 주어 요동성에 있는 흑벌무에게 보낸 것이옵니다." "아아.. 왜 그렇게 어리석은 건가! 왜!! 보고하지 않은 것이란 말야!!" 흥분하고 분하여 웅백은 내내 노기어린 얼굴을 풀지 못했다. "사승. 소문은 뭐라고 써서 보내었을까!" "글쎄요." "반란을 일으키도록 명한 건 아닐까?!" 그 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아주 가능성이 높은 소리였다......... 자신의 위기를 깨닫고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이것은 절대절명의 타이밍이었다................다른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럴지도... 당장 일어나라기 보다도 ..상황을 살피며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지령내렸을지도 모릅니다." 웅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게 아니고서야..흑벌무에게 사람을 보냈을 리가 없어...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승은 두어번 눈을 깜빡이더니 곧 말을 토해냈다. "별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이사도에게 사람을 보내는 겁니다." "이사도?!" 이사도는 지금 요동성에서 주둔중인 장군. 그 요동성에 소문의 패거리가 모두 모여있다.. 다만 이사도는 어쩔 수 없이 온건파가 된 사람이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했지만 강직하고 온건한 성품 때문에 ..강경파보다도 온건파에 속할 수밖에 없었던 장수이다. 사승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예. 그에게 밀사를 보내 흑벌무를 잡아 가두고 철저히 감시하란 명을 내려야 합니다." "과연 ..연개소문은 ...언제 반란을 일으킬까?" "아마도 ..두 번의 기회가 있으리라 봅니다. 한번은 안학궁에서.." "안학궁?" "예. 그곳은 만조백관과 황제까서 임성하시어 열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식이 끝나고 왕성밖으로 벗어나 군사를 되돌리는 것이옵니다." "....호오.. 그렇군." "아닙니다. 그렇게 준비없이 일으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소신의 생각으론 일단 요동성으로 간 뒤 그곳의 자기 파 장수들과 의논한 뒤에.." 웅백의 찢어진 눈동자가 번들번들거리며 자파의 책사들을 둘러보았다. 분명 연개소문은 반란을 일으킬 것이지만 도대체 그 시기가 언제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논제였다. 안학궁에서 일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왕성을 벗어나서..? 그것도 아니라면..요동성으로 간 뒤? 오랫동안 토론해 보았지만 결국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우태 웅백은 마무리를 지어버렸다. "그렇다면. 준비를 하면 되겠군." "예? 준비라니오...어떤..?" "어떤 시기이든 간에 당장 닥쳐온 것은 내일 모레 아침 그가 임지로 떠난다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황제께서 열병을 하실 때 위험하다면 무장을 갖춘 장수들을 누대 뒤에 매복시키면 되는 것이야." "그렇..군요." "만약 반란의 끼가 없다면 매복시킨 장수들을 모조리 철수시키면 되는 것이고. 허나 조금이라도 수상한 빛을 보일 시엔 ...일거에 주살해 버리면 된다." "열병식을 끝내고 무사히 임지로 떠난다면..?" "그땐 어영군 오천을 줄 터이니 요동성까지 호위하라. 호위하는 군사들을 물리치려하진 못하겠지. 그걸 이용해서 호송하면 되는 것이다." 완벽한 대비책이었다. 웅백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안에는 갖은 추함이 그득했지만 .. 같이 따라웃는 자들의 웃음도 그에 못지 않아 ...누가 더욱 더러운 지 알 길은 없었다. 그리고 ...연개소문은 ..이런 것을 까마득히 몰랐다.............. 으윽.. 아파.. 어제 찬바닥에서 굴렀더니 몸이 꽤나 욱신거리는 군...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프다니 ....이거 ..그 날까지 제대로 버티려나....... 힘이 없다. 제길. "어머니.. 어디 아프세요?" "..어?" 내가 밥을 깨작거리고만 있자 의아한지 진이 물었다. "아.. 아니 입맛이 없어서." 피식 웃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자 이번에는 소문도 나를 쳐다보았다. "더 먹지 않고?" ".. 아아 ..다이어트할려고~" "...다..이..어..???" 순간 두 녀석이 의문스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기에....대충 둘러 대버렸다. "요새 배가 좀 나온 것 같아서 ...후훗~" "배가 나왔다고?" "...어머니 ...배가요?" 갑자기 두 녀석의 시선이 똑같이 내 아랫배로 향한다..............저..저것들이.. 그런 시선은 성희롱이야! "...배라곤 하나도 없는데..." "..오히려 요새들어 마른 것 같구나." ".....집요하기는..(중얼거림)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아비나 자식이나!! 정말!!-_-++" 내가 바락 소리를 치자 둘은 시선을 돌렸다. 쳇. 걱정하는 줄은 알지만 ...아직은 알리고 싶지 않단 말야. 가뜩이나 소문 ..요새 신경이 곤두서서 잠도 잘 못 이루는 거 .. 뻔히 아는데 ...내가 아픈 것까지 알았다간 그의 신경이 남아나지 않을 거란 말야. 어..쨌든 식사를 물리고 바깥으로 나가 서자 조금 쌀쌀한 기운이 다가왔다... 꽤나 추운 것 같은데.... 그래도 햇살이나 좀 쐬야지 이건 영 안되겠어. 아픈 것 감추느라 방구석에서만 살았더니 미이라 될 것 같아. ...이렇게 조용하다니.. 이대로 이레만 흘러가면 .......고구려 역사에 획을 그을 만한 일을 발생할 텐데 .....마치 그런 일 따위는 없다는 것 마냥..주위 공기는 조용했다...... ...이레 후...면 ..결정된다. 우리가 죽을 것인가...그들이 죽을 것인가.... ..아아 ..생각지 말자. ...생각하니까 ...긴장되어 호흡도 잘 안 될 것 같아..... "뭐 하는 거냐?" ...으헉~! 깜짝이야. 식사를 끝낸 건가..? 소문이 다가와 서 있다. ".. 어 ..일광욕." "일광욕?" "..오늘은 유난히 햇살이 좋잖아." 빙그레 웃으며 밝은 척 ..해 보였다. 다행히 속은 건지 소문도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음. 그렇긴 하지만 ..날씨가 차다." "아아~ 걱정 마. 나 이래뵈도 몸 하난 튼튼하니까아~!!" 과장되게 팔을 흔드는 나를 보며 ...그는 팔을 들어 나를 감싸안았다. 따스하다.. 탄탄한 ..이 팔에 안기자 더없이 따스해져 온다. "..아 ..저기 소문~" "..음?" "나 말야~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엉뚱한 말에 소문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모른 척 딴청을 부리며 장난스런 음성으로 속삭였다. "우리가 꼭 이기고 행복해질 거라고. 음.. 내 눈엔 다 보이는 걸?! 난 ..아무래도 점쟁이 해야 할려나 봐." "훗." 어이가 없는지 ...작게 웃는다... 아. 소문이 웃는 건..너무 멋있다. 중년의 남자가 이렇게 멋지게 웃는 건 ...정말 드문 경우일 거다...... ....정말 마음에 드는 웃음... 언제까지나 보고 싶은 웃음...... 나는 그를 웃게 해 주고 싶다....... 그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이나 ..나도 마찬가지니까. "웃으면 안 돼지. 어디 내가 한 말 중에 틀린 말 있어?.. 내가 하는 말은 곧 법이라구. 알겠습니까 연 장군!!" "...음."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소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매향.. 너의 말은 언제나 맞았었지. 하늘 님이 내려주신 커다란 보배인 네 말이 틀릴리가 있나. 너의 점괘에 나의 모든 것을 걸도록 하마." ....응.. 그렇지만 ..난 보배 따위가 아냐..... 그런 건..나는 될 수 없어..... 제발 ..내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지 않게 되길 ..바랄 뿐........ 쿨럭.. 목에서 피맛이 올라온다. 쿨럭..쿨럭... 최대한 숨을 죽여 기침하며 나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소문이 일찍 잠들어 줘서 들키지 않았어... "하아..하아.." 계속 나오는 기침 탓에 호흡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복도의 기둥을 짚은 손이 후들후들 떨린다.... 몰아치는 기침을 간신히 붙잡고 나는 고개를 들어 달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빛의 달.. 왠지 ..불안하다.... ...모든 것은 잘 될 텐데....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죽지도 않고 ..끝날 텐데..... 소문을 의심하는 것도 아닌데.............나는 자꾸만 불안해 진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인정하기 싫은 사실을 자꾸 외쳐오지만...나는 애써 외면했다.. 그건 아닐거야.... ...절대로 그건 아닐거야....... 나는 맹세했는 걸....... 절대로......아냐....... 방으로 돌아와 ...잠든 소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나는 작게 읊조렸다. 사랑해 소문.. 사랑해..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조심스레 그 얼굴을 어루만지며 ...계속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랑한다고. 전생3부32 목이 아프다.. 감긴 걸까. 퉁퉁부어서 말하기가 힘들다. 다행히도 내가 목소리가 가버렸다는 사실을 소문이 눈치채지 못했지만.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몰래 소정이를 불러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야 간신히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열이 있으세요." 내 이마를 살짝 짚어본 소정이 걱정스레 말을 꺼냈다. "괜찮아." 그래도 여전히 어제 같은 음성은 안 나오는 군..제발 소문이 몰라야 할 텐데. "잠깐 앓는 것이겠지.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잖아." "방에 불을 더 넣어 드릴까요?" "응. 그래줘." 소정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난 작은 한숨을 내 쉬며 침상에 드러누워 버렸다. ..이제 이틀 후인가........ 소문은 아닌 척 가장하고 있지만 도대체 흑벌무와 연락이 안되니 답답함에 주위를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모양이었다. 훨씬 더 여유도 없어지고 나와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잠도 잘 자지 않았기에 ..그와 나의 침실은 ..싸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단 사흘만에..... ..아아.. 이런 어리광쟁이.. 벌써 외로움을 느끼는 거냐.. 에이. 내가 소문에게로 가자. "소문." 집무실의 문을 열었지만... 소문은 보이지 않았다. 어라라? 어디로 간 거지? 거기 말고도 ...다른 방들 ..무기고..정원까지 둘러보았지만 ..소문은 보이지 않았다..... 밖에 나간 건가..?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던 내 눈에 ...드디어 그가 잡혔다....어라 ..저기서 뭐 하는 거야. "소무운~!!" 그가 서 있는 곳은 ..정원 중에서도 가장 문 쪽에 가까운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는 곳이었다. 결국 나는 위쪽에서 그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문은 내 말을 씹고 올려보지 않았기에..나는 미간에 약간 주름을 세우며 내려갔다. 무의식적으로 말을 걸려다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소문이 나무에 기대어 서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내 앞에서는 절대 나타내지 않았던 복잡미묘한 불안감..... 그것이 소문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초조한 거구나... 소문은.... 하긴..내가 웃겨준다고 몇소리 한 것 가지고 그의 기분을 풀기란 ...어불성설이겠지.... ......내 앞에서 저런 얼굴 해도 상관없는데.............마음껏 괴로워해도 상관이 없는데 ..왜 그는 ...저렇게 내가 모르는 얼굴로 ...........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괴롭고 ..힘들면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나에게 부딪혀왔다. 헌데 ..이젠 그렇지 않아..... 언제나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려 해......... 소문은 ....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걸까.. ..난 아무런 상관없는데............... 바스락... 무심결에 내버린 풀 밟는 소리에 ..소문이 기척을 느꼈는지 돌아보았다... ..몰래 훔쳐본 꼴이 되어 난 당황하고 말았다. "..아 .. ..지나가던 길에.." 금세 소문의 얼굴이 굳어져버린다. 아까의 그 표정 따위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어색한 미소만을 띄운다. "........" ..엇. 이 침묵..되게 어색하다....... 내가 거짓말 한 것 같은가..? -_-; 하긴 ..여기는 문 앞인데 지나간다고 하는 게 이상할 지도.... 그렇다고 해서 ..다른 변명을 대면..그가 당황해 할 테고. "저.." 소문은 응? 하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아..니.." 괜히 어색해졌다.. ..에이 ..말이나 걸지 말 걸. "왜 그러느냐." "..응 ..아니." 내 앞에서 솔직한 ..괴로움을 감추게 된 소문이 ..약간은 섭섭하다. 정말 나는 상관없었는데. "..난 그만 방으로 돌아가 볼게." 일순 소문의 입이 나를 부르려는 듯 움직였지만 그냥 돌아서 버렸다.. "음.." 얼핏 잠이 든 것일까.. ..깨어보니 벌써 어둑하다......열이 조금 더 심해진 것 같아...머리가 찡..울린다. "소정아. 소정아.." 작은 목소리로 소정을 찾자 조금 뒤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예..? 부르셨어요." "응.. 지금 소문이 뭘 하고 있는지 좀 알아다 줄래." "예." 냉큼 달려나가는 소정의 뒷모습이 ..조금 흐릿하다. 아아 ..제길. ...미칠 듯한 고통..아니면 이런 몸살감기인가...... 건강하던 나도 한물 가버렸군. 쿨럭.. 쿨럭... 잔기침이 새어나와 막자니 ...조금 힘이 든다. 허나 소정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간신히 어깨에 힘을 주며 기침을 막았다. "지금 목욕재계 중이십니다." "목욕재계?..." ...치성을 드리는 건가..? "찬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거야?" "네." ..이런 ..아무리 당신이 철골에 건강하다곤 해도 ..이 추운 날씨에 ...찬물을! 당장 달려나가려다 ...다리가 휘청거려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소문도 소문이지만 지금 내 몸도 말이 아니란 걸 ..망각했구만... "..조..조심하세요." 비틀거리는 나를 위태로운 눈으로 소정이 바라보았다. "....휘유.. 다리가 풀리는 걸.." ..나가질 못하겠군..... ..이틀 후의 일이 잘 치러지게 ..도와달라고 하늘에 빌고 있는 건가. 소문... 눈 앞이 ...웬지 ..흐릿한 걸.......... 몸도 ..나른해................ "소정아 ..바깥이 보이게 창문 좀 열어주겠니?" "하지만 바람이 찬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정은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열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냉기가 한가닥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끝없이 솟아오르는 한기와 열 때문에 오싹했지만....참고 견뎠다.. 소문도 ..하고 있을 것이다. 저 하늘에 ..빌고 있을 거야. 그러니 나도 ..빌어야지. 나에겐 보이지 않으려 하는 괴로움........나 ..이젠 알고 있으니 ..나도 빌어야지. 소문이 무사하기를. 소문이 무사하기를. 소문이 무사하기를. ...그 어떤 무엇보다도 소문이 무사하기를.... "마님... 마님...?" 벽에 기댄 채로 꼼짝도 않는 매향의 모습에 ....소정은 이상함을 느끼고 ..그를 흔들었다. 하지만...꼼짝도 않았다........... 소정의 안색이 시퍼래졌다. 당장 ..알려야 한다......... 의원을 불러야.. 아니..그것보다 주인님께... 달려나가려는 소정의 팔을 무언가가 꽈악 움켜쥐었다. "헉?!" 놀란 소정이 뒤를 돌아보자 ...매향의 손이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의식이 없음인데........그 무의식 중에서도 ...의지를 발휘해 ...소정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놀라서 찢어질 정도로 눈을 치켜 뜬 소정의 앞에서 ..매향의 모습이 흐릿해 지고 있었다... ........소문에게 ..알려선 안 돼........... 나는 꼭 돌아올 거니까...... 반드시... 돌아올 거야............................. 전생3부 33 웅웅웅웅-----!!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내 전신을 지배한다......... 마치 머리채를 전부 쥐어뜯고 ..두뇌를 헤집는 듯한 고통.......... 이 빌어먹을 지옥 속에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몸서리쳤다.............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너무나 고통스러워...차라리 혀를 깨물고 싶어......... "...아!!" ".........향아!!!" "...매향!!!" "진매향!!!!!!" ...허억..! 눈이 번쩍 뜨인다......... "이제 눈을 뜬 거냐?! 어서 나와! 이젠 ..한계야.. 더 이상은..!" 병호의 다급한 얼굴.........지독하게도 아픈 시야에 ...그래도 흐릿하게 잡혀온 두 사람. ...두 사람? ...저것은 상현..? ...네가 ..왜........여기에........................... 머리가 아파..... 머리가 아파........ 몸도 아파...........너무너무 아파서 ....미친 듯이 소리지르고 ...울고만 싶어.......... 뭔가가 몸을 일으키려 한다. 순간 난 흠칫하고 말았다. "안 돼!! 놔!" 발버둥치다시피 해서 그들을 떨구어 낸 나는 마구 도리질을 쳤다. "안 돼! 아직은 안 돼!! 아직 ...." "무슨 소리야! 너 미쳤냐?! 이젠 정말 한계라구!! 더 이상 하면...!!" 정말 눈앞에 흐릿하다..... 병호의 얼굴도 ..제대로 초점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난 이대로 일어설 수 없어...... 손에 잡히는 대로 ..그의 멱살을 쥐어틀어 ..내 코앞으로 당겼다. "여기서 일어서야 한다면..차라리 죽어버리겠어. 나는 ..돌아가야 해. ...조금만 더...조금만 더.. 시간을 줘..................제발." 마지막은 차라리 애걸에 가까웠다... "................." 두 사람은 잠시..말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우는 것일까...... 눈물을 쏟아내며............울고 있는 걸까................. "병호.. ..한 번만..더 ..기계를 작동시켜줘." "...야!" ..두 사람.. 아는 사이인가.......... 아니.. 그런 것 같지 않은데도..병호가 상현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 거칠고 ........그런 것 같아......................... "안 돼! 이이상은 이 녀석 때문에라도 안 돼!!" ".........나도 ..부탁한다....." ".......안..돼.." "..제발.." "........!!......." ".........." "............." ..무언가 ..대화가 ...아니.. 싸움일까......? 정신마저 몽롱한 나에게...그들이 뭐라하는지 ..제대로 비춰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상현이 ..내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상현.................. 한 참..후......나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다...........상현인 것 같은데... 그래도 난 흠칫 놀라 그 손을 뿌리치려 했다.......... "걱정 마. 너를 다시 보내 줄게.... ...그의 곁에... 보내 줄 테니.. 걱정 마 매향아." ........부드럽다... 다정하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가 부드럽고...애달프기 짝이 없었다............ 나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나의 싸움이다. 힘겹다.. ....너무나 힘겹다............. 잠시나마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걸까........ 나 ...왜 지독한 아픔에 울어야 하는 거지........? 무엇 때문에......? -소문이 무사하기를... 몸이 흠칫..떨린다....... -사랑해 ..소문. 사랑해..사랑해..사랑해...... 눈물겹도록 되 뇌인 말.... 아파서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머릿속에 ..뚜렷이 그 자욱을 새긴 말.. 나는 ..사랑하고 있다... 연개소문이라는 사람을...... ...나 자신보다도 더 ...더욱 사랑하고 있어........ 지금... 그에게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면.........나도 ...그도 파멸할 것이다........ .......이 정도의 아픔......그의 얼굴을 보는다면.. 나을 거야...... ...바보라구..? 그렇게 ..말하며 슬프게 웃는 ...너 ...나를 바보라구? 그래.. 난 ..바보야... 내 사랑에 눈이 멀어 너는 바라봐 주지 못했어....... 미안해... ...하지만... 나 ..지금은 ...그... 그에게 가야해...... ....미안해 ..상현아........ 소문..... 소문.........소문... 당신... 어디있지...? ....어디에 있어..............? ....낯익은 천장...... 매일 내가 눈을 뜨던 ....현실의 침실보다 더욱 익숙해져 버린 ...천장........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방안을 휙 둘러보자.....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다........ 나는 그 밤에 입었던 옷 ..그대로...자리에 누워 있다.......... 어떻게 된 걸까.... 그 세상에 갔다오면 ...언제나 ..이상한 곳에 알몸으로 서 있었는데. ....욱씬.. 아..제길 머리가 너무 아프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나은가......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으니..... -더 이상 한다면 ...너..!! 병호의 쩌렁거리는 음성일 귓가에 어른거렸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솔직히 말해.... 상당히 ...몸을 움직이기가 괴로웠다...... 전신이 너무너무 아픈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집안이 너무 고요하다......... "소문...!... 소문!" 소정을 부르기 보다..다는 소문을 불렀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고요한 정적만이 되돌아 올 뿐... 난 덜컥 겁이 났다... 왜 ..아무도 없는 거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죽을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거야?... 소문... 진아-! 소정...아.....!" ....이상하다.. 하인하나 없다니......... 점점 불안함이 배가되어 다가온다..... 신경이 끊어져 버릴 것 같아.. "마..님..?!" 작은 ..아주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너무나 반가워져서 고개를 돌렸다. "..소정아!" ...겁에 질린 눈으로 소정이 나를 보고 있었다............무엇 때문에 겁에 질린 거지? 나 때문....은 아니야...... "... 가셨어요. 주인님께서는 ..이미 가셨어요.." 가..? "... 갔다구? 안학궁으로 ....가버렸어 벌써?" .....벌써 이틀이 지나버린 건가..?! 소정이 눈물 글썽한 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워...원래는 내일인데 ...갑자기 병사들이 와서는 오늘 떠나게 되었다면서.." ....빌어..먹을..! 이건 또 무슨 농간이란 말이냐....... 이제는 머리나 몸이 질러대는 비명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다. 난 소정에게 다가가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달려갔다. "어서 가자! 안학궁으로.. 말을 타고 가면...우리도 비슷하게 도착할 거야.." "예!" 히힝-!! 마굿간에 있던 말 중 가장 튼실하게 생긴 놈으로 골라 타 세차게 고삐를 당겼다. 내 기대에 부흥이라고 하듯 녀석은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총알 같이 내달렸다. 칼날처럼 스쳐가는 바람을 맞으며 ..나는 단 한 가지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제발.. 내가 갈 때까지.. 아무일도 없기를........! ....어느 정도 안학궁이 가까워 오자 갑자기 많아진 인파 때문에 우리는 말에서 내려야 했다. 수천은 되는 듯한 많은 백성들이 안학궁 앞을 가득히 메우고 서 있었기에... 그것을 뚫고 지나가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 분..정말 의연하시더군.." "그러게 말이야.. 도대체 이 놈의 나라는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그런 훌륭한 분을.." "을지문덕 님 만으로는 ...만족치 못하는 건가.. 또 하나의 충신의 피를 원하는 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말소리들...... 이들은 모두 연개소문의 편이었다..... 소문의 모습이 의연했단다.......훌륭한............또 하나의 충신......... 백성들은 소문을 그렇게 평하고 있었다...... 기뻤다... 적어도 백성들은 소문의 편이야.......... 황실을 비판하고 있었어.......... 안학궁으로 달려가면서도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안학궁의 앞에는 수백의 군사들이 지키고 서서 들어서려는 백성들을 제지하고 있었고 ...나는 잠시 망설이다...진로를 틀었다.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숨이 찬지 헉헉거리며 소정이 물었다. 하지만 난 입을 다문 채 ..손짓만 했다. ..안학궁으로 몰래 들어가는 길이 하나 있다. 원래는 나도 몰랐던 거지만... 우연히 소문과 같이 발견한 것이다............궁의 옆으로 난 숲길을 이용해 ...좀 가파른 비탈을 올라가면 되는 것이다. 수풀이 너무나 무성해 ..보통 사람은 절벽인줄 아는데...그렇지 않았다...... 이곳은 안학궁에서 절대로 보이는 위치가 아니고 오히려 안학궁은 아주 잘 보이는 명당자리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란스러움..... 안학궁의 밖의 소란과 안의 소란이 뒤 섞여 ..웅웅거리는 소리로만 들려왔다..... 이 넓디 넓은 안학궁의 대전에.. 만조백관들이 모두 모여있다............그리고 황제가 앉는 상석.................아.. 옛날이 떠오른다....... 저 상석으로 소문이 올라 ...영예로운 상을 받았었지....... 전쟁의 공로자로 ....처음으로 건무의 아래로 들어갔었어.. 그 천재적인 지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 건무에겐 없어선 안 될 한 편으로 ...그는 눈부시게 성장했어............................... ....십여 년 전의 ...........그 날. 그 때의 감동이 ..물밀 듯이 밀려와 감회가 새롭다.................그때도 나는 여기서 보았었어.. 소문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모습을... 창창한 미래가 펼쳐지던 ...그 모습을 ... ..그런데 ..지금 그는 ...그 때와는 정 반대로 ..죄인의 모습으로.....저 대전 중앙에 ...홀로 서 있다....... 눈부시게 빛나던 소문의 옛 모습이 싱크로 되어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렀다. 어떻게...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는 .............우리 모두는 ...아니, 소문은 어떻게 될 것인가................? 벌무는 ...내일이어야 올 텐데.......... 나 혼자의 힘으로 ..소문을 지키기는 ....너무 버겁다..........내 자신이 비참하도록 무력했지만 ......나는 무작정 소문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취타대의 군악이 ...푸르디푸른 하늘로 메아리치고 황제가 좌석에 앉았다. 황제가 착석하자 곧 의식이 시작되었다. 소문은 자리에서 걸어나가 황제 앞에서 궤배를 올렸다. 건무가 ..그 답례로 일어섰다. ..소문은 건무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내 시야도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꽤 먼거리지만..내 눈에 ..건무와 소문의 얼굴 정도는 확연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곁에 서 있는 두 짐승도........ 웅백과 가화... 둘 다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전연 다르겠지.. 웅백이라는 너구리는 자신의 뜻대로 되어가는 고구려 전권에 대한 기쁨에. 가화는 원하는 복수를 이루어서. ...저 짐승보다 못한 것들은.... 그리하여 웃고 있었다...... 저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끼친다........ 어찌 저리도 독하고 모질단 말인가........ ...건무... 당신은... 이제 황제가 아냐..... 그 영민하고 패기만만하던 당신의 얼굴은 ..이제 형편없이 늙어버렸어. 시선은 빛을 잃어버렸고 ....양쪽 볼도 ...주색에 시달려 ..늘어져버렸다구.......... .....당신도 ..너무 애처로운 사람이야......... 이 어리석은 .... 소문과 이 고구려의 목숨이 ..당신 같은 사람의 어깨에 매달려 있다니........통탄할 일이다... ...........이제 당신은 왕으로서의 모든 자격을 잃었어..... 죽을 때까지 웅백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될 거야.......... 이젠 ..당신 주위에 ..소문 같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고구려도 ..끝인 건가.........? 소문이 어떻게 되기라도 한다면 ..이까짓 고구려 따윈 ...뭐가 되도 ..상관없어 ........ 황제를 한참 우러러보고 있던 소문이 곧.. 입을 열었다... "고구려 동부 대인 연개소문, 폐하의 명을 받자와 천리장성의 공역을 감독 관할하기 위해 요동성으로 떠나옵기 삼가 고하옵나이다!!" ....그의 음성이다...... 이 광장 안을 가득히 메우는 ...커다란 ........음성. 그리고 거기에 황제가 ..답한다.........시덥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며..말이다.. 그런데 이때 ..웅백이 건무에게 다가가 그 귀에 속삭였다..... 이제 갈 때까지 간 놈인가... 만 중인이 보고 있는데 감히 황제의 귀에 소곤거리다니... 있을수도 없는 불충한 짓이 아닌가.. 하지만 건무는.. .오히려 그 내용에 놀란 것인지...깜짝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무슨 일일까.. 도대체 웅백은 뭐라고 지껄인 거야.......? ..괜시리 마음이 불안하다. 설마...우리의 반정계획을 안 것은 아닐까........ 만약 ..지금 황제가 대노했다간.... 소문의 목은 ...그냥 떨어질 것이 뻔하다...... 그런데.. 순간 ..나에게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전장에서 ....뛰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운............. 살기였다.......나에게는 아주 미미하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저 아래의 소문에게는 확연하게 느껴질 것이다...........이것은 소문을 노리는 살기다...! 살기라니... 도대체!! 열병식을 한다 해 놓고는 소문을 주살하려 한단 말이야?!! 결국 ..이런 건가?! 이때 웅백이 때맞춰 소리를 질렀다. "연개소문을 잡아라! 연개소문은 반란을 꾸몄고 그의 사주를 받은 요동성의 양만춘, 흑벌무가 난을 일으켰다. 그를 죽여라!!" ...........핏발이 선 웅백의 눈........... 광장안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 졌다.......... ...주.. 죽이라구?! ..이건 열병식일 뿐이잖아................열병식인데................ .... ..버.. 벌무...가 아직... 오지 않았어............................. ...그는 ....내일이 ..되야.......온단말이야..!! ..안 돼!!!!!!!!!! 전생3부 34 .......잠깐. 지금 저 웅백놈이 뭐라고 했지? 벌무와..양만춘이 반란을 일으켰다구?... 그럴 리가................ 그들은 ..내일이 되어야 ....... 뭐가..뭐 어떻게 되는 거야?!! 아니..지금 ..소문은!! 소문도 당황한 건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그를 향해 오십명은 되어 보이는 무사들이 달려든다....... 그들은 손에 각각 검과 창을 들고 있었고 몸놀림도 잽싸 보였다.... ...피해!! ..내 마음속의 외침과는 달리 ...오히려 소문은 빨리 말 위로 올라탔다. "연개소문을 죽여라!!" "어서 죽여!!" 핏발선 웅백의 절규...............그의 형상은 악귀와도 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섬뜩해...... 저 ...광기......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소문을 보았다. 오십명의 무사가 달려드는 가운데 ..소문은 여섯 자가 넘는 긴 창을 휘두르며 말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아.."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내며 ...무사들을 죽여나가는 그의 용맹한 모습에 ..나는 말을 잊고 말았다.. 용장 연개소문의 실력은 조금도 녹슬지 않은 것이다. 금세 안학궁의 누대는 싸움터로 변했고 ....지금도 소문의 창날아래 ..여러명의 무사들이 쓰러지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말 위에서 움직이는 지라 ..소문이 더욱 유리했다. 하지만!! 저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지금 여기서 우왕좌왕하는 5천의 경병.. 저들이 웅백편에 붙어버린다면... 소문은 살아날 가망이 없어!! 나는 허겁지겁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마님!! 마님 ..어디 가세요!!" 뒤에서 소정히 급히 물었지만 답해줄 여유까지는 없었다. 지금 내 머릿속엔 소문의 안위만이 ...가득했으므로.. "엇.. 누..누구냐!" "시끄러 저리 꺼져!!" 말을 지키던 병사 하나를 밀쳐내고 나는 말 위로 올랐다. 물론 그를 밀치면서 손에 든 창을빼앗은 건 두말 할 것도 없다. 지금..소문을 도와야 한다....... 그를 저대로 둘 수는 없어..... 나는 당장 그 피바다 속으로 달려들어 소문을 도왔다......마치 옛날의 ..그 전쟁터에서 ..그와 같이 달렸던 때처럼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베었다. 소문은 싸우는 도중에도 나를 발견했는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날아오는 칼을 피하느라 상체를 숙였다. 내가 가만 두지 않아..내가 죽게 두지 않아........ 새빨간 혈향이 눈앞에서 아름답게 춤을 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를 잊었다.... "으아악!" ...내 앞에 존재하던 마지막 무사까지 베고 나자 ...어렴풋이 정신이 들었다. 그 피바다 속에서 말을 탄 채 ..소문은 피투성이가 된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뺨에 긴 .. 혈흔이 나 있다.. 팔에도 ...다리에도 ...검흔이 있어...................하지만 그는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은 듯.........나만을 보고 있었다................ "....매향...?" "...아아.. 도와주러 ..왔어.. 소문." 정신이 들자 ...힘이 빠져나가.....무의식적으로 말에서 떨어질 뻔했지만..악착같이 버텨냈다. 다만 ...입가에 고인 미소에 힘이 없는 것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뭣들하는게냐!! 그 놈 하나를 주살하지 못하고!!" 순간 웅백의 부르짖음이 우리의 시선을 떼어놓는다. "경병! 경병은 뭐하느냐!! 연개소문을 잡아라! 연개소문을!!" 저런 비열한 자식.. 끝까지 더럽게 구는군.. 너무 졸지에 일어난 일이라 이곳에 모인 5천의 경병은 어찌해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소문은 마상에서 상반신을 곧추 세우고 ...노호(怒號)했다. "경병 제군은 들으라!! 지금부터 하는 말을 명심하라!!" 성난 호랑이의 목소리였다......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그의 음성에 ....그렇게 소란스럽던 경병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그들의 시선과 귀는 모두 소문에게 향해 있었다. 나는 황제와 웅백이 있던 누대를 바라보았다.. 흥. 더러운 인간말종.. 건무는 벌써 궁 안으로 피신해 버린 뒤였고 누대에 앉아 있던 백관들마저 ..도망쳐버렸다.... 남은 놈들은 모두 누대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다.... 큭큭.. 저것이 .....뭐야..? 저 꼴이..... 5천의 경병들.. 그들은 신과 같이 웅장하게 빛나는 소문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주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황음무도한 황제의 눈을 가리고 조국을 도탄에 빠트린 원흉은 바로 웅백이다!! 지금 이대로 놔두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당 태종의 침략군을 버티지 못한다!! 우리는 한 달이면.. 그들의 말발굽에 짓밟힐 것이 뻔한 노릇! 그래서 참다못해 요동성주 이사도와 양만춘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은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한 정의로운 반정!! 나 연개소문도 그들과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자.. 내 뜻에 따르는 자들은 왼쪽 어깨를 벗고 동쪽으로 모여라!!!" ........제일 먼저 그가 왼쪽 팔 소매를 빼 ..어깨를 드러냈다............. 나는 단호한 미소를 짓고는 그를 따라 소매를 빼냈다. 우리 두 사람이 그렇게 경병들 앞에 섰다. 그러자... 그러자........ 곧 ....여러명의 경병이 ...왼쪽 소매를 빼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몇 명이던 것이..수백으로 ... 수천으로 늘어나.. .그들은 모두 동쪽으로 향해 섰다. ..어깨를 드러낸다. 이것은 ..예로부터 반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저들이 우리의 편이 되어주었다......... ....저들이...... 우리를 알아주었어........ 소문을 믿어주었어....... 소문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나는 슬쩍 고개를 숙였다. "..됐다.. 나를 따르라!!" 소문은 만족한 듯 외치며 ..말을 탄 채로 누대 위로 뛰어올랐다. 당장 누대 위에서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몰아쳤다. 웅백파의 대신들은 모두 처참하게 죽어갔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몸부림 쳤지만...결코 소문의 칼을 피하지 못했다. 더럽고 더러운 ...말종들........ 살고 싶어? 그렇게 살고 싶어...? 그들을 베어내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웃음이 떠올랐다. 누군가 보면 ..미쳤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웃음이 나는 건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피가 내 전신에 튀고 ...살과 뼈를 자르는 감촉이 생생하게 전달 되 오는 게 그리 짜릿할 수가 없었다. "웅백! 웅백은 어디있지?!" 소문의 외침에 ..나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우태 웅백.. 지겹도록 길었던 악연.. 이제 그 고리를 끊어버릴 때인가........ 저 멀리 ..웅백이 허겁지겁 달아나고 있다.......그것을 발견한 소문은 앞으로 내달리며 장검을 한번 휙 ...휘둘렀다. "아아악!!" 처참한 절규가 퍼지며 웅백의 몸뚱이가 솟구쳤다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터져나오는 굵은 핏줄기가 ....푸른 하늘을 장식한다........ 그의 ...두 다리가 떨어져 나가 버린 것이다........ 콸콸 피를 쏟아내며 웅백은 꿈틀거렸다. 저 공포로 반쯤 맛이 간 듯한 얼굴에 그래도 살고 싶다는 욕구가 보인다... 이 더러운 늙은이...... 죽여버리겠........... "매향!" 순간 소문의 팔이 나를 제지했다. ".....놔.. 내가 죽일 거야." "....잠깐만 참거라." 나는 독기어린 눈으로 소문을 올려다보았다. 소문은 잠시 멈칫하더니 ...나를 잡은 팔을 더욱 세게 죄인다. "...내가 살려둔 것은 이유가 따로 있어서이다. 다리를 잘라 놓은 것도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뿐이야." ....이유..? .......................이유라구..? ..................지금껏 ..나에게, 우리에게.. 해 왔던 모든 짓을 ..................되 갚아 주는 거야? ...응..? "....울지 마라... 철저히 복수해 줄 테니......"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당겼다..... "흐윽.. ...윽.." "걱정하지마라... 내 반드시 우리의 원한을 톡톡히 갚아 줄 터이니." 나는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웅백에게 걸어갔다. "사..살려줘.." 그때 ..나에게 능글하게 미소짓던 ...웅백은 어디로 간 거야....? 두 발이 잘려버리니 ..어때? 우리에게서 사지를 빼앗아갔던 그 때... 우리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겠어?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그 더러운 낯에 침을 뱉어주고는 난 미련 없이 돌아서 버렸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5천의 경병에서 소리쳤다. "궁안으로 진격하라! 황제를 주살하라!!" .....황제를 주살하라는 말은 입밖에조차 낼 수 없는 역천의 흉언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소문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는 ......말을 휘몰아 군사들과 함께 안학궁을 통해 남주문으로 들어갔다. "궁문을 닫아라." 그의 명에 따라 문이 닫힌다. 이제 건무가 달아날 길은 없다...... 그 병신 같은 왕은 ..저 궁안에서 벌벌 떨고 있을 것이다..............가화라는 뭣 같은 년과 뒤엉킨 채로 말이지. 문을 닫고 ..소문은 천여명의 군사를 문 앞에 남겨두고 나머지 군사를 이끌고는 전광석화처럼 궐내로 입궐했다. "저항하는 자는 가차없이 죽여라!!" 그렇게 명을 내리고 소문과 나는 편전으로 내달렸다 전생3부35 이 궐내가 ...지금 불타오르고 있다....... 핏빛으로 ...절규들로 ...궁녀들과 대신들 ..은 이 아수라장에서 허우적대며 불길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시커먼 연기가 솟고 ...불길이 점점 번져간다........ 편전에 들어선 우리의 눈에 비친 것은 창을 타고 도망치려는 건무와 가화의 모습이었다. "거기 서!!" 그들은 소문의 우레와 같은 음성에 흠칫 놀라 굳어지고 말았다. 흥. 꼴들하고는.. 둘 다 거지같이 해 가지고서는 ...가화란 년은 거의 반라의 몸을 한 채로, 건무의 머리나 옷도 잔뜩 엉클어져 있었다. 망나니 같은 차림으로 .....그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이게 ..너의 마지막이란 말인가..... 건무... ...그래도 ..당신 ...젊었을 때는 이렇지 않았잖아......... 이렇게 ..소심하게 떨고만 있진 않았어........ 이렇게 도망치려 하지 않았어........... ..........빌어먹을........ 가화... 저 년 때문이지............ 그리고 웅백......... 소문의 갑주가 빛난다... 그는 황제 앞에 당당하게 버티고 섰다... 아까와는 반대의 상황................. 모든 것은 역전되었다........................ 그는 조용히 건무를 노려보았다. 건무는 아주 기분 좋게도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며 소문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 그런 건무의 모습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소문은 ...곧 눈을 감았다. 그러다 번쩍 뜨면서 검을 뽑아들고 허공에 후려쳤다. 쨍그랑..!!! 요란한 소음과 함께.. 금빛 찬란하던 어유 대등이 박살나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소문의 입에서 질타의 음성이 대들보를 울렸다..... "건무! 건무 장군은 어디로갔소?" "................." 벙어리라도 된 건지... 건무는 말이 없었다. "왜 대답을 못하는 게요! 응? 내호아의 수군 30만을 왕성 아래까지 끌어들여 고기밥이 되게 했던 고구려의 용장 건무 원수는 어디로 갔느냔 말이오!!" 소문이 그리 외치자 그제서야 건무는 고개를 떨구었다. 수치스러운 건가......... 지금 자신의 모습이............. 그럼 수치스럽지 않게 살았어야지.... 지금은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어............ 당신의 꼴을 봐............. ......................당신의 주제를..... "대답하시오. 건무 원수는 어디로 갔는지!" 계속되는 다그침에 ...떨리는 음성으로 건무가 입을 열었다. 찢어진 입으로 뭐라고 지껄이는지 한 번 들어나 볼까. "..짐을 용서하게. 목숨만 살려준다면 그 은공 잊지 않겠네." .......... ...................당신도... 결국 ..........목숨은 아깝다는 건가............? 저 추접스런 웅백과 ..티끌만큼도 다를게 없는 거야? ...애원 가득한 목소리였고 ........눈물까지 머금었지만... 오히려 더욱 가증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건무는 죽었다. 그는 ...이제 없다... 우리의 눈앞에 있는 것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모두 내팽개쳐버린패배자만이 있을 뿐... 이것을 본 소문은 분노를 참지 못했는지 장검을 치켜들었다. "이 비겁한 놈! 고구려 전토의 만백성이 우러러보고 내가 존경했던 건무 원수는 너 같이 썩어빠진 놈이 아니었어. 에잇!" 곧이어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여자의 비명과 섞여 치솟아 올랐다. 황제의 몸이 들썩하더니 목이 떨어져 방안을 굴렀다. "건무! 건무! 내가 존경하던 건무는 어디 있느냐!!" 소문은 미친 듯 ..부르짖으며 이미 죽어버린 ...황제의 시체에 ..마구 난도질을 해댔다. .......... 제기랄..비통하기 짝이없다............. 하나도 기쁘지 않아........젠장.. 젠장!! 발작하듯 난도질을 거듭하던 소문이 핏발 선 눈으로 ..그 토막난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건무 원수는 이미 을지문덕 장군과 함께 사라졌다. 저건 건무가 아냐." 신음처럼 내뱉었다....... 나 또한 ...더이상 할 말 따위는 없었다.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 황제에게 ....저런 결론은 마땅한 것이다. 처참하게 ...죽어버린 건무의 시체를 ...가화는 저 구석에서 넋 나간 듯 바라보고 있었다. 출렁대는 가슴이 옷사이로 비져나와 있었지만 아무런 자각도 없는 듯 했다......... 미친 ... 그래도 저런 걸 보고 충격은 받나보지? 속마음은 시커먼 구렁이 같은 년이. 소문의 눈길이 가화에게로 향했다. 그러다가 그는 한 발 두 발 그 여자 앞으로 다가섰다. 그래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소문은 증오스런 눈길로 그녀를 노려보다 그 덜미를 번쩍 들어올렸다. "앗..!" 그제서야 경직에서 풀려난 것인지 얼른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소문은 가화의 덜미를 잡은 채로 침상으로 가져가 내 던져 버렸다. 그 침상에는 ..간밤에 황제의 몸뚱이 아래에서 발광을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 그녀가 소리를 지르건 말건 소문은 입을 다문 채로 그녀를 주시했다. 한동안 소문이 계속 노려보고만 있자 가화는 ...한순간 뭔가 깨달은 듯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었다. 저 여자 ........뭔 짓을 하려는 거지? ...........! ..속옷을 벗고 있...잖아....... 꽤나 힘겹게 ...........속옷을 벗고는 다리를 벌리곤 ...침상 위에 드러누워 소문을 올려다보았다. 저 엿 같은 면상에 이러면 살려주겠냐는 원을 가득 담아. 울컥한 소문이 그녀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소문." 그가 더 행동하려 했지만 ..그것은 내가 막았다...........나는 가화에게로 곧바로 걸어갔다.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보던 그 년의 면상에 힘껏 주먹을 뻗었다. 뻐억!!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가화는 뻗어버렸다. 그 면상 위로 침을 뱉으며 나는 작게 씹었다. "더러운 창녀.." 이때 군졸하나가 급하게 뛰어들어와 보고했다. "남주문이 위험합니다. 웅조가 군사를 이끌고 공격해 왔습니다." 웅조는 웅백의 조카이다. 당연히 웅백과 궁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거겠지. 하지만..한 발 늦었어....... 나는 싸늘히 냉소했다........ "곧 가도록 하마." 소문이 편전을 나서며 나를 돌아보았다. "같이 가겠느냐?" "아.. 뒷처리 좀 해놓고 좀있다가 따라갈게." 뒷처리라고 해 봐야 ..할 것 도 없지만. "그래.." 그런데 ..갑자기 소문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응..?"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그의 거칠한 손이 내 뺨을 쓰다듬었다. ...갑자기 왜 저런다지? 나도 미소로 답해주긴 했지만 ..뭔가 석연찮군. 내궐 아래로 소문이 말을 탄 채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아.. 나도 여기 조금만 정리하고 뒤따라가야겠는데.............정리라는 건 ..저 가화 년을 처리하는 거지만. 우선은 두 손목을 잡아다 침대 모서리에 묶었다. 달아나지 못하도록 해 놔야 하기에.... 한동안 꼼꼼하게 묶고 나서 그 얄밉디 얄미운 얼굴을 한껏 쏘아 봐주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좀 예쁜 듯 했지만 지금은 그저 징그러운 요물로 보일 뿐이다. 어찌하여 너 같은 년 하나 때문에 ..고구려 조정이 이 따위가 됐단 말이냐.... 지금 당장 죽여버리고 싶지만...............우선은 살려두도록 하지.............. 국가적 요물급인 네년을 괴롭힐 방법은 아주아주 많으니까 말야. 소문이 간 쪽은 잘 해결 되었을까? 나도 서둘러 가 봐야 겠는............. ............어..? 이건 ..어디서 본 ..듯한 ..광경인 걸......... ...이 지독한 ..고요...피내음.............핏물로 물든 바닥.............. ................갑자기 ..손이 떨린다......다리도....... 경고음이.. 머리속에서 울려......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이 ...궁의 광경을 내가 어디서 보았지? ..................... "아악!!" 마치 ..뒤통수가 둔기로라도 맞은 듯 .......엄청난 고통이 닥쳤다.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지만 머리의 고통이 너무나 커 그것을 따질 틈이 없었다. "아아아악!! 으악!! 아아윽.....윽..!!" ....으큭...... ...........아파 .아파..너무나 ..아파......!! 아파............아파...아파.....!!! 눈물이 마구 흘러넘쳤다. 커다란 통증이 내 몸을 헤집으며 머리로 타고 올라온다... .......지금까지의 고통과는 차원이 다른 ........죽는 것이 행복할 지경의 ..............어마어마한 통증...... "아아아악!!!!!!!!" 절규를 내질러봤지만 ...조금도 경감되지 않았다.............구를 때마다 닿는 몸 곳곳의 피부가 벗겨진다는...느낌이 들어 나는 몸서리를 쳐댔다. "........................아윽........" ...이제는 ..끝인가......? 내 몸이 버텨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선 건가.......? .....왜 이렇게 급하게 구는 거야........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 아아 ..조금만......... 나는 ...나는 돌아갈 수 없어 ....... 전생3부36 웅조가 제아무리 날뛰어 봐야 소문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게다가 소문의 편엔 이미 흑벌무와 양만춘까지 가세된 터라 승리는 불보듯 뻔한 것이었다. 죽음을 두려워 해 달아나는 웅조의 목을 쳐 소문은 자신만만한 기세로 그 목을 치켜들었다. 그것을 본 모든 경병과 군사들이 환호성을 울렸다.(물론 소문파) 이 순간부터 부패와 부정으로 썩어 문드러져 가던 황실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세력이 등단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즉 ...과도기였다. 소문 역시 수천의 환호성에 답하여 늠름히 손을 흔들었다. 비록 몸은 지치고 상처투성이이긴 했지만...자신들은 성공했지 않은가...... 이것은 반역이 아니라 단죄였다. "이 목은 장대에 꿰어 보름간 매달아 놓도록 하고 또하나의 국가적 죄인 웅백을 이리 데려오라!" 소문의 입에서 쩌렁쩌렁한 포효가 터져나왔다. 곧 이어 다리가 잘려 흉칙하기 그지없는 몰골의 웅백이 질질 끌려왔다. 많은 출혈과 쇼크로 그는 반쯤 죽어있는 상태였다. 소문은 그를 잔인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곧 그에게 합당한 벌을 내렸다. "남은 사지를 따로 묶어 네 마리의 말에 매달게 하라." "커..악.. .살..려..줘.." 그래도 살고 싶다고 몸부림치는 그의 끈질긴 생명력에 소문은 내심 혀를 찼다. 그리곤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지 않은 걸까...아직... 매향은. "..하악...허억...학..." .....조금만 더 가면..된다.... 제발 ..기운을 내자.... 허물어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나는 억지로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지금 내 몸은 넝마나 다름이 없다............... ....수많은 인파의 환호성.......이리도 가까운데....이리도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파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버티기는 쉬워졌다. 사람들 틈에 끼여 편안히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죽여라! 죽여!" "그래!! 죽여버려!" 사람들의 외침이 귀따갑다.. 무엇을 죽이라는 걸까.. 간신히 눈을 들어 그곳을 주시하자 ...네 마리 말에 사지가 묶인 웅백이 비참한 몰골로 매달려 있다........능지처참인가........큭.. 그게 너의 마지막이란 말인가...........웅백....... "시작하라!" 낯익은 목소리의 명이 떨어지고 나자 군사들은 각기 자신이 맡은 말의 엉덩이를 쳤다. 곧..말은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제각각의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크..크악..!! 아아아악!!!! 크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도 저보단 아름다울 것 같아.......킥킥.. 조금도 당신 따위 동정해 주고 싶진 않지만......그래도 ..우태라는 벼슬을 지닌 ..자가 저런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다니................다..인과응보라는 것인가....... 뿌드득...찌직... 끔찍한 소리였다.... 처참하게 울려퍼지던 비명이 그치고 ...곧 진한 피비린내가 주위에 퍼져나갔다. 죽이라고 외치던 군사들도 ..잠시 조용해졌다..... 완전 핏덩어리가 된 ...모습으로 ..웅백은 생을 마감했다. 잘 가라. 더러운 인간....... 당신의 생애에 가장 어울리는 죽음이었다. ....구토가 날 것 같아...........난 얼른 걸음을 옮겼다... 어서 소문에게로 가고 싶어서...... 이 다리가 멈추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그에게 ..................다가가야 해...... 천근만근 ...머리가 무겁다...... 쪼개질 듯한 통증을 참으며 나는 고개를 돌려 소문을 찾았다. 나의 시야에 그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소문... 어디에.... ..아.. 저기 있다...... 그가 저기 있다................ 마상에서 ..그도 ..두리번거리고 있다. 나를 찾는 걸까.... 그도 나를 찾고 있는 것인가......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고인다.... 자꾸만 ...의식이 혼미해져와서 그가 흐려지려 한다. 안 돼. "소문..."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을 끝으로....... 나는 ...........의식을 놓았다. ..나는 ..아직 ..당신에게 말 못한 ..것이 있는데....... 말해 ..주고 싶은게 많은데........ 전생3부-37 -_-;; 아무래도 끝이 ...제 멋대로 가고 있습니다.....이게 아닌가벼..-_-;; "매향아!! 매향!!" 귓가를 파고드는 절규...... ........이것은 ...두려움......? 누군가 ..두려움으로 가득 차 ..나를 부르고 있다................ 애원섞인 그 부름에.....나는 눈을 뜨고야 말았다........................ ...그리곤 ...왈칵 ..울어버릴 뻔했다...... 소문의 얼굴이다... 아직 ..나는 고구려에 있는 건가.....? "..깨어났느냐?" 약간의 안도가 담긴 소문의 음성...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내 전신은 내 것이 아닌 양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궁 앞이다... ...네가 쓰러지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 ..아아.. 아직 ..궁이란 말인가.... 살짝 고개를 돌리자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이 하나하나 보였다. 슈란..벌무..지보..진....그리고 수천의 군사들.......................... 나는 소문의 품에 안긴 채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리고 ..푸르른 고구려의 하늘도 ...........소문의 얼굴도 .............가만히 응시했다......... 시야가 맑다.. 아까까지만 해도 ...너무나 흐릿했는데......... 전신이 들끓어서 ..죽을만치 아팠는데...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 "....아.. 좀 ..무리했나봐.." 그렇게 빙긋 웃으며 ..나는 소문의 팔을 밀어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이 가볍다..... 이상하네 ...왜 ..하나도 아프지 않은 거지? 난...한계였을 텐데........... ...이상하다........... 어쨌든 난 멀쩡히 일어섰지만 소문은 염려가 담긴 시선으로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나는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짤막하게 물었다. "우리가 ...성공한 거야?" 소문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단호한 답이 흘러나왔다. "그래. 거사는 우리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 다음날부터는 모든 것이 아주 바쁘게 돌아갔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가화의 처리였다. 그녀는 군사들에게 내던져져 능욕 당한 뒤 참수되었다. 이미 넋이 반쯤 나가 있었으므로 ..그다지 합당한 벌 같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처리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고 대신들의 인사를 이동했으며 아직 남아있는 웅백의 잔당들을 모조리 처리해야 했다. 우리는 소문을 도와 동서남북으로 정신없이 뛰어야 했고 그렇게 ...오 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자 ...불안하게 흔들리던 고구려의 조정은 차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 민심도 다시 예전처럼 조용하게 돌아갔고 .....궁내도 모두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다툼이 없이 만사를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몸도 아프지 않았다.........그 이유만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지만. ..나는 이 시간을 마음껏 만끽하기로 했다............. 내가 있을 현실에서의 일...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정말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그리고 소문과 나는 궁내로 거처를 옮겼다....... 황제의 자리에는 왕실의 먼 친척 쪽인 아이를 올려놓기는 했지만 그 아이는 그저 장식품이나 다름없는 존재였기에....실권은 모두 소문이 쥐고 흔들었다. 이 궁안에는 작은 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 경치가 좋아서 민생이 안정된 후 나는 진과 함께 그곳으로 자주 가곤 했다. 소문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그가 ..어디 정신이 있겠는가..... 매일 매일 밀려드는 업무만 해도 날밤을 새야 할 지경인 것을......... 하기사 ..그래도 요새는 좀 일거리가 줄어든 편이다. (물론 그만큼의 분량을 지보와 흑벌무...그리고 구사..등등이 해내야 했지만) 정말 ..평화롭다....... ...이런 날이 오기를 ...나는 그렇게 꿈꿔왔는데............... 언제나 생각해 왔었지.......... 이런 나날이 오면 ........소문과 마주앉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겠노라고............. "어머니.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싱글싱글 웃는 나를 보며 진이 묻는다. "응? ..아무것도 아니란다.. 너는 어디 가는 길이니? 수련장?" "예. 숙부님과 대련하기로 했어요." 이젠 진의 나이도 스물 셋인가..... 이젠 장가를 갈 때가 된 것 같은데..... "진아." "예?" "너 ..점찍어둔 여자 없니?" ".......네에?!?!" ..저..저런 순진한 휘광을 발하다니...........-_-; 야 이 눔아, 스물 셋이나 된 것이 여자 하나............어..?!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 "있는 거냐?" ".........아... ..아..아뇨..!" 불타는 고구마마냥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도리질을 치는 진을 보며 난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그 여자가 누구길래 이렇게 널 붉어지게 만드는 거냐?" "............" 진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얼굴만을 붉혔다. "호오.. 이 어머니 앞으로 데려와 보겠니.. 내 아드을~?" 능글능글 웃으며 나는 진이의 엉덩이를 툭툭 때렸다. "하..하지 마세요! ...저는 아직은 대련하는게 더 좋아요! 여자따윈 없다고요!!" 그렇게 ......소리치고 ...진이 녀석은 달려가버렸다. 그리고 난 그녀석의 뒤에다 대고 크게 소리쳤다. "진아! 기다릴 테니 어서 그 아가씨를 휘어잡아 데려와봐!!" 그러나 진 ..뒤돌아보지도 않고 도망쳤다........... ...저런 순진무구한 녀석.......... 아냐아냐.. 저렇게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면........뭔가가 있는데........... 누굴까..? 우리 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는......... '쿡쿡...' 작게 웃음을 지으며 나는 대전을 가로질러 소문의 집무실로 갔다. "소문~!" 문을 열어젖히며 그의 이름을 부르자... 오호.. 남편씨는 지금 서류에 치여 머리를 싸매고 계시는 중이시네......... "..소문!!" 일부러 더 크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소문은 돌아보지 않았다... "..어..? ..소문..." 어라라? 이 아저씨가 공개적으로 날 씹어?? 약간 부아가 치민 내가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내 주먹이 ..그냥 소문의 어깨를 통과해 버렸다............ 이게 뭐야.... 왜.. 왜 이런 거지??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당황하고 또 당황해 다시 소문의 어깨를 세게 내리쳤다. 툭!!! "...윽.." 둔탁한 소리와 함께..흘러나오는 소문의 신음....... 그가 도끼눈이 되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 하는 짓이냐 매향!!" ........순간 ..안심이 되었다..........손에 전달되어 오는 확실한 느낌에 이상하게도 ...굉장히 안심이 되어 ...하마터면 한숨을 내 쉴 뻔했다.......... "..미안.. 고의가 아니었는데 ..너무 세게 쳤네...하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나는 점점 더 살기를 피워내는 소문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길래 ..내가 불렀을 때..돌아보지." 그러자 소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나를 불렀다고?" "..응. 아까 이 앞에서 두 번이나 당신을 불렀는 걸..?" "...나는 ..전혀 듣지 못했는데...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너를 처음으로 봤다." "......................." ............................. "..쳇. 당신이 너무 일거리에 빠져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자 소문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지금 ..일거리에 질투하는 거냐?" 나는 일부러 과장되게 미소를 지으며 난동을 부렸다.... "..아아아!! 느끼해!! 마흔 넘어서까지 그런 소리하지마!! 내가 미쳤냐? 일거리에게 질투를 하게!" 내가 생난리를 치며 부정했지만 소문은 여전히 묘하게 웃을 뿐 대꾸가 없다........ 이 아저씨가 정말!! "그래. 왜 왔느냐?" 다시 일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소문 아저씨의 얼굴을 잡아 나를 향하도록 한 뒤 나는 내 말을 꺼냈다. "우리 진이 여자가 있나봐." "..........-_-?" 소문은 그래서? 라는 듯한 얼굴로 ..나를 본다...... "왜 그리 멀뚱한 얼굴이야! 아들내미가 여자가 있다는 데 놀랍지 않아?!" "어느대 규수냐?" .........정말 무드 없다... "이봐아아아! 연개소문 장군님! 아니 ..지금은 대막리지지!! 어쨌든! 당신! 지금 어느 가문 규수냐는 게 중요해? 사랑을 하고 있다니까!!?" ".................." ...별반 반응이 없구만.......... ..아아... 불혹의 나이가 된(불혹 맞나..-_-;)아저씨들은 다 저리 무감동 무감각해지는 것일까..... 왜 사랑이라는 단어에 반응이 없는 거야아아아!! "좀 세력있는 가문의 아가씨면 좋을 텐데.." 게다가 하는 소리라고는 꼭 웅백 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니.......-_-; 괜히 신경질이 나 나는 녀석의 뒤통수를 재빨리 후려치고 도망쳐버렸다. "진매햐아아아앙~!!!!" 사자처럼 으르렁대는 그의 포효는 무시한 채로. 어...떻게 된 걸까....... "하앗! 핫!!" 성숙한 기합소리가 부근에서 터져 나온다. 캉! 카카칵..! 뒤를 이어 들려오는 검신이 얽히는 소리...... 어라.. 무의식적으로 걷다가 수련장까지 와버렸군. ...진이랑 슈란이 대련하고 있는 건가...... 나는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넓디넓은 수련장안에 두 사람의 인영이 빠른 속도로 맞붙고 있다. 둘 다 진검으로 싸우는 중인지 검이 궤적을 그릴 때마다 불꽃을 토해냈다. 호오오.. 정말 멋진 걸.. 호각으로 싸우고 있어.... 언제 진의 실력이 저렇게 발전 한 걸까........ 슈란이 많은 걸 가르쳐 주었나 보군... "앗..!" 순간 진이 슈란의 가슴으로 돌진했다. 허나 슈란은 가볍게 피하며 검으로 진의 옆구리를 노렸다. 진은 재빨리 가드하려 했지만 이미 먼저 해버린 공격의 범주가 넓었기에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아앗!" 짤막한 비명을 올리며 진의 검이 날아가 꽂힌다...... 쓰러진 진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 있는 슈란........오오 ..멋지다............ "괜찮냐?" 같이 뛰었을 텐데 진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에 비해..슈란의 호흡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는 듯하다. "예." 헉헉거리며 진은 슈란이 내민 손을 잡았다. 가볍게 진을 일으켜 세우는 슈란의 모습.... "감사합니다. 매번 저에게 가르침을 주셔서." 진은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니다." 하지만 무뚝뚝하게 받아치는 슈란. 쳇. 십 수년이 넘게 흘렀건만 저 놈의 무뚝뚝한 성질 머리는 변하지도.. "숙부님." 음..? 갑자기 진이 슈란에게 한 발짝 다가선다. "........." ".........?" ".......!!!!!!!!!!!" 으악!! 난 ...안 봤어!!!!!!!!!! 못 봤어!!!!!!!!!!! .....이..................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 진..진이가... 진이가!! ...슈란에게 키스했다아아아아아아!!!!!!!!!!!!!!!!!!!!!!!!!!!!! 굉장히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저건..저건!! 입술이 맞닿았어!!! ...........키스.......가 틀림..없다.. 얼른 떨어져 나온 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도망치듯....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 ........... ..................... .................................... ..뒤에 남은 ..슈란은 ................여전히 포커페이스................... 하지만 .....그의 손에서 검이 굴러떨어진 것으로 봐서는 ....................그냥 돌이 된 듯한데 ..-_-;;;;;;; 아아아아아아아악!!!! 난 믿을 수 없어어어어어!!!!!!! 믿기 싫어!!!!!!!! 안 믿을 테야아아아아아!!!!!!!!!! 으아아앙!!! 심한 카오스에 빠진 나는 ......한동안 경직을 풀 수가 없었다...... 아아.. 이 일을 어쩐다.. 아무리 양자라 해도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해도.....숙부와 조카의 ..썸씽은 안 돼!! .........아아 ..하나님........ 여자가 있냐는 질문에 ..얼굴을 붉히더니.. 오만상 순진한 척 다하더니..........결국 이거냐...진아.. 니가 먼저 대쉬하다니.....-_-;;;; 아아.. 어떡하면 좋지..? 그 날 밤 ..소문이 침실로 돌아와서도 나는 멍하니 굳어진 채로 있다가 ...하마터면 당할 뻔 했다..... 그저 ..밝히기는 소문!!! ......... "매향아." "...으응?" "낮의 일 때문에 화가 난 거냐?" "..아니.." "그럼 ..왜 그러느냐?" 소문이 내 쪽으로 돌아눕는다. 그리곤 내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래봤자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진 않겠지만.... 나는 뚜렷하게 이목구비가 진 그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한마디 물었다. "소문. 나 사랑해?" ".........뭐?" "...대답해 봐." ".......흠.." "사랑 안 해?" "갑자기 왜 그런 뜬금없는 질문이냐?" ...이 아저씨가 ...왜 대답회피하는 거야!! 당신도 나이 들었다고 대답하지 싫다는 거야 뭐야!! "쳇! 됐어!!" 반대쪽으로 내가 휑하니 돌아눕자 소문은 당황한 건지 뒤에서 나를 안는다. "..왜 ..왜그러느냐. 매향..?" "됐어. 놓으시지. 대답도 안 하면서 .." "...물론 사랑하지. 사랑한다... 젊은 날에 네게 속삭인 것보다 훨씬 더욱 사랑한다만..." .....당황함이 섞인 음성으로 줄줄 읊어대긴 한 거지만...어쨌든 기분은 풀렸기에 ..나는 뒷말을 이었다. "진이도 사랑해?" "....음." "그럼 슈란도 사랑해?" "........그건 아니다만.-_-;;" "왜." 나는 빙글 돌아누워 다시 소문을 향했다. 소문의 얼굴에 경악과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슈란은 내 동생일 뿐이야.. 어떻게 사랑하겠느냐." "..그런가." 나는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떨구었다. "..왜 그러지? 진이와 슈란은 왜 묻느냐?" "으응.. 아니야. 그냥... 물어보고 싶어서.." 일부러 소문의 가슴에 파고들자 ..그는 아주 달갑다는 듯 나를 꽈악 끌어안아 주었다. ....으음.. 정말 고민되는 군... ...저 슈란이 고백을 받다니... 진이의 취향을 의심해 봐야 할 것 같다.......... 아아 ..이게 문제가 아니잖아!! 난 왜 자꾸 중심에서 돌아가려는 거야!! .................며칠 째 이것만 가지고 고민하려니 ............돌아버릴 것 같다............ 자꾸 그 키스신이 싱크로 되어...흠칫흠칫 놀라고......... 문득 ..내가 소문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비류산의 산 속이었지...... 젊은 시절 소문과의 첫 만남은...........그리고 ..오랫동안 우리는 같이 여행을 했어......... 그 동안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를 진심으로 원하게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 동안 ..나는 끊임없이 내 감정을 부정해 봤지만.................그 부정은 부질없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어............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그를 사랑해....... 사랑하고 ..사랑해......... ...진이도 그런 걸까....... 아주 어릴 적부터 ...슈란과 대련해 왔겠지......... 그는 소문과 매우 닮은 사람......... 다만 소문에게서 웃음이라는 것을 뺀 듯한 ..인간이긴 하지만.......하지만 ..다정한 사람이야....... 어쩌면 진이 ...그래서 조금씩 호감을 느낀 것이 아닐까.....? ...그것이 ...조금씩 감도를 높여가다 ...애정이 된 것이라고..........? 그래서 ...십 수년을 참고 기다려..결국 깨달은 걸까?.............고백할 용기를 내게 된 것일까... 거부당할 두려움을 무릅쓴 채.. 어쩐지 ...나와 되게 닮은 느낌이다....... 물론 스토리자체는 완벽히 다르지만...그 본질이랄까......... 에이..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이해가 갈 것도 같구.............. 진이 때문일까.......나 ....정말 오랜만에 ...이런 긴 생각을 해 보았구나............ 잠시 ..진이를 잊고 ...나와 소문의 지금까지를 되짚어 볼 수 있었어.......... 고개를 들자 ....창 밖으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너무나도 푸르른 하늘. 오 년 전쯤... 우리가 거사를 일으킨 그 날처럼....... 소문과 내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모든 일을 모두 품고 있을 ...저 하늘을. 그리고 ..이제는 알 것만 같다. ..........나 ..돌아가야 한다......... 이제는....... ......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여기까지가 끝이었어.......... 전생3부-38 그가 ..서 있다.... 마치 바다의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청푸른 하늘과 나무들 사이에 ...그가 서 있다. 내가 생떼를 썼지. 안 나오면 죽일 거라는 협박과 함께. 일거리도 많은 저 사람을 이리 불러내다니.....나는 ...좋은 아내는 아닌가 봐. 큭. "소문." 내가 부르자 그는 뒤로 돌아보았다. 내가 빙그레 웃자 그는 역정을 내려고 했다가 급히 표정을 바꾼 사람 같은 얼굴을 지었다. -_-;;; "...여기 앉을래?" 난 아무데나 주저앉으며 그에게 손짓했다.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으며 내 곁으로 와서 앉았다. 아니 앉는 것으로는 만족을 못해 ..풀썩 드러누웠다. 향긋한 풀 향기가 물씬 다가왔다.. 조용히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주시하며 .......나와 그는 이 정취를 즐겼다...... 무언가 느낀 것일까......소문도. 평소 같으면 왜 이리 시간을 낭비하느냐고 역정을 냈을 것인데.....오늘은 나와 같이 있어준다. 나는 손을 내밀어 소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소문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아마 웃고 있을 것이다.... "...아 ..나는 ..말야 ..소문 ..정말 행복한 사람인가봐." ".........." "내 사랑하는 사람과 ...이 긴 세월 ...마음 변치 않고 같이 해 왔으니......" "..........." "아들도 생겼고... 하하.. 그 녀석 ..정말 사랑에 빠졌어. 응원해 주라구 소문." "........." "당신과 만난지 ...정확히 26년째야. 당신은 알고 있어? ...우리 처음 만났던 때." "........." "그 비류산 속에서........ 정말 멋없게 만났었어.......... 벌무도 있었고... 지보도 있었지." ".........." "당신은 말했어. 나만을 사랑하겠노라고. 나만을 일생 바라보겠노라고."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난 그 말 때문에 너무 많이 운 것 같아..........." "........."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서........당신을 빼앗길까봐 얼마나 초조하던지..." 나는 피식하고 웃었다..... "...그런데 ...이제는 ...놓아주려구.." 나는 ..소문의 눈을 보고 있지 않았다.... 소문이 나의 팔을 꽉 ...하고 잡았지만 ..결코 바라보지 않았다.... "이젠 ..나와의 약속 ..지키지 않아도 돼....." ".............." 나는 .....지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한 마디 ..한 마디 뱉어내는 것 자체가 ........내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돌아가야 해...." "..나는 ...돌아가야 해..." "........당신을 ..놔두고 ..돌아가 ..이젠 ..두 번 다시는 오지 못해......." "나는 .....난.." 소문이 ..잡고 있던 팔을 당겨 ..나를 끌어안았다.. "............가지...마라." 작게나마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그것은 ....애처로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한 마디를 꺼낸 것이다......... 이제는 그의 눈을 봐야 할 때다..... 나는 소문을 살짝 밀어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금세 울 것처럼 소문의 눈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디로 ..간다는 거지? ...어디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멀어서 .당신은 올 수 없어.......내가 있는 곳은 .....아주..아주...멀어................." 그 무거움을....견디지 못했는지.. 눈물이 ...흐르고 만다....... 그런데도 나는 웃고 있었다........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이 슬픔을 억지로나마 감춰보려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소문이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주위도 흐려지고 있다............. "매향!! ........가지 마라!! 가지 마!!" 소문이 다급하게 내 팔을 움켜쥔다..... 하지만 ..어쩐지 ..느낌이 없어.......... "....나도 ..나도 ..알고는 있었다...네가 ..언젠가는 날 떠나게 될 것이라는 것........... 가슴 내려앉는 충격 속에서도 ....감수해 내고 있었지...그런데..! 왜 지금이라는 거냐!! 왜!! 왜 지금...만사가 평화로워진 지금이라는 거냐!!" "................."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되는 것이냐? ...이제야 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아니라고 ...난 아니라고 ....... "....결코 ..당신이 무너지지 않게 ....곁에 있고 싶었어........ 그래서 ..그래서 나는 너무나 행복했어.. 그런 말 말아.............이 오랜 세월간.... 아픔도 ..눈물도 ..다 나에게는 행복이었으니까. 당신이 있어서 ...그 모든 건 행복이었어........... 정말 행복했어......." "..아니야...아니야..." 소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뺨을 타고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소문..사랑해.......... 나는 ...절대 잊지 않아......당신과 함께 했었던 ..모든 것...울고 ..웃고 .. 아팠었던 모든 것...결코 ...잊지 않을 거야.. 평생토록 ...그리면서 ..살 거야............하지만 ..당신은 아냐.................. " "당신은 ...날 잊어................ 나를 잊고 ..새로운 부인을 맞아.........약속해." "그럴 수 없다..! 너는 ..내 일평생 하나뿐인 부인이었어!! 하나뿐인!!" 행복한데.. 왜이리 가슴이 아프지? ..이제 ...저 얼굴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일까? .....이제 ..내가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그 촉감이 너무나 약하게 다가와 ..........안타까웠다.............. "이제는 말할게... 그토록이나 ...말하고 싶었던 것.. ........이런 시대가 오면 당신에게 말하리라 다짐했던 것..... .......나는 ...나를 찾아 여행해 왔어.......여기에 있을 또 하나의 나를 찾아서............ 그런데 ..오히려 찾게 된 것은 당신이었지.......과연 ....나는 ..무엇일까..........? 고개를 숙였다.........그의 얼굴을 잡고 ..그 입술에 ...살며시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그 뺨 위에 ...눈물을 한 방울 떨구었다........ ".....알 것만 같아........나는... 나의 전생은 일평생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조용히 머물렀던 ........그림자였을 거야............ ...이걸..... 말해주고 싶었어..............당신에게..." 그가 점점 흐릿해 진다......... 아무리 눈을 똑바로 뜨려 해봐도 ...주위의 모든 사물마저 ..흐릿하여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봐두고 싶어.. 진이 ..슈란... 벌무..지보..................이 모두들...다 한 번씩 더 봐두고 싶었는데........... 울면서 ...흐리게 기억하기 싫어....... 소문이 팔을 내뻗어 나를 잡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에게 속삭였다....... "사랑해 ...소문... 영원히." 결코 ..잊지 않을 거야......... "구급차를 불러!" "어서 환자를 운반해!!" "맥박이 떨어지고 있어요!!" "심한 뇌손상을 입었어!! 도대체 무슨 짓을 한겁니까?!" 바쁘게 달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차가운 느낌.......... ...익숙치 않는 ..생소함.... "심장 박동이 약해지고 있어요!!" ".........!!!!" "...!!...........!!!!......!!" 시끄러운 소음....울부짖음..... 매향아.. 매향아.....라고.. 누군가가 ..울부짖고 있다...... 누굴까...... 그 사람은...........? 전생3부-39 "플레이 플레이!! 경원! 플레이 플레이!!!" 농구장이 떠날 갈 듯한 함성.. 그렇지 않아도 후끈한 이 곳의 열기를 더욱 달궈놓는다. 12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전국 고교 왕 중 왕전을 남기고 지금 우승후보인 경원고등학교와 새로 올라온 팀인 지한이 맞붙었다. 신인 팀이라 만만히 보던 경원은 예상외로 고역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점수 차는 20여 점 가까이 벌어진 데다 이제 남은 시간도 이분 내외라 앞지른다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승패는 이미 나 있었다. "꺄아~!!! 경원~!! 경원~!! 이상현~! 이상현~!!" 옆자리의 여자애가 빽빽 질러대는 고함소리에 피해자가 된 한 청년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어찌 잘 못 보면 여자애로 보일 만큼 선이 가늘었지만 틀림없는 남자였다.... 예쁜 보라색의 눈동자를 가진..... 결국 그 절규를 견디다 못해 청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이마에 교차로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젠장.. 왜 이 시끄러운 시합에 나오라고 한 거야. 어차피 이길 거면서.." 그렇게 투덜대며 그는 문득 자신이 입고 있는 붉은 빛의 코트를 내려다보았다. 척 보아도 비싸 보이는 메이커.... 속으로야 무지막지하게 툴툴거렸지만...약속은 약속이었다. "더워 죽겠어. 나가서 기다리던가 해야지." 그러면서 계단을 올라서려는데 ..갑자기 아까의 세배쯤 되는 함성이 터져 올랐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뒤이어 시합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결국 ..청년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농구코트에서는 승리자인 경원 팀의 사람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그 기쁨을 나누고 있었고 .......다른 부원들도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런데 ..단 하나. 이번 시합의 히로인. 경원 고등학교의 주장 이상현만은 경기장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마를 타고 굴러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치며 그가 경기장을 둘러보자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의 비명이 솟았다. 워낙이 잘생긴 얼굴이었기에.........비밀리에 결성된 팬클럽만 해도 다섯 개는 된다는 ..뒷 소문을 가진 이상현의 얼굴에 곧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저 구석탱이에서 자신이 사준 코트를 걸친 채 퉁퉁 부어있는 ..... 사랑하는 연인에게 그는 미소와 함께 커다랗게 손을 흔들었다. "아아..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입김이 나올 만큼 쌀쌀한 날씨에도 상현은 활기차게 달려왔다. 방금 샤워라도 한 것인지 비누냄새가 살짝 풍겼다. "별로." 30분이나 기다렸어!! 하고 소리쳐주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용납치 않아 그는 퉁명스레 답했다. "정말 미안해. 후배녀석들이 놔줘야 말이지.. 그 녀석들 떼 놓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 상현은 무안함에 우물쭈물 거리다가 문득 빨갛게 언 그의 볼을 보고는 얼른 목도리를 벗었다. "춥지? 이거라도 걸쳐." "됐어." 볼멘소리로 그가 밀어냈지만 억지로 그의 목에 둘러주고나서야 상현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난 아까 시합의 열기로 후끈후끈 하거든. 너 감기들면 어쩌려구." "그런 소린 집어치워... 누가 감기따위에 걸린다는 거야?" 여전히 톡톡 쏘아대는 사랑스런 연인..... 이토록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데도 상현은 기쁘기만 했다. "아아.. 그래..그래. 진짜로 내가 사준 코트도 입고 왔네?" "........약속이었으니까."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상현은 견디지 못하고 그를 와락 끌어안아 버렸다. "뭐야! 미쳤냐? 왜 이래에!!?" 당장에 날아오는 펀치와 발길질....꽤나 아팠지만 사랑의 파워에 비하자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주 꼭 끌어안고 부비부비 거리다가 아쉽다는 듯 놔주고야 말았다. ".....너 이자식.." 시뻘개진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그의 시선을 상큼한 미소로 ..상현은 넘겨 버렸다. "자~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매향아~" "시끄러! 그렇게 부르지 마아!" "그럼 뭐라고 불러.." "하여튼 난 그 이름 싫단말야!" "왜.. 예쁘기만 한 이름인데." "예쁜 이름이라 싫은 거야아아!! 부르지마아!!" "....쳇. 그래도 부를 거야. 그럼 향아..하고 부른다." "그건 더 싫어어어!!" 이렇게 다정하게(?) 투닥거리는 하루..... 역정을 내며 밀어내는 매향의 어깨에 팔을 얹고는 상현은 슬쩍 휘파람을 불었다. ..............너무나 행복하다...... 자신...19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을까? .............그는 웃음이 담긴 눈으로 매향을 내려다보았다........... 예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그 건강한 모습에 ....어쩌면 꿈이 아닐까 ..자신을 꼬집어 보기도 한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2년 전.. 그때는 ..정말 죽는 건 줄 알았다. 오랫동안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의 수치를 훨씬 넘어서며 버텨온 이 가냘픈 몸. 그 뇌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긴 휴식에 들어갔다. 그 동안은 죽은 듯이 잠만 자며 깨어나지 않았다. 자신은 매일 매일 그 곁에 앉아 간병을 했으며 매일 그 잠든 얼굴을 어루만지고 ..이야기를 하고....어서 일어나라고 그 귓가에 속삭였었다.. 혹시나 ..이대로 죽어버리면 어떡하나.......다시는 눈뜨지 않으면..어쩌는 건가.....덜컥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가까스로 그 불안감을 버티며 그는 기다렸다. 꼬박 반년이었다.... 반년 간 ..자신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매향의 곁에 있었던 것이다... ...그 반년이 흐른 후 ...마치 거짓말처럼 매향이 눈을 떴고 ...인형마냥 눈만 깜빡거리는 그를 끌어안으며 얼마나 울었던가.... 울고 또 울고..살아나 줘서 고맙다고 ...한없이 울었었다. .......하지만 ..살아난 대신 그 동안의 기억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백지상태의 매향에게 ....상현은 심히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지금까지의 일을 가르쳐줘야 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덮어두고 새로운 기억을 줘야 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매향은 한 달이 넘게 심한 우울증 상태를 보였었다. 하루종일 멍하게 있거나 발작적으로 울기도 하고 의식을 잃는 것도 숱했다.. 결국 의사와 상의했고 ..내려진 결론은 후자였다. 기억상실증의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이 괴로웠고 기억하기 싫은 것들의 무게를 견디다 못한 뇌가 ..그 기억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 그래서 ..상현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의 이름과 지금까지의 생활은 그대로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자신과 매향은 연인사이라는 것... 괴로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분명 자신은 ....너무나 괴로웠다.. 하지만 가지고 싶었다........ 이것은 신이 자신에게 준 기회가 아닌가? 매향은 아무 것도 몰랐고..........자신이 한 말을 모두 믿었다.................. 하얀 백지의 머릿속에 그 기억들을 새겨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쌀쌀맞게 구는지라 힘들기도 했다. 충격이 있었을 지도 모르지.. 아무런 기억도 없는데 남자가 연인이라니.... 그래도 이제는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조금씩은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있었다.... 강제가 아닌 합의하에 첫키스도 했고... 비록 나중에 속인 것이 들통나 ...증오를 받게 된다 해도 ....지금만은 너무나 행복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보라고 한다해도............ "저. 매향아." 햄버거를 한 입 물던 매향이 인상을 찡그리며 상현을 쳐다보아다. "요새 ..몸은 아프지 않아?" "아. 응. 아무렇지도 않아. 통원치료도 끝난 지가 언젠데." 싱겁다는 듯 대답하는 매향. 사실 깨어나고 나서도 심한 정신적 혼란 때문에 1년간 통원치료를 받았었다. 그래서 결국 2년에 가깝게 두 사람은 학교를 쉴 수밖에 없었고 ... 그래서 고 삼인 지금 둘의 나이는 스물 하나였다. 1년간 물리치료와 정신 클리닉에 다니며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금도 걱정이 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응?" 환상 속에서 놀고 있던 상현은 화들짝 놀라며 매향을 응시했다. "이거 먹고나면 어디 갈 거야?" "글쎄, 어디 가고 싶은데 있니?" 떠보듯 상현이 물었지만 매향은 별 계획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너 마음대로 해." 상현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후훗. 역시 약속의 힘은 큰 것이었다. 매향이 저리도 순순히 따르다니. "그래, 우선 이거 다 먹고 나서 나가서 어디로 갈지 결정하자." 상현과 다니면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 된다. 190에 달하는 커다란 키에 농구로 다져진 탄탄한 육신, 그리고 정말 잘생긴 외모여서인지 언제나 여자들의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다니는 매향도 절대 주눅이 든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절대 자신이 아름답다는 자각을 한 건 아니지만 원체 그의 성격이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언제나 당당한 자신의 연인을 바라보며 상현은 슬그머니 웃음이 나려했다. 하지만 웬지 얻어맞을 것 같아 꾸욱 참고 걸음을 옮겼다. '음.. 우선은 드라이브로 야외에나 나가 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주차장으로 가려하는데 갑자기 매향이 우뚝 멈춰섰다. "왜그래?" 매향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듯 ........그 눈동자에 도서관이 비춰지고 있었다........ "매향아... 매향.. 앗?!" 상현이 놀라 불렀지만 매향은 아랑곳 않고 그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달려가 버리는 그의 모습에 잠시 아연해 졌지만 이윽고 상현도 뒤따라갔다. 도대체.. 매향은 ..왜 저러는 거지? 갑자기........... 전생3부-40 [완결] 결코 ..잊지 않을 거야............ 아아..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빌어먹을.. 이 놈의 도서관이 나한테 돈이라도 빌려간 건가... 심장이 제 멋대로 뛰는 것이........아파 죽겠어... 도대체 뭐지? 뭐가 나를 이리도 부르고 있는 거야?? 콰앙!! 도서관의 문을 힘껏 열어 젖히자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딴 걸 신경 쓸 틈이 없다. 나는 내 감이 이끄는 데로 발길을 옮겼다. 서둘러 도착한 네 번째 책장... 그 구석에...꽂힌 낡아빠진 ...책. 귀퉁이가 닳고 달아 빛 바랜 책.. ... "소설 ..연개소문..?"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 하다....... 나는 서둘러 그것을 열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매향..!" ...매향이 도서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찾느라 한참이나 주위를 배회한 상현은 가쁜 숨을 내쉬며 문학자료실로 들어섰다.....그리고 조심스레 책장사이를 오가던 중... 발견할 수 있었다. 미친 듯 책을 읽어 나가고 있는... 매향의 모습을. .......... 몸 속에서 전신의 기혈이 들끓어 오른다.. 비록 승리하기는 했지만 가뜩이나 병상에 있던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나온 데다 아까 입었던 상처마저 독이 되어 연개소문의 몸을 괴롭혔다.... 미친 듯이 싸워 온 반평생...... 마상에서 천천히 흔들리는 채로 ...연개소문은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세월의 깊이가 보이는 ..그 주름 진 눈가에 ...잠시 옛날을 회상하듯 푸르른 빛이 스쳐갔다. 무언가를 그리듯 절절함이 가득한 ..그 눈매..... 반짝이는 무언가가 맺힐 듯한 그 눈동자가... 곧.. 빛을 잃고는 ...고개마저 떨구어 졌다. ....연개소문의 죽음이었다... 일평생을... 더 이상의 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미어져서 .......눈물만이 솟구쳤다...... 뿌옇게 흐려진 내 시야에......책의 글자가 들어올 리가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이대로 엉엉 울어버리고 싶다.. 왜.. 단지 ..위인일 뿐인데. 수천 년 전의 고구려에서 ...살았었던 ......사람일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우는 거지? 다만 이 이름을 본 것만으로도 눈물샘이 시큰해서....눈물이 주체되지 않는다....... 억장이 무너져 내릴 것 만 같아서 ...... 이 심정을 어떻게 다스릴 수 없어........ "매향아.." 나지막하게 나를 부르는 .....음성. "소문..?"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나는 ...그렇게 내뱉었다..... ".................." 아니.. 아무리 시야가 흐리다지만 ..그는 상현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 평생 보지도 못했던 .....연개소문이라는 사람이 아냐...... "...........너 ..울고 있는 거냐..........?" 바보야.. 이렇게 펑펑 우는데... 울고 있냐고 묻는 거냐? ............. 그가 ..다가와 나를 안는다. 그리고는 알지 못할 소리를 했다.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그 아픔만큼이나 일평생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 그 사람도 ... 너의 행복을 바랄 거야................그냥 ..잊어..........기억하려 하지마.........." ".....가슴이 아파... 이상해... ......상현아.. 가슴이 아파.."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내가.... ....내가..." 나의 손에서 책이 떨어졌다... 문득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나는 ..기억을 잃었어....... .......................어쩌면 ...나는............... 아니.. 억지로 ..기억하려 하지 않겠어.... 왜인지는 모르지만....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아....... .......잊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가슴이 지끈했지만....................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또 정신이 혼란스러워져 오나봐..........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왜 이리 그리운 걸까.... 마치 ..그때처럼..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그리워서 ...그리워서...... ....그리워서............ "....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어딘데?" "....내가 다니던 ...전(前) 학교..." ..............결코 ..잊지...않을 게......... 영원히 .....사랑해.... ........................소문. ==================================================================== 끝이 났습니다. 도대체 이 아리송하고 묘연한 끝이 뭐냐고 따지셔도..저는 아무런 해석도 안 드릴 겁니다.. 매향이 기억을 찾은 거냐고.. 소문과 만나게 되냐고 물으신다면.. 이 3부의 프롤로그를 다시 한 번 봐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